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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가정밖청소년’ 문제는 공동체 전체의 책임

지난 5월 발생한 포항 여중생 집단 폭행 사건으로 ‘가정밖 청소년’ 보호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등장했지만 이에 대한 당국의 대책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포항의 경우 ‘가정밖 청소년’이 짧은 시간 동안 머무를 수 있는 일시쉼터(3일 이내 보호)나 단기쉼터(3∼9개월간 보호)가 한 곳도 없다. 청소년 쉼터는 가출 청소년을 대상으로 무료숙식 및 의료 서비스 제공, 상담·심리검사, 생활지도 등을 해주며 다시 가정과 학교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역할을 한다.‘가정 밖 청소년’은 부모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하루 이상 무단으로 귀가하지 않거나, 상당 기간 거주지 없이 생활하는 24세 이하의 청소년을 뜻한다. 지난 5월 말 기준 포항시 가출 청소년 현황에 의하면, 89명의 학생이 다양한 이유로 가출해 거리를 배회하며 생활하고 있다. 경찰에 가출 신고가 접수되지 않아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학생들의 수를 고려하면, 가정 밖 청소년의 수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가출 청소년들의 모임인 일명 ‘가출팸’은 심각한 사회적 병리현상이 된 지 오래다. 가출한 청소년들은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경우 또래 집단이나 성인이 포함된 집단으로부터 성매매 강요·협박, 사기, 절도 등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포항시가 예산문제로 인해 바로 단기쉼터를 설치하기는 어렵다고 밝혔지만, 청소년 단기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에게 꼭 필요한 보호공간이다.청소년들의 가출이유는 가정 내 갈등과 학대·폭력·방임, 가정해체 등으로 다양해 가출 유형별 보호 쉼터가 절실한 상황이다.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도 “탈 가정 청소년 스스로 돈을 벌 수 있다면 좋겠지만, 이미 소비적 문화가 정착된 상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의미할 수 있다. 경제 교육이나 상담, 필요한 기관 연계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가출청소년의 개인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관리와 접근도 달라져야 한다는 진단이다. 예를 들어 일자리 교육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학업에 치중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사실 가정밖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쉼터운영도 중요하지만 공동체 전체가 자기 일처럼 나서는 것이 최선이다.

2021-08-03

포항공항 이용객 증가, 공항 활성화 전기 삼자

포항공항의 이용객이 코로나19 위기 속에서도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 매우 고무적이다. 포항공항 활성화에 고심해 왔던 포항시와 시민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포항시에 의하면 작년 8월 포항공항에 처음 취항해 김포와 제주노선을 운항하던 진에어의 경우 지난 1년간 모두 1천690편에 걸쳐 13만5천명이 이용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진에어 이전 운항했던 대한항공의 김포, 제주노선 때보다 무려 60% 이상 승객이 증가한 수치다. 대한항공은 제주와 김포간 노선을 운영하다 2019년 탑승객이 줄면서 김포노선을 먼저 중단하고 다음해 2월 제주노선도 폐지했다.포항공항은 1970년 포항비행장으로 문을 연후 그해 대한항공이 김포노선을 처음 개설한 이후 국내 민간항공이 김포와 제주간 운항을 여러 차례 시도했다. 그러나 안정적인 포항의 하늘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2018년 포항거점의 에어포항이 설립되면서 안정적 운항을 기대했으나 이도 경영난으로 문을 닫고 말았다.운항 재개와 중단을 거듭하던 포항의 하늘길은 작년 7월 진에어의 취항으로 포항∼김포, 포항∼제주간 운항이 다시 시작됐다. 진에어의 1년 성과가 지금 와 성공적으로 평가된 것은 다행이다. 특히 작년부터 시작한 코로나 위기 속에서도 승객이 늘어난 것은 고무적 현상이라 할 수 있다.포항공항은 경북도 유일의 민간공항으로써 역할을 하고 있다. 경북도와 포항시가 포항공항 활성화에 공을 들이는 것도 도내 유일 공항이기 때문이다. 특히 환동해지역 거점도시를 꿈꾸는 포항시는 영일만신항과 더불어 고정적 하늘길이 될 포항공항의 활성화는 오랜 숙원이다.2019년 12월 국토부가 인지도 높은 문화유산 등과 연계해 필요한 경우 지방공항의 명칭을 변경할 수 있다고 밝혀 포항공항은 경주와 함께 협약을 맺고 포항경주공항으로 명칭변경을 서둘고 있다. 이와 동시 포항공항과 연관된 관광지 개발, 교통 인프라 구축 등에도 힘을 쏟고 있다.하늘길을 확보하는 것은 지역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 수단이다. 모처럼 승객이 늘어난 것을 계기로 포항공항 활성화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겠다.

2021-08-03

구미시장은 재선 포기했나?

김락현경북부 최근 며칠 동안 구미에서 주변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을 꼽으라면 “장세용 시장님은 재선 포기하신거에요?”이다.장세용 구미시장이 재선에 도전한다는 것은 구미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 왜 갑자기 이런 말들을 하는 걸까.아마도 최근 부적합한 인사를 구미시 정무보좌관으로 임명하려고 하기 때문이라고 추측된다. 정무보좌관은 시장의 정책결정을 돕고, 시의 역점시책 발굴과 시행에 관한 자문, 시의회와의 협의와 시민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매우 중요한 자리다. 그래서 구미시 국장(4급)급으로 대우한다.이렇게 중요한 정무보좌관 자리에 구미시의 뒤통수를 쳤던 인사를 장 시장이 고집하다보니,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장 시장이 고집하는 인사는 시유지 임야의 나무를 1천그루 넘게 무단으로 벌목한 사람이다.물론, 그의 말대로 그 일로 인한 징계는 이미 받았다. 그것도 제일 가벼운 처분인 ‘견책’으로 받았다. 그럼에도 그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청’을 제기했다가 기각됐고, 대구지방법원에 구미시를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었다.문제는 그 인사가 무단 벌목을 한 이유가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당시 그 인사는 본지 기자에게 야산 정상에 정자를 짓기 위해, 산불예방을 위해, 우범지대이기 때문에 벌목을 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었다.누구나 실수를 할 수 있고,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신의 실수나 잘못된 선택을 인정하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는다면 그는 앞으로도 실수와 잘못을 반복할 수 밖에 없다.정무보좌관은 구미시장의 입맛에 맞는 사람으로 임명할 수 있는 자리다. 그럼에도 이토록 많은 말들이 나오는 것은 아마도 그 인사가 실수와 잘못된 일들을 반복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세간에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자신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사람을 장 시장이 정무보좌관으로 고집하는 모습에 시민들이 “장 시장님은 재선 포기하신거에요?”라고 응답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반응이지 않을까. 구미/kimrh@kbmaeil.com

2021-08-02

아는 만큼 느껴지는 혁신의 힘

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우리의 생활 전반에 두루 통용되고 적용되는 말이 아닐까 싶다.이 말은 조선 정조 때의 문인 유한준이 남긴 ‘알아야 참으로 보게 된다(知則爲眞看)’라는 명언을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이 첨삭하여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는 말로 두루 알려지게 됐다.‘아는 만큼 보이고, 느끼는 만큼 보인다’는 말처럼, 기업의 현장이 바로 이와 같은 논리와 이치로 일어나는 일들을 알고 나면 새롭게 보이는 것들이 많다고 할 수 있다. 똑같은 현장을 둘러봐도 문제를 전혀 찾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사소한 문제라도 자세하게 파악해 많은 문제를 찾아내는 사람이 있다. 그 차이가 바로 현장을 보는 시각 즉, 인식의 차이이다.일반적으로 10년을 넘게 혁신활동을 하는 회사들은 딜레마에 봉착하게 된다. 그들은 대부분 현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고, 더이상 개선할 것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큰 오산이다.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몰라서 못 찾는다는 것이 맞는 표현일 것이다. 많이 학습하고 경험해서 관점을 달리해보면 평상시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뚜렷하게 보인다. 혁신 컨설팅을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공감백배라 하지 않을 수 없다.일례로, P회사의 화성공장은 지난 10여 년 정도 꾸준히 혁신활동을 추진하여 괄목할만 한 성과를 냈지만, 더 이상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혁신의 정체현상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이를 변화시키는 무기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비에 강한 운전원’을 만드는데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컨설팅 총력을 펼쳤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날 무렵 직원들의 설비 이해도, 점검 능력, 문제 발견 능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고, 매월 인당 1건 이상의 문제 발굴과 개선활동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이 기업을 컨설팅하면서 느낀 ‘설비에 강한 운전원’을 만드는 학습 노하우는 첫째 ‘섬세함’이 가미된 전문적인 학습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설비를 구동시키는 구동장치, 부드러운 동작을 유도하는 윤활장치 등 기능별로 세세하게 나눠서 각각의 장치에 대해 하나하나 제대로 전문적으로 학습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이론이 아닌 현장의 설비로 실무학습이 돼야 한다. 조업현장에 근무하면서 다루고 있는 설비를 제대로 알아야 문제도 발견할 수 있다. 셋째 신나는 놀이마당 학습이 돼야 한다. 저·고근속 사원이 함께 원팀이 되어 학습과 개선활동을 하고, 활동 중간중간 임원의 격려와 팀원 간의 소통과 단합을 부추기며 우수한 결과를 포상해 준다면 학습과 개선활동의 촉매제가 될 것이다.아는 것이 힘이듯, 설비에 강한 운전원을 육성하는 것은 혁신의 원천적인 힘이고 강한 기업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그 운전원 스스로 설비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으로 다룰 때, 분명 전과 같지 않은 현장의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

2021-08-02

두벌 꽃 능소화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동동팔월, 여름날의 절정이다. 코로나19 방역 대응이 느슨해진 어정칠월의 틈을 타고 들이닥친 4차 대유행에 수도권과 지역별 감염세가 좀처럼 꺾이질 않다 보니, 동동거릴 수밖에 없는 8월이 되고 말았다. 연일 폭염지수 경신 예보와 무관중 올림픽 경기의 열기 못지않게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을 맞아 초미의 관심사가 돼버린 바이러스 감염증 재확산세에 여전히 불안하고 동동거리듯 조심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화살 같은 땡볕과 난마 같은 코로나가 걷잡을 수 없어도 여름꽃은 쉬엄쉬엄 하나씩 피어나고 있다. 개망초와 쑥부쟁이가 청록의 캔버스를 군데군데 하얗게 수놓는가 하면 낮은 언덕 한 켠에 긴 목을 뽑아내는 산나리 꽃잎이 살랑거리고 있다. 주위로는 배롱나무 가지마다 분홍빛 꽃망울이 등불처럼 켜지고 있고, 그 너머 능소화 덩굴은 수북한 줄기와 잎새를 드리우며 작은 나팔 같은 주황색 꽃을 촘촘하게 매달고 있다. 야트막한 산자락을 배경으로 거의 매일 접하게 되는 우거(寓居)의 뒤뜰 풍경이다.대체로 7월 초부터 집 안 뜨락이며 거리, 담벼락에 누런빛이 감도는 주홍빛 꽃을 피우는 능소화는 곳곳에 공기뿌리가 나와 다른 물체를 붙잡고 생육하는 덩굴나무이다. 금등화(金藤花)라고도 하는 능소화는 조선시대의 과거시험 장원급제자에게 임금이 관모에 꽂아주던 어사화로 쓰이면서 특히 양반들이 좋아한 꽃이기도 했다. 덩굴로 뻗어가며 꽃이 피고지기를 반복하고, 시들지도 않은 꽃이 통째로 떨어져 품위 있게 진다 해서 양반들이 흠모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옛날에는 선비나 양반집 담장에만 심을 수 있다고 해서 ‘양반꽃’ 또는 ‘선비화’라 불렀다고 한다.그러한 뒤뜰의 ‘양반꽃’이 올 여름엔 두벌로 피어나서 이채롭기만 하다. 분명 지난 6월초부터 몇 송이씩 피어나는 걸 보고 올해는 더위가 빨라서 좀 일찍 피는가 싶었었는데, 그렇게 2~3주 정도 맛보기로(?) 피고는 잠잠하다가 7월 하순부터 본격적으로 피는 것이 아닌가! 드문 현상이거니와 십 수년째 서옥(書屋)엘 살면서 처음 보는 일이라 희한하기만 했다. 그러고보니 무언가 유추되는 일이 있었다. 지난 5월 하순부터 필자의 서실(書室)에서는 회사의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창단한 ‘붓글씨재능봉사단’의 단원들을 대상으로 서예기초과정 단체수업을 시작했었다. 서예에 관심있는 직원들이 모여 붓글씨를 배우고 익혀서 지역사회의 필요한 곳에 재능을 기부하고 전통문화를 나누자는 취지의 강습이었다.도심 속의 서실에서 묵향을 피우며 붓글씨를 배우는 서생(書生)들의 붓놀림이 궁금해선지 뒤뜰의 능소화가 서둘러 망울을 터트린 것은 아닐까? 선비의 기품 같은 능소화가 ‘어른학생’들이 먹을 갈아 붓으로 정성껏 점과 획을 긋고 연습하는 모습이 반갑고 가상해서(?) 애써 담장을 넘어 축화(祝花)처럼 핀 것인지도 모른다. 그 무렵 때맞춰 담장 아래 붓꽃이 피어난 것은 우연의 일치일까?붓은 선비의 또 다른 손이다. 코로나의 난국에도 삼복더위가 무색할 정도로 서예기초 학습에 열기를 더해가는 수강생들에게 저만치 능소화가 넌지시 격려의 손을 흔드는 듯했다.

