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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백신사업으로 시작된 안동 미래 혁신

권영세안동시장코로나19와의 1년, 전례 없는 위기 속에 비대면은 일상이 되고 마스크는 필수품이 되었다. 지역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받았고 밤낮없는 의료현장의 사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최근 백신이 공급되면서, 우리는 조금씩 회복에 다가서고 있다.지난 2월 24일 국내 최초로 코로나19 백신을 위탁 생산·공급한 SK바이오 사이언스 안동L하우스백신센터는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됐다. 노바백스와 기술 이전 계약을 체결하며 백신 주권에 한 발짝 다가섰고 이로써 국가적 재난에 대응해 진정한 기업의 가치를 실현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한편으로는, 코로나19 조기 종식의 최전선에 안동시가 함께함으로써 시민들에겐 자부심을 안겨주기도 했다.2010년 당시는 아무도 코로나19의 출현을 예상하지 못했지만 신종 인플루엔자 등 팬데믹의 위험성으로 인해 백신의 중요성은 점점 커지던 시기였다. 경북도와 안동시, 경북바이오산업연구원이 추진한 ‘인플루엔자 등 백신원료 맞춤형 생산지원 사업’의 참여기업으로 SK케미칼이 최종 선정됐다. 백신사업을 미래 먹거리 사업으로 정하고 다년간 사업 준비에 박차를 가해온 SK케미칼과 국가 필수예방백신 개발·생산을 통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이루고자 한 경북도와 안동시의 협력이 코로나19 백신 생산의 모태가 된 것이다.안동시는 백신 산업 집적화에 더욱 집중하여, 2016년 국제백신연구소 안동분원을 유치했고, 시와 투자협정한 SK플라즈마는 900억 원을 들여 3만1천㎡ 규모의 혈액제 공장을 준공했다. 포화된 1차 일반산업단지에 이어 2019년 49만6천㎡ 규모의 경북바이오 2차일반산업단지를 기공했고, 지난해 말 동물세포실증지원센터 건립을 통해 백신 연구·개발을 위한 최고 수준의 시설을 제공하고, 세계적 수준의 임상용 백신 생산을 지원할 계획이다.새로운 미래 성장동력원으로 추진된 백신사업이 마침내 국내 최초의 백신 공급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지난해 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대상지로 군위와 의성이 확정되며 경북권역 대도약의 서막이 올랐다. 올 1월에는 신형 KTX의 중앙선 복선전철이 청량리~안동구간까지 개통되며 경북 북부권의 교통 접근성이 대폭 향상되고 있다. 인구소멸로 존립 기반자체가 흔들리는 경북 북부권은 이와 연계한 미래성장동력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이번 중앙선 철로 변경에 따라 1942년 2월 일제강점기에 임청각 마당을 가로지르며 놓인 철로가 철거되고 있다. 임청각은 2025년까지 280억 원을 들여 옛 모습으로 복원된다. 기존 역사부지를 포함한 폐선부지는 문화관광시설로 조성된다. 안동 원도심의 중심지인 구역사부지는 테마공원, 지하주차장, 문화시설 등으로 조성해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줄 계획이다. 경북도청 이전, 터미널·기차역 이전 등으로 성장의 축이 서쪽으로 편향된 것을 만회하고 구역사부지를 원도심 발전의 중심지로 새롭게 개발해 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이에 앞서 지난해 1월 지역관광거점도시에 선정된 안동시는 대한민국 대표 세계문화유산 관광도시를 비전으로 첫 발을 디뎠다. 앞으로, 2024년까지 1천억 원을 투입해 내국인 관광객 수 1천만 명, 방한 관광객의 5%가 안동을 방문할 수 있도록 도시브랜드 구축, 거점자원 매력강화, 관광수용태세 개선, 관광생태계 조성에 전력을 집중할 계획이다.올해 완공되는 세계유교문화박물관, 안동국제컨벤션센터, 한국문화테마파크 등 3대문화권 사업을 성공적으로 안착, 한국 정신문화의 근간인 유교문화와 21세기 첨단 기술을 결합해 유교 대중화 및 세계화에 진력해 나간다.앞으로 안동시는 지역특화사업 즉, 문화관광, 바이오·백신, 대마 등의 산업을 활용해 ‘10년간’ 매년 가용재원의 10%를 꾸준히 지원하여 지역대학, 중소기업과 연계해 안동형 일자리를 창출한다.지역 거점 대학에서 관련 산업 전문가를 키우고 지역 소재 기업체에 취업시킴으로써 코로나 이후 경제 활성화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도록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민선 7기의 마지막 1년여를 앞두고 유종의 미를 거둘수 있도록 지역 역점사업의 주춧돌을 공고히 놓으며 지속가능한 안동 미래발전의 토대를 마련하는 데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2021-03-14

소나무 숲에 숨어서

가야지 가야지 하며 못 가 본 곳이었다. 경주에 터를 잡은 선배를 만나러 갔던 날, 늦은 점심을 먹고 어디로 갈까 하길래 관광객은 모르는 곳에 데려가 달라 했다. 그랬더니 데려간 곳이 선도산이었다. 꼬불꼬불 차 한 대가 겨우 지나는 동네 골목길을 따라 오르니 도봉서당이 나타났다. 오후의 햇살이 산으로 둘러싸여 우묵한 곳에 자리한 탑을 비춰 주고 있었다.주차장 위로 닥나무가 훤칠하니 서 있었다. 그 옆에 삼층석탑이 우두커니 섰다. 문화재에 대해 모르는 이가 보기에도 탑의 모양이 어딘가 이상했다. 문화재 안내판의 내용을 읽어보니 통일신라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다. 그때도 석공의 기술이 다 좋지는 않았나 보다. 오늘의 목적이 이 탑이 아니었으니 해지기 전 서둘러 산으로 발길을 재촉했다.동네 이름이 서악이다. 서쪽에 있는 돌산이라는 뜻이니 저 산 어딘가에 돌을 숨겨놓았을 것이다. 선배가 마애삼존여래입상을 보여주겠다며 소나무 오솔길 사이로 난 임도로 우리를 안내했고, 빽빽한 소나무 사이로 이어진 길을 무작정 따라 올랐다. 처음 걸을 땐 등산 초보자도 걸을 만했는데 그늘이 없어지고 가파른 길만 계속되니 30분 만에 산멀미가 찾아왔다. 어지러워서 더이상 나아가지 못해 아쉽지만, 운동 열심히 해서 다시 오자하고 삼존불은 보지 못 하고 발길을 돌렸다.내려올 때는 숨이 덜 차, 올라갈 때 보이지 않던 소나무 숲에 가만히 엎드린 능이 보였다. 한두 개가 아니라 십여 개의 능이 삼층탑을 중심으로 빙 둘러선 모습이었다. 능 사이로 걸었다. 경주는 어디를 가나 능이 보이는 곳이다. 거리에 붙은 출산장려정책 포스터에도 능과 임산부의 불룩한 배를 형상화해서 천년을 이어온, 천년을 이어갈 책임을 우리에게 일러주고 있었다.하지만 능을 이렇게 가까이 돌며 걸을 수 있는 곳이 몇 안 된다. 위에 능부터 주인의 이름을 보니 그 유명한 진흥왕릉이었다. 화랑도를 국가조직으로 공인하고, 황룡사 건립하여 신라의 국력 과시. 한강 유역 모두 장악, 대가야 병합, 함흥평야 진출 등 신라 최대의 영토를 개척해서 진흥왕 순수비를 곳곳에 세운 왕이다.  그 밑에 진지왕, 문성왕, 헌안왕의 능이 차례로 있어서 사이를 오가며 내려왔다. 그 끝에 바위에 구멍이 뚫린 청동기 유적도 있어서 아이들과 와서 보면 좋을 곳이었다. 다만 신라 시대 능 옆에 번듯하게 비석이 놓인 조선 시대 묘가 있어서 이건 뭐지 싶은 풍경도 있다.네 개의 왕릉 맞은편에도 그 안에 누가 누운 자리인지 모르지만, 능이 십여 개 더 있어서 산책하기에 좋은 곳이다. 산책길 중간중간에 벤치가 놓여있으니 두런두런거릴 수 있어서 더 좋은 소풍 장소였다.이곳에 다녀온 후 만나는 이마다 산책할 좋은 장소를 발견했다고 자랑했다. 진흥왕릉에 가 보았냐고 물으니 다들 그 아래 무열왕릉은 알아도 진흥왕릉이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하던 H가 “여기 가을에 구절초 축제하는 거기 같은데.” 한다. 예전엔 삼층탑 앞에 절이 있어서 사람들을 불러들였을 테지만 지금은 봄에 작약꽃을 피워서, 가을엔 만발한 구절초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아 이끈다. 꽃 앞에서 인증샷을 찍으면서도 소나무 사이에 엎드린 능을 알아채진 못했던 것이다.몇 해 전, 독서회 회원들과 옥산서원에 봄 소풍을 갔었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옆에 끼고 서원을 향해 걷는데, 한 회원이 여름마다 아이들 데리고 물놀이 왔던 곳이라며 화들짝 웃는다. 나두나두 하며 두 명이 합세했다. 매 해 물놀이를 하면서도 서원 건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것이다. 문화재가 우리 생활에서 얼마나 멀리 있는지 말해주는 듯했다.오월이 오면 작약을 보러 한 번, 시월에는 구절초를 만나러 또 한 번 서악동에 가야겠다. 꽃과 함께 소나무 숲에 엎드린 능의 주인들과 역사 이야기도 나누면서 산책길을 돌아야겠다. /김순희(수필가)

2021-03-14

투기 막겠다던 정부, 뭐했나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또 한번 도마에 올랐다.수도권 집값을 잡겠다고 24차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부산을 떨었던 정부다. 그 와중에 공공택지를 개발해 공급하는 한국주택토지공사(LH) 직원들이 개발정보를 빼돌려 광명·시흥·과천 등 3기 신도시 개발예정지에 대거 땅 투기에 나선 사실이 밝혀졌다. 언론보도만 살펴봐도 수도권 신도시 개발예정지에서는 물밑 아귀다툼처럼 투기가 벌어졌던 모양이다. 국민의힘 부동산투기조사특별위원회 소속 곽상도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지난달까지 광명·시흥 7개동 일대 토지 실거래 내역을 전수 조사한 결과 3기 신도시로 지정되기 이전 2년여간 광명·시흥 일대(7개 동)에서 땅 투기거래를 한 사람 중 LH직원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이 74명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광명과 시흥뿐만이 아니라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과천에도 LH직원들이 땅을 산 정황이 나왔고, 행정수도인 세종시에서도 투기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 2018년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된 세종시 연서면 와촌리 일대 땅을 산단 발표 직전 외지인들이 사서 조립식 건물, 이른바 ‘벌집’ 100여채를 곳곳에 지었다고 한다. 경기도 광명시 공무원 6명과 시흥시 공무원 8명이 본인 또는 가족 명의로 광명·시흥 신도시개발 예정지에 땅을 산 사실도 드러났다. LH직원 본인 명의 말고, 가족 명의로 산 땅도 다수 확인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가 모두 발본색원, 일벌백계, 부당이익 환수 등을 약속했고, 정부합동수사본부가 18개 시·도경찰청, 관계기관 인력파견 등 총 770명 규모로 구성됐다. 하지만 정작 부동산 투기 등에 대해 전문적인 수사역량을 갖춘 검찰이 수사본부 구성에 빠져 있어 왠지 찜찜하다. 투기혐의를 받고 있는 직원 상당수가 2기 신도시인 분당 판교와 수원광교에 있는 값비싼 집에 살고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나 투기의 뿌리를 캐다보면 어디까지 뻗쳐있을 지 가늠하기조차 어려운 상황이다.더구나 지금대로라면 LH직원들을 처벌하거나 이익을 환수하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문제도 있다. 현행 부패방지법에 따르면 업무과정에서 얻은 정보로 이익을 얻을 경우 7년 이하 징역이나 7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게 돼있다. 하지만 LH직원들은 이미 다른 사람도 다 알고 있는 시중의 정보를 바탕으로 투자했을 뿐이라고 주장, 내부정보를 활용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할 경우 처벌 자체도 어렵다. 무엇보다 금융위원회 소속 공무원과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에 대해서는 부당이익 취득을 할 수 없도록 감독과 통제 제도가 잘 돼있는 데 반해 유독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부동산 공기업만 통제가 느슨했으니 무슨 할말이 있으랴.국민권익위가 지난 2013년 이후 19대와 20대 국회에 발의했으나 폐기된 이익충돌방지법안만 법제화돼 있어도 부당이익 환수가 한결 수월했으리라는 때늦은 후회도 있다. 이제라도 땅 투기를 일삼아온 부동산 공기업 직원들에 대한 조사와 처벌이 철저히 이뤄져 국민적 분노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랄 뿐이다.

