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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인하류(大人下流)의 실천

등록일 2022-03-06 20:09 게재일 2022-03-07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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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호 영천YMCA 이사장

어떤 조직이든 리더의 역할이 참으로 중요하다. 리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떤 방향을 가리키냐에 따라서 그 조직의 방향, 흥망성쇠(興亡盛衰)가 정해지기 때문이다.

노자가 쓴 도덕경(道德經)에는 대국하류(大國下流)라는 말이 나온다. 큰 나라는 하류에 흐르는 물과 같아서 아래로 흘러 바다와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듯 낮은 곳으로 물은 흐르는 법이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대인하류(大人下流)하여야 한다. 큰 사람은 낮은 곳에 있어, 작은 것을 품는 사람이어야 한다. 작은 것들과 사사로이 맞서거나 경쟁하지 않고 그들을 품을 줄 아는 사람이다.

가난하고, 외롭고, 힘이 약한 사람들을 품어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한다. 그들은 높은 곳으로 향하거나 높은 사람들을 동경하지 않고, 어린아이와 사회적으로 무시를 당하는 사람 곁으로 가서 그들의 친구가 되어준다.

예수가 그랬고, 석가모니가 그랬다. 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 위에 사람 곁에만 있는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리더는 대표선수다. 시민의 대표로 세운 대표선수다. 그래서 잘 보여야 할 사람은 위에 사람이 아니라, 가까이 있는 시민이다.

지역민들 속으로, 아래로 찾아드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 선거 때 잠시 시장에 들러 어묵을 주워 먹고, 맘에도 없는 악수를 하면서 “일꾼이 되겠다”라고 거짓 약속을 하는 사람은 당선이 되면 얼굴 보기가 힘든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시민들을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자신의 야망을 위해 시민을 이용하는 사람이다. 지역민과 지역을 위해 존재하는 리더가 아닌, 자신을 위해 지역민이 필요하고, 지역이 필요한 사람은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사람들은 모두 좋은 리더를 원하고 있다. 좋은 리더를 통해서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나아지기를 바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리더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 몇 가지를 제시해보고자 한다.

먼저, 앞서 고민하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고민하지 않는 리더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시민들보다 앞서 고민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고민한 결과로 시민들이 좀 더 좋은 세상에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리더가 고민하지 않으면 시민이 대신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앞서 고민하는 리더를 원한다.

둘째, 늘 시민 곁에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리더는 시민과 함께하고 시민의 눈높이에서 얼굴을 마주 보고 얼굴을 맞대는 사람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삶의 이야기를 전해 들을 수 있다. 시민 곁에 있음으로써 살아있는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

셋째, 작은 것을 크게 볼 줄 아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큰 댐이 무너지는 것도, 큰 건물이 무너지는 것도 모두 아주 작은 문제에서 시작된다. 시민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줄 알고 바로 처리해 줄 수 있는 리더를 우리는 원한다.

넷째, 시민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시민의 눈높이에서 이야기를 귀담아 청취해서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였으면 좋겠다. 가려운 사람에겐 등을 긁어 주고, 목이 마른 사람에겐 시원한 물 한 잔 줄 수 있어야 한다. 목말라 물을 애타게 찾는 사람에게 물은 주지 않고 “좋은 책이니 읽어 보라”고 물 대신 책을 건네는 리더는 좋은 리더라 할 수 없다.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필요한 것을 제공할 수 있는 리더가 좋은 리더다.

예수가 제자의 발을 씻김으로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섬김을 받으려 하는 사람은 먼저 남을 섬길 줄 알아야 한다. 어른이 어린아이를 섬겨야 하고, 회사의 사장이 직원을 섬겨야 한다. 힘을 가진 사람이 힘이 없는 사람을 섬겨야 하고, 대통령과 지도자가 국민을 섬겨야 한다. 그것이 바로 대인하류(大人下流)의 진정한 실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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