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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시도 반발·항의 ‘부결’로… 당심이 막았다

사상 초유의 대선 후보 교체 시도였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를 한덕수 후보로 교체하려던 작업은 약 하루만인 지난 10일 밤 전면 중단됐다. 국민의힘 '당심‘이 지도부의 단일화 강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지난 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김 후보가 공식 대선 후보로 선출된 이후 한 후보와 김 후보는 단일화 협상을 벌여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지지부진한 협상 끝에 국민의힘은 후보 등록 마감일인 11일을 하루 앞둔 지난 10일 자정부터 대선 후보를 김 후보 대신 한 후보로 바꾸는 절차를 추진했다. 이날 새벽 한 후보가 국민의힘에 입당해 후보로 등록했고, 이날 오전 10시부터 11시간에 걸쳐 한 후보로의 교체에 대한 찬반을 묻는 전 당원 투표를 시행했다. 당 지도부는 투표 결과에 따라 후보를 바꿀 계획이었다. 무난하게 가결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렸던 셈이다. 하지만 정작 밤 11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열어 확인한 투표 결과는 ‘부결’이었다. 한 후보로의 교체를 원하지 않는 당원들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근소한 차이로 후보 재선출 관련 설문이 부결됐다”라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즉각 당 대선 후보 지위를 회복했고 후보 교체를 확정하기 위해 이날 오전 8시로 소집 공고했던 전국위원회 역시 취소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밤부터 전날 새벽까지 밤새도록 비대위와 선거관리위원회를 열고 김 후보 선출 무효화, 새 후보자 선출 의결, 한 후보 입당, 한 후보를 재선출하는 내용 등의 안건을 쉴 새 없이 처리했으나 결국 김 후보로 대선을 치르게 됐다. 투표에서 당원들이 후보 교체 부결에 표를 던진 것은 당 지도부의 후보 단일화 시도에 문제가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전당대회를 거쳐 투표로 공정하게 경선에서 승리한 김 후보의 자격 박탈을 논의·의결한 것에 대한 반발과 항의의 의미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후보 교체에 반발하던 김 후보 측의 잇따른 가처분 신청으로 대선 정국에서 당내 문제가 법정 다툼으로 비화하는 데 대한 우려도 당원들의 표심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후보 교체를 중단한 후 즉각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권 위원장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한 건 너무 안타깝지만, 이 또한 제 부족함 때문”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러면서 “경쟁력 있는 후보를 세우기 위한 충정으로 당원 뜻에 따라 내린 결단인데 결과적으로 당원들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며 “절차와 과정의 혼란으로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5-11

빨간 구두의 대구 수제화 골목

날씨가 조금 왔다갔다 하지만 마음 놓고 걷기에는 부담이 없는 날이다. 갑갑함을 조금이라도 달래기 위해 수제화 골목을 한번 걸어 보았다. 수제화 골목을 가려면 대구지하철 1호선을 타고 중앙로역에 내려서 2번 출구로 나가서 대구역 쪽으로 50미터쯤 가다가 수제화 조형물이 나오면 바로 좌회전하면 된다. 향촌동 수제화 골목은 대구시의 도심 간선도로인 중앙로에서 종로를 동서로 연결하는 서성로 14길의 300여 미터에 이르는 골목이다. 조형물을 지나 10여 미터만 가면 도로 양쪽에는 수제화 만드는 집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도로에 다니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데, 수제화들만 저마다 사 가라고 손짓 하며 지나가는 사람을 부른다. 장애인의 신발을 전문으로 만드는 아벨제화와 수제화 명장 최병화 명장의 집도 보인다. 수제화 골목에 관련 업체들이 자리잡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부터다. 운동화는 부산, 구두는 대구 수제화로 명성을 높이며, 1990년대에 와서 오늘날의 수제화 골목을 갖추게 되었다. 장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시 공무원들 보다 10배는 더 많은 월급을 받았다고 한다. 수제화 골목에는 수제화와 관련된 다양한 업체들이 모여 있다. 디자인에서 제단, 갑피, 조립의 공정을 주로 하는 업체와 가죽제품의 원자재와 밑창, 안창, 장식물, 끈과 같은 각종 부품을 공급하는 업체도 있다. 완성된 구두를 판매하는 업체 등 수제화 관련해 60여 개의 업체들이 20여 년 이상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수제화 골목 중간쯤에 향촌동 수제화센터가 있다. 수제화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수제화 골목의 연혁과 디자인 공모전에서 수상한 수제화들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수제화를 제작하는 방법과 발 체험기가 설치되어 있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눈에 띄는 것은 빨간 구두와 남일해의 ‘빨간구두 아가씨’의 노래 가사가 벽에 적혀 있다. 향촌동 수제화센터에 미리 예약을 하면 기념품을 직접 만들어 갈 수도 있는데 수제화 골목과 수제화센터만 돌아봐도 대충 2시간은 걸린다. /안영선 시민기자

2025-05-11

여성 아파트 관리소장 지유정씨

과거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아파트 관리소장 직종에까지 여성들의 진출이 늘고 있다. 이는 직업에 대한 인식 변화와 여성의 섬세함과 소통 능력이 업무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이 된다. 15년 차 아파트 관리 업무를 맡고 있는 여성 관리소장 지유정 씨를 만나 그의 직업관과 아파트 관리소장으로서 역할에 대해 들어보았다. -아파트 관리란 업무가 여성이 하기에 힘들지 않은가? △주민과의 소통이 중요하다. 언제나 열린 창구를 유지하면서 입주민 의견을 경청한다. 민원 접수 시에는 입주민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직접 세대를 방문해 문제를 확인 후 바로 해결한다. -아파트 관리 업무에 뛰어들게 된 동기는? △전에는 전산과 사무직에 근무했다. 우연히 여성이 아파트 소장 일을 하는 걸 보고 매력을 느껴 공부했다. 그때만 해도 여자가 하기엔 힘든 일이라 주위의 반대가 심했다. 정년은 65세인데 주민의 촉탁을 받으면 더 연장할 수 있다. 지금은 직종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한다.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두고 아파트를 관리하는가.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 터지기 전에 미리 점검하고 대비하는 것이다. 아파트의 투명한 관리와 주민의 알권리 보장을 통해 입주민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애로사항을 꼽는다면? △동마다 동 대표가 있고 대표회장이 대표 회의 의결에 따라 집행하는 과정을 주민들이 믿고 따라 주면 좋겠다. 불신은 서로를 힘들게 한다. 물론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관리실이 먼저 충실히 보고하는 역할을 잘 해야한다. -입주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관리사무실을 믿어주시고 격려해 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감사하다. 그것이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아파트 관리 업무를 하고 싶은 여성에게 권하고 싶은 말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직종이다. 여성 특유의 세밀하고 섬세함으로 남성보다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현재 72세에 현역으로 일하고 있는 분을 보면 메리트 있는 직업이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여성 소장으로서의 장점을 살려 입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 많은 여성들의 귀감이 되고 싶다. /김윤숙 시민기자

2025-05-11

‘나는 임대인이다’ 성황리 공연

라온미니극단(단장 곽명옥 수필가)이 ‘활자를 뛰쳐나오는 문학’ 행사의 일환으로 수필극을 지난달 27일 오후 대구 김광석길 야외 콘서트홀 무대에 올렸다. 이날 공연에서는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었으며, 첫 번째 공연은 박민재 수필가의 원작 ‘나는 임대인이다’를 이경은 작가가 각색하고, 곽명옥 단장이 기획하였으며, 김용조 시인이 연출을 맡았다. 아버지의 병원비를 충당하느라 보증금까지 바닥난 상태로 집세가 밀리자 ‘아버지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넋두리하는 직장 여성. 시골 부모님 생각에 꿈을 중도 포기해야겠다는 청춘의 안타까운 모습. 그리고 노력과 성실로 앞날의 삶을 잘 풀어가는 청춘을 보며 흐뭇해 하는 임대인의 이야기까지를 모두 엮어 평범한 우리의 삶을 조명한 스토리의 수필극이다. 어려움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아웅다웅 살다가 가진 것 다 내려놓고 떠나야 하는 우리 인생도 궁극에는 세입자 신세 아니겠는가. 지구별의 세입자끼리 사랑과 정을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우리 시대의 메시지를 담았다. 갈등과 사랑, 인정의 묘사가 관객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재미와 궁금증을 더해갔다. 이날 참석한 원작자 박민재 수필가는 임대인으로서 겪은 고충과 꿈을 향한 청춘의 도전을 응원하는 부모의 마음이 회의와 보람의 접점이었음을 확인하고 청춘들에게 꿈과 용기를 잃지 않도록 격려했다. 그 다음 시간에는 이명지 수필가의 원작 ‘낮술’이 앙코르 공연으로 올려졌고, 이어 ‘나는 임대인이다’가 다시 무대에 올랐다. 방종현 수필가의 하모니카 연주를 배경으로, 연기자들은 아마추어 이상의 연기를 뽐내 관중들의 열렬한 박수를 받았다. 한혜경 문학평론가(명지전문대 명예교수)는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과 소회, 삶의 희로애락, 우리 사회의 여러 현상 등을 진솔하게 담아낸 수필이 수필극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탄생해 태양처럼 빛났다”고 평했다. 이영옥 작가는 “수필극은 원작에 원근법을 입혀 작가와 감상자가 일체감에 이르게 하는 고도의 작업”이라는 감상을 밝혔다. 장호병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계간문장 발행인)은 “미디어 환경이 바뀜에 따라 예술 소비 모드가 변화되고, 수필작품이 10분 내외의 수필극으로 재탄생하고 있으며, 이경은 작가의 수필극본집 ‘튕’이 이런 예술 소비 패턴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인사말을 했다. 사람들의 정서, 감각에 효과적으로 호소하기 위해서는 시각예술이나 청각예술 등 여타 장르의 이질적인 특성을 접목하는 하이브리드, 또는 그 특성을 차용, 교차하는 크로스오버의 작법이 문예활동에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문장인문학회가 주도하는 ‘활자를 뛰쳐나오는 문학’이 라온미니극단의 공연을 통해 문학소비시장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방종현 시민기자

