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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공식 출범⋯ 2026년 봄 학기 첫 개강

DG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GSTIM)이 23일 2026학년도 봄학기 개강과 함께 공식 출범했다. AI 기반 기술경영 교육을 전면에 내세운 이번 출범은 기술과 경영을 융합한 새로운 고급 인재 양성 모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번 봄학기에는 신입생 39명과 외국인 교환학생 3명 등 총 42명이 첫 학기를 시작했다. 개원 첫 학기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관심 속에 신입생 모집을 마무리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DGIST 기술경영전문대학원의 가장 큰 특징은 ‘AI 기반 기술경영’에 초점을 둔 차별화된 교육과정이다. 기존 경영학 중심의 기술경영대학원과 달리 공학적 기반을 대폭 강화했다. 경영학을 중심으로 수리과학, 컴퓨터공학, 로봇공학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커리큘럼을 통해 높은 수준의 기술 이해도를 갖춘 경영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직장과 학업을 병행하는 재학생들은 졸업 시점에 맞춰 자신이 속한 기업 환경에 최적화된 AI 에이전트를 직접 설계·구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된다. 단순한 AI 이론 습득을 넘어 실제 기업 현장에서 AI를 활용한 업무 혁신과 전략적 의사결정 고도화를 이끌 수 있도록 설계된 실전형 교육이라는 점이 강점이다. 최근 기업 경영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AX(AI Transformation) 수요에도 적극 대응한다. 경영자와 실무자의 요구를 반영해 AI 도입 전략,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기술사업화 역량 등을 체계적으로 교육함으로써 실질적인 AI 기반 경영 혁신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교수진 또한 경쟁력을 갖췄다. DGIST 전임 교수진을 중심으로 서울대와 KAIST 등 국내 주요 대학에서 강의와 연구 경험을 쌓은 초빙·석좌 교수들이 참여해 학문적 깊이와 현장 통찰을 동시에 제공한다. 주우진 기술경영전문대학원장은 “기존 이론 중심의 경영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들이 직접 AI 모델을 설계하고 현업 문제를 해결하는 실전형 인재 양성에 주력했다”며 “이번 첫 학기를 시작으로 기술과 경영의 경계를 허무는 융합 교육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김락현기자 kimrh@kbmaeil.com

2026-02-23

국힘 오늘 의원총회...장동혁 대표 거취 문제 두고 격론 예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법원의 내란 유죄 선고에도 ‘절윤‘(絶尹·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단절)을 거부한 가운데 23일 의원총회가 열린다. 이날 의총에선 장 대표의 거취 문제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 공지를 통해 더불어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 및 상법 개정안 강행 처리 움직임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당명 개정에 대한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의총을 소집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날 의총에서는 지난 20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1심 법원의 무기징역 선고 이후에도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며 당 안팎의 절윤 요구를 거절한 장 대표의 기자간담회 내용이 적절했는지에 대해 논의가 집중될 것으로 점쳐진다. 당권파는 지선이 채 100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장 대표 및 지도부를 향한 비판이 ‘선거를 망치는 분열‘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당내 소장파 및 친한(친한동훈)계는 장 대표가 당 안팎의 중도층 외연 확장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다며 노선 변경을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표직 사퇴 등 거취에 대한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 찬탄(탄핵 찬성)파였던 6선의 조경태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 “보수를 말아먹은 내란수괴 윤석열, 그 끈을 끊지 못하고 당을 벼랑 끝으로 몰아가는 장동혁“이라며 “장동혁은 더이상 정통 보수 국민의힘을 망치지 말고 당을 떠나라“고 요구했다. 원조 ‘친윤‘이던 5선의 윤상현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비상계엄이라는 비극적 상황을 끝내 막지 못했다. 이렇게 된 데에 당의 중진인 저의 책임이 크다“며 “깊이 참회드린다“고 썼다. 원외 전·현직 당협위원장들 사이에서도 장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과 이를 방어하는 당권파 간 ‘대리전‘까지 벌어졌다. 21일 전·현직 원외 당협위원장 25명은 장 대표에게 “더 이상 당을 민심 이반의 늪으로 밀어 넣지 말고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당 원외당협위원장협의회는 22일 성명을 내 “장 대표는 115만 당원의 지지와 신임을 받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지도자“라며 “장 대표의 정당성을 흔드는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하라“고 반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22일 기자들과 만나 장 대표의 절윤 거부를 두고 “당의 공식 입장이라고 말하기엔 여러 문제점이 있다“며 “내일 의원총회에서 많은 의원님이 모여 장 대표 입장 표명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정리하는 시간을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2-23

‘17일간의 열전’ 밀라노 올림픽 폐막, 한국 금3·은4·동3…종합 13위

한국 선수단에게 금메달 3개·은메달 4개·동메달 3개로 종합 순위 13위를 안겨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17일간의 열전을 뒤로 하고 23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사상 처음으로 6곳의 선수촌, 4곳의 클러스터에서 분산 개최돼 굵은 땀방울을 흘렸던 92개 국가올림픽위원회(NOC) 2900여 명의 선수단은 이탈리아 베로나 아레나에서 열린 폐회식에서 4년 뒤 열리는 2030 스위스 알프스 동계올림픽을 기약하며 작별 인사를 건넸다. 폐회식에선 한국 선수단 기수를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은퇴를 선언한 쇼트트랙 최민정(성남시청)과 은메달 2개를 획득한 쇼트트랙 황대헌(강원도청)이 맡았다. 선수 71명 등 130명 규모의 선수단을 파견한 한국대표팀은 목표로 내걸었던 10위 이내 진입엔 끝내 닿지 못했지만, 종합 순위에서 14위에 올랐던 베이징 대회보다 한 계단 도약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전통의 메달 박스 쇼트트랙에선 ‘2관왕‘ 김길리(성남시청)의 활약을 앞세워 금메달 2개,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를 따내 목표를 채웠고, 스노보드에선 여자 하프파이프 최가온(세화여고)이 감동적인 ‘금빛 드라마‘를 연출하는 등 금메달과 은메달, 동메달을 하나씩 수확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냈다. 한국은 스포츠 외교 무대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각종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집행위원 선거에서 당선됐다. 봅슬레이 전설 원윤종은 IOC 선수위원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하며 8년 임기의 선수위원으로 뽑혀 한국은 다시 2명의 IOC 위원을 보유하게 됐다. 자원봉사자들을 격려하는 프로그램이 이어진 뒤 대회 기간 뽑힌 원윤종과 에스토니아 바이애슬론 선수 출신 요한나 탈리해름 등 IOC 두 명의 신임 선수 위원 소개가 이어졌다. /황인무기자 him7942@kbmaeil.com

2026-02-23

지방선거 D-100,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선거전 '본격화'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구·경북 기초단체장 선거전이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지난 20일 예비후보자 등록이 시작되자 각 지역 유력 주자들이 일제히 이름을 올리며 물밑 경쟁에서 수면 위 경쟁으로 전환하는 모습이다. 2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구 기초단체장 선거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인사는 모두 16명이다. 국민의힘 소속이 14명, 더불어민주당 소속이 2명이다. 다만 남구와 달성·군위군은 아직 예비후보 등록자가 없다.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달서구는 일찌감치 ‘최대 격전지’로 부상했다. 김성태 전 대구시의회 의원, 권근상 전 대통령실 행정관, 김용판 전 국회의원, 김형일 전 대구 달서구 부구청장, 손인호 대구시 신청사 건립사업 자문위원회 위원, 조홍철 국민의힘 대구시당 부위원장, 홍성주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등 7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며 다자 구도가 형성됐다. 무주공산이 된 서구에도 김대현 전 대구시의회 부의장, 송영현 전 대구 서구청 도시건설국장이 출사표를 던졌다. 북구에서는 김진상 대구시 자치행정국장과 이근수 전 대구 북구청 부구청장이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중구·남구·수성구는 현역 구청장이 3선에 도전하는 지역이다. 중구에는 정장수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도전장을 냈고, 수성구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박정권 전 수성구의회 의원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건강 문제 등으로 구청장 교체론이 거론되는 동구에도 도전자들이 몰렸다. 권기일 국민의힘 대구시당 부위원장, 정해용 전 대구시 경제부시장, 차수환 국민의힘 대구시당 부위원장이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경북 기초단체장 선거는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보수 진영 내 공천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현재 경북 기초단체장 예비후보 등록자는 국민의힘 소속 26명이며, 더불어민주당은 후보군을 준비 중이다. 특히 포항은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이강덕 시장의 퇴장과 경북도지사 선거로 인한 공백 속에 여느 때보다 후보군이 난립하고 있다. 포항시장 선거에는 9명이 20일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했다. 공원식 전 경북도 정무부지사, 김병욱 전 국회의원, 모성은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 의장, 문충운 환동해연구원장, 박대기 전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직무대리, 박승호 전 포항시장, 박용선 전 경북도의원, 안승대 전 울산시 행정부시장, 이칠구 전 경북도의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경주·영천·성주·상주·예천·영양·청송 등에서는 3선에 도전하는 현직 단체장들이 자리를 지켜낼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3선 단체장이 한 번도 나오지 않은 경주에는 박병훈 국민의힘 중앙위원회 상임고문, 여준기 경주시체육회 회장, 이창화 전 국가정보원 담당관, 정병두 전 국회의원 등 4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무소속 현직 단체장이 3선에 도전하는 영천 역시 관전 포인트다. 김병삼 전 대구경북경제자유구역청장, 김섭 전 영천시 고문 변호사 등 2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완료했다. 상주에는 안경숙 상주시의장, 안재민 국민의힘 중앙당 수석부대변인, 윤위영 전 영덕부군수 등 3명이 예비후보로 나섰다. 영주는 지난해 3월 전 시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 무효형이 확정된 이후 단체장 자리가 공석이다. 현재 송명달 전 해양수산부 차관, 우성호 전 경북도의원, 유정근 전 영주시 시장권한대행 부시장, 황병직 전 경북도의원 등 4명이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안동에서는 김의승 전 서울시 행정1부시장이, 김천에서는 나영민 김천시의회 의장이 각각 예비후보로 등록했다. 문경에는 김학홍 전 경북도 행정부지사와 엄원식 가은읍장이 예비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이번 지방선거는 이재명 정부에 대한 중간 평가 성격을 띠는 동시에 2028년 총선과 2030년 대선으로 이어질 향후 정국의 흐름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며 “행정통합 논의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기초단체장의 역할과 무게가 한층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2-22