2021-08-02

불면의 밤, 머리맡에 놓아두는 몇 권의 책들

여름의 입구를 지나 그 중심으로 옮겨가는 순간, 여름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면 잔뜩 습기를 머금은 한낮의 더위는 어느 순간이 지나면 그저 마찬가지가 된다. 몸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는 뜨거운 공기에 푹 들어가 있는 듯한 한낮 더위의 느낌은 사실 32도나 36도나 마찬가지이다. 인간의 경험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감각의 한계를 넘어서는 더위는 어차피 똑같다. 숨은 쉬기 힘들고, 마음도 쉽게 지친다.사실, 여름의 한 가운데 들어왔다는 실감은 하루 종일 달궈져 있던 해가 질 무렵 그래도 불어오던 선선한 바람이 사라지는, 열대야의 후텁지근한 공기에서 찾아온다. 인간이 삶을 버텨내는 것은 그래도 힘겨운 오르막길을 넘어 조금은 평탄한 내리막이 존재한다는 바람 때문이 아닌가. 하루 종일 해가 질 무렵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바람만을 기다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여름을 버텨내던 사람들은 해가 져도 아직 식지 않는 열기에 이제 여름의 한 가운데에 들어섰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이런 열대야 속에서는 평온한 잠자리가 사투의 현장으로 바뀐다. 쉽게 잠들 수 없는 이른바 불면의 밤이 찾아오는 것이다.에어컨을 켰다가 껐다가, 더이상 찬바람을 내지 못하는 선풍기를 켰다가 껐다가 별다른 고민이 있는 것도 아닌데 뒤척거리며 잠을 이루지 못한다. 사실 이런 불면의 밤에는 자연스레 컴퓨터나 노트북에 손을 뻗어 영화나 영상을 보게 된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나도 마찬가지로 후덥지근한 공기에서 손을 움직여 책을 넘기는 행위조차 귀찮아져, 결국 구독하는 각종 OTT미디어 서비스(Over-the-top Media Service·인터넷을 통해 방송, 영화 등의 미디어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옛날에 보았던 영화, 드라마를 골라보거나 동물이나 요리 영상 등을 찾아보거나 한다. 열대야로 인해 초래된 불면의 밤이 이어져 자야 할 시간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이 같은 불면의 밤에 이처럼 눈과 귀를 편하게 자극하여 뇌를 각성시키는 영상을 보는 것은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답답한 더위가 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방해하니 해결책을 찾지 못한 마음이 무언가 집중할 가장 손쉬운 대상을 찾은 것에 불과하다. 어차피 영상 한 편을 본다고 시원해지지 않으니, 결코 한 편을 보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누구나 알고 있지만 불면의 밤에 쉽게 잠이 드는 방법은 몸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이다. 10~20분이라도 달리기를 하고 돌아와 씻고 누우면 긴장했던 몸이 서서히 이완되며 더위의 한 가운데에서 잠들 용기가 생긴다. 더위와 싸우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몸을 맡기는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방법이겠지만 사실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 같은 더운 공기 속에선.운동으로 몸을 혹사시키는 것이 어렵다면 차라리 영상에 손대기보다는 머리맡에 책 몇 권을 놓아두기를 권한다. 물론 이것 역시 바깥에 무언가 있는 더 많은 실시간의 정보를 찾고자 하는 마음을 통제하고, 흰 종이 위에 쓰인 까만 글씨를 읽어내고,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정신을 혹사시키는 방법이다. 머리를 직접 자극하는 시청각이미지들이 들어오는 영상에 비해, 이미지가 적고 그 이미지가 모두 내 머리로 만든 것이니, 언제든 상상을 그만두는 것 역시 내 자유이다. 보고난 뒤 생긴 마음의 결여로 다음 편을 바로 클릭해야 하는 영상에 비해, 내가 시작할 수도 끝낼 수 있는 것이 바로 여름밤의 책읽기의 장점이다. 가급적이면 너무 많은 지식이 담긴 책보다는 하나의 세계가 오롯이 담긴 소설책이 더 좋으리라. 책을 읽다보면 어느새 잠들어 꿈속에서 그 세계 속 어딘가를 헤매고 있을 것이다./홍익대 교수

2021-08-02

김유신 다시보기

‘삼국사기’는 현재 남아 있는 역사서 가운데 가장 오래된 역사책이다. 이 책은 전체 50권이며 그 가운데 왕이 아닌 인물들의 생애를 담은 열전(列傳)은 10권을 차지한다. 그 10권 중에서 3권은 김유신이라는 1명에 대한 내용인데, 이는 다른 인물을 서술한 내용에서 볼 수 없는 높은 비중이다. 이러한 인물에 대해 일제강점기 역사학자인 신채호는 그를 가리켜 지혜와 용기가 있는 명장(名將)이 아니고, 음흉하고 독살스러운 정치가이며, 음모로 이웃나라를 어지럽힌 자라고 하였다. 이 글에서는 김유신의 삶을 통해 그가 어떠한 인물인지 살펴보고자 한다.김유신의 집안은 원래 신라 출신이 아니었다. 그 조상은 금관가야 왕족이었는데 금관가야가 532년(법흥왕 19년)에 신라에 항복하면서 그 왕과 일족은 진골 귀족으로 대접받았다. 김유신의 할아버지인 무력(武力)은 관산성 전투에서 백제의 성왕을 죽이는데 참여했으며, 아버지인 서현(舒玄)도 군사 지휘관을 지냈다. 이에 김유신 가문은 장군 집안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유신의 이름을 지을 때 그의 아버지가 유학(儒學)의 경전을 인용하고, 중국의 유명한 인물의 이름을 본 뜬 것으로 보아 유학에 대한 지식도 있었다. 따라서 김유신 집안은 군사적인 능력과 학문적인 지식을 동시에 갖춘 문무(文武)에 조예가 깊은 가문이었다. 김유신이 종종 유학 경전의 구절을 인용하여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러한 학문에 익숙한 집안 환경 때문이라 여겨진다.김유신이 김춘추와 결합할 수 있었던 것도 공통적인 집안 환경과 관계있을 것이다. 즉, 김유신 집안은 군사적인 능력을 통해 신라에서 진골귀족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지만 금관가야 출신이라는 점 때문에 귀족들 사이에서 차별받을 수밖에 없었다. 또한 김춘추는 왕족이었지만 그의 할아버지인 진지왕이 귀족들에 의해 쫓겨났다는 점 때문에 비주류로 취급받았다. 보통 김유신과 김춘추가 결합할 수 있었던 요인을 두 집안이 비주류였기 때문에 이러한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비슷한 집안 환경도 작용했다고 여겨진다. 즉 김춘추의 경우 그의 이름은 공자가 지었다고 전하는 역사책 춘추(春秋)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김춘추 가문도 김유신 가문처럼 유학에 익숙한 환경이었다는 공통점 때문에 두 사람이 쉽게 의기투합할 수 있었을 것이다.김유신과 김춘추의 결합은 이러한 측면에서 단순히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이루어졌다고 볼 수 없다. 어쩌면 당시 신라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불교 중심 정치 형태를 유학에서 추구하는 왕도정치로 바꾸려는 의도가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불교를 완전히 배척한 것이 아니라 그것은 종교로서 남겨두고, 정치에는 유학을 지배이념으로 삼은 것이다. 즉, 정치와 종교를 분리하는 것이다.647년 1월에 벌어진 비담(毗曇)과 염종(廉宗)의 반란은 귀족들 사이에 있었던 권력 다툼이 아니라 장차 신라 사회를 이끌어나갈 새로운 정치 지향을 두고 벌어진 대립이었다. 즉 비담(毗曇)이라는 불교적인 용어를 이름으로 사용한 것으로 볼 때 그는 불교 중심적인 정치성향을 지녔고, 반대로 김유신과 김춘추는 유학적인 이념에 바탕을 둔 정치를 희망했던 것이다. 이러한 대립 이후 김유신과 김춘추가 승리함에 따라 당의 연호(年號)와 관복(官服) 도입 등 유학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기초 작업을 추진했다. 따라서 김유신과 김춘추 그리고 비담과 염종의 대립은 권력 투쟁이 아니라 국가의 운영 방향을 둘러싼 갈등으로 볼 수 있다.김유신이 유학에 바탕을 둔 정치 이념을 추구했지만 당에 대한 그의 이미지는 항상 좋은 것은 아니었다. 즉, 백제 멸망을 전후하여 신라와 당 사이에 갈등이 나타났을 때 당에 대한 공격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러한 점에서 그는 사대주의자라기보다는 국익에 충실한 현실주의자라고 볼 수 있다. 전경효 경주문화재연구소 주무관 한편 김유신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당시 중국과 일본에게 널리 알려진 사람이기도 했던 것이다. 660년 이후 백제와 고구려 멸망 그리고 나당전쟁 과정에서 당나라와 왜는 그에게 많은 관심을 보였다. 즉 당나라는 그에게 벼슬이나 많은 포상을 내렸으며, 왜는 문무왕에게 선물로 배 1척을 보내면서 김유신에게도 따로 1척을 보낼 정도였다. 당나라나 왜의 행동은 김유신이라는 인물이 신라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보여준다.삼국사기 김유신 열전은 ‘풀 베는 아이와 가축을 기르는 아이까지도 그를 알고 있으니, 그의 사람됨이 반드시 보통 사람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라고 하면서 끝을 맺는다. 이러한 표현은 이 글의 앞부분에 소개한 신채호 선생의 평가와 정반대이다. 이러한 정반대의 평가와 별개로 그의 삶을 되짚어 보면 그리 쉽게 결론을 내릴 수 없다. 과연 여러분들은 김유신을 어떠한 인물이라고 생각하시는지?