2025-05-11

역사는 바르게 전해져야 한다

며칠 전 김해 가야테마파크에 갔다. 가락국의 모형 궁전인 태극전 내부를 둘러보았다. 사면에는 가락국의 역사를 알아볼 수 있는 게시물이 여러 곳에 있었다. 동쪽 벽면 중앙에는 우리나라 남부 지역 지도에 여섯 개 가야국의 지명과 국명을 게시해 둔 곳에 시선이 모였다. 가야국은 42년 김해에 가락국, 함녕에 고녕가야, 성주에 성산가야, 고령에 대가야, 함안에 아라가야, 고성에 소가야를 건국했다. 남부 지역 지도에 기록한 가야 국명을 보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 앉은 기분이었다. 상주 함창에 있어야 할 고녕가야가 어디로 사라졌는지 흔적조차 찾을 수가 없고, 진주에 고령가야로 표기해 둔 것이 있었다. 고녕가야는 가야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고로가 시조왕이고 2대 마종왕, 3대 이현왕이 있었다. 254년 신라 제12대 첨해왕에 멸망한 고대 가야국이다. 213년간이나 존속한 고녕가야가 지도상에 기록이 없다는 것은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병도 역사학자 등은 함창에 있었던 고녕가야를 진주로 비정하기도 했다. 고녕가야의 ‘고녕’이 진주시의 옛 지명인 ‘거타’ 또는 ‘거열성’의 음과 비슷하기 때문이라 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음이 비슷한 점은 찾을 수가 없다. 역사적으로 존재하지도 않은 진주에 고녕가야가 존재했다는 설은 비약적인 해석이라 생각한다. 고녕가야를 고령가야라 표기하면 대다수가 고령의 대가야로 인식하기가 쉽다. 대가야가 고령에 건국되었기에 지명인 고령을 생각하여 대가야를 고령가야로 부르기도 하나 바른 국명을 사용해야 한다. 함녕(함창)에 있었던 고녕가야를 일부는 고령가야로 기록하는 때도 있었으나, 이는 고녕가야로 기록해야 한다. 고녕가야의 한자는 ‘古寧加耶’이다. 한자의 ‘寧’자는 어두에 오면 ‘영’으로 읽지만, 어두 다음에는 ‘녕’으로 읽는다. 고녕가야가 지워진 원인에는 일부 사학자에 의해 가야의 역사가 경상북도 북쪽에 존재해 있으면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임나일본부설에서 369년에 한반도 가야 땅에 임나일본부를 설치하여 200년간 다스렸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그 연유를 찾아볼 수 있다. 임나국을 한반도 남부의 가야 지역에 비정한 사학자가 있다. 우리의 역사 왜곡으로 본다. 몇 년 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 신청한 가야고분군 7개 중에서 합천의 옥전고분군을 ‘다라국’으로, 남원의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을 ‘기문국’으로 등재 신청한 일이 있었다. 다라국과 기문국은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임나국의 이름이다. 왜 이 이름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신청에 올렸는지 의문이 갔으나 민족사학자들에 의해 두 개의 임나국 이름이 빠지고, 합천 옥전고분군으로,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으로 등재된 사건도 있었다. 역사적 사실은 후손에게 바르게 물려 줄 책무가 있다. 역사학자나 역사학을 전공하는 사람은 유념해야 할 일이라 생각한다. /김성문 시민기자

2025-05-11

쿠데타 세력 추방해야 국민의힘이 산다

1976년 5월. 신민당 전당대회는 폭력으로 얼룩졌다. 김영삼 총재에게 집단지도 체제를내세운 이철승 의원이 도전했다. 차지철 경호실장은 온건 노선인 이 의원을 지원했다. 사람만 죽지 않는다면 무슨 일을 해도 좋다고 약속했다. 이 의원은 20대 조폭 김태촌을 끌어들였다. 그의 조직원과 광주에서 고등학생 불량배들까지 불러올렸다. 수백 명이 각목을 들고 신민당사에 난입해 김 총재에게 “죽기 싫으면 당인을 내놓아라”라고 협박했다. 경찰은 방관했다. 국민의힘에서 벌어진 일을 보면 그 시절이 떠오른다. 한덕수 후보는 어디서 왔나. 지난 4월 8일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그는 트럼 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느냐”라고 물었다고 흘렸다. 누군가 시중에 그의 출마설을 퍼뜨려놓았다. 그 역시 트럼프 대통령을 이용해 존재감을 키운 셈이다. 그날 시작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그의 이름이 처음 등장했다. 이때만 해도 지지도가 미미했다. 이재명 37%, 김문수 9%, 홍준표 5%, 한 동훈 4%, 그리고 한덕수 2%였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국민의힘이 예비후보 등록을 한 것은 그보다 일주일 뒤인 4월 15일이다. 두 번의 예비경선을 거쳐 5월 3일 전당대회에서 김문수 후보를 선출했다. 경선 과정에 국민의힘 예비후보들은 “한덕수와 단일화할 거냐”라는 질문과 압박을 끊임없이 받았다. 입당도, 예비후보 등록도 하지 않은 한덕수 후보가 예비경선의 주요 이슈가 되어 그의 존재감을 키워줬다. 정작 그는 당 밖에서 정대철 헌정회장을 만나는 등 광폭 행보를 했다.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하루 전에야 출마를 선언했다. 한 후보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화한 일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소속으로 는 후보 등록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당선된 국민의힘 후보가 양보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던 셈이다. 그는 무엇을 믿었던 걸까. 많은 정치 분석가는 친윤 세력, 그 뒤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있다고 의심한다. 무리하게 후보 교체를 몰아간 권영세 비대위원장이나 권성동 원내대표가 모두 ‘친윤’이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후보를 양보하지 않는 김문수 후보를 “알량한 후보 자리를 지키기 위해…한심하다”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가 그렇게 ‘시시하고, 보잘것없는’ 자리인가. 원내대표가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허수아비쯤으로 생각한 건 아닌가. 사실 국민의힘 지도부나 한덕수 후보가 김문수 후보에게 요구한 ‘단일화’는 ‘양보’다. 10일 밤 당원 투표로 김문수 후보로 정리된 뒤에도 권영세 비대위원 장은 “단일화 못 해 안타깝다”고 주장했다. 김 후보로 단일화는 단일화가 아니 었다. 김 후보가 경질을 요구한 이양수 사무총장에게 ‘단일화’를 위한 선거관리위원장을 맡겼다. 경쟁 후보 중 한 사람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에게 칼자루를 맡긴 꼴이다. 김 후보의 자격을 박탈한 뒤 모두 잠든 새벽 3~4시에 단일화 후 보 등록을 마감했다. 새벽 2시 30분에 공고해, 한 시간 반 만에 32가지 서류를 제출하라고 했다. 최종학교 졸업증명서도 있다. 한 후보는 새벽에 입당하고, 하버드대 졸업증명서까지 준비했다.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김 후보가 전당대회에서 선출되자마자 바로 그날 ‘단일화’를 요구했다. 사실상 사퇴 요구다. 왜 한 후보를 바로 경선에 참여시키지 않았을까. 윤 전 대통 령이 싫어하는 한동훈 후보를 떨어뜨리려는 꼼수라고 많은 사람이 의심한다. 무리한 공작 탓에 시너지는커녕 갈등만 유발했다. 모든 경선 참여자가 반발했다. 한덕수 후보가 득표력이 더 있다는 근거는 중도 확장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경선에 참여해야 했다. 한동훈·유승민에게도 공정한 기회를 줘야 했다. 홍준표 후보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나라도 망치고, 당도 망쳤다”라고 비난했다. 당내 세력이 전혀 없는 한덕수 후보를 내세운 친윤의 당권 장악 시나리오라고 보기 때문이다. 탄핵 반대 운동 때 등장한 ‘윤 어게인’(윤석열 복귀)이 다. 국민이 바보가 아니다. 쿠데타를 반복하는 세력부터 추방해야 국민의힘이 산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5-05-11

