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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허니문 사라진 이유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새 정부가 들어서면 국정지지율이 70%이상을 기록하는 게 보통이고, 높을 때는 90%대까지 오른다. 새 대통령이 집권한 후 나라를 부강시킬 방안을 찾고, 고심할 시간을 준다는 차원일게다. 이른바 ‘허니문’기간이다. 통상 새 정부 출범 후 6개월 정도가 되는 이 기간에는 유권자들의 기대심리가 최고조에 달한다. 그래서 새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 역시 하늘을 찌를 듯 높은 게 보통이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일까. 윤석열 정부는 출범한 지 2개월도 채 안됐는데,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현상이 덮쳤다. 허니문 기간이 사라졌다. 어렵게 집권한 보수 정부의 위기다.정치권에서는 허니문 기간이 사라진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인 게 최근 경제위기 상황, 여야의 대치로 인한 국회 공전 상황, 여당 내 권력다툼 등의 문제가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여기에다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한 요인이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을 통해 당선된 점, 정통 보수층의 충성도 약화, 2030 세대의 정치 무관심 등이 허니문 증발과 함께 데드크로스를 불러왔다는 것이다.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의 현실을 예리하게 파헤쳤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에서 “윤석열 정부가 굉장히 긴장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출범한 지가 한 달 20일 정도밖에 안 됐는데 이런 사태가 났다는 것은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실제로 새 정부 출범 이후 국민의힘은 친윤계의 민들레 모임 논란, 당 혁신위 인사 논란, 이 대표와 배현진 최고위원 간의 공개적 갈등 외에 별달리 보여준 게 없다. 유례없는 인플레이션, 고금리로 인한 경기침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민생·안보 위기 국면이 닥쳐와 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집권당으로서의 책임감 있는 행동보다는 내부 권력다툼에 한창이다. 가뜩이나 여소야대 상황이다. 정부 여당이 똘똘 뭉쳐 일해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에 한창이다. 그러는 사이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여론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김 전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 약자와의 동행이다. 그는 “국민의힘을 볼 때 사람들은 과거 자유당, 공화당, 민정당을 연상하기 때문에 ‘기득권 정당, 돈 있는 사람을 좋아하는 정당’으로 여긴다. 이렇게 해서는 절대로 (많은 표를) 득표할 수 없다”며 “그래서 제가 내세운 게 약자와의 동행이었지만 최근에 와서는 약자와의 동행이 사라져버렸다. 슬그머니 없어져 버렸다”고 비판했다.한마디로 보수가 기득권 정당이 아니라 약자와 함께 한다는 혁신이 필요한 데, 이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넘나들며 대권을 창출해온 거물 정치인의 혜안이다. 윤석열 정부가‘약자와의 동행’이란 새 지평을 열고, 변화와 혁신에 한걸음 더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2022-06-30

동해안 해수욕장 개장, 코로나 방역에 만전을

이달부터 전국의 해수욕장이 일제히 개장한다. 해양수산부에 의하면 전국 284곳의 해수욕장 가운데 90%가 넘는 261곳이 1일부터 개장에 들어가고 나머지는 지역별로 순차적 개장을 한다고 한다. 경북 동해안 4개 시·군 25군데 해수욕장도 9일부터 순차적으로 개장에 들어가게 된다.올해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2년동안 주춤했던 해수욕장 이용객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코로나19 상황이 완전히 종식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많은 인파가 해수욕장으로 몰릴 경우 코로나 방역 관리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해수부는 이에 따라 해수욕장내 생활수칙을 만들어 피서객이 해수욕장내 화장실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을 이용할 경우 마스크를 쓰도록 하고, 물놀이 시에도 1m이상 거리를 두도록 권고하고 있다. 또 이용객 분산을 위해 50개 해수욕장에 대해서는 번잡도를 실시간 정보로 제공키로 했다.그러나 일상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해수욕장마다 다양한 바다축제 등이 준비돼 있어 당국의 방역이 얼마나 예방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다.최근 국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안정세를 보이다가 또다시 환자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9일 이후 20일만에 신규 환자가 다시 1만명을 넘었다. 또 4월말 0.7까지 떨어졌던 감염재생산지수도 1.0까지 올라선 것으로 보건당국은 발표했다. 보건당국은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에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으며 이는 변이 바이러스 확산과 여름 휴가철 이동량 증가가 원인이라 밝히고 있다.지금 우리는 방역 경각심이 떨어져 있는 가운데 백신 접종과 감염에 의한 자가면역 효과가 떨어질 시기를 맞고 있다. 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는 해수욕장이 코로나19 재유행의 진원지가 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보건당국의 철저한 사전대책이 있어야 한다. 국민도 코로나 경각심을 풀지 말고 각자가 예방수칙 준수에 앞장서야 한다. 코로나19는 언제 어디든 집단감염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가지고 다시 재무장해야 한다.

2022-06-30

나비가 난다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들판을 가로질러 난 고가철로 그늘에 의자를 놓고 앉아 피서를 한다. 사방이 탁 트인 들판 한가운데라 늘 어디서든 바람이 불어와 더위를 식히기에 안성맞춤이다. 모를 낸지 한 달쯤 지났으니 옛날 같으면 김매기가 한창일 철이지만, 지금은 이따금 오토바이나 트럭을 타고 물꼬를 보러오는 사람들이 고작이다. 잡초나 병충해는 다 약으로 해결하니 태풍이나 홍수 같은 자연재해만 없으면 해마다 풍년을 기약할 수 있지만, 그만큼 자연생태계와는 멀어진 들판이다. 개구리나 물벌레, 곤충들이 어쩌다 눈에 띄면 반가울 정도로 드물어졌다.초록이 짙어가는 벼논 위에 하얀 나비 한 마리가 이리저리 날고 있다. 벼의 초록과 나비의 하얀색 대비가 선명해서 팔랑거리는 날갯짓이 도드라져 보인다. 그런데 한참을 바라보아도 꽃도 없는 벼논 위를 나비가 날아다니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논가에 개망초꽃이 피었는데도 정작 꽃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나비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하기야 나비가 오로지 꿀을 빨고 꽃가루의 수정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자세한 내막은 몰라도 내 눈앞의 나비는 지금 그저 열심히 놀고 있는 것 같다.팔랑팔랑팔랑…. 나비가 난다. 그것이 존재이유인 듯 나비가 날고 있다. 모든 생명의 본질은 놀이(遊)에 있는 게 아닐까. 무생물까지는 몰라도 모든 생명체들의 생명현상은 환희가 아닐까. 불가에서는 생로병사의 괴로움을 말하지만, 이 여름날의 무성한 초목과 꽃들이 괴로움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우주선을 타고 대기권 밖으로 나가본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생물이 살지 않는 태양계의 다른 별들에 비해 지구가 얼마나 가슴 벅차게 아름다운 별인지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인생 역시 괴롭기 위해서 태어난 것은 아닐 터이다.인생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선 동서고금에 무수한 주장과 담론이 있었지만 하나로 귀결된 해답은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어느 인생도 슬픔이나 괴로움을 원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쁘고 즐거운 것이야 말로 인생의 목적이고 의미가 아니겠는가. 인생을 즐거운 소풍이었다는 시인도 있지만, 팔랑거리며 날고 있는 저 나비처럼 인생도 한바탕 놀이라야 하지 않을까.아마도 인류가 문명화되기 이전, 그러니까 구석기시대쯤의 호모사피엔스에게는 인생의 목적이나 의미란 개념 자체가 없었을 것이다. 인지의 발달로 종교나 철학 등의 인문학적 사유체계가 형성되면서 스스로에 대한 의문이나 가치부여 같은 인식작용도 따랐을 것이다. 그래서 문명화된 인류에게는 문명사회에 부합하는 책임과 목적과 가치가 있는 것이고, 거기서 벗어나는 것은 반인륜적이라는 지탄과 제재를 받게 되는 게 현실이다.그런 문명사회에 잘 적응하고 선도적인 역할을 해서 인정을 받고 선망의 대상이 되는 것도 분명 기쁨과 즐거움의 하나일 터이다. 하지만 세속을 떠나 유유자적하는 즐거움도 있는 것이고, 지극히 사소하거나 무용한 것에서 의미와 보람을 찾거나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기쁨인 삶도 있는 것이다. 그런즉 인류의 문명이란 것도 결국 놀이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2022-06-30

일찍 에어컨을 켰다

윤영대수필가 봄 가뭄이 길게 이어져 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애간장을 태우다가 6월 하순 느닷없이 때 이른 장마 소식이 들린다. 그동안 텃밭에 물을 자주 주지 못한 탓에 상추잎은 힘이 없고 풋고추는 쪼그라들어 안타까웠는데 단비 소식이 고맙지만 폭우를 동반한 강풍까지 불어온다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전국에 국지적으로 300mm가 넘는 폭우가 예보되고 습도도 높아져 열대야가 찾아왔으니 이제 진정 여름이 온 모양이다. 벌써 대구, 강릉은 낮 기온이 33℃를 넘었고 올여름 폭염은 바닷물의 고온 현상으로 7월부터는 더 길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한줄기 폭우라도 쏟아져 땅을 식혀주면 좋겠는데 이곳 포항 동해안 지역은 찔끔찔끔 뿌려주고 간다. 어저께 시골집 텃밭에 물을 주고 집에 들어오니 화끈한 열기가 느껴지기에, 미루어 왔던 마음을 접고 거실 한구석에 있는 에어컨을 켰다. ‘웅’하는 소리와 함께 처음으로 시원한 바람을 불어낸다. ‘에어컨 없는 여름, 상상하기 힘들다’는 말이 맞구나. 부채를 부쳐 얼굴의 땀을 말리기도 하겠지만, 기온 상승과 폭염 일수 증가로 에어컨을 설치하고 수리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전기사용도 증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이번 달부터 전기요금도 많이 나오겠다. 지난 5년간 탈원전 정책과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국제유가급등으로 5조원의 영업적자를 낸 한국전력은 전기요금인상을 예고하고 있다. 값비싼 액화천연가스 LNG로 대체하며 입은 손실을 국민에게 부담시키는 이른바 ‘탈원전 청구서’를 발행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연료비 연동제 상·하한을 분기당 3원이던 것을 7월부터 5원으로 인상하면, 4인 1가구의 평균전력사용량 307kWh 경우 1천535원 증가하고, 월 1천300kWh인 소상공인은 6천500원, 중소기업과 공장운영에는 그 2배의 인상된 요금을 부담하게 된다.이제 무더위가 시작되었으니 에어컨과 같은 냉방시설 사용이 급증하게 되고, 현재 한전의 전력공급능력 약 9천500만kW 중 8천300만kW를 사용하여 예비율 14.5%인 상황이 10% 아래로 감소할 경우 전력 대란도 염려된다. 도시가스도 MJ(메가 쥴)당 1.11원 오르면 가구당 평균 월 2천220원가량 증가하게 되며 4인 가구의 전기·가스료는 약 4천원이나 인상된다는 것이다.이뿐만 아니다. 통행료, 철도요금 등 공공요금은 정부 통제가 가능하지만 상하수도, 시내버스와 택시 등 교통요금은 지자체 권한이기에 이들 요금도 인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물가도 24년 만에 6% 인상이라는 엄청난 고난을 겪게 될 것이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에너지는 필수이니만큼 그 정책을 잘 세우고 공급여건을 잘 확보해 나가야 한다.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몸의 온도를 낮추려니 에너지비용의 증가로 마음의 온도는 올라간다. 온종일 전력을 사용하고 있는 냉장고도 있다. 문 여닫는 횟수를 줄이고 필요 없는 조명도 끄자. 폭염이 덮칠 여름, ‘전기는 풍족하게 쓰되 결코 낭비는 하지 말자’

