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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바꾸는 가족정책 기대한다

등록일 2022-05-29 20:05 게재일 2022-05-30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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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근희 구미시가족센터장

시대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예능 프로그램의 트랜드일 것이다. 국민 다수의 관심사가 아니라면 냉혹한 시청률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변화도 예외 없이 프로그램으로 변환되어 왔다. 핵가족이 일반화되고 맞벌이 가족이 증가하면서 가정 내 돌봄 기능의 약화에 대한 우려와 남성의 양육 참여가 이슈가 되던 시기 아버지의 육아 참여 또는 자녀와의 여행 등이 국민 예능으로 떠올랐다. 뒤를 이어 1인 가구에 대한 관찰 예능, 이혼 가족 등 다양한 가족들의 이야기들이 등장하더니 최근에는 한 케이블 채널에서 ‘조립식 가족’이라는 예능을 선보였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가족이란 주로 부부를 중심으로 한 친족 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집단’이라고 한다. 건강가정기본법에서 ‘가족이라 함은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루어진 사회의 기본단위로, 가정은 가족 구성원이 생계 또는 주거를 함께 하는 생활공동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혈연관계가 아닌 사람들이 혼자의 삶도 결혼이라는 방식도 채택하지 않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관찰하는 예능이 ‘조립식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등장한 것이다. 필요에 따라 가족도 장난감처럼 끼웠다 뺐다 조립이 가능하다는 설정은 전통적·법적인 개념에서는 파격적이지만 예능에서만 가능한 독특한 설정은 아니다. 이미 국민들의 인식에서는 일반화된 가족의 모습이기 때문에 예능으로 만들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가족의 변화는 산업화 이후 꾸준히 얘기되었지만 최근 가족의 형태와 가치관의 변화는 이전과는 다른 속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1인 가구는 2010년 23.9%에서 2019년에는 30.2%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는 반면 전형적 가족으로 인식되었던 부부와 미혼자녀 가구는 2010년 37.0%에서 2019년 29.8%로 감소했다. 가족 규모의 축소도 눈에 띄는 변화로 2인 이하인 가구는 2019년 58.0%이며 만혼이 보편화되어 평균 초혼은 남녀 모두 30세를 넘어섰다.

구조적 변화 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도 두드러지고 있다. 여성가족부에서 시행한 제 4차 가족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민의 약 65%는 혼인과 혈연 관계가 아니더라도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면 가족이라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조립식 가족이라는 예능은 이런 국민들의 공감대 속에서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또 다른 변화는 가족 중심의 문화에서 개인의 권리와 행복이 매우 중요한 가치로 부각되었다는 점이다. 노부모에 대한 부양과 돌봄에 대한 동의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으며 자녀 양육에 대해서는 경제적·신체적 부담 인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으며 가정 내 전통적인 성역할에 대한 인식은 낮아지고 있지만 평등한 가족 문화에 대한 요구는 높아지고 있다.

현재 가족의 모습을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하는 것에서 가족 정책의 방향성을 찾아볼 수 있다.

우선 보편적 복지라는 관점에서 가족 정책의 확대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가족에 대해서 사적 영역으로 인식해서 가족의 약화된 돌봄기능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정책 방향이 제한되거나 소관없이 가족소득수준을 반영한 선별적 가족을 대상으로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가족의 삶은 소득 수준, 구성원의 수나 형태에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일이며 삶의 영역도 경제 활동과 주거 문화, 양육과 교육, 문화, 일 생활 균형, 가족 구성원의 생애주기, 가족 형태 등을 모두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포괄적이고 보편적인 측면에서 가족 정책이 수립될 필요가 있다.

두 번째 일반적 가족 형태로 자리 잡은 1인 가구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다. 1인 가구로 통칭되지만 연령, 형성 배경, 자발적 또는 비자발적인지 등에 따라 필요로 하는 정책은 매우 다르다. 생애 주기별로 1인 가구에 대한 체계적 정책을 개발함으로써 1인 가구의 사회적 고립감을 예방하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를 제공하여야 한다.

세 번째 다양한 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다양한 가족에 대한 감수성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한부모 가족, 맞벌이 가족, 조손가족, 장애인 가족, 다문화가족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더불어 차별받지 않는 여건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네 번째는 다양한 돌봄이 실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돌봄이 필요한 아동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것이 하나의 축이라면 노부모 대한 공적 부양 체계를 강화하는 것이 또 다른 축이다.

다섯 번째는 가족 정책도 개별화 또는 개인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가족의 형태도 다양해지고 있지만 개별 구성원의 욕구도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교육보다 개별 컨설팅, 상담 등으로 개인의 욕구가 잘 실현될 수 있고 접근하기 쉽고 참여하고 싶은 정책이어야 한다.

새롭게 출발한 중앙정부, 그리고 다가오는 6월 선출될 새로운 지방정부에서 가족 정책은 선언이나 선포가 아니라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서 삶이 바뀌는 정책이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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