“열심히 일할 머슴 뽑아 달라” 경북 찾은 李, 영남민심 공략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 9~10일 양일간 영천·김천·성주·고령과 경남 창녕·진주에서 ‘제3차 골목골목 경청 투어’를 진행하며 영남권 민심을 공략했다. 이번 투어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 전 이 후보가 마지막으로 지역 유권자를 만나는 일정이었다. 안동 출신인 이 후보는 9일 경주 용강동 상가를 둘러보는 것으로 대구·경북(TK) 지역 경청투어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투표지는 총알보다 강하다. 이 나라가 국민을 위해 존재하는 진짜 민주국가, 민주공화국으로 6월 3일 재출발해야하지 않겠나”라면서 “경주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도 준비가 부실하다는 소문이 있던데 국회 차원에서도 잘 챙겨달라고 이야기해놨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영천공설시장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시민들에게 “우리 국민은 지난해 12월 3일 내란의 밤도 이겨냈고,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잘못했으니까 책임을 물었다”며 “내 운명을 결정할 도구가 똥막대기인지, 호미인지 잘 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칠곡군 석적읍의 상가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우리는 왕을 뽑는 게 아니라 우리를 위해 열심히 일할 머슴을 뽑는 것이다. 머슴의 제1 조건은 색깔이 ‘빨간색’이냐 ‘파란색’이냐가 아니고 충직하냐, 유능하냐 아니겠나”라며 “이번에는 좀 색깔 같은 것은 말고 국민의 눈을 기준으로 제대로 뽑아서 여러분도 좀 편하게 살아보자”라고 했다. 그는 칠곡을 방문하면서 예정에 없던 다부동전투 기념탑을 찾아 참배하기도 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쳐 일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어느 (이념) 쪽에 가까웠다,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가 뭐가 중요하겠나. 한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전투에 참여했고 산화해갔는데 기억하고 기려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성주군과 고령군도 방문한 이 후보는 지난 20대 대선 당시 TK지역에서 10~20%대 득표를 보인 것에 대해서는 “만나면 다들 좋아하고 박수도 쳐주고 응원해주는데 막상 뚜껑을 열면 좀 다른 경우들이 있다. 경북이 우리 민주당 입장에서는 대구만큼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했다. 경북도내 투어를 끝낸 이 후보는 10일에는 경남 창녕과 진주를 방문했다. 그는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고향인 창녕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홍 전 시장과 최근 통화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홍 전 시장의 경우 반칙을 용인하는 사람이 아니라며 협력할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진주를 방문한 자리에서는 문형배 전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의 은사로 알려진 김장하 선생과 차를 마시며 대담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5-11

이준석 “지금이 보수를 재건축할 시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지난 1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선 후보 등록을 마친 직후 ‘보수의 심장’ 대구를 찾아 첫 유세에 나섰다. 그는 이날 “TK에서 70~80%의 지지를 보내야 우리가 바라는 변화가 일어난다”며 보수 유권자들에게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다. 이 후보는 이날 동성로 거리버스킹, 파워풀 대구 페스티벌 참여 등의 일정을 소화하면서 “아무리 대구가 변하지 않는다고 사람들이 얘기하지만 90년대에는 대구도 화가 나면은 자민련도 당선시키고 2016년에는 김부겸 총리도 당선시켰다”며 “대구가 화나면 진짜 무서운 곳이다. 그걸 이번에 꼭 보여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민의힘을 겨냥해서는 “정든 집이라도 너무 낡아 사람이 살 수 없다면 과감히 헐고 새로 지어야 한다”며 “지금이 바로 보수를 재건축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이날 “대구·경북에 책임 있고 비중 있는 분들이 지금 저희와 대화하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의 지금 상황이 이상한 방향으로 가다 보니까 그분들에게 조금 기다리고 계시라 이렇게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이 지역 보수 진영의 전·현직 거물급 인사 영입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최근 이 후보는 보수·중도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으며 대안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비정상적인 후보 교체 시도에 실망한 일부 보수 유권자들이 개혁신당으로 이동하면서 이 후보를 중심으로 한 지지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개혁신당 선거대책위원회는 11일 0시 기준 온라인 입당 당원 수가 8만9100명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8만4000명 수준이던 당원 수는 김문수·한덕수 간 단일화 결렬 직후 급증하기 시작했고, 10일 새벽 국민의힘 지도부가 후보 교체에 착수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개혁신당 입당 인증글이 잇따랐다. 이 후보의 유튜브 채널인 ‘이준석TV’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1일 기준 4만 2900명이던 구독자 수는 지난 8일 기준 9만 4800명을 넘기더니 11일 오후 5시 기준 11만 6000명을 돌파했다. 선대위 관계자는 “온라인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까지 포함하면 체감 지지세는 훨씬 클 것”이라며 “국민의힘의 무능과 혼선이 보수 유권자들의 집단 이탈을 촉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내부에서도 이 후보를 향한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보수 레밍 정당은 사라지고 이준석만 홀로 남았다”는 글을 올렸다. 같은 날 인천공항에 배웅을 나간 이 후보에게 홍 전 시장은 “이번 대선판은 이재명 대 이준석"이라며 "두 사람이 한번 잘 해보시라”고 말했다. 이 발언은 이준석 중심으로 대선 판세가 재편될 수 있다는 정치권 일각의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홍 전 시장 출국 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힘에서 친분이 있는 현역 국회의원 여러 명이 감정이 격해서 저에게 전화하기도 했다"며 "어떤 의원은 우리 같이 힘을 합쳐서 (일을) 해볼 수 있는 거 아니냐라고 읍소하시는 분도 있다"고 밝혔다. /장은희기자 jangeh@kbmaeil.com

2025-05-11

김민재 트로피 번쩍…뮌헨, 2년만의 분데스리가 정상

'철기둥' 김민재(뮌헨)가 독일 프로축구 분데스리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간) 2024-2025 분데스리가 우승을 확정한 김민재의 소속팀 바이에른 뮌헨은 11일 독일 뮌헨 알리안츠 아레나에서 묀헨글라트바흐와 33라운드를 치른 뒤 우승 세리머니를 진행했다. 2023-2024시즌을 앞두고 뮌헨 유니폼을 입은 김민재는 올 시즌 뮌헨에서 처음으로 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2022-2023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나폴리의 33년 만의 우승에 기여한 그는 빅리그 두 곳에서 우승한 첫 한국 선수가 됐다. 뮌헨으로서는 2년 만의 왕좌 복귀다. 지난 시즌엔 레버쿠젠에 우승을 내주며 3위에 그치는 굴욕을 맛봤다. 27경기에 출전해 뮌헨의 철벽 수비에 기여하고 득점도 두 차례나 올린 김민재는 우승 세리머니에서도 '주연급'으로 대접받았다. 김민재는 골잡이 해리 케인에 앞서 등장해 우승 메달을 받았다. 또 우승 트로피를 돌아가며 들어 올릴 땐 6번째로 나섰다. 우승 트로피를 가장 먼저 넘겨받은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는 이를 들어 올리지 않고 곧바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기로 한 베테랑 공격수 토마스 뮐러에게 전달했다. 뮐러가 가장 먼저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고, 선수들은 방방 뛰며 기쁨을 만끽했다. 이어 케인과 수비수 에릭 다이어가 차례로 나섰다. 이들은 뮌헨에 오기 전 잉글랜드 토트넘 홋스퍼에서 '무관'의 한을 제대로 느낀 선수들이다. 마이클 올리세, 콘라트 라이머가 다이어의 뒤를 이었고, 그다음에 수줍어하던 김민재가 '끌려' 나왔다. 다이어 등이 멱살을 잡고 무대 중앙으로 끌어당기는데도 난처한 표정으로 버티던 김민재는 결국 동료들의 성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앞으로 나와 트로피 '마이스터샬레'를 번쩍 들었다. 김민재는 아킬레스건 부상 여파로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는 않았다. 뮌헨은 전반 31분 해리 케인의 선제 결승골을 앞세워 묀헨글라트바흐에 2-0 완승을 거두고 우승을 자축했다. 올리세가 오른쪽에서 왼발로 감아 찬 슈팅에 케인이 머리를 살짝 갖다 대 골대를 갈랐다. 리그 25호 골을 기록한 케인은 2년 연속 득점왕 타이틀에 바짝 다가섰다. 한 경기만 남겨놓은 가운데 2위 파트리크 시크(레버쿠젠)와 6골 차여서 케인의 득점왕 등극은 매우 유력한 상황이다. 후반 45분 올리세가 레로이 자네의 전진 패스를 오른발로 마무리해 2-0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연합뉴스