3선 도전 이철우 지사 “대구·경북의 힘을 하나로 모아 미래 100년을 바꾸겠다

3선 도전에 나선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역의 힘을 하나로 모아 미래 100년을 바꾸겠다는 비전을 내세우며, 첨단산업 기반 청년 일자리 창출과 생활 밀착형 민생 정책, 지역 균형 발전을 추진하겠다는 각오로 3선 도전에 나섰다. 이 지사는 “청년 유출 문제 해결, 에너지·반도체·바이오 등 산업 구조 전환, 소상공인 지원과 의료·돌봄·교통망 확충 같은 생활 정책 및 ‘변해야 산다’는 정치 철학을 강조하며 도민에게 희망을 주는 지도자가 되겠다”며 “대구·경북의 미래 100년을 바꾸는 구조 개혁을 완수하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출마 동기를 설명했다. 다음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일문일답. -3선 도전에 나선 이유는. △두 번 도지사를 하면서 분명히 느꼈다. 지금처럼 대구와 경북이 따로 움직이고, 교통과 산업 구조가 수도권 중심으로 짜여 있는 상태에서는 지역이 아무리 노력해도 경쟁하기 어렵다. 그래서 판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다. 가장 큰 전환이 대구·경북 행정통합과 신공항 건설, 영일만항 확장이다. 이는 우리 지역의 힘을 하나로 모으고 세계로 나가는 대구·경북의 미래 100년을 바꾸는 구조 개혁이다. 이걸 완수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제가 ‘대전환’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경제 전반에 구조 개혁을 추진해 왔다. 대구·경북의 힘을 하나로 모아 세계로 도약하는 길을 열고, 후손들에게 희망을 만드는 것까지가 제 역할이라고 생각해서 출마를 결심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에 대한 생각과 정책 비전은. △솔직히 선거만 보면 도지사 3선이 더 편할 수도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 통합은 정치적 계산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지역의 생존과 미래가 걸린 과제다. 가장 먼저 제안하고 깊게 구상한 사람으로서 특별시를 잘 출범시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구·경북이 통합 시 대구의 도시 역량과 경북의 산업·공간·에너지 자산을 완전히 결합해 대경권을 대한민국 성장축으로 세워야 한다. 수도권과 경쟁할 수 있는 산업·인재·투자 플랫폼을 구축하고, 광역철도와 교통망도 수도권 못지않게 대폭 확충해서 명실상부한 통합 경제권으로 성장해야 한다. 리더는 과감하게 결단해야 한다. 시작하면 할 수 있다. 단합된 힘으로 세계를 향해 나아가려면 대구·경북에 할 일이 태산이다. -인구소멸 등 경북의 지역 현안·정책 대한 생각과 해결 방안은. △청년이 떠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자리, 교육, 문화, 주거, 의료 같은 삶의 조건이 부족해서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청년의 ‘첫 직장’이 지역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경북은 반도체, 이차전지, 수소, 원자력 같은 첨단산업 경쟁력이 있지만 중요한 것은 청년이 실제로 들어갈 기업과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산업정책을 기업 유치에서 끝내지 않고 현장 실습, 채용, 정착까지 이어지는 구조로 설계해야 한다. 또한, 청년들이 좋아하는 문화, 예술, 관광 분야에 크게 투자해서 일자리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 여기에 의료, 돌봄 같은 정주 인프라도 더 투자해야 한다. 특히 북부권 같은 취약지역은 의료서비스를 크게 확충해야 한다. 즉, 돌봄, 재활, 의료기기, 디지털 헬스 등 새로운 산업을 탄생시키고 키워야 한다. -경북 산업 구조 전환(첨단산업, 신재생에너지 등) 구체적 전략은. △경북 산업 전환은 개별 사업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체를 바꾸는 전략이어야 하고, 이는 우리가 확장하는 AI 풀스택을 토대로 전개될 것이다. 먼저 경북은 원전과 에너지 기반이 가장 강한 지역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추가 건설해야 하고, SMR 산업 생태계를 구축, 연구기관, 인력 양성, 기업 유치를 통해 글로벌 에너지 산업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 특히, 신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같은 친환경 에너지까지 핵심 에너지 인프라를 확대해 첨단 제조업을 고도화 해,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등 ‘AI 풀스택’을 산업 현장에 적용해 제조 AX를 가속화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리고 대구경북신공항을 산업·물류·관광·인재 이동을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만들어 반도체, 바이오, 친환경 농산물 수출 기반을 확대하고, 북부권과 동해안 관광자원을 대구와 연결해 세계적인 관광벨트를 구축해야 한다.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생활 밀착형 정책은. △정책은 밥상에서 느껴져야 한다. 생활 정책은 거창한 계획보다 매일 체감되는 변화가 중요하다. 장을 볼 때 부담이 줄어드는지, 아이가 아플 때 병원을 갈 수 있는지, 부모님이 혼자 계셔도 생활이 가능한지가 도민에게는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먼저 민생경제 체감도를 높이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위해 금융 지원과 온라인 판로, AI 경영 지원을 한 번에 연결하는 원스톱 지원 체계를 만들겠다. 여기에 생활 이동권을 강화해 수요응답형 교통을 확대하고 병원과 장보기, 공공시설을 연결하는 생활 교통망을 구축하고, 일상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원격 의료와 방문 건강관리 서비스를 확대해 의료 접근성을 높이겠다. 아울러 ‘K보듬 6000’을 확대해 공동체 돌봄 체계를 강화하고, 맞벌이 가정과 1인 가구, 고령 가구를 위한 생활 돌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 -경북 발전 전략과 경북도 내 균형발전을 어떻게 조화시키나. △균형발전을 이루려면 역설적으로 서로 달라야 한다. 경북은 22개 시·군이 각각 역사와 산업, 자연환경이 모두 다르다. 각 지역이 특색에 맞게 스스로 먹고 살 수 있는 산업과 역할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진짜 균형발전이다. 동해안은 에너지와 해양산업, 미래 첨단산업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 북극항로 거점으로서 영일만항을 확장해 글로벌 시대의 중심항만으로 발전시키고, 자연환경을 관광자원으로 개발해야한다. 특히, 포항을 중심으로 철강 산업을 친환경 첨단소재 산업으로 전환하고, 기존의 배터리 산업을 확장 발전시켜야 한다. 아울러 원자력과 수소 산업을 결합해 글로벌 에너지 산업 거점으로 키워야 한다. 중남부권은 구미·경산·김천을 중심으로 반도체, 전자, 모빌리티 등 제조 혁신의 중심축이 되어야 한다. 기존 산업을 AI와 데이터 기반으로 고도화해서 경북 제조업의 경쟁력을 세계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북부권은 새로운 경제권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이다. 산림·바이오·치유산업·역사·문화와 관광산업을 결합해 완전히 다른 성장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광역철도, 고속도로, 신공항 같은 교통망을 촘촘히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어야 하고, 교육, 의료, 문화 인프라까지 함께 설계해야 한다. -3선 도지사로서 정치 철학과 도민에게 보여주고 싶은 이미지는. △저는 ‘변해야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책상보다 현장, 이념보다 실용, 말보다 결과를 중요하게 생각이다. 확고한 우파 정치인이지만 과감한 변화를 지향하는 사람이다. 특히, 존경하는 박정희 대통령을 본받고 싶다. 제가 도지사를 하면서 늘 강조해 온 것은 ‘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도민에게 필요한 일이면 반대가 있더라도 시작하고 끝까지 책임지고 해내는 것이었다. 저는 도민이 ‘경북에서 살아도 희망이 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만들고 “경북이 대한민국의 혁신을 주도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간다”는 자부심을 갖게 하는 것이 과제라고 생각한다. 중앙정부 눈치만 보는 지방 행정 책임자가 아니라 당당하게 지역의 미래를 설계하고 과감하게 도전하는 지도자로 기억되고 싶다. -이번 선거에 임하는 마음가짐은. △우리 경북도민들께서는 일 잘하면 이리저리 재지 않고 믿고 맡겨 힘을 실어주는 분들이다. 하지만 선거는 항상 겸허한 마음으로 임해야 한다.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시대적 과제를 제대로 꿰뚫고 있는지, 그것을 실행할 능력이 있는지,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그리고 분명한 답을 말씀드리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대구·경북을 다시 대한민국 중심으로 만들고 싶다는 저의 꿈은 결국 우리 시도민들과 출향인들 모두의 꿈이자 지역 청년들의 기대이기도 하다. ‘공직자는 일하다 죽는 것이 가장 큰 영광’이라고 늘 이야기해 왔다. 도민들께서 제가 맡아온 임무를 완수하고 가라고 허락하시면 책임을 감당할 각오가 되어 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프로필 △1955년 8월 15일, 경상북도 김천시 감문면 출생 △경북대 사범대학 수학교육과 학사, 연세대 행정대학원 정치학 석사, 대구대 명예 경영학 박사, 경북대 명예 교육학 박사 △국가정보원 국장 역임 △경북도 정무부지사 △제18·19·20대 국회의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자유한국당 최고위원 △제32대·제33대 경북도지사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6-02-22

TK통합 성공은 시민 권한 확대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 21일 포항 포은흥해도서관에서 열린 ‘K-국정설명회’에서 던진 화두는 단연 TK통합이었다. 대구·경북 행정통합은 찬반을 떠나 지역 사회의 구조를 근본부터 흔드는 중대한 의제다. 그 자리에서 김 총리는 “통합 이후 그것이 발전의 길이 될지 여부는 전적으로 주민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통합의 성패를 중앙정부가 아닌 주민의 판단에 맡기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한 셈이다. TK통합 논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이미 여러 차례 행정통합을 공식 의제로 올렸고, 공동연구용역과 공론화 과정을 거쳐 특별자치단체 모델까지 검토해왔다.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인구 약 500만 명, GRDP 기준 전국 상위권 규모의 초광역 경제권이 형성된다. 권한과 재정 규모 역시 확대된다. 일부에서는 ‘수도권에 맞설 유일한 비수도권 블록’이라는 기대도 내놓는다. 하지만 숫자와 외형만으로 통합의 정당성이 완성되지는 않는다. 김 총리가 강조했듯 “통합의 의미는 단순히 권한이나 재정이 늘어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통합이 또 하나의 거대 행정조직을 만드는 데 그친다면, 지역 소멸의 흐름을 되돌리기 어렵다. 지금 TK가 직면한 현실은 냉혹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경북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청년층 순유출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다. 대구 역시 제조업 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성장동력이 약화된 지 오래다. 결국 통합의 본질은 ‘규모의 확대’가 아니라 ‘구조의 전환’이어야 한다. 김 총리가 배경으로 제시한 ‘지방주도 성장전환’은 이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서울에 인구·자본·청년이 과도하게 집중된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가 전체의 지속 가능성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진단은 이미 여러 국책연구기관 보고서에서도 반복돼왔다. 수도권 인구 비중은 50%를 넘어섰고, 청년 고용의 질 좋은 일자리 역시 서울·경기 지역에 몰려 있다. 지방이 스스로 성장 동력을 갖추지 못하면 통합 역시 껍데기에 불과하다. 포항을 예로 들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포항시는 한때 대한민국 제조업을 상징했다.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철강 산업은 지역 경제의 심장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탄소중립 흐름, 중국발 공급과잉, 철강 시황 변동성 속에서 구조전환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다. 김 총리가 언급한 것처럼 수소 산업, 2차전지, 반도체, SMR 등 미래 산업과의 결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 전략이다. 다만 이 지점에서 질문은 더 구체화된다. TK통합이 포항의 산업전환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가. 통합 광역정부가 들어서면 산업정책의 조정 권한이 커지고, 국비 확보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 예컨대 초광역 교통망, 연구개발 특구, 국가첨단산업단지 지정 등에서 통합 단위의 전략 수립이 유리할 수 있다. 그러나 동시에 행정 중심이 대구로 쏠릴 경우 경북 동해안권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공존한다. 행정통합은 필연적으로 권한 재배분의 문제를 동반한다. 청사 위치, 의회 구성, 예산 배분 방식, 공공기관 이전 등 민감한 사안이 줄줄이 대기한다. 과거 다른 지역의 광역 통합 논의가 번번이 좌초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통합이 ‘균형발전’이 아닌 ‘중심 재편’으로 비쳐질 경우 지역 내부 갈등은 오히려 증폭될 수 있다. 그래서 김 총리의 발언 중 가장 주목할 대목은 “시민의 권한이 더 강해지고, 견제와 균형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살아나는 정치 개혁적 통합으로 가야 한다”는 부분이다. 통합 논의가 행정 효율성이나 예산 규모의 확대에만 머문다면 주민 설득은 쉽지 않다. 주민투표, 공론화위원회, 권역별 자치권 보장 장치 등 구체적 제도 설계가 병행되어야 한다. TK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다.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지방이 스스로 생존 방식을 재정의하는 시험대다. 그러나 방향을 잘못 잡으면 또 하나의 거대 담론에 그칠 위험도 있다. 통합 이후 4년, 10년 뒤 청년이 돌아오고 기업이 투자하며 인구 감소세가 완화될 수 있는지, 그 실증적 시나리오를 제시하지 못하면 통합은 구호로 끝난다. 정치권은 통합의 명분을 말하고, 정부는 구조 전환을 강조한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부 설계도다. 권한은 어디로, 재정은 어떻게, 산업 전략은 무엇으로 재편할 것인가. 무엇보다 포항과 같은 산업도시가 통합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 축으로 설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할 수 있는가. TK통합은 규모의 정치가 아니라 책임의 정치여야 한다. 권한이 커질수록 책임도 무거워진다.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 청년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지 못한다면 어떤 통합도 성공이라 부르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통합을 위한 통합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통합이다. /임창희 선임기자 lch8601@kbmaeil.com