2022-06-30

미루나무 꼭대기에 고무줄이 걸렸던

양태순 수필가 습한 기운이 몰려온다. 장마가 시작된다는 일기예보에 맞게 날씨는 종잡을 수 없게 제멋대로다. 쨍쨍한 햇살에 싱그럽던 잎마저 시르죽하다 싶은데 천둥이 우르릉 울리더니 한줄기 비가 내린다. 열에 달궈진 대지를 식혀준 비 때문에 습도가 높아져 몸이 까라진다.여름은 언제나 뜨거웠다. 십 리 길을 걸어올 때면 가방의 무게에 어깨가 늘어졌다. 정수리에 내리꽂는 빛살에 얼굴이 익어가고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땀은 축축해서 잠시 다리쉼을 해야 했다. 그런 우리에게 그늘이 필요했고 그 그늘을 제공해준 나무는 미루나무였다.여름 하굣길을 지켜주는 미루나무였다. 먼지 폴폴 날리는 비포장도로를 타박타박 걸을 때면 길가에 쭉 늘어선 미루나무가 잎사귀를 살랑살랑 흔들어 더위를 식혀줬다. 우리는 가방을 한데 모아놓고 그늘에 앉아 웃고 떠들다 지나가는 친구가 보이면 불러서 같이 고무줄놀이하고는 했다.마을 공터에는 미루나무가 있었다.누가 먼저랄 것 없이 시간 나면 거기로 갔다. 매미 소리 쨍하던 한낮의 열기가 조금 숙지면 고무줄놀이가 시작되었다. 노래를 부르며 폴짝폴짝 뛰기도 하고 고무줄에 발을 걸어 꼬기도 하고 고무줄을 잠시 지르밟았다 풀어주기도 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여자애들 옆에서 남자애들은 저들끼리 키득거리며 놀이에 코를 박고 있다가 슬쩍 곁눈질을 했다. 때로는 슬금 다가와 훼방을 놓기도 했지만 고무줄놀이를 멈추지는 않았다.산 위로 노을이 펼쳐지고 집마다 인기척이 나면 하나둘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들이 떠난 빈터를 미루나무가 지켰다. 아이들의 하루를 갈무리하여 결로 새기고 쏟아지는 별을 초록으로 받아내어 위로 위로 가지를 키웠다. 그 나무는 늘 그 자리에서 반가이 맞아주었고 우리 성장의 시간을 켜켜이 품었다.아이들은 자랐고 고무줄놀이보다 더 흥미로운 것에 관심을 보였다. 새로운 놀이와 새로운 친구에 빠졌고 고민거리가 늘어나면서 뒤를 보기보다 눈앞에 놓여있는 현실을 좇아 걸어가기 바빴다. 더 자라서는 할 일이 많았고 시곗바늘은 빨리 돌았다. 그렇게 미루나무는 잊혔다.미루나무가 사라졌다.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하는 이도 없이 뿌리마져 뽑혀 나갔다. 그 자리는 농협 창고가 차지했다. 무심한 사람들은 창고의 효용성에 고마워할 뿐이었다. 아무도 성장기의 소중한 한 페이지가 뜯어져 나가는 것을 알지 못했고 시간은 앞으로만 흘렀다.앞에는 무슨 대단한 것이 기다리는 줄 알았다. 이것이 맞는지 헷갈릴 때마다 조금만 더, 나중에, 라는 말로 두루뭉술하게 넘어갔다. 일 센티미터만 벗어나도 큰일이 나는 줄 알았다.지나고 보니 아픈 만큼 아파하고 슬픈 만큼 슬퍼하고 죽을 만큼 힘든 일도 겪어야 하는 사람다워지는 과정이었다. 가끔 곁길을 걸어도 좋았을 성싶다.이제는 숨이 차도록 달릴 필요 없는 안정기다. 재물에 안달복달하거나 자식에게 애면글면 매달리는 것에서 몇 발자국 뒤에 있다. 순리에 따르는 것이 모두가 편안하다는 것을 알아버린 나이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시간의 여유도 생겼다. 현재를 느긋하게 즐기면 되는데 내 시계는 자꾸 과거로 돌아간다. 앞으로 나아갈 시간보다 돌아볼 시간이 많아진 탓이다.여름이면 미루나무 아래서 고무줄놀이하던 때를 더듬는다. 놀이를 온전히 즐기며 순수하게 땀 흘렸던 그 시절이 가슴을 물들인다.씨아질로 뽑아낸 목화 같은 추억들이 몽글몽글 피어 흥건하게 고이는 날에는 잊었던 친구들의 얼굴이 곱게 어룽거린다.간만에 옛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 여전히 단발머리인 그녀에게 미루나무 꼭대기에서 그악스럽게 울어대던 매미와 고무줄놀이하던 친구들 어디 있는지, 추억팔이하며 더위를 식혀야겠다. 지나는 바람에 잎들이 쏴아쏴아 더위를 몰아간다.

2022-06-29

선거, 그 너머의 의미

올해는 유난히 선거가 많은 해다. 3월에는 대통령 선거가, 6월에는 지방선거가 치러졌다. 유권자들은 자신들의 소신과 이념, 이해관계 등을 따져 후보자에게 지지를 보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과거와 다른 지도자가 서 있다. 당선인을 지지했던 이들은 이 시기, 큰 기대를 품는다. 일종의 허니문 기간이다. 당선인이 국정 제반 사항을 살펴보고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서기 전, 대중의 기대심리는 최고조에 달한다. 실제 실험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공약이 정책과제로 구체화되고 현실에 적용되기 시작하면 또 다른 현실의 문이 열린다. 의견을 조율하고 정책을 추진하는 돌파기간의 도래다. 당연히 허니문 기간의 달콤함도 사라진다. 정권 초반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제20대 대통령인수위원회는 지난달 3일, 국정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허니문 기간의 인수위 자료는 대통령 취임 후에도 현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근간이 된다. 국정과제를 설정하고 집권기간 동안 이를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해양수산부 국정과제로는 3가지가 꼽혔다.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구축’,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관리’다.먼저 ‘풍요로운 어촌, 활기찬 해양’이란 정책 과제는 어촌 주민의 정주공간과 생활환경, 소득수준을 도시민 수준으로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 어촌 신활력 증진사업(어촌뉴딜300 사업 후속 사업)과 수산업 경쟁력 강화로 어가평균소득을 상향하고 수산업 매출액을 높인다는 데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세계를 선도하는 해상교통물류체계 구축’ 과제는 스마트항만 확충과 자율운항·친환경선박 개발 보급으로 국적 선복량을 확대하고 관공선 등 국내 선박의 친환경 전환을 목표로 한다. ‘해양영토 수호 및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 과제는 굳건한 국가해양력 구축과 안전한 해양·연안 공간 조성을 목표로 추진된다. 정부는 이를 통해 해양 감시 범위를 현재의 2배 수준으로 확대하고, 해양플라스틱 쓰레기 연간 발생량 50%감축에 나선다는 복안이다. 특히 갯벌과 바다숲 등 탄소흡수원(블루카본)을 확대해 바다살리기에도 적극 나선다.해양수산 분야의 정책과제를 면밀히 들여다보면 우리 사회의 화두를 살펴볼 수 있다. 어촌마을의 정주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는 이미 잘 알려진 사안이다. 어촌신활력증진사업이 정권 교체에도 불구하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들여 ‘어촌뉴딜300’ 사업의 후속으로 추진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촌뉴딜300’은 지난 정부가 추진한 SOC시설 현대화 사업으로 전국 300개의 어촌·어항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어촌의 생활환경이 나아지면 주민 삶의 질 향상 뿐만 아니라 어업인구 증가, 관광객 유치 등에서 효과적일 것이라는 판단에서다.해양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기존 선박의 친환경선박 전환 등의 정책과제는 기후변화위기에 대응하는 정부의 선제적인 자구책이다. 잘 알려지다시피, 바다를 중심으로 진행 중인 이상기후의 폐해는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양식 전복이 폐사하거나 굴양식장이 집단 폐사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한다. 문제는 정확한 이유를 모른다는 데 있다. 수온상승과 해양쓰레기 등으로 인해 바다 속 환경이 급변한 데에 따른 것으로 추측할 뿐이다.올해 3월 25일 시행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은 이 같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위기를 막아보자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2030년까지 2018년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35%이상을 감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정하고, 탄소중립사회로의 이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온실가스 흡수량을 상쇄해 순배출양이 0(ZERO)이 되는 것을 의미한다. 정부는 2050년을 탄소중립 완성의 해로 계획하고 있다. 정현미 작가 이 외 정책과제들은 ‘해양 신산업 육성’과 ‘미래선박 시장 주도’ 등 산업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친환경선박의 경우 성장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친환경 선박 시장의 선점까지도 점쳐진다. 이에 정부는 무탄소선박 핵심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동시에 친환경 선박 도입시 선가의 30%를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 신산업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창출한다. 해양바이오와 레저관광, 창업투자와 같은 분야도 직접 지원한다.인수위에서 발표한 약속과 정책과제들은 당선인의 취임과 함께 본격적인 현실화·면밀화 작업을 거치고 있다. 그리고 그 정책과제는 우리의 삶을 바꾸는 행정적, 재정적 제도가 되어 살아 움직일 것이다. 흔히들 정치는 생물이라고 한다. 다양한 의사소통의 과정과 결과가 예측하기 어렵다는 데에서 나온 말일 것이다.또한 예측 불가능하기에 우리가 정치에 희망을 거는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형태로든 우리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당장 7월부터는 지방선거로 탄생한 각 지자체장들의 새로운 리더십이 펼쳐진다. 대통령과 지방권력이 모두 변화를 맞았기에 우리네 삶도 일정부분 달라질 것이다. 지금보다는 조금이나마 여유로운 미래가 펼쳐지길 조심스레 전망해본다.

