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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도시’ 구미, ‘문화도시’로 건너가기

등록일 2022-05-08 20:06 게재일 2022-05-09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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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동 문화예술연구소 ‘점·선·면’ 소장

문화(文化)의 반대말은 자연(自然)이다.

사회가 발전하면서 순차적으로 정치학, 법학, 경제학, 경영학, 사회학, 철학, 심리학, 고고학, 인류학 등의 학문이 그 사회에 주도적인 기능을 한다고 한다. 사회 발전에서 표출되는 다양한 방식의 삶을 사회 구성원에 의해 행동 또는 생활 양식화하는 과정에서 의식주, 언어, 풍습, 종교, 학문, 예술, 제도 따위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문화이다. 따라서 문화는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을 하는 과정에서 주도적인 기능을 하는 학문에 의해 정리되고 정의되어지는 것이다. 한편, 인간의 문명은 농업혁명을 통해 원시사회에서 농업사회로 진화하고, 산업혁명을 통해 공업사회로 진화하는 과정을 겪는다. 산업혁명은 1차, 2차, 3차의 과정을 거쳐 융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이 발전하는 시기라는 4차 혁명의 과정에서 문명의 진화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니까 문명은 물질적이고 기술적이며 사회 구조적인 발전을 하면서 나타나는 삶의 양태(樣態)인 것이다. 따라서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을 하는 문화(文化)를 통해 물질적이고 기술적인 진보를 이룩한 문명(文明)을 이끌어 온 것이라 할 수 있다.

구미는 1960년대 말 낙동강 모래벌판에 3백여만 평의 ‘굴뚝 숲’이 들어서면서 산업화와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하고, 이름 없던 이 곳은 국내최대산업단지가 되어 도시를 먹여 살리고 국가경제를 성장시킨 중요한 도시가 된다. 산업화의 과정은 국가주도의 방식이었고 그 계획은 시대의 요구에 부흥했으며 도시를 살 찌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도시의 성장세는 주춤하고 산업의 쇠약화로 도시 경쟁력이 약화되기 시작한다. 이에 대응할 새로운 신 성장 동력과 도시의 새로운 먹거리 마련이 새로운 과제로 등장한다. 한편 국가의 발전과 함께 사회·경제적 구조는 정보화 시대를 넘어 융합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산업으로 빠르게 재편되기 시작하고 우리나라는 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문화’를 국가 발전 전략으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바로 ‘문화도시’이다.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으로 ‘문화도시 지정 및 지원(제4조)이 정식화되고 문화도시 조성 정책의 흐름이 정식적인 틀을 갖추게 되면서 많은 도시들이 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구미시는 이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문화적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문화도시’를 경험하고 ‘문화도시지정’ 공모에 2차례 도전하지만 ‘실패’한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2021년 10월 전담부서인 ‘문화도시 TF팀’을 신설하고 적극적인 행정을 펼치고 있다.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자발적인 시민들의 자율성이 보장된 환경에서, 그들의 다양한 관점으로 ‘도시가 지닌 고유의 문화적 가치’에서, 보편적인 특성을 발견하고 진단하는 수평적인 과정을 통해, 도시의 정체성을 대표하는 새로운 이름을 가진 창의적인 도시 만들기”로 해석해 본다. 구미 문화도시의 핵심목표는 ‘산업도시’ 구미에서 다음 단계로 건너가기 위한 도시의 정체성 찾기이다.

문화도시의 주인은 시민이다. 국가 주도의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됐던 시민이 전면에 등장해야 한다. 구미시가 경험했던 ‘문화도시지정’ 실패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를 관 주도의 수직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시민 거버넌스의 부재가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구미시 행정의 서비스 대상은 시장이 아닌 시민이어야 하고, 그들의 자율적 의사구조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나아가 행정협의체는 부서별 사업 보고에만 머물지 말고 실질적인 업무협조를 통해 도시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시의회는 이런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절차가 보호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산업도시’ 구미가 다음 단계로 건너가기 위해서는, ‘문화를 통한 구미시의 도시전략수립’이라는 과감한 사고의 혁신으로 문화도시를 전개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구미의 신 성장 동력은 바로 ‘문화’가 되어야 하며 도시의 새로운 먹거리 마련은 저절로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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