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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내리는 종족 번식과 유지의 명

등록일 2022-07-20 18:05 게재일 2022-07-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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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률시인·국악인
오낙률시인·국악인

어디 출렁이는 물결이 바다나 호수, 또는 강에만 있을까? 해마다 여름이면 동해의 바다가 산으로 들판으로 넘치기라도 한 듯 세상이 온통 푸른 물결로 출렁인다. 그렇게 출렁이는 물결 위에 연꽃이며 참나리꽃, 원추리꽃, 개망초꽃 등의 여름꽃은 출렁이는 산촌의 푸른 물결 위에 반짝이는 윤슬이 되어 한여름의 시골 정취를 완성한다. 산촌의 여름은 푸르디푸른 물의 천국이어서, 온갖 생명으로 새로이 피어나는 물의 고향 같아서, 어쩌면 신록에 묻혀 사는 나조차도 신록처럼 푸르고 청순해야 마땅할지 모를 일이다. 생각해 보면, 나뭇잎으로 혹은 이름 모를 풀잎으로 피어나서 마치 바닷물보다도 더 푸르게 출렁이는 저들의 몸속에는 바닷물이나 강물보다 오히려 몇 배는 더 맑고 순수한 물이 가득 차 있음이니, 필자의 시선으로 저렇게 바람에 흔들리는 초원의 몸짓을 출렁이는 물결로 보는 것에 그 타당성을 의심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가끔 젊은이들로부터 굳이 결혼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식의 이야기를 들을 때가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혼인을 거부하는 풍조가 혼기를 놓친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만 유행하는 반갑잖은 풍조로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한술 더 떠서 젊은 남성에게서도 그런 말을 종종 듣게 된다.

필자는 그들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농사를 지으면서 느낀 자연의 이치를 생각하며 안타까움을 느끼곤 한다. 농부들은 농사를 짓다가 때가 되었는데도 열매를 달지 못하는 개체가 발견되면 사정없이 자르거나 뽑아서 버린다. 소를 기르면서도 마찬가지다. 암소가 새끼를 가질 나이가 되어 몇 번이고 수정을 시켰는데도 새끼를 낳지 못하면 가차 없이 도태시킨다. 그렇게 농사행위에서도 자연의 순리가 철저히 지켜지고 있는데, 대자연의 입장에서 인간을 바라보는 눈길에 종족 번식 행위를 거부하는 소수의 인간이 마냥 곱게 보일까 싶다.

사람이 나이 들면 고독이 가장 무서운 형벌이 된다. 따라서 인간은 젊어서부터 고독을 경계하며 그에 합당한 대비책을 준비하게 된다. 작금의 사회에 비추어 볼 때 사람이 절대고독에 빠져드는 나이는 개인과 성별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략 70세 전후부터 시작되는 것으로 보인다. 바로 그것이 사람이 가정을 꾸리고 살아야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비록 젊어서는 혼인을 거부하거나 무시하고 살 수 있겠지만 나이 들어 그때가 되면 다들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젊어서부터 지상 모든 생명체에게 내려지는 종족 번식과 유지의 명을 받지 못한 죄로 그들은, 가령 80세까지 살면 10년형. 90세까지 살면 20년형 운이 나빠서 홀로 100세까지 살게 되면 삼십 년 형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건강하게 혼인 생활을 지속한 사람은 가족이라는 작은 사회를 가꾸어온 공으로 그 사회 안에서의 행복을 죽을 때까지 만끽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이 형무소 생활을 두려워하는 이유가 단지 육체가 고단한 생활이어서는 아닐 것이다. 진정 형무소 생활이 두려운 것은 고독이라는 단어가 그토록 두려운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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