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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 친필 휘호 1점, 청도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 전시

청도 우리정신문화재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친필 휘호 ‘생활의 과학화’ 1점을 부산에 거주하는 이영희씨로부터 기증받아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에 전시했다고 28일 밝혔다. 기증된 휘호는 박 전 대통령이 주창한 전 국민 과학화 운동과 깊은 관련이 있다. 전국민 과학화 운동은 1970년대 새마을운동에 이어 모든 국민이 일상 속에서 과학적 사고와 실천으로 생활을 개선하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도록 유도한 범국민적 캠페인이다. 단기간 정책이 아닌 지속적 실천을 강조한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각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도로 정비와 주택 개량, 농업 생산성 향상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친 새마을운동의 연장선에서 국민 개개인의 생활 속 변화를 통해 근대화와 사회 발전을 이루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시대적 비전을 담았다. 기증자 이영희씨는 “부친께서 생전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받은 이 휘호는 오랜 세월 가보처럼 간직해온 소중한 유산이었지만 우연히 청도 새마을운동 발상지 기념관을 방문하며 이 유산이 이제는 개인의 소유를 넘어 보다 많은 사람이 함께 보고 기억할 수 있는 공공의 자산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기증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전했다. /심한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8-28

한수원, 범죄피해자에 3년간 3000만 원 기부

한국수력원자력이 경북 지역 범죄 피해자들을 위한 긴급 지원에 나섰다. 한수원은 지난 27일 경주 본사에서 경북경찰청과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앞으로 3년 동안 매년 1000만 원씩 범죄 피해자 지원 기금을 적십자사에 기부하기로 합의했다.   이번 협약에 따르면, 적십자사 경북지사는 경북경찰청의 심사를 거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기금을 지원한다. 지원 항목은 긴급 생계비, 의료비, 교육비 등이며, 이를 통해 피해자들의 조속한 일상 회복을 돕는다.   범죄 피해자 지원 제도가 점차 확대되고 있으나,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일부 범죄 유형이나 피해자들은 제도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수원은 이번 기금으로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고, 피해자들의 일상 복귀를 돕겠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은 2014년부터 전국 82개 지역에 안심 가로등을 설치해 범죄 예방에 힘써왔다. 이번 협약으로 사전 예방을 넘어 피해자 사후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지역 사회 안전망 강화에 기여하게 됐다.   정용석 한수원 기획본부장은 “시민 안전을 위해 항상 헌신하는 경북경찰청에 감사드린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국민의 안전과 소중한 일상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8

경북, 외국인 관광객 34%↑… 글로벌 여행지로 ‘우뚝’

경북을 찾는 관광객이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나타냈다. 특히 외국인 방문객은 큰 폭으로 늘어 경북관광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경북도문화관광공사가 지난 18일 발표한 ‘2025년 2분기 관광 동향’을 보면 내국인 방문객이 4642만 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외국인 방문객은 162만 명으로 33.9% 급증했다. 이는 코로나 해제 이후 3년 연속 성장세를 나타낸 것이다. 지역별로는 문경, 울진, 경산이 두드러졌다. 문경은 ‘빵 축제’와 ‘찻사발 축제’의 흥행으로 전년 대비 9.1% 증가했다. 울진은 동해선 개통과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재 효과로 8.7% 증가했다. 경산은 커피 축제와 자인 단오제의 효과로 방문 비중이 8.8%에 달했다. 김천·영주·구미도 2년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관광 소비는 3258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콘도 부문 소비는 42% 급감했다. 숙박 수요는 호텔과 펜션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관심도 분석에서는 포항 영일대해수욕장과 영덕 강구항이 급부상했다. 영일대는 ‘국제 불빛 축제’로 주목받았지만 우천으로 취소돼 아쉬움을 남겼고, 강구항은 ‘강구대게길’ 조성과 함께 대게 관광 거점으로 부상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혼행(혼자 여행)’, ‘감성 여행’, ‘고택 체험’ 등 개인 맞춤형 키워드가 확산했다. 가족 단위 휴식에 체험 활동을 결합한 ‘휴식+체험형 여행’이 새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김남일 경북문화관광공사 사장은 “경북 관광이 내·외국인 모두에게 선택받고 있다”며 “축제와 교통·숙박 인프라를 연계해 체류형 관광지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8

한수원, SOFC 연료전지 핵심 소재 국산화 확대

한국수력원자력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의 핵심 소재와 부품 국산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국산화율은 50%를 넘어서며, 중소기업들과 함께 해외 시장 진출도 본격화되고 있다. 한수원은 지난 27일 부산 BEXCO에서 열린 ‘2025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에서 SK에코플랜트·블룸에너지·블룸SK퓨얼셀 등과 함께 연료전지 전해질과 송풍기(Fuel Blower) 등 주요 부품 국산화 성과를 발표했다. 2021년부터 4개 기관이 협약을 맺고 국내 기업 발굴·기술 지원을 이어온 결과다.   한수원은 올해 데이터센터 연계용 슈퍼캐퍼시터, 열병합 흡수식 냉방기 등 연계 설비 국산화에도 성공했다. 이에 따라 협력 중소기업의 수출 기반도 넓어지고 있다.   SOFC는 연소가 아닌 화학반응을 통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고가의 백금 전극 촉매가 필요 없고 효율성이 높아 차세대 청정에너지로 주목받는다.   공영곤 한수원 수소 융복합 처장은 “첨단 연료전지 기술 도입으로 수소경제 도약을 앞당기겠다”며 “국내 연료전지 생태계가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과 함께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한수원은 앞으로도 수소 전 주기 기술력 확보, 해외 수소 생산 사업, 분산형 전원 확대 등 수소 융·복합 사업모델을 지속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8

한의약진흥원 ‘전통 의약 국제 심포지엄’ 개최

보건복지부가 주최하고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주관하는 ‘2025 전통 의약 국제 심포지엄’이 9월 9일과 10일 양일간 서울 페럼타워 페럼홀에서 개최된다. ‘한의약, 인공지능을 만나다: 전통 의약의 새로운 미래’를 주제로 열리는 이번 국제 심포지엄에는 아랍에미리트(UAE), 독일, 일본, 중국 등 7개국 18명의 전문가가 참석해 인공지능(AI)·빅데이터와 전통 의약 혁신, 국제표준 및 WHO 글로벌 협력 방안 등을 논의한다. 특히, 최근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한의사 면허를 공식 인정한 데 따른 의의와 현지의 높은 관심을 아부다비 정부 관계자의 발표를 통해 직접 확인할 수 있다. 프로그램은 AI 전문가 특별 초청 강연인 ‘기술로 사람을 건강하게: 카카오 헬스케어’를 시작으로 △AI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전통 의약 혁신 전략 △전통 의약의 국제표준과 글로벌 협력 방안 △전통 의약 산업의 해외시장 확대와 성장 기회 △국제보건 의료협력과 WHO 전통 의약 신규 전략 △한의약 외국인 환자 유치 확대를 위한 미래 전략 등 5개 세션으로 모든 세션은 현장과 온라인 생중계로 동시에 진행된다. 참가 희망자는 한의약 세계화 홈페이지 ‘KOREAN MEDICINE(https://koreanmedicine.org)’에서 무료 사전등록을 신청하면 된다. /심한 식기자 shs1127@kbmaeil.com

2025-08-28

의성군, 하반기 농지정보시스템 사용자 교육 실시

의성군은 지자체 농지 업무 담당자의 실무 역량 강화를 위해 ‘하반기 농지정보시스템 사용자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은 농지대장 정비와 농지이용실태조사 업무의 정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실습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참가자들은 행정업무시스템과 농지정보시스템을 직접 다루며, △필지별 농지대장 정비 절차 △경작 현황 입력 △임대차 정보 확인 △오류 사례 점검 등 실무에 즉시 활용 가능한 기술을 집중적으로 익혔다. 또한, 농지이용실태조사의 전체 흐름을 실제 시스템을 통해 실습하면서 복잡한 절차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였다. 이번 교육은 한국농어촌공사 본사와 경북지역본부 담당자가 직접 의성을 찾아 진행했으며, 상반기 경북권 사용자 교육을 선도적으로 주관한 의성군은 하반기에도 지역 농정 행정의 전문성 제고와 데이터 품질 향상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주수 군수는 “이번 교육을 통해 농지대장 담당자들의 업무 처리 능력이 향상되어 농업인들의 농지 관리 만족도가 높아지길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실무 교육과 시스템 정비를 확대해 정확한 데이터에 기반한 신뢰받는 농정 행정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이병길 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8-28