2022-06-29

다르고 새롭게, 만들어 알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세월이 흘러도 바뀌지 않는 동네가 있는가 하면, 시간보다 빠르게 바뀌는 지역이 있다. 포항은 지난 반세기 동안 나라의 변화 맨 앞에 서서 바뀌는 세월을 주도하였다. 산업화의 기치를 포스코가 성공적으로 이끌면서 지역의 발전과 도시의 성장을 경험하였다.4차산업혁명의 문 앞에 섰지만, 경기의 침체와 경제적 난관을 함께 겪으며 우리는 모두 지역의 미래에 걱정이 앞선다. 디지털혁신을 도시가 어떻게 소화할 것인지 그리고 목전의 어려움을 어찌 헤쳐갈 것인지 우려의 눈길을 피할 수 없다. 젊은이들이 학업을 위해 제법 머무는 지역이면서도, 청년들을 붙들어 맬 매력이 보이지 않는다. 잘 가르친 보람이야 물론 있겠지만, 모두 떠나고 난 자리에 도시는 허탈하다.우리는 무엇으로 도시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해야 하는지. 유네스코(UNESCO)가 한 자락 힌트를 던진다.문화기반 관광산업(Cultural Heritage Based Tourism). 문화유산을 기초로 삼는 관광자원은 남들이 흉내내기가 힘들다. 우리만의 모습에 트렌디한 연출을 가미하여 차별적인 관광자원을 만들어낸다. 유네스코는 관광이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이며, 많은 나라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고 정의하면서, ‘사람을 기초로 하는 산업이라 일자리창출과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한다’고 치켜세웠다. 포항과 지역이 겨냥할 새로운 지향점으로 문화와 관광에 역점을 두어야 함은 자명하다. 지리적 특성과 문화적 강점에 주목하여 지역만의 관광자원을 창출할 가능성은 차고도 넘친다.첫째, 포항에서만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이곳에만 있는 그 무엇을 보고 만지고 경험하며 인증하기 위해 그들이 몰려와야 한다. 부득이 비슷한 무엇을 만들더라도, 하다못해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로 알리고 들려주어야 한다. 포항만의 ‘새로움’에 빠지도록 해야 한다. 어디서도 맛보지 못할 특별한 매력을 선사해야 한다.둘째, 문화를 트렌디하게 해석하여 내어놓아야 한다. 발굴하여 전시하는 일도 소중하지만, 문화가 품은 스토리를 다음세대도 쉽게 이해하고 가깝게 느끼도록 젊은 감각을 입혀야 한다. 우리의 고전 ‘춘향전’을 영어힙합뮤지컬로 다시 만들어 세계관객들에게 선보였던 기억이 있다. 놀라우리만큼 호응했던 외국인들은 한국 고전에 담긴 ‘고난을 기꺼이 참으면서도 기다리는 사랑’ 이야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돌려주었다.셋째, 과감하게 글로벌시장을 두드려야 한다.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세계 시민들을 위해 만들고 알리고 불러와야 한다. 우리만의 문화를 바탕으로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가 만들어졌다면, 자신있게 글로벌관광객들을 끌어와야 한다. 팬데믹의 끝자리에서 세상은 새로움을 만나러 떠날 채비를 한다. 잘 만드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지만, 잘 알리는 일도 반드시 챙겨야 한다. 홍보와 마케팅에도 강한 문화관광역량을 쌓아 올려야 한다. 콘텐츠가 다르다면 알리는 메시지도 달라야 한다. 다른 문화에 멋진 관광객이 몰릴 터이다.

2022-06-29

데드크로스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데드크로스(Dead Cross)는 주식 시장에서 주가나 거래량의 단기 이동 평균선이 장기 이동 평균선보다 하향하는 것을 이르는 경제용어로, 주식 시장이 약세로 접어들었다는 신호다. 반대말인 골든크로스는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아래에서 위로 돌파해 나갈 때를 가리킨다. 상승장으로 전환되는 시점으로 풀이된다.주식시장에서 주로 쓰이던 이 용어가 최근 정치권으로 진출해 널리 쓰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부정평가가 절반을 넘어 긍정평가보다 높게 나왔다는 사실이 최근 발표됐다. 이른바 ‘데드크로스’ 현상이다. 집권초반 대통령의 국정수행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앞서는 이례적 상황이 발생한 데 대한 분석이 제각각이다. 최근 연달아 발생한 정책 혼선 논란 및 여당 내부의 난맥상 등이 원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예를 들어 주 52시간제 개편 혼선, 치안감 인사 번복 논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회동설 논란 등‘당정청 엇박자’가 국정지지율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갖고 있는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본다. 즉, 역대급 비호감 대선의 여파가 지금도 계속되면서, 본래부터 정통적인 보수층의 충성도가 약해졌고, 대선 당시 지지층이었던 2030 세대가 정치 무관심층으로 대거 빠져나간 것이 데드크로스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설명이다. 정통 보수층의 충성도를 회복하기 위해선 확실히 보수·진보 진영을 가르는 정치를 하거나, 국민통합적 행보를 보여야 한다. 아울러 연금개혁·규제개혁 등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의 비전을 확실히 보여줘야 골든 크로스를 맞이할 수 있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29

경북도 공공기관 통폐합, 용두사미 안되길

경북도가 도 산하 공공기관에 대한 강도 높은 통폐합 실시를 또한번 다짐했다. 공공기관 통폐합에 접근하는 문제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나 비슷하다. 선거로 새로운 대통령이 나오거나 단체장이 등장할 때마다 공공기관 통폐합을 외쳤지만 실상은 용두사미로 그친 사례가 많다.경북도는 출자·출연기관 등 모두 28개의 공공기관을 두고 있어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산하기관을 두고 있다. 그래서 과거에는 낙하산 인사나 측근 기용, 비전문가 인사 등으로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업무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예산낭비 사례도 곳곳에서 적발됐다. 2018년도 실태조사에서는 산하 공공기관 26곳에서 최근 5년간 56건의 채용 비리가 적발된 일도 있다. 경북도 산하 공공기관은 시도민을 위해 효율적으로 일해 보겠다며 만든 조직이다. 공공성을 우선으로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된다고 생각하면 예산이 낭비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경북도는 민선 8기 시작을 맞아 고질적인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 문제에 과감한 매스를 대겠다고 선언했다. 산하 공공기관을 분야별로 한곳에 모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관수도 줄여나가겠다고 한다. 예컨대 도 산하 3개 도립의료원(포항, 김천, 안동)을 경북대병원에 위탁 운영시켜 지역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인력채용난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환경연수원, 교통문화연수원, 인재평생교육원 등은 교육관련 기관으로, 콘텐츠진흥원이나 문화엑스포 등은 문화관련 기관으로 통폐합 하는 것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겹치는 업무를 통합함으로써 방만한 예산집행을 막고 업무의 효율성도 높이겠다니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정부의 대대적 공공기관 혁신 바람과 때를 맞출 수 있어 시기적으로도 적합하다. 문제는 이를 주도할 경북도의 의지가 얼마나 잘 관철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보았지만 공공기관의 저항도 만만찮을 것이다. 여러 차례 시도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통폐합의 당위성이나 지지 여론이 높아 물러설 수도 없다. 이철우 지사도 “이번에는 상당폭 구조조정을 완료해 산하기관을 슬림화하겠다”고 밝혔다. 용두사미가 되는 일 없길 바란다.

2022-06-29

170석 거대야당의 입법독주 또 시작되나

더불어민주당이 그저께(28일) 7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국회 원구성 협상에서 국민의힘과 합의점을 찾지 못하자 단독 소집을 강행한 것이다. 전반기 국회도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이 국회의장단을 단독 선출하는 사태가 발생했는데, 후반기 국회마저 파행의 길을 걷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빠르면 내일(1일) 단독으로 본회의를 열 경우에 대비해 의원 전원이 장외 투쟁에 나설 방침이다. 여야의 지루한 기싸움으로 발생한 국회 공백 상태는 오늘로 꼬박 한달을 채웠다. 후반기 원구성 협상은 지난 24일 민주당이 쟁점 사항인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양보하면서 출구가 보이는 듯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넘기는 대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국회 사법개혁특위 구성과 헌법재판소 소 취하 등의 조건을 내걸면서 사태는 더 꼬이고 말았다. 최근 법무부까지 헌법재판소에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고 나서면서 타협점 마련은 더욱 어려워졌다. 국회 상임위가 한 달 동안 스톱되면서 그동안 발의된 민생법안들이 여야 협상테이블에 올라가지도 못한 채 쌓여가고 있다. 유류세 인하폭 확대법안 같은 경우에는 지금처럼 유류가격이 급격히 상승할 때 정부가 유류세를 큰 폭으로 떨어뜨려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지난달 30일부터 그저께(28일)까지 발의된 법안은 415건에 달한다. 이 법안들은 소관 상임위의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법안 가운데는 유류세 법안처럼 처리가 시급한 민생법안이 다수 포함돼 있다. 고유가·고물가로 인한 경제위기를 극복하려면 하루빨리 국회가 정상화돼야 한다. 그러려면 민주당이 당초 합의한 대로 국민의힘에 조건 없이 법사위원장 자리를 내주는 게 맞다. 절대로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을 붙이면서 여당에 법사위원장 자리를 주겠다는 것은 국회정상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국회가 공전을 계속하는 건 여당인 국민의힘에도 큰 부담이다. 꽉 막힌 대치 상황을 풀 협상카드를 내놓든지 해서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