2025-05-11

울진군청, 10m 공기소총 단체전 한국 신기록

울진군청 사격팀이 10m 공기소총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권은지, 박예은, 조은서, 모수정으로 구성된 울진군청은 10일 오후 대구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제8회 대구광역시장배 전국사격대회 10m 공기소총 여자 일반부 단체전에서 1천895.9점을 쏴 종전 한국 기록(1천894.5점)을 1.4점 경신했다. 권은지는 지난달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 본선 한국 신기록(636.7점)을 세운 데 이어 팀 동료들과 함께 단체전에서도 한국 신기록을 수립했다. 또한 권은지는 이 종목 결선에서도 2024 파리 올림픽 은메달리스트 금지현(경기도청)을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효철 울진군청 사격팀 감독은 "대회 초반부터 안정적인 자세와 정확한 조준으로 고득점을 유지했다. 이번 기록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과 향후 세계대회에서 메달 경쟁을 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강연술 대한사격연맹 회장은 "대구에서 열린 대회에서 한국 신기록이 수립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동후 대구사격연맹 회장은 "이번 기록 수립이 2027 세계사격선수권대회 유치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사격연맹은 국가대표 선발전을 겸한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로운 스타가 등장하기를 기대한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올해 들어 국내외 대회에서 연달아 신기록이 나오는 등 우리나라 사격이 크게 성장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2025-05-11

한국 태권도, 세계카데트선수권 첫날 금1·동2 수확

우리나라가 태권도 꿈나무들의 경연 무대인 세계카데트선수권대회를 기분 좋게 시작했다. 한국은 1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푸자이라의 자이드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개막한 2025 세계태권도카데트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여자부 최경량급인 29㎏급에 출전한 오윤주(안양명학초)가 결승에서 이탈리아의 아주라 달레산드로에게 라운드 점수 2-0(6-4, 11-4)으로 승리하고 우리나라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남자 37㎏급 김태경(서울신남초)과 61㎏급 임서율(구월중)은 준결승에서 패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4년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시작해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2년마다 열리는 유소년 세계대회다. 올해 참가 대상은 2011년 1월 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 사이에 태어난 선수들이다. 닷새간 열릴 이번 대회는 세계태권도연맹(WT)의 89개국 국가협회 소속 선수와 WT 난민팀(RTA), 개인중립선수단(AIN) 등을 포함한 80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이날 개회식에는 UAE 토후국 중 하나인 푸자이라의 셰이크 모하메드 빈 하마드 알 샤르키 왕세자를 비롯해 WT의 조정원 총재와 이규석 부총재(아시아태권도연맹 회장), 양진방 집행위원(대한태권도협회장),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2025-05-11

포항시청 이준환, 유도 그랜드슬램 우승

유도 남자 81㎏급 간판 이준환(포항시청·세계랭킹 6위)이 '세계 최강' 나가세 다카노리(세계 8위)를 꺾고 그랜드슬램 우승을 차지했다. 이준환은 10일(현지시간) 카자흐스탄 아스타나에서 열린 국제유도연맹(IJF) 카자흐스탄 바리시 그랜드슬램 2025에서 나가세를 연장전(골든스코어) 접전 끝에 말아업어치기 한판승으로 누르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나가세와 치열한 싸움을 펼치다가 정규시간 1분 19초를 남기고 지도(반칙) 1개를 뺏었다. 정규 시간 10초 전엔 지도 1개씩을 나눠 가졌다. 유리한 상황에서 연장전에 들어간 이준환은 적극적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끊임없이 공격을 시도하며 나가세를 흔들었다. 연장전 45초엔 기습적인 왼손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이준환은 있는 힘을 다해 상대를 넘어뜨리려 했으나 여의찮았다. 이준환은 옷매무새를 갖춘 뒤 곧바로 상대 허를 찌르는 왼손 업어치기를 시도했다. 이번엔 몸을 낮춘 채로 상대 몸을 들어 올렸다. 깨끗한 한 판이었다. 이준환은 환호하며 두 손을 불끈 쥐며 기쁨을 표현했다. 나가세는 국제대회에 자주 출전하지 않아 세계랭킹이 높지 않지만, 굵직한 국제 대회마다 우승을 차지한 이 체급 최강자다. 그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땄고, 2020 도쿄 올림픽과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이 체급 2연패를 달성했다. 그러나 이준환은 나가세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준환은 시니어 국제 무대에 데뷔한 2022년 6월 울란바토르 그랜드슬램에서 나가세를 업어치기 절반승으로 잡아내며 결승에 올라 우승을 차지했고 2023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선 8강에서 나가세를 누르며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이준환은 지난달 아시아 선수권대회 우승에 이어 이번 대회 우승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연합뉴스

2025-05-11

포항문화재단, 생활문화 통합지원사업 판플러스 공모…23일까지 접수

포항문화재단(대표이사 이상모)은 ‘2025 포항생활문화 활성화 지원 판플러스 사업’의 통합공모를 오는 23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공모는 시민 누구나 문화 활동의 주체로 참여할 수 있도록 문화 활동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둔 생활문화 지원사업이다. 그동안 개별적으로 운영되던 ‘포동포동’, ‘삼세판’ 등 생활 문화 관련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참여자 유형에 따라 △배움형 △공동기획형 △활동가형으로 구분해 맞춤형 지원을 제공한다. ‘배움형’은 문화예술 전문 강사와 함께 기초 역량을 키우고자 하는 커뮤니티를 지원하는 유형으로, 문화예술에 관심은 있으나 경험이 적은 시민 커뮤니티에 적합하다. ‘공동기획형’은 포항 지역 자원이나 현안에 관심을 가진 3인 이상의 시민 커뮤니티가 자체적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 문화를 바탕으로 지역 이슈를 함께 풀어가는 실천 중심의 프로그램이다. ‘활동가형’은 앞선 두 유형의 활동 현장을 모니터링하고 지원할 시민 활동가를 모집한다.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을 연결하고 조율하는 역할로 지역 내 생활문화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 사업설명회는 오는 15일 오후 7시 문화예술팩토리에서 열리며, 사전 신청 없이 누구나 참석 가능하다. 설명회에서는 공모 유형별 주요 내용과 신청 조건, 심사 기준 등에 대한 자세한 안내가 이뤄질 예정이다. 포항문화재단 관계자는 “판플러스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생활 문화의 장을 마련하고, 여기에 ‘협력과 성장’이라는 플러스 가치를 더한 사업”이라며 “이번 공모로 자생적 문화 생태계 조성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신청 서류는 포항문화재단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으며 접수는 오는 16일부터 23일까지 이메일로 진행된다. 자세한 사항은 포항문화재단 시민문화팀(054-289-7825) 또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정기자 hjyun@kbmaeil.com

2025-05-11

“행정사무감사 시민제보 받아요”

포항시의회(의장 김일만)는 6월 10일 개회 예정인 제324회 제1차 정례회 기간 중 실시되는 ‘2025년도 행정사무감사’를 위한 시민제보를 12일부터 6월 5일까지 25일간 접수한다고 밝혔다. 이번 제보 대상은 위법·부당한 사항과 예산 낭비 사례, 제도개선 및 건의사항 등 시정 전반에 관한 내용을 대상으로 한다. 접수된 내용은 각 상임위원회에서 행정사무감사 대상에 직접 반영하거나 감사 과정의 중요 참고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의회사무국은 제보 대상에서 제외되는 사항도 명확히 했다.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하는 내용, 현재 재판 또는 수사가 진행 중인 사항, 인신공격이나 허위·비방 우려가 있는 내용, 그리고 익명으로 제출되는 제보는 감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김일만 의장은 “작년에 비해 시민제보 접수 기간을 늘린 만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내실 있는 감사를 통해 신뢰받는 의회를 만들어가겠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했다. 또한 “시정 전반에 걸쳐 불합리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점들을 적극적으로 제보해 주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제보할 시민들은 포항시의회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접수뿐만 아니라, 직접 방문, 팩스(270-5119), 전화(270-5111~3)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의견을 제출하면 된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5-11