2021-08-02

내 안의 루시를 찾아서

유영희​​​​​​​인문글쓰기 강사·작가 ‘루시’라는 이름을 들으면 무엇이 생각날까? 2014년 뤽베송 감독의 ‘루시’가 생각날 수도 있고, 1967년 나온 비틀즈의 ‘루시 인 더 스카이 위드 다이아몬드’가 생각날 지도 모르겠다. 1974년에 발견된, 350만 년 전에 살았던 최초의 인류 ‘루시’가 떠오를 수도 있다. 루시는 105센티미터에 30kg 정도였으며 20세 전후에 나무에서 떨어져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2000년 이후 새로운 발견으로 현재 최초의 인류는 600만 년까지 더 거슬러 올라가지만, 아직도 루시는 최초 인류의 대명사처럼 사용된다.비틀즈 멤버 존 레논은 그의 아들 줄리언이 유치원 다닐 때 그린 그림에서 영감을 받아 노래를 만들었는데, 루시 화석을 발견한 조핸슨은 자축 파티 중에 이 노래가 들려 화석의 인물을 루시라고 지었다. 이렇게 유치원생의 그림에서 비롯된 루시라는 이름은 최초 인류의 이름이 되고, 이후 문화 예술에도 많은 영감을 준다. 영화 ‘루시’의 주인공 스칼렛 요한슨의 이름도 루시이고, 그녀가 자기 뇌 능력의 100%를 사용하여 과거로 돌아가서 만난 인물도 최초의 인류 ‘루시’이다.‘루시의 발자국’은, 이 최초의 인류 ‘루시’를 빌미로 인간 생명의 기원과 진화에 대해 미야스와 아르수아가, 두 사람이 쓴 책이다. 작가 후안 호세 미야스는 스페인의 선사시대 유적지를 다녀와서 엄청난 감동에 휩싸인다. 그는 자기 안에 선사시대 사람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뭔가 표현하고 싶지만 막막해하던 중 고생물학자인 후안 루이스 아르수아가에게 제안하여 이 책을 완성한다. 고생물학자의 현장 강의를 소설가가 맛깔나게 버무려서 독자에게 내놓은 셈이다.아르수아가는 미야스에게 서너 살짜리 아이 발자국을 관찰하라는 숙제를 내준다. 미야스는 그 발자국 과제를 수행하면서 루시의 흔적을 발견하고 그녀의 발자국이 고딕 성당보다 더 복잡한 것을 보고 감탄하며 현대 인류의 자아가 루시보다 클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생물학자 아루수아가는 루시의 발자국과 아이들의 발자국과 정확히 똑같다는 것을 아주 상세히 묘사해주면서 두 사람의 동작이 모두 생체역학적으로 무의식적인 행동이라고 본다. 소설가와 고생물학자는 350만 년 전의 인물과 현대인 사이에 큰 차이가 없다는 데 일치한 셈이다.그런데 현대로 올수록 인간은 성숙해졌을까? 아루수아가의 논리에 의하면, 현대인의 뇌 크기는 2만 년 전 알타미라 동굴벽화를 그린 크로마뇽인보다 작아졌고, 현대인이 어린아이처럼 고분고분하게 길들여졌다는 것을 근거로 성숙해졌다고 보지 않는다.예민한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성숙의 또 다른 척도다. 늑대가 수캐보다 냄새도 잘 맡고 청각도 발달해서 더 성숙한 상태라고 할 수 있는데, 늑대가 가축화하여 길들여지면서 다양한 변종이 만들어지고 특이한 신체변화가 나타난다고 한다. 비록 약의 힘을 빌린 것이지만 스칼렛 요한슨이 뇌 능력을 100% 활용하여 만난 사람이 루시라는 영화 ‘루시’의 설정은 나름대로 과학적 근거가 있는 셈이다. 이제 내 안의 루시를 회복할 일만 남은 것일까?

2021-08-02

통합 신공항, 명품공항 향해 추진 속도 내야

대구와 경북의 미래를 짊어질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이전지가 확정된 지 벌써 1년 세월이 흘렀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지역단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달 30일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성공기원 시도민 다짐대회를 열고, 말 그대로 신공항 건설 성공을 위한 결의를 다짐했다고 한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의 성공이야말로 대구경북의 미래를 가늠하는 핵심 잣대다. 지난해 8월 우여곡절 끝에 성공시킨 경북 군위 소보면과 의성 비안면 공동후보지를 어떻게 발전시키느냐에 따라 지역의 경제지도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건설사업은 국가적으로는 국토균형발전을 위한 사업이며, 지역적으로는 대구경북의 글로벌 경쟁력을 완성하는 사업이다. 미래산업의 필수분야인 국제공항은 물류와 교통, 관광 등 산업 전반에 미치는 경제효과가 엄청나다. 신공항은 10조원 규모의 사업비가 투입되고 경제유발 효과만 30조원이다. 신공항 건설이 갖는 의미는 사업 규모에서도 이해할 수 있다.이미 공항으로 가는 교통 인프라가 시작을 했으며 대구시와 경북도의 계획대로라면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고 공항 인근에 인구 2만의 신도시가 건설된다. 아마 우리가 상상하는 경제적 변화보다는 훨씬 큰 변화가 만들어질지 모른다.문제는 지금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보유한 명품공항을 어떻게 만드느냐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은 부산 가덕도 신공항의 건설로 막강한 경쟁자가 생겼다. 가덕도 신공항은 특별법이 제정되고 막대한 국비가 지원된다. 자체 예산을 조달하는 기부대 양여 방식의 우리와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 상태라면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대구경북 통합신공항도 특별법 제정으로 국비 지원을 받아야 한다. 10만 명의 서명서를 국가 요로에 전달했지만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치권의 노력이 지속 있어야 한다.통합신공항의 규모와 국제화도 성공의 관건이 된다. 최소한 연간 1천만 명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물류와 경제 중심으로 중장거리 국제노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성공적인 신공항 건설까지 할 일이 태산 같다. 510만 시도민의 염원이 담긴 사업이자 우리의 후손들이 먹고살 소중한 인프라다. 신공항 성공 건설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2021-08-02

국민의힘·국민의당 감정싸움 위험상태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한 달여 진행해온 합당 관련 실무 협상이 결렬되자, 이준석 대표가 안철수 대표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보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을 통해 “안 대표가 합당을 위한 만남을 제안한다면 버선발로 맞겠다. 시한은 다음 주(8일)로 못 박겠다”고 밝혔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에 이어 윤석열 전 검찰총장마저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 버스’에 탑승한 만큼, 안 대표도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참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이에 대해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연일 국민의당을 압박하는 것은 좋은 자세가 아니다”고 반발했다. 권 원내대표는 “자신의 휴가 일정을 이유로 합당 시한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모습에서 합당의 진정성을 찾기 어렵다. 제1야당 진정성의 무게가 깃털처럼 가볍고 포용성이 벼룩 간만큼 작아 보인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별다른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양측의 공방이 합당협상 재개를 둘러싼 기싸움 성격이 강하지만, 혹시나 감정싸움으로 비화할까 조마조마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협상 실무자들은 지난 주말 내내 거친 말싸움을 벌여왔다. 이 대표와 안 대표는 과거 바른미래당에서 함께 몸담고 있을 때도 사이가 좋지 않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감정싸움이 더 격화될 경우 안 대표가 야권후보 단일화를 포기하고 독자적인 대선 채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도 나온다.국민의힘은 이달 말 대선후보 접수를 시작해 9월 15일 1차 예비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 8명을 추려낼 예정이다. 이러한 일정을 고려할 때 양당 합당은 늦어도 이달 중순에는 구체화해야 한다. 지금과 같은 팽팽한 긴장상태가 지속되면 양 대표가 담판을 통해 돌파구를 찾지 않는 한 합당은 표류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민의힘 경선버스가 출발해 버리면 제3지대에 홀로 남아 있는 안 대표의 경우 대선주자로서의 동력이 많이 떨어지게 된다. 안 대표는 과거 국민의힘과의 조건 없는 합당과 더 큰 2번으로 정권교체에 헌신하겠다고 밝혀 왔다.양당의 대표들이 모두 정권교체를 위한 통합 필요성에 뜻을 같이 하고 있는 만큼, 하루빨리 서로 만나 합당담판을 매듭지을 필요가 있다.

2021-08-02

송금 수수료 제로시대

2천만 고객을 바탕으로 은행·증권 등 전통 금융업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는 모바일 금융플랫폼 ‘토스’가 2일부터 ‘송금 수수료 없는 세상’을 선언했다. 모든 고객에게 돈을 보내는 송금서비스에 대해 수수료를 물리지 않는 ‘평생 송금 수수료 무료’혜택을 부여한다고 밝혔다. 바야흐로 송금수수료 제로시대가 열린 셈이다.그간 토스 송금 수수료는 월 10회까지만 무료였지만, 이번에 제한을 없앴다. 토스 앱의 관련 공지를 확인하면 이후 송금부터 혜택이 자동 적용된다. 토스는 송금, 결제, 투자, 보험 등 고객이 필요로 하는 모든 금융서비스를 토스 앱 하나로 제공한다는 수퍼앱 비전을 제시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2월 토스증권을 출범했고, 이르면 오는 9월로 예상되는 토스뱅크 출범을 앞두고 고객 편의성을 강화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는 게 토스의 설명이다.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현재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18곳 중 12곳은 인터넷뱅킹을 통한 타행이체 시 건당 500원의 수수료를 받고있다. 다만 일부은행은 거래실적 등 고객 등급에 따라 수수료를 면제하는 곳이 많다. 예를 들어 농협은행의 타행 간편송금수수료는 기본적으로 건당 500원이지만 오픈뱅킹 계좌를 등록하거나 올원뱅크를 이용해 50만원 이하를 송금할 때는 건수 제한없이 수수료가 면제된다. 하나은행도 급여나 연금입금, 주거래조건을 충족할 경우 타행 송금수수료를 무제한 면제하고 있다.지난 2015년 간편송금서비스 출시 이후 토스를 통한 누적 송금액은 약 169조원에 달한다. 토스가 ‘송금수수료 무료’라는 획기적인 고객중심 금융서비스를 채택하면서 머지않아 모든 금융기관에 송금수수료 제로시대가 도래할 것이란 전망이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8-02

