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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논쟁을 대하는 법

등록일 2022-03-06 18:15 게재일 2022-03-0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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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이제 3월 9일이면 20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이 날이 오기까지 정치인들이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하는 모습을 보자니 분노와 실망을 넘어 무력감을 느끼는 국민도 있었을 것이다. 너무나 분명해 보이는 사실에 대해서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인간에 대한 믿음이 무너지기도 한다. 오죽하면 심신 건강 전문가들이 이구동성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뉴스를 멀리해야 한다고까지 할까? 이럴 때는 중국 고대의 현자, 장자를 떠올리며 세상의 시비에서 벗어나고 싶어진다.

장자는 기원전 4세기 무렵 중국 전국 시대 송나라에서 태어난 사상가이다. ‘장자’는 내편 7편, 외편 15편, 잡편 11편으로 이루어진 책 이름이기도 하다, ‘장자’ 내편 중 제2편 제물론은 ‘세상의 논쟁을 잠재우다’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장자는 세상에서 옳고 그름을 다투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말한다.

“내가 당신과 논쟁을 했다고 합시다. 당신이 나를 이기고, 내가 당신에게 졌다면 당신이 옳고 내가 틀렸을까요? 내가 당신을 이기고 당신이 내게 졌다면 내가 옳고 당신이 틀린 걸까요? 그 한쪽이 옳고 다른 쪽이 틀렸을까요? 아니면 양쪽 다 옳을까요? 양쪽 다 틀린 걸까요? 이 판단은 나도 당신도 알 수가 없소. 그렇다고 제3 자가 와도 판정할 수가 없소. 제3 자가 당신의 입장과 같은 사람이라면 당신과 같으니까 공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 없고, 제3 자가 나와 입장이 같은 사람이라면 그는 나와 같으므로 공정한 판단이라고 할 수가 없소…. 그러니 누구에게 공정한 판단을 기대한단 말이오? 이렇듯 불안정한 세상의 의견을 옳다고 의지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라오.”

사람들은 자기 의견과 같은 사람을 끌어들여 자기 의견이 옳다고 증명한다. SNS에서는 자기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차단하고 의견이 같은 사람들의 그룹에서만 대화를 나눈다. 그러나 이미 그 사람은 나와 의견이 같은 사람이니 그 사람이 내 의견이 옳다는 것을 증명해줄 근거가 될 수 없다. 그러고 보면 장자의 이런 회의주의가 그럴듯해 보이고 속이 뚫리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장자가 끝까지 회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같은 상황을 보고 어떤 사람은 옳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옳지 않다고 하니, 이 대립된 의견의 균형을 잡아 두 의견을 조화시켜 무한한 경지로 뻗어 나가 무한한 세계에 머물게 해야 하오.”

대립된 의견을 조화시키는 기준을 하늘의 길, 천예라고 한다. 장자는 이 천예를 통해 대립을 초월하고 자유로운 세상에서 살자고 한다. 그 자신도 자유를 추구하며 제자들과 자연 속에서 살아갔다. 하지만, 이 천예를 누가 알 것인가, 숲속에서 사는 것이 정말 천예를 따라 사는 삶인가? 이런 의문을 따라가다 보면, 장자의 말이 비현실적으로 보인다. 그러나 모든 뉴스를 끊고 세상을 등지고 살 것이 아니라면, 장자의 이야기는 나만 옳다는 자만을 돌아보는 실마리를 제공해준다. 선택 과정에서 대립은 불가피하지만, 조화와 균형의 여지를 남겨두는 열린 마음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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