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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체지향적(O-O) 사고가 필요하다

등록일 2022-03-06 19:09 게재일 2022-03-07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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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3월 9일 대통령선거가 있다. 선거는 치열하게 치러지고 있고 결과에 들뜨고 있다.

그러나 후보들의 TV 토론을 들으면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 상대방을 헐뜯기에 바쁘고 정작 나라를 어떻게 끌고 가겠다는 정책과 방향에 관한 연구와 소견은 부족하다. 여러 번의 토론에서도 계속 상대 약점 들추기에만 급급해한다.

이런 후보들의 토론을 들으면서 늘 가지고 있던 우리 사회의 ‘객체 지향적 사고’의 필요성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객체 지향(Eject-Oriented: O-O)이라는 단어는 1960년대 시뮬레이션(모의실험) 언어를 연구하는 그룹 노르웨이의 Simula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밍의 개념으로 내어놓은 말이다.

이것은 1970년대 미국 Xerox PARC에서 개발한 스몰 토크(Small Talk)라는 언어의 중요한 밑거름을 제공한 개념이기도 하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기 위한 언어에는 많은 종류가 있다.

이러한 언어들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지는데, O-O 언어와 절차 지향(Process-oriented) 언어이다. O-O이란 실제 세계를 모델링하여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방법으로서, O-O 프로그래밍에서는 데이터와 절차를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서 생각한다.

이는 마치 컴퓨터 부품을 하나씩 사다가 컴퓨터를 조립하는 것과 같은 방법이다.

O-O 언어는 그 중 AT&T의 벨 연구소에서 비야네 스트롭스트룹등에 의해 개발된 C++ 등을 거쳐서 1990년대 중반 이후로 각광받고 있는 자바(Java)로 연결된다. 가전제품에 사용될 소프트웨어의 개발 목적으로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제임스 고슬링에 의하여 고안된 언어이다.

요즘 대학에서 주로 가르치고 한참 인기를 끄는 파이썬은 현재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서 매우 강력한 언어 중에 하나가 되었다.

파이썬으로 인해 프로그래밍, IT 산업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돌이켜 보면, 필자가 대학 다니던 시절 배우던 포트란(Fortran)이나 코볼(Cobol)에서 이러한 새로운 프로그래밍의 발달은 O-O에 기반한다.

O-O는 O-O 디자인이라든가 O-O 분석이라든가 프로그램밍 개념을 떠나 한 개의 분석개념으로 쓰이게 되었다. 사실상 O-O 개념은 우리가 유치원에서부터 배웠다. 개체와 속성, 클래스와 멤버 등의 개념은 알게 모르게 우리는 어려서부터 인식해 왔다.

이런 것들 개념적으로 정리되고 프로그래밍 또는 분석기법 등지에 응용되면서 좀 더 친숙하게 느껴짐에 따라 이러한 언어들이 각광을 받게 되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O-O의 여러 가지 특성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이 보호하기(Encapsulation)인데 어떻게 보면 정보화 사회에서의 공개(Openness)와 이율배반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 단어의 핵심은 전체적인 프로그램 구조를 개발할 때 각 프로그램의 각 부문은 내부적인 결정이나 작업을 최대한 감싸고 있어서 상호간의 간섭을 배제하는 데에 있다.

이러한 방법의 장점은 새로운 시스템을 구성할 때 작업의 양을 최소화하는 데에 있다.

40여 년 전 유학을 위해 미국에 처음 갔을 때 그리고 일본출장을 처음 갔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가 없다.

두 나라는 역사나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길거리에서 자동차 경적 소리를 듣기 힘들다. 통학길에서는 버스 양쪽 도로의 차들이 모두 정지한다. 회의시간을 정확히 지킨다. 회의 준비가 철저하다. 일본어로 쓰미마생, 아리가또, 영어로 Please, Thank you라는 단어를 많이 쓴다. 이런 등등의 공통점이 있다.

한마디로 전체적인 인상은 각자가 업무에 충실하고 남을 간섭할 때는 정중한 단어로 간섭에 대한 예의를 표한다는 것이다.

남의 옷깃을 강하게 스치면서도 미안하다는 말을 안 하는 우리와 대조가 된다.

이것이 O-O 사고와 사회의 단면을 보여 준다.

한국에서 국회에서 청문회나 대통령 유세에서 남을 헐뜯고 약점만 들춰내고 군인이 정치를 간섭했던 과거 역사를 돌이켜 보면 또 정당들이 미국이나 일본처럼 오래 유지하지 못하고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이름을 자주 바꾸는 것도 아마도 O-O 사고의 부족으로 볼 수 있다.

대학입시 제도가 자주 바뀌는 것도 교육부가 대학의 고유권한인 학생의 입학선발에 수시로 간섭하는 것에서 기인한다. 대학은 대학대로 학생선발, 교육, 연구에 충실하고 교육부는 선진 고등 교육과 연구 대학육성을 위한 기본적인 역할에 충실하다면 이러한 문제는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여러 문제는 O-O 사고의 부족에서 온다.

이제 우리 정치, 사회는 모두 O-O 사고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최 선진국으로 가는 길을 앞당기고 존경받는 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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