2026-02-22

조용한 기부, 깊은 울림… 받은 만큼 사회에 되돌리는 기업인

누군가는 성공을 숫자로 말한다. 매출, 자산, 성장률. 그러나 백승엽 대승그룹 회장은 성공의 기준을 조금 다르게 정의한다. “사람에게 남기는 온기가 곧 진짜 성과입니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보다 현장을 택하는 기업인. 백 회장은 고액 기부자 모임인 사랑의열매 아너 소사이어티 가입을 계기로 본격적인 나눔의 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조용하다. 사진 촬영이나 홍보보다 실제 도움이 필요한 곳을 먼저 찾는 스타일이다 □ 장애인시설에서 시작된 인연, 이어지는 동행 그의 나눔은 우연한 방문에서 시작됐다. 한 장애인 복지시설을 찾았다가 낡은 재활 기구와 부족한 생활 환경을 보고 마음이 움직였다. 이후 단순 후원이 아닌, 환경 개선과 자립 지원 중심의 지속적 지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재활 장비 보강, 생활 필수품 지원, 자립 프로그램 후원까지. 백 회장은 “도와주는 관계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동행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복지 현장 관계자들은 그의 지원을 두고 “필요한 걸 정확히 짚어주는 후원”이라고 평가한다. 보여주기식 기부가 아닌, 실제 삶의 질을 바꾸는 도움이라는 것이다. □ 명절에도, 위기의 순간에도… 끊이지 않는 손길 백 회장의 나눔은 특정 시기에 그치지 않는다. 명절이면 저소득 가정과 독거노인을 위한 생필품을 전달하고 혹한기에는 난방비 지원도 이어간다. 갑작스러운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에 처한 이웃에게는 의료비 후원도 빠지지 않는다. 그는 늘 같은 말을 한다. “도움이 필요한 시점은 달력에 적혀 있지 않다” 고. 그래서 그의 후원은 정기적이면서도, 동시에 긴급하다. □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 백승엽 회장의 나눔 철학은 단순하다. “나는 운이 좋아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그 운을 사회와 나누는 게 내 몫이다.” 이 생각은 기업 운영에도 스며들었다. 임직원들과 함께하는 봉사활동, 지역 밀착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고, 구성원들 역시 ‘회사와 함께 나누는 문화’를 체감하고 있다. 한 직원은 “회장님의 행동이 조직 문화를 바꿨다”며 “이제는 직원들 스스로 봉사와 기부에 참여하려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전했다. □ 조용하지만 오래가는 선행 백 회장은 앞에 나서기를 꺼린다. 대신 꾸준함을 택한다. 그의 선행은 뉴스 한 줄로 끝나지 않고, 지역 곳곳에서 삶의 변화를 만들어 낸다. 지역 복지 관계자는 이렇게 말한다. “백 회장의 지원은 일회성이 아닙니다. 계속 이어지기에 현장에 큰 힘이 됩니다. 기업인의 사회적 책임을 가장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고 했다. 조용한 발걸음으로 도시를 따뜻하게 만드는 백승엽 회장의 이야기는 오늘도 누군가의 삶에 작은 희망을 전하며 각박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다. /황성호기자 hsh@kbmaeil.com

2026-02-22

주호영 국회부의장, 자서전 출판기념회 열고 “지방에 기업 유치 위해 세금 감면해야”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22일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을 높이기 위해 지방에 많은 기업을 유치하려면 세금을 감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 부의장은 이날 대구 그랜드호텔 2층 다이너스티홀에서 첫 저서 ‘주호영의 시간, 그리고 선택’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는 나경원·윤상원 국회의원과 정준호 배우의 영상 축사로 시작했으며, 시민 30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석했다. 주 부의장은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파격적 세제 차등’ 구상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오지 않으면 지역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며 “시장이나 지사의 개인기로 몇 개 기업을 유치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지방에 오는 것이 ‘덕’이 되게 해야 한다. 그 방법은 결국 세금”이라고 했다. 주 부의장은 수도권과 지방의 법인세율을 차등화하는 방식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주 부의장은 “현재 국세의 80%를 수도권 기업이 부담하고 있다”며 “수도권 법인세를 1%만 올려도 상당한 세수가 확보된다. 그 재원으로 비수도권 법인세를 4% 낮추면 전체 세수 감소 없이도 수도권과 지방 간 5%P 차이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경우 기업들이 비용 구조를 따져 지방 이전을 검토할 유인이 생기고, 수도권 과밀과 집값 문제, 지역 소멸과 저출산 문제까지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은 집값과 생활비가 상대적으로 낮아 청년층의 결혼·출산 여건도 개선될 수 있다”며 “수도권 집중과 지역 소멸을 풀 수 있는 실질적 수단은 세금밖에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상속세 역시 지역별 차등 적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주 부의장은 “기업이 남쪽으로 멀리 내려올수록 상속세를 더 많이 깎아주고, 서울과 가까울수록 혜택을 줄이는 방식이 합리적”이라며 “추풍령 이남으로 이전하는 기업에는 대폭적인 혜택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당 일각에서 제기된 ‘특정 지역 10년 이상 존치 시 상속세 면제’ 방안에 대해서는 “면제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야당이 동의하겠느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최근 대통령도 서울에서 먼 지역일수록 세제 차이를 둬 기업이 지방으로 가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면 지역의 많은 현안이 풀릴 것”이라고 했다. 주 부의장은 “대구 예산이 11조 7000억원, 경북이 13조원으로 합쳐 25조원이지만, 매년 수천억원을 더 받아오는 것으로는 근본 해결이 어렵다”며 “세제 구조를 바꾸는 것이 결정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제가 대구·경북을 책임지게 된다면 중앙정부와 끊임없이 협상해 반드시 관철하겠다”고 지지를 호소했다. 글·사진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6-02-22

훈련 중 요트 ‘풍덩’⋯포항 앞바다서 표류하던 4명 구조

휴일 오후 포항 앞바다에서 해상 훈련 중이던 딩기요트들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으나 해경의 신속한 대응으로 승선원 전원이 무사히 구조됐다. 22일 포항해양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 13분쯤 포항시 환호항 남서쪽 약 0.9km(0.5해리) 해상에서 훈련 중이던 딩기요트가 뒤집혔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를 받은 해경은 즉시 포항구조대와 포항파출소 연안구조정을 현장으로 급파했다. 구조대원들은 바다로 뛰어들어 표류 중이던 20대 남녀 2명을 직접 구조해 육상 소방팀에 인계했다. 나머지 승선원 2명은 함께 훈련하던 아카데미 측 구조선에 의해 먼저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다. 구조된 4명(20대 남성 2명·여성 2명)은 강한 바람과 차가운 바닷물로 인해 저체온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사고 직후 표류하던 요트 2척에 대한 조치도 긴박하게 이뤄졌다. 1척은 아카데미 구조선이 두호항으로 예인했으며 나머지 1척은 해경 연안구조정이 여남항으로 안전하게 끌어왔다. 이근안 포항해경서장은 “해양레저 활동 시에는 구명조끼 착용 등 안전수칙 준수는 물론 기상 상황을 사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며 “신속한 대응체계를 유지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2026-02-22

TK 행정통합 ‘24일 본회의’ 분수령···與, 법사위 전체회의 상정

대구·경북(TK)의 백년대계를 바꿀 행정통합 특별법안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마지막 급물살을 타고 있다. 22일 정치권과 대구시 등에 따르면 국회 법사위는 23일 전체회의를 열어 ‘대구·경북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안’을 상정하고 체계·자구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6·3 지방선거에서 통합지자체장을 선출하기 위해 이달 내 본회의 통과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민주당의 강행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국민의힘 소속 광역단체장이 반대하는 충남·대전 통합안이 변수로 부상하면서, 민주당이 합의가 완료된 대구·경북과 전남·광주 특별법만 우선으로 분리 처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TK행정통합 특별법이 법사위 문턱을 넘으면 24일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가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법사위 단계에서의 ‘추가 특례’ 반영이다. 특히 광주·전남 통합특별법안에는 포함됐지만 TK안에는 빠지거나 보완이 필요한 조항들을 반드시 챙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군 공항 이전 및 신공항 지원 사업 특례’가 거론된다. 광주·전남안에는 통합특별시장이 공항 주변 지역과 연계한 산업생태계 조성 및 항공사업자에 대한 행정·재정 지원 근거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TK 역시 신공항 활성화를 위한 지원 근거를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밖에 특례에 꼭 포함돼야 할 현안으로 △신공항 건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경북 북부권 거점 국립의과대학 설치 △국가 바이오·백신 클러스터 조성 등이 꼽힌다. 다만 예비타당성조사 면제나 의대 신설 등은 관계 부처와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최종적으로 어느 수준까지 반영될지는 아직 유동적이다. 법사위는 원칙적으로 체계·자구 범위 내에서의 수정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여야 합의와 정부 의견을 전제로 한 ‘문구 조정’ 가능성이 거론된다. 현재 대구시와 경북도는 관계 부처와의 협의를 이어가며 막판 조율에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22

여 “2월 내 사법개혁·통합법 처리” vs 야 “전면 필리버스터”···본회의 앞두고 강 대 강 대치

내달 3일 2월 임시국회 종료를 앞두고 여야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사법개혁 3법’과 행정통합 특별법 처리를 놓고 정면충돌하고 있다. 민주당이 24일 본회의를 열어 개혁·민생 법안을 일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히자 국민의힘은 전면적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포함한 총력 저지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사법개혁 3법(법왜곡죄·재판소원제·대법관 증원)을 2월 국회 내 매듭짓겠다는 방침이다.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부의된 이들 법안은 사법 제도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판사·검사를 처벌 대상으로 하는 법왜곡죄를 두고는 당 일각에서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막판 문구 조정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와 함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 내란·외환죄에 대한 대통령 사면권을 제한하는 이른바 ‘사면금지법’, 아동수당 지급 연령 상향 법안 등도 본회의 상정 대상으로 검토 중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사법개혁 법안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법’으로 규정하고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민주당이 일방 처리를 강행할 경우 ‘대미투자특별법’을 대응 카드로 사용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현재 대미투자특별법 특위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맡은 상태다. 또한 국민의힘은 쟁점 법안뿐 아니라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안건 전반에 대해 필리버스터에 나설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 민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하면 본회의 장기 지연 전략으로 맞서겠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은 일단 23일 의원총회를 열고 구체적인 대응 수위를 결정할 계획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필리버스터가 이어지면 회기를 쪼개 본회의를 반복 개최하는 방안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필리버스터 오남용 방지’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 재추진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22