생로병사

류영재 포항예총 회장 산책이라도 할 생각으로 감나무 집 앞을 지나다보면 어김없이 검둥이가 무섭게 짖어댄다. 검둥이는 반들반들 윤기 나는 까만 털에다 날렵한 몸매, 매서운 눈빛을 가져 얼핏 보기에도 싸움깨나 하게 생긴 이웃집 견공이다. 내가 지나갈 때면 매번 묶어둔 쇠줄을 끊을 듯 사납게 날뛰며 짖어대는데, 무심한 듯 딴 곳을 쳐다보며 지나치곤 하지만, 그 앞을 지날 때면 언제나 서늘한 기분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속마음과 겉 행동이 한결 같지는 않은 법이다.요즘은 시낭송을 전문으로 하는 동호회가 여럿 있고, 이들이 모여서 결성한 단체도 있다. ‘시의 행간에 날개를 달아주는’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활동하는 시낭송협회는 올해가 벌써 10주년이라 한다. 시낭송협회에서 많은 역할을 하는 지인과의 자리에서 분위기가 되어 결례를 무릅쓰고 낭송을 청하였는데, ‘개싸움’이란 시를 조용히 읊조렸다. 조용조용한 그의 낭송을 들으며 행간의 의미를 새기다 ‘담벼락을 무너뜨릴 듯’이란 대목에서 불현듯 검둥이가 떠올랐다.“…. 나는 되도록 그 집을 피해 다니거나 조심스럽게 지나가지만 매번 이제 됐다 싶은 지점에서 그가 담벼락을 무너뜨릴 듯 짖어대기 시작하면 뭔가 또 들킨 것 같다. 나는 쓰레기 분리수거도 철저히 하고 적십자회비도 제때 내며 법대로 사는 사람인데 아무래도 그는 내 속의 누군가를 아는 것 같다. 그깟 개를 상대로 분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겁을 먹는 건 아니다. 그래도 그것이 무엇이든 나를 들여다본다는 것은 언짢은 일이다.”(이상국 시인의 ‘개싸움’에서)내가 ‘돌골마을’에 들어와 산지도 삼년이 지났다. 감나무 집의 목단은 올해도 화중지왕의 위용을 자랑하며 장독대를 뒤덮을 듯 수북하게 피었다가 졌고, 감나무는 성성한 가지를 담 너머로 뻗어 채 익지도 않은 감들이 길바닥에 떨어지기도 한다. 감나무에 묶여있던 검둥이는 그새 세상을 떠났고, 산책길에 그 앞을 지날 때면 습관처럼 검둥이를 떠올린다. 생로병사가 자연의 섭리니 어쩔 수 없는 일, 지금 기억해보니 참 잘 생긴 녀석이었다.곰곰이 생각해보면 동물이건 식물이건 생명이 있는 것은 그 유한함 때문에 언젠가는 떠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는 부지불식간에도 숱한 만남과 이별을 되풀이하며 살아가고 있다.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이별이 있는가 하면 더러는 울림이 큰 이별도 있다. 검둥이가 떠나고 어느 날, 대문 앞에서 떨고 있는 병약한 새끼고양이를 만났다. 깨끗이 씻기고 사료를 우유에 불려서 먹이고 담요에 잠재운 후 이튿날 동물병원에 데려가니 워낙 쇠약하여 곧 떠날 것이라 하였다. 자는 듯 곱게 떠난 그를 종이 박스에 담아와 눈물을 찍어내고 있는 딸아이에게 위로랍시고 회자정리며 생로병사에 대하여 이야기 하였으나 아기 고양이에게 생로병사가 어찌 가당한 일이겠는가.조그만 몸을 고운 한지로 여러 겹 싸서 뒷산 양지바른 곳에 정성껏 묻어 주고 명복을 빌었다. 이틀에 불과한 짧은 인연이었지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만남이었다. 우리는 또 얼마나 많은 만남과 아픈 이별을 하게 될지.

2021-08-01

집콕 바캉스를 하며 본다

윤영대수필가 대서(大暑)가 지나니 더위는 대지를 달구며 푹푹 찐다. 낮 최고 온도가 35도를 넘는 기록에 기상청은 폭염 경보를 내보내며 불볕더위에 야외활동을 삼가고 집에 있으라고 한다. 장마는 벌써 끝났기에 소나기라도 한두 차례 퍼부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에어컨을 틀고 ‘집콕 바캉스’를 할 수밖에 없다.코로나19도 기승을 부려 확진자가 25일째 네 자릿수를 기록하고 방역은 거리 두기 4단계로 올랐다. 유흥시설, 다중이용시설 등도 문 닫고 스포츠도 무관중으로 하고 재택근무도 30% 정도다. 그러니 자연히 ‘집콕’이라는 생활 패턴에 묶여 그 지루함을 달래기 위한 나만의 새로운 취미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뭐니해도 선풍기 틀어놓고 TV를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일이 많을 것 같다.다행히 요즈음은 도쿄올림픽 중이라 딱딱한 뉴스 시간에도 시원스런 승전보가 들려오기도 한다. 벌써 개막된 지 10여 일, 예상대로 ‘활·총·칼’ 경기에서 선수들의 피땀 어린 훈련과 자기 극복의 결과로 메달을 따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대단하고 자랑스럽다.일본 유메노시마 양궁장에는 혼성 단체, 남·여 단체에 이어 여자 개인에서 안산 선수가 치열한 접전 끝에 3관왕이 되어 네 번째 태극기가 올라가고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옛 중국은 우리를 멸시하며 동이(東夷)족이라 했는데 ‘오랑캐 夷’를 보면 ‘큰大’자에 ‘활弓’자가 걸쳐있어 ‘활 잘 쏘는 오랑캐’라 부른 것이 그래도 고맙다. 그 후예들의 활약으로 양궁에 걸린 다섯 개 금메달 중 4개를 딴 것이다. 참 장하다.펜싱에서도 남녀 각 종목 단체전에서 금 은 동을 가져왔고 사격도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까지 금 5, 은 4, 동 7개로 종합순위 7위에 올랐지만 앞으로 육상과 구기 종목에서도 메달의 꿈을 꾸는 것이 이 찜통더위 속에서 집콕하는 즐거움이기도 하다.그런데 요즘 또 다른 경기도 점점 열기를 더하는 것 같다. 우리 정치권의 올림픽, 대선(大選) 경기이다. 하나뿐인 대통령 메달을 목에 걸려고 여당 팀에서 8명이 나섰다가 2명이 자격 미달인 듯 탈락했고, 야당 팀도 8명 정도가 전열도 갖추지 못한 채 선수선발전에 뛰어들고 있다. 과연 이들 선수 중에는 도덕성과 품격을 가지고 진정한 국민화합을 통해 국가발전을 이루고자 하는 올바른 마음과 강건한 추진력을 갖추어 국민의 시상대에 오를 만한 인재가 있는 것일까? 선발전을 치르면서 서로를 비방하고 잘못을 들추어내며 민심의 과녁에 눈이 멀어 입으로 침 튀기는 ‘말 화살’만 쏘고 있는 것 같아서 그 진실성도 염려되어 안타깝다.양궁을 끝내고 웃어주고 펜싱을 이기고 상대방을 안아주며 유도에서 자기를 이긴 상대방의 손을 번쩍 들어주고, 서로 얼싸안고 환호성을 지르는 선수들을 보며 왜 정치권 선수들은 남을 못 잡아먹어 안달인지 모르겠다. 편 가르기 싸움을 보면 괜스레 짜증 나고 불쾌감이 드는 것은 나만의 심경일까.무더운 폭염 속 집안에 갇혀 가까운 이웃 나라에서 땀을 흘리며 나라의 명예와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우리 선수들의 건투를 빌며 그들의 열정으로 마음을 식힌다. ‘우리도 해낼 수 있다’.

2021-08-01

포항지진, 수사 확대로 책임소재 명확히 밝혀야

포항지진에 대한 국무총리 소속 포항지진 진상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가 발표됐으나 정작 포항시민의 반응은 싸늘하다. 조사위가 1년3개월 동안 현장방문 등을 통해 밝혀낸 포항지진의 진상이 감사원 감사 등 기존의 조사를 넘어서지 못했다는 것이 시민과 시민단체의 반응이다. 포항 11·15촉발지진 범시민대책위는 “감사원 감사 발표를 넘어서지 못한 진상조사”라며 진상조사를 거부하고 특검을 요구하겠다고 했다. 특히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을 수사 대상에서 뺀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책임 규명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2017년 11월 발생한 포항지진은 정부 조사연구단의 조사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포항지진이 인재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지열발전소 참여 기관의 무리한 공사 진행과 허술한 보고체계 등으로 포항지진이 촉발된 것도 이미 확인했다.문제는 포항지진이 자연재해가 아닌 정부기관의 용역을 수행 중인 연구단체의 부실한 관리체계에서 빚어진 인재였음에도 정부의 책임 있는 답변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이다.국무총리 소속의 조사위는 이런 문제와 관련, 공정한 진상조사를 벌여야 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또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조사결과를 도출하고 국민의 안전을 위해선 개선책도 내놓아야 한다.진상조사가 주민의 뜻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면 주민 뜻을 다시 살피는 추가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조사위는 책임 소재와 관련, 지열발전사업 주관기관인 넥스지오와 참여기관인 지질자원연구원 등을 사법기관에 수사 의뢰했다. 그러나 정작 감독해야 할 산업부와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제외해 시민단체의 비판을 사고 있다. 진상조사의 진정성을 위해 오해없는 범위 내에서 수사 의뢰 확대도 검토하는 것이 옳다.포항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은 천문학적 피해를 냈다. 이것이 자연재해가 아닌 학술적 연구 중에 발생한 인재라 더 충격이 컸다.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인재에 의한 지진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 정부의 사과는 있어야 했다. 조사위는 진실 규명을 위해 주민 뜻을 경청하는 노력을 더 해야 한다. 명명백백한 진상규명 없이는 포항지진 논란을 끝낼 수는 없다.

2021-08-01

인구지진(Age Quake)

우리나라 인구주택총조사는 일제 강점기인 1925년 국세조사란 이름으로 처음 시작했다. 지금은 통계청 주관으로 실시되며 조사 인원만 무려 10만명 이상 동원된다. 국가 기본통계가 모두 수록되는 조사여서 광범위한 연구영역에서 자료가 활용된다. 통계의 꽃이라 불리는 이유다.통계청이 지난주 발표한 2020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작년 65세 이상 고령 인구가 800만명을 넘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년 전보다 0.9% 포인트 증가한 16.4%였다. 초고령사회(전체 인구의 20%)에 근접한다는 조사 결과다.지난 5월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2만2천명대로 떨어져 66개월째 감소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 상태라면 2030년에는 지금보다 315만명의 인구가 줄어들 것이란 예측이다. 우리나라 땅에서 부산시만한 인구가 9년 후에는 사라진다는 뜻이다.우리나라 출산률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것은 어린애도 알만큼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럼에도 심각한 인구 문제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올라온 적이 없다. 이 점이 우리를 더 우울하게 한다.홍남기 부총리가 2030∼2040년부터 인구절벽에 따른 인구지진이 일어날 거라는 발언을 했다. 인구지진이란 고령화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충격이 지진보다 더 심각하다는 뜻이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일본은 기업의 70%가 65세 이상 노인을 고용하고 있다. 노인만 남는 동네가 늘어 슈퍼 등이 문을 닫는 바람에 차를 몰고 10분 이상 시내로 나가야 생팔품을 구입할 수 있다고 한다.인구절벽의 심각성이 얼마나 무서운 지를 짐작케 하는 내용이다. 인구문제를 해결할 능력자가 대통령으로 뽑혀야 할 것 같다./우정구(논설위원)

2021-08-01

윤석열 입당이 야당의 외연 넓히는 계기 돼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정권 교체에 나서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윤 전 총장은 애초 ‘8월 중·하순’ 입당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날 아침 전격적으로 입당 결심을 했다. 윤 전 총장은 캠프 참모들에게 “소소한 것들로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처음부터 경선을 해 깨질 건 깨지고 당당하게 가야 외연도 넓어지고 나도 더 당당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한다. 국민의힘은 윤 전 총장의 입당으로 이달 말 경선버스 시동을 켜기 위한 준비를 마쳤으며, 본격적인 당내 검증공방이 시작됐다. 이제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입당이 야권통합의 마지막 숙제로 남게 됐다. 이날 국민의힘 당사를 직접 방문해 입당 원서를 제출한 윤 전 총장은 “정권 교체를 위해서는 제1야당에 입당해 정정당당하게 초기 경선부터 시작해가는 것이 도리다. 그렇게 함으로써 국민의힘이 국민의 더 넓고 보편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생각해 입당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 중도층으로 외연을 확장하겠다며 장외에서 독자 노선을 걸어왔다.윤 전 총장 입당으로 국민의힘은 지지층을 결집할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 이준석 대표의 젊고 혁신적인 이미지에다 윤 전 총장 입당으로 국민의힘은 이제 강성 보수색채를 많이 탈피하게 됐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살려 중도성향 유권자를 흡수할 경우 당의 파이를 지금보다 크게 키울 수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두 사람은 호남에서도 전에 없는 지지를 얻고 있다.국민의 힘 대선주자들에게 주문하고 싶은 것은 검증이라는 가면을 쓰고, 네거티브전에 몰두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대신 국정운영에 대한 비전제시로 당의 새로운 동력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각 캠프마다 다양한 공약을 제시하면서 우파 성향 유권자 지지를 결집시키는 가운데 중도성향의 유동적인 민심을 끌어안아야 한다. 그래야 수권정당으로서의 국민의힘 체질변화를 국민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 이제 유권자들도 국가를 어떻게 운영하겠다는 비전 발표는 뒤로 한 채 타후보 비판에만 집중하는 것에 대해 상당한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2021-08-01