의성군 안평면 행복기동대, 벌레아웃! 방충망 교체 프로젝트 성료

의성군 안평면 행복기동대는 8월 한 달간 여름철 위생 및 주거환경개선을 위해 독거노인 및 취약계층 20가구를 대상으로 ‘벌레아웃! 방충망 교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번 사업은 행복기동대 봉사자들이 직접 참여해 낡고 훼손된 방충망을 교체·보수하여 △여름철 벌레 차단 △위생환경 개선 △ 쾌적한 주거환경 제공으로 주민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행복기동대는 안평면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협력하여 생활 속 불편을 해소하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다양한 활동을 꾸준히 펼쳐왔다. 한 어르신은 “오래되고 낡은 방충망 때문에 밤마다 모기에 시달렸는데, 새로 교체해 주어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마숙은 행복기동대장은 “이번 사업은 교육을 통해 쌓은 역량을 실제 현장에서 발휘한 좋은 사례”라며 “앞으로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는 생활밀착형 복지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치훈 면장은 “이번 방충망 교체 사업이 주민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기쁘다”며 “앞으로도 지역 봉사단체와 협력해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복지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병길 기자 bglee311@kbmaeil.com

2025-08-28

포항시의회,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환영

포항시의회는 2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포항시에 대해 2년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 데 대해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시의회는 “포항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되도록 함께 노력해 준 김정재·이상휘 국회의원, 경북도, 포항시, 정부 관계부처, 힘을 보태준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글로벌 과잉공급과 미국 관세 등으로 지역 철강시장이 큰 어려움에 직면한 상황에서 지역 산업 회복의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의회는 또 “이번 선제대응지역 지정으로 긴급 경영 안정 자금과 정책 금융을 우대 지원,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비율을 상향, 협력업체·소상공인 대상 우대 보증 프로그램 운영 등 정부의 다양한 지원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 철강산업과 지역 경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시의회는 “포항은 철강산업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대표적인 철강도시”라며 “이번 지정이 일시적인 지원에 그치지 않고 친환경 철강으로의 전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개편 등 철강산업의 구조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관계기관은 물론, 지역 내 기업들과도 긴밀히 협력하고 의회 차원의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시의회는 지난 2월 열린 제321회 임시회에서 ‘미국 철강제품 관세 부과에 따른 철강산업 위기 범정부 공동대응 촉구 결의안’을 채택, 정부에 포항시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촉구하는 등 지역 철강산업 보호와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해 왔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28

한수원, 협력사 대상 원자력 품질 심화교육 실시

한국수력원자력이 28일 서울 방사선보건원에서 협력사 품질부서장과 직원들을 대상으로 ‘원자력 품질 심화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교육에는 70개 협력사에서 100여 명이 참여했다.   한수원은 원자력 품질보증 심화 내용과 일반규격품검증(CGID), 주요 미흡·우수 사례, 공급자 검사 지적 사례 등을 공유하며 협력사의 실질적 품질 역량 강화를 도왔다. 올해 교육은 기초·심화 과정으로 구분해 운영되며, 상반기에는 기초과정과 온라인 교육을 통해 700여 명이 수료했다. 하반기에는 품질 부서장 및 5년 이상 경력자를 대상으로 심화 과정을 집중적으로 운영한다. 또한, 집합교육 전 온라인 사전학습을 의무화해 교육 효과를 높였다.   소순규 품질보증 처장은 “원전 안전 운영에서 품질은 곧 신뢰라는 인식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한수원과 협력사가 함께 역량을 끌어올리자”라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지난 2012년부터 매년 협력사 품질교육을 시행해왔다. 향후 품질교육뿐만 아니라 품질협의회 운영, 협력사 품질진단·멘토링 등을 통해 원전 생태계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한수원은 협력사들과 함께 원자력 산업의 품질 향상을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8

루마니아, 문경 오미자 매력에 빠졌다

문경시는 지난 20일부터 26일까지 루마니아 부카레스트에서 열린 ‘코리안 데이즈 앳 테르메(Korean Days at Therme)’ 행사에 참여해 문경 오미자의 해외 홍보와 판촉 행사를 진행했다고 28일 밝혔다. ‘코리안 데이즈 앳 테르메’는 글로벌 테르메그룹이 격년으로 여는 교류 행사로 한국의 문화 콘텐츠와 제품을 유럽 시장에 알리는 홍보 플랫폼이다. 행사장인 테르메 부카레스트는 중부유럽 최대 규모의 복합 웰빙 시설로 알려져 있다. 문경시는 현지에 홍보 부스를 설치해 오미자의 독특한 풍미와 건강 기능성을 알리고 시음 행사를 통해 소비자와 바이어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다섯 가지 맛’이 조화를 이루는 문경 오미자의 특성이 유럽인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오미자청과 음료·디저트 등 가공 제품도 함께 소개해 K-푸드와 연계한 차별화 전략으로 시장 진출 가능성을 높였다. 문경시는 이번 행사를 수출 판로 개척에 그치지 않고, 테르메 리조트의 문경 유치 가능성을 타진하는 계기로도 삼았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방문객들에게 문경의 주요 관광지를 홍보하고, 현지 여행사와 협력해 개발한 문경 연계 관광상품도 함께 선보였다. 문경시 관계자는 “오미자의 세계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 홍보 무대를 넓히는 한편, 지역 관광과 연계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고성환기자 hihero2025@kbmaeil.com

2025-08-28

국립경국대학교, 2026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 시작

국립경국대학교 공공수요인재대학(예천캠퍼스)이 2026학년도 수시모집 원서 접수를 오는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모집은 동물생명공학과, 모빌리티디자인공학과, 소방방재학과, 응급구조학과, 경기지도학과 등 5개 학과에서 총 116명을 선발한다. 모집단위 광역화에 따라 단과대학 단위로 학생을 뽑으며, 입학생들은 1학기 동안 전공 탐색 과정을 거친 뒤 1학년 2학기부터 단과대학 내 5개 학과 중 원하는 학과를 선택할 수 있다. 전형 유형별 모집인원은 △학생부 교과전형 84명 △학생부 종합전형 26명 △실기·실적전형(경기지도학과 해당) 6명이다. 세부 전형별 모집인원은 교과전형의 경우 일반학생 70명, 지역인재 8명, 특성화고 출신자 2명, 사회배려 대상자 2명, 농어촌 학생 2명 등이다. 국립경국대 공공수요인재대학은 지역 공공수요 맞춤형 인재를 길러내 지역 발전을 견인하고 사회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학과별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동물생명공학과는 미래 동물 산업을 선도할 전문 교육을 제공하며, 대구·경북 최초 동물분야 학교기업인 GPC바이오 운영을 통해 현장실습 기회와 지역 한우 개량사업에 기여한다. 모빌리티디자인공학과는 미적 디자인 지식과 공학 지식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한다. 소방방재학과는 지역사회 소방안전 대응 능력을 강화할 소방안전 기술인을 길러내고, 응급구조학과는 전문지식과 봉사정신을 바탕으로 최고의 응급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응급구조사를 양성한다. 경기지도학과는 2026학년도 신설 학과로, 현장실습과 전문 교육을 통해 이론과 실무를 겸비한 경기지도자를 육성한다. 한편, 국립경국대학교는 정원 외를 포함한 전체 모집인원 1633명 가운데 1615명(98.9%)을 수시모집과 정시모집을 통해 선발하며, 이는 전년과 동일한 비율이다. /정안진기자 ajjung@kbmaeil.com

