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행정통합·신공항·인구소멸 문제·주적관 등 정책과 공약 문제 놓고 격돌
지방선거를 일주일 앞둔 27일 오후 대구 KBS에서 열린 TV토론회(경북도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에서 경북도지사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오중기 후보와 국민의힘 이철우 후보가 정책과 공약 등을 놓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TV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대구·경북(TK)행정통합, TK 신공항 건설, 인구 소멸 위기, 지역 불균형 문제, 북한에 대한 관점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서로의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며 긴장감 넘치는 토론을 이어갔다.
먼저 오 후보는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었던 경북이 이제는 소멸 위기 지역으로 전락했다”며 “더 이상 색깔 논쟁과 지역주의로 권력을 유지하는 시대는 끝나야 한다. 집권여당 후보로서 제대로 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는 “이번 선거는 경북의 미래를 지킬 것인지, 민주당의 잘못된 경제 정책에 끌려갈 것인지 결정하는 선거”라며 “민주당의 현금 살포식 정책은 미래 세대에 부담을 준다”고 말했다.
◇행정통합 두고 날선 공방
이날 토론회에서 가장 뜨거운 쟁점은 TK 행정통합 문제였다. 두 후보는 이 사안을 두고 서로의 책임과 추진 의지를 놓고 날선 토론을 벌였다.
이 후보는 경북이 행정통합 논의를 가장 먼저 시작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TK 행정통합은 경북이 주도적으로 추진한 사안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전략상 대구만 노려 통합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행정안전위원회에서 법안이 논의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점을 언급하며 “법사위는 법률적 충돌 여부만 보는 곳인데 지역 반대나 정치적 이유로 막힌 것은 결국 민주당의 전략적 판단 때문”이라고 공격했다.
이에 오 후보는 “북부권 국회의원들의 반대와 대구시의회 입장 변화가 무산의 직접적 원인”이라며 “광주·전남은 반대 의견이 있었음에도 투표를 통해 결론을 냈다. 그러나 대구·경북은 내부 합의조차 이루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행정통합을 추진하면 20조 원을 지원하고 중앙 권한을 내려주겠다고 약속하면서 다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이라며 “민주당이 선거 전략 때문에 막았다는 이 후보의 주장을 ‘호도’”라고 몰아붙였다.
이 논쟁은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와 어떤 방식으로 추진해야 하는가라는 문제로 확장됐다. 이 후보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반드시 행정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으며, 오중기 후보는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권한 이양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TK신공항 해법 서로 엇갈려
두 후보의 논쟁은 TK 신공항 건설 문제에서 다시 충돌했다. 두 후보는 사업 추진 방식과 재정 부담, 법적 근거를 두고 정면으로 맞섰다.
이 후보는 신공항 건설을 “지방 주도로 즉시 착공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대구와 경북이 함께 힘을 모아야 한다. 공자기금으로 자금을 빌리면 이자 부담도 적다. 은행보다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어 재정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착공을 먼저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오 후보는 “사업 주체는 대구시인데, 권한도 책임도 없는 경북이 빚을 내 추진하는 것은 지방재정법상 불가능하다. 도민 세금으로 빚을 내자는 발상 자체가 무책임하다”면서 “여당 도지사 시절에도 못 한 일을 야당 도지사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대구시와 경북도가 정식 합의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도민 세금으로 빚을 내 추진하는 것은 도민들에게 할 수 없는 이야기”라고 했다.
두 후보의 공방은 법적 근거와 재정 책임 문제로까지 확장됐다. 이 후보는 “대구시가 부담이 어려우면 경북과 함께 하자. 공자기금은 단순한 공짜 돈이 아니라 이자를 내는 정상적인 금융 방식이다”라고 주장했지만, 오 후보는 “법 개정이 현실적으로 어렵고 오래 걸린다. 결국 무리한 추진은 또 다른 혈세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반박했다.
◇어김없이 등장한 이념논쟁
국가 안보와 관련된 ‘주적관(主敵觀)’ 문제에서도 날카로운 대립을 보였다. 이철우 후보는 안보 문제를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온 중심이 바로 경북이다. 국가의 주적은 분명히 북한이며, 이를 명확히 인식하지 못하면 안보가 흔들린다”고 강조하면서 “민주당은 주적 개념을 흐리면서 국민들에게 혼란을 주고 있다. 안보는 타협할 수 없는 문제”라고 했다.