차기 정부 제1 현안은 ‘지방소멸’

심충택 논설위원 대선후보 지지를 놓고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호남, 강원 등 비수도권 지역민들의 민심이 확연하게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주목하는 현안은 있다. 이 시간에도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지방소멸에 대한 여·야 대선후보들의 생각이 어떠냐는 것이다. 지방소멸 어젠다는 청년들의 취업과 결혼·출산 문제에 직결돼 있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국정과제 1순위로 삼아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지금 여·야를 막론하고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이 문제를 주요 공약으로 내건 후보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비수도권 소멸’ 문제를 간과한 채 다른 데 어디 가서 대한민국 경쟁력을 찾겠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최근 정세균 민주당 예비후보(전 국무총리)가 공약 제1호로 ‘충청권을 중심으로 강원·전북을 포괄하는 중부권을 신수도권으로 육성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지금까지 나온 국토균형발전 공약의 전부인 것 같다. 정 전 총리는 이 공약발표를 통해 “충청·대전·세종 메가시티와 전북·강원의 양 날개를 포괄하는 중부권을 신수도권으로 만들겠다. 국회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세종집무실, 대법원, 법무부, 대검찰청 등 입법, 사법, 행정의 큰 축을 충청권으로 이전하겠다”고 했다. 사실 TK와 PK, 호남, 강원 지역민들이 보기엔 대전·세종시를 중심으로 한 충청권의 경우 이미 수도권에 포함된 것과 다름없어 눈길을 끄는 국토균형발전 공약으로 여겨지지 않는다.정치·경제·사회·교육·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역균형발전이 이루어지려면 최고 권력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사업은 정부 부처에서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밖에 없다. 차기 대통령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명확하게 가진 사람이 돼야 한다. 현 대선주자 모두가 우리 국민을 골고루 잘 살게 하겠다고 외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엔 서울중심의 좁은 시각을 가지고 대한민국 전체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 같다. 현 대선주자 대부분은 수도권 주민들이다. 수도권에 있으면 지방이 안 보인다. 자기 생활권 바깥에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를 계승한다고 해서 기대를 한 사람들이 많았지만, 수도권 일극주의를 오히려 심화시켰다.최근 취임한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당위원장과 김정재 경북도당위원장이 “대선에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선공약을 발굴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혀 정당의 운영 방향을 정확하게 잡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선주자들이 판세장악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대구·경북 현안이 후보자들의 공약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대구·경북은 문재인 정부 들어 노골적인 왕따를 당하면서 인구가 계속 줄고 현안은 줄줄이 표류돼 왔다. 야당인 국민의힘도 이 지역을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며 현안을 제기할 때마다 거추장스럽게 취급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국민의힘 시·도당이 어떤 아이디어를 내서 국토균형발전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할 지 주목된다.

2021-08-01

백 마디 말해도 백 번 중요한 것, ‘안전’

윤경희 청송군수 혹자는 안전하게 살아가는 것이 사실은 가장 위험하다고 말한다. 여기서 언급한 안전은 삶의 도전정신으로부터는 멀어지는, 이를테면 삶의 안온함이나 나태함과 가까운 맥락이다. 그러니 삶이 안전할수록 꿈으로부터 멀어져 가고 있다는 부연설명을 덧댈 수 있었을 터.하지만 이토록 ‘안전’한 삶을 꿈꾸며, 또 갈망한 날이 앞으로 또 올까. 2019년, 전 세계에 들이닥친 코로나19는 좀 잠잠해지는가 싶다가도 금세 빨간 불이 들어오곤 했다. 2021년, 사그라지는 거품처럼 우리나라도 코로나의 불씨가 드디어 꺼지나 싶었는데,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델타 변이가 급속도로 번지며 4차 유행이 확산하고 있다. 폭염 속에서 의료진과 전 국민은 또다시 원점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방역에 몰입할 수밖에는.처음부터 코로나19 안전 지역임을 자부했던 청송도 마찬가지로 지금 코로나와의 싸움을 계속해서 이어 나가고 있다. 매일같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다중이용시설을 꼼꼼하게 방역하며,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등의 방역 수칙도 적극적으로 홍보하면서 군민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불철주야 여념이 없다.올해는 백신접종에 열의를 다하는 중이다. 청송군은 어르신들의 접종률을 높이기 위해 마을별 셔틀버스와 담당 공무원을 배치해 체계적이고 안전한 접종을 실시했다. 군민들의 능동적인 참여 덕분에 전국 최상위 수준의 경이로운 백신 접종률을 기록하고 있는 실정이며, 올 하반기에는 대상자의 80%까지 접종을 완료해 조기 집단면역을 형성할 계획이다.우리는 자연재해에 있어서 이미 후 조치보다 선 예방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과거 경험으로부터 체득했다. 청송군도 여름과 함께 어김없이 찾아오는 각종 재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농지와 산야 면적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군 영토의 특성상 꼼꼼하고 튼튼한 준비만이 군민들에게 조금의 피해라도 덜 가게 하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올해는 긴 장마를 대비해 각종 사업장, 기반시설, 공사 현장 등 재해 취약지구를 대상으로 지속적인 특별 안전 점검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또 건강하고 안전한 여름나기를 위해 폭염피해 예방 및 대응활동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위해 폭염 대응 합동 TF팀을 구성·운영하여 폭염 정보공유 및 상황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스마트 그늘막 운영, 살수 차량 도입, 무더위쉼터 지정 등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재난경보앰프 및 안전안내문자, 스마트마을방송 등을 활용해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국민행동요령 홍보활동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다.매년 전국적으로 수많은 재산과 인명피해를 낳는 태풍에도 철저한 준비태세를 갖추어 나가야 한다. 청송군은 인명피해 제로 및 물적피해 최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지역 내 재해취약지구, 각종 수리시설 등 현장점검과 시설물 관리에 철저를 기하고 있으며, 태풍 예비특보 발효 시 즉시 비상근무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태세를 갖추는 등 태풍피해 예방을 위한 철저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이런 모든 활동은 결국 우리 군민의 ‘안전’을 위함이다. 필자가 끊임없이 외치고 강조했던 ‘군민이 최우선’인 행정에는, 백 마디 말해도 백 번 중요한 그 ‘안전’이 기반에 깔려 있었다. 비록 계획했던 많은 일들이 취소되고, 축소되고, 수없이 변경되는 순탄치만은 않은 길이었고, 앞으로도 알 수 없는 변수들이 도처에 널려있을지라도 필자의 역할이 다하는 날까지 그 소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역경 속에서도 계속 의욕을 가지고 나아가는 것, 그것만이 지금 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며, 최선의 결과라면 곤경 속에서라도 빛을 발하리라 믿는다.

2021-08-01

화장을 지우고

옛날 옛날에, 스님이 끼니때마다 바위에서 한 알씩 나오는 쌀을 받아서 모아 한 그릇의 밥을 지어서 먹었다고 한다. 어느 날, 욕심이 생긴 스님이 더 많은 쌀을 얻으려고 바위를 파 보았더니 쌀은 없고 물만 나왔다고 한다. 어머님이 남편 어릴 적에 들려주신 이야기(사실은 임중리의 국구암의 “쌀바위 전설”이다.)이다. 시댁 근처에 이 전설을 간직한 절이 있다. 그 절에 화장을 곱게 했던 부처님도 있다고 했다.화장은 하는 것보다 지우는 게 더 중요하다고 한다. 립스틱 바르는 것이 화장의 시작이자 끝인 나는 뭐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른다. 친구들은 썬크림이라도 발라야 한다고 만날 때마다 걱정을 하지만 나는 게으름이 몸에 익은 탓에 화장하는 것보다 저녁에 지우려고 씻는 일이 더 귀찮아서 화장을 하지 않는다. 기초화장품도 하도 여러 가지라 바르는 순서가 늘 헷갈려 세수하고 아이크림 한 가지만 바른지 오래다. 자연스럽게 늙어가고 싶은데 주위에서 늘 걱정을 해 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은가 보다.이런 나를 잘 아는 남편이 오늘은 화장을 지운 불상이 있다고 보러 가자고 앞장섰다. 시댁 근처인 포항시 남구 장기면 방산리에 자리한 고석사였다. 가는 동안 예전에 나와 이곳에 온 적이 있다고 기억을 떠올려보라는데 나는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 좁은 산길을 올라가는 진입로부터 모든 것이 낯설었다. 그런 나와 달리 남편은 초등학교 다니며 산을 넘어 소풍을 왔고, 대학 시절에는 탁본을 뜨려고 찾기도 했다니 익숙한 곳이었을 테다.고석사는 이름에 옛 고자를 넣은 만큼 오래된 역사를 지녔다. 신라 선덕여왕이 세웠다 하니 얼마나 긴 세월 그 자리에 있었는지 백 년도 겨우 사는 인간이 가늠하기 힘든 시간이다. 입구에 새겨놓은 입간판에 선덕이 왕좌에 오른 지 7년(638), 동쪽으로부터 세 줄기 서광이 3일 동안 궁전을 비추는 것을 보고 이상히 여겨서 그 빛의 발원지를 찾게 하니, 지금의 고석사 바위에서 발하는 빛이었다. 왕이 태사관에게 점을 치게 하니, 그 바위를 다듬어서 불상을 만들고 절을 지으면 길하다고 하여, 불상을 조각하고 이 석불을 모실 법당인 보광전(普光殿)을 지었다고 한다. 창건 이후의 역사는 미상이다. 지금은 보광전과 산신각, 극락전이 있다.천 년 넘게 한 자리를 지킨 절이다. 하얗게 덧칠했던 화장을 말끔히 지웠다는 불상이 궁금해 설명문도 대충 훑고 보광전에 올랐다. 종교는 다르지만, 절에 들어갈 때는 적은 금액이라도 시주를 하라기에 지폐 한 장 접어서 불전함에 넣었다. 절하는 건 생략하고 미륵불과 마주했다. 세 개의 산 모양을 등에 지고 부처님이 온화한 미소를 짓는다. 보광전 안에 위치해서 바람과 비를 피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제가 두껍게 칠한 석고를 벗겨내며 상한 것인지 흘러내린 옷깃 여기저기 풍파를 한껏 맞은 모습이다. 다른 곳의 불상들은 앞면만 보여주지만, 고석사는 불상 주위를 한 바퀴 돌며 감상할 수 있다.남편이 2007년 찍은 하얀 불상의 사진을 보여줬다. 다 벗겨낸 지금의 모습과 비교하니 전혀 다른 부처님이다. 친구들에게 두 장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같은 장소에서 찍은 것이라고 설명을 하니 놀란다. 옷부터 온몸이 하얗고 입술은 발갛다. 머리만 까맣게 칠을 해서 사진으로만 보니 모자를 씌운 듯한 느낌도 난다. 1923년경 석고로 치장한 것으로 추정하며, 2009년에 덧씌운 화장을 지웠다.신라 시대 사람들이 새긴 부처님을 일제시대에 누가 석고를 돌 표면에 발라 하얀 모습으로 억지 화장을 시켰을까, 무슨 이유였을까? 사람이 세월을 덧입고 나이 들어가듯 돌에 새긴 부처님도 천 년의 시간을 덧입어야 자연스러운데 말이다. 익산 미륵사지의 탑과 안동 법흥사지 7층 전탑을 수리한다고 바른 콘크리트와 무엇이 다른가. 미륵사지는 콘크리트를 걷어냈고, 법흥사지는 근처를 지나는 철길을 들어내는 중이다. 가부키 배우 같은 두꺼운 화장을 지운 부처님이 편안해 보였다. /김순희(수필가)