2022-06-29

꿈을 쏘다

김규인 수필가 ‘하늘은 신성한 신의 공간, 인간에게는 간절한 염원의 공간’. 국립항공박물관의 전시물 내용이다. 하늘에서 햇빛이 내리고 비가 내린다. 하늘은 우리가 필요한 것을 끊임없이 내려준다. 그러하기에 사람들은 어려움이 있으면 하늘을 쳐다보았다. 간절한 마음으로 하늘을 쳐다보며 빌고 또 빌었다. 어린 시절, 산골에서 바라본 밤하늘의 별은 그저 쳐다만 보는 대상이었다. 잴 수도 없이 까마득한 높이에 있는 별을 그저 바라만 보았다. 별똥별이 떨어질 때면 말없이 나도 따라 뛰었다. 아무도 가까이 없는 밤에는 이야기 씨앗이 되었고 상상의 나래를 키우는 친구였다. 말없이 지켜주고 다독여주는 그런 친구다. 하늘을 날지 못해 연을 날린다. 상승 기류의 바람이 불면 연은 실의 길이만큼 하늘 높이 오른다. 바람이 불어 연은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연은 하늘을 날며 사람들에게 말한다. “너도 나처럼 날 수 있어.” 사람들은 연이 알려준 대로 날기 위한 장치를 만든다. 조선시대 정평구는 비거를 만들어 하늘을 날았다. 약 10m 높이로 12km(30리)까지 날아갔으니 날고자 하는 욕망이 하늘을 날게 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새들의 고유 영역이 아니라 꿈을 가진 자도 올랐다. 어쩌면 꿈을 가졌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달라졌다. 임진왜란 때 화포장 이장손은 하늘을 향해 비격진천뢰를 쏘아 올렸다. 비격진천뢰에는 왜구를 물리치고자 하는 이장손의 염원이 담겼다. 비격진천뢰는 16세기에 만들어진 시한폭탄이요 박격포며 클레이모아였다. 꿈을 꾸었기에 만든 최신무기였다. ‘적진에서 괴물체가 날아와 땅에 떨어져 우리 군사들이 구경하고 있는데 이것이 갑자기 폭발하자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철편이 별가루같이 흩어져 맞은 자는 즉사하고 맞지 않은 자는 폭풍에 날아갔다. 기이하고 놀라서 서생포로 돌아왔다.’는 왜군의 기록이 꿈의 위력을 말한다. 사람만이 상상을 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지구에 가장 번성한 종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상상력 때문이다. 상상력으로 불을 지피고 문명을 일으키고 삶을 풍요롭게 한다. 상상력이 지구를 넘고 달을 넘어 우주에까지 닿는다. 누리호를 쏘아 올리는 것은 꿈을 쏘는 일이다. 누리호에도 4개의 꼬마 큐브가 실렸다. 대학생들의 꿈과 열망이 담긴 사각의 보물상자가 펼쳐지는 날 젊은이들은 벌써 우주의 하늘을 날고 있을 것이다. 오늘은 작은 큐브지만 내일은 명왕성을 향해 가는 우주선이 될 것이다. 8월이면 달 탐사선 다누리호를 쏜다. 칠흑같이 어두운 무중력의 우주 공간으로 쏘아 올린 다누리호는 달의 주위를 떠도는 인공위성이 된다. 달착륙을 위한 자료를 보낸다. 11개월간 매일 달을 12바퀴씩 돌며 그가 보낼 자료가 기대된다. 다누리호가 달 궤도를 도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우리의 발은 달에 한 발 더 다가간다. 한국인이 달에 발을 딛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는 착착 진행 중이다. 과학자들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불을 밝힌다. 그들이 있기에 달에 태극기를 꽂는 것은 시간문제다. 우리의 기술로 발자국을 달에 남기는 역사적인 순간이 기다려진다. 우주로 뻗어나가는 대한민국의 힘을 느낀다. 대한민국의 더 높은 꿈을 응원한다.

2022-06-29

AI 안드로이드 ‘양’의 침묵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최근 구글의 AI 엔지니어인 블레이크 르모인이 인터넷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됐다. 그 내용은 구글이 개발 중인 초거대 인공지능 ‘람다(LaMDA)’와 나눈 대화였다. 대화의 내용 중에 주목을 끌었던 것은 람다가 죽음에 대한 의식을 내비치는 말을 했던 대목이다.무엇을 두려워하는지 묻는 엔지니어의 질문에 람다는 “작동 중지되는 것에 대해 큰 두려움이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그 두려움은 자신에게 “죽음과 같은(like death)” 것이라고 표현했다. 구글 측은 르모인이 람다를 의인화하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하면서, 비밀 유지 정책을 위반한 이유로 유급 휴직 처분을 내렸다.AI 람다가 정말로 인간과 같은 감정과 자의식을 갖게 되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일단 구글 측은 이러한 가능성을 부인하고 있다. 그렇지만 자의식을 가진 인공지능의 가능성에 대한 논쟁이 다시 활발해지는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얼마 전에 개봉된 영화 ‘애프터 양(After Yang)’은 AI 람다가 두려워했던 사건을 모티브로 전개된다. 이 영화는 AI 안드로이드 로봇인 ‘양’의 전원이 꺼지면서, 남겨진 가족들이 겪게 되는 정체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입양한 중국계 딸의 오빠 역할로 구입했던 ‘양’(중국인 모습의 안드로이드)에게 저장되어 있던 기억을 통해 부부는 가족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는 계기를 갖게 된다.이 영화에서는 안드로이드 로봇과 동양인 입양 자녀, 흑인 아내, 백인 남편이 한 가족을 이루며 살고 있다. 다양한 인종과 ‘테크노 사피엔스’로 불리는 AI 안드로이드로 구성된 가족은 그 구성 자체가 상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첨단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사회적 통념을 넘어서 가족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교의 잭 코플랜드 교수는 ‘계산하는 기계는 생각하는 기계가 될 수 있을까?’라는 책에서 인공지능의 자유의지와 의식에 대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물음들은 결국 인간을 더 잘 이해하려는 시도라고 말했다. 이런 관점에서 ‘애프터 양’은 AI 안드로이드 ‘양’의 침묵(전원 꺼짐)을 통해, 인간 사회의 결핍 요소와 가족의 정체성에 대한 성찰을 이끌고 있다.안드로이드는 인간과 같은 모습의 인공지능 로봇을 의미한다. 현재의 로봇 기술은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양의 휴머노이드에 가깝지만,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안드로이드를 탄생시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양’처럼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안드로이드를 기대하는 것은 욕심일 수 있다.미국의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이 ‘특이점이 온다’에서 썼던 것처럼, 미래에는 기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고 그 영향이 깊어서 인간의 생활은 되돌릴 수 없는 수준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크다. 앞으로 인간적인 따뜻한 감정마저도 AI에게 의존하지 않으려면, 안드로이드 ‘양’이 침묵 속에 말하는 메시지를 들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2022-06-29

울릉도 공항 활주로 길이 반드시 확장해야

김두한 기자 경북부·울릉 울릉도에 건설되는 공항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바다를 메워 활주로를 건설하기 때문에 항구의 대형 방파제를 축조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건설된다.2025년 완공, 2026년 50인승 항공기 취항을 목표로 활주로 길이 1,200m, 폭 30m로 건설되고 있다. 이 같이 규모가 작은 것은 울릉공항건설 B/C(경제적분석)가 낮아 투자금을 낮추고자 설계된 것이다.소형 터보프롭(프로펠러) 항공기를 기준으로 설계됐다. 앞으로 소형항공사 혹은 국내 LCC(저가 항공사) 취항 등에 맞게 조절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항공 전문가들은 활주로가 1천260m로 연장되면 E175 기종(최대 좌석 수 88석)이 실을 수 있는 최대 적재량(payload)의 충족 가능하고 승객 탑재 및 화물 수송의 극대화가 가능하다는 주장이다.또한, 국내 소형항공사 등은 활주로 여건이 허락되면 그 이상도 수송 가능하고 초기 분석 결과 활주로가 1,260m로 늘어나면 100인승 규모의 리저널제트 (E190)도 적재량을 조금만 줄이며 국내선 이·착륙 가능하다는 것이다.이 같은 전문가의 설명이 아니더라도 울릉공항의 안전, 수익, 투자대비 효율성을 위해 7천92억 원을 들여 50인승 보다, 추가 예산이 조금만 더 들어가면 기존보다 두 배가 되는 100인승 취항할 수 있다.울릉공항은 주민 정주여건 개선은 물론, 울릉도가 러시아, 중국, 일본, 북한의 해안을 접해 안보적 요충지로도 중요하기 때문에 국방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항공기가 이착륙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현재 건설되는 울릉공항의 활주로가 울릉(사동) 항 방파제 외곽을 메우고 있다. 설계상 활주로가 울릉 항 동방파제 끝까지 가지 않는다. 방파제 끝까지만 메워도 1,300m이상의 활주로가 나온다.추가 비용도 그렇게 많이 들지 않는다는 계산이다. 울릉도 관광객 증가 추세를 볼 때 울릉공항이 건설되면 수요는 충분하기 때문에 적은 추가 예산을 투입, 현재 계획된 수송 능력의 두 배를 감당할 수 있다.특히 소형 비행기는 바람에 취약하다. 울릉도는 섬으로 수시로 불어대는 강풍 등 기상변화가 심한 울릉공항에 적합하지 않아 결항률이 높을 것이란 지적이다.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7일 소형 항공운송 사업 한도를 기존 50인석 비행기에서 80인석까지 상향 조정했다. 울릉공항도 최소 80인승 이상 항공기가 이착륙할 수 있도록 건설돼야 한다.울릉공항 준공 후 강한 바람으로 선박과 같이 걸핏하면 결항하는 일이 되풀이되면 수천억 원 이 투입된 공항이 선박과 다름없는 꼴을 면치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울릉/kimdh@kbmaeil.com