지선 D-100, 요동치는 TK 판세… 野 ‘물갈이 공포’ 속 쪼개진 틈새 노리는 與

오는 6월 3일 치러지는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국민의힘 심장부 대구·경북(TK) 정치판이 요동치고 있다. 이번 선거는 야권발 대대적인 인적 쇄신 폭풍과 초유의 전직 대통령 ‘내란죄 1심 선고’로 분열된 보수 민심, 이를 파고들려는 더불어민주당의 전략적 공략이 뒤엉킨 역대급 ‘안갯속 판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이번 TK 지방선거의 가장 큰 뇌관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예고한 ‘고강도 인적 쇄신’이다. 이정현 공관위원장이 일찌감치 “무조건적인 현역 프리미엄을 억제할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히면서 지역 정가에는 긴장감이 흐른다. 이 위원장은 22일에도 페이스북에 “현직이라고 자동 통과 안 된다. 지지율, 직무 평가, 주민 신뢰가 기준 미달이면 용기 있게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우선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는 오는 24일 처리가 유력한 ‘대구·경북 행정통합 특별법’ 이 핵심 변수다. 현재 대구시장 선거에는 국민의힘 소속 8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6선의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 4선의 윤재옥 의원(대구 달서을), 3선의 추경호 의원(대구 달성), 초선의 유영하 의원(대구 달서갑)과 최은석 의원(대구 동구군위갑), 홍석준 전 의원, 이재만 전 동구청장,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이 그들이다. 경북도지사 선거에는 3선에 도전한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이강덕 전 포항시장 등이 뛰고 있다. 만약 ‘통합특별시장’ 선거가 현실화될 경우 국민의힘은 경선으로 공천후보를 뽑을 가능성이 높아 인지도가 높은 예비후보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당장 대구시장 예비후보들은 경북공략에, 경북도지사 예비후보들은 대구공략에 총력을 쏟아야 할 상황이어서 선거운동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 앞으로 예비주자간 활발한 합종연횡도 예상된다. 민주당에서는 대구시장 유력 후보군이던 홍의락 전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한 이후, 김부겸 전 국무총리의 차출론이 다시 부상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통합특별시장 선거가 치러질 경우 경북 상주가 고향인 김 전 총리 등판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TK지역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전략적 현역 컷오프’가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때문에 3선이나 재선을 노리는 현역 단체장들은 공천을 장담할 수 없어 비상이 걸린 상태이며, 3선 연임 제한으로 무주공산이 된 대구 3곳(달서구·북구·서구)과 경북 2곳(포항·의성)에는 정치신인을 포함한 예비 주자가 난립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틈새를 정조준하고 있다. 대구 9개 구·군 가운데 7곳에 후보를 냈고, 경북에서는 ‘인물론’으로 승부수를 띄울 예정이다. 구미에는 장세용 전 시장, 그리고 이재명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는 이삼걸 전 행정안전부 차관이 등판할 가능성이 높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6-02-22

사람들 곁에 머문, 60년 사제의 길

1939년 평양에서 태어나 한국전쟁의 상처를 겪으며 성장한 천주교 대구대교구 원로 사목자 조정헌(88·파트리치오) 신부가 올해 사제 수품 6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그의 삶을 조명하는 다큐멘터리 ‘님따라 한평생’이 오는 26일부터 3월 8일까지 가톨릭평화방송 TV에서 총 2부에 걸쳐 방영되며, 방송 이후 한 달여 간 유튜브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다.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학 졸업 후 1966년 사제 서품을 받은 그는 로마 유학, 군종 사목, 대학교수, 병원장, 복지시설 운영 등 다채로운 사목 현장에서 신자들과 함께해왔다. 지난 21일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전쟁의 기억부터 검도 7단 도전까지, 여전히 청년 같은 열정으로 채워가는 삶의 이야기를 전했다. △젊은 에너지의 비결: 일상 속 꾸준함 기자가 신부님의 젊은 모습에 놀라움을 표하자, 그는 특유의 유쾌한 웃음과 함께 답했다. “여름에는 매일 2시간씩 나무와 정원을 가꾸고, 겨울에는 스키를 타며 몸을 단련합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도장에서 검도 수련도 하죠. 오는 6월 6일에는 7단 대회에도 출전할 예정입니다.” 실제로 그는 10년 넘게 이 대회 최고령 참가자로 활약하며, 지난해 시니어 검도 대회에서 은메달, 나이제한없는 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기도 했다. 4년 전에는 자전거로 국토 종주 그랜드 슬램을 달성하는 등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위한 노력이 일상에 녹아있다. △전쟁의 상처에서 찾은 소명: 사제의 길 어린 시절 평양에서 배를 타고 월남한 그는 전쟁의 참혹함을 온몸으로 겪었다. “인민군의 총격, 중공군 피난길···. 어린 눈에 비친 세상은 생존이 걸린 곳이었습니다. 그런 경험이 제 성격과 가치관에 영향을 미쳤죠.” 의대 입시를 준비하던 고등학생 시절, 친구와의 자취 생활 중 문득 사제의 길을 떠올렸다. “소속감 없는 피난민 생활 속에서, 구원받을 가장 확실한 길이 사제가 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파티마의 성모 발현 기록과 십자가의 요한 성인 전기가 큰 영향을 주었죠.” △유럽에서의 유학과 도전: 산과 신학의 조화 오스트리아 유학 시절, 그는 학업과 함께 산악 활동에 매료됐다. “인스부르크의 2000m 고봉들을 오르며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꼈어요. 스위스 마터호른, 프랑스 몽블랑, 멕시코 포포카테페틀까지···. 한국인으로선 최초로 오른 산들이죠.” 하지만 학업도 소홀히 하지 않아 인스부르크대에서 신학석사 학위를, 로마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신학교에서 문학 전집을 독파하며 쌓은 교양이 평생 큰 자산이 됐다”고 덧붙였다. △사회 시설에서 꽃피운 사목: 희망원과 교회의 역할 1960~70년대 군종 사목을 거쳐, 그는 대구정신병원장과 시립희망원장으로 10년간 헌신했다. “희망원에 처음 갔을 때 700명이 넘는 이들이 열악한 환경에 방치된 모습을 보며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는 절박함이 들었습니다.” 직접 대형면허를 취득해 앰뷸런스를 운전하고, 교구 차원의 지원을 이끌어내며 시설을 개선한 그는 “당시 복지는 전문성보다 희생정신이 우선이었지만,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고 평가했다. 교회의 역할에 대해서는 “종교 간 화합을 이루며 사회적 약자의 비빌 언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로사목자의 소명: 청하공소와 회심의 공간 2009년 원로사목자로 은퇴한 그는 현재 포항시 북구 청하면에 위치한 청하공소 최해두 회심경당에서 신자들과 함께 생활한다. “은퇴했지만 매일 요양병원 봉성체를 다니며 작은 공동체와 어울리다 보니 현역과 다를 바 없어요. 오히려 신자들과 더 가까이 지낼 수 있어 행복합니다.” 특히 그가 거주하는 최해두 회심경당은 배교자의 회개를 기리는 특별한 공간이다. “초기 교회 신자 최해두의 참회 기록을 보면, 신앙의 유혹을 이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절감합니다. 이 공간이 냉담자들에게 작은 위로가 되길 바라죠.” △검도와 기도: 몸과 영혼의 균형 공인 7단의 검도 실력자인 그는 “운동이 몸과 마음을 단련해주고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큰 도움된다”고 말한다. “후배 사제들에게 권하고 싶어요. 단, 꾸준함이 중요하죠. 저는 검도가 좋았지만 각자 맞는 운동을 찾아보세요.” 마지막으로 사제의 삶을 지탱해온 좌우명을 묻자, 그는 로마서 8장 28절 말씀을 떠올렸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는 구절이요. 전쟁도 가난도 결국은 은총의 일부였습니다. ‘주님, 저를 불쌍히 여기소서(Miserere mei Deus)’라는 기도로 하루를 마칩니다.” 조정헌 신부의 삶은 ‘사람들 곁에 머무는 사제’의 모범을 보여준다. 전쟁의 상처, 유학의 도전, 사회 시설의 헌신, 원로사목자의 여유까지. 그의 다음 여정은 청하공소에서 신자들과 함께 냉담자 회심을 위한 기도와 실천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하느님은 언제나 우리를 기다리십니다. 다만 문을 두드리는 것은 인간의 몫이죠.” 그의 말처럼, 회심은 끝이 아닌 현재진행형의 과제다. 글·사진/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6-02-22

국민 대신 윤석열을 받드는 전환인가

국민의힘이 늪에 빠졌다. 이런 상태로 지방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염려된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지방선거 포기하고, 당권을 선택했다”라고 평가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혐의 1심 판결이 가져온 후폭풍이다.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443일 만이다. 재판부는 내란 혐의를 인정했다.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고 민주당은 불만이다. 내란 수괴에게 선고할 수 있는 형량은 사형 아니면 무기징역이다. 판사가 정상을 참작해 작량감경(酌量減輕)할 수는 있다. 하지만 하지 않았다. 한국에서는 사형이 사실상 폐지됐다. 29년째 사형 집행이 없었다. 사형을 선고해도 집행이 안 된다. 비상계엄 중에 유혈사태는 없었다. 그런데도 집행도 안 될 사형을 선고하라고 사법부를 압박하는 것은 지나치다. 12·3 비상계엄이 내란임을 분명히 해, 혼란을 정리할 가닥을 잡은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에게 비상계엄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 하지만 헌법 질서 안의 권한이다. 국회는 비상계엄을 해제할 수 있다. 비상계엄으로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킬 수는 없다. 민주주의는 견제와 균형 위에 존립한다. 국회를 봉쇄한 건 열쇠를 넣은 상자를 잠근 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한 대로 ‘국회의 권한 행사로 인한 국익 저해 및 국정 마비’가 있었다고 해도, “정치적·제도적 수단을 통해 해결할 문제이지, 병력을 동원해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재판부의 판단이 옳다. 지귀연 부장판사는 “성경을 읽는다고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라는 서양 속담을 인용했다.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를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라는 주장은 “이유나 명분을 목적과 혼동한 주장”이라는 것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한다는 명분으로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이율배반이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의 장치가 균형을 잃을 때 어떤 참극이 벌어지는지 똑똑히 봤다. 윤 전 대통령은 선고 이후에도 비상계엄이 ‘구국의 결단’이었다고 주장했다.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많은 좌절과 고난을 겪게 해드린 것에 대해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쿠데타를 사과한 게 아니라, 쿠데타 실패를 사과한 것이다. 반성은커녕 “법과 양심에 의한 판결을 기대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재판부를 희롱했다. 더구나 “싸움은 끝이 아니다”라고 선동했다. 이런 마당에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1심 판결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들먹였다. 비상계엄이 무죄이고, 유죄 판결이 참담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게 자기 생각을 밝히지도 못했다. 대법원 확정판결을 기다리라고 한다. 비겁하다. 정치는 재판으로 결론을 내는 영역이 아니다. 불법만 아니면 무엇이나 해도 되는 분야가 아니다. 정치지도자는 국민을 앞장서 이끌어야 한다. 법률적 책임뿐 아니라 도덕적 책임과 정치적 책임까지 져야 한다. 그런데 장 대표는 아직도 자신이 판사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는 “국민의힘은 줄곧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라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무죄라는 뜻을 담고 있다. ‘계엄은 정당했다’라는 ‘윤어게인’ 세력과 보조를 같이하고 있다. 물론 대통령은 계엄령을 선포할 권한이 있다. 계엄령이 바로 내란은 아니다. 그렇지만 국회를 마비시키려 했다. 헌법상 견제 장치를 파괴하려 했다. 장 대표는 차라리 ‘무죄’라고 떳떳이 말하는 게 정직하다. 극우세력의 비위를 맞추면서도, 책임은 지지 않으려 한다. 이미 443일이 지났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기다려야 판단할 수 있나. 전쟁이 터져도, 내란이 발생해도, 법원만 쳐다보겠다는 건가. 국민에게는 분명한 의견을 밝히고, 사과해야 할 것 아닌가. 보수세력을 괴멸하건 말건, 선거에 이기건 말건, ‘무죄추정’만 주장할 건가. 장 대표는 사과보다 ‘전환’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쿠데타 세력이 아니라, 쿠데타 저지 세력을 쫓아낸다. 국민의힘을 ‘윤석열의 힘’으로 전환하고 있다. 실천이 따르지 않는 사과는 거짓이다. 사과마저 회피하기 위해 변명하고, 쟁점을 흐리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겁하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6-02-22

