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한때 광장에서 노래로 불리기도 했던 대한민국 헌법 제1조이다. 대한국민은 대한민국이 존재하는 근거이자 이유인 것이다. 이제 곧 이 주권자에게 특별한 시간이 다가온다. 바로 선거이다. 주권자가 주권을 행사하는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대통령 선거는 주권자의 의사가 가장 직접적이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방법이다.
물론 주권자는 하나의 의사를 갖지 않기 때문에, 다수의 의사를 전체의 의사로 간주하는 것이 불가피하다. 그래서 다수의 의사를 끌어모으기 위한 정치세력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게 된다. 이 과정은 때로 주권자의 심기를 어지럽히기도 하고 주권자의 이익과 바람을 소외시키기도 한다.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하는 이 시간은 그간에 잠복되어 있던 갈등과 대립이 봇물처럼 터져나오는 때이다. 이것이 정치에 대한 회의와 무관심이라는 폐단을 낳기도 하지만, 5년에 한 번 돌아오는 가장 특별한 시간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 볼 때이다.
얼굴 생김새만큼이나 생각도 다르고 이해관계도 다른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어 공존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특히 대의제 민주주의는 이 어려운 일을 상당히 지혜로운 방법으로 해결한다. 주권자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러나 주권자의 시간이 도래하면 그간에 쌓인 갈등과 대립을 드러내고 새로운 공존의 조건을 합의한다. 바로 그 주권자의 시간이 선거인 것이다. 그 다음 주권자의 시간이 돌아오기까지 우리 공동체가 평화롭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선거를 통한 대타협이 원만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대선이 대통령이라는 한 공직자의 선출 그 이상의 의미로 이해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보면 선거 과정을 통해 분출되는 다양한 목소리는 타협점을 모색하는 주권자들의 대화이자 토론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선거가 지혜로운 주권자를 광장으로 불러내는 진정한 민주주의의 향연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