2025-08-28

국립경주박물관, 관람객 100만 명 돌파

국립경주박물관이 올해 관람객 1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89만 9000여명) 보다 11.1% 증가한 수치이며, 작년보다 45일 앞선 기록이다. 오는 10월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경주는 다시 한 번 세계적 문화도시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지난 24일 기준 누적 관람객이 100만 명을 넘었다고 28일 밝혔다. 최근 3년간 관람객은 2022년 112만 명, 2023년 134만 명, 2024년 135만 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이보다 더 많은 관람객이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특별전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 청자’는 29만 6000여 명이 방문해 ‘백만 돌파’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어린이 박물관학교, 신라학 강좌 등 교육 프로그램 확대와 전시 안내 앱, SNS 홍보 강화도 관람객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외국인 관람객은 약 6만 명으로 집계돼 국제적 관심을 확인했다. 관람 추이는 토요일(22만 5000 명)이 가장 많았고, 시간대별로는 오후 2시(14만 5000 명)가 가장 붐볐다. 월별로는 5월이 18만 7000 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박물관은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특별전 〈신라 금관〉 등 다양한 전시와 문화 행사를 준비 중이다. 윤상덕 국립경주박물관장은 “APEC 정상회의 준비로 주차장 공사 등 불편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많은 분이 찾아주셨다”며 “세계 속의 신라 문화유산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말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8

석포중 김예희 학생, 전국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대회 최우수상

봉화 석포중학교 2학년 김예희 학생이 지난 23일 경북도청 동락관에서 열린 ‘제12회 전국 다문화가족 이중언어 대회’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대회는 다문화가족 자녀들에게 이중언어 환경을 조성하고 글로벌 인재로 성장하도록 지원하기 위한 행사이다. 올해 대회에는 전국 13개 시도에서 113명이 참가했다. 예선을 거쳐 선발된 20명이 본선 무대에서 실력을 겨뤘다. 김예희 학생은 ‘꿈의 꽃’이라는 주제로 어머니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중국어와 가까워졌으며, 장래 희망인 통역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내용을 부모님의 모국어인 중국어로 발표했다. 그녀의 열정적인 연설은 심사위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봉화군가족센터 관계자는 “다문화 자녀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신감을 갖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대회 이후에도 이중언어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한 홍보를 지속해 나갈 예정이다”고 밝혔다. 김경숙 봉화군가족센터장은 “글로벌 시대에 이중언어 능력은 미래 사회의 필수 자산이며, 이번 대회가 다문화 자녀들이 자신의 강점을 발견하고 꿈을 키우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종화기자 pjh4500@kbmaeil.com

2025-08-28

“모두의 염원 결실”… 포항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산업통상자원부는 경북 포항시와 충남 서산시에 대해 28일부터 2년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한다고 공고했다. <관련기사 2면>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설립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저가 중국산 철강과의 경쟁과 더불어 미국 정부가 한국산 철강에 50%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상황에서 적자 폭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다. 포항은 태풍 힌남노 피해를 본 이후인 2022년 10월 30일부터 2년간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바 있다. 경북도는 글로벌 공급과잉, 불공정 수입재 유입 등으로 포항 철강산업의 현저한 악화가 우려된다고 판단해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을 신청했다. 산업부는 지난 5일 포항 현지 실사에 이어 관계부처와 지자체 실무협의, 산업위기대응 심의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번 결정을 내렸다. 정부는 긴급경영안정자금, 지방투자촉진보조금 우대와 함께 중소기업에 대한 정책금융지원도 강화한다. 정책금융기관에서는 중소기업에 만기 연장·상환유예를 지원하고,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에서는 협력업체·소상공인에 우대보증 지원프로그램을 출시한다. 이 밖에도 정책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고의·중과실이 없는 경우 담당자를 면책할 예정이다.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은 10억 원 한도에서 3.71% 금리로 2년 거치 5년 만기 대출을 제공한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도 7천만 원 한도에서 2.68% 금리로 2년 거치 5년 만기 대출을 제공한다.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비율도 대기업 설비투자의 경우 기존 6%에서 12%로 상향 적용된다. 중소기업 설비투자의 경우 기존 10%에서 25%까지 높아진다. 또 2차 추경으로 신설된 지역산업위기대응 사업을 통해 산업위기지역 소재 주된 산업 관련 기업의 대출에 대한 부담을 낮춰주기 위한 이차보전, 기업 경쟁력 강화 등을 위한 맞춤형 지원(기업지원, 인력양성)을 추가로 지원한다. 이강덕 포항시장은 “포항시와 지역사회, 국회, 시의회, 경북도, 지역 기업이 산업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염원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고 말했다. /배준수기자 baepro@kbmaeil.com

2025-08-28

‘尹계엄 방조’ 한덕수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다툴 여지 있어”

법원이 내란 방조 및 위증 등 혐의로 청구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한 전 총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한 뒤 “중요한 사실관계 및 피의자의 일련의 행적에 대한 법적 평가와 관련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정 부장판사는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수사 진행 경과, 피의자의 현재 지위 등에 비춰 방어권 행사 차원을 넘어선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의 경력, 연령, 주거와 가족관계, 수사절차에서의 피의자 출석 상황, 진술 태도 등을 종합하면 도주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했다. 한 전 총리는 ‘제1 국가기관’이자 ‘국정 2인자’인 국무총리로서 지난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불법 비상계엄 선포를 막지 못하고 방조한 혐의를 받고 있다. 헌법과 정부조직법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하고, 행정기관의 장을 지휘·감독한다.국방부 장관 또는 행정안전부 장관의 계엄 선포 건의 또한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하게 돼 있다. 국무회의 역시 국무총리가 부의장 역할을 한다. 특검팀은 제헌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전 법제처장이 ‘대통령의 독주를 막기 위해 국회 승인을 거쳐 총리를 임명하도록 했다’고 밝힌 점 등을 근거로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 남용을 견제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은 또 한 전 총리가 계엄 선포 이전 국무회의 소집을 건의한 것도 계엄을 막으려는 목적이 아닌, 절차상 합법적인 외관을 갖추기 위한 차원이었다고 구속영장에 기재했다. 특검팀은 수사결과를 토대로 한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우두머리 방조 및 위증, 허위공문서 작성, 공용서류손상,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허위공문서 행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 측은 핵심 혐의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맞섰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위증 관련 내용을 제외한 혐의 대부분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 총리는 계엄 선포를 막기 위해 노력했지만, 대통령의 뜻이 워낙 강해 말릴 수 없었으며, 국무회의를 소집한 것도 계엄을 만류하기 위한 목적이었다고 주장해왔다. 사후에 작성·서명한 계엄 선포문은 작성 직후 폐기했기 때문에 계엄 선포를 합법화하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없으며, 윤 전 대통령 등 계엄 주요 가담자들이 이미 구속된 상태여서 증거 인멸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검팀은 이날 심사에 54페이지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362쪽 분량의 의견서, 160장의 PPT 자료, 폐쇄회로TV 영상 등을 제시하면서 혐의 및 구속 필요성 소명을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법원은 그러나 양측 주장을 따져본 뒤 특검팀이 제시한 증거만으로는 구속 수사 필요성이 소명되지 않는다고 보고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형남기자

2025-08-28

“자유·번영 대한민국 지킬 터” 장 대표 현충원 참배 첫 행보

국민의힘 장동혁 신임 대표가 27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참배하며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날 참배에는 송언석 원내대표와 김은혜 원내정책수석, 유상범 원내수석부대표를 비롯해 박성훈·최은석 수석대변인, 신동욱·우재준·김민수·김재원 최고위원 등 지도부가 함께했다. 장 대표는 분향을 마친 뒤 방명록에 “정도 직진. 자유와 번영의 대한민국. 반드시 지켜내겠습니다”라는 문구를 남겼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대한민국의 헌법 질서가 흔들리고 자유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피와 눈물로 지켜온 자유와 번영을 굳건히 이어가겠다는 다짐으로 현충원에 왔다”고 말했다. 현충원 참배를 마친 장 대표는 이날 첫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했다. 그는 모두발언에서 “과거의 옷을 벗고 미래로 나가야 할 시간”이라고 강조하면서 “전당대회 과정에서 당원과 국민이 보내주신 민심은 야당답게 거대 여당을 견제하고, 이재명 정권을 바로잡으며 유능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민께 공감할 대안을 제시하고 민생을 책임지는 민생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면서 “그동안 보여드리지 못한 새로운 국민의힘의 모습을 반드시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7