지역 배터리 기술력 유럽에 알리다

포항시는 독일 뮌헨에서 개최된 ‘인터배터리 유럽 2025’에 참가해 지역 이차전지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을 적극 지원했다. 이번 박람회는 K-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유럽에 알리기 위한 국제 행사로, 지난 7일부터 9일까지 뮌헨 메쎄 박람회장에서 진행됐다. 시는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 시장을 겨냥해 지역 대표기업인 ㈜투엔과 ㈜에이앤폴리의 홍보관을 운영하며 이들의 첨단 기술력을 집중 소개했다. ㈜투엔은 배터리 제조공정에 필수적인 첨단 수처리 기술을 보유한 기업으로, 고품질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구현하는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이 기업의 기술은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유럽의 엄격한 환경 규제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에이앤폴리는 버려지는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해 나노셀룰로오스를 상용화한 친환경 신소재 기업이다. 특히 이차전지 재활용 분야에서 혁신적인 접근법을 제시해 순환경제를 추구하는 유럽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포항시는 박람회 기간 동안 두 기업과 현지 배터리 관련 기업 및 투자자들 간의 맞춤형 비즈니스 상담을 주선했다. 이를 통해 기술협력과 유럽 판로 확대를 위한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졌으며, 여러 유럽 기업들이 포항 기업들의 기술력에 관심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경북도와 함께 유럽연합 최대 자동화 연구소인 프라운호퍼 IPA와 독일 배터리 재사용·재활용 협회 렐리오스(ReLioS)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방문으로, 기술 교류와 네트워킹을 강화하며 유럽 내 이차전지 분야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히 했다. 시는 이번 박람회를 통해 확보한 글로벌 비즈니스 인프라를 바탕으로 향후 국제 배터리 엑스포 개최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지역 기업의 해외 사업화를 지속적으로 지원하여 포항을 글로벌 배터리 산업의 중심지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5-11

포항시, 국제 크루즈 유치·APEC 성공 팔 걷어

포항시가 국제 크루즈 유치와 APEC 정상회의 대비를 위한 본격적인 행정 협력 체계를 구축하고 나섰다. 지난 8일 영일만항에서 열린 유관기관 간담회에서는 올해 예정된 국제 크루즈 입항과 APEC 행사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 사항이 논의됐다. 이번 간담회는 5월 중 일본에서 출발해 한국을 기항할 예정인 씨닉 이클립스(Scenic Eclipse)호의 영일만항 입항과 6월 초 국내 크루즈 선사의 영일만항 모항 운영 개시를 앞두고 관련 시설과 준비 상황을 점검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포항지방해양수산청을 비롯해 세관, 출입국, 검역 등 CIQ 기관과 치안기관, 지자체 등 주요 관계 기관이 참석해 국제 크루즈 수용을 위한 준비 현황을 공유하고, 기관 간 협조 사항을 조율했다. 특히 현재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인 국제여객터미널의 조기 준공과 운영 대비 방안, APEC 행사 기간 중 크루즈 입항에 따른 사전 대응체계 구축을 중점적으로 논의했다. 손정호 포항시 해양수산국장은 “연이은 국제크루즈의 영일만항 유치와 APEC 개최로 대규모 국외 방문객이 영일만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역 차원의 총력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빈틈없는 준비로 국제컨벤션 도시로서 포항과 영일만항의 위상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 기간 중 21개국 약 2000명의 경제인들을 위한 숙박 시설 확보 방안으로 ‘플로팅 호텔(Floating Hotel)’ 개념이 검토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주관으로 영일만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을 임시 숙소로 활용하는 이 방안은 향후 주관기관의 현장 실사와 지자체 협의를 거쳐 구체화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3월 18일 영일만항을 직접 방문해 현장을 둘러본 바 있다. /이석윤기자 lsy72km@kbmaeil.com

2025-05-11

안동 산불, 검게 그을린 숲에서 다시 피어나는 희망

“이번 산불로 많은 시민이 삶의 터전을 잃고 깊은 상처를 입었다. 피해를 입은 모든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안동시는 현재 피해복구와 함께 생활 안정, 농가 지원, 산림 회복에 모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으며, 시민 여러분께서 보내주신 연대와 협력의 힘으로 반드시 안동을 다시 일으켜 세울 것이다” 2025년 봄, 안동시는 대형 산불로 인해 유례없는 피해를 입었다. 순간 풍속 28㎧의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진 불길은 안동시 남쪽의 7개 면을 순식간에 집어삼켰다. 숲은 검게 그을렸고 마을과 삶의 터전이 흔적 없이 사라졌다. 하지만 안동시민과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 손길들이 하나둘 모였고, 이제 안동은 회복의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디고 있다. 이번 산불로 안동에서 소실된 산림 면적은 2만6708㏊로, 여의도 면적의 92배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사망 4명, 부상 6명 등 10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여기에 정부 재난관리시스템(NDMS)에 입력된 자료를 기준으로 안동시에서 이번 산불로 전소됐거나 반소 또는 일부가 소실된 주택은 모두 1379동에 이른다. 여기에 신고되지 않은 빈집 등을 포함하면 철거 대상은 1,700동을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밖에도 농작물 883㏊, 축사 231곳 등이 불길에 휩싸였다. 산불로 인해 발생한 대피주민은 5300여 명에 달했다. 이 중 1000여 명은 여전히 선진이동주택과 대피소 등에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피해는 산업 전반으로도 확산됐다. 남후농공단지 내 제조업체 26곳이 전소 또는 일부 소실됐으며, 스마트팜 시설과 식품업체, 건설업체 등 개별기업도 34곳이 피해를 입었다. 안동의 지역경제를 지탱해온 기반산업이 송두리째 흔들린 셈이다. 산불이 진화된 후 모든 행정력을 동원해 조속한 복구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다아 곧바로 피해복구에 나섰다. 현재 주거지원 분야에서는 68개 부지를 주택입지로 선정해 956동의 선진이동주택 공급을 추진 중이다. 5월 중순까지 전량 설치를 목표로, 현재 절반가량이 공급 완료됐다. 선진이동주택은 1세대(3인 기준)당 1동이 제공되며, 싱크대·옷장·신발장·에어컨·바닥난방 등 생활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공공임대주택을 활용한 긴급 주거지원도 병행, 74세대의 이재민이 입주를 완료했고 모듈러주택에도 13세대가 생활하고 있다. 농업 분야의 회복을 위한 지원에도 나섰다. 55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트랙터, SS기, 승용제초기 등 장·단기 임대 농기계를 확충, 무상으로 임대하고 있으며 지원된 철거비 반납에 동의한 농가에 대해서는 농업시설 철거를 지원해 현재 90%가량 완료했다. 아울러 피해 사실이 확인된 농기계를 다시 구입할 경우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최대 70%의 보조금을 지원할 예정이며, 응급복구용 농업용수 기자재를 지원하는 등 조속한 영농 재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산불로 48만t의 폐기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되며 처리비용은 430억 원에 달한다. 우리시는 신속하고 안전한 처리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해 현재 60% 이상의 처리율을 달성했다. 폐기물 임시 적환장도 5곳(일직면, 임하면, 길안면, 임동면, 기존 매립장)을 설치하고 반출된 폐기물은 전량 안동시에서 무상 처리할 계획이다. 아울러 건축허가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친 농사용 창고와 비닐하우스 등 영농시설에 대해서는 재난지수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 철거비로 해당 농가에 지원되고 있다. 피해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병행되고 있다. 대구·경북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공동으로 ‘원스톱 지원센터’ 설명회를 열고 참석 기업과 각 지원기관 간의 일대일 심층 상담 등을 진행했다.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1년간 운전자금 융자한도액 및 이자를 우대 지원해, 융자한도액을 최대 5억 원까지로 확대하고 이자도 5.5%까지 확대 지원키로 했다. 산불은 많은 것을 앗아갔다. 하지만 잿더미 속에서도 지역사회는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있다. 안동시민과 더불어,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 산불 발생 후 지금까지 8300명이 넘는 자원봉사자가 주민들을 도왔으며, 경북공동모금회와 고향사랑기부 등으로 전해준 성금은 총 83억이다. 큰 금액이지만 피해가 워낙 컸던 터라 안동시는 주민을 위해 조금이라도 더 많은 성금을 모금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산불은 삶의 터전을 불태웠지만, 안동은 무너지지 않았다. 잿더미 위에도 희망은 자라고 있다. 시민의 의지와 전국 각지의 손길, 행정의 신속한 대응이 어우러져 안동은 전보다 더욱 단단하게, 더 푸르게 되살아나고 있다.