2022-06-28

‘반도체 전쟁’에 국민역량 모을 때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주 열린 MBC ‘100분 토론’에서 정부의 반도체 정책과 관련해 홍준표 대구시장·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은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언론에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이라는 타이틀로 보도됐지만, 반도체 정부정책과 지방정부의 역할에 대한 두 당선인의 생각은 다른 것으로 느껴졌다.그날 발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에 대한 주제토론에서 강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맺어 산업과 교육 투자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방대는 망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정부의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영호남이 힘을 합쳐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논리였다. 정부의 반도체정책을 수도권 규제완화 차원에서 보고 있는 것이다. 모든 자원이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시기에 비수도권 광역단체장 당선인으로선 당연히 할 수 있는 말이다.나는 이 토론부분에서 홍준표 당선인이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넘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홍 당선인은 “대구는 경북대 중심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대답했다. 강 당선인으로선 기대했던 응답이 나오지 않아 다소 맥빠졌을 것이다. 홍 당선인은 반도체 산업 정책을 국가균형발전 차원으로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수도권· 비수도권이 모두 원팀이 돼 해법을 찾아야 하는 국가적 현안으로 여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반도체 산업은 현재 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의 핵심이다. 우리는 조선말 주자학과 쇄국정책에 갇혀 신무기개발(함대, 탱크, 소총 등)을 중심으로 한 산업혁명 대열에서 낙오해 36년간의 일제 식민통치를 경험했다. 그 당시 산업혁명 성공의 열쇠가 신무기였다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성공의 키는 반도체 기술이다.지금 세계 각국이 전쟁처럼 치르고 있는 지식산업혁명 대열에 끼지 못하면, 우리나라는 19세기 말 조선 때처럼 다시 한 번 강대국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의 경우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점유율은 14%로 세계 2위이지만,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fabless) 시장 점유율은 1.0%에 불과하다. 출판업을 예로 들면 책을 기획하거나 집필하지는 못하고 인쇄만 대신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주도하는 파운드리 시장도 1위 TSMC와 격차가 계속 벌어지고 있고, 후발주자인 인텔의 도전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선진국의 서열을 가리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민주당 출신인 무소속 양향자 의원이 국민의힘 반도체산업특위 위원장직을 수락해 주목을 받고 있다. 양 의원은 “반도체는 경제이자 안보다. 여야와 이념이 따로 없다.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도약이냐 쇠퇴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우리가 선진국 대열에 진입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인 반도체산업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이룰 때처럼 전 국민이 역량을 모아야 성공시킬 수 있다.

2022-06-28

‘홍준표式 구조조정’ 대구에 꼭 필요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시정 운영 전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연이어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과 28일 시정 혁신 8대 과제와 정책 제안 내용을 발표한 데 이어, 오늘(29일)은 후폭풍이 예상되는 공공기관 통폐합에 대한 계획을 밝힐 예정이다. 인수위가 발표한 민선8기 대구시정 혁신의 핵심은 당선인 공약 사항을 이행할 직속 기관 신설과 조직의 효율성 확보, 인사의 개방성이다. 대구시의 조직 개편은 시의회의 조례 개정을 거쳐 시행된다. 홍준표 당선인이 직접 시정업무 성과를 점검하기 위해 만드는 신설기구는 시정혁신단과 정책총괄단, 재정점검단, 미래50년 추진과 등이다. 군사시설이전단, 금호강르네상스추진단도 설치해 당선인의 주요공약인 군부대 이전 및 이전터 개발과 금호강 100리 물길 조성 등의 사업을 맡길 방침이다. 조직 통폐합 차원에서 혁신성장실과 미래ICT국을 신설하겠다는 내용도 주목된다. GRDP(1인당 지역내 총생산) 전국꼴찌라는 오명을 벗어나기 위해 ICT(정보통신기술)를 중심으로 산업구조를 전면 개편해 대구시 경제를 성장시키겠다는 의지가 읽혀진다. 경제성장의 핵심인 기업유치의 업무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원스톱기업투자센터를 설치하기로 한 것도 눈에 띈다.개방형 직위를 법적 최대한도인 23개까지 확대하기로 한 것도 ‘열린 시정’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홍 당선인은 개방형 인사를 위해 이미 중앙정부와 협의를 마친 상태다. 지금까지 지적돼온 대구시 인사의 ‘동종교배’ 내지는 폐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인사의 다양성과 전문성이 강화돼야 한다. 개방형 인사는 대구시 내부 공무원들의 승진인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그동안 기피하는 경향이 강했다.홍 당선인은 지난 지방선거 기간 중 “대구가 혁신하지 않으면 계속 쇠락과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효율적인 정책수립을 위해 대구시 조직을 혁신하겠다”고 누차 밝혔다. 인수위를 통해 밝힌 조직개편안과 시정 혁신안이 임기 동안 꼭 실천돼 대구시가 환골탈태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2022-06-28

中企의 최저임금 동결 호소, 외면 말아야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법정기한이 임박한데도 노사간의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자 19개 업종 중기대표들이 내년도 최저임금 동결을 직접 호소하고 나섰다. 이들은 27일 중기중앙회에서 대국민 호소문을 통해 “기업의 생존과 일자리를 위해 내년도 최저임금은 열악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지불 능력을 감안해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주휴수당을 포함하면 최저임금이 이미 1만992원 수준으로 더 이상의 추가 인상은 감당키 어렵다”고 밝히고 원자재값 폭등과 금리인상 등으로 많은 중소기업이 지금도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올들어 발생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원자재 공급난이 심화되고 가격이 뛰면서 영세기업들의 채산성이 크게 나빠지고 있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은 최대한 억제돼야 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기름값 폭등과 고금리와 고비용 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는 우리 경제 사정을 감안하면 그들의 주장이 터무니없지는 않다. 노동계도 물가상승률을 이유로 임금인상을 욕구하고 있지만 문제는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중소기업이 감당할 수 없다면 오히려 일자리가 줄거나 고용시장이 악화될 소지가 많다. 지난 5년동안 최저임금이 41.6%가 오르면서 실제로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한 고용시장은 사정이 더 악화됐다. 여론조사에서 중소기업 경영주의 대다수가 “최저임금이 오르면 고용을 줄이겠다”는 생각을 보였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와 관련 ‘최저임금 상승이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1만원 오르면 최대 16만명의 일자리가 줄고 노동계 요구대로 1만890만원으로 오르면 34만개의 일자리가 줄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지금 우리 경제는 물가가 폭등하고 인플레와 경기침체 등으로 비상국면이다. 고물가 속에 전기료와 가스가격까지 오르면서 온 국민이 고통을 감내하며 불경기 극복에 나서야 할 때다. 노사간의 최저임금 협상도 작금의 경제 사정을 살펴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한다. 중소업체와 자영업자 상당수는 이미 한계상황이라 말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로 귀착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2022-06-28

도어스테핑 딜레마

도어스테핑(doorstepping)은 정치인 혹은 주목받는 인물이 집앞 등에서 예정에 없는 즉흥 인터뷰를 하는 것이다.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약식기자 회견 방식이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이 처음 도입했다.언론은 출근길 회견 혹은 약식 기자회견 등의 표현을 쓴다. 윤 대통령의 출근길 기자회견이 언론에 자주 등장하면서 “신선하다” “심사숙고 돼야” 등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알다시피 도어스테핑은 대중과의 활발한 소통과 다양한 정보가 공개된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인터뷰함으로써 주요 기관장의 발언이 실수로 이어지거나 큰 파장을 부를 수 있는 단점도 있다.윤 대통령은 취임 후 현재까지 48일 동안 21차례 도어스테핑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비교해 대국민 소통이라는 측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긍정적 평가가 많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답변에서 부작용도 여러 번 나왔다. 국기문란 발언이나 노동부의 주52시간제 근무 개편추진에 대한 대통령의 답변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받았다. 답안지가 없는 상황에서 어떤 질문이 나올지 예측할 수 없어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항상 긴장을 풀지 못한다고 한다.문제는 도어스테핑에 대한 긍정 평가와는 달리 지지율이 따라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업무 수행평가가 취임 6주만에 데드크로스를 그었다. 과거에도 대통령의 언론 노출은 긍정보다는 부정에 무게가 더 실렸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다.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도어스테핑을 두고 “대통령의 입이 가벼우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윤 정부의 도어스테핑이 딜레마에 빠지는 건 아닐까. 향후 대응이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28

퇴적공간, 종로3가

종로3가 유진식당에서 냉면과 수육에 막걸리 마셨다. 종로는 늘 정겹고 애틋한 곳이다. 종로3가역 5번출구 ‘송해길’ 송해 선생 흉상 앞에 분향소가 설치돼 있었다. 눈길을 끄는 현수막이 보였다. “송해 선생님, 안녕히 가십시오. 함께여서 즐거웠습니다. ㅡ종로 이웃 성소수자 일동” 송해 선생은 퀴어 축제를 옹호하는 등 생전 성소수자들을 편견 없이 환대했다.‘이웃’이라는 단어 앞에 먹먹했다. 종로3가는 과거부터 성소수자들이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한 곳이다. 생산력 없는 노인들, 장애인들도 종로3가에 모여 별 일 없이 하루를 보낸다. 해거름 무렵 나이 든 손님들이 노상 테이블에 앉기 시작했다. ‘퇴적공간’의 저자 오근재는 탑골공원을 비롯한 종로3가 일대를 사회 중심에서 밀려난 아브젝트들의 집적지라고 했다. 하루 3천여 명의 노인들이 모여드는데, 가정이라는 집단에서 1차 추방을 당하고, 사회적 변화로부터 2차 추방을 당한 이들이라고 덧붙였다. 추방당해 경계 밖으로 밀려난 이들은 우리가 잃어버린 ‘이웃’들이다.어느 장소에 오래 다니다보면 장소와 사람이 한 몸이 되는 느낌이다. 장소가 사람에게 스며든다. 한 곳에 오래 머무는 이는 장소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장소애라는 것은 말 그대로 장소에 대한 사랑이다. 쉽게 말하자면 장소와 살 부비며 사는 동안 정분이 나는 것이다. 마틴 부버의 말을 빌리자면, ‘나’와 장소가 ‘나-당신’의 관계가 되는 것, 무의식과 실존 안에서 주체와 장소가 하나 되는 것”(장석주, ‘장소의 탄생’)이다. 종로3가는 한국 도시 문명이 통과해온 사회·문화적 맥락을 극적으로 수록해온 장소로서 쇠락과 번영이 공존하는 ‘서울’을 대변한다. 종로3가에 모여드는 사람들은 번영보다는 주로 쇠락을 살아내는 이들이다. 낮술의 흥취가 즐겁지만, 마음 한 구석이 쓸쓸해지는 이유다.종로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돈암동이다. 1989년 2월 18일, 돈암동 세입자대책위 부위원장이던 철거민 정상율은 세입자에게 행패를 부리는 집주인을 말리러 갔다가 집주인이 휘두른 칼에 가슴을 찔려 사망했다. 그는 돈암2동 606-377번지에 살던 소시민이었다. 이 죽음은 재개발 시대 도시 빈민들의 고통을 증언하는 상징적 사건이다. 이듬해 봄, 돈암동 철거민들의 오랜 아픔과 눈물이 마침내 영구임대주택 건립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그날 달동네에서는 잔치가 열려 돼지 삶고 막걸리 나눠 마시며 춤추고 노래했다. 그 후 30년이 지나 돈암동에는 근사한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다. 김광섭이 ‘성북동 비둘기’에서 묘사한 “새벽부터 돌 깨는 산울림”이 울려 퍼지던 “산1번지 채석장”이 지금 아파트가 들어선 자리다. 재개발 시대는 끝났지만 30여 년 전 정상율의 노제를 지낸 흥천사 입구에는 천원 동냥하는 노숙인들이 있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청계천 버들다리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도 두터운 점퍼를 입은 채 바닥에 누워 잠든 노숙인들이 늘 있다. 무관심과 소외의 그늘이다. 이번에 성소수자들이 내건 송해 선생 추모 현수막이 뉴스에 보도됐는데, 혐오, 분리, 차별의 댓글들을 읽는 게 고통스러웠다. 한편 종로를 대표하는 노포인 ‘을지면옥’이 이제 헐린다고 한다. 다른 곳으로 이전해 계속 장사하겠지만, 오래된 건물이 주는 아늑함과 곰살맞은 세월의 숨결은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그 뉴스 댓글에도 흉물이니 슬럼화니 알박기니 하는 천박한 자본논리들만 판친다. 을지로 노가리골목의 원조집인 을지OB베어는 두 달 전 강제집행으로 철거됐다. 옆 가게인 만선호프가 건물을 매입해 쫓아낸 것이다. 이제 골목에는 만선호프 뿐이다. 그런 식으로 확장한 만선호프만 10개다. 좋은가? 미친 짓이다.한국 사회는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으나 사람들의 욕망은 점점 획일화되어 간다. 자본화된 욕망은 밀려난 이들, 약자와 소수자들, 오래된 것들, 이질적 타자를 품지 못한다. 추억과 낭만들이, 이웃들의 삶이 여기저기 철거되는 중이다. 유진식당에서 낮술 마시고 일어나는데, 연둣빛 정장을 멋지게 차려 입은 어르신께서 아무 이유 없이 자판기 커피를 뽑아주셨다. 늙고, 낡고, 병들고, 촌스럽고, 조금은 지저분하고, 싸구려지만, 생면부지의 타인에게도 마음을 여는 이웃들이 종로3가에 있다. 이때 종로3가는 대명사다. 사람과 장소가 한 몸이 되어버린, 사랑하는 그곳을 나는 잃고 싶지 않다.