“소통·협업만이 안전 지킨다”

각 공정에 필요한 물 끊김 없이 공급되도록 관리 문제없이 흐르고 있는 물 확인 때마다 보람 느껴 산업안전·위험물·가스산업기사 등 자격증 다양 팀워크로 ‘안전시설물 개선’ 우수 포상 값진 성과 명장 꿈 실현 위해 늘 배우는 자세로 경험 쌓을 것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설명해달라. △제철소에서 물은 설비를 식히고 공정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자원이다. 나는 포항제철소 에너지부 동력섹션 수질점검반에서 근무하며, 제철소 각 공정에 필요한 물이 끊김 없이 공급되도록 관리하고 있다. 포항제철소 에너지부 동력섹션은 제철소 설비가 안정적으로 가동되도록 가스, 스팀, 용수 등 주요 에너지원 공급을 맡고 있다. 수질점검반은 그중 용수 분야를 전담하며, 원수 취수부터 정수·냉각·순환·폐수 처리까지 전 과정을 관리한다. 입사 후 4년 동안 현장에서 내 업무는 용수배관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압력·유량·수질 데이터를 분석해 이상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현장에 출동해 누수 차단, 배관 교체, 수질 조정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한다. 처음 현장에 나갔을 때, 제철소 구석구석을 가득 메운 파란색 용수배관이 눈에 들어왔다. 설비 사이를 촘촘히 이어 흐르는 그 배관들을 보며, 현장의 규모와 중요성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때부터 매일이 긴장의 연속이었지만, 그만큼 책임감과 보람도 커졌다. 이제는 중간 위치의 반원으로서 후배들을 지도하며, 안정적 용수 공급을 위해 팀원들과 함께 움직이고 있다.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설비 점검을 마친 뒤, 물이 문제없이 흐르고 있는 것을 확인할 때다. 그 물이 제철소 곳곳을 돌며 생산을 이어간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현장으로 향하게 만든다. -많은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쌓은 역량의 실제 업무 적용은? △다양한 자격증을 취득하며 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실무 역량을 차근차근 쌓아왔다. 예를 들어, ‘기계정비 산업기사’ 준비 과정에서 설비의 작동 원리와 구조를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트러블 발생 시 원인을 신속 진단하고 적절히 조치하는 체계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또한 ‘산업안전·위험물·가스 산업기사’ 자격증을 취득하며 안전에 대한 시야를 한층 넓혔다. 이를 바탕으로, 여러 긴급 복구 작업이 동시 진행되는 상황에서도 작업들이 서로 충돌하지 않도록 신속 판단, 조율하여 복구를 원활히 마무리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얻은 지식과 경험은 현장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제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도 수질환경기사, 인간공학기사 등 추가 자격증을 취득하여 전문성을 더욱 심화시켜 현장을 주도하는 핵심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 -일하면서 가장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언제인지? 팀원들과 협업할 때 본인만의 소통 방식 등이 있는지? △내가 일하면서 가장 큰 성취감을 느꼈던 순간은 용수배관 관리 담당자로서 첫 배관 누수 정비 작업을 처음부터 끝까지 스스로 마쳤을 때이다. 누수 지점의 정확한 위치 파악을 위해 밸브 위치를 직접 찾고, 여러 차례 테스트와 사전 준비를 거쳤다. 정확히 고장난 밸브를 차단하고 누수 정비를 완료한 후, 설비가 다시 정상화되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 한 단계 성장했다고 느꼈다. 이때서 느낀 점은, 용수배관 관리 업무가 혼자 힘으로는 절대 완성될 수 없다는 것이다. 보통 정비 일정이 확정되면 다른 팀원들의 예정된 작업을 먼저 파악하고, 일정이 겹칠 경우 미리 조율해 업무가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다. 소통 방식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이러한 소통과 협업 덕분에 팀원들과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안전시설물 개선 우수 포상 등 값진 성과를 함께 이뤄낼 수 있었다. 앞으로도 팀원들과 원활한 협업을 통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현장을 만들어가고 싶다. -포스코에서 가장 만족하는 점은? △포스코에서 근무하며 가장 크게 느끼는 자부심은, 직원과 가족 모두를 세심하게 배려하는 복지제도다. 가족을 위한 복지로는 휴양시설 지원, 가족 건강검진, 자녀 교육비 지원 등 다양한 제도가 있어, 가족의 삶의 질까지 함께 높여준다. 직원 개인의 삶과 건강을 위한 제도도 매우 탄탄하다. 격주 4일제와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유지시키고, 사내 산업보건센터에서는 다양한 운동 프로그램과 함께 필요 시 전문 진료를 상시 받을 수 있다. 또한 회사에서는 콘서트, 강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자주 개최해, 지방에서 접하기 어려운 문화생활을 누릴 기회도 제공한다. 자기개발과 교육 지원도 높은 만족도를 느끼고 있다. 포스코는 직원과 가족의 행복을 함께 만들어가는 든든한 동반자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은 예비 후배들에게 자신 있게 자랑하고 싶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개인적으로 성장하고 싶은 방향이 있다면? △가장 큰 목표는 언젠가 포스코 명장이 되는 것이다. 명장은 그저 기술만 뛰어난 사람이 아니라 선후배들에게 인정받으며 현장에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한다. 관리와 유지보수는 경험과 노하우가 정말 중요한 분야라서, 매일 현장에서 쌓는 경험이 내 역량을 한층 더 키워주고 있다. 개인의 성장에만 머무르지 않고, 선후배들과 함께 더 좋은 방법을 찾고 서로의 노하우를 나누며 모두가 발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 싶다. 언젠가 포스코 명장이 되는 영광을 얻게 된다면, 그 기쁨을 지금의 동료들과 꼭 나누고 싶다. 늘 배우는 자세로 작은 변화와 노력이 큰 성과로 이어지도록 매 순간 책임감을 갖고 임하겠다. 앞으로 포항제철소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맡은 바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6-02-22

“LNG 공급시설은 ‘혈관’ 역할”

설비 특성상 주기적 점검·세심한 관리는 필수적 기본·원칙 바탕으로 끊김없는 에너지 공급 심혈 땅속 배관 파손 위치 정확히 찾는 아이디어 고안 비용절감 등 성과 포스코 고유 노하우 등록 결실 안전·효율성 높이는 핵심 전문가로 성장하고파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담당하고 있는 업무에 대해 설명해달라. △포스코 에너지부 동력섹션에서 근무하며, LNG 공급시설의 관리와 안전관리 업무를 맡고 있다. 2021년 입사 이후 4년째, 포항제철소에 에너지가 끊기지 않고 안정적으로 공급되도록 운영 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제철소의 에너지 설비는 전체 공정의 원활한 운영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에, 항상 큰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 특히 LNG는 제강, 압연, 수소플랜트, 발전 등 주요 공정에서 열원과 원료로 사용되는 자원이다. 사람에 비유하자면, LNG공급시설과 배관망은 제철소 전체에 에너지를 제공하는 ‘혈관’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 혈관이 원활하게 작동해야 모든 공정이 문제없이 돌아갈 수 있기 때문에, 안정적인 운영과 꼼꼼한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LNG는 설비의 특성상 주기적인 점검과 세심한 관리가 필수적이다. 나는 ‘끊김 없는 에너지 공급’과 ‘안전한 운영’이라는 가장 중요한 목표를 항상 염두에 두고, 기본과 원칙을 바탕으로 매일 현장에서 설비를 점검해 오고 있다. - 포스코 신입사원 교육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어떤 계기로 포상을 받았는지, 그 경험이 현재 회사 생활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말해달라. △포스코 신입사원 직무훈련 과정에서 최우수상(회장상)을 수상한 경험이 있다. 당시 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자”는 마음가짐으로 훈련에 임했었다.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내려는 태도를 보여주었고, 그 과정에서 직무 성적뿐만 아니라 문제 해결 태도와 몰입도도 높이 평가받았다. 특히 팀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협업한 경험은 함께 목표를 이루는 과정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 이 경험을 통해 “어떤 환경에서도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성과로 이어진다”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지금도 그때의 초심을 잊지 않고, 주어진 조건 속에서 작은 개선사항이라도 최선을 다해 실천하고 있다. - LNG공급이나 동력운영 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 직접 도입한 아이디어나 시스템이 있다면 자랑해달라. △동력운영 업무를 하면서 현장에서 다양한 개선활동을 해왔다. 특히, 땅속 배관의 파손 위치를 더 쉽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도입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기존에는 배관 손상 여부 확인을 위해 물을 주입하는 방식을 사용했으나, 이 방법은 탐사 정확도가 낮고 시간이 오래 걸릴 뿐만 아니라, 주변 구조물에 영향을 주는 등 여러 한계가 있었다. 이에 스팀을 주입한 뒤, 지면의 온도 변화를 열화상카메라로 관찰하는 새로운 탐사 방식을 도입했다. 이 방법을 통해 파손된 배관 위치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탐지할 수 있었고, 업무 효율과 안전성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번 개선은 실제 현장에서 높은 효과를 보이며 연간 상당한 비용 절감과 재무성과로 이어졌으며, 그 우수성이 인정되어 포스코 고유 노하우(A급)로 등록됐다. 이 경험을 통해 현장의 작은 불편함도 혁신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배움을 얻었다. 앞으로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현장을 계속해서 혁신해 나가고 싶다. - 포스코에서 근무하면서 느끼는 보람이나, 이 회사만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포스코에서 일하며 가장 큰 보람을 느꼈던 순간은, 예상치 못한 위기 상황 속에서 여러 부서가 한마음으로 협력해 문제를 해결했던 경험이다. 특히, 긴급복구 공사에 참여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복구 난이도가 예상보다 훨씬 높았지만, 운전·정비·안전·지원 등 각 부서가 긴밀하게 소통하며 신속하게 대응한 덕분에, 예정된 기간보다 훨씬 빠르게 복구를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작업이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진행됐고, 각자의 역할을 존중하며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모습에서 포스코만의 ‘협업 문화’를 실감할 수 있었다. 현장에서 필요한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이러한 유기적인 조직문화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예기치 못한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더욱 키우고, 부서 간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바탕으로 일하고 싶은 작업 환경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기여하고 싶다. - 포스코에서나 혹은 개인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나 꿈이 있다면 말해달라. △에너지 설비 전문가로서 역량을 한층 더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다. 최근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LNG는 미래 에너지 믹스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러한 변화 속에서 공급시설의 안정적 운영과 고도화된 관리 체계 구축은 제철소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필수적인 부분이다. 현장에서 쌓아온 경험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방 중심 설비 관리, 디지털 진단 기술 도입을 통해 안전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전문가로 성장해 나가고자 한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노하우를 통해 포스코의 에너지 경쟁력을 강화하고, ‘안전’과 ‘신뢰’의 가치를 실천하는 에너지 설비 분야의 핵심 인력으로 성장하고 싶다. /김진홍경제에디터 kjh25@kbmaeil.com

