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강 연재소설 ‘Grasp reflex’
허 형사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참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우현이 고개를 돌려 한 차례 한숨을 내쉰 뒤 허 형사를 보았다.
-다른 대안이 없으신 것 아닙니까? 인공 콩팥 이식을 받기는 받아야겠고 신품을 쓰기에는 비용이 부담스럽고 그런 것 아닙니까? 완전한 조건을 원하신다면 중고를 쓰시면 안 되지요.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는 이거 다 불법입니다. 알고 계시지요? 주위 경찰 동료들에게는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이식을 받으시든 받지 않으시든. 허 형사님을 믿겠습니다.
결국 허 형사의 아내는 중고 인공 콩팥을 이식받았다. 지방의 한 준 종합 병원의 수술실에서 우현이 데리고 온 외과 의사가 수술을 했다.
-너무 걱정 마십시오.
의사를 따라 수술실로 들어가던 우현이 허 형사에게 말했다.
수술이 끝난 후 병실로 찾아온 우현에게 허 형사가 물었다.
-어떻게 구한 콩팥인지?
우현은 정말로 듣고 싶은 것이냐 되물었고 허 형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식을 받은 후 허 형사의 아내는 건강을 되찾은 듯 보였다. 부종도 조절이 되었고, 간간이 반복되던 구역도 사라졌다. 주치 의사가 인공 신장 이식을 받았는지 물었고 허 형사는 그렇다 대답했다. 어디서 받았는지, 무엇을 이식 받았는지 의사는 캐묻지 않았고 허 형사도 말하지 않았다.
아내의 당뇨가 나은 것은 아니었다. 인공 콩팥 이식으로 콩팥의 문제는 해결되었지만 다른 합병증들을 해결하지는 못했다. 콩팥이 기능을 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 다른 장기들 또한 기능이 좋았을 리 없었다. 심장과 뇌의 혈관들, 손과 발의 신경들에 합병증이 생겼다. 인공 심장과 인공 췌장 등의 이식을 받으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우현이 말을 했지만 허 형사와 그의 아내는 더 이상의 수술을 원하지 않았다. 중고였음에도 인공 콩팥을 이식받는데 들어간 비용이 적지 않았다. 이미 그들의 삶은 많은 제약을 받고 있었다.
인공 콩팥 이식 수술을 받은 지 삼 년이 되던 해 허 형사의 아내가 세상을 떠났다. 심혈관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었다. 투석을 시작하면 평균 잔여 수명이 십 년입니다. 십 년 안에는 결국 사망하거나 혹은 이식을 받아야 합니다. 아내를 납골당에 남겨 두고 돌아오며 허 형사는 주치 의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허 형사가 다시 우현의 자료를 찾아 꺼낸 것은 박 팀장이 한 말 때문이었다. 허 형사는 어느 정도 수사가 진행이 된 뒤 인공 장기 브로커들을 만나볼 생각이었지만 인공 장기관련 브로커를 먼저 만나보라는 박 팀장의 충고를 무시할 수 없었다. 일을 대강 하는 것처럼 보여도 박 팀장은 베테랑이었다.
우현을 다시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어쩐 일이십니까? 우리 허 형사님이 전화를 다 주시고. 사모님은 좀 어떠십니까?
우현은 허 형사의 아내가 죽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굳이 허 형사가 우현에게 말할 필요가 없었다. 허 형사가 뭐라 대답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우현이 말을 이었다.
-요즘 심장을 구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췌장은 조금 어렵습니다. 아무래도 아직 상품이 많이 나오지 않은 탓에. 그래도 허 형사님 일이라면 제가 꼭 만들어 드려야지요. 사모님 일인데. 당연히 그래야지요.
허 형사는 잠깐 망설이다 물었다.
-폐는? 인공 폐도 나왔다던데. 혹시 물건 있어?
헛기침을 몇 차례 한 후 우현이 대답했다.
-사모님 일로 전화하신 게 아니네요. 폐는 무슨 이유로 찾으실까? 제가 의사는 아니지만 이쪽 계통에서 일한 지가 제법 되거든요. 폐하고 당뇨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는데. 사모님이 담배를 피우시는 것도 아니고. 물건이 필요한 것이 아니시구나. 그냥 묻고 싶으신 거구나. 그걸 이렇게 돌려 물으시네.
눈치가 빨랐다. 허 형사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다른 뜻은 아니고. 사건을 하나 맡았는데 인공 폐 이야기가 나와서. 그저 궁금해서. 혹시 우현 씨가 들은 이야기가 있나 해서.
-우현 씨는 무슨. 씨까지 붙이십니까? 그냥 우현이라 하면 됩니다. 저도 뉴스 정도는 보고 삽니다. 혹시 얼마 전 있었던 올더앤베러 최 회장 사건 말씀입니까? 허 형사님 담당 사건입니까? 그게 말입니다, 말하자면.
허 형사가 우현의 말을 끊었다.
-바로 아네? 올더앤베러 사건인 줄.
-당연하지요. 업계에서는 벌써 이야기가 한 바퀴 돌았지요. 그 모델의 인공 폐 이식은 처음이었거든요. 작동을 잘할지 어떨지가 관심의 대상이었는데. 좀 허무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전화로 이러지 말고 잠깐 보는 건 어떨까? 잠시만 만났으면 하는데.
우현이 대답했다.
-만날 필요까지야. 저는 고객 아니면 만날 일 없습니다. 특히 형사하고는. 제 직업이 브로커인데 공권력과 만나고 다녀서야 되겠습니까? 대답부터 드릴게요. 저는 그 사건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습니다. 관계도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제 되었지요? 전화 그만 끊어야겠습니다. 사모님께도 안부 전해주시고요.
-잠깐만.
이미 전화가 끊긴 뒤였다.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신호만 갈 뿐 우현은 전화를 받지 않았다. 잠시 후 우현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김강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