與 “도로 윤석열당” vs 野 “상임위 보이콧” 강경대치

여야가 새 지도부 출범 첫날부터 강경 발언을 주고받으며 대치 정국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7일 의원총회에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등 신임 지도부를 겨냥해 “도로 윤석열당”이라고 직격했다. 그는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하고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는데, 지금 대한민국에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정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한미 정상회담을 “역대급 성공적인 외교”라고 자평하며 국민의힘을 향해 “‘도로 윤석열당’, ‘도로 내란당’이 된 그들의 눈에는 그렇게 비치지 않는가 보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상계엄 내란을 다시 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이럴수록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내란 종식·척결을 위해 똘똘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도 의총에서 강경 투쟁 방침을 확인했다. 장동혁 대표는 “여당을 견제하고 이재명 정권과 맞서 싸우는 일에만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은 이날 민주당이 야당 몫 국가인권위원 후보 선출안을 부결하자 상임위원회 전면 보이콧을 선언했다. 앞으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한 모든 상임위에 불참할 방침이다. 송언석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일방적 국회 운영에 협조할 수 없다”며 “이번 인권위원 선출안 부결은 정당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작태”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7

당대표 선출 하루만에 ‘국힘 파열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장동혁 당대표가 선출된 지 하루만에 곳곳에서 파열음이 터져나왔다. 장동혁 대표는 내부 비판을 해온 ‘찬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찬성)’인 조경태 의원을 향해 “결단을 하라”며 사실상 탈당을 요구했고, 조 의원은 “대표가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장 대표는 대표로 선출된 26일 채널A 방송에 출연해 조 의원에 대해 “먼저 결단을 하시라. (조 의원의)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말은 우리 당을 너무나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라며 “민주당 의원 50명이 그런 말을 하는 것보다 우리 당 의원 1명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조 의원은 27일 장 대표의 발언을 공유하며 “당을 통합해 내고 잘못을 걸러내 바른길로 인도해야 할 대표가 갈등을 조장하고 분열을 야기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다”며 “누가 누구에게 뭘 사죄하나. ‘윤어게인’ 세력이 단합해 당대표 선거에서 이겼으니 모든 게 정당화되느냐”고 반박했다. 조 의원은 "어떻게 위헌·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회 침탈, 국민께 총부리를 겨눈 자의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유지하냐”며 “다수 의견을 무조건 따르란 건 역사적으로도 아주 참혹한 사례를 남겼다. 히틀러, 나치 정권이 대표적”이라고 몰아세웠다. 조 의원의 이 같은 발언에 장 대표는 이날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적절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면 제가 할 수 있는 결단을 하겠다”고 했다. 장 대표가 처음 주재한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찬탄파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민수 최고위원은 “시급한 건 내부를 향한 총격과 해당 행위를 근절하는 것“이라며 △당원 게시판 조사 △당무감사 △계파정치를 위해 당 비판에 가담한 패널 책임 묻기 등을 제안했다. 당원 게시판 조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내용의 게시글에 한동훈 전 대표와 가족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규명하자는 취지다. 당원 게시판 논란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국면을 거치며 한 전 대표가 사퇴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다만 비방글 작성자 신원이 명확히 확인되지 않아 친윤계를 중심으로 ‘한동훈 전 대표 가족 연루 여부를 밝혀라’는 주장이 계속 돼왔다. 당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일각에서는 국민의힘 분당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경북(TK) 출신 김재원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서 출연해 “그렇게까지 가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7

닻 올린 장동혁號, TK당직인선 하마평 무성

국민의힘 새 지도부 출범과 함께 장동혁 대표의 당직 인선 방향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장 대표가 전날 기자회견에서 “기계적 탕평은 없다”며 지명직 최고위원 등 당직 배분에서 지역·계파 안배를 고려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 대구·경북(TK) 출신 인사 기용 여부도 주목받고 있다. 장 대표는 우선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 등 1차 인선을 신속히 매듭지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27일 공지를 통해 장 대표가 당대표 비서실장으로 박준태 의원을 임명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전당대회 물밑 지원에 나섰던 80년대생 초선 박 의원은 장 대표와 호흡을 맞춘 인사로, 여권에선 정무 감각이 돋보이는 ‘실무형 초선’으로 평가된다. 여권에선 비서실장 인선에 이어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에도 초·재선 의원이 중용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현재 당내에서는 장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TK 재선 정희용(고령·성주·칠곡) 의원이 대표적으로 이름이 오르내린다. 통상 사무총장은 3선급 이상에게 돌아갔지만, 이번에는 젊은 당대표에 맞춰 초·재선 카드가 부상하는 점이 이례적이다. 정 의원은 윤재옥 원내지도부 체제에서 각각 원내대표 비서실장과 원내대변인을 맡으며 장 대표와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정치권 안팎에서는 사무총장 후보군에 포함된다. 정 의원 외에도 TK 출신 젊은 인사들이 당직 후보로 거론된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만큼 장 대표가 세대교체와 지역 기반 확장을 동시에 노릴 것이란 관측 속에, 초선 조지연(경산) 의원과 대통령실 출신 강명구(구미을) 의원의 이름도 나온다. 조 의원은 전당대회 당시 장 대표를 물밑 지원한 인사로 추경호 원내대표 체제에서 원내대변인을 지낸 바 있다. 윤석열 전 정부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강 의원도 ‘젊은 피’로, 장 대표가 강조해온 세대교체 기조와 맞아떨어진다는 평가다. 아울러 전당대회 과정에서 장 대표를 지원한 구(舊)주류 인사들이 일부 당직에 기용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장 대표가 세대교체와 외연 확장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구주류를 일정 부분 포용해 조직 안정을 꾀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장 대표 구상에 현실적 제약이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송언석 원내대표 역시 장 대표보다 연배와 경력이 앞서고, 새 지도부 내에서도 장 대표보다 나이가 많은 최고위원들이 적지 않아 세대교체 기조가 실제 의사결정 과정에서 얼마나 힘을 발휘할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신임 장 대표가 세대교체 기조를 실제 성과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향후 인선 결과와 당내 조율 과정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고세리기자 ksr1@kbmaeil.com

2025-08-27

경주APEC 성공 개최 합의 첫 美·日 순방외교 ‘합격점’

이재명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한화 필리조선소 방문을 마지막으로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3박 6일에 걸친 일본·미국 순방을 통해 한일·한미 양자 관계는 물론 한미일 삼각 공조·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합격점’을 받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 외교를 복원했다. 이 대통령은 “가치·질서·체제·이념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한일 양국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했고, 이시바 총리도 ‘공동언론발표문’에서 1998년 채택한 ‘김대중·오부치 선언’ 계승 의지를 명시하는 등 관계개선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긴밀하게 협력하는데 합의하며 한일 관계의 미래협력 확대 기반을 닦았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각종 돌발 상황이 발생했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큰 잡음 없이 마무리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께서 ‘피스메이커’를 하시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로 열심히 지원하겠다”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을 제안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만나고 싶다”고 답했다. 경주 APEC 정상회의 참석에 대한 긍정 답변을 얻어내기도 했다. 다만 한미 협상의 쟁점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다는 점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농축산물 시장 개방 등은 앞으로 한미 관계에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 일본 정부와 과거사·수산물 수입 문제도 돌발 변수로 꼽힌다. 한일·한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귀국한 이 대통령의 앞에는 국내 현안들이 산적해 있다. 당장 반탄파(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파)인 장동혁 의원이 국민의힘 당대표가 되면서 여야정 관계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은 반탄파 야당 대표와도 당연히 대화해야 한다”며 “야당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 힘들더라도 대화는 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장 대표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모든 우파시민과 연대해서 이재명 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대여 강경 투쟁을 예고했다. 이 대통령이 ‘여야 협치 조율’이라는 과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이 외에도 경주 APEC 정상회의 준비를 비롯해 △정부조직 개편 △검찰·언론 개혁 등 각종 현안을 순차적으로 풀어나가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와 별개로 이 대통령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국정운영 지지율이 하락세를 이어가자 분위기 전환을 위해 타운홀 미팅 등 민생 행보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박형남기자 7122love@kbmaeil.com