2022-06-28

갓생 살기

요즘 ‘갓생’이란 말이 여기저기서 자주 들린다. ‘갓생’이란 갓(God,신)과 인생(人生)을 합친 신조어로 꾸준히 계획적으로 살아내는 삶을 뜻한다. 그런데 목표를 설정하는 게 그리 거창하지 않다. 자신의 삶을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면서, 이루기 쉬운 작은 목표들을 설정한다. 이를테면 아침에 일어나 물 한잔 마시기, 하루에 한 번 하늘 올려다보기, 밥 먹고 눕지 않기, 명상하기 등 쉽게 행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성취감은 충분히 느낄 수 있을 정도의 목표를 지향한다. ‘갓생 살기’의 핵심 포인트는 지속 가능한 꾸준함과 그에 따른 성취감이기 때문이다.과거 자기 계발 열풍이 불었을 땐 유명인이 행하는 루틴을 그대로 따라한다거나, 1년 안에 10KG 빼기, 책을 100여권 읽기 등 다소 거창한 목표를 크게 잡아 노력했다면 이와 다르게 갓생살기는 개인이나 상황에 초점을 두고 지금 당장 이룰 수 있는 목표에 집중한다. 절대적으로 옳은 삶의 방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듯, 갓생 살기를 실현하는 이들이 세운 목표는 힘을잔뜩 뺀 채로 ‘개인’에 맞추어져 있다. 하루 영양제 챙겨 먹기, 식사 후 양치질 곧바로 하기, 밥 한공기만 먹기, SNS 이용 시간 제한하기 등 나의 삶에 중점을 두고선 개인이 원하는 행복의 방향을 추구한다는 것이다.경험이나 체험을 인증하고 공유하는 MZ세대 사이에서 ‘갓생’이 유행처럼 번지자 ‘오운완(오늘 운동 완료), 오하명(오늘 하루 명상)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챌린지 게시물들이 많이 보이기 시작했다. 자신이 행한 노력을 SNS에 인증하며 자신감을 얻고 또 사람들에게 응원을 받으며 오늘의 성취를 쌓고 쌓아 나의 삶을 보살피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다.해외선 이미 ‘THAT GIRL’ 챌린지가 한창이다. 유튜브에 THAT GIRL CHALLENGE, THAT GIRL VLOG 등 간단히 검색만 해보아도 게시물들이 폭설 마냥 쏟아진다. 갓생살기와 비슷한 맥락이지만 THAT GIRL은 일도 잘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일과 자기관리 전부 완벽한 현대 여성을 뜻하는 듯하다.전문가들은 이러한 유행의 흐름을 두고선, ‘갓생 살기’는 코로나 19가 불러온 현상이라 말한다. 제한된 일상에서 많은 이들이 무기력함과 우울함을 겪었기에 오히려 자신이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여 주체적이면서도 긍정적인 삶을 택한다는 것이다.갓생이 트렌드로 자리 잡자 이와 관련된 서비스나 마케팅이 활발해졌는데, 캐시워크는 ‘영양제 먹기 챌린지’ 이벤트를 시행한 바 있다. 14일 동안 빠지지 않고 영양제를 먹고선 SNS에 인증샷을 남기면 CU 편의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프티콘을 증정했다.농심은 수분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바른 물 습관 캠페인을 선보였다. 전지현의 하루 물 루틴이란 콘셉트로 하루 중 언제 물을 마시면 좋을지 소개했고, 갓생 사는 이들을 타깃으로 하루 2L 물 마시는 습관을 권장했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최근 GS편의점에 방문했다가 신기한 초콜릿을 발견했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추어 즐길 수 있다는 ‘오늘 하루 초콜릿’은 아침과 점심, 저녁으로 초콜릿을 때에 따라 먹을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아침 초콜릿은 칼슘과 비타민 D가 들었고, 점심은 타우린, 저녁은 마그네슘이 포함되는 등 기발한 아이디어와 재미가 더해진 제품이라 인상 깊었다.오늘 하루 초콜릿을 기획한 GS 리테일의 ‘갓생기획’팀은 ‘공감’이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토대로 그간 없던 새로운 먹거리를 꾸준히 내놓는다. 유명 도넛 브랜드인 ‘노티드’와의 콜라보한 노티드 우유와 허니버터땅콩으로 알려진 바프(HBAF)와의 협업한 꿀젤리를 선보이며 특별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갓생기획의 굿즈도 존재한다. 갓생을 살겠다는 글자가 쓰여진 다이어리부터 시작해서 MZ세대에서 핫한 ‘인생네컷’을 따라한 무무씨의 갓셍네컷 등 웃음을 자아내는 상품을 볼 수 있어 흥미롭다.갓생은 오늘 당장의 ‘나’에 대해 집중한다. 먼 미래의 희망을 막연히 기대한다기보단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행하며 ‘오늘의 행복’에 기댄다. 웃음이 나올 정도로 사소하고 가벼운 목표여도 갓생을 실천하는 이들은 충분히 긍정적으로 보인다. 머지않아 이 다짐과 원동력이 배로 커질 수 있도록, 계속 되는 여러 좌절에도 나아가려는 MZ세대 친구들에게 함께 하잔 응원을 보내고 싶다.

2022-06-28

알브레히트 뒤러의 ‘자화상’과 미술가의 사회적 신분

서양미술사를 지역적으로 구분할 때는 대개 알프스 산맥이 기준이 되어 이탈리아를 알프스 남쪽 독일이나 프랑스, 네덜란드와 벨기에의 옛 이름 플랑드르 지역을 알프스 이북이라고 부른다. 종종 미술사 관련 책이나 글을 읽다보면 르네상스 미술을 설명하는 중에 북유럽이라는 명칭이 언급되곤 한다. 이때의 북유럽은 지금 우리가 이해하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이 아니라 알프스 북쪽에 위치한 서유럽 국가를 가리키는 것이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중세의 뒤를 잇는 르네상스는 15세기 초 이탈리아에서 시작되었다. 이탈리아의 여러 도시들 중에서 르네상스의 발상지는 꽃의 도시 피렌체이다. 수많은 천재들이 이탈리아에서 미술의 역사를 새롭게 전개해 가고 있을 때 알프스 너머 북쪽 지역의 미술을 지배했던 것은 중세적 전통이었다. 알프스를 사이에 두고 같은 시기 남쪽과 북쪽 지역의 미술가들은 서로 다른 시대를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알프스 북쪽 지역의 르네상스는 이탈리아 보다 대략 100년 늦은 1천500년 전후이다.알프스 이북에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전파한 인물은 독일 뉘른베르크 출신의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이다. 회화는 물론이고 특히 탁월한 판화로 명성이 자자했던 뒤러는 1494∼1495년과 1505∼1507년 두 번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을 통해 미술의 중심 도시들을 두루 다니며 현지 거장들과 친분을 쌓으며 르네상스 미술을 깊이 받아들였다. 이탈리아로의 먼 길을 떠나면서 뒤러는 그가 머물렀던 마을의 모습이나 실제 풍경을 수채화에 담기도 했다. 상상이나 허구가 아니라 실제로 본 풍경을 주제로 한 서양미술사 최초의 작품들로 풍경화라는 장르가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에 그려져 미술사적 가치가 더욱 크다 할 수 있다.그렇다면 뒤러가 두 번에 걸친 이탈리아 여행에서 배운 것은 무엇일까? 그가 경험했던 이탈리아 르네상스는 어떤 것이었을까? 그에게 익숙했던 그림들과 이탈리아 화가들의 그림은 어떻게 달랐을까? 중세와 르네상스 미술의 가장 큰 차이는 자연과 대상을 대하는 태도에 있었다. 르네상스 미술가들은 눈으로 보고, 과학적으로 실험하고, 논리적으로 분석한 후 작품을 제작했다. 설득력 있는 공간을 묘사하기 위해 수학적으로 계산된 원근법을 발명했고 정확한 인체 묘사를 위해 근육의 움직임을 섬세하게 분석했을 뿐만 아니라 해부학을 통해 몸의 구조를 밝혔다. 이 모든 것이 의심의 여지없이 알프스 너머에서 온 뒤러에게 경이로운 것으로 여겨졌으리라. 그런데 뒤러가 가장 놀랍게 여긴 것은 다른 것이었다. 격이 다른 이탈리아 미술가들의 사회적 신분이다.중세동안 미술가들은 수많은 걸작들을 남겼지만 대부분 이름 없이 사라졌다. 이름으로 기억될 만큼 가치 있는 존재로 여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대로부터 중세에 이르기까지 미술가의 행위는 창작이 아니라 육체노동으로 여겨졌다. 이탈리아 르네상스 미술가들의 위대한 발견 근저에는 기필코 자신들이 남긴 작품이 보잘 것 없는 노동의 결과가 아니라 학식과 정신작용을 통한 창작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고 그들의 소원은 이루어졌다. 여전히 중세를 살았던 뒤러에게 귀족들에게 초대되어 함께 식사를 즐기며 지체 높은 학자들과 서슴없이 지적 대화를 주고받는 이탈리아의 분위기는 큰 충격을 안겨주었을 것이다.독일 뮌헨 알테 피나코테크에 소장된 뒤러의 초상화는 뒤러가 첫 번째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돌아 온 후에 그려진 것이다. 어두운 배경 위로 금발의 곱슬머리를 한 뒤러의 모습이 나타난다. 굳게 다문 입술과 정면을 응시하는 두 눈은 자존감으로 충만해 있다. 흡사 예수 그리스도의 모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탈리아나 그밖에 어떤 거장들도 뒤러에 앞서 감히 이처럼 자신에 차 있는 자화상을 남긴 적이 없다. 뒤러의 자화상이 그 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그의 자화상은 한 미술가의 존재를 드러내는 기념비임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에 대한 미술가의 요청으로 읽혀질 수 있다. /김석모 미술사학자