2025-05-11

“당신도 당해 보라고”

이제 두 달도 더 못 산다는 어머니 연명 치료 거부 신청서에 서명하러 갔다 아무리 먼 곳이라도 일단 도착하면 나는 그곳과 너무 가까운 사람이었다 먼 곳은 먼 곳으로 남겨 두기 위하여 나는 아무 데도 가고 싶지 않았다 먼 곳이 너무 싫어서 먼 곳을 견딜 수가 없어서 세상의 모든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 (…) 파티마병원에 어머니는 누워 계셨다 빗자루에 환자복을 입혀 놓은 것처럼 바싹 말라서 아직 살아 계셨다 내 손을 잡고 울다가 자기가 죽을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그러다 조금 뒤면 자기가 죽을 것을 까맣게 모르는 사람처럼……내가 하나도 밉지 않은 듯이, 어제도 날 본 사람처럼 웃었다 다음 생에는 안 싸우고 안 아픈 곳에서 함께 있자고 이제 당신이 내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내가 당하겠다고 당신도 당해 보라고 눈물이 끝 모르고 흘렀다 눈물 흘릴 자격이라도 있는 것처럼 마치 자식 된 사람인 것처럼……그 시각 모든 일이 먼 곳에서 (…) ―조성래,‘창원’부분 (‘천국어 사전’, 2024. 타이피스트) 읽던 시집에 얼룩이 번졌다. 단 한 방울이었는데 시집 한 권을 망치기에 충분했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시집이라 변상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시집을 덮으며 이런 상상을 해 본다. 조성래 시인의 이번 시집은 죄다 침수되었다고, 해서 시집이 소진되었다고. 가령 인용되지 않은 이런 구절 “죽음에 저항하기 위해 한 인간이 하루 동안 생산해 내는 환상의 양은 옥상의 푸른 물탱크 하나만큼”이었다고 말이다. 또 이런 시편은 어떤가.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고서는 하루도 견딜 수 없는 여자의 물탱크는 두 개, 그 어떤 누구의 미래와 희망, 천국도 결국은 물탱크 속에 갇힌 햇빛”, “그러나 어머니의 빈 탱크, 나 온통 젖은 몸으로, 타향으로 떠날 때, 어찌나 기뻤던지, 나의 자유가 어머니의 자유에 반하는 숙적이라는 사실을 무참히 깨달으며, 나는 사탕 빠는 고아처럼 잠시나마 기뻤”다는 내면의 고백말이다. 그것은“먼 곳이 너무 싫어서 먼 곳을 견딜 수가 없어서 세상의 모든 먼 곳으로 가고 싶었다”는 언술처럼 비록 가까울지라도 먼 곳에 있는 세상의 모든 어머니와 자식의 관계에 대한 참담한 독해와 같을 것이다. 해서 시인을 통해 우리는 어떤 부끄러움 앞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를테면“자식은 죄책감이 들 때에서야 부모에게 전화를 한다”는 사사키 이타루의 말은 조성래 시인이 말한 세계와 밀접하게 접촉하는 것이 시라는 화법과 유사하다. 흡사 이런 완전한 밀착의 순간에 와서야 사람의 영혼은 어떤 비밀을 깨닫게 되니까. 물론 그것으로 충분할 리가 없다. 그래도“모든 이야기는 죽음을 전제로 한다”는 발터 벤야민의 말이 관통하는 지점은 분명한 듯하다. 지극히 보편적인‘죽음’이라는 의식을 전제하지 않는 한 세상의 어떤 이야기도 태어나기 어려울 테니 말이다. 우리가 이 세계를 다 믿지 못할지라도, 우리에게 어머니란 기표는 신앙이며 동시에‘천국어’와 다름이 아닐 것이다. 극도의 아름다움이 참담하게 슬픈 이야기를 태어나게 한다. “이제 당신이 내 자식으로 태어나라고 내가 당하겠다고, 당신도 당해 보라고” /이희정 시인

2025-05-11

노무제공자 산재보험(2)

<문> 공단에서 노무제공자 산재보험 집중신고기간을 운영중이라 하는데, 언제까지 운영하는지? 18개 직종 모두가 해당되는지 등이 궁금합니다. <답> 2023년 7월 1일부터 2024년 6월 30일까지 노무제공자 전 직종에 대해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하였는데, 화물차주, 대리운전기사, 택배기사, 방과후강사 등 4개 직종에 대해서는 2024년 7월 1일부터 2025년 6월 30일까지 1년간 연장해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문> 집중신고기간에 누가, 무엇을 신고해야 하며, 신고시 어떤 혜택이 있나요. <답> 노무제공자로부터 노무를 제공받는 사업주가 노무제공의 보험관계, 월보수액 등을 신고하여야 하며, 집중신고기간에 신고한 경우 과태료를 면제 받습니다. 과태료는 미신고, 거짓신고 등 위반 행위에 따라 최대 300만원까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문> 보험가입자(사업주)가 운영중인 사업장에 대해 이미 산재보험에 가입하였는데, 노무제공자를 별도로 사용할 경우 따로 신고해야 하나요. <답> 네, 일반근로자 고용 등으로 산재보험관계가 이미 성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보험가입자는 그와 별도로 노무제공자에 대한 성립신고서를 제출하여야 합니다. ※ 기타 문의사항이 있을 경우 콜센터(1588-0075) 또는 부산특수형태근로종사자센터(051-790-0300)로 문의하시면 자세히 안내받을 수 있습니다. /근로복지공단 포항지사

2025-05-11

수염 기를 권리, 수염 안 기를 권리

나는 수염을 기른다. 콧수염과 턱수염이 어느 정도 길어지면 일정한 길이로 잘라내니 정확히 말하면 마냥 기르는 것이 아니고 그저 완전히 면도를 하지 않는 것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2010년에 나온 EP의 커버에는 수염이 없고 2013년에 나온 1집 앨범의 커버에는 수염을 기른 내 모습이 있으니 그 사이 언제쯤부터 십 년 넘는 세월동안 수염이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간 수염을 민 적이 없는 것은 아니다. 몇 번 쯤은 수염을 다듬다 실수를 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수염을 밀어야 했고, 어느 기간 동안은 병역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수염을 밀어야 했던 때도 있었다. 아내와 결혼을 하기 위해 장인어른, 장모님을 처음 뵙던 날도 수염을 밀었다. 그런 날들을 제외하고 수염은 언제나 나와 함께 했다. 거의 모든 무대에서, 심지어 내 결혼식장에서도. 예술인이라는 직업의 고충이야 많지만 특권은 드문데, 그 몇 안되는 특권 중에 하나가 수염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원 없이 누리고 싶었다. 수염은 당연히 남성호르몬과 밀접한 연관이 있고, 그래서 풍성한 수염을 가진 사람들은 대부분 탈모에 대한 고민도 함께 가지고 있는데 나는 그런 것 없이도 부족하지 않게 수염이 난다. 이 역시 내가 누려야 할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커다란 얼굴을 조금이나마 덜 커보이게 하는 기능도 있고, 옷에 힘을 주지 않아도 나의 인상을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요즘 ‘추구미’라는 말이 유행인데, 나의 추구미는 수염을 빼 놓고 상상할 수가 없다. 오랜 세월 함께 해왔기 때문일까, 나는 정말로 나의 수염을 사랑한다. 한국에서 수염 기른 사람은 별로 이성에게 인기가 없지만 다행히 나의 아내는 나의 수염을 존중해준다. 이 존중이라는 것이 내게는 참 중요한 것이다. 싫어한다고 밀어버리라고 강요하지도 않고 좋아해서 기르라고 떠밀지도 않는 것이야말로 사랑하는 이의 수염에 대해 가질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태도가 아닐까. 나는 모든 이들이 다른 사람의 수염에 대해서 이러한 존중을 가졌으면 좋겠다. 아니 거기까지 바라지도 않는다. 제발 기르건 말건 신경이나 쓰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한국 사회의 수염에 대한 박해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이라면 잘 알지 못할 것이다. 각종 참견은 물론이고 더럽다느니 게을러보인다느니 하는 혐오적인 발언들을 심심치 않게 마주할 수 있다. 수염 기른 사람은 정말 더럽고 게으를까?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는데 수염을 모두 제거하는 면도보다 일정한 모양과 길이를 유지하는 수염 관리가 훨씬 손이 많이 간다는 것이다. 남들보다 부지런하게 관리를 해야 하므로 더럽거나 게으르다는 것은 분명 편견이다. 실제로 더럽고 게으른 사람이 있을 수 있을지언정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수염에 대한 박해는 단정치 못하고 불량하다는 인식에서 출발하기도 한다. 이러한 인식은 ‘현대’에 ‘대한민국’을 비롯한 몇몇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다.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 가사에 등장하는 남성 중 수염 없는 남성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아름다운 이 땅에 금수강산에 터 잡으신 단군할아버지도, 만주 벌판 달려라 광개토대왕도, 말 목 자른 김유신장군도 모두 수염을 기른 모습으로 묘사가 되는데 이 분들을 두고도 불량해 보인다고 할 수 있겠는가. 굳이 역사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현대 다른 국가를 향해서만 시선을 돌려봐도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직자나 기업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수염을 허용하지 않는 풍토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 미국에서는 밴스 부통령부터 멋드러진 수염을 기르고 있고, 일본에서는 해머던지기 선수 출신 체육부(스포츠청)장관 무로후시 고지 같은 고위 공직자들이 수염을 기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수염 미는 문화가 서구권을 통해서, 혹은 주변국가를 통해서 양장과 함께 들어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그들에게는 허용되는 것이 우리에게만 허용되지 않는 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게 느껴진다. 나는 수염에 대한 박해, 차별, 탄압을 멈출 것을 제안한다. 공직자에게 존재하는 품위유지의 의무를 수염과 연관 짓지 않기를 부탁한다. 기업에서 수염 기른 사람에게 눈치 주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을 채용할 때 수염이 있다고 해서 배제하지 않기를 촉구한다. 위생이 중요한 업장에서 수염의 유무가 아니라 청결하게 관리되었는가의 여부를 체크할 것을 제안한다. 우리나라에 ‘수염 안 기를 권리’가 생겨난 것이 오래된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수염 기를 권리’, ‘수염 기르고도 편견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강백수(시인)