2021-08-01

인간과 지구환경 그리고 엔트로피

유성찬​​​​​​​지속가능사회연구소 소장 서기 1804년에 인구가 약 10억 명이 될 때까지 인류의 탄생 이후 약 200만년이 걸렸다. 근대산업혁명 시기를 지나서 1927년경에는 약 20억명으로, 123년만에 10억이 증가하였다. 1960년에는 약 30억, 1974년에 약 40억, 1987년에 약 50억, 2017년 1월 현재 약 74억명, 2050년에는 90억명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길고 긴 인류의 역사에서 보면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지구상에 존재하는 자원과 에너지는 유한하다. 여기서 지구환경문제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환경이란 ‘인간이나 생물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자연적, 사회적 상태나 조건’을 말한다. 넓은 의미로 보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존재들’이며 인간을 중심으로 두면, 인간을 둘러싼 모든 생물계, 무생물계 모두를 뜻한다. 환경학에서는 지구환경으로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다시 강조하건대 지구환경은 유한하다.지구환경은 4가지 권역, 대류(공기)권, 수(물)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산업혁명 이전까지는 대류권, 수권, 생물권, 지질권으로 구성된 지구시스템은 에너지와 질량의 흐름이 평형상태를 잘 유지해왔다. 그러나 과도한 자원사용, 인구폭증, 환경오염물질 과다발생 등으로 인해 지구환경은 균형이 깨어졌고 환경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인간이 자연의 속박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자연개발을 거듭하였으나, 결국에는 자연의 파괴로 인해 인간의 생활이 고통스러워졌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산화탄소, 메탄가스 등,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에 의해 인류는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지구환경은 모든 환경적 요인, 요소가 서로 연결되어 있고 상호작용하고 있다. 석탄 사용으로 인한 스모그로 대기가 오염되면, 그 대기가 산성비가 되어 내리고, 또 그 산성비는 농작물에 해를 끼치고, 지하수 및 토양까지 오염시켜, 강과 바다로 흘러들어 어류에게까지 악영향을 끼쳐 병들게 한다. 그리고 식탁에 올라온 채소나 물고기는 사람의 건강에도 문제를 일으킨다. 인간과 지구환경은 하나인 셈이다.물리학에서 열역학 제1법칙은 에너지보존의 법칙이다. 어떤 고립된 계(System)의 총 내부에너지는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열역학 제2법칙은 자연현상에서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에너지로 변환되는 현상을 말하며, 이 에너지의 흐름을 ‘엔트로피가 증가’한다고 규정한다. 즉 열역학 제1법칙은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일정하다는 것이며, 엔트로피 총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한다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다. 우주의 법칙이므로 예외는 있을 수 없다.다시 환경문제로 돌아오면, 대기오염, 수질오염, 쓰레기 발생 등의 환경오염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사용불가능한 상태로 바뀌는 ‘엔트로피가 증가’한 상태인 것이다.석탄을 태울 때, 태우기 전과 후의 에너지 총량은 같겠지만 일부는 아황산가스와 기타 기체로 바뀌어 대기 중에서 남는다. 이 과정에서 사라지는 에너지는 없지만 남은 석탄재를 다시 태워서 보일러를 운전할 수는 없다. 석탄에 있던 유용한 에너지는 손실되었으며, 엔트로피는 증가하였다.오염이라는 것도 무용한 에너지로 전환된 유용한 에너지의 총량이며, 쓰레기도 흩어진 형태의 에너지이다. 오염이란 엔트로피의 다른 이름이다. 지구환경에서 엔트로피가 증가한다는 것은 미래의 지구상의 생명체에게 유용한 물질의 양이 줄어든다는 것이다.엔트로피를 궁극적으로 역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과학자들의 결론이다. 맥스웰, 볼츠만은 에너지가 차가운 상태에서 뜨거운 상태로 이동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증명해보려고 했으나, 결국 실패했다.엔트로피 법칙이 우주의 법칙이라면 인류는 겸손하게 이 법칙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엔트로피라는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것, 인간의 유한성을 받아들이는 것, 지구자원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필자는 과학이 있기에 영원한 물질적인 번영이 가능하다는 기계론적 세계관에서 ‘지구상의 에너지는 유한하다’는 엔트로피적인 세계관을 받아들일 때, 인류의 새로운 미래가 열린다고 믿는다. 고금(古今)을 떠나, 사람은 우주법칙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또한 현대산업사회에서 재생불가능한 에너지를 기반으로 유지해온 생산방식, 엔트로피를 급격히 증가시키는 생산시스템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저(低)엔트로피의 생활방식을 진정으로 모색할 때이다.기존 자원을 재활용하고,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을 절약하는 등, 엔트로피를 낮추는 생활방식이 우리들 몸에 익숙해지도록 하는 수밖에 없다. 우리의 후손들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엔트로피의 세계관을 받아들여, 이웃에게 좀 더 사람 냄새나도록, 겸손한 인간세상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다.인간 또한 지구환경 속의 생물계의 일원일 뿐이라는 생태중심주의적인 환경철학이 성장하고 있다. 최근, 반려동물이 민법에서 물건의 상태에서 벗어나 동물권으로 인정받는 것과 궤를 같이 하는 것처럼.

2021-08-01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

이원만 맏뫼골놀이마당 한터울 대표 건강하다, 스트레스를 덜 받는다, 주의 깊다, 더 현명하다, 더 창의적이다, 더 이타적이다, 더 친절하다, 더 관대하다, 더 친환경적이다, 신체의 염증이 줄어든다.위에 열거한 덕목들은 ‘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말하는 다른 사람보다 더 자주 감동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이다. 감동은 ‘무한하고 광대한 감정’이고 ‘새로운 정보로 자기 자신이나 세계에 대한 이해방식을 변경해야 할 때 우리 안에서 일어나는 정신활동’이라고 한다.우리가 느끼는 감동 중 하나는 거대함에 대한 경험이다. 천둥소리, 거대한 계곡, 산 정상에서 바라본 구름바다. 스스로가 너무 작아지거나 거대한 것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자신이 작게 느껴지는 경험은 스스로 겸손해지고 타자에 대한, 공동체에 대한, 지구에 대한 뿌듯한 소속감에 타자에 대한 사랑의 마음을 가질 수 있다.감동을 주는 또 다른 하나는 일상의 자잘한 것이다. 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엄청난 힘을 발휘해 승부를 뒤집어 버리는 스포츠경기처럼 우리가 자주 느끼는 것이다. 도쿄올림픽 필리핀 역도선수는 어떤가. 엄청나게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느라 안간힘을 쓰는 얼굴에 금메달을 예감하며 흐느낌마저 보태지는 짧은 순간의 얼굴표정은 우리를 감전시킨다. 스스로를 이겨낸 인간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되어 감동한다. 발레리나의 발, 방호복을 입고 오랜 시간을 버틴 간호사의 땀에 불은 손. 코로나로 아이들을 만날 수 없게 되자 자신은 많은 시간을 쓰지만 학생들과 일대일로 마을탐방을 나선 교사들의 이야기. 이런 이야기를 접하면 감동은 ‘삶의 고통을 무찌르는 가장 아름다운 힘’이라고 정의할 수도 있겠다. 많은 사람들의 응원에 마치 더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처럼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을 느꼈다는 간호사들은 아무리 힘들어도 ‘내가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있구나!’라는 느낌 속에서 힘든 줄을 몰랐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감각을 잃게 되며 자아에 덜 사로잡히게 되어 자신을 잊고, 세상을 선하고 아름다우며 바람직한 곳으로 인식하게 하는 힘’이 감동에는 있다.스티브잡스의 임종을 지킨 그의 누나에 따르면 잡스가 죽기 전에 한 마지막 말은 “와, 우와, 와, 우와, 와, 우와”였다고 한다. 그가 무엇을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다만 그런 감탄사를 유언으로 남길 수 있었다니 지켜보던 가족들은 슬픈 가슴 한쪽을 따뜻하게 데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눈을 크게 뜨며 눈썹이 올라간 상태로 내지르는 소리가 있다. “와, 우와, 와우, 맙소사!” 우리가 감동했을 때 넣는 추임새다. 그 순간 우리의 몸과 마음은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이 된다. 한없이 너그러워지고 2002년 월드컵 때처럼 모르는 사람과도 부둥켜안고 춤을 추게 만든다. 불안을 극복하고 일상으로의 회복을 바라는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감동이라는 스트레스 출입금지 구역을 만드는 것은 꼭 필요한 삶의 기술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언가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 그저 내가 가진 모든 ‘감각을 동원’하면 된다. 오랜 진화의 선물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아닐까!어느 날 미켈란젤로는 교회의 천정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을 마치고 나오다 햇볕에 반짝이는 나뭇가지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털썩 무릎을 꿇었다고 한다. 자기가 아무리 노력해도 범접할 수 없는 아름다움을 본 것이다. ‘어떤 보편적인 존재가 자신을 관통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그 감동 이후 조급함 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인류역사에 길이 남을 명작들을 남길 수 있었다고 한다.‘자주 감동받는 사람들의 비밀’에서 생물학자 스테판 에드만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별들에서 만들어진 원자로 인체가 구성되었기에 우리가 뺨을 쓰다듬을 때, 별의 먼지를 쓰다듬는 셈이다. 아주 작은 초록색 잎에는 4천만개의 엽록체가 있으며 8.3분전에 1억 4천960만㎞를 떠나온 햇빛은 잎을 비추어 탄소와 물을 결합시켜 인간과 동물의 먹을거리가 되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을 생성하고 우리의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산소도 만들어 낸다”고 했다. 무심코 만지는 뺨이, 작은 나뭇잎 하나가 경이롭고 감동적이 되는 순간이다. 그냥 모든 감각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세상이 준비해 놓은 엄청난 감동이 우리 몸과 마음에 스트레스 출입금지구역을 만들어 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시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아카시아 향을 따라나선 어느 동네아저씨의 소소한 감동의 기록이다.아침식사로 빵을? / 아니지, 다른 것도 먹어야해 / 나무가 내미는 햇살 한 접시 / 구름 몇 개 던져 넣고 / 단풍잎 몇 장, 보기 좋게 고명으로 얹은 / 연못 한 그릇 / 쉽게 메뉴를 못 정했다면 / 같은 이유로 강둑을 날아다니는 / 새떼를 따라가면 돼 / 봐봐, 지금도 햇살은 / 큰 나무들 사이의 어린 풀들에게 / 한입만 더, 옳지 / 밥그릇을 들고 손자 뒤를 쫓는 할머니 같잖아 / 먹고 사는데 지쳤다고? / 그러니까 눈을 떴으면 젠장 / 슬리퍼 질질 끌고 가는 아카시아 향 꽁무니라도 / 킁킁 따라가 봐

