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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시적 관점 통해 백년대계 이루려고 노력해야

등록일 2022-05-15 20:18 게재일 2022-05-1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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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희룡 서예가
강희룡 서예가

왕정시기 한 왕조의 공식적인 역사기록인 ‘제왕본기’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왕이 포악하면 전쟁을 일으켜 백성을 도탄으로 몰아넣고 유약하면 침공을 당해 결국 나라가 멸망하는 비운을 맞는다. 성군의 시기에는 나라가 발달하고 백성들은 풍요 속에 행복을 누릴 수 있다. 예나 지금이나 국가 최고지도자의 자질은 한 나라의 흥망성쇠와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지난해 동아일보와 서울대 연구팀이 설문을 통해 대통령의 바람직한 리더십을 분석했다. 정책의 수립과 집행이라는 관점에서 얼마나 개방적이어야 하는지 물음에 일반 대중(38%)보다는 전문가(62%)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한다고 봤다. 또 정책을 둘러싸고 다양한 견해가 나올 때에는 여론의 과반가량의 동의를 구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57%로 나타났다. 이는 정부가 정책 수립 시 다양한 의견을 듣고 합의를 위해 노력하되 지나치게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전문지식에 기초해 정책적 소신을 유지하라는 주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정책수립 과정에서부터 각종 이익단체에 휘둘리거나 정치적 이해득실을 앞세울 경우 제대로 된 정책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인식 때문이다. 신임 대통령 취임사는 선거 때 표출된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시기마다 우리 국민이 기대한 리더십의 특성을 잘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최우선 국정운영 가치로 화합, 신뢰, 소통을 꼽은 설문 결과와 일맥상통하는 것으로 풀이되며 한국 정치사에 적폐로 불리는 일방통행식 국정운영 스타일에 따른 사회적 피로감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1712~1791)은 경세치용을 중시하고 실제적인 학문을 중시했기에 그의 저서 순암집(順菴集) 제1권 유감(有感)이란 시에 권력 다툼을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으로 보고 다음과 같이 읊었다.

“흙덩이 떡 만들어 소꿉장난 하는 아이들/앞다투어 머리채를 잡아 뜯네/벼슬판 난장 다툼도 이와 같으니/명줄 닳고 몸 망쳐도 알지 못하네.”

18세기에 살다간 한 실학자가 읊은 시가 21세기 현재의 한국 정치의 모습을 잘 대변해주고 있다. 당시 안정복이 볼 때 벼슬판의 권력 다툼이 그저 흙으로 만든 가짜 떡을 가지고 다투는 아이들의 난장판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어찌 나쁜 것이겠는가. 그것은 사회 체제가 만들어 낸 불가피한 권한이며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놓은 계약의 산물이다. 권력의 모순은, 이익을 추구하는 본능을 가진 인간이 이익을 조정하고 환원하는 대표자가 되었다는 지점에서 발생한다. 유사 이래로 권력의 속성이 추악하다고 인식된 데에는 바로 권력의 대표자가 자신의 임무를 망각하고 본래 자기 것이 아닌 국민의 것을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기 위하여 대표자의 지위에서 국민에 대한 투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권력의 목적은 다수 대중의 이익과 안전을 조정하기 위한 것이고 이를 위해 불가피하게 위임된 것이다. 공동체의 대표자로 선정되어 이 신성한 권력을 행사할 때에는 그야말로 머리 속에는 오로지 국민의 안녕만 남아 있어야 한다. 국가 변화의 실패 원인은 고질적인 불공정과 불합리성이 도사리고 있는 심층구조가 변화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권위적이고 권력을 강조하는 리더십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지배력과 높은 열정은 국가 통치에서 반드시 필요한 리더십이다. 조직의 문제를 자신의 책임보다는 통제의 범위 밖에 있다고 인식하는 생각은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변화와 혁신을 요구하는 국제정세 속의 정치는 그동안 축적해온 정치적 실력과 거시적인 관점을 통해 백년대계를 이루려는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에게 윤리적이고 국민 앞에는 정직하며 약속을 지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또한 권력의 본질을 투철히 이해하고 미래 리더십 역량을 발휘하여 권력 행사에 전념한다면 흙떡을 다투다 패가망신하는 일이 없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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