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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디자인 도시이미지

윤희정 기자
등록일 2011-05-24 23:27 게재일 2011-05-2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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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문한동대 공간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얼마전 한국을 방문한 대만의 한 유명한 건축가가 `한국의 도시에서 보이는 것은 교회의 십자가뿐이다`라고 평한 것을 신문지상에서 접한 적 있다. 얼핏 들으면 기독교 관련의 비평같이 들리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의도의 발언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그 건축가가 우리 한국에 비해서 기독교인구가 적은 나라에서 왔기에 수많은 교회건물들이 좀 경이롭게 보여졌을지도 모를 일이며, 더구나 요즈음 지어지는 교회건물들 중 감탄을 자아낼만한 웅장한 스케일의 것들도 있기에 그러한 말을 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좀 더 정확한 해석은 도심경관을 특징지어주고 도시를 브랜드화 할 만한 뛰어난 건축물들이 부족해 보인다는 말일 것이다.

한 외국인 건축가의 지나가는 투의 인터뷰 내용을 너무 이슈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하지만 도심경관과 도시브랜드화에 관심을 가진 필자로서는 그 발언의 의미에 좀 더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한국은 지난 수십년간 놀랄만한 경제·산업 성장을 이루어냈고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발전하였다. 수도인 서울을 비롯하여 전국의 도시에 많은 건물과 구조물들이 세워졌지만, 대부분의 도심은 무언가 특색보다는 비슷함과 평범함으로 채워져 있는 듯 보인다. 오래된 건물들은 손쉽게 파괴되고 새로운 건물들이 끝없이 채워지는 듯 보여 진다.

전쟁으로 우리 한국의 대부분 거리와 건물들은 크게 파괴되었었다. 극심한 빈곤에서 신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어 냈었고, 국민들의 새로움에 대한 기대가 매우 컸었기 때문에 도시는 과감히 헐리고 지어짐이 반복되었고, 단기적인 용도 내지 필요에 따라 지극히 비용절감의 건물들이 지어져 왔다고 보아진다. 그리하여 부산도, 대구도, 광주도, 대전도 서울의 이미지와 다를 바 없는, 서로 차별화가 전혀 안 되는 형태로 발전해 왔다고 보아진다. 물론 포항도 예외가 아니다.

포항은 도시의 규모가 작기 때문에 서울이나 부산 등과 비교하더라도 건물들의 규모도 작고 다양함이 부족하다. 멀리서부터 보이는 것은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천편일률적인 대규모 아파트단지이며, 큼지막한 시청사가 있지만, 이것이 포항 유일의 대규모 공공건물임을 생각한다면, 그 디자인이나 활용도 면에서 아쉬움이 없는 게 아니다. 하나뿐인 백화점도, 도심의 주요결절점인 오거리와 육거리에 늘어선 건물들도 도시이미지에 독특함을 주기 보다는 광고판에 휩싸인 무질서함을 주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인 여력이 부족한 가운데, 멋진 건물을 지어내고 독특한 도시이미지를 조성해 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건축물 및 도시디자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내고, 규모가 크든 작든 참신한 이미지의 건물, 그 지역의 역사와 주변의 지형 및 건물들과 잘 조화되는 건물들을 세워 갈 필요가 있다. 우리 포항이 벤치마킹하고 있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은 공공디자인에서 도시미화와 지역활성화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아트폴리스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다. 당시 도지사를 맡고 있던 호소카와 모리히로는 `남는 것은 문화 밖에 없다`며 활력있고, 개성이 넘치는 전원문화권 창조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도시경쟁력 제고사업을 펼쳤다. 사업추진의 목표는 세계적인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의 풍부한 발상을 지역주민들과의 협동을 통해 질 높고 뛰어난 건축물을 지역 속에 만들어내자는 것이었다. 신축된 건물은 단순한 건조물로서가 아니라, 지역주민과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도록 했다. 포항도 이러한 아트폴리스운동을 좀 더 적극화 할 필요가 있다.

포항의 공공건물들도, 도심의 크고 작은 상가들도 기능면에서 활용도도 높아야 하지만 그 모습에서도 도시의 이미지를 빛내줄 만큼 잘 디자인 되고 깨끗하게 유지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잘 찾아보면 여기저기에 숨어 있는 소규모지만 잘 디자인 된 건물, 꽤 오랜 역사를 지닌 건물들이 많이 발견 되는데, 이들을 잘 보전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서두에 언급한대로 한국도시를 특징지을 만큼 크게 눈에 뜨이는 교회건물들도 도시의 이미지를 풍성히 꾸며 줄 수 있을 만큼 잘 디자인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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