2025-08-27

왕을 살린 편지와 마을을 살린 물길

■소란을 품은 정적의 연못 한여름이 깊숙이 내려앉은 연못이 숨을 죽인 듯 고요하다. 그러나 고요함 아래, 물풀은 사방으로 뻗고 연잎은 서로의 몸을 밀치며 자리를 넓힌다. 나무는 그늘을 짙게 드리우고, 바람은 유영하듯 잘도 지난다. 아무도 없으니 고요하고, 아무도 없기에 많은 생명은 제 뜻대로 자란다. 고요하다는 건 멈춤이 아니라, 소리 없는 확장이 된다. 연못 둑을 따라 뿌리내린 나무는 제 그림자를 물 위에 드리운 채 기세를 세운다. 한쪽으로 기운 듯하지만 단단하고, 굽은 등줄기엔 시간이 층층이 내려앉아 물기 어린 흙을 힘껏 끌어당긴다. 매미는 고요를 뚫고 터지듯 운다. 서출지는 아무런 대답도 없이 울음을 받아낸다. 숨이 막힐 지경인 한낮의 열기 속에, 연못은 한치 흔들림 없이 가라앉아 있다. 수면은 팽팽한 긴장을 머금었다 풀어지며 하늘을 담는다. 연못 물은 고인 듯 살아 있고, 가늠할 수 없는 깊은 고요가 오히려 연못을 더 넓게 보이게 한다. 소란한 매미도, 바람의 숨결도 물속에 스며들 뿐, 연못은 가만가만 모든 것을 품는다. 나보다 먼저 바람이 다녀간 흔적이 연잎 위에 남는다. 잎들은 가볍게 흔들리며 그늘과 빛 사이를 나누고, 틈마다 빛은 제 몸을 풀어 번진다. 연못 가장자리에 물풀들이 빼곡히 자리 잡았다. 수면 아래에 몸을 숨긴 물고기들이 미세한 흔적을 남긴다. 개구리 한 마리가 놀란 듯 움찔하며 물속으로 뛰어든다. 그럴 때마다 연못은 가볍게 숨을 쉰다. 부레옥잠과 연꽃은 서로의 자리를 침범하지 않는다. 저들만의 질서를 잘 이루어 사는 듯하다. 신라 소지왕 전설이 전해져 내려오는 동남산 자락 완만한 기슭의 서출지 낮은 터에 남산 계곡서 흘러든 물 고여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연못으로 알려져 배롱나무•소나무 등이 주변을 감싸고 안쪽에는 연꽃 같은 수생식물이 자라 동쪽에 자리잡은 정자 이요당과 함께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내 ■글이 나온 연못 서출지 서출지(書出池)다. 경주 남산동, 동남산 자락의 완만한 기슭에 자리 잡은 연못이다. 동서로 누운 자그마한 연못은 주변에 비해 터가 낮아 물이 모이기 좋은 위치다. 남산 계곡에서 흘러든 물이 고이는 곳이니, 예로부터 가뭄에도 마르지 않는 연못으로 알려졌다. 배롱나무와 소나무, 잡목들이 조밀하게 연못을 감싸고, 아래로는 수로가 이어져 물이 흐르도록 되어 있다. 연못 안쪽에는 붓꽃, 부레옥잠과 연꽃 같은 수생식물이 자라며, 둑을 따라 연못을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동쪽에는 이요당이 있어 연못과 함께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낸다. 이 가만가만한 공간은 남산 품 안에서 사계절 내내 다른 표정을 띠며 숨을 쉬는 공간이 된다. 8월 한낮의 햇살이 살갗을 파고든다. 연잎은 땡볕을 받아내며 얇은 그림자를 품는다. 물풀은 제각각의 자리에 번져 있고, 그 사이로 연꽃 한 송이가 조심스레 얼굴을 내밀었다. 수면이 미세하게 떨릴 무렵, 물결 위엔 오래된 전설이 한 겹 얹힌 듯 연꽃이 나를 부른다. 서출지는 처음부터 이야기를 담고 태어난 연못이다. ‘書出池(서출지)’, 한자를 풀어 보면 ‘편지가 나온 연못’이다. ‘삼국유사’ 권제2, 기이 제2, 소지왕조(炤知王條)에는 서출지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정월 보름, 소지왕(신라 제21대 왕)이 행차를 나섰다. 남산 자락, 양피촌 들녘을 지나던 왕의 수레에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뒤를 따라 쥐 한 마리도 나타났다. 놀랍게도 쥐가 말을 했다. “저 까마귀를 따라가십시오.” 기이한 기운을 느낀 왕은 장수를 보내 까마귀를 쫓게 했다. 까마귀는 남산 남쪽, 못 가로 장수를 이끌었다. 그러나 그만 까마귀를 놓쳐버리고 말았다. 장수가 아쉬움에 못 가장자리에 멈춰 선 그때, 물 한가운데서 거칠고 푸른 풀 옷을 입은 노인이 나타났다. “이 글을 반드시 왕께 전하시오.” 장수에게 봉투를 건네고 노인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장수는 왕에게 봉투를 전했다. 왕은 봉투를 펼쳤다. “이 봉투를 열면 두 사람이 죽고, 열지 않으면 한 사람이 죽는다.” 왕이 무슨 뜻인지 몰라 하자 옆에 있던 신하가 말했다. “두 사람은 백성이옵고, 한 사람은 왕이시옵니다. 부디 열어보소서.” 왕이 봉투를 열자 단 세 글자가 쓰인 편지가 있었다. “射琴匣(사금갑). 거문고 갑을 쏘라.” 왕은 대궐로 돌아와 왕비의 침실로 향했다. 침실엔 작은 거문고 상자가 있었다. 왕이 활을 들어 상자를 향해 시위를 당기자 왕비가 말렸다. ‘뚝’, 활에 맞은 나무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났다. 상자 안에 승려가 죽어 있었다. 왕비와 함께 반역을 꾀했던 승려였다. 왕은 죽음을 면했고, 왕비는 곧 처형되었다. 글이 물에서 나왔다 하여 이 연못은 ‘書出池(서출지)’라 불리게 되었다. 정월 대보름날 소지왕을 살려준 까마귀에게 찰밥을 주는 ‘오기일(烏忌日)’이라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경주 지역에서도 정월 대보름날 아이들이 감나무 밑에 찰밥을 묻어두는 ‘까마귀 밥주자’라는 풍속이 있었다고 한다. 신라 불교 공인 이전, 토착신앙과 새로운 사상의 충돌의 암시가 이 연못에 서린 까닭일까. 까마귀와 쥐는 전통 신앙의 화신처럼 등장했고, 풀 옷 입은 노인은 미래를 예언하는 매개자였을 것이다. 노인의 기이함 속에서 생명은 구원되고 왕권은 이어졌다. 이 이야기는 신라사의 균열을 보여주는 듯하다. 연못 가장자리 둑을 천천히 걷는다. 발밑엔 잔돌이 깔려 있고, 풀잎은 바람 따라 낮게 고개를 젖힌다. 한낮의 햇살이 연잎 위로 내려앉고, 수면은 고요하다 못해 멈춘 듯하다. 그 물 위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든다. 검은 그림자가 연못을 가로지른다. 문득, 풀 옷을 입은 노인이 봉투를 내밀고, 다시 물속으로 사라졌다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가 누구였는지, 왜 하필 왕에게 글을 보냈는지 알 수 없지만, 이 연못엔 여전히 노인의 신비스러운 기척이 남아 있는 듯하다. 잔잔한 수면 아래, 전설은 마치 오래된 유물처럼 가라앉아 있다. 배롱나무 꽃잎 하나가 바람에 날려 물 위로 떨어진다. 그 붉은 조각이 천천히 돌며 퍼져나간다. 까마귀와 쥐는 신이 보낸 전령이었을까. 왕비와 승려의 음모를 막은 글귀는 정말 이 물속에서 떠올랐던 걸까. 산책 끝에 다시 연못을 바라본다. 뜨거운 여름빛 아래, 서출지는 여전히 고요하다. 오래된 이야기처럼 아무도 없는 연못엔 영험한 기운이 감도는 듯하다. ■이적의 선행이 깃든 물 위의 정자 이요당 이요당은 연못 끝자락 물 위에 있다. 물과 나무 사이, 빛과 바람이 스쳐 가는 자리에 마루를 얹고 기와를 이고 앉아 있다. 유연한 지붕, 아름다운 곡선에 얹힌 시간을 가늠해 본다는 건 무의미한 일일 테다. 모든 곡선이 부드럽고, 모든 직선이 오래되어 고풍스럽다. 낮은 마루, 묵은 기둥, 모든 것이 서출지에 반영되어 한껏 품격 있는 아름다움을 더한다. 건물은 물 위에 올려져 있고, 처마는 연못을 향해 열려 있다. 수면 위를 따라 흐르는 바람이 마루를 통과하고, 연잎의 흔들림은 건물 그림자와 맞닿는다. 이요당은 물과 함께 숨 쉬는 살아있는 집이다. 이요당(二樂堂)은 경상북도 유형문화유산으로, 조선 현종 5년(1664년)에 임적(任適, 1612~1672)이 지은 정자다. 서출지 연못가에 돌을 쌓아 건물을 올렸다. 당초에는 3칸 규모였으나 이후 다섯 차례 중수를 거쳐 지금은 정면 4칸, 측면 2칸의 팔작지붕에 ㄱ자 모양을 띠게 되었다. 남산 능선을 등진 정자는 서출지를 바라보는 방향으로 앉아 있어 연못을 훤히 내다보는 구조다. 이요당이라는 이름은 ‘요산요수(樂山樂水)’에서 비롯되었다. 산을 즐기고 물을 즐긴다는 의미를 지닌 말로, 자연 속에서 벗처럼 지내는 선비의 삶을 담아낸다. 정자는 격식을 갖추되 화려하지 않다. 기둥은 차분히 아래로 향하고, 처마 선은 남쪽으로 부드럽게 그어진다. 마루 아래로는 연못의 기운이 스며들고, 그 기운은 다시 처마로 오른다. 임적은 남산 아래 양피촌에 살던 선비였다. 가뭄이 극심할 때, 땅속 깊은 물줄기를 찾아내어 자신의 마을은 물론, 이웃 마을까지 물이 부족하지 않도록 살폈다. 임적은 평소에도 가난한 이들을 돌보며 의복과 식량을 나누었다 전한다. 그의 덕망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존경받았다. 이요당은 그가 자연을 벗 삼아 머물며 마음을 가다듬던 자리다. 이요당은 단순한 정자가 아니라 서출지의 전설을 내려다보는 자리이자, 삶의 물줄기를 함께 나누던 인물의 정신이 머문 공간이다. 정자에 올라 바라보면, 연못의 수면에 배롱나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계절마다 연꽃이 피고 진다. 기와지붕 아래 남긴 선인의 삶은 가만가만하지만 분명한 울림으로 남는다. 이요당 건너편, 남쪽 언덕에 그의 아우 임극(任極)이 지은 산수당(山水堂)이 자리하고 있다고는 하나 오늘은 여기서 멈추기로 한다. 두 형제가 나란히 남산 자락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던 삶은 오늘날까지 연못을 거닐며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정자는 시간이 흘러도 기울지 않고, 정자에 깃든 선행과 겸허함은 여전히 바람결에 실려 전해진다. 가만가만 걷기 좋은 연못이다. 서출지와 이요당은 숨겨둔 마음을 꺼내보기에 좋은 자리다. 나무 그림자에 들고, 물풀 사이를 스치고 오는 바람에 젖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낸 누군가의 얼굴과 그리움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물풀 옷을 입은 선인이 전하듯, 마음 깊숙이 가라앉아 있던 연서 한 장이 나를 향해 조용히 떠오를지도 모를 일이다.