2021-03-11

들썩이는 물가… 서민가계 위협한다

국제유가 상승의 영향을 받은 휘발유, LPG 등 국내 에너지 요금의 오름세가 장기화하면서 서민생활에 미칠 여파가 심상찮아 보인다. 특히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버스 등 대중교통 요금과 전기, 도시가스 등의 생활요금 인상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서민들의 가계 부담을 벌써 압박하고 있다.지난해 8월부터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 국제 곡물가격 상승으로 시중에는 햄버거, 빵, 즉석밥 등 가공식품 가격은 이미 많이 올랐다. 이런 가운데 에너지 요금 상승이 겹치면서 올 들어 생활물가 전반에 걸쳐 불안감이 확산되는 분위기여서 걱정이다. 버스나 지하철 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할 것 같다는 전망도 나와 서민들을 우울하게 한다.직장인이 사먹어야 하는 시중의 점심 식사가격은 올 들어 이미 많이 올랐다. 웬만한 식사 한 끼는 이제 1만원 정도는 주어야 먹을 수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영업이 어려워진 식당업주로서는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말하겠으나 알게 모르게 시중의 물가는 조금씩 오르고 있는 것이다.물가가 오르면 가장 먼저 고통을 받는 사람은 취약계층민이다.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서민들의 일자리가 많이 사라졌다. 소득도 전년보다 줄었다. 지난해 4분기 소득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은 13.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줄어든 서민의 입장에서 물가 상승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최근 발표되는 정부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고용상황도 최악이다.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 쪽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물가는 오르고 소득이 줄어드는 이른바 삶의 질이 떨어지는 나쁜 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 같아 보인다. 물가당국의 선제적 대응이 지금 있어야 할 때다. 물가지표상으로는 아직 심각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으나 물가당국은 지표만 보지 말고 서민들에게 민감한 생활물가의 동향에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정부가 보유한 물량을 풀어 가격의 안정을 꾀하는 것과 같은 당국의 신속한 물가 대응 정책이 있어야 한다.마침 정부가 코로나 지원금을 풀겠다고 하니 마구잡이로 집행말고 실효성 있게 사용하여야 한다. 정말로 어려운 서민에게 지원금이 돌아가게끔 하여야 한다. 물가만큼 서민에게 민감한 문제도 잘 없다.

2021-03-11

망언(妄言)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되지”라는 말은 프랑스 국왕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가 한 망언으로 알려져있지만 실제로 그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녀를 미워했던 프랑스 국민이 모함하기 위해 날조한 것이란 설이 유력하다.세상 물정을 모르는 높은 권력자의 탁상공론식 이야기가 튀어나올 때마다 마리 앙투아네트의 빵 발언은 빠짐없이 등장한다.2018년 지방선거 때 “서울서 이혼하면 부천으로 이사가고, 망하면 인천으로 이사간다”는 이부망천의 발언을 했던 모 국회의원은 이 말로 인해 당을 탈당해야 하는 곤욕을 치렀다. 이후 그는 이 발언에 발목이 잡히면서 다음 선거 때 공천도 못받고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정치에 실패했다.하버드대학 램지어 교수가 2차 대전 중 일본인이 저지른 우리나라 위안부의 비극을 자발적 매춘으로 폄하했다가 국제적 비난 여론에 직면한 일도 비록 논문이지만 망언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그에게는 이 망언이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수모로 남는다. 말 한마디 잘못으로 공든 탑이 무너진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변창흠 교통부장관이 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을 옹호하듯 발언했다가 장관 자리를 내놓을 처지에 몰렸다. 말은 엎질러진 물과 같다. 한번 내뱉으면 되담을 수 없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 갚는다”는 속담에 선조의 지혜가 숨어 있다.LH 직원의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 참으로 가관이다. “꼬우면 니들도 우리회사로 이직하든지 공부 못해 못와놓고 꼬투리 하나 잡았다고 조리돌림한다”는 막말을 올렸다. 국민의 분노가 하늘을 찌를 듯한데 익명 속에 숨어 이런 망언을 서슴치 않는 세태가 걱정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3-11

여권 인사들도 가덕도 공항은 “무리수”

더불어민주당 대구 지역 국회의원을 지낸 김부겸 전 의원과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문재인 정부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추진하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사업에 대해 ‘룰을 깼다’ 또는 ‘무리수’라고 비판했다.김 전 의원은 그저께(10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가덕도 특별법과 관련, “절차의 정당성이 훼손된 문제는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구·경북 민심과 관련해서도 “동남권 신공항 사업에서 5개 지자체장의 합의가 일종의 ‘룰’이었는데 그 자체가 깨진 데 대해서는 정부에 대해 화가 나 있다. 이 국책사업이 이렇게 선거를 앞두고 손바닥 뒤집듯이 해도 되는 것인가라는 데 화가 난 것”이라고 말했다.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도 이날 시청출입기자들과 만나 “가덕도 특별법은 무리수를 쓴 거다. 대구·경북에 대해서는 곁눈질도 안하고 거리낄 게 없다는 식”이라며 정부의 ‘TK패싱’을 직접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현 정권은 가덕도 신공항으로 거침없이 가는 상황이고, 대구·경북은 뭘 할 것인가에 대해 우리끼리 치열하게 논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대해 여권 인사들을 비롯해 부산시민들조차 상당수 우려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해당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됐으니 공항 입지에 대해서는 더이상 관여할 부분이 없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국토부는 최근 발빠르게 ‘가덕도 신공항 건립 TF’를 발족했으며, 곧 가덕도 신공항 사전타당성조사와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하위법령 정비 등의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다.가덕도는 지난 2016년 국토부가 프랑스 파리공항 공단엔지니어링(ADPi)에 의뢰한 사전타당성조사에서 신공항 입지 후보지 중 최하위 점수를 받은 바 있다. ADPi가 접근성, 소음·환경보호, 프로젝트 완료·실현 가능성 등의 지표에 가중치를 적용해 점수를 매겼더니 김해공항 확장안과 밀양에 이어 3등을 차지한 것이다. 이제 국토부가 과거 논리를 하나하나 뒤집으며 새로이 가덕도 공항건설 사업을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국토부가 앞으로 진행될 사전타당성 조사에서 기존 보고서를 어떤 논리로 번복할지 모두 눈여겨 보고있다.

2021-03-11

벚꽃 피는 순서와 지역대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대구의 모 대학 총장이 대학의 공식적인 발표는 없었지만, 최근 대학 내부 게시판에 올라온 입시 실패에 대한 총장 책임을 묻는 글 아래에 “이번 학기가 끝나기 전 새로운 집행부가 출범할 것이라는 사실만 약속드린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사실상 총장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올해 대입에서 정원을 못 채운 지방대가 속출하면서 ‘대학이 벚꽃 피는 순서대로 문닫는다’는 말이 나돌곤 있지만, 이제는 총장 사퇴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 대학 신입생 충원율은 80%라고 한다.이 대학 뿐만 아니라 인근 대구권 4년제 대학의 정원 미달 상황은 심각하다. 추가모집이 모두 진행됐지만 100% 최종 등록률로 이어진 곳은 한 곳도 없다.전통의 지역 명문교인 K, Y 대학들도 100% 등록에 못미쳤다고 한다.반면 포항의 한동대, 포스텍은 100% 등록률을 보였다. 포스텍은 전국적인 명성의 프레미어 대학이므로 가능하였지만 한동대의 100% 충원은 다른 지역대학들이 벤치마킹할 부분이 있다. 글로벌 역량강화와 선택과 집중으로 성공한 예라고 본다.1960∼70년대 시절 신생아는 연 100만명에 가까웠고 초등학교는 한반에 100명 가까운 콩나물 교실이었다. 2부제, 3부제 수업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 초등학교 교실은 한반에 20∼30명 수준이고 폐교되는 학교도 종종 있다.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출생아가 사망자보다 적은 ‘인구 데드 크로스(Dead Cross)’ 현상이 당초 예상보다 9년이나 앞당겨 금년에 시작되었다고 한다.한국은 지난해 출생아가 역대 최저치인 27만여 명으로 30만명 선이 무너졌다고 발표했다. 금년의 대학정원은 49만명, 지원자는 42만명이었다. 27만명 시대가 오면 대학의 거의 반은 문을 닫아야 한다.사실상 대학 폐교의 문제는 ‘벚꽃 피는 순서’라는 말에서부터 나온다. 이는 지역대학을 폄하하고 서울로 향하는 국민 전체의 인식에서부터 나온다.일부 대학의 폐교는 어쩔 수 없다 하여도 지역대학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줄어든다면 현 대학정원 미달의 문제는 상당부분 해결 가능하다. 재수, 반수를 통해서 인서울 대학으로 가려는 분위기도 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미국의 많은 우수한 대학들이 대도시가 아닌 소도시에 있는 경우가 많다. 사실상 주요 명문 주립대학들은 주의 수도가 아닌 작은 마을에 있다. 이것은 교육선진국이라는 유럽이나 일본도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마찬가지이다.미국과 같이 한국도 서울 지역 가리지 않고 대학이 교육과 연구의 질로 승부하는 그런 상황이 되어야 한다.서울·지방 이분법은 이 사회에서 반드시 사라져야 할 악습이다.‘벚꽃피는 순서’라는 말이 사라질 때 한국의 대학충원율 문제도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021-03-11

봄갈이

김병래수필가·시조시인날마다 산책을 하는 들판이 말끔히 봄단장을 했다. 겨우내 굳어있던 논바닥을 갈아놓은 것이다. 쟁기로 논을 갈던 시절에는 이른 봄이면 여기저기 소모는 소리가 온종일 들판을 울렸는데, 요새는 트랙터가 참 쉽게도 갈아엎는다. 논을 갈아 놓으면 공기에 노출된 속흙에 미생물의 번식이 왕성해져서 지력이 좋아진다. 식량이 모자라 이모작으로 논에도 보리를 심었던 지난날엔 모내기철이 되어서야 부랴부랴 보리를 베어내고 논갈이를 했지만, 지금은 미리 논을 갈아 놓은 채로 봄철 내내 바람과 햇볕을 쐬고 눈비를 맞게 한다.논밭은 한 해만 묵혀 두어도 온갖 잡초가 길길이 자라서 묵정밭이 되고 만다. 쑥대와 억새와 망초 같은 거친 풀들을 베어내고 쟁기로 깊숙이 갈아엎어야 다시 옥토가 된다. 물론 농사를 짓는 일은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이 있듯이 논밭은 수시로 돌보지 않으면 금방 잡풀이 우거진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안다.농작물을 잘 키우려면 물을 대고 거름을 주는 것보다 풀과의 전쟁이 더 큰일이라는 것을. 요즘은 아예 잡풀이 나오지 못하도록 비닐로 멀칭을 해서 김매는 일손을 대신한다.사람의 마음 밭도 수시로 갈지 않으면 황폐해진다. 편견이나 고정관념, 맹신 따위로 굳어진 마음 밭에 탐욕과 거짓, 적개심 같은 잡초들이 무성하게 자라나 묵밭이 된다. 심지어는 그렇게 무성한 잡초를 오히려 풍성한 농작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가 않은 것 같다. 재물이나 권력, 명예 따위의 열매는 바로 그런 잡초들에 열린다는 믿음이다. 저 혼자 그렇게 살다 죽겠다는 걸 말릴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그것이 곧 다른 사람들에게 해악이 된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마음이 황폐한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란 삭막하고 패역한 황무지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봄맞이를 위해서 논갈이를 하듯이 사람들 마음 밭도 봄갈이를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마음을 오래 돌보지 않아서 묵정밭이 되지 않았는지 살펴야 한다. 고요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늘 무엇에 쫓기듯 사느라 차분히 자기성찰을 할 겨를이 없다고 한다. 일이 많아서 바쁜 사람도 있겠지만 시간이 있어도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 같다. 왠지 제 마음을 들여다보기 거북하고 싫어서 일부러 외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무슨 이유로든 오래 살피지 않고 묵혀둔 마음 밭은 굳어지고 잡초가 우거지게 마련이다. 우거진 잡초를 제거하고 갈아엎기 위해선 위해서는 낫과 쟁기가 필요하다. 철저한 자기성찰로 낫을 벼리고 종교의 경전이나 성인들의 금언으로 마음을 가는 보습을 삼아도 좋을 것이다. 좋은 책이나 강의를 통한 공부나 돈독한 신앙생활, 명상수련 등이 낫과 쟁기가 될 수도 있을 터이고.나라 역시 갈지 않으면 온갖 비리와 부정이 우거진 묵정밭이 된다. 도무지 자기성찰이라곤 없는 후안무치, 적반하장, 내로남불로 철갑을 두른 자들이 정권을 잡고 대한민국을 망치고 있다. 다가오는 선거에서는 반드시 갈아엎어야 하는 이유다.