2025-05-11

청도·상주로 워케이션·로컬유학-벤처 떠나볼까

행정안전부가 추진하는‘2025년도 고향올래(GO響ALL來)’ 공모 사업에 청도군(14억 원)과 상주시(27억 원)가 선정돼 총 41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고향올래’사업은 인구 감소에 따른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 대응하고, 생활인구 유입을 통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행안부에서 2023년부터 시행된 사업으로, 올해는 워케이션(Workation), 런케이션(Learncation), 두 지역살이, 로컬유학, 로컬벤처 5개 분야에 대한 공모가 진행, 개소당 최대 10억 원의 특별교부세가 지원된다. 이번 공모에서 경북도는 두지역살이 분야에서 청도군의 ‘054스페이스 on 스테이 청도’사업과, 로컬벤처분야에서 상주시의 ‘상상주도 생활인구형 로컬(벤처) 창업지원 사업’이 선정됐다. 청도군의 ‘054스페이스 on 스테이 청도’는 ‘비어있는(0) 5일장의 4일을 채운다’라는 뜻으로 청년고 ᅟᅡᆽ역주민이 함께하는 체류 플랫폼형 복합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이 공간은 체류·창업·주거 복합공간으로 3개층으로 구성되며, 1~2층의 청년창업 쇼룸, 팝업스토어 등은 지방소멸기금 22억 원을 들여 조성하고, 3층의 단기체류형 청년 스테이 공간조성 및 온보딩 청도(1박2일 체험프로그램), 054브랜드스쿨(2~3개월 체류형 창작 인큐베이팅) 등 다양한 체류형 프로그램 등은 고향올래 특별교부세 14억 원으로 추진될 예정이다. 상주시의 ‘상상주도 로컬벤처 상주올래’ 사업은 지역 내 창업과 취업을 활성화해 신규 생활인구 유입을 목표로 2027년까지 총 27억 원을 투자해 로컬벤처 창업가 발굴 및 육성, 로컬벤처 창업 인큐베이팅 및 공유오피스 공간과 단기 거주 공간 조성, 창업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등을 추진한다. 또한, 함창 명주정원의 메이커스페이스, 그리고 사벌국면 일대 문화관광자원과 연계하여 지역자원 기반 창업, 네트워크 공간, 여가생활까지 로컬벤처 육성을 위한 통합지원 생태계를 조성할 방침이다. 정성현 지방시대정책국장은 “이번 공모사업은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체감할 수 있는 생활인구정책을 통해 머무르고 싶은 지역, 활력이 넘치는 지역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피현진기자 phj@kbmaeil.com

2025-05-11

사랑과 글쓰기, 기억과 해석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와 필립 빌랭이 실제 연인 사이였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다. 대학 시절, 필립 빌랭은 아니 에르노의 작품에 매료되어 팬레터를 보낸 것을 계기로 그녀와 관계를 맺게 된다. 에르노가 쉰넷, 빌랭이 스물넷이던 시절의 일이다. 필립 빌랭은 그러한 경험을 토대로 ‘포옹’이라는 소설을 집필했다. 세월이 흐른 뒤, 에르노는 같은 관계를 ‘젊은 남자’라는 작품으로 다시 써냈다. 두 사람이 각자의 시선으로 쓴 이 두 작품은 하나의 사건을 서로 다른 언어로―그러나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음은 분명하다―기록한 문학적 대화다. 내가 필립 빌랭의 ‘포옹’을 처음 읽은 건, 열다섯 무렵이었다. 당시 나는 전학생 신분으로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전 학교에서는 나름 우등생 소리를 들었지만, 새 학교에서 나는 어설프고 소심한 학생일 뿐이었다. 다들 나의 진가를 몰라주고 있다. 모두가 나를 오해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당시의 나는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즈음 나는 거의 매일 도서관에 틀어박혀 시간을 보냈다. 내게 조언을 건네는 문학 선생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친구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다. 다만 도서관 책장을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아무도 모르게 나를 건드려줄 문장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 책을 향해 손을 뻗은 이유는 여전히 알 수 없다. 프랑스 문학 코너는 언제나 사람이 적었고 그 속에서 나는 조금 특별하다는 우월감을 느끼며 책을 고르곤 했다. ‘포옹’은 매우 얇았다. 완독하는 데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책을 덮으며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표지에서 설명하듯 외설스럽고 자극적인 소설은 분명했다. 그러나 그런 언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를 본 것은 확실했다. 이것은 단순히 사랑에 관한 글쓰기라고만은 할 수 없다. 그 너머 작가가 끊임없이 발화하고자 했던 것. 그가 끝내 포기하지 못했던 선명한 욕망. 그건 대체 무엇이었을까? 이제 나는 삼십 대를 지나고 있고 어쩌다 보니 소설을 쓰는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아니 에르노에 관한 글을 준비하다가 자연스럽게 필립 빌랭의 ‘포옹’을 펼쳐 들었고 순간 열다섯 어느 날의 기억이 갑작스레 떠올랐다. 그 시절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낯선 세계를 손끝으로 매만지고 있다고 느꼈다. 그러나 지금 와서 다시 읽은 이 책은 어설프고 엉성하기 그지없었다. 어떤 대목은 나의 미숙함과 똑 닮아 있어 읽는 내내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였다. 아니 에르노는 ‘젊은 남자’에서 말한다. 그와의 관계는 단지 열정의 시간이 아니라 젊은 시절의 자기 자신과 조우하는 계기였다고. 그녀는 나이 든 여성으로서의 새로운 권력을 체험하기도 한다. 아니 에르노가 천착해 온 주제―여성의 몸, 욕망, 권력에 관한 문제―가 짧은 기록 속에서도 집요하게 고개를 든다. 그것은 ‘포옹’에서 보이는 감정의 분출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영역이며 어떤 면에서는 모종의 쓸쓸함마저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지금, 열다섯의 나라면 전혀 이해하지 못했을 ‘젊은 남자’를 몇 번이고 다시 읽으며 과거의 자신을 응시하는 중이다. 그때는 도저히 말로 설명할 수 없던 감정이 이제는 언어의 테두리 안에 천천히 포착된다. 세상과의 불화, 분투, 질투와 수치…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온 사람이 반드시 가질 수밖에 없는 시선. 자연스레 재해석되는 세계. 그러니까 결국 하나의 사건이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관점과 시간에 따라 계속해서 달라지는 해석의 집합 같은 것이다. 우리가 어떤 위치에서 그것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지고 그 변화 자체가 또 하나의 진실이 된다. 모든 사건은 다층적인 얼굴을 가진다. 기억은 사실이 아니라 해석의 연쇄다. 그런 면에서 두 작품은 텍스트 그 자체로 기억이 얼마나 주관적이며 해석이 얼마나 복수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 번 읽은 책을 다시 읽을 때도 마찬가지다. 활자는 늘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 같은데,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는 나를 바라본다는 것. 내가 지나온 시간을 바라보는 렌즈가 흐려지고 선명해진다는 것도 느끼게 된다. 물론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도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자리에서 나만의 속도로 활자를 읽어가는 경험은 그때나 지금이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라는 것. 사랑과 글쓰기는 여전히 내 삶에서 두고두고 풀어나가야 할 아주 중요한 문제라는 것. /문은강(소설가)