2021-08-01

집단면역

특정 전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수가 일정수준 이상 유지되면 감염병 전파가 더이상 늘지 않는 상태를 집단면역 상태라 한다.1923년 영국 맨체스트대 토플리 박사팀이 쥐에다 장염균을 놓고 실험을 하다 감염 비율이 일정수준에 이르면 질병 확산이 멈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집단면역에 대한 개념이 생겨났다.작년 4월 코로나19가 확산될 무렵 스웨덴은 강력한 봉쇄정책 대신 일상생활과 방역을 함께 하는 정책을 펼쳤다. 중학교 이하 학교는 휴교하지 않았으며 쇼핑몰이나 식당 등도 문을 열게 허용했다. 복지 선진국인 스웨덴의 방역정책을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세계가 지켜보았으나 결국은 방역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자연적으로 집단면역 체계가 작동하기를 바랐던 스웨덴의 생각과는 달리 사망률이 심각하게 높아지고 인근 국가들의 봉쇄 조치로 스웨덴은 경제적 피해까지 입었던 것이다. 브라질도 집단면역을 시도하려다 코로나 확진자 수가 남미 1등으로 올라서는 수난을 겪었다.질병관리청은 자연적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우리나라의 경우 35만명의 사망 희생자를 감수해야 하기에 집단면역 이론은 애초부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밝힌 바 있다.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11월 집단면역에 대한 국민적 불신감이 커지고 있다. 이달 중 도입키로 한 모더나 백신 수급이 제조사의 생산 차질로 늦어지면서 또다시 정부가 백신 돌려막기에 급급하다는 소식이다. 정부의 백신 공급이 수차례 차질을 빚으면서 국민들이 받은 스트레스도 또한 적지 않다.세계 각국은 내년도 백신 물량 확보에 열을 올린다는데 11월 집단면역만 학수고대하고 인내한 국민들을 실망시키는 일이 벌어져선 절대 안 된다. /우정구(논설위원)

2021-07-29

코로나 하루 2천명 육박, 휴가철 집중 방역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기세가 꺾이지 않은 채 갈수록 상황이 악화다. 28일 1천900명선까지 다가선 코로나19 확진자는 29일에도 1천674명을 기록, 23일째 하루 네자릿수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수도권에 대한 4단계 조치가 28일 기준 17일째지만 아직 감소세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은 오히려 “내주까지 거리두기 효과가 없으면 더 강력한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비수도권의 코로나 유행의 기세도 좀체 꺾이지 않는다. 29일 0시 기준으로 대구 56명, 경북 22명, 부산 82명, 경남 90명, 대전 69명 등이다. 비수도권 비중이 지난달 말 18.9%이던 것이 지난 26일에는 40%까지 치솟고 여전히 30%대다. 대구와 경북은 헬스장, 술집, 노래연습장 등 산발적 감염이 여전히 잇따르고 있다. 28일에는 서문시장에서 4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포항에서는 고교생 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아 비상이 걸렸다.아직 백신접종이 이뤄지지 않는 아동·청소년의 확진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중앙방역대책본부 자료에 의하면 최근 1주일 사이 0∼19세 확진자가 279명으로 확인돼 한달 전 보다 무려 3배 이상 증가했다. 더 빠르게 백신접종이 진행돼야 확진자를 줄일 수 있다.델타 변이 검출률도 50%를 넘어 우리나라도 이젠 델타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를 잡았다. 어제까지 우리나라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9만5천99명으로 집계돼 20만명 돌파는 이젠 시간문제다.전 국민이 지금보다 더 높은 경계심을 가져야 할 때다. 특히 7월말은 본격 휴가철의 시작이다. 전국 주요 관광지에 많은 피서객의 방문이 예상된다. 휴가철 이동을 통한 전국적 대유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민 각자가 휴가철 이동을 자제하고 방역수칙을 엄격히 지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지난 주말 동해안 해수욕장 등지에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여전히 경계심을 잃은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행정당국이 단속 인원을 늘린다 하지만 단속보다는 국민 스스로가 사태의 위중함을 알고 자중자애하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델타 변이 확산으로 미국이 두달 만에 마스크를 다시 썼다고 한다. 이번 주말은 코로나19를 피해 집에서 조용히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은 피서법이 된다.

2021-07-29

유단취장의 묘계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조선의 실학자 성호 이익 선생은 사물의 원리를 관찰한 ‘관물편’에서 ‘단점이 있어도 그 속에 있는 장점을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성호 이익 선생 댁 마당에 감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한 그루는 대봉 감나무지만 일년에 겨우 서너 개 열렸고, 다른 그루는 많이 열리지만 땡감나무였다. 감나무 때문에 마당에 그늘도 많이 지고, 장마때면 늘 젖어있어 마당 마를 날이 없었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성호 선생이 톱을 들고서 한 그루를 베어내려고 두 감나무를 번갈아 쳐다보며 오가고 있었다. 그 때 부인이 마당에 내려와 말했다. “이건 비록 서너 개라도 대봉시라서 조상 섬기는 제사상에 올리기에 좋죠. 저건 땡감이지만 말려서 곶감이나 감말랭이 해두면 우리 식구들 먹기에 넉넉하죠.” 그러고 보니 참 맞는 말이었다. 성호 선생은 둘 다 밉게 보았고, 부인은 둘 다 좋게 봤다. 밉게 보면 못났고, 좋게 보니 예쁜 것이었다. 단점 속에서 장점을 취한 부인의 말에 성호 선생은 톱을 창고에 넣고 나오면서 웃었다.“하하하, 유단취장(有短取長)이란 옛말이 그른 게 없구나!” 단점이 있어도 장점을 취할 것이 있다는 말이다. 세상에 어떤 사람이든 장점만 갖고 있는 사람은 없다. 그게 만고불변의 진리다.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되자 양당이 서로에게 협상결렬의 책임이 있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실무협상단장인 성일종 의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 실무협상이 결렬된 원인에는 안철수 대표의 대선 출마 의지가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대권에 나가고 싶어서 통합이라는 큰 그림으로 자꾸 접근하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지금 단계에서 통합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 합당을 회피하려고 말장난하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국민의당 협상단장인 권은희 원내대표 역시 협상 결렬 책임을 국민의힘에 돌렸다. 국민의힘이 국민의당을 정당으로 인정하지 않으려 한다고 했다. 양당 합당 실무협상단은 지난 27일 4차 회의를 마친 뒤 당명 변경, 야권 단일후보 플랫폼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야권통합을 이루겠다고 공약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야권통합을 바라는 국민의 기대를 언급하며 “협상의 열기가 다 식기 전에 당 대표간 협상에 응해달라”고 안철수 대표에게 대표간 협상을 촉구했다.이 대표는 그동안의 협상에서 당협위원장직 공동임명, 국민의당 인사의 경선준비위원회 참여,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 등의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상에 임했는데도 협상 중에 추가되는 요구사항들이 있어 협상이 결렬됐다며 아쉬워했다.그러나 지난 대선에서 야권이 표를 더 많이 얻고도 정권을 빼앗겼던 뼈아픈 경험을 되새겨보라. 야권대통합 없이 야권이 정권을 되찾기는 어렵다. 도대체 못할 일이 무엇인가. 안 대표는 즉각 대표 간 협상에 나서서 ‘사소취대(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한다)’의 마음으로, 야권대통합을 이뤄주길 바란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 역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국민의당과 힘을 합쳐야 ‘유단취장’의 묘계를 구현할 수 있다. 그게 순리다.

2021-07-29

언론자유 위축시키는 ‘징벌적 입법’ 중단해야

더불어민주당이 소위 ‘언론재갈법’으로 불려지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하면서 각계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언론의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법안은 곧바로 문체위 전체회의에 회부된다. 현재 문체위 전체 위원 16명 중 민주당 의원이 8명이고 비교섭단체인 열린민주당 김의겸 의원까지 합치면 9명으로 과반이 되기 때문에 민주당이 마음만 먹으면 이 법안은 일사천리로 국회에서 통과된다. 이번 개정안은 신문·방송사, 인터넷신문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따라 허위·조작보도를 했을 때 손해액의 5배 이내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을 해야 하며, 정정보도를 했을 때 원래보도의 2분의 1 이상 분량·시간으로 해야 하고, 인터넷 기사에 대해서도 기사의 열람 차단 청구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야권에서는 언론중재법이 민주당 안대로 개정되면 언론검열 시대로 돌아가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에서도 이 법안에 대해 “시민이 아닌, 집권여당에 최적화된 언론개혁법이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등 언론단체는 지난 28일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공동 성명을 냈다. 언론단체는 성명서에서 “민주당이 입법 권력을 이용해 언론을 길들이려는 언론중재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내는 것을 비롯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서겠다”고 밝혔다.이 법안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하면 언론사 취재기자나 편집·보도국 간부들은 한층 더 ‘셀프검열’을 강화하는 수밖에 없다. 폭로·비판·의혹기사를 쓰거나 편집할 때 회사의 입장을 일차적으로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자 하는 것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발상이라고 보고 있다. 허위뉴스라는 개념이 모호해서 기사가 마음에 안 들면 사법권을 장악하고 있는 권력자들이 어떻게든 법 적용 대상으로 몰아갈 수 있는 개연성이 있다는 것이 학자들의 판단이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노골적인 언론손보기가 시작된 것이다.

2021-07-29

비움과 채움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오래전, 모 대학의 교수가 사석에서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박 교수는 차를 좀 큰 것으로 바꿔요. 교수답게”난 그 말을 듣고 피식 웃음이 났다. 운전도 그렇거니와 주차도 서툴러 내게 맞는 편한 차를 몰고 다니는 것인데, ‘교수니까 이 정도 되는 차는 몰고 다녀야 한다’는 그 생각이 황당했기 때문이었다. 더 웃긴 것은 전세 대출 갚는다고 푸념하면서도 명품 시계를 차고 명품 가구를 물색하던 그 교수의 태도였다.세상에는 허영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늘 누군가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보여주기 위해서 분수에 넘는 사치를 하고, 그리고 뒤에서 카드값 막느라 대출금 갚느라 전전긍긍하면서 그래도 남들 앞에서는 괜히 있는 척하는 이들. 남들한테 있어 보여야 무시당하지 않고 사람대접 받는다고 생각하는 그릇된 사고가 낳은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가시적인 것들이 명품이면 뭐하랴. 명품 찾는 사람이 짝퉁이면 다 부질없는 것을.명심보감 ‘安分篇’에는 이런 말이 있다.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가난하고 천해도 즐거우나,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돈이 많고 귀해도 근심한다(知足者貧賤亦樂 不知足者富貴亦憂).’라고. 스스로 가진 것에 만족하면서 사는 삶은 참으로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선조들은 안분지족하는 삶을 평생 화두로 삼기도 했었다. 토정 이지함이, 삼베옷에다 짚신 신고 헤진 갓을 쓰고 포천 현감으로 부임할 당시, 아전들이 산해진미를 갖춰 올린 상을 두 번이나 물리며 “우리가 못사는 이유는 분수에 맞지 않게 사치하기 때문이니, 부유해지기까지는 그런 음식을 먹지 않으면 좋겠습니다.”하고는 보리밥과 시래기국으로 식사를 마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간소한 삶, 아름다운 나이듦’의 저자 소노 아야코도 ‘간소함의 철학’에 대해 설파한 바 있다. 즉 나이가 들수록 허세, 과욕, 집착 등 비대해진 욕망을 과감히 버리고 분수에 맞는 삶, 절제와 침묵의 삶을 실천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때 중요한 것은, 버리는 것이 결코 상실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분수를 모르고 욕심 많은 사람은 버리면 버릴수록 ‘상실감’을 크게 느끼지만, 분수를 아는 사람은 비우는 과정에서 ‘채움’의 공간을 읽어낸다. 그리고 그 공간은, ‘보이지 않는 것들’, 무한한 진리로 채울 수 있고 그럼으로써 삶이 더 풍요로워진다는 지혜마저 깨치고 있다. 그렇기에 분수를 아는 사람은 ‘비움’을 결코 두려워하지 않는다.정작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래서 고전 명작인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도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것을 ‘비밀’이라며 속삭이지 않았던가. “오로지 마음으로 보아야만 정확하게 볼 수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 법이야.”라고. 이처럼 삶의 본질을 꿰뚫어 보는 안목은 화려하게 치장된 ‘눈에 보이는 것’들을 채우는 과정에서가 아니라 있던 것들을 버리는 가운데 생기는 빈 공간을 비가시적인 진리로 채워나가는 데서 생기는 법이다.

