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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와 역학

등록일 2023-01-16 17:11 게재일 2023-01-1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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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낙률 시인·국악인
오낙률 시인·국악인

검정 털빛의 암컷 토끼를 상징하는 계묘년(癸卯年) 새해가 뜀박질을 시작했다. 필자에게도 송구영신의 아쉬움과 설레임이 교차하는 건 아직도 심장에 뜨거운 피가 흐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거니와 가슴에 소망 하나쯤 간직하고 있는 탓이 아닐까 싶다.

해마다 이맘때면 많은 사람이 나름의 방법으로 자신의 한해 운수를 가늠하려 한다. 그러나 한두 달쯤만 지나면 연초에 가진 궁금증은 뒤로하고 역학(易學)과 관련된 이야기는 깡그리 미신으로 치부해버리고 귀담아듣지 않으려 한다. 해서 필자는 나름의 조그만 지식으로 역학과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를 짧게나마 더듬고자 한다.

역(易)이란 해와 달의 운행에서 생기는 기운과 변화를 뜻하고 역학이란 易이 인간 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리고 易은 자연이라는 포괄적 개념의 핵심에 자리하고 있으므로 그 범위는 해와 달을 정점으로 피라미드 모양의 자연계가 도표처럼 구성된다고 할 수 있겠다. 따라서 역의 기운 변화에 대응하며 살아가는 지상의 모든 생명체는 역(易)의 종속 자연물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하고 당연한 사실마저도 망각하거나 무시하고 사는 것이 보편적 현대인의 삶이고 보면, 그것은 필자가 새삼스레 역을 이야기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인간은 오랜 세월 동안 역을 연구하고 학문으로 계승 발전시키며 오늘에 이르렀다. 다만 그렇게 발전해온 역학이 언제부턴가 점성술과 그 개념이 혼동되어 사람들로부터 외면받는 학문으로 전락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러나 인간 생활에 있어서 가장 기본적이며 우선적이어야 하는 학문이 역학이며 오늘날의 찬란한 문화발전을 가능케 한 것도 알고 보면 역학에 기초하고 있음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역학은 곧 자연학이며 인류가 삶을 영위하는 것에 있어서 기본학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생활에서 보편적 의미에서의 역학이 이용되는 예는 수도 없이 많은데, 집마다 한두 개쯤 걸려 있는 달력이 그 대표적 예이며 세계인이 사용하고 있는 숫자의 개념 또한 역학의 기원이 된 하도(河圖)와 낙서(洛書)에서부터라고 전한다.

달력은 역학이 만들어낸 인류 생활 최고의 도표이다. 언젠가 필자는 달력에 적힌 요일의 배치 관계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다. 일월(日月)의 운행 법칙이 남북에 해당하는 화(요일)와 수(요일)를 기준 축으로 해서 동서에 해당하는 목(요일)에서 금(요일) 방향으로 회전하듯 운행한다는 사실을 달력에서 읽어 낸 바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전동기의 원리와 지상에 존재하는 모든 에너지의 생성 원리가 남북을 그 축으로 하고 동에서 서로 회전하는 일월의 운행 원리에 있다는 나름의 해석을 가져 본 기억이다.

계묘년은 도약의 해이자 다산의 해이다. 토끼라는 짐승은 여타 동물처럼 한쪽 발씩 번갈아 내딛지 않고 두 발로 도약하듯 껑충껑충 뛰면서 이동하는 동물이며 다산을 상징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계묘년을 시작하는 모든 사람의 소망이 토끼 걸음처럼 껑충 도약하는 해가 되었으면 싶고, 출산에 의한 신생아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예년보다 더 많이 울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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