오 후보는 “주적이라는 표현은 냉전적 사고에 갇힌 것”이라며 “북한을 단순히 주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 프로세스를 가로막는 발상이다. 안보는 강력히 지키되, 동시에 외교적 해법을 통해 긴장을 완화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주적이라는 단어에 매몰되면 미래 전략을 세울 수 없다”고 맞섰다.
그러자 이 후보는 “민주당은 늘 이상론만 이야기한다. 현실은 북한이 핵을 들고 위협하는 상황인데, 주적을 주적이라 부르지 못하면 국민 안전을 어떻게 지키겠느냐”고 반문했고, 오 후보는 “안보를 지키는 데 있어 강력한 방위력은 필요하다. 그러나 동시에 국제사회와 협력하고 외교적 해법을 병행해야 한다. 주적이라는 단어 하나에 집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라고 강조했다.
◇의료 취약성 극복도 다른 해법
두 후보는 경북의 의료 취약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두고 서로 다른 접근법을 내놓았다.
오 후보는 현재 경북 북부권과 동부권에서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환자들이 대구나 수도권으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을 지적하며 “국립 경국대 의대를 신설하고 상급종합병원을 유치해 경북의 의료 취약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겠다”며 “지역 의료 체계를 강화하지 않으면 인구 유출과 지역 소멸 문제도 해결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 후보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국립의대 신설은 단순히 병원 하나 세우는 문제가 아니다. 의사 수급, 국가 재정, 교육 인프라 등 복합적인 요소가 얽혀 있다. 중앙정부와 협력해 현실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지방의 의료 문제는 단순히 의대 신설로 해결되지 않는다. 지역 의료 인력을 어떻게 정착시키고, 의료 서비스의 질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가 더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오 후보는 “경북은 의료 취약지로 분류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국립의대 신설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했고, 이 후보는 “민주당은 늘 대규모 재정 투입을 이야기하지만, 실제로는 지속 가능성이 없다. 의료 인력은 단순히 학교를 세운다고 해결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인구소멸 위기 대응 방식도 시각차 뚜렷
인구 소멸 위기 대응에서도 시각차가 뚜렷했다. 오 후보는 “좋은 일자리, 교육 인프라, 의료 체계 확충이 핵심”이라며 “경북도내 대학들을 서울대 못지 않은 특화된 명문대로 육성하고 기업과 매칭 체계를 구축해 학생들이 떠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는 “인구 소멸이라는 말 자체가 잘못됐다. 수도권 집중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면서 “지방시대를 열어야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떠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핵심 쟁점이었던 북부권 발전 방안
지역불균형 문제 특히 경북 북부권 발전을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가도 핵심 쟁점이었다.
오 후보는 북부권을 ‘경북의 새로운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도청 신도시를 제2의 세종시 수준의 행정 복합도시로 육성하고, 남북축 고속도로를 조기 완공해 교통과 정주 여건을 혁신하겠다. 안동을 바이오 백신 산업 중심지로, 영주를 철도 교육 허브로 키워 첨단 산업과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 모델을 만들겠다. 산불 피해 지역에는 재생에너지와 미래 산업 기반을 적극 구축하고, 서울의 고전번역원 등 공공기관을 이전해 북부권을 대한민국 정신문화의 중심으로 키우겠다”며 구체적인 전략을 제시했다.
이 후보는 중앙집권적 정책이 지역 불균형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하며, 지방 자율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 수도권 중심의 정책 때문에 지방 인구가 줄어들고 산업이 쇠퇴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을 잘 알지 못한 채 정책을 주도하다 보니 수도권 집중이 심화된 것”이라고 했다.
이 후보는 “지방시대를 열어야만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 균형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며 “경북은 산업화의 심장이자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온 중심이다. 이제는 지방이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가 진행되면서 두 후보는 서로의 공약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장면이 되풀이됐다. 특히, 서로의 발언을 끊으며 목소리를 높였고, 이에 사회자가 여러 차례 제지해야 할 정도로 격렬한 충돌이 이어졌다.
오 후보는 “TK 신공항 첫 삽을 국비 지원으로 시작하고, 영일만항 확충을 통해 하늘길·바닷길·육로를 연결하는 동북아 물류 거점을 만들겠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경북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꾸겠다”며 집권여당 후보로서의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이 후보는 지방시대를 열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경북은 대한민국 산업화의 심장이자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온 중심이다. 지방이 스스로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