2021-07-29

여름날의 동심(童心)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여름은 아이들의 계절이었다. 봄은 여자의 계절이고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란 말이 있지만 여름은 어느 세대보다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계절이었다. 나무 그늘에 앉아 부채질이나 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폭염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온종일 쏘다니며 놀았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데다 요즘처럼 학원에 다니는 아이도 없었으니 여름방학동안에는 하루 종일 밖에서 노는 게 일이었다. 지금은 까마득히 멀어진 옛일이지만 그 때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동요를 듣거나 부르면 단박에 그 시절로 달려가게 된다.“모래성이 차례로 허물어지면/ 아이들도 하나둘 집으로 가고/ 내가 만든 모래성이 사라져 가니/ 산위에는 별이 홀로 반짝거려요// 밀려오는 물결에 자취도 없이/ 모래성이 하나 둘 허물어지고/ 파도가 어둠을 실어올 때에/ 마을에는 호롱불이 곱게 켜져요”박홍근의 동시에 권길상이 곡을 붙인 ‘모래성’이란 동요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으며 놀던 아이들이 날이 저물어 하나 둘 집으로 돌아가면 하늘에는 별이 돋아나고 마을에는 호롱불이 켜진다는 내용이다. 노래하는 아이들의 티 없이 맑고 고운 목소리가 그려내는 이 아름다운 정경을 무엇에 비길까. 어린 시절 그런 추억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가슴이 울컥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지리라.“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외양간 송아지 음메 음메 울적에/ 어머니 얼굴을 그리며 간다/ 고향을 부르면서 구름은 간다// 저 멀리 하늘에 구름이 간다/ 뒤뜰에 봉숭아 곱게 곱게 필적에/ 어릴 때 놀던 곳 찾으러 간다/ 고향을 부르면서 구름은 간다” - 정근 시, 이수인 곡 ‘구름’동시는 아이들이 직접 짓기도 하지만 어른들이 동심으로 돌아가서 쓰기도 한다. 그래서 동시의 화자는 언제나 어린이가 된다. 이 동요도 화자는 어린이지만 고향과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며 어른이 지은 동시다. 외양간에서 송아지가 울고 뒤뜰에 봉숭아가 곱게 피는 고향에는 나를 반겨주는 엄마가 있었다. 그곳에서 발원한 동심은 어른이 되어서도 꿈엔들 잊을 수가 없는 것이다.“내 고향 가고 싶다 그리운 언덕/ 동무들과 함께 올라 뛰놀던 언덕/ 오늘도 그 동무들 언덕에 올라/ 메아리 부르겠지 나를 찾겠지// 내 고향 언제 가나 그리운 언덕/ 옛 동무들 보고 싶다 뛰놀던 언덕/ 오늘도 흰 구름은 산을 넘는데/ 메아리 불러본다 나만 혼자서” - 강소천의 시, 정세문 곡 ‘그리운 언덕’태어나서 늙도록 고향을 떠난 적이 없는 사람도 이 노래를 부르면 코허리가 시큰해지는 것은 왜일까. 고향이란 단순히 태어나고 자란 장소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그 시절과 그 속에 담긴 추억까지를 포함하기 때문일 것이다. 동심은 천진무구한 인간 본래의 마음이다. 그래서 성서에도 어린아이와 같아야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했다.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닌 이상 사람은 누구에게나 동심이 있다. 다만 각박한 세상을 살면서 때 묻고 무뎌졌을 뿐이다. 요즘 아이들은 동요보다는 성인가요를 더 좋아하는 모양이다. 가장 아름답고 순수해야 할 동심의 시절을 건너뛰는 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21-07-29

평화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도록

장규열 한동대 교수 인터넷과 노트북 그리고 핸드폰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힘들다. 모든 지식과 정보, 소통과 교류는 이미 온라인으로 넘어온 지 오래다. 코로나19가 모두를 힘들게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오히려 앞당긴 셈이다. 비대면과 디지털이 대세가 되어 교역과 외교, 교육과 경제를 포위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만나지 않고도 못 할 게 없는 환경으로 바뀌어 간다. 얼른 적응해야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터. 편한지는 몰라도 혹 잃는 게 없을지 살펴야 한다.찌는 더위 속에는 없으면 상상하기 힘든 게 또 하나 있다. 에어컨. 한국에 들어온 지 반세기도 안 되었는데 도시를 완벽 점령했다. 빌딩과 오피스는 에어컨이 장악했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로 무겁게 들어선 도시의 숲은 폭염을 에어컨으로 겨우 식힌다. 실외기가 내뿜는 열기와 차량배기열이 기온상승을 부추기고 부자연한 순환환경 탓에 냉방병이 기승이다. 지구온난화와 기후위기로 여름마다 몸살이다. 자연스럽게 만나고 사귀며 오가는 정을 나누지 않게 된 만큼, 자연과의 연결도 인공적으로 차단해 함께 숨을 쉬는 자연스러움마저 잊어가는 중이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그런 중에 올림픽은 열렸고 남북대화의 물꼬가 터질 모양이다. 반대를 무릅쓰고 겨우 열어젖힌 스포츠의 축제마당에서 세계가 겨룬다. 어려운 가운데 혼신을 기울여 준비했을 선수들 땀방울에 감동할 뿐이다. 코로나19의 그늘로 신음하는 온 세계에 빛줄기 한 가닥이 드리워진 느낌이다. 답답했던 남북관계도 문이 열리는가 싶다. 안팎으로 꽉 막힌 사정들만 그득한 차에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열릴 기미를 환영하지 않을 국민이 없다. 올림픽이 팬데믹을 염려하며 진행 중이듯 남북이 만나는 일에 더 이상 실수와 패착은 없어야 한다. 평창올림픽에서 대화의 문이 열렸던 기억은 내년 초 베이징올림픽 즈음에 결실이 있을까 기대하게 한다. 일방적 구애와 독선적 주장은 피해야 하고 겨레와 한반도의 운명에 집중해야 한다.국제사회도 남북대화를 반기는 분위기다. 미국과 유엔도 한반도에 연락과 소통이 열린 일을 지지한다고 했다. 그간의 합의와 성과를 바탕으로 하나가 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온갖 어려움 속에도 살아있는 올림픽 정신처럼 난관과 역경을 뚫고라도 끝내 이뤄낼 평화와 통일의 깃발을 올려야 한다. 우리 모두의 소원을 기억해야 하고 뭉치면 더욱 강해질 겨레의 내일을 겨냥해야 한다. 급격하게 변해가는 환경과 기조에도 흔들림없이 벼루는 민족의 목표를 기억해야 한다. 조용하게 끊임없이 노력해 온 정부가 지펴낸 불씨에 고마운 마음이며, 이를 보다 높이 타오르게 하여 마침내 평화의 기틀이 든든하게 들어섰으면 한다. 비대면과 차단막이 육중하지만 민족이 하나가 되려는 상생과 화합의 기운을 꺾을 수는 없다. 평화가 없는 세상을 상상도 할 수 없는 날이 다가오고 있다. 올림픽 마당에 남북이 진정으로 하나가 되어 등장할 날을 만나고 싶다. 상상만으로도 숨이 조금 트인다.

2021-07-28

17년 매미

천적이 많은 매미는 종족보존을 위해 그 종마다 5년, 7년, 13년, 17년 주기로 땅 위에 올라온다. 천적과 마주칠 기회를 줄이려고 천적의 성장주기를 비껴가는 소수를 주기로 세상에 나오는 거란 해석이 유력하다.이 가운데 주기매미(Magicicada)는 매미과에서 주기가 13년 또는 17년으로 소수해인 매미를 가리키며, 북아메리카에 주로 서식한다.올해 미국 북동부에서는 17년마다 대량으로 발생하는 주기매미인 ‘브루드-10’때문에 온 나라가 몸살을 앓고있다.가정에서 매미를 튀겨서 준비를 해놓고 김을 펼쳐 밥을 깐 다음 그 위에 매미튀김을 수북이 올린 다음 말아서 완성하는 매미김밥이 유행이란다. 매미떼는 조 바이든 미국대통령의 첫 해외 순방 취재진을 태우기로 돼 있던 전세기 엔진에 매미떼가 들어가 항공기를 교체해야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울음소리도 비행기 이착륙소음 80데시벨보다 높은 90데시벨에 육박해 17년 매미가 극성을 부리는 지역사람들은 귀청이 따가워 잠을 못이루는 피해를 겪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말매미(Cryptotympana atrata), 참매미(Oncotympana coreana Kato), 애매미(Meimuna opalifera) 같은 분류로 따지면 미국 주기매미도 땅 속에서 유충으로 성장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이 다를 뿐 대략 3~4종의 매미로 분류된다.참고로 우리 매미들도 적게는 3년 많게는 5년 정도 땅 속 유충기를 거쳐서 성충이 되지만 우리는 매년 매미들을 보게 된다. 미국 매미도 결국 우리가 흔히 보는 매미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에서 벌어지는 매미떼의 출몰이 성경에 나오는 메뚜기떼의 범람처럼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진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1-07-28

大選이 대구·경북현안 해결의 기회 될 수 있다

최근 취임한 국민의힘 추경호 대구시당위원장과 김정재 경북도당위원장이 “대선에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대선공약을 발굴하는데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혀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들 두 위원장은 내년에 치러지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야권의 승리를 위해 주도적으로 뛰어야 하는 중책을 맡게 됐다.추 위원장은 “대구시, 관련 전문가와 협력해서 대선공약에 대구경북통합신공항 특별법과 대구 취수원 이전 문제 등이 포함되도록 해 대구발전의 원동력을 확보하는데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예타면제 사업으로 추진하려다 실패한 영일만 대교 사업을 예로 들면서 “경북도의 현안이 대선 공약에 반드시 들어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대구시는 현재 낙동강 취수원이전 문제를 비롯해 산업구조개편, 대구산업선 철도 건설, 캠퍼스 탄소중립 공간 조성 사업, 제2국립극단 및 전용국립극장 대구설립 등 내년에 당장 국비를 확보해야 풀 수 있는 현안이 쌓여있다. 경북도도 마찬가지다. 우선 가덕도 공항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 특별법 제정과 예타 면제 등이 해결돼야 한다. 그리고 신공항 연계 교통망 구축(서대구~신공항~의성 연결철도, 중앙고속도로 읍내JC~의성IC 확장, 북구미IC~군위JC간 고속도로 건설)과 문경~김천간 내륙철도 건설, 성주~대구간 고속도로 건설 등도 해당지역 주민들의 오랜 숙원이다.사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재정 부담이 가중돼 내년에도 국비 확보 여건이 쉽지 않아 보인다. 설상가상 문재인정부 들어 대구·경북 패싱이 노골화되면서 주요 현안이 줄줄이 표류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의힘 대구시·경북도당이 주도적으로 나서 현안해결에 집중하겠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최근 여야 각 대선주자들은 한창 지역별 공약을 준비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이처럼 지지 기반 확장에 총력을 쏟고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은 대구·경북 현안이 후보자들의 공약집에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타이밍에도 맞다. 대구시와 경북도도 지역 국회의원과 호흡을 같이하면서 대선주자 공약에 현안이 많이 반영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2021-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