2026-02-22

다시 돌아오는 봄

계절의 순환은 경이롭다. 열흘 전인 2월 13일 마당을 살피다가 아, 하는 소리가 부지불식간에 나온다. 수선화 어린싹 몇 줄기가 뾰족하게 돋아나 있었기 때문이다. 언젠가 수선화 알뿌리를 몇 알 심어놓았는데, 녀석들이 해마다 잊지 않고 봄을 알리는 전령 구실을 하는 것이다. 주위를 살펴보니 샛노란 영춘화(迎春化)가 어느새 담장 아래 환한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 이튿날 바위 틈새에서 튤립과 히아신스도 싹을 틔운다. 며칠 뒤에 학교에 갔더니 홍매(紅梅)가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화사하게 웃고 있다. 그리고 돌 틈에서 크로커스가 보라색 시든 꽃을 달고 처연하게 삐죽, 모습을 드러낸다. 시든 꽃을 보건대, 필시 며칠 전에 마른 잔디 아래서 힘겹게 피어난 것 같다. 미안한 마음에 물을 듬뿍 뿌려준다. 생명에 절실한 물! 조금 늦든 이르든 봄은 기어이 오고야 만다는 지극히 단순한 사실에 새삼 마음이 뻐근해진다. 한번 먼 길 떠나간 사람은 돌아오는 법이 없는데, 초목은 그러지 아니하는 곡절이 궁금하다. 마당에서 자라는 네 종류 구근(球根)인 히아신스, 크로커스, 튤립, 무스카리는 대학 후배가 택배로 보내준 것이다. 그이는 작년에 고인(故人)이 되어 영영 작별한 인연이 있다. 마지막 가는 길에 무슨 상념(傷念)과 만났는지 알 길 없지만, 올해도 여린 싹이 여기저기 돋아나는 걸 보니 자연 그이 생각이 난다. 다소 그늘이 진 얼굴에 떠오는 맑고 순정한 표정과 어색한 웃음이 일품이었던 사람. 만약 그가 네덜란드에서 수입한 네 종류 알뿌리를 전해주지 않았다면, 내가 아끼는 마당의 풍경은 상당히 쓸쓸하고 허전했으리라. 불가(佛家)에서 전해지는 말 가운데 ‘진공묘유(眞空妙有)’가 있다. 참으로 비어 있지만, 묘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다. 비어 있음(空)은 없음과 같은 말이 아니다. 그것은 인연 따라 이루어지지만, 고유한 자성(自性)이 없다는 말이다. 세상 만물은 지수화풍(地水火風) 사대(四大)가 인연으로 서로 엮여서 어떤 형태를 가지며, 그 인연이 다하면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진공은 사물의 본질을 가리키고, 묘유(妙有)는 사물의 작동 원리를 일컫는다. 얼핏 보면 상호 모순적인 표현으로 보이지만, 진공과 묘유는 만물에 내재한 근본원리이자 이치다. 한 알의 사과에서 우리가 들여다보는 것은 무엇인가?! 영양과 비타민, 맛과 향, 색과 형태?! 아니면, 아이작 뉴턴처럼 만유인력의 실마리를 당신은 사과에서 보고 있는가?! 사과 열매를 보면서 씨앗 하나와 흙과 물과 햇빛과 바람을 떠올려 보시라. 적절한 생육조건, 즉 인연이 생겨나서 씨앗 하나가 발아(發芽)하여 싹으로 자라고, 그것이 나무로 생장하여, 벌과 나비의 도움을 받아 수정하여 마침내 열매 맺었음을 상기하면 어떤가! 만약 이런 여러 가지 조건 가운데 하나라도 어긋난다면, 우리는 사과 열매와 만나지 못할 것이다. 홍매와 크로커스가 피고, 수선화와 히아신스가 여리지만, 단단한 싹을 밀어 올리는 것을 보면서 기약 없이 훌훌 떠나간 후배를 떠올린다. 부질없는 노릇이지만, 인지상정 아닌가! 삶에 허여된 ‘지금과 여기’를 치열하고 의미 있게 살아야 한다는 자명한 명제를 곱씹을 시각이다. /김규종 경북대 명예교수

2026-02-22

다케시마의 날 행사 강행한 일본의 억지

일본 시마네현은 22일 예정대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강행했다. 일본 정부는 이번에도 차관급인 내각부 정무관을 파견해 독도가 일본 영토라는 억지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시마네현은 2005년 다케시마의 날 조례를 제정한 후 2006년부터 매년 관련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독도에 대한 일방적인 영유권을 주장하면서 한일정부 간의 마찰을 유발한다. 2024년부터는 동해를 형상화한 카레음식과 독도 모형 위에 죽도 깃발을 꽂은 다케시마 카레를 만들어 현청 구내식당에서 판매해 논란을 키우고 있다. 경북도의회는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와 관련, 일본 시마네현의 다케시마 조례 폐지를 촉구했다. 박성만 의장은 “독도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대한민국 영토인 만큼 정부와 외교당국은 원칙에 기반한 단호한 외교적 대응을 주문한다”고 했다. 다케시마의 날 행사와 관련해 독도수호전국연대 회원들은 21일 서울 탑골공원에서 일본 정부의 독도강탈 만행규탄대회를 열었다. 정부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일본 외무성 차관급 인사가 참석한 것에 엄중 항의했다. 2006년 이후 일본의 작은 도시인 시마네현에서 시작한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일본의 유력 언론들이 보도하면서 이젠 전국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일본인의 관심도 커졌다. 그 영향을 받아 초중고 교과서에도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내용이 게재되는 상황까지 빚어졌다. 성신여대 서경덕 교수는 22일 시마네현 지사에게 보내는 메일에서 “20여년 동안 행사를 강행한다고 해서 독도가 일본 땅이 되지 않는다”며 “독도는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명백한 대한민국 영토”라고 일갈했다. 매년 되풀이되는 다케시마의 날에 의례적인 대응에만 그친다면 일본의 다케시마의 날 행사는 내년에도 그 이후에도 계속 될 것이 뻔하다. 독도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제정하는 문제까지 신중히 검토하는 등 국가 차원의 단호한 대응책을 찾아야 한다. 국제사회의 호응을 이끌어 낼 외교 전략의 강화도 필요하다.

2026-02-22

‘윤석열 블랙홀’ 빠진 국힘, 지방선거는 어쩌나

지방선거를 100여 일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대신 ‘윤 어게인’ 세력에게 러브콜을 보냄으로써 보수진영이 대혼돈에 빠졌다. 장 대표는 20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인정한 법원에 대해 “안타깝고 참담하다”면서 “대통령과의 절연을 앞세워 당을 갈라치기 하는 세력이 절연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당초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선고가 나오면 장 대표가 강성지지층에서 벗어나 외연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기존 기조를 유지하는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당연히 후폭풍이 거셀 수밖에 없다. 당내 비주류뿐 아니라 영남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의원의 5분의 1 이상이 참여하고 있는 ‘대안과 미래’ 간사인 이성권 의원은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했다”며 대표직 사퇴를 요구했고, 소장파 초선인 김재섭 의원은 “장 대표는 분열의 리더십이었고, 철저한 마이너스 정치를 추구해 왔다”고 비판했다. 친한동훈계 박정하 의원은 “국민의힘 대표는 오늘부로 내 사전엔 없다”고 공격했고, 한지아 의원도 “장 대표와 절연해야 한다”고 가세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오로지 본인의 권력만을 위한 선택을 했다는 분석이 주류다. 당 지지율이 쪼그라들더라도 윤 어게인 세력 지지만 유지한다면 당권은 계속 장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본인이 살자고 당을 팔아먹는다“는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이날 장 대표의 ‘절윤 거부’로 국민의힘은 개혁신당과 합리적 보수세력과의 선거연대도 어려워졌다. 당장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국민의힘은 내란판결이 나온 다음 날 ‘계엄이 곧 내란은 아니다’라고 했다”면서 “과거가 떳떳한 정치 세력만이 미래를 말할 자격이 있다”며 국민의힘과 거리를 뒀다. 앞으로 여권의 ‘내란당 공세‘도 강화될 것이다. 장 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가 하루빨리 ‘윤석열 블랙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지방선거 참패는 피할 수 없게 됐다.

2026-02-22

대구공항의 민낯

국토교통부는 지난주 2025년 한해 우리나라 하늘길을 이용한 항공교통량을 집계한 결과를 발표했다. 국제선 수요 회복과 다양한 해외노선 증가로 하늘길 항공교통량이 사상 처음으로 연간 100만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수치는 하루 평균 2778대가 우리나라 하늘길을 오간 것으로 5년 전보다 약 20% 증가했다. 특히 국제선은 작년보다 9.4% 증가했으며 동남아와 남중국 노선은 전체 국제선의 절반이 넘는 52%를 차지한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에 인천, 제주, 김포, 김해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방공항은 하늘길 이용대수가 하루 평균 100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실적을 나타냈다. 항공교통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수도권과 관광지인 제주 중심의 편향된 결과로 분석이 됐다. 특히 대구공항은 하루 하늘길 이용 순위에서 국내 10개 공항 가운데 인천(1193), 제주(487), 김포(390), 김해(300), 청주(88), 무안공항(86)에 이어 7번째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공항의 하늘길 이용 항공교통량은 72대다. 전년 대비 4.7% 증가지만 전국 평균 증가율(6.8%)에는 미치지 못했다. 전국에 있는 지역소재 공항은 공항 이용 정도에 따라 지역경제의 국제화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잣대다. 특히 무역활성화, 관광산업 발전, 고용창출 면에서 지방소재 공항의 활성화는 중요한 경제 요소이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 지방공항의 수용 창출과 성장기반 확충에 애쓰고 있으나 이것 역시 수도권 초집중 현상에 밀려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일극화가 낳은 성장 불균형의 문제 중 하나가 지방공항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6-02-22