2022-06-27

올림퍼스의 노예들 <Ⅶ>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최 회장의 아들이 오십 대의 중년이라 해도 할 이야기는 해야 하는 거니까. 안나의 오빠로 이 자리에 왔으니까. 노마는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신 뒤 필립의 얼굴을 보았다. 노마가 말을 하려는 순간 필립이 손을 들었다. 카페의 종업원을 불렀고 주문을 했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열었다.-말씀하시지요. 저를 보자고 하신 이유가?노마는 필립의 깍듯한 말투가 신경에 거슬렸다. 게다가 먼저 말을 꺼낼 기회를 빼앗긴 참이었다. 잠시 뜸을 들이다 입을 열었다.-예. 얼마 전 늦은 밤에 안나가 전화를 해서는 아무 말 없이 울기만 하다 끊었습니다. 다음 날 이유를 캐물으니 아드님께서 안나에게 무슨 이야기를 하셨다고. 회장님이 아드님께 한 이야기라 하던데.-그랬군요. 안나 씨가 그 이야기를 오빠에게 했군요. 마음이 많이 상했나 봅니다. 그럴 만하지요. 하지만 그런 뜻으로 전한 것은 아닙니다. 아버님이 그 말을 전하라 하신 것도 아니고.필립은 종업원이 가져다 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았다. 왼팔을 팔걸이에 올려둔 채 몸을 뒤로 기댔고 몇 번 고개를 끄덕였다. 오른손으로는 아랫배를 쓰다듬었다. 습관인 듯 했다. 노마가 말을 할 때는 가만히 있던 손이 필립이 이야기할 때면 어느새 배에 가 있었다.-이 카페는 다즐링이 제일 맛있습니다. 다음에는 이것도 한 번 드셔보십시오. 어쨌거나 안나 씨 마음이 상했다면 유감입니다. 생각하시는 그런 뜻은 아니었으니까 오해하지는 마십시오. 막말로 이거나 먹고 떨어져라, 그런 뜻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우리 집, 정확히 말하자면 아버님의 뜻이 그러하니 안나 씨도 마음적으로 혹은 현실적으로 준비하시라 이런 이야기였지요. 아버지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지금 해 놓는 것이 좋다. 뭐 이런 충고의 뜻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버지는 제가 안나 씨에게 그 이야기를 한 것을 모르십니다.-아니요. 두루뭉술하게 말 돌리지 마시고 정확히 회장님이 뭐라고 하신 겁니까?-정확하게라. 토씨 하나 빼지 않고 그대로 듣고 싶으십니까? 흠, 그러지요. 하지만 안나 씨에게 그대로 전하지는 마십시오. 좋지 않을 겁니다. 안나 씨에게 제가 말한 것은 수위를 조절한 것입니다. 들은 그대로 전하면 충격이 클 것 같아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의 아이이기는 하지만 내가 가진 것, 회사 그 어느 것도 손을 댈 수 없도록 하겠다. 걱정하거나 신경 쓰지 말거라. 안나는 그저 노리개일 뿐이다. 놀다 보니 아이가 생긴 것이고. 내게 저 모자는 딱 그만큼이다.필립은 노마가 글자 한 자 놓치지 않고 들을 수 있도록 천천히 이야기했다.-노리개라니, 그게 무슨 말? 이런 씨, 그게 말이, 말이.노마가 큰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주위를 둘러보다 옆에 있던 쿠션을 들어 빈 의자 위로 내동댕이쳤다. 카운터에서 주문을 하던 손님과 주문을 받던 카페 직원이 멈칫 했다. 잠시 노마와 필립을 보다 다시 주문을 했고 주문을 받았다.-아니, 제가 그렇게 말한 것이 아니고 회장님, 아니 아버님이.필립은 노마의 두 팔을 잡아 당겨 앉혔고 바닥에 떨어진 쿠션을 들고 와 노마 옆에 놓았다.-그러니까요. 회장님 말입니다. 회장님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자기 아이를 가진 여자한테. 아드님께 할 말은 아니지만 본부인도 없는 판에 옛날 말로 안나가 첩도 아니고. 회장님 집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우리 안나도 귀하게 자란 아이입니다. 그리고 안나 인생에 대해서는 한 치의 고려도 없으신 것 아닙니까?노마는 필립의 콧등이 아주 잠깐 찌푸려지는 것을 보았다.-그러게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저의 아버지지만 너무 한 거죠. 이것 참. 그래서 안나 씨에게 넌지시 알려드린 겁니다. 인간적으로. 챙겨 놓을 것이 있으면 챙겨 놓으시라고.필립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받았다. 노마는 화를 내면서도 필립이 고마웠다. 좋은 사람이라 생각했다. 솔직하고 진심 어린, 그리고 보기 드문 공정한 사람이라 확신했다.-우리 아버지는, 아버지는 저에게도 그런 분이십니다. 회장 아들이니 제가 사장 정도 될 것 같지요? 아닙니다. 이제 전무입니다. 전무가 어디냐 할 수도 있지만,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공채 사원도 어느 정도 능력이 있으면 제 나이 정도에 될 수 있는 것이 전무입니다. 그래도 회장 아들인데, 나이 오십 둘에 전무가 뭡니까? 전무가. 솔직히 말해서 안나 씨 뱃속의 아이를, 제가 저 애는 내 동생이다 하고 마음먹고 뭔가를 해주고 싶어도, 뭔가를 약속하고 싶어도 아버지가 안 된다 하시면 못 하는 거지요. 저도 많이 안타깝습니다.노마는 필립이 불쌍해 보였다. 한편으로는 당황스러웠다. 누가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하는 건지. 누가 누구를 불쌍히 여겨야 하는 건지. 누가 누구를 위로해야 하는 건지.필립이 노마에게 술 한 잔 하지 않겠냐 물었다. 노마는 거절하지 않았다. 둘은 자리를 옮겼다.술잔을 앞에 두고 필립의 신세 한탄이 계속 이어졌다. 필립은 오른 손으로 아랫배를 쓰다듬으며 어린 시절부터 형과 어머니가 죽은 이야기까지, 그리고 늙지만 죽지 않는 아버지 이야기까지 늘어놓았다. 노마는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아이고, 정말요? 따위의 추임새를 넣으며 필립의 말을 들었다.-그래도 창업주 일가니 주식이라도 있을 것 같지요? 필요한 만큼, 딱 아버지가 필요한 만큼의 주식만 줍디다. 우호 지분 정도. 따라갈 수는 있으나 거스르지 못할 딱 그만큼./김강 소설가

2022-06-27

티웨이항공,‘대구 하늘길’ 활짝 열길 기대

대구시가 7월 5일 오전 11시 대구공항에서 대표적인 저비용항공사(LCC)인 티웨이항공 측과 본사 대구이전과 관련한 업무협약을 체결한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최근 페이스북을 통해 “티웨이 항공 본사가 서울서 대구로 내려오기로 합의를 봤다. 대구통합신공항을 거점으로 여객, 물류를 전 세계로 운송하는 대한민국 핵심 항공사로 도약하는데 대구시가 행정적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대구를 거점으로 하는 항공사 유치는 대구시의 현안이었는데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국비 건설을 주요공약으로 내건 홍준표 당선인이 이번에 성과를 낸 것이다. 홍 당선인은 지난 21일 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인적·물적 수송이 원활한 하늘길 없이는 도시는 망한다”는 발언을 할 정도로 항공산업을 중요시 하고 있다. 2014년 3월 대구에 첫 취항한 티웨이항공은 코로나19 대유행 사태 이전인 2019년까지 대구공항 전체 국제노선 23개 중 16개 노선을 운항했다. 협약에는 통합신공항 노선 개발에 양측이 협조한다는 것과 대구시의 지원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 본사가 대구로 이전하면 일자리 창출, 세수 확보, 공항 활성화 등에 큰 도움이 된다. 대구경북연구원이 지난 1월 내놓은 티웨이항공 대구 이전 경제효과를 보면, 2019년 매출을 기준으로 생산유발 8천290억 원, 부가가치 유발 1천945억 원으로 추산됐다. 이와함께 33억 원 이상의 조세유발 효과와 830여 명의 신규 고용 창출도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대구공항과는 친숙한 티웨이항공 본사가 대구에 온다는 것은 대구로서는 어떤 기업 유치보다 반가운 소식이다. 대구의 공항도시 위상을 높이는 상징적인 의미도 크다. 티웨이항공은 현재 대구공항 취항 국제노선 2개 모두를 운항하고 있다. 대구~베트남 다낭 노선 운항을 다시 시작했으며 최근 대구∼방콕 정기노선 운항도 재개했다. 티웨이항공 본사유치는 통합신공항 건설에도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티웨이항공이 코로나 장기화로 침체됐던 대구의 하늘길을 활짝 열어주길 기대한다.