2021-03-11

교육 지우기 3 - 교사 멋대로 규정들

이주형 시인·산자연중학교 교사“학교가 해결해 줄 것 같아!”말에는 어조가 있다. 특히 학생들이 학교에 대해 하는 말에는 아이들의 감정이 그대로 살아있다. 최대한 침착하게 말하였지만, “같아”라는 말 안에는 체념과 불신, 그리고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 학생의 말에서 알 수 있듯 학교는 이제 그 어떤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 곳으로 변해버렸다. 더 정확히 말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문제를 생산하는 곳이 되었다.학교가 죽은 지는 오래전이다. 물론 필자와 생각을 달리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학교의 모습을 보면 자신들의 생각을 고집하지는 못할 것이다.“아침부터 운동장 7바퀴 돌았어. 하라니까 했는데, 어이가 없어서 아무 말도 못 하겠더라.”가만히 듣던 친구로 보이는 아이가 라면을 건져 올리던 젓가락을 내리고 이유를 물었다.“교복 위에 후드티 입어서. 근데 이해할 수 없는 건 지퍼가 있는 후드티는 괜찮다는 거야.”그날은 분명 추웠다. 뉴스는 연일 이상 한파에 따른 사건 사고 소식을 보도하였다. 굳이 뉴스를 보지 않더라도 다양한 방한용품으로 온몸을 감싼 사람들의 모습에서 추위의 강도를 알 수 있었다. 필자는 옷 때문에 벌을 받았다는 학생을 보았다. 그 학생은 추울 정도로 너무도 단정하게 교복을 입고 있었다. 그런데 벌을 받았다니, 필자가 더 화가 났다.“화장 규정 등 다른 규정은 그래도 이해하겠어. 그런데 복장 규정은 도저히 이해가 안 돼!”“그래도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방법을 찾아 주시지 않을까? 날씨가 정말 춥잖아!”어떤 답을 할지 필자는 귀를 최대한 열고 기다렸다. 학생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말했다.“학교가 해결해 줄 것 같아!”학생의 말에는 어떤 감정도 없었다. 화가 가득 묻어 있을 법도 하지만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다. 모든 것을 단념했을 때, 기대감이라고는 전혀 없을 때 나오는 어조였다.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들은 괜한 것에 시간을 빼앗겼다는 듯 빠르게 라면을 먹었다. 그리고 학원 시간에 늦었다며 자신들의 자리를 치우고 편의점 점원에게 인사를 하고는 학원을 향해 뛰어갔다.학생들이 떠난 자리에는 강추위보다 더 매서운 학교에 대한 불신만 가득했다. 추운 날씨에 운동장을 도는 학생의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융통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는 곳이 학교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그래놓고 “인문학적 상상력과 과학기술 창조력을 두루 갖춘 창의융합형 인재”를 양성하겠다니, 대한민국 교사들이시여, 이 어찌 부끄럽지 아니한가!여러 이유에서 규정은 필요하다. 그런데 법을 자기들 편한 대로 주무르는 정부나 거기에 속한 일부 인권 단체가 말하는 모든 학생이 만족 하는 규정은 없다. 분명한 건 최소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규정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3월, 강추위에 후드티를 입었다고 운동장을 도는 학생이 더는 없도록 학생 학대 수준의 교사 멋대로 해석하는 규정은 없는지 점검하자!

2021-03-10

미얀마의 후진적인 군부 쿠데타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1960년대를 전후하여 신생 독립국에서는 군부 쿠데타가 빈발했다. 1952년 이집트 자유 장교단 소속 나세르가 주도한 군부 쿠데타는 쿠데타의 모델이 되었다. 그 후 아시아 아프리카의 신생 독립국의 군부 쿠데타는 유행처럼 번져 갔다.우리나라에서도 4·19혁명 이후 1961년 박정희 소장의 5·16에 이은 전두환의 12·12 쿠데타가 있었다. 쿠데타(coupd’Etat)는 군부가 물리력으로 정상적인 정권을 전복 탈취하는 행위를 말한다. 어느 쿠데타나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패 청산, 정치혁명이라는 명분을 앞세운다.미얀마 쿠데타의 참극은 우리의 두 차례 쿠데타를 회상케 한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의원 선거 결과에 불만을 갖고 정권을 전복하였다. 미얀마 독립영웅의 딸 아웅산 수지는 감금되었고 관련자 1천700여명이 구금되었다. 5·16 쿠데타 세력이 민주당 정부의 장면 총리를 연금하고 수많은 정치인들을 구금한 사실과 대동소이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한 민간 정권을 전복하고 새로운 정부 수립을 위한 선거를 약속하고 있다. 우리나라 5·16 쿠데타 세력이 부정부패를 일소하고, 양심세력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공약과 거의 같다.미얀마 군경은 쿠데타에 반대하는 청년학생들을 무자비하게 총살하고 있다. 미얀마의 평화적인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고 있다. 일부 공무원과 교사들이 파업에 동참하고 승려 200여명의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일요일 38명의 시위자들이 거리에서 조준 총탄에 희생되었다. 19세 소녀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라는 조끼를 입은 채 사살 되었다. 그녀는 미얀마 민중 항쟁의 상징이 되고 있다. 쿠데타의 부당성을 폭로한 UN 미얀마 대사는 군부정권에 의해 전격 해임됐다.미얀마 쿠데타 정권은 스스로 탈취한 권력을 절대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손가락 세 개를 편 시민들의 극한적인 반대시위는 계속될 전망이 우세하다. 이러한 대치 상황이 계속된다면 미얀마의 민주화를 외치는 시민들의 희생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극한적인 대치 상황에서 ‘국민 대학살’을 자행할 지도 모른다. 곧 계엄령이 선포되고 수많은 시위자가 체포 구금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이러한 쿠데타가 미얀마에서 재발한 것은 그들의 정치적 후진성을 노출한 것이다.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는 어떤 명분으로도 용인 될 수 없지만 이를 저지할 처방이 보이지 않아 안타깝다.미얀마의 민주화 세력은 국제적인 연대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가 과거 암울했던 시절 국제 앰네스티에 지원을 호소한 것과 같다. 그러나 유엔도 미국도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도 직접적인 개입은 꺼리고 있다. 불행히도 인접 중국은 미얀마 군부의 정치 개입을 묵인하고 오히려 지지하는 입장이다. 미얀마 무역의 40%, 투자의 38%를 중국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도 과거 미국의 국익에 반하지 않으면 후진국의 쿠데타를 승인한 전력이 있다. 미얀마 사태가 심각한 상황이다. 유엔 인권 위원회는 미얀마의 인명피해를 막는 긴급조치라도 취해야 한다. 후진국의 민주주의는 피를 흘리지 않고 성공할 방도는 없을까.

2021-03-10

바보 아버지

장규열한동대 교수탐관오리(貪官汚吏). 탐욕스러운 관리와 더러운 벼슬아치. 옛날이야기에만 나오는 게 아니었다.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보통사람들만 멍이 드는 느낌이 아닌가. 국민이 모아준 세금으로 나라를 위해 일해야 할 터에, 일터에서 얻은 정보를 가로채 자신들만 배를 불렸다. 국민을 대신해서 일하라 했더니, 국민을 속이면서 얼마나 고소했을까. 도둑이 들끓는다 듣기는 했지만, 이처럼 당하고 있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이게 만약 공직사회에 만연한 평균적 조류라면, 국민은 누굴 믿고 일상을 이어갈 것인가. 나라의 내일은 어떻게 보전할 것인가. 다음세대에게 우리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 선진국이 된다한들 무너질 질서를 어찌할 것인가.70년대와 80년대를 가로지르며 경부고속도로와 영동고속도로가 이어질 무렵에 기초조사와 기본설계의 맨 앞에서 일했던 토목기술자가 있었다. 필자의 선친이었던 그는 사업가였던 선대의 핏줄을 따라, 나라의 동맥을 연결하는 일이 부동산에 미칠 영향을 잘 알고 있었다. 장차 고속도로가 완성되면 주변의 땅값은 폭등할 것이며 한 덩어리라도 구입하면 큰 이득이 생길 것도 알고 있었다. 공직자로서 그는 그리 하지 않았다. 손수 설계하고 모든 정황을 다 꿰뚫고 있었지만, 아내에게마저 한 톨도 발설하지 않았다. 나라의 운명을 가를 대역사를 더럽히고 싶지 않았다. 모친은 지금도 당시 일을 회상하며 안타깝다 하신다. 한 자락만 알려줬어도 아쉽지 않은 세월을 보냈을 터인데. 하지만, 어머니도 아버지의 어깨에 걸렸던 성실함과 정직함을 자랑스럽게 생각하신다. 아들은 직장생활 몇 년 만에 모은 돈만 가지고 떠난 유학길에서 동네 신문도 배달했었다.아버지는 바보였을까. 나라가 맡겨준 일을 통해 획득한 정보가 본인에게는 나름 기특할 것이다. 극히 소수의 사람들만 공유하게 된 정보를 사사로이 유용하면 챙길 이득이 분명히 있다. 거대한 부와 걱정없는 내일이 보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여, 어지러워질 세상과 복잡해질 속내는 어찌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싫을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국가와 국민에 대한 신의와 성실을 지키며 밤낮을 뛰는 공직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들 덕에 나라가 굴러가고 사회가 평안하다. 할 수 있었지만 하지 않았던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당신같은 관리들이 있었기에 이 나라가 이만큼 자라왔다는 믿음이 있다. 바보같이 욕심없이 섬겨온 덕에 나라의 길들이 무사히 이어졌을 터이다.‘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시인 윤동주가 적어내린 심정에 우리는 어떻게 답하여야 하는가. 공직을 사익에 이용한 당신은 그래도 잘못이 없다고 우길 참인가. 공직사회의 청렴함을 회복하기 위해서 정부는 특단의 결단을 하여야 한다. 다음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나라를 물려주기 위하여 사회가 맑아져야 한다. 그의 삶이 일을 잘하기 위한 욕심으로 가득했었지만, 어느 한 자락도 자신을 위해서는 쓰지 않았던 ‘바보 아버지’가 오늘 새삼 그립다.