2025-05-11

정치인들이여, 책을 읽어라

지난 금요일 내가 맡은 한 수업에서 어느 수강생이 ‘수업이 너무 좋아요. 머리가 명징해지는 기분이 들어요.’ 한다. 그 수강생은 지난 10년간 종교 활동만 했더니, 인간관계나 생각하는 것이 너무 좁아져서 내 강의를 신청했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고 한다. 실제로 새로운 것을 접하면 뇌파가 달라져서 학습, 기억, 창의력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나 역시 이런 효과를 얻고 싶어 틈나는 대로 다른 분야를 공부한다. 올 5월에는 시 수업 두 개를 신청했다. 한강 작가의 초기 시를 읽는 수업과 김혜순 시집 12권을 읽는 수업이다. 두 작가의 시는 내게 난공불락의 요새라서 용기가 필요했으나 과감히 신청했다. 김혜순 시집 전작 읽기를 이끄는 S 시인은 시를 읽을 때는 표현에 주목하라면서 낯선 표현을 경험하는 것이 시를 읽는 효과라고 한다. 그동안 어려운 시들을 보면 도대체 왜 이런 시를 쓰고 읽는지 궁금했는데, 김혜순의 시를 같이 읽으며 낯선 표현에서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6∙3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다. 여당이었던 거대 정당의 대통령 후보 선출 과정을 보니 이해 안 되는 일이 많다. 정치 경력이 많은 사람도 있고, 서울대 졸업에 법조인 출신까지 이른바 ‘넘사벽’ 스펙의 소유자들이 후보로 나섰는데, 경선 토론회 수준이 기대 이하다. ‘왜 키높이 구두를 신으십니까?’ ‘내 지지율이 당신보다 7% 앞서니 사퇴하시죠.’, ‘당신은 전과 7범인데 다른 당 후보를 비난할 자격이 있습니까?’ ‘나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대학을 나왔습니다.’ 같은 말들이 나온다. 그 정당의 비대위는 후보 선출 후 비상계엄에 책임이 있는 외부 인사를 데려와 정식 절차를 밟은 후보와 바꾸려고까지 했다. 결국 실패했지만 그런 비상식적인 일을 했다는 사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평소 정치에 관심 많은 지인은 정치판에 들어가면 다 저렇게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상당히 그럴듯하다. 매일 만나는 사람과 생각하는 일이 한정되어 있으니 자기 집단의 이익에만 매몰되는 것이다. 이런 모습을 보자니, 바츨라프 하벨(1936~2011) 같은 정치인이 그리워진다. 하벨은 체코의 정치가인데, 극작가이자 수필가이도 하다. ‘녹색 평론’에서 하벨의 글을 읽고 무한 감동에 빠졌던 일이 생각난다. 그는 체코슬로바키아가 두 나라로 분리되기 전 마지막 대통령을 역임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로 나뉜 후 대통령 출마를 고사했지만, 연방 의회 의원들의 만장일치 의결로 추대되어 체코의 초대 대통령이 되었다.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이런 일이 있게 된 것은 그가 시인이라는 것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다. 정치를 하든 종교를 믿든 어느 한 가지 일만 오래 하다 보면 편협해지고 어리석어진다. 새로운 공부를 통해 주의를 자주 환기해주어야 한다. 주의를 환기하는 데 책만큼 좋은 것이 없다. 책을 읽어야 인식이 확장되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다. 그중에 시는 시간으로 보나 효과로 보나 가장 가성비 좋은 방법이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정치인들에게 시 읽기를 권한다. /유영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 교수

2025-05-11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

경북과 경남지역 산불은 수십 명의 사상자를 내고 약 4만8천여 ㏊에 달하는 산이 잿더미로 변했으며 3천여 동의 집이 불에 타고, 30건의 국가유산과 2천여 건의 농업시설 피해를 보았다. 불을 끄고 한숨을 돌리나 했는데, 대구에서 다시 산불이 났다. 대구 산불은 원인 규명 중이지만, 나머지는 사람이 불을 내었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온의 상승은 산불 가능성을 높이고 태풍급의 바람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산불을 퍼뜨렸다. 산불로 인한 유독 가스의 발생은 대피하려는 주민들이나 불을 끄려는 소방대원들의 생명을 위협했다. 불완전 연소로 인한 연기는 불을 끄려는 헬리콥터 조종사의 시야를 방해했다. 태풍급의 바람에 실려 온 불길이 넓은 고속도로를 가로지르는 바람에 차에 불이 붙을까 다급했던 이야기도 들린다. 빽빽하게 우거진 산림과 두껍게 쌓인 낙엽은 가뜩이나 힘든 산불 진화를 어렵게 했다. 우거진 산림은 헬리콥터가 뿌린 물을 막았고 떨어진 낙엽은 산불 진화를 방해했다. 낙엽 속에 남은 불씨는 다시 발화하여 수천 명의 노력을 허사로 만들기도 했다. 멀리 떨어진 집마다 바쁘게 돌며 주민들을 대피시키는 사람들과 그들의 긴박한 목소리. 제때 대피하지 못해 등이 탄 소를 보며 이번 사태가 얼마나 급박하게 돌아갔는지. 전쟁보다 더한 처참한 산불에 할 말을 잃는다. 낮이나 밤이나 불길과 싸우는 최전선에서 여러 날을 집에도 가지 못한 채 불을 끈 소방대원들. 소방대원들에게 힘을 보탠 국군장병과 공무원들. 그리고 자원봉사자들. 그들의 헌신적인 희생이 없었더라면 불을 끄는 건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가운데 나타난 불에 녹아버리는 헬멧 같은 소방 용품은 우리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번 산불을 겪으며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다시는 없어야 한다. 주거지와 산림층을 구분 짓는 방화선을 만들고, 산불 진화를 위한 임도 구축, 고령층 주민들의 빠르고 안전한 이동이 이루어져야 한다. 소화 방법으로는 대용량의 물로 한 번에 넓은 지역의 불을 끌 수 있는 대형 헬리콥터와 고성능 펌프를 장착한 산불 진화 차량이 더 필요하다. 목숨을 걸고 불을 끄는 이들에게 안전한 소방 용구의 공급은 우리가 준비해 주어야 할 기본이다. 이재민을 위한 구호 사업은 아직도 진행 중이고, 가축과 야생 동물의 사체와 생명을 잃은 나무들, 잿더미로 변한 산을 보노라면 그 피해를 가늠하는 것조차 어렵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지구의 경고를 무시하고 지금도 불을 지피며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 그것도 모자라 불을 들고 산으로 들어간다. 기후 대응 협력 프로젝트 국제기구인 WWA(World Weather Attribution)는 340년 만에 한 번 있을 극단적이고 이례적인 기후의 영향이라고 보도했다. 또한 대한민국은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대형 산불의 발화 가능성이 2배 더 높아졌다고 보도했다. 대형 산불에 대한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산불을 예방하자. 지구가 보내는 다급한 신호를 겸허히 받아들이자. 이제는 우리가 나서야 한다. 지구 환경을 살리는 일이 우리가 사는 길임을 알아야 한다. /김규인 수필가

2025-05-11

생성형 AI 활용 콘텐츠 제작 특강

포항시가 지난 9일부터 오는 30일까지 매주 금요일, 포항시 북구에 위치한 경북콘텐츠기업지원센터에서 시민을 대상으로 ‘생성형 AI 활용 콘텐츠 제작’ 특강을 운영한다. 이번 특강은 포항시민의 AI 인식을 제고하고 생성형 AI 저변 확대를 위해 추진됐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지식 습득 및 콘텐츠 제작 역량을 시민들이 직접 익힐 수 있도록 마련된 프로그램을 구성해, 매주 2시간씩 총 4회에 걸쳐 진행된다. 특강은△ChatGPT를 활용한 AI 개념 이해 및 일상 속 실습 △콘텐츠 아이디어 발굴 및 유튜브 제작 실습 등으로 구성되며, 실습 중심의 교육을 통해 시민들이 AI 기술을 친숙하게 접하고 이를 생활에 실질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특히 특강은 총 2회차(1·2차, 3·4차)로 나눠 진행되며, 사전 접수는 4월 30일부터 5월 7일까지 유선으로 실시하였고, 접수 첫날 접수가 마감되어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았다. 교육 수강 후에는 만족도 조사를 실시하여 향후 시민 정보화 교육 개선에 반영할 예정이다. 안나경 포항시 정보통신과장은 “이번 특강은 시민 여러분이 생성형 AI, 특히 ChatGPT에 대해 쉽게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직접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보는 실습 중심의 과정으로 구성됐다”며 “AI를 단순히 기술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글쓰기, 정보 검색, 유튜브 영상 제작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이번 교육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시라기자 sira115@kbmaeil.com

2025-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