포항이 열어갈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경상북도가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신성장 계획’을 발표했다. 북극항로와 에너지, 해양산업을 하나의 축으로 엮고, 영일만항과 부산항, 대구경북 신공항을 연결하는 큰 그림이다. 동해안을 단순한 항만과 관광 공간이 아니라 물류와 에너지, 산업이 함께 움직이는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영일만항의 역할 변화다. 계획에 따르면 영일만항은 북극항로와 에너지, 벌크화물, 콜드체인에 특화된 환동해 관문항으로, 부산항은 글로벌 컨테이너 환적 중심항으로 기능을 분담한다. 여기에 영일만항과 대구경북 신공항을 잇는 해운과 항공 복합 물류 허브를 구축해 북방 물류와 세계 항공 물류를 동시에 처리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담겼다. 그동안 영일만항은 인프라와 입지에 비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물건은 포항에서 만들고 선적은 부산에서 하는 구조가 굳어져 왔다. 이번 계획은 이 구조를 바꾸겠다는 첫 공식 로드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하지만 방향이 옳다고 해서 저절로 성과가 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상이 실제 물동량과 투자, 일자리로 이어지느냐 하는 점이다. 수소와 암모니아 등 청정에너지 물류기지, 해상풍력과 해양 신재생에너지, 철강·이차전지·첨단소재와 항만·공항을 잇는 산업 벨트, 스마트 수산·양식과 해양관광 등 계획에 담긴 과제들은 모두 시민의 삶과 맞닿아 있다. 동해안 여러 도시가 함께 잘 되자는 수준을 넘어, 각 지역이 어떤 기능을 맡고 어떤 성과를 나눌지에 대한 현실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포항은 이 가운데서도 중심축을 담당해야 할 도시다. 영일만항과 블루밸리, 철강·이차전지·수소 산업, 영일만 해역과 호미곶에서 구룡포와 동해면, 장기면으로 이어지는 해양관광과 어촌, 수산 벨트를 모두 품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과 항공 복합 허브, 북극항로 관문 항, 에너지와 해양산업, 수산, 관광의 결합이 실제로 구현된다면, 포항은 제조 도시를 넘어 종합해양 경제 도시로 도약할 수 있다. 시민들의 바람도 분명하다. “이제야 제대로 된 큰 그림이 나온 것 같다”라는 기대와 함께 “이번에도 말로만 그쳐서는 안 된다"라는 우려가 동시에 들린다. 그동안 장밋빛 계획은 많았지만, 삶이 달라진 경험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계획 발표를 환영하면서도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실행력과 꾸준함이 뒤따르지 않으면 종이 위의 설계에 머물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영일만항 배후단지에 어떤 기업을 유치할지, 북극항로와 에너지 항로를 어떻게 개척할지, 해운과 항공 복합 허브 구축에서 포항이 맡을 몫은 무엇인지, 어촌과 어항, 수산업과 해양관광이 어떻게 상생할지에 대한 답은 책상 위가 아니라 현장에서 찾아야 한다. 지방정부를 중심으로 지역 정치가 시민과 함께 머리를 맞대야 할 대목이다. 도시의 발전이 산업 지표 상승에만 그치지 않고 시민의 일자리와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해야 한다. 환동해 블루이코노미 구상은 포항에 큰 기회다. 동시에 준비된 도시만이 과실을 나눌 수 있는 시험대이기도 하다. 포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영일만항을 살리고, 어민과 상인이 함께 웃고, 청년이 머무는 일자리를 만들며, 바다와 항만이 시민의 자부심이 되는 도시로 나아가는 것이다. /김일만 포항시의회 의장

2026-02-22

K 국정 설명회와 효능감의 정치

지난 토요일 포은흥해도서관에서 김민석 국무총리의 ‘K 국정설명회’가 열렸다. 설명회가 열린 포은흥해도서관은 2017년 포항지진 이후 지역사회의 아픔과 회복의 시간을 함께 견뎌온 공간이다. 지진 피해를 딛고 다시 일어선 상징적 장소에서, 내란 사태 이후 재정비된 국정 운영을 설명하는 자리가 열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설명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도서관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포항뿐 아니라 경북 곳곳에서 찾아온 분들까지 더해져 현장의 열기를 실감할 수 있었다. 그만큼 국정 운영의 방향과 성과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날 김 총리께서는 지난 8개월간의 국정 운영 성과를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설명했다. 특히 외교 분야에서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한미동맹 강화, 중국과 일본과의 관계 회복 등 외교적 성과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고 했다. 또한,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 정상들과의 회담 과정에서 상대국의 특성과 분위기에 맞춘 맞춤형 외교 이벤트까지 화제가 되면서, 외교가 형식이 아니라 전략이 될 수 있음을 바로 보여주고 있었다. 코스피 5천 시대 달성, 마이너스 경제 성장률에서 1.8% 반등 등 경제 지표의 회복세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행정통합 문제에 대해서는 지역의 우려와 기대를 청취해, 지금보다 더 경쟁력 있는 방향으로 책임 있게 살피겠다는 뜻을 밝혔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포항지진 촉발 지진 소송과 관련해 국가 책임을 다시 점검해보고 포항의 철강 산업에 대한 지원도 약속했다. 개인적으로는 포항 지진종합안전센터에 대한 국비 지원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달라는 쪽지를 전달하며, 정부가 포항지진 문제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길 기대했다. 설명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머릿속에 가장 오래 남은 단어는 ‘효능감’이었다. 효능감이란 ‘내가 참여한 선택이 실제로 변화를 만들어낸다’라는 감각이다. 정치의 영역에서 효능감은 곧 시민이 자신의 삶과 정치가 연결돼 있다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지난 1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정권이 바뀌고, 외교와 경제, 국정 운영 전반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면서 “우리 삶이 조금은 나아지고 있다”라는 체감이 생겼다면, 그것이 바로 정치효능감의 출발점일 것이다. 정치가 멀고 추상적인 세계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과 직결된다는 감각을 시민들이 다시 느끼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K 국정 설명회는 단순한 보고 자리를 넘어섰다. 정치효능감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기지 않는다. 투표했는데도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 느낄 때, 민원을 넣어도 형식적인 답변만 돌아올 때, 시민들은 정치로부터 한 걸음씩 멀어진다. 반대로 작은 변화라도 체감할 수 있을 때, ‘내가 참여한 정치가 무언가를 바꿀 수 있구나’라는 감각이 쌓인다. 포항지진의 아픔을 딛고 다시 일어선 흥해의 공간에서 열린 국정 설명회는, 정치가 국민에게 어떤 방식으로 다가가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정치가 삶을 바꾸는 힘이 될 때, 국민은 정치에 효능감을 느낀다. 그 효능감이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토대다. 정치는 결국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려고 존재한다. 그것이 필자가 정치에서 꼭 지키고 싶은 가치이자 원칙이기도 하다. /김은주 포항시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2026-02-22

내 안의 이브들

‘이브의 세 얼굴’이란 영화가 있다. 다중 인격을 소재로 한 아주 오래 된 흑백영화로 우연히 TV에서 보고 충격을 받은 작품이었다. 이브 화이트는 소심하며 소박한 모습의 현모양처이다 어려운 살림을 현명하게 잘 꾸려 나간다. 어느 날 그녀에게 제2의 인격이 나타난다. 처녀 적의 이름인 이브 블랙을 사용하며 사치스럽고 방탕한 모습을 드러낸다. 그 두 인격이 번갈아 나타나 많은 사건을 겪다가 우아하고 아름다우며 조신한 모습의 제인이 나타나며 영화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한 사람 안에 둘 또는 그 이상의 각기 구별되는 정체감이나 인격 상태가 존재하는 것을 다중인격이라고 한다. 정신질환의 일종으로 현재에 쓰이는 병명은 해리성 정체감 장애이다. 어린 시절 심한 신체적, 성적 학대를 받았을 때 자기 방어 기제의 한 방편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여성에게 특히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빌리 모리건이라는 사람은 24개의 인격이 드러난 것으로 유명하다. 다른 인격으로 나타날 때에는 본인이 배운 적이 없던 외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동안 이브의 삶을 보며 영화가 주는 묵직한 무게만큼 깊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평상시에도 우리는 갑자기 화를 내거나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이중인격이라는 말을 쓰기도 했으니까. 크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금씩은 그런 모습이 숨어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현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생존 기술일지도 모른다. 내 안에도 여러 명의 이브들이 살고 있는 것 같다. 직장에 다녔을 때나 모임이나 행사에 가 있을 때는 영락없는 이브 화이트이다. 적당히 사회적 규범이나 규칙을 따르며 타인의 무례한 언행이나 태도에 미소로 응대할 줄 안다. 불합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에 눈을 살짝 감고 넘어가기도 하고 무의미한 농담이나 필요 없는 시시한 화제에 아무렇지도 않게 끼어들기도 한다. 현모양처처럼 적당히 남을 배려하며 나를 죽이는 것에 익숙하다. 이 인격은 사회를 살아가는데 잘 맞추어져 있다. 때때로 이런 원하지 않는 웃음과 교제 뒤에는 극심한 피로감이 자리 잡기도 한다. 집에 돌아온 순간 깨어나는 것은 이브 블랙이다. 그녀는 이브 화이트의 깊숙이 감춰진 내면이다. 화장을 지운 민낯과 활동하기 쉬운 헐렁한 차림의 그녀는 거칠 것이 없다. 가장 편안하고 늘어진 모습으로 TV를 보며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도 잊지 않는다. 욕망과 본능에 충실한 모습이다. 이브 블랙이 가장 현란하게 드러나는 곳은 아마도 여행지일 것이다. 적당한 책임감과 도덕심, 사회인으로 포장된 나라는 존재를 잠시 내려놓을 수 있는 곳. 그동안 만들어놓은 나를 버리고 가장 원시적이지만 자신에게 가까운 모습이 나타날 수 있는 곳이다. 익명성이 주는 편안함을 크게 느끼며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평소라면 절대 소화하지 못할 옷에 도전할 수도 있고 충동적인 행동도 과감히 해 볼 수가 있다. 오래 살던 곳을 떠나 낯선 도시로 왔을 때 제일 먼저 생각한 것이 그런 익명성이주는 자유로움이었다. 나를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새로운 나를 보이고 그것을 토대로 또 다른 나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새롭고도 꽤 신나는 모험이었다. 무수히 잠자고 있었던 내 안의 이브들을 깨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평상시와 다르게 보이고 싶어 했던 내면에는 우유부단하고 소심했던 자신에 대한 불만이 컸기 때문이었다. 나를 벗어나고 싶고 내가 아닌 새로운 나를 꿈꾸다 이브 화이트와 이브 블랙을 잠재우며 드러난 제인을 주목하게 되었다. 순종과 반항, 절제와 방탕, 배려와 이기심을 조화롭게 아울러가는 우아한 여인을 말이다. 내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모습의 이브들을 본다. 가끔은 튀어나오고 싶어하는 인격들을 보면서 그것들이 잘 조화되도록 하는 것이 건강한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그 다양성들이 나의 한 파편들임을 인정하고 잘 아우를 수 있기를 바란다. 때로는 비겁하게 세상과 타협하는 나를 나무라기도 하고 때로는 대담한 나를 타이르기도 하면서 제인처럼 우아하고 현명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다. 영화처럼 완전한 해피엔딩은 아니더라도 조금은 소란스럽고 조금은 어설픈 나의 다양성을 사랑하면서 말이다. /전영숙 시조시인

2026-02-22

“RAG와 벡터 데이터베이스 - AI의 기억력을 확장하는 기술”