2021-03-10

행정통합 분위기 이렇게 안 떠 ‘公論’ 만들겠나

대구경북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가 주관하는 권역별 대토론회가 경북 북부권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9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북부권 토론회도 지난 4일부터 열린 대구권, 경북 동부권, 경북 서부권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활발한 의견개진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북부권 토론회에서는 행정통합을 통한 규모의 경제실현에 대한 긍정론이 나오긴 했지만, 예상대로 ‘대구경북 특별자치정부’의 청사 위치를 일찌감치 못 박아야 하고, 행정통합이 북부권에는 아무런 이득이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강하게 대두했다.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앞으로 직접 주민과 대화하며 통합 당위성과 비전을 설명하겠다”고 밝혔지만, 지금까지 4차례의 토론회에서 대구·경북 지역민들의 공론을 정리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우선 지역민들의 참여가 너무 저조해 토론회가 활기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코로나19 탓이 크지만 오프라인 토론회에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이 거의 없었으며, 생중계된 유튜브 구독자도 별로 없었다. 북부권 토론회의 실시간 시청자수는 60여 명이었고. 행정통합 공론화위원회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500명도 되지 않는다. 북부권 토론회에서 최철영 공론화위 연구단장이 밝힌 대로 대구·경북이 행정통합을 하면 인구와 GRDP 규모가 경기도, 서울시에 이어 3번째로 부상한다. 그렇게 되면 중앙정부와의 협상력이 커져 이 지역이 국토균형발전을 주도할 수 있다. 행정통합의 핵심적인 장점은 대구와 경북이 지금처럼 경쟁하지 않고 경제적, 사회적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물론 통합이 만능은 아니라는 부정론도 무시하면 안 된다.대구경북행정통합이 지역민들의 공론을 바탕으로 성사되려면 지금처럼 가라앉은 분위기로는 곤란하다. 향후 일정을 고려하면 시간이 촉박하다. 공론화위원회는 앞으로 시·도민 여론조사와 숙의 토론조사(500명 참가) 등의 절차를 거쳐 행정통합에 대한 의견을 취합한 뒤 최종 기본계획을 작성해 시·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오는 8월에 행정통합 찬반 주민투표를 실시하려면 시간이 빠듯하다. 미래의 대구·경북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만들어 시·도민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021-03-10

임시검사소 확대, 더 많은 숨은 감염자 찾아내길

보건당국이 코로나19 검사 접근성 강화를 위해 비수도권지역에도 임시 선별검사소를 확대 운영하기로 했다. 대구를 비롯 부산, 울산, 광주, 충남 천안, 아산 등 6곳에 설치되는 임시선별검사소는 오는 4월까지 운영된다. 운영 후 내용을 평가한 뒤 추가 운영여부도 앞으로 검토키로 했다고 한다.대구에는 국채보상공원에 임시선별검사소가 설치될 것으로 보이며, 운영은 8개 보건소가 합동으로 맡는다. 임시선별검사소에서는 증상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무료로 검사를 받을 수 있고 익명검사도 가능하다.3차 대유행이 시작한 수도권은 현재 98개소의 임시선별검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약 3개월간 이곳에서 검체한 검사건수는 242만여건으로 일 평균 2만8천여건에 달한다. 현재까지 발견된 확진자 수는 총 6천522명으로 양성율이 0.27%다. 같은 기간 전체 확진자 수의 약 13%에 해당한다.보건당국은 수도권의 임시선별검사소 운영으로 지역내 숨어 있던 조용한 감염원을 찾아내는 성과를 냈다고 분석한다. 이번에 지역으로 임시검사소를 확대 설치하려는 것도 숨은 감염원을 미리 찾아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의 4차 대유행을 사전에 막아 보겠다는 것이 주 목적이다.지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병은 3차 대유행이 넉달 가까이 진행 중이다. 10일 현재 신규 확진자는 470명이 발생해 전날에 이어 400명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신규 확진자가 점차적으로 감소세를 보이나 400명대 안팎이라는 여전히 높은 선을 유지하고 있다. 정체 상태라고 말하고 있지만 아슬아슬한 상황이 되풀이 되는 국면이라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솔직하다.확진자 발생도 축산물공판장, 공동어시장, 제조업체, 병원과 어린이집 등 일상 공간 어느 곳이든 상관없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무증상의 감염자 비중이 높아지고 있어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한 감염병 차단 병행 노력이 필요하다. 수도권에서는 10일 하루동안 임시선별검사소에서 확인된 확진자가 수도권 전체의 21%에 달했다. 국내 누적 확진자 수가 9만3천명을 넘었다. 위중한 상황이지만 거리두기와 백신접종 외 뾰쪽한 대책이 없다. 임시선별검사소를 통해 숨은 감염자를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책이 될 것이다.

2021-03-10

규제의 역설

‘규제의 역설’은 좋은 의도로 특정행위를 규제한 정책이 정반대의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를 가리킨다.대표적인 사례가 2015년 영국의 비닐봉투 절감정책이다. 정부는 비닐봉투 대신 여러 번 쓸 수 있게 ‘생명을 위한 가방’을 만들고, 가방에는 ‘비닐이 썩는 데 걸리는 시간은 500년, 한 번 쓰고 버리지 마세요. 환경오염을 막는 방법’이란 문구를 썼다. 결과는 의도와 달랐다. 비닐쓰레기의 양은 매년 증가했다. ‘가방’을 만드는 데 비닐이 3배나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비자는 ‘가방’을 습관처럼 한 번만 사용했다.성매매 금지규제 역시 마찬가지다.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성매매를 금지했지만 아무리 강력히 금지해도 성매매는 음지에서 확대됐다. 한국에서도 성매매를 강력범죄로 단속, 성매매를 대표했던 집창촌은 없어졌지만 성매매는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변종 성매매 업소들이 대폭 증가했다. 다만 최근 통신 시장에서 벌어진 ‘규제의 역설’은 뜻밖의 결과다.지난해 12월 30년간 통신 요금시장을 지배했던 요금인가제가 폐지되자 SK텔레콤이 기존보다 30% 싼 온라인 전용 요금제를 깜짝 발표했고, 잇따라 LG유플러스와 KT까지 비슷하거나 더 싼 요금제를 내놔 요금 인하경쟁이 벌어졌다.어떤 사회의 규제와 정책이 실패하는 이유는 그 규제가 어떤 파장을 일으키는 지 알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빈부격차 감소에 실패한 부유세, 실업자를 늘린 비정규직 보호법, 전통시장 매출을 감소하게 만든 대형마트 의무휴업, 도박 중독을 심화시키는 카지노 입장 제한조치 등도 우리 사회가 직면한 규제의 역설이다. 선한 의도보다 중요한 건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3-10

당신의 작은 두 손을 내밀어 보세요

조근식포항침례교회담임목사빅토리아(1819∼1901)는 영국의 여왕으로서 가장 오랜 기간인 64년 동안 재위하였고 그 기간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불렸던 대영제국의 최고 전성기이었다. 여왕은 1877년에는 영국의 군주 중 최초로 인도 황제가 되기도 했다. 그녀는 남편을 깊이 사랑하고 신뢰하였으며 1861년 남편의 사망으로 큰 충격을 받고 한동안 두문불출하기도 하였다. 남편과의 사이에 4남 5녀를 두었으며 대부분 자녀가 유럽의 주요 왕족과 결혼하여 말년에는 유럽의 할머니로 불렸다.빅토리아 여왕은 입헌 군주로서 현실 정치에 미친 영향은 미미하였으나 그녀의 정절과 화목한 가정은 19세기 빅토리아 시대의 엄격한 도덕주의의 상징이 되었으며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은 군주들 가운데 하나였다.여왕은 어느 평범한 농부의 아내가 아기를 잃었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여왕은 남편을 잃은 깊은 슬픔을 겪은 적이 있었기에 농부의 아내가 슬퍼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무척이나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여왕은 수행원들을 거느리고서 그리 멀지 않은 농부의 아내를 찾아갔다.불시에 찾아온 여왕 때문에 농부의 아내는 무척이나 당황하고 놀랐다. 그러나 그녀에게 자연스럽게 대하는 여왕의 태도에 마음이 놓여 곧 평안을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여왕은 얼마 동안 농부의 아내와 함께 머물다가 왕궁으로 돌아갔다. 여왕이 떠나고 나자 이웃 사람들이 몰려와서 농부의 아내에게 물었다.“여왕님이 무슨 말씀을 하던가요?” 그러자 농부의 아내가 말했다. “여왕님은 내게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분은 그저 내 손을 끌어다 두 손으로 잡아 주셨을 뿐입니다. 그리고서 우리는 서로 아무 말 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라고 대답했다.빅토리아 여왕이 농부의 아내에게 한 것이라고는 두 손을 잡아 준 것뿐이었지만 그 농부의 아내는 빅토리아 여왕의 그 따뜻한 마음을 평생을 잊지 못했을 것이다. 여왕이 농부의 아내 마음을 헤아려 준 따뜻한 마음이 농부의 아내에게는 얼마나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그 감동들이 모여 빅토리아 여왕은 가장 훌륭한 영국의 여왕으로 오늘날까지 존경을 받고 있다.두 손을 잡아 준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지만 그것은 사람의 마음을 열어주는 감동이라 할 것이다. ‘기운생동’(氣韻生動)의 봄이 왔다. 우리 곁에 상처 입은 영혼들이 얼마나 많은지 살펴보시기 바란다. 누군가 다가와 우리들의 따뜻한 작은 두 손을 기다리는 이웃에게 조용히 다가가서 따스한 손을 내밀어 보자. 그곳에 작은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게 될 것이다.

2021-03-10

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낮부터 내린 비는 이 저녁 유리창에 이슬만 뿌려 놓고서 밤이 되면 더욱 커지는 시계 소리처럼 내 마음을 흔들고 있네”햇빛촌이 부른 ‘유리창엔 비’ 노랫말이다. 창밖엔 비가 내리면 메마른 마음도 이런저런 상념에 촉촉이 젖는다. 그것은 그리움이기도 하다가 외로움이기도 하다가 근원을 알 수 없는 서러움이기도 하다. 그 눈물은 눈가에 이슬처럼 방울 맺히고 보슬비처럼 보슬보슬 젖고 장대비처럼 주르르 흘러내리기도 한다.·가랑비-가늘게 내리는 비. 이슬비보다 더 굵다.·개부심-장마로 홍수가 난 후에 한동안 멎었다가 다시 내려, 진흙을 씻어내는 비.·는개-안개비보다는 조금 굵고 이슬비보다는 가는 비.·도둑비-밤에 몰래 살짝 내린 비.·먼지잼-먼지가 일지 않을 정도로 아주 조금 내리는 비.·발비-빗발이 발처럼 보이도록 굵게 내리는 비.·보슬비-바람이 없을 때 작은 알갱이로 보슬보슬 내리는 비.·부슬비-보슬비 알갱이보다 조금 굵은 비.·산돌림-이 산 저 골짜기로 돌아다니면서 한 줄기씩 내리는 소나기.·싸락비-싸래기처럼 포슬포슬 내리는 비.·실비-실처럼 가늘게, 길게 금을 그으며 내리는 비.·소낙비-갑자기 세차게 쏟아지다가 이내 그치는 비(소나기).·색시비-수줍은 새색시처럼 소리 없이 내리는 비.·안개비-눈에 보이지 않게 내리는 비.·여우비-맑은 날에 잠깐 뿌리는 비.·웃비-좍좍 내리다가 잠시 그쳤으나 다시 내리는 비.·이슬비-는개보다 굵고 가랑비보다 가늘게 내리는 비.·작달비-굵고 세차게 퍼붓는 비.·자드락비-굵고 거칠게 내리는 비.·장대비-빗줄기가 굵은 장대처럼 쏟아지는 비.·진눈깨비-눈도 비도 아닌, 눈과 비가 뒤섞인 비.·채찍비-채찍으로 후려치듯 굵고 세차게 내리는 비.비는 때에 따라 나름의 이름이 있다. 음력 보름 무렵에 내리는 비는 보름치며 음력 그믐께 내리는 비는 그믐치다. 견우직녀가 만나는 칠월칠석에 내리는 비는 칠석물이며 양이 모종하기에 알맞도록 내리는 비는 모종비이다. 모내기할 무렵에 한목 오는 비는 목비며 뜨거운 복날 전후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는 복비다. 농사를 짓도록 적합하게 내리는 비는 꿀비며 필요할 때를 맞추어 알맞게 내리는 비는 단비요, 약처럼 요긴할 때 내리는 비는 약비다.그런가 하면 어떠한 행위를 부르는 비도 있다. 할 일 많은 봄에 내리는 비는 일을 부르므로 일비라고 한다. 바쁜 일이 없는 여름에는 비가 오면 낮잠을 자기 좋으므로 잠비라고 한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비가 오면 떡을 해 먹으면서 여유 있게 쉰다고 떡비라고 한다. 농한기인 겨울에 내리는 비는 술 마시며 놀기 좋다고 술비라고 부른다. 비의 이름에 삶의 정취가 고스란히 녹아있지 않은가.우리네 조상은 일상을 비에 맞추었다. 잔비, 흙비, 해비, 가루비, 누리비, 봄장마, 장맛비, 달구비, 궂은비, 마른비, 비보라, 바람비, 우레비, 가을비, 겨울비, 건들장마, 억수장마, 모다깃비, 무더기비, 비에 따라 일을 하거나 집에서 쉬었다.농경문화에서 비는 곧 하늘의 말씀이었다. 천둥, 번개와 함께 비를 퍼부으면 하늘이 노했다고 믿었고 오래도록 하늘이 외면한다고 여겼다. 가뭄을 끝내는 비에 웃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홍수가 나면 울었다. 다 마른 빨래를 적시는 소낙비를 원망하고 더위를 식히는 소나기에 고마워했다.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존재인 비, 그래서 정선아리랑에는 목놓아 울고 싶은 마음을 이렇게 읊었다.“비가 올라나 눈이 올라나 억수장마 질라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든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 고개로 나를 넘겨주게”우리네 가요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새벽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안개비가 소리 없이 마음을 적신다. 그대는 봄비를 무척 좋아하는지 다정하게 묻고 이 빗속을 둘이서 말 없이 걸어보자고 청한다. 비라도 내리면 금방 울어 버리겠네 라고 울먹이고 가랑비야 내 얼굴을 세차게 때려달라고 읍소한다. 이별 뒤 슬픔을 이기지 못해 찬비야 내려라 밤을 새워 내려라고 절창한다.요즘은 비에 대한 서정이 옛날 같지 않다. 비가 삶을 좌우하는 시절이 아니므로 일상에서 비에 울고 웃을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선지 무엇에 젖는 문화보다 무엇을 즐기는 문화가 성행한다. TV는 먹고 놀고 즐기고 춤추는 예능 프로그램이 점령한 지 오래다. 생각하고 사색하는 프로그램이 몇 있지만, 그 분량이 적어 안타깝기도 하다.어느새 버들가지에 연둣빛 봄물이 파릇하다. 봄비 내리면 우산을 들고 들녘에 나가봄직도 하다. 차박차박 빗방울이 대지를 두드리는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고, 발끝으로 고인 물 찰박찰박 차며 걸어도 보고, 그렇게 젖다 보면 무엇에 젖는다는 것의 의미를 느낄 수 있을 터이니./수필가·문학평론가