2025-08-27

깊은 땅속 두 그루 나무의 은밀한 사랑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볼 수 없는 것을 실제로 본다는 것은 소름 돋는 경이적인 일이다. 노거수를 찾아 나선 지도 25여 년이 지났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사실의 광경을 목격했다. 한 나무의 두 가지가 오랜 세월이 지나면서 붙어 하나의 가지로 된 것을 연리지(連理枝)라 하고, 두 나무의 가지가 하나의 가지로 된 것을 연리목(連理木)이라 한다. 연리지와 연리목은 좀처럼 볼 수 없는 ‘효도, 사랑, 우정의 징표’로 귀하게 여기고 많은 사람이 경외감을 가진다. 이에 대한 전설과 함께 신비롭고 또한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두운 땅 속에서 운명처럼 서로 만나 아무런 보호막 없이 모진 세월 겪으며 마침내 한 생명의 숨결 나누는 사이로 하나의 숨결이 된 검고 굵은 뿌리줄기 마치 오래 잠든 용의 등처럼 굽이치고 무심한 비바람이 깎아낸 굴곡들마다 시간의 손길이 새겨져 신비로움 품어 그런데 땅속에 있어 보이지 않는 두 그루 나무의 뿌리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하나의 뿌리로 된 연리근(連理根) 것을 발견했다. 처음 이곳을 방문한 2003년 봄에는 알 수도 볼 수도 없었던 흙 속에 숨겨져 있었다. 10여m 떨어진 느티나무 두 그루의 굵은 뿌리가 하나로 붙은 연리근이 바깥세상으로 나와 나의 눈앞에 떡하니 있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찬찬히 연리근을 만져보고 또 살펴보았다. 연리지와 연리목은 가끔 보아 왔지만, 이렇게 굵은 뿌리의 연리근은 처음이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손은 떨렸다. 땅속에 있어야 할 뿌리가 땅 밖으로 나와 노출되어 있으니 신기할 수밖에 없다. 뿌리를 덮고 있던 흙이 빗물로 인하여 유실되어 연리근이 드러난 것이었다. 그 신비하고 경이로움에 한참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연리근 느티나무 노거수가 살아가는 곳은 경북 김천시 농소면 월곡리 산 75번지이다. 일명 못골마을이라 한다. 마을 입구 언덕 위에 도로와 들판을 내려다보면서 살아가는 느티나무는 나이가 380살, 키 20m, 가슴둘레 4.6m, 앉은 자리 폭이 27m나 되었다. 이웃 나무는 이보다 나이도 키도 가슴둘레 굵기도 작은 느티나무이었다. 1993년 7월 7일 보호수로 지정되어 시에서 보호 관리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정자와 의자 등 편익 시설을 설치하여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었다. 연리근은 두 나무의 뿌리가 땅속 깊은 어둠 속에서 서로를 찾아와 포개지고, 마침내 한 생명의 숨결을 나누는 은밀한 사이가 된 것이다. 아무도 볼 수없는 흙 속에서 그들은 은밀한 사랑을 나누었을까. 그들의 의도와는 달리 세상에 알려져 세월과 비바람을 견디며 서로의 생을 지탱해 주는 조용한 사랑이 아직도 뜨겁게 흐르고 있을 것만 같았다. 연하고 하얀 뿌리가 아무런 보호막이 없이 모진 세월의 풍파에 발가벗겨졌으니 얼마나 고통에 시달리며 살았을까. 연리근은 두 나무의 뿌리가 가까이 자라면서 접촉 부위의 형성층이 유착되어 물과 양분이 오가게 된 상태이다. 동일 수종일 때 유착이 잘 일어나지만, 토양 조건에 따라 다른 수종 사이에서도 드물게 관찰된다고 한다. 생태학적으로는 두 나무의 뿌리 경쟁 대신 상호 연결을 통한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적응으로 보인다. 이는 식물사회의 생존을 위한 협력이다. 내가 처음 올 때만 해도 나무의 뿌리는 흙 속에 있었는데, 그동안 비로 인한 흙의 유실로 뿌리가 땅 바깥으로 노출되었다. 10여m 떨어진 두 나무가 힘을 합쳐 뿌리로 경사진 흙의 유실을 붙잡고 있다. 생각해 보니 나무들이 미리 알고 생존을 위해 서로 힘을 합쳐 토양의 유실을 막아내기 위해 연리근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땅 바깥세상에 드러난 연리근의 괴이한 모습은 하나의 걸작품이고 인연은 고래힘줄 같다. 두 그루의 느티나무 뿌리가 어두운 땅속에서 어느 순간 운명처럼 서로를 만났다. 그 만남은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마침내 두 뿌리는 하나가 되었다. 마치 세월이 조각한 거대한 조형물 같다. 검고 굵은 뿌리줄기는 마치 오래 잠든 용의 등처럼 굽이치고, 비바람이 깎아낸 굴곡마다 시간의 손길이 새겨져 있다. 거친 살결 위로는 이끼가 푸른 숨을 내쉬고, 틈새마다 어린잎이 고개를 들어 줄기 인양 새 생명의 문장을 써 내려간다. 두 나무의 뿌리는 흙 속에서 이미 오래전 서로의 숨을 섞었을 것이다. 가뭄에도, 장마에도, 그들은 땅속 깊은 곳에서 물줄기를 나누어 마셨고 폭풍의 밤엔 서로의 몸을 버팀목 삼았다. 이제 그들의 뿌리는 누가 먼저였는지 가릴 수 없는 하나의 심장, 한 몸의 맥박이 되어 땅 위로 드러나 있다. 마주 선 두 나무가 하나의 뿌리로 이어진 모습은 연인보다 더 깊은 결속이다. 형제보다 더 질긴 인연을 보여준다. 연리근이라 불리는 이 결속은 힘겨운 세월을 살아내는 나무들의 동맹이자 연대다. 폭풍이 몰아쳐도, 가뭄이 길어져도, 서로의 뿌리에 의지하며 버텨낸 증표이다. 숨은 인연으로 땅 위에서 보이지 않아도, 땅속에서 맺어진 끊을 수 없는 연결로 외부의 시련을 무릅쓰고 이어지는 영원한 인연이 되었다. 그리고 양분의 나눔과 상생으로 뿌리를 통해 서로를 살리는 관계를 부부, 형제, 우정에 비유할 수 있겠다. 그 안에는 다투지 않고, 서로의 생존을 위해 한 몸이 되기를 택한 지혜가 깃들어 있다. 사람의 인연도 이와 같으면 얼마나 좋을까. 억지로 끊으려 하지 않고, 서로의 결을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우리 인간 사회에 본보기가 아닐까. 한 뿌리의 민족이 좌우 이념으로 갈라져 두 나라의 정부를 세우고 서로를 적대시 하니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다. 계절마다 연리근 느티나무의 모습은 변주를 거듭한다. 봄이면 연둣빛 새순이 뿌리 틈새에서도 솟아나 오래된 나무의 숨결에 젊음을 더한다. 여름이면 푸른 이끼가 뿌리를 감싸고 더위를 식혀준다. 가을에는 황금빛 잎이 쌓여 마치 뿌리가 금빛 옷을 입은 듯하다.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 사이로 흰 눈이 내려와 뿌리 위를 덮으며 오랜 결속을 포근히 감싸준다. 연리근 나무를 보면서 누군가는 형제를, 누군가는 친구를, 누군가는 연인을, 또 누군가는 오래 함께 살아온 가족을 떠올릴 것이다. 바람은 가지를 흔들지만, 그 뿌리의 결속은 흔들리지 않는다. 두 나무는 지금도 묵묵히 서서 “서로의 뿌리가 된다는 것은, 함께 늙고 함께 사는 일이라는 것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연리근에 얽힌 전설 연리지와 유사하지만, 땅속에서 맺어진 인연이라는 점에서 더 은밀하고 깊은 사랑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연인의 환생 설화: 신분 차이로 결혼하지 못한 남녀가 죽어 각기 다른 나무로 환생하지만, 세월이 흐르며 뿌리가 땅속에서 만나 하나가 된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이 세상에서는 맺어지지 못했지만, 사후 땅속에서라도 평생 함께하는 부부가 되었다”라고 말한다. ▲부부 장수 설화: 부부가 오랜 세월 한집에 살며 해로하다 죽은 뒤 무덤가에 심은 두 그루 나무가 뿌리로 이어진다고 전해지고 있다. 그 집안의 화목과 번영을 상징하는 길조로 여겼다. ▲마을 수호목 설화: 두 그루의 느티나무가 연리근으로 이어져 마을의 복을 지키고 재난을 막는다고 믿었다. 매년 제를 지내며 마을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의식이 행해졌다. /글·사진=장은재 작가