지난주 우리는 인공지능(AI)이 왜 거짓말을 하는지, 즉 ‘환각 현상(Hallucination)’에 대해 알아보았다. 30년 경력의 베테랑 변호사조차 ChatGPT가 지어낸 판례에 속아 넘어갔던 사건을 기억할 것이다. 그 원인은 명확했다. AI는 2021년까지의 데이터로만 학습되었기에, 그 이후의 정보는 자신의 ‘기억’ 대신 ‘추측’으로 채웠고 그 답변이 너무나 정교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AI에게 실시간으로 정확한 정보를 건네주면 된다. 마치 시험장에 들어가는 학생에게 참고서를 쥐여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것이 바로 ‘RAG(Retrieval-Augmented Generation·검색 증강 생성)’ 기술이다. 2024년,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의 ‘AI 프로젝트 실패의 근본 원인과 성공 방법’이란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들의 AI 프로젝트 실패율이 80% 이상이라는 통계가 있다. 실패 원인 1위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부정확한 정보 제공”이었다. 회사 내부 데이터를 모르는 생성형 AI가 엉뚱한 답을 내놓았고, 실무자들은 결국 AI를 불신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회사의 정확한 정보에 기반한 RAG를 도입한 기업들의 이야기는 달랐다. 같은 생성형 AI인데도 정확도가 95%까지 올라갔다. 비밀은 단 하나, “AI에게 회사 문서를 먼저 읽게 한 것”이었다. RAG란 무엇인가? - 시험지와 참고서의 만남 검색 증강 생성(RAG)을 이해하기 위해 일반 AI와 RAG 적용 AI를 비교해 보자. 일반 AI vs RAG 적용 AI: “2023년 한국 수출액은?” 기존 AI(학습 데이터 기반) : “약 650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됩니다.” (이유: 2021년까지의 지식만 보유한 상태에서 부족한 정보를 ‘추측’으로 채우며 발생하는 전형적인 환각 현상) RAG 적용 AI(실시간 자료 기반) : “관세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6324억 달러입니다.” (이유: 외부의 최신 공식 데이터를 즉시 검색하여 답변의 근거로 활용함으로써 100%의 정확도 구현) 차이가 분명하게 보일 것이다. RAG 기술은 AI가 답하기 전에 관련 자료를 먼저 찾아서 읽게 만드는 기술이다. AI가 ‘기억’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료 검색’ 후에 답하게 하는 것이다. RAG의 3단계 작동 원리 - 검색, 증강, 생성 RAG는 영어 약자 그대로 세 단계로 움직인다. 1단계: Retrieval(검색) “사용자 질문과 관련된 문서를 찾아라!” 회사의 구성원 중 한 명이 회사 AI에게 “우리 회사 휴가 정책이 뭐야?”라고 물으면, AI는 먼저 회사 내부 문서 DB에서 ‘휴가’, ‘연차’, ‘정책' 같은 키워드가 들어간 문서들을 찾는다. 인사팀 규정집, 2024년 개정 사항, 휴가 신청 양식 등이 쭉 검색된다. 2단계: Augmentation(증강) “찾은 자료를 AI에게 건네준다!” 검색된 문서 내용을 AI의 ‘임시 메모리’에 집어넣는다. 원래 생성형 AI는 2021년까지만 아는데, 지금은 “2024년 우리 회사 휴가 규정”을 눈앞에 펼쳐놓는 것이다. 3단계: Generation(생성) “자, 이제 이 자료를 보고 답해!” AI는 원래 학습 데이터 + 방금 건네받은 최신 문서를 합쳐서 답변을 만든다. “2024년 개정된 규정에 따르면, 연차는 입사 1년 후 15개, 3년 후 16개입니다.”라고 대답을 하는 것이다. 벡터 데이터베이스는 AI의 똑똑한 서랍장 여기서 핵심 질문이 생긴다. “회사 문서가 수만 개인데, 어떻게 관련 문서를 0.5초 만에 찾지?” 답은 ‘벡터 데이터베이스(Vector Database)’에 있다. 이것은 일반 검색과는 다르게 작동한다. 일반 검색(키워드 매칭) : ‘휴가’라는 단어가 들어간 문서를 찾는다. 쉽게 말해 단순하다. 이 경우 “여름휴가 여행지 추천” 같은 엉뚱한 문서도 검색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벡터 검색(의미 기반 검색) : ‘휴가’의 ‘의미’를 숫자 배열(벡터)로 바꾼다. ‘연차’, ‘휴일’, ‘근로기준법’처럼 의미상 비슷한 단어들도 비슷한 숫자 형식을 갖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연차 사용 규정’ 문서가 최상위로 뜬다. (단어가 달라도 의미가 정확히 일치!) 다시 비유를 들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 검색은 도서관에서 ‘휴가’라는 제목이 붙은 책만 찾기와 같다면, 벡터 검색은 사서에게 “휴가와 관련된 모든 내용의 책 찾아줘”라고 부탁하는 것과 같다는 것이다. 그 경우 생성형 AI는 도서 분류체계에 맞춰진 벡터 DB 속의 문서를 순식간에 골라낸다. 실제 활용 사례 - 이미 우리 곁에 와 있다 사례 1: 법무법인의 계약서 검토 AI 어느 법무법인은 30년 치의 계약서 10만 건을 벡터 DB에 넣었다. 이제 변호사가 “부동산 매매 계약서에서 독소조항 찾아줘”라고 하면, AI는 과거 유사 사건 판례와 문제가 됐던 조항들을 0.3초 만에 찾아낸다. 슈워츠 변호사처럼 가짜 판례에 속을 일이 없다. 사례 2: 병원의 의료 상담 챗봇 “두통이 3일째인데 어떡하죠?”라는 질문에, AI는 병원 내부 진료 가이드라인, 최신 의학 논문, 유사 증상 환자 기록을 검색한 뒤 답한다. “일반 두통약 복용 후 48시간 내 호전 없으면 신경과 진료 권장”처럼 정확하게 답한다. 사례 3: 스타트업(StartuP)의 사내 지식 검색 “지난달 A 프로젝트 회의록 어디 있어?” 라고 질문을 던지면, AI가 슬랙(Slack) 대화, 노션(Notion) 문서, 이메일 등을 모두 뒤져서 “2026년 1월 10일 회의록입니다” 하고 정확한 링크를 준다. 신입사원도 5년 차처럼 일할 수 있다. RAG의 한계 - 완벽하진 않다 RAG를 사용하는 것도 만능은 아니다. 따라서 아래와 같은 사항은 주의해야 할 것이다. 1. 입력 데이터의 질이 결과의 질을 결정한다(Garbage In, Garbage Out) RAG 시스템의 신뢰성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된 문서의 품질과 직접적으로 연관된다. 만약 오래되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하면, AI는 그 잘못된 정보를 마치 사실인 것처럼 자신 있게 답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8년의 오래된 규정을 데이터베이스에 넣어두면, AI는 이를 ‘최신 규정’이라고 주장할 수 있으며, 이는 매우 위험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2. 검색 실패 = 환각 재발 RAG 시스템의 성공은 정확한 정보 검색에 달려 있다. 만약 AI가 질문과 관련된 적절한 문서를 찾지 못하면, 근거 없는 정보를 만들어내는 ‘환각’ 현상이 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양질의 문서 검색은 RAG 시스템 성공의 열쇠, 즉 90%를 좌우한다. 3. 비용 문제 대규모 기업 문서를 AI가 활용할 수 있는 벡터 데이터로 변환하고 실시간 검색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상당한 비용이 발생한다. 특히 자금력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에게 이러한 투자가 큰 재정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100만 페이지에 달하는 문서를 처리하고 빠르게 검색할 수 있는 인프라(Infra)를 구축하는 데는 막대한 비용과 기술적 자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실전 활용 팁 - RAG를 내 것으로 만들기 AI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 개인도 쉽게 개인화된 RAG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자신의 PDF 문서들을 AI 플랫폼에 업로드(Upload) 하면, 시스템은 자동으로 문서들을 분석하고 검색 가능한 지식 데이터베이스로 만든다. 이를 통해 개인은 대량의 문서 중에서 필요한 정보를 빠르고 정확하게 찾을 수 있으며, 마치 개인 비서와 같은 맞춤형 정보 검색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다. RAG 기능을 제공하는 주요 생성형 AI 플랫폼은 다음과 같다. OpenAI의 자체 RAG 시스템, Notion AI의 내장된 문서 RAG 기능, Google Gemini의 Google Drive 통합 RAG 서비스, Claude(Anthropic)의 파일 업로드 후 대화 컨텍스트 내 검색 지원, Microsoft Copilot의 OneDrive 문서 기반 RAG 기능 등이 그것이다. 개인과 다르게 기업에서 RAG를 성공적으로 도입하려면 먼저 문서 관리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 최신 문서만 남기고 오래된 문서는 과감히 정리하며, Pinecone, Weaviate 같은 벡터 데이터베이스를 선택한다. 부서별로 엄격한 접근 권한을 설정하여 민감한 정보의 무단 접근을 차단하고, 소규모 부서에서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시스템의 안정성과 효과를 검증한다. 이후 점진적으로 조직 전체로 확대하는 전략을 수립한다. 마지막으로 RAG를 써도 “믿되 확인하라”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 AI가 이 문서를 참고한 출처를 밝히면, 그 문서를 직접 확인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는 말이다. AI의 기억력, 이제 무한대로 RAG는 AI의 ‘뇌 용량’ 한계를 없애버렸다. 원래 ChatGPT는 2021년 9월까지만 기억하지만, RAG를 쓰면 2026년 2월 오늘 아침 회의록까지 참고해서 답한다. 중요한 건, RAG가 ‘환각 현상’을 완전히 없앤 게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적어도 “학습 데이터에 없어서 지어낸 거짓말”은 막을 수 있다. AI가 모를 땐 추측 대신 자료를 뒤지게 만들었으니까. 앞으로 모든 AI 전환(AX)을 추구하는 기업에 있어서 기업용 AI는 RAG가 기본이 될 것이다. “우리 회사 데이터를 모르는 AI”는 쓸모가 없다. RAG는 범용 생성형 AI를 ‘맞춤형 전문가’로 바꿔주는 힘이 될 것이다. /서용운 계명대 글로벌 창업대학원 벤처창업학과 교수

2026-02-22

경북소방본부, 설 연휴에도 멈추지 않았다…2674건 출동

설 연휴 동안 경북에서 2674건의 구급 출동이 이뤄지고 1395명이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심정지 환자 3명이 자발순환을 회복하는 등 현장 대응 성과가 이어졌다. 22일 경북소방본부에 따르면 설 명절 연휴(14~18일) 일평균 출동 건수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4.7% 증가했다. 이송 환자 유형은 질병 945명(67.7%), 사고부상 313명(22.4%), 교통사고 124명(8.9%), 기타 13명(0.9%) 순으로 집계됐다. 연휴 기간에도 질병 환자가 전체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며 응급의료 수요가 집중됐다. 중증 환자 대응에서는 성과가 두드러졌다. 심정지 환자 70명에 대해 현장에서 심폐소생술을 실시해 이 중 3명이 자발순환을 회복한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다. 임산부 8명도 안전하게 이송하는 등 특수환자 관리에도 빈틈이 없었다. 경북소방은 연휴 기간 24시간 비상근무 체계를 유지하고, 응급실 과밀화에 대비해 병원 수용 가능 여부를 사전 확인하는 등 병원 전 단계 이송체계를 가동했다. 중증도에 따른 적정 병원 선정과 신속 이송으로 골든타임 확보에 주력했다. 박성열 경북소방본부장은 “연휴 기간에도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며 “앞으로도 현장 대응 역량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도훈기자 ldh@kbmaeil.com

2026-0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