2021-03-10

때로는 기적이

배문경수필가겨울 끄트머리에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번쩍하며 벼락이 떨어졌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세 마리의 개와 산책하던 남자가 벼락을 맞고 의식을 잃는 모습을 보았다. 다행히 근처에 있던 소방관이 심폐소생술로 그를 살렸다는 기사와 현장상황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졸지에 벼락을 맞은 남자는 몇 달째 치료중이라니, 지독스럽게 운이 나빴지만 그 와중에도 목숨을 건졌으니 천운은 아니었을까.사람이 길을 가다 벼락을 맞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 57만6천분의 1이다. 그리고 그 벼락에 맞아 죽을 확률은 223만분의 1이다. 가까운 지인 중에 벼락을 맞았지만 멀쩡하게 살아있는 두 사람을 알고 있다. 그중 한 명은 처음 바닷가로 떠난 MT에서 금속벨트를 착용한 친구가 벼락을 맞으면서 그 옆에 있다 변을 당했다. 눈앞이 하얗게 변하고 귀가 찢어질 것 같은 굉음에 그대로 쿵하고 뒤로 넘어졌다는데 다행히 목숨을 건졌다.다른 한 명은 우산을 들고 있었는데 플라스틱 우산 꼭지가 벗겨지며 피뢰침이 되어버린 우산대로 전류가 흐른 모양이었다. 그때 평생들을 수 없을 만한 굉음으로 인해 한동안 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할 상황이었다. 다행히 플라스틱 손잡이였기에 전류가 몸으로 통과되지는 않았다. 역시 살 사람은 사는 모양이다.벼락을 맞는 것도 드물지만 벼락을 맞고 산 사람도 흔하지 않으리라. 그럼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될 확률은 얼마일까? 무려 814만5천60분의 1이다. 이것은 하루 동안 벼락을 세 번 맞은 사람이 다시 차에 치이고 뱀에 물리고도 죽지 않을 확률이다. 더욱이 로또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에서 당첨될 확률은 1억7천522만3천510분의 1이다. 이 기막힌 숫자계산을 한 사람이 도리어 놀랍기도 하다.국내에서 발행한 최초의 복권은 1947년에 다음해 있을 런던 올림픽 참가비용을 모으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때 액면가는 백 원이었고 일등 당첨금은 백만 원이었다. 이렇게 마련된 경비 팔만 달러로 선수단은 런던으로 떠날 수 있었다. 사소한 듯 낸 돈은 큰 목적에 사용되고, 다수가 낸 돈을 소수의 사람에게 행운으로 몰아주는 방식이다. 요행히 나도 5만 원에 당첨된 적이 있었다. 흥분되었던 나의 기억도 총 구입비용을 계산한다면 빙산의 일각이었다.복권에 인쇄된 것은 아니지만 당첨만 된다면 자신을 괴롭히거나 힘들게 하는 상사 눈치 안보고 작은 봉급에 연연해하지 않고 사표를 쓰리라. 날마다 치솟아 오르는 아파트에 나도 몸을 실어보리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인심을 내리라. 가난한 이웃을 도우리라. 무엇 무엇에 대한 수많은 기대와 포부가 복권 안에 담겨있다. 숫자 여섯 개를 맞추다 실망하여 ‘오늘도 안 되는구나’라는 한숨을 내쉬며 한두 개 일치하는 숫자나 세 개 정도 맞아 본전을 건지면 아쉬운 마음을 정리한다.그렇지만 오늘이 주는 힘듦을 잠시잠깐 상상력이 만들어낸 유토피아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때로는 꿈을 현실로 만들어내고자 하는 힘이 하늘과 맞닿으면 일등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선택은 로또 자신이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숫자의 배열 그 신비한 힘이야 말로 번개에 몇 번 맞고도 살아있는 사람처럼 기적이다. 때론 광고를 보며 ‘이거 짜고 치는 고스톱 아니야’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복권(福券)이 복권(福權)이 되길 바란다.그러고 보면 벼락을 맞고도 살아있는 사람과 복권 일등에 당첨된 사람은 행운을 거머쥔 사람이다. 어쩌면 유년에 연탄가스에 취해 죽다가 살아난 나의 삶도 벼락을 맞고도 살아있는 사람들과 뭐가 다르겠는가. 엄청난 경쟁을 뚫고 한 인간으로 살아남아 여기까지 온 것이 진정 기적일 것이다. 마지막까지 살아남는 사람이 승리자다. 지금 이 순간 그저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이 최고의 행운이리라.연탄가스로 죽다 살아난 자의 운과 이십년 운전하며 사고 한 번 나지 않은 행운에 산을 그렇게 올라도 뱀에 물리지 않고 내려온 운을 보태 이번 주말에도 복권을 샀다.문을 열자 천둥번개는 사라지고 새소리가 초록을 잉태한 봄을 깨우고 있다. 오늘도 기적의 하루를 열어젖힌다.

2021-03-10

민주주의의 후퇴

미국에 본부를 둔 프리덤 하우스(Freedom Hause)는 전 세계의 민주주의 확산과 인권시장 및 국제언론 감시활동을 하는 비영리 인권단체다. 1941년에 세워져 1950-1960년대 미국의 민권운동을 주도했다. 이후 1970년대는 베트남 난민을 지원하고, 1980년대는 폴란드와 필리핀의 민주화를 지원한 단체다. 또 세계 각국에서 민주주의 증진에 공헌 인사들을 찾아내 매년 프리덤 어워드를 수여하고 있다. 영국의 윈스턴 처칠 수상과 미국의 트루먼 대통령이 이 상을 받았다.프리덤 하우스는 매년 전 세계 모든 나라의 자유 정도를 조사해 수치로 발표하는데 올해도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이 만점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83점을 받아 우수한 자유국가에 포함됐다. 북한은 100점 만점에 3점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꼴찌다. 공정한 선거와 자유로운 언론 활동 등이 자유를 평가하는 주요 척도다.특히 코로나와 관련해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다. 코로나가 창궐했던 지난해는 많은 자유주의 국가에서 민주주의가 후퇴했다는 평가다. 지난해 일부 민간단체에서도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으나 프리덤 하우스가 이번에 똑같은 평가를 낸 것이다.프리덤 하우스는 조사 대상 205개 국가 중 36개국이 코로나와 관련해 민주주의가 후퇴한 나라라고 했다. 대표적 국가로 인도와 필리핀, 헝가리, 터키 등을 손꼽았다.지금 전 세계는 코로나를 핑계로 정치 권력의 강압적 통치가 알게 모르게 물들고 있다. 이동제한과 같은 아주 손쉬운 조치가 곧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대표적 사례다. 우리 주변에서도 코로나를 이유로 이와 유사한 개인의 기본권이 침탈당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코로나의 위세가 놀랍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3-09

‘신한울 백지화’ 부당성, 감사 통해 밝혀져야

산업통상자원부 내 전력정책심의회가 국가 전력수급계획 수립 과정에서 탈원전 정책의 비합리성에 대해 수차례 문제제기를 했지만 정부가 이를 뭉갰던 것으로 드러났다. 전력정책심의회가 2019년과 지난해 4차례 회의에서 다룬 의제는 울진에 건설 중이던 신한울 원전 3·4호기다. 지난 2일 울진지역 대표들은 청와대 앞에서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갑작스런 국책사업 중단에 울진군민들의 권리를 외면당하고 있다”며 강하게 정부를 비난한 적이 있다. 산업부가 최근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를 분명히 밝혔기 때문이다.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이 산업부를 통해 입수한 ‘전력정책심의회 회의록’에 의하면 2019년 3월에 열린 1차 회의에서 한 위원은 “원전이 축소되고 재생에너지 보급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력 수급 안정과 안보, 경제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경고를 했다. 그해 열린 2차 회의에서는 “(탈원전으로)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데 수요관리 측면에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을 완화하는 다양한 제도 등을 부각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지난해 열린 최종 회의 때는 “신한울 3·4호기에 대한 재논의를 희망한다. 원전이 안전하고 깨끗하지 않다는 전제에 따른 신규 원전 금지는 반대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산업부는 이에대해 “특정 의견을 묵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구 의원은 “산업부가 내부 전문가 의견마저 묵살해 신한울 3·4호기가 조기에 정상화될 기회를 놓쳤다”고 말했다.신한울 3·4호기 건설사업은 지난 2008년 제4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돼 그동안 2번의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거쳤다. 사업주체인 한수원이 그동안 이 사업에 투입한 비용은 토지 매입비와 두산중공업 사전 기기 제작비 등 7천790억 원에 이른다. 울진군의회 원전관련특위와 울진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신한울 3·4호기 건설 중단과 관련해 위법성 검증을 위한 국민감사를 감사원에 청구해둔 상태다. 감사원은 신한울 3·4호기 건설 백지화의 적법성 문제에 대해 철저하고 공정하게 조사해 이른 시일 안에 국민 앞에 공개를 해야 한다.

2021-03-09

어머, 어메이징, 어머니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산이 저문다 / 노을이 잠긴다 / 저녁 밥상에 애기가 없다 / 애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어린 아들을 잃은 슬픔을 주인 잃은 은수저로 그려내 주고 있는 김광균의 시 ‘은수저’의 첫 연이다. 옛 어른들은 ‘부모가 돌아가시면 청산에 묻고,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고 하였다. 시인은 아들의 부재에 목놓아 울 수 없기에 그 끝모를 슬픔을 은수저에 눈물을 고이게 하는 것으로만 그려내었다.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슬픔을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힘들다 하여 ‘천붕’(天崩)이라고 한다. 나는 두 분의 아버님을 보내면서 하늘이 두 번 무너졌다. 그러나 두 분 아버님께서 이 땅에서의 오랜 투병을 끝내고 하늘에서 평안히 쉬실 것을 생각하니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까지는 느껴지지 않았다.자식의 죽음은 또 다를 것 같다. 천붕보다 덜 알려진 ‘참척’(慘慽)이라는 말이 있다. 자손이 부모나 조부모보다 먼저 죽은 일을 이르는 말이다. 먼저 오면 먼저 가는 것이 순리라 하지만, 어디 삶이 순리대로만 흘러가던가. 죽음의 순서 또한 나이순이 아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아무래도 연세 드신 분들이 먼저 세상을 뜨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기에 참척은 아무래도 우리 귀에 익숙치 않을 것이다. 사고나 병이 아니면 부모보다 자식이 먼저 가는 일은 좀체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식의 죽음은 변고(變故)다. 참혹한(慘) 일이고 설령 참혹하기까지는 않을지라도 근심스러운(慽) 일이다. 자식 잃은 침혹한 변고에 김광균 시인처럼 담담히 은수저에 눈물을 담아낼 수 있는 이가 몇이나 있을까. 부모의 마음이란 이런 것이다. 부모 마음이라고 했지만 아버지의 마음과 어머니의 심정이 똑같지는 않을 것이다. 열 달 동안 자식을 자신의 몸 안에 품고 사랑과 영양분을 주며 함께 있다가 이백 여개의 뼈마디가 다 벌어지고 무른다는 출산의 고통을 겪고 세상에 내놓은 어머니이다. 제왕절개로 출산을 한다 해도 어머니의 고통과 수고는 자연분만과 다를 게 없다. 그래서인가.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사랑은 우리가 ‘어머!’라는 감탄사로 반응하고 ‘어메이징’(amazing) 하며 놀란 적이 어디 한두 번이랴. 그렇기에 자식 또한 어머니를 대하는 마음이 아버지를 대하는 마음과 같지 않을 게다. 나도 아버지이지만 자식으로서 인정할 것은 인정해야 할 듯하다. 세상에 나온 아이가 가장 처음 배우고 하는 말이 ‘엄마’라고 한다. 이건 세계 공통 현상이다. 어머니는 엄마이자 밥이다. 엄마와 맘마는 같은 말이다. ‘ㅁ, ㅂ, ㅃ’과 같은 입술소리를 가장 먼저 낸다는 유아의 언어 발달 단계에 관한 언어학의 지식에 기댈 것도 없이 이는 상식에 가깝다.그런데, 세상이 변해가고 있는 것인지 양부모뿐 아니라 친부모의 자녀 학대 이야기가 자주 들려온다. 어머니가 자식을 죽이는 사건이 잊을 만하면 귀를 울린다. 세상이 변해도 어머니는 그대로이고 모성(母性)은 변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닌가 보다.어머니를 향한 밝은 놀람의 ‘어메이징’, 긍정적 감탄의 ‘어머!’가 다시 우리들 입에서 많이 퍼져나가기를 소망한다.

