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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의 향연 속으로

등록일 2022-07-18 18:52 게재일 2022-07-1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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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강성태시조시인·서예가

폭염과 소나기를 번갈아 가며 여름날의 파노라마가 펼쳐지고 있다. 반짝이는 모래와 찰랑이는 파도가 사람들을 부르고, 시원한 계곡의 물소리와 숲의 그늘이 도심을 벗어난 발걸음을 반기는 듯하다. 감소세를 보이던 코로나19 확진자가 오미크론 하위변이의 증가세로 다시 고개를 드는 듯해도 산과 바다로 떠나는 사람들의 발길은 거침없어 보인다.

교외로 떠나는 발길만이 분주해진 것이 아니다. 300만 도민의 제60회 경북도민체육대회가 화합과 감동의 축제로 성황리에 막이 내렸는가 하면, 찾아가는 음악회나 춤 공연, 전시회, 시낭송회 등 문화와 예술이 어우러진 크고 작은 행사가 백화제방(百花齊放)처럼 열렸거나 열리고 있다. 모처럼 활기띠는 도심과 명소 곳곳엔 볼거리와 먹거리를 즐기려는 시민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니, 서로 만나고 소통하며 교류와 공감의 폭을 넓혀가는 가운데 살맛나는 세상이 한결 느껴지게 되는 것이리라.

지난주 경상북도교육청문화원에서 열린 ‘제1회 경상북도교육청 시낭송 in 포항 페스티벌’은 시낭송과 춤, 노래의 어울림으로 한여름 밤을 아름답게 수놓은 시의 향연이 아닐 수 없었다. 동해 바다와 연오랑세오녀, 향가, 독도아리랑 등을 비슷하거나 다르게 시낭송의 이미지화, 시노래, 시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하게 선보이며 시가 어떻게 낭송으로 꽃피워지고 이채롭게 표현, 전달되는지 멋스럽게 보여준 감동의 드라마였다. 문자로 쓰여진 시가 음성과 몸짓으로 청중들에게 스밈과 울림으로 다시 태어난 복합적인 콘텐츠였다.

이러한 콘셉트는 경상북도교육청 구미도서관에서 주최하고 경상북도교육청에서 기획한 시낭송 축제로, 경북을 4개권역(서부권, 동부권, 북부권, 중남권)으로 나눠 각 권역별 시낭송가와 문화예술인들이 지역적인 특색을 살린 시를 이색적으로 각색, 연출하여 시의 저변확대와 시낭송문화를 일궈 나가는 아이템으로 진행됐다. 지난 4월 구미에서 ‘행복한 꿈의 詩작’을 시작으로 7월에는 포항권역에서 ‘동해 백만의 詩 꽃피우다’를 주제로 포항시낭송회와 소리나눔, 경주시낭송회 등의 시낭송가들이 참여했으며, 10월 안동, 11월 경산에서 열린다 하니 사뭇 기대와 응원의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시 삼백편을 알면 생각에 간사함이 없다(詩三百 思無邪)는 옛 성현의 가르침도 있지만, 시는 일상의 양념이나 윤활유처럼 부드러움과 여유로운 마음을 갖게 해준다. 더욱이 코로나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 하는 마음을 조금이나마 보듬고 달래며 삶의 의욕을 부추기는 매개물로 시낭송이 주는 위안과 효능은 중요하게 여겨진다. 그러한 맥락에서 지난 주말 비 내리는 저녁답에 포항철길숲 한 켠에서 열린 포항문인협회의 ‘문학이 흐르는 숲길’ 주제의 시낭송과 수필, 소설 구절 낭독 등의 문학행사는 지나가는 시민들도 동참해 시를 향유하는 등 의미있게 열렸었다.

시를 읽고 낭독을 즐기며 문화와 예술을 사랑할수록 그 도시의 품격과 경쟁력이 향상될 것이다. 좋은 문학작품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물이 아니라, 대중과 사회가 공감하고 지속가능한 내일을 지향하며 더 나은 세계를 추구하는 지역의 꿈과 의지의 산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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