2025-08-27

풍부한 장학금·맞춤형 취업 지도로 ‘학생이 행복한 대학’ 선도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가 2026학년도 수시모집을 시작하면서 학생 맞춤형 장학제도와 혁신적인 교육 환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학생이 행복한 대학, 지역과 함께 성장하는 대학’이라는 비전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원과 교육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1인당 평균 398만원 장학금 지급 경찰·공직 등 맞춤형 진로 상담 52억 투입 기숙사·강의실 보수 경주시와 신산업 전문인력 양성 □ 학생 맞춤형 지원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의 꿈을 뒷받침하기 위해 다양한 장학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 1인당 평균 398만 원에 달하는 장학금이 지급되며, 200여 종의 장학제도를 통해 매년 총 264억 원이 지원된다. 특히 수시 최초합격자에게는 100만 원, 충원 1차 합격자에게는 50만 원의 장학금이 주어지고, 고교 추천 인재 장학을 통해 100만 원이 지원되어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준다.   또한, 대학일자리플러스센터에서는 학생들에게 맞춤형 진로·취업 상담을 제공하며, 경찰·공직·공기업 진출을 위한 공공 인재양성반을 운영해 실질적인 취업 역량 강화를 돕는다. 통학버스와 KTX·SRT 경주역 셔틀버스 운행으로 학생들의 생활 편의도 배려하고 있다.   □ 쾌적한 캠퍼스 환경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학습과 생활환경 개선에도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최근 52억 원을 투입해 기숙사와 강의실, 실습실 등 교육 공간을 전면 리모델링했다. 또한 휴게 쉼터 정비와 도서관 내 카페 및 갤러리를 조성해 학생들이 더욱 쾌적한 캠퍼스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했다. 기부를 통해 조성된 상징 조형물과 도서관 미디어월은 대학 구성원의 자긍심을 높이고 활기찬 캠퍼스 문화를 이끌고 있다.   □ 지역 혁신 생태계 선도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경북도 RISE 사업의 거점 대학으로서 지역 인재 양성과 산업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K-U시티 SMR 인력 양성’, ‘K-LEARNing 대학 평생직업 교육 체제’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 경주시와 함께 ‘경주형 K-IDEA Valley’ 프로젝트를 통해 신산업 전환에 필요한 전문 인력 양성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제조업 성장 지원은 물론, 평생학습 플랫폼 구축과 지역 네트워크 강화로 지역사회 발전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종합 메디컬 캠퍼스로서의 위상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의대·한의대·간호대를 두루 갖춘 경북 유일의 종합 메디컬 캠퍼스로서 의료 인재 양성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대에서 지역인재 전형을 76명으로 늘리고, 경북 지역 학생 32명을 새롭게 선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는 지역 의료 인력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동시에, 대학의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 경쟁력으로 증명된 등록률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의 경쟁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2025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정원 내 1816명 중 1815명이 등록해 99.9%라는 압도적인 등록률을 기록했다. 이는 대학의 교육 역량과 신뢰도를 방증하는 수치로, 학생과 학부모에게 선택받는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 2026학년도 수시모집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는 2026학년도 수시모집을 통해 학생들에게 새로운 기회의 문을 열고 있다. 학생 중심의 모듈형 교육과정, 지역과의 상생 협력 모델, 미래형 시그니처 모듈 등 차별화된 교육시스템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다.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 관계자는 “우리 대학은 학생이 행복한 환경을 바탕으로, 지역과 함께 성장하며 세계로 뻗어가는 글로컬 인재를 키워내고 있다”며 “2026학년도 수시모집은 학생들이 꿈을 현실로 만드는 새로운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6학년도 수시모집 94% 선발… 전형 방법도 단순화 우리 대학 이렇게 뽑는다 동국대학교 WISE 캠퍼스가 2026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전체 모집정원의 94.3%인 1747명을 선발한다. 원서 접수는 오는 9월 8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다.   올해 수시모집에서는 여러 가지 변화가 이뤄져 수험생들의 부담을 크게 줄였다. 먼저, 학생부 교과 성적 산출에서 3학년 2학기 성적은 제외됐고, 한의예과와 의예과에서 과학Ⅱ 과목 가산점이 축소됐다. 또한, 한의예과와 간호학과 일부 전형의 수능최저학력기준은 기존보다 1등급 완화됐고, 불교추천 인재 전형에서는 교리문답이 절대평가(P/F)로 변경돼 더욱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전형 방법도 단순화됐다. 교과 전형은 대부분 교과 성적 100%로 선발하며, 면접전형은 교과 70%와 면접 30%를 반영한다. 면접 문항은 사전에 공개돼 수험생들이 충분히 준비할 수 있다. 종합전형은 의·한의예과와 간호학과만 단계별 전형을 적용하고, 나머지 학과는 서류 100%로 평가한다. 수능최저학력기준은 의·한의예과와 간호학과에만 적용된다.   또한, 학과 개편도 이루어졌다. 조경·정원 디자인학부는 ‘조경·정원 디자인학과’, 뷰티메디컬학과는 ‘뷰티아트산업학과’, 바이오제약공학과는 ‘바이오·화학융합학부’, 에너지·전기공학과는 ‘원자력·에너지·전기공학과’로 이름이 바뀌었다. 새로운 ‘엘리트스포츠 전공’도 신설됐다.   장학 혜택도 주어진다. 정원 내 최초합격자는 100만 원, 충원 1차 합격자는 50만 원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으며, 경주·포항·울산 지역 고교 졸업자에게는 추가로 100만 원을 지급한다. 학생 1인당 평균 장학금은 398만 원으로 전국 대학 상위권 수준이다.   강종임 입학처장은 “학생 친화적인 전형 변화와 풍부한 장학 혜택으로 수험생의 부담을 줄였으며, 많은 학생이 WISE 캠퍼스에서 꿈을 실현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자세한 내용은 입학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황성호 기자 hsh@kbmaeil.com