2021-03-09

백신접종 오락가락… 국민 불신해소 도움 안 돼

지방 자치단체장의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접종 연기를 두고 논란이 빚어졌다. 질병관리청이 당초 지자체장도 AZ백신 접종 대상에 포함된다고 밝혔다가 뒤늦게 이를 번복하는 바람에 백신접종을 준비했던 전국의 일부 지자체장이 백신을 맞지 못하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대구에서도 권영진 대구시장이 8일 오전 백신접종을 준비했다가 질병관리청의 번복 결정으로 백신을 맞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당국은 질병관리청의 오락가락하는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질병관리청은 단체장의 백신접종 연기가 백신물량이 충분하지 않고 이런 가운데 지자체장에 대한 백신접종은 특혜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이 해명이다.그러나 지자체는 단체장은 시단위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지난 1년여 역할을 수행한 것만으로 백신접종 특혜시비는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영진 시장도 그의 SNS를 통해 “특혜라면 당연히 맞지 않는 것이 옳은 일이지만 지금은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국민의 우려와 불신을 해소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백신접종 연기에 대해 아쉬워했다.지난달 26일부터 시작한 백신접종은 이상 반응과 의심 사망자 등으로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전국적으로 3천900건이 넘는 이상반응이 보고됐고 의심 시망자도 11명에 이른다. 대구와 경북에서도 2명의 의심 사망자가 발생했다. 질병당국이 백신접종과 인과관계가 없다고 밝히지만 정확한 원인 규명이 안 되고 있어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은 당분간 이어질 분위기다.코로나19 사태는 현재로서는 백신접종이 가장 유일한 대응수단이다. 가능한 많은 국민이 백신접종에 참여하고 정부가 계획한대로 11월 집단면역이 형성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가뜩이나 늦은 백신접종에 마음이 바쁘다. 국민들이 가진 백신접종에 대한 불신해소가 지금으로서는 매우 중요하다.권시장의 “총리를 비롯한 장관과 전국의 시도지사가 직접 백신을 맞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드리는 것이 국민적 우려를 덜어 드리는 것”이라는 말에 공감이 간다.질병관리청은 코로나 방역에 모든 방점을 두고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방역 원칙과 틀리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요돼선 안 된다. 그것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일이다.

2021-03-09

‘낄끼빠빠’

김락현 경북부TV 예능프로그램에서 종종 사용되던 ‘낄끼빠빠’라는 말이 최근에는 사회 전반에서 쓰이는 것 같다. ‘낄끼빠빠’라는 말은 ‘낄 때 끼고 빠질 때 빠져라’를 줄여 이르는 말로, 모임이나 대화 따위에 눈치껏 끼어들거나 빠지라는 뜻이다.최근 구미시의 노조들의 행태를 보면서 ‘낄끼빠빠’라는 말을 자주 떠올렸다. 우선, 낄 때 끼지 못하면서 노조원인 구미시 공무원들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있는 구미시공무원노조가 그렇다. 구미시공무원노조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제대로 된 노조원들의 입장을 대변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동안 구미시의원들이 공무원들을 상대로 수차례 갑질을 일삼았음에도 항상 침묵으로 일관해왔고, A 시의원이 말도 안 되는 이유로 공무원을 고발해도 모른 척 외면했다.고작 한다는 게 해당 시의원이 시의회 윤리특위에 회부된 후 그 결정이 발표되는 날 1인 시위를 펼치고, 다음날 현수막 한 장을 게시한 게 전부다. 낄 때 끼지 않고 팔장만 끼고 있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다.반대로 빠질 때 빠지지 못하는 노조도 있다. 구미시립예술단노조는 최근 출근 문제로 연일 구미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전체 인원 중 80%가 외지인으로 구성된 시립예술단은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재택근무를 명령받았지만, 노조가 단원들에게 출근을 지시하고 출근을 시켜달라며 생떼를 부리고 있다. 노조는 단원들에게 출근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 또한 재택근무를 한다고 해서 임금이 나가지 않는 것도 아니다. 구미시는 이들에게 정상 출근할 때와 같은 임금에다가 설 명절 상여금까지 지급했다.지난달 23일에는 구미문화예술회관 운영위원회에 노조지회장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참석해 다른 위원들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운영위원회에는 보통 운영위원장과 위원들만 참석하는데, 노조지회장이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참관한 것이다. 다른 어느 지역의 문화예술회관에서도 노조가 운영위원회에 참관하는 경우는 없다.노조는 노조원들의 입장을 외면해서도 안 되고, 그 입장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지나친 간섭을 해서도 안 된다. 구미시 노조들이 하루라도 빨리 ‘낄끼빠빠’를 아는 조직이 되길 바란다./kimrh@kbmaeil.com

2021-03-09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동참을!

김규종 경북대 교수지난 2월 초하루에 미얀마 군부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축출하는 쿠데타를 감행한다. 쿠데타에 저항하는 미얀마 시민들의 열렬한 민주화운동은 오늘도 진행 중이다. 미얀마의 정치상황을 본래 궤도로 돌려놓기 위한 시민들의 목숨을 건 투쟁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최소 54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1천700명이 넘는 시민이 군부에 억류돼있는 상황이다. 민주주의는 진정 피를 먹고 자라나는 것인가?!미얀마 시민들의 목숨을 건 민주화 투쟁을 보면서 맨 처음 떠오르는 사건은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운동이다. 고립무원의 절체절명 상황에서도 광주 시민들은 전두환 일당의 군사 쿠데타를 용인하지 않으려는 결사항전의 자세로 싸웠다. 광주의 피어린 항쟁은 도이칠란트의 위르겐 힌츠 페터 기자의 기록으로 세계 전역에 알려진다. 우리는 영화 택시 운전사에서 그것을 가슴 절절하게 확인한 바 있다.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은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혹은 트위터나 텔레그램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타전되고 있다. 딴 툿 우(다니엘딴) 동국대 초빙교수는 이런 정황을 “불행 중 다행”이라 말하면서도 몹시 괴로워하는 표정이다. 대구 문화방송의 라디오 프로그램 ‘시인의 저녁’에 출연한 그는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에 한국인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지를 여러 차례 부탁한다.2007년부터 한국에서 공부했던 그는 동국대 아시아연구원의 초빙교수가 되어 한국어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한국인처럼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요즘 밤잠을 설치기 일쑤라면서,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격변이 조속히 안정되기를 희구하고 있다. 그와 대담(對談)하면서 나는 41년 전 절해고도(絶海孤島) 광주에서 속절없이 죽어가야 했던 광주 시민들의 모습이 자꾸만 떠올라 괴롭기 그지없었다.우리는 광주 시민들의 희생 위에 견고한 민주주의의 성채를 세울 수 있었다. 오늘날 경제와 정치,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우리가 도달한 성취의 배후에는 광주의 고귀한 희생이 자리하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는 한창 진행되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의 강고하고 열렬한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정치와 경제의 대표적인 모델이 우리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지구촌 전역의 상황이 순식간에 알려지는 시대에 미얀마 군부의 자국민 살해가 오래 지속되지 못할 것은 자명하다. 총칼로 자국민을 살해하는 군대는 군대가 아니라, 학살자나 도살자에 지나지 않는다. 1980년 광주에 투입된 한국군이 그러했고, 지금의 미얀마 군대가 그러하다.미얀마 군부의 야만적인 폭거에 대응하여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아주 미미하다. 상황이 종식될 때까지 관심을 가지고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한 세대 전에 겪은 학살과 폭력의 기억을 현재화하여 민주주의를 확산하는 일일 것이다. 스테판 에셀의 말처럼 분노하고 연대하는 길밖에 다른 선택지는 없다. 분노하라! 연대하라!

2021-03-09

어쩌면 우리가

최미경동화작가3월은 꽃을 볼 일이다. 노오란 풍년화와 복수초를, 솜털 보송한 노루귀와 붉은 매화를 눈에 가득 담을 일이다. 지난겨울 잘 견디고 여린 줄기를 밀어 올려 꽃잎 하나하나를 피워 낸 저 생명들에게 감사할 일이다. 혹여 우리가 무심히 꺾었던 누군가의 말, 누군가의 희망이 아직 겨울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시간이다.4월과 5월은 작은 열매가 맺히는 나무를 심을 일이다. 산사나무와 명자나무를, 앙증 맞은 앵두나무와 올망졸망한 산수유나무를 양지 바른 뜨락에 심을 일이다. 한 두 계절 지나 반드시 찾아올 열매들의 약속에 감사할 일이다. 혹여 오래전 마음에 심어놓고 잊었던 씨앗을 찾게 된다면 그 간절함의 약속을 지켜낼 시간이다.6월은 아이의 손을 잡고 공원을 거닐 일이다. 아이의 걸음에 폭을 맞추며 아이가 건네는 말과 웃음소리를 하나도 놓치지 말 일이다. 그와 함께 걷는 동안 우리는 분명 우리가 보냈던 지난 시간 안에 아이와 같은 모습이 있음을 알아챌 것이다. 어쩌면 우리가 풀지 못했던 생의 조막만한 비밀상자를 열게 될 시간일 것이다.7월과 8월은 냇가에 발을 담그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릴 일이다. 잠시 하던 일은 옆으로 미뤄놓고 바람 좋은 그늘에 앉아 시냇물이 흐르는 소리와 그 흐름의 방향을 넋을 놓고 볼 일이다. ‘하루’는 늘 우리에게 주어지지만 그 하루 온전히 나에게 쓰이던 시간은 얼마나 되었던가. 내 마음이 흐르는 소리와 방향에 귀 기울일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9월과 10월은 오래 같이 한 사람들과 가을의 밥상에 둘러앉을 일이다. 안타깝고 힘들었던 지난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던 것은 바로 사람이고 인연이었을 일이다. 상처로 남아있는 이, 슬픔을 나눌 이가 있다면 초대할 일이다. 그리하여 서로를 채워가며 밥을 나눌 일이다. 함께 먹는 밥상은 마음의 약상이 될 시간일 것이다.11월은 밤바다에 뜬 별을 셀 일이다. 찬 모래를 맨발로 밟고 밤바다를 바라보면 우리가 서 있는 이곳은 우주에서 가장 외로운 한 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 점을 위해 여태껏 달려왔나 싶은 생각에 마음이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때 우리가 응시해야 하는 것은 바로 밤바다에 내려온 별이다. 수 천 년을 달려 우리 눈앞에 내려온 그 별을 세어 보며 차고 매서운 바닷바람에 맞선 우리의 삶이 얼마나 애틋한지 느껴 볼 시간이다.12월에는 말이다. 올 한해 누군가 아프지 않았음에 감사하고 누군가 쓸쓸하지 않았음에 감사하며 누군가 환하게 웃었음에 기뻐할 일이다. 그리고 우리를 잠시 속상하게 했던 누군가와 우리를 잠시 혼란에 빠뜨렸던 누군가에게도 감사할 일이다. 그리하여 우리가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인지 스스로 기뻐할 일이다.어쩌면 우리가 지금, 바로 3월이 막 시작되는 이 봄의 초입에 올 한 해를 위한 기도를 한다면 말이다. 종교와 피부색, 성별과 나이를 모두 떠나 그저 같은 마음으로 서로를 위한 기도를 한다면 작년 한 해 우리가 절망했던 그 순간순간들을 올해는 훌훌 털어버리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나는, 지금, 기도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보낸다.