2025-08-27

뒤끝

오랜만에 보는 친구의 얼굴이 핼쑥하다. 한 달 전, 시골에 혼자 지내던 시어머니가 일사병으로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전한 뒤였다. 그녀는 불볕더위 속에서 상을 치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그보다 더한 숙제가 남았다고 했다. “사람이 살다 간 자리에 이렇게 많은 게 남을 줄 몰랐어.” 그 말 속에는 지친 한숨이 섞여 있었다. 시어머니가 시집와서 평생 살아온 집은 자식들을 키우고, 조상 제사를 모시던 살림살이로 가득 했다. 벽장에는 자식들이 집을 떠나면서 나중에 가져가겠다며 놔둔 물건들이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딸들은 엄마가 서랍 밑바닥에 넣어둔 금반지와 통장에나 관심을 가질 뿐, 자기 물건은 고사하고 손때 묻은 살림에는 손을 대려 하지 않았다. 창고는 더 심각했다. 몇 년 동안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녹 쓴 고추 건조기와 나무 자루가 갈라진 곡괭이, 속이 반쯤 남은 비료 포대들이 거미줄로 포장되어 있었다. 언젠가 필요한 날이 있을 거라며 쟁여두던 시어머니였다. 친구는 녹이 쓴 연장들을 발로 모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막막한 심정에 찬물을 두 컵이나 연거푸 마셔댔다. 하루에도 몇 번이나 올려다보시던 자식들과 손자 사진부터 벽에서 거두고, 개인정보가 담긴 종이들을 모아 불태웠다. 끄집어내면 낼수록 물건은 더 불어났다. 뒷방 한쪽, 이불덮개로 싸 놓은 솜이불을 보는 순간 마음이 무너졌다. 눅눅해진 이불에서 곰팡이 냄새가 올라와 목구멍을 막았다. 순간, 체한 듯 가슴이 답답했다. 정리 전문 업체를 불렀지만, 처리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시어머니의 손 때 묻은 것들이 한순간에 쓰레기가 되는 모습을 차마 볼 수 없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오래전 아버지의 방을 정리하던 날을 떠올렸다. 엄마가 돌아가시자, 나는 아버지의 뜻대로 꼭 필요한 것들만 남겼다. 시간이 갈수록 아버지는 더 작은 집으로 이사하기를 원했고, 집의 크기만큼 살림은 줄어들었다. 서너 번의 이사로 아버지의 물건들은 한눈에 다 보일만큼 남았다. 혼자 지내기 힘들어지자, 아버지는 요양원을 택했다.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겠다는 고집을 끝내 꺾지 못한 나는 필요한 것들로 가방을 챙겼다. 정장을 한 아버지를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깨끗한 양복 한 벌과 구두를 함께 넣었다. 그리고 가족사진 액자도 잊지 않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내게 남은 것은 그 가방 하나뿐이었다. 닳아진 지갑 속에는 자식들의 전화번호와 사진이 들어 있었다. ‘내 뒤끝도 이렇게 깨끗할 수 있을까.’ 혼잣말처럼 내 뱉은 말에 친구는 고개를 저었다. 살다 보면 추억으로 남은 물건들을 정리하는 게 결코 쉽지 않다고 했다. 지난 번 이사 때를 떠올렸다. 이삿날을 앞두고 나는 옷장 문부터 열었다. 자주 입는 옷은 몇 벌 뿐이고, 나머지는 몇 년째 그대로 걸려있었다. 버려야지 하는 건 마음뿐, 손이 가지 않았다. 책을 정리하는 일은 더 어려웠다. 그 책을 살 때의 기억들이 손목을 잡았다. 책마다 버리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있었다. 다시 원래 자리에 꽂았다. 대신 굽 높은 구두와 발이 불편하던 운동화를 과감히 쓰레기봉투에 넣었다. 싱크대 구석에서 오래 묵은 냉면 그릇이 나왔다. 몇 년 전에 이사 올 때 넣어둔 그대로다. 지난 이사 때도 버릴까 말까 망설였던 기억이 났다. 연꽃 모양의 그릇은 본래의 색을 잃어갔다. 행주로 닦자, 하얀빛이 살아나 한 번은 사용하지 않을까 고민이 되었다. 다시 집어넣었다가, 결국은 쓰레기장으로 갔다. 냉장고를 열자, 빈틈없이 채워진 뭉치들 속에 아이스 팩까지 들어 있었다. 국이라도 끓여서 소비하자는 생각에 데쳐서 넣어둔 얼갈이배추를 꺼내 녹였다. 국이 한 솥이다. 두 식구가 먹기에는 많다. 결국 통마다 담아 냉동실에 넣었다. 몸에 밴 채우는 습관이 또 속을 꽉 채웠다. 체증(遞增)처럼 불어나는 물건 앞에서 체증(滯症)이 올라오는 날이다. 소유보다 비움에 무게를 두어야 할 나이임을 입으로만 말하고 있다. 욕심으로 채워진 것들이 결국은 짐이 되는 순간, 가방 하나만 남기고 떠난 아버지가 떠오른다. 내게 소중했던 것들이 자식들에게 쓰레기가 되게는 하지 말라는 말씀이 들리는 듯하다. 나는 쓰레기봉투를 옆에 두고, 책상 서랍부터 정리하기 시작한다. /윤명희 수필가

2025-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