2021-03-09

Everything will be Ok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다. 군부는 유혈진압에 나서 비무장한 민간인 시위대를 향해 발포했고, 현재까지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3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의 시위 행렬 속에는 19세 여성 치알 신(Kyal Sin)도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치고, 댄서로 활동하는 꿈 많고 씩씩한 소녀였다. 최루탄의 매캐한 연기와 총탄이 빗발치는 사선에서 검은색 바탕에 하얀 글씨가 프린팅된 셔츠를 입고 왼손에는 코카콜라를 쥔 채 군부를 규탄했다. 그녀는 끝내 군부의 총격에 머리를 맞아 사망했다. 피 묻은 셔츠에 적힌 ‘Everything will be Ok(다 잘 될 거야)’는 평화를 염원하는 저항의 문구가 되었고, Angel(에인절)이라는 영어 이름을 지닌 신은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 되었다.신은 자기 죽음을 미리 알았다. 죽음을 각오하고 거리로 나선 것이다. 그녀는 2월 28일 페이스북 계정에 혈액형과 비상 연락처를 남기며 자신이 사망할 경우 장기와 시신을 기증해달라고 적었다. 지난해 11월 8일 생애 첫 투표에 참여한 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나의 첫 투표. 내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내 나라를 위한 내 의무를 다하다”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눈길을 끄는 것은 2월 11일에 작성된 게시물이다. 신은 ‘Justice for Myamar(미얀마의 정의를 위해)’, ‘Save Myanmar(미얀마를 구하소서)’, ‘Democracy(민주주의)’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길게 말하지 않을 거야! 아빠 고마워요. 이 한 마디만”이라는 글을 남겼다. 사진 속 아버지는 죽음을 향해 걸어가는 딸을 막는 대신 옳은 신념을 향해 나아가는 딸의 손목에 저항의 상징인 붉은 끈을 매어주었다. “다 잘 될 거란다 딸아”, “다 잘 될 거예요 아빠”KTX 열차 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햄버거를 먹은 여성이 화제가 됐다. 방역수칙을 지켜달라는 승객의 항의에 “천하게 생긴 게 우리 아빠가 누군 줄 알아?”라며 도리어 큰소리를 쳤다. 논란이 커지고 비난이 거세지자 사과했지만, 씁쓸함은 가시지 않는다. 잘못된 행동을 지적받고는 왜 다짜고짜 아빠부터 내세운 걸까? 아마도 그녀의 아버지는 평소 딸에게 “다 잘 될 거야. 아빠가 다 해줄게” 말하지 않았을까? 그러니 몸은 컸어도 정신은 유아기에 머문 ‘어른이’가 된 것이다.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제 아들이 연세대 원주의대 해부학교실의 조교수가 되었습니다. (연구조교수가 아닌 조교수) 순천향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주대 의대에서 제 도움으로 의학박사를 받았습니다. 1989년 9월생이므로 만31살에 조교수가 된 셈입니다. 이제 집안에서 정 교수라고 부르면 두 사람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만화가 의사’로 알려진 아주대 해부학과 정민석 교수가 지난 1일 트위터에 올린 천박한 글이다. 이런 한심한 아버지가 있으니 ‘수저계급론’ 따위 정신병이 시대를 좀먹는다. 자식 자랑하려고 놀린 펜이 도끼가 돼 제 발을 찍었는데, 아버지의 논문 다수에 아들이 ‘제1저자’로 등재된 것이 알려지며 ‘아빠 찬스’를 넘어 특혜를 의심받는 중이다. 꼴사나운 자식 자랑 글을 황급히 삭제했지만 논란은 또 다른 데서 터져 연재한 웹툰의 저급한 성희롱, 여성 비하 내용이 문제가 됐고, 성매매 계정 팔로우 의혹도 제기됐다. 지금 ‘정 교수’는 칩거한 채 ‘정 교수’에게 “다 잘 될 거다 아들아” 이렇게 말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Everything will be Ok’의 잘못된 사례들을 보면서, 자기 영달과 이익만을 위해 사는, 졸렬한 세습과 상속에 매달리는 이들을 생각한다.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을 고슴도치 부모들에게서, 또 부모 찬스에 기대는 의존성 인격장애자들에게서 빼앗고 싶다. 삶 앞에 부끄러운 부모 자식들이여,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치알 신의 피 묻은 셔츠를 보라.미얀마의 평화와 민주주의를 지지하며 국제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개입을 요청한다. 하늘로 올라간 천사 치알 신과 미얀마 국민들에게 인사하고 싶다. “Everything will be Ok.” 다 잘 될 겁니다.

2021-03-08

사실과 가상 사이, 딥페이크의 덫

최근 SNS에서 유관순 열사와 안중근 의사의 사진을 보았다. 그런데 사진 속 눈, 코, 입이 자연스레 움직이는 게 아닌가. 늘 멈추어 있던 유관순 열사의 눈이 두어 번 깜빡이더니 순간 맑은 빛이 어렸다. 입꼬리가 살짝 올라오며 옅게 웃는 듯한 모습이 실제 눈앞에 마주한 듯 생생했다.윤봉길 의사의 얼굴은 더욱 생동감 있어 보였다. 광대뼈가 움직이며 고개가 돌아가기도 하고, 눈동자가 위아래로 흐르기도, 닫히는 입술은 곧은 결의를 보여주는 듯했다.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움직이는 독립 열사의 영상은 모두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 사용된 결과물이다.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활용한 이미지 합성 기술이다. 기존에 있던 인물의 얼굴이나 특정 부위를 합성한 영상편집물을 일컫는다. 여러 인물의 얼굴을 합성하여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키기도 하고, 특정 인물의 얼굴을 원하는 영상에 합성하기도 한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대의 한 현상이다.딥페이크 기술은 빠르게 인간 생활 가까이에 스며들고 있다. 이미 SNS상에서는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버추얼 인플루언서(Virtual Influencer)’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란 컴퓨터 그래픽으로 생성된 가상의 디지털 인물들이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릴 미켈라(Lil Miquela), 일본의 이마(Imma)를 꼽을 수 있다. 최근엔 LG전자에서도 가상인물인 레아 김(Reah Keem)을 선보였다. 레아 김은 서울에 거주하는 23살의 여성으로 음악 작업을 하는 인플루언서다. 레아 김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실제 MZ세대가 흔히 쓰는 언어 사용과 패션을 선보이고, 이태원이나 대림미술관을 방문한 사진을 남긴다. 이들은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여 의상과 소품의 유행을 선도하며, 얼굴 특징, 피부색, 신체 타입, 헤어스타일 등에서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모습으로 인간들 앞에 서고 있다.딥페이크 기술은 나날이 놀랍게도 현실과 가까워지고 있지만 그에 따른 여러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다. 인물 합성은 물론 표정이나 이목구비의 움직임, 목소리까지 똑같이 복제할 수 있다. 최근엔 기존 포르노 영상에 유명 연예인의 얼굴을 합성한 ‘딥페이크 포르노’가 급증하고 있다. 영국 BBC는 2019년 기준 딥페이크 비디오 중 96%는 포르노로 소비되고 있다고 밝혔다. 얼굴 합성 피해자는 미국과 영국의 여배우, 그 다음으로는 25%의 수치로 K-POP 여자 가수가 해당된다. 더욱 심각한 건 인터넷상에서 쉽게 인물의 이미지 데이터를 구할 수 있기에, 일반인에게도 피해 대상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다.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딥페이크 기술은 꽤나 정교하다. 일반인이 맨눈으로 딥페이크 기술이 적용된 가짜 인물을 판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누구나 쉽게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데, 최근엔 스마트폰으로도 딥페이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그간 인공지능에 대한 윤리 문제는 늘 대두되어 왔다. 그럼에도 인간이 가져야 하는 윤리의식이나 교육, 구체적인 법적 제도의 준비 없이 시간이 흘렀다. 다행인 건 올해 6월부터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 처벌법) 개정으로 포르노 딥페이크 영상 제작과 유포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제도가 실시된다.딥페이크를 활용한 인공지능은 나날이 인간과 비슷해지고, 어쩌면 머지않은 날에 인간이 가진 놀라운 능력을 완벽히 베낄 것이다. 앞서 말한 버추얼 인플루언서의 버추얼(virtual)은 ‘가상의’ ‘현실적인’이라는 뜻으로, 두 가지 상반되는 의미를 지녔다. 사실과 가상의 경계는 갈수록 희미해지고 진짜와 가짜의 판가름이 더욱 중요해지는 지금 시기에, 인간과 인공지능은 어떻게 공생하며 살아갈까. 인간은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이며, 인간과 인공지능이 함께 하는 미래는 어떤 모습일지 딥페이크가 던지는 여러가지 질문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고민해 나가야 할 숙제다.

2021-03-08

최고의 라스트신을 위해 촘촘히 쌓아 올린 시대상황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의 유럽은 무너져 내린 물질적·정신적 기반을 복구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전쟁의 피해를 덜 입은 영국은 승전국으로써의 지위와 함께 어느 곳보다 빠르게 일상의 복귀가 착착 진행되고 있었다.제국주의의 유산을 바탕으로 산업혁명의 탄생을 알렸던 영국은 제1차 세계 대전을 거쳐 제2차 세계 대전 이후에도 크게 위축됨 없이 나쁘지 않은 호시절을 맞고 있었다. 이러한 영국을 떠받들고 있었던 중심은 바로 중산층이었다.그러나 1960년대를 지나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영국 경제는 고비용, 저효율의 늪에 빠진다. 비효율적이고 경쟁력 없는 산업들을 국유화를 단행하면서 재정적인 부담을 안게 된다. 집권당에 따라 다양한 처방들이 시행되지만 쉽게 극복하지 못하고 경제는 활력을 잃고 중산층은 엷어지면서 영국경제는 흔들리고 있었다.1979년 영국의 보수당이 집권하면서 마거릿 대처가 총리로 임명된다. 대처는 시장경제 원리를 중시하며 경제구조의 전환을 꿰하는 정책에 착수한다. 저비용 고효율을 내세우며 각 분야의 공기업을 민영화하며 각종 규제의 완화를 통해 시장지향적인 경제정책을 추진한다. 그리고 1981년 석탄산업의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23개 탄광을 폐쇄하겠다고 선언하며 대량해고를 예고한다.산업혁명에서부터 영국 산업 발전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것이 탄광산업이었다. 영국에서 탄광산업이 가진 사회적 중요성이 그만큼 컸으며 대대로 광부로 살아왔던 노동자들에게 있어서 ‘광부’라는 직업은 하나의 상징과도 같았다. 영국에서 탄광 노조는 사회적 영향력도 강해서 대처 이전에 총리(에드워드 히스)의 연임을 저지하기도 했었다.1982년 포클랜드 전쟁의 승리로 재선에 성공한 대처는 그 여세를 몰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1984년 탄광 산업의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이에 노조는 총파업으로 맞선다.스티븐 달드리 감독의 영화 ‘빌리 엘리어트’는 바로 이 시기의 영국 동북부에 위치한 탄광촌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파업이 진행되고 있는 탄광촌은 경찰 병력이 겹겹이 방어막을 치고 강력한 공권력으로 고립무원의 폭력이 난무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곳에서 열한 살 소년 빌리의 발레리노 꿈을 완성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소년의 성장을 감동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지만, 스티븐 달드리 감독은 소년의 꿈이 자라났던 시대적 상황과 토양을 촘촘히 배치하고 있다. 파업이 진행될수록 연대의 고리는 느슨해지고 노동자의 삶은 궁핍해진다. 영화는 소년의 꿈을 향한 과정과 함께 아버지와 형을 통해 탄광 파업의 패배과정을 엮는다.1984년 시작된 탄광 노조의 파업은 1985년 패배한다. 1년 여의 과정 속에서 빌리는 그의 의지에 따라 가족들을 설득하고, “우리는 이미 끝났지만 빌리는 아니야. 빌리를 이렇게 끝나게 할 순 없어”라는 말과 함께 아들의 꿈을 위해 파업 대열을 이탈해 출근하는 버스에 오른다. 그렇게 아버지는 아들을 위해 그의 신념을 접는 모습으로 당대의 아픔을 그린다.마침내 빌리는 로얄발레학교에 합격하고, 파업에 실패한 아버지와 형은 무거운 마음으로 막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 오른다. 빌리는 검은 색의 탄광촌에서 흰색의 백조로 날았지만, 1980년대 중반의 영국 탄광 노동자들의 삶은 그렇지 못했다.영화 ‘빌리 엘리어트’가 빌리의 극적이고 감동적인 상황들만으로 감정을 이끌어 갔다면 오히려 그 여운이 오래가지 못했을 것이다. 시장 논리에 의해 궁지로 내몰렸던 노동자들. 누군가의 성공담이 아니라 삶의 기반이 무너져가는 과정 속에서 진행되는 시대상황이 함께 했기에 영화의 감동은 더 깊고 크게 울린다.1980년 격렬하고 뜨거웠던 시대를 알게 된다면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진정한 주인공은 아버지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것은 백조가 되어 날아오르는 빌리의 모습이 아니라 아들의 모습을 보며 벅찬 눈물을 흘리는 아버지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문화기획사 엔진42 대표 김규형

2021-03-08

신라 황금시대의 시작은?

‘황금의 나라’라는 말이 익숙한 경주다.사실 신라 고분이 유명해진 것은 바로 황금으로 만든 금관(金冠) 때문이다. 황금유물은 경주로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금으로 만든 유물은 금관, 목걸이, 귀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그릇, 칼장식 등 다양하다.이것들은 사람을 치장하는 용도로 많이 사용했다. 특히 금관(머리장식)은 대형 무덤에서 발견되고 있어서 무덤의 주인공이나 사용된 시기와 관련하여 궁금증을 유발한다.경주 무덤 중에서 금관이 출토된 곳은 금관총, 금령총, 서봉총, 천마총, 황남대총 북분 등이다. 이들 무덤은 돌무지덧널무덤으로 마립간기(麻立干期)라고 불리는 시대에 만들어지며, 왕이나 왕족의 무덤으로 보고 있다. 사실 왕만이 금관을 쓴 것은 아니라서 앞서 이야기한 5기의 무덤이 모두 왕의 무덤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또한 금관이 출토되지 않아도 왕릉으로 보는 무덤도 있다. 황남대총 남분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황남대총 남분은 북분과 연결되어 황남동에서 가장 큰 무덤이며, 남북 120m, 동서 80m로 초대형분으로 분류된다.남분보다 작은 크기의 무덤인 금관총, 천마총, 서봉총 등에서 금관이 나왔기 때문에, 1975년 7월 1일 발굴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은 이 무덤에서 금관이 나올 것으로 추정했다.그러나 무덤 주인공의 머리에는 금동관(金銅冠)의 흔적만 확인됐을 뿐이다. 그날 아침, 금관이 출토됐다고 금관 사진을 오려 붙여 기사를 쓴 신문기사는 분명한 오보였다.황남대총 남분 발굴 이전까지는 신분이 높아야만 금관을 착용했던 것으로 인식했다. 아니 왕만이 금관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아직도 금관이 왜 황남대총 남분에서 출토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뚜렷한 답은 없다.주목할 점은 무덤 주인공이 착용한 장신구(裝身具)의 조합상이다.머리장식, 가슴걸이,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신발 등이 하나의 조합으로 모두 출토되는 것과 이 조합에서 하나 혹은 두 개 정도가 빠져 있는 경우만 신라 고분에서 확인된다.전자는 신분이 가장 높은 왕이나 왕족으로 볼 수 있으며, 후자는 차상위 계층이다.이것으로 보면 황남대총 남분에서는 모든 장신구 조합이 확인되므로 분명히 왕에 버금가는 인물로 볼 수 있다.다시 말해 금관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무덤 주인공의 신분이 낮았다고 볼 수 없다. 하지만 금관은 가장 높은 신분을 나타내기 때문에 황남대총 남분의 시기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황남대총에서는 금동관(金銅冠)과 은관(銀冠), 은제관모(銀製冠帽), 금제관식(金製冠飾)와 은제관식(銀製冠飾) 등이 확인된다.이들 제품에서는 이전 단계보다 금의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것으로 보면 금관이 나타난 시기는 금이 신라에 도입된 이후 금의 수량과 금제 세공술의 변화, 장신구류의 활성화와 관련됐을 것이다.즉 금관이 사용되지 않던 시기와 사용되던 시기가 있었으며, 황남대총 남분 이전까지는 금관이 없던 시기로 볼 수 있다.경주 월성로 가-13호묘에서 금으로 만든 그릇이 처음 나타나며, 남분에서는 기형이 다양해진다. 이후 북분과 천마총에서는 금으로 만든 장신구나 그릇은 부장이 증가하며, 대부분의 금제품은 순금만을 사용하여 제작한다.박형열경주문화재연구소 연구원결국 신라에서 황금은 황남대총 남분 이후 단계인 북분이 만들어지는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된다.황남대총 북분 이후에는 금관총, 서봉총, 천마총, 금령총 등에서 금관이 출토되고 은제품은 이들 무덤보다 낮은 계층에서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진다.이러한 현상은 계층별로 금속 장신구의 재질 차이가 형성되고 있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더불어 왕권의 강화와 장신구류의 발달로 인한 금세공술의 발전을 짐작케 한다.신라에서 황금유물이 처음 등장한 시기는 경주 월성로 가지구 13호묘를 통해 서기 4세기 말경으로 인식된다.이후 황남대총 남분이 조성되던 5세기 전엽에 다양한 제품으로 만들어지고 점차 금의 비중이 높아지다가 황남대총 북분 단계인 5세기 중엽부터 금관을 비롯한 다양한 금제품이 등장한다.즉, 신라 왕과 귀족의 무덤으로 이용된 돌무지덧널무덤의 최전성기이며, 그 무덤 속에는 황금으로 만든 금관, 가슴걸이, 귀걸이, 목걸이, 허리띠, 팔찌, 반지 등 수많은 유물이 묻혀있다.이 시기가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황금의 나라’ 이자 가장 화려한 신라가 잠들어 있는 것이다.

2021-03-08

봄의 속삭임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언제 봄이 올까 했는데 어느새 성큼 다가선 듯하다. 한결 포근해진 날씨에 봄바람이 살랑거리더니 매화, 산수유 꽃이 속닥이 피어나고 양지 바른 곳에선 가녀린 풀잎들이 손을 흔들며 봄을 부르고 있다. 가만히 살펴보면 황량한 대지의 여기저기서 싹이 돋고 움이 트며 물이 오르고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나긋나긋 보이고 자박자박 들리는 것 같다. 차디찬 땅 속에서도 내밀한 생명력을 키우고 창조적 일손을 멈추지 않으며 저마다 수많은 믿음의 교감으로 약속처럼 새봄으로 솟아나는 것이다.많이 보라고 봄이라 했던가? 관찰하고 눈여겨보면 정말 보이는 것들이 많고, 신기할 정도로 일어나는 만물의 변화를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봄의 느낌을 잘 전달받을 수 있기에 봄이라 했는지도 모른다. 또는 ‘씨앗’ ‘태양’ 등을 뜻하는 ‘볻’에서 유래돼 만물이 소생하고 씨앗을 뿌리는 때로 햇빛이 따스해지는 시기라는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다. 봄을 한자로 풀이하면 춘(春) 즉, 해(日)의 기운을 받아 풀(8279)이 돋아나는 모양이고, 영어로는 스프링(Spring)으로 싹이 트고 꽃이 피는 모습에서 가볍게 튀어 오르는 형상을 담고 있기도 하다.‘긴 겨울 잠을 깨고 봄이 일면/나른한 언덕 위에 花香 흐르다/스치는 바람 결에 버들잎 흩어져도/빨래터 아가씨는 고갤 숙이고(春破冬眠起 花開處處幽 吹風楊柳散 漂女暗低頭)’ -강성위 한시집 ‘하늘에 두 바퀴의 달이 있다면(1991)’ 중 ‘春’봄을 품은 겨울은 혹독하기 마련이다. 마치 누구에게나 삶의 고난과 시련이 냉혹한 것처럼…. 그러나 역경을 이기고 난관을 극복한 인내의 결실이 값지듯이, 혹한 끝에 피어난 꽃이 더욱 향기로운 것이리라. 도처에 돋아나고 피어나는 화초와 수목은 무덤덤하게 손짓하는 것 같지만, 기실 얼마나 매운 인동의 시간 속에 생동과 개화의 꿈을 끈덕지게 키워왔을까? 그렇기에 풀 한 포기, 꽃망울 하나에도 숙연하고 예사롭지 않음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냇둑의 수양버들이 긴 머리를 풀어헤치고 개울 가로 미나리 싹이 파릇하게 돋아는 곳에 동네 빨래터가 있었다. 아직은 시릴 정도의 찬 물에 손을 담가 빨래를 하며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에 간간이 빨랫방망이를 두드려 장단을 맞추는 모습은 그림 같은 풍경이었다. 수시로 명지바람이 불어와 긴 치맛자락 같은 실버들이 하늘거리면 괜스레 빨래하던 아녀자의 얼굴이 붉어짐은 무슨 연유였을까? 40~50년 전의 아슴한 고향 정경이 엷은 감미로움으로 피어나는 듯하다.자연의 속삭임 같은 봄날이 사뿐사뿐 다가오고 있다. 무채색 대지의 화폭에 입김 같은 양광(陽光)의 붓질로 살며시 채색하며 연초록 싹을 보듬고 꽃과 잎을 그려내고 있다. 거기에 향기까지 스미게 해 벌과 나비를 부르고 인향까지 어우러지게 하니 춘삼월 호시절이 멀지 않을 듯 싶다. 분분한 코로나 난국에도 봄이 오는 걸까? 한 줄기 희망 같은 백신의 효능이 봄햇살처럼 펴지고, 방역의 체질화, 거리두기의 일상화로 모두가 바라는 진정한 봄날이 어서 오기를 기대해본다.

2021-03-08

지워지지 않는 상처

권윤구포항 중앙고 교사“[속보] 구미 3세 여아 중간 부검 결과 ‘사망원인 미상’, 정인이 양모 측 “머리 찢게 한 것 맞지만 학대 의도 아냐” 최근들어 이런 기사를 많이 본다. 가정폭력과 어린이집 아동 학대 사건이 연일 일어나고 있다.신고가 세 번이나 들어갔는데 아이가 보호를 받지 못한 것이 너무 슬프고 화가 나고 아이의 몸이 저지경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 정상 아닌가? 근데 어떻게 경찰이 저런걸 보고도 그냥 넘어갈 수가 있는가. 경찰관들도 이제는 권한이 엄청 높아졌다. 아이를 생각해서 증거모아 신고한 어린이집 선생님들만 트라우마를 안고 산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경우 아동학대가 인정 되어도 아동의 거처 때문에 다시 부모 손으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갈 수 있는 시설이나 기관들이 부족하다. 가슴이 미어져온다. 어른이라는 게 참 죄스럽고 미안한 일이다. 정인아 미안해. 하늘에서는 정인이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에게 사랑이 뭔지 행복이 뭔지 느낄 수 있길 바란다.정인이 사건 이후 입양기관 전화가 줄고, 입양아를 기르고 있는 양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다. 버림받은 아이들을 입양하여 기르는 것은 정말로 훌륭한 사람들이다. 아이에게 가정을 만들어 주고 부모가 되어 준다. 필자도 이런 분들을 존경한다. 미혼모나 미혼부도 친부모로서 양육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정부에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주위에 아이를 입양해서 키울 수 있는 자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둘러보아야 한다.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가 여기저기 또다시 터졌다.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고는 이번뿐만 아니라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고 역시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공포의 어린이집 원장과 원장의 어머니는 아이에게 부모에 대한 욕을 하거나 단지 오줌을 쌌다는 이유만으로 3세 미만의 영아반 아이들을 때리기까지 했다. 또 대전 어린이집에서 폭행 사건이 있었다. 20대 보육교사가 4, 5세 아이들을 폭행했다는 신고가 들어오면서 국민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이는 상처를 치유해야 하고, 부모는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지워지지 않는 아이의 상처는 치유가 될 수 있을까? 마음이 아프다. 가해자의 인권을 보호해야 하기 때문에 모자를 쓰고, 마스크를 착용하고, 눈을 가리고, 가해자를 보호하기에 급급하다. 왜?잊을 만하면 끊임없이 되풀이 되는 어린이집 폭행사건 무엇이 문제인가? 필자는 정부의 부실한 관리감독이 원인이고, 행정 처분을 강화하고, 해당 어린이집은 영구 퇴출하고, 보육교사의 자격을 강하를 하고, 교사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리당국의 책임과 의무를 동반한 대책이 필요하다.아이의 순수하고 맑고 깨끗한 웃음을 지켜줄 책임, 그리고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또한 사건을 계기로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지워지지 않는 상처!!시간이 나면 요즘 상영되는 영화 ‘고백’을 권한다.

2021-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