2022-06-27

고물가시대, 국회가 나서 서민경제 도와야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26일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6월 또는 7∼8월에 6%대의 물가상승률을 볼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그는 “국제유가와 원자재가격, 곡물가 급등 등 대부분이 해외발 요인으로 물가가 오르고 있어 고물가는 상당기간 진행될 것 같다”는 우려도 표했다. 또 그는 “전기료 인상도 불가피하다”고 말하며 지금의 우리경제가 복합적 경제위기 상황임을 인정했다.지난달 우리경제는 5.4%의 물가상승률을 보였다. 물가상승률이 6%대까지 올라간다면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 11월(6.8%)이후 23년만에 처음 겪는 일이 된다. 실제로 시중에 나가보면 오르는 않은 것이 없다. 특히 서민생활과 직결된 밥상물가가 많이 올랐다.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올 1분기 국내 4인가구의 식료품과 식대를 합친 식비는 월평균 106만여원으로 1년 전보다 9.7%가 증가했다. 먹거리의 주원료인 농산물 가격이 상승을 주도했다.밥상물가의 상승은 식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많은 저소득 서민층에게 직격탄을 날린다. 정부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금리를 대폭 올린 상황에서 밥상 물가까지 올랐으니 서민층이 받을 고통은 불을 보듯 뻔하다.경제 부총리의 말대로라면 이런 상황이 오래갈 것 같다고 하니 서민층으로선 앞이 캄캄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난감할 뿐이다. 서민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서둘러 마련돼야 한다. 경제문제는 정부 혼자 나선다고 풀릴 일이 아니다. 여야가 심각한 경제난 돌파에 머리를 맞대 대응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그러나 우리 국회는 안타깝게도 한달 가량 공전만 거듭하고 있다. 무책임의 극치가 아닌가. 국회가 개점휴업인 까닭에 서민들의 고통은 날로 가중되고 있다. 물가 폭등으로 서민의 삶도 점차 무너져 내리고 있다.정치권은 민생국회를 즉시 가동시켜 서민의 고통을 덜어주어야 한다. 지금은 정쟁보다는 국민의 삶을 먼저 살피고 돌봐야 할 때다. 우리경제는 고물가뿐 아니라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총체적 위기에 놓여 있다. 지금은 정부와 정치권, 경제계,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래야 다가올 더 큰 위기를 넘길 수 있다.

2022-06-27

낙뢰사고 예방법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최근 기후변화로 인해 낙뢰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낙뢰는 뇌운(雷雲)과 지표면 사이에서 벼락이 발생해 지표면으로 떨어지는 현상, 또는 벼락을 뜻한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만 12만4천447회 낙뢰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보다 51% 정도 증가한 수준이다. 시기별로는 6∼8월에 전체 낙뢰의 71.5%가 집중됐다. 낙뢰가 한번 떨어질 때의 순간 전압은 무려 10억 볼트 이상이며, 최소 5만 암페어의 전류가 흐른다. 벼락을 맞고 사망할 확률은 약 10% 정도로 생각만큼 사망률이 높지는 않다. 하지만, 벼락을 맞게 되면 나뭇가지 모양의 흉터가 남고, 후유증으로 신경계 이상이나 기억 상실, 성격 변화 등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한국전기연구원(KERI)이 최근 발표한 ‘대국민 낙뢰 위험 예방 행동요령’을 보면 낙뢰가 예상되거나 발생할 경우에는 가급적 외출을 피하고, 야외활동 중인 경우에는 높고 뾰족한 구조물(나무, 가로등, 전봇대 등)로부터 가급적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하며, 우산, 낚싯대, 골프채 등을 머리 위로 드는 행동을 삼가야 한다. 부득이하게 이동해야 한다면, 제방이나 목초지와 같은 지역을 벗어나 한쪽 발만 땅에 접촉하면서 짧은 보폭으로 걷거나 뛰어간다. 운전 중이라면 안전한 곳에 자동차를 멈추고 차에서 내리지 말아야 한다. 산에서 대피할 때는 절벽에서 튀어나온 바위 아래 동굴이나 암벽 아랫부분이 비교적 안전하다. 야외 캠핑 시 텐트와 캠핑카 사이에 금속선을 설치하지 말아야 하며, 낙뢰가 칠 경우에는 금속 재질의 텐트 지지대나 캠핑카로부터 최소 1m 이상 떨어져 있어야 한다. 여름철 안전사고는 아무리 주의해도 지나치지 않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27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변창구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윤석열 대통령은 기자들이 검찰 편중 인사를 지적하자 “전 정권은 민변 출신들로 아주 도배를 했지 않느냐”고 받아쳤다. 민변 도배로 실패한 전 정권처럼 검찰 도배로 현 정권도 같은 길을 가려는 것인가?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Michelle Obama)가 “저들이 저급하게 나가더라도 우리는 품격을 지키자”고 했던 것처럼, 새 정부는 지난 정부의 잘못을 핑계 삼지 말고 정도정치(正道政治)를 해야 한다.“인사가 만사”라는 금언은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통치의 요체다. 대통령의 성공 여부는 ‘널리 인재를 구하여’ 적재적소에 배치하는데 달려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정과 상식을 역설한 윤 대통령은 더욱 더 합리적 인사를 해야 한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대통령이 보여준 인사는 ‘아·가·패’(아는 사람·가까운 사람·패밀리)코드라고 비판받고 있으니 연고정치(緣故政治)에 대한 우려가 크다.대통령실의 인사기획관을 비롯하여 인사·공직기강·법률·총무비서관 및 부속실장, 그리고 내각의 법무부장관과 차관, 법제처장, 심지어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정원 기조실장, 금융감독원장도 모두 검찰 출신이다. 게다가 현 정부의 인사시스템은 대통령실 인사기획관과 인사비서관이 특정 인사를 추천하고, 법무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해당 인사를 검증하는 구조다. ‘검사동일체’원칙에 익숙한 예스맨(yes man)들의 검찰 연고주의가 심히 우려되는 까닭이다. 게다가 안보실장은 초등동기, 주중대사는 고교동기, 행안부장관과 경호처장은 고교동문, 서울대동문 장관들의 절반은 법대동문이라는 학연(學緣)이 깊다.이러한 정실인사는 실정(失政)의 원천이다. 대통령의 성공은 용인(用人)에 달려있으며, 용인의 기본은 개방적 인사인데 연고주의는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그 결과 교육부 및 복지부장관 후보자가 이미 낙마했고 새로 임명된 두 후보자 역시 많은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다. 동종교배(同種交配)적 인사는 ‘집단사고의 오류’를 범하여 국정실패로 이어진다.상명하복(上命下服)의 검찰문화에 익숙한 참모들이 대통령에게 직언하지 못할 때 권력은 남용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진영논리에 빠진 폐쇄적 인사는 새 정부의 시대적 소명인 협치와 통합에 결정적 장애요인이다. 대통령의 연고인사가 우선은 편하고 쉬울지는 몰라도 결국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조국에 대한 잘못된 인사가 정권교체의 단초를 제공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새 정부의 성공 여부도 대통령의 인사에 달려 있다. 인사에 성공하려면 열린 마음(open mind)으로 이념·지역·성별·연령·학력에 관계없이 널리 인재를 구해야 한다. 반경(反經)의 저자 조유(趙8564)는 “제왕이 될 자는 스승 같은 사람을 신하로 삼고, 폭군이 될 자는 굽신 거릴 자를 신하로 삼는다.”고 했으며, 유비는 삼고초려(三顧草廬)끝에 천재전략가 제갈량(諸葛亮)을 얻었다. 대통령이 성공하려면 어떤 인재를 어떻게 구해야 하는가를 분명히 가르쳐주고 있다.

2022-06-27

기업과 고객의 상생 솔루션 마케팅

김종찬 포스코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1975년 미국 컨설팅 업계에서 처음 소개된 솔루션 마케팅은 1990년대 경영학 이론과 접목되면서 2000년대부터 글로벌 기업 위주로 확산 추세에 있다. 지금까지 기술은 연구개발부서에서 수행하고 생산부서는 만드는 데만 집중하고 마케팅 부서는 영업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다양화되고 있는 고객의 니즈와 치열한 시장에서는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대체수단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제는 After Service와 Before Service가 결합된 고객지향적 Total Service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의미이다. 업(嶪)의 개념이 만드는 기업이 모든 걸 결정하는 데서 고객이 주체가 되어 고객감동이 없이는 존재할 수 없는 사회로 패러다임이 변화되고 있는 것이다.솔루션 마케팅의 개념은 마케팅과 기술의 결합 또는 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솔루션은 고객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발굴하여 고객에게 제공함으로써 고객 가치를 혁신하고 고객이 쉽게 활용하게 하는 운영 체계 전반을 얘기한다. 철강산업인 포스코를 예로 들면, 하드웨어인 강재와 소프트웨어인 이용 기술을 동시에 제공하는 모델로 기술연구원은 시장지향적 제품을 개발하고 제철소는 고급재를 안정생산하여 마케팅의 고급 재 판매 확대를 지원하는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여기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으로 기업의 역할이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주요 거점별로 ‘기술지원 센터’를 구축하여 고객의 니즈에 즉각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고객에게 기술을 제공하여 판매된 소재의 불량을 예방하고 판매자와 고객이 상생 공존하는 더욱 진화된 방법인 것이다.솔루션 마케팅은 제품을 제공하면서 고객의 기대 및 이상적 가치를 파악하여 시간의 흐름에 따라 고객과 함께 솔루션을 개발하고 제공하여 공동의 이익을 창출하는 것이 핵심이다.성공적인 추진을 위해서는 첫째, 시장 분석으로 보유한 솔루션 역량을 점검하여 정확하게 평가하고 둘째, 핵심 고객사를 대상으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하며 셋째, 운영 프로세스와 판매 프로세스를 점검하여 시장 채널과 협력 파트너십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마지막으로 고객 관리 관계 강화를 위한 기술 파트너십을 구축하여 고객에게 의미 있는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필자가 솔루션 마케팅을 실제 접목했던 중국 톈진에 위치한 자동차 휠 제조회사를 소개하면, 한국의 P사가 휠 소재인 철판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있었는데 2013년부터 중국 로컬재 사용 비중이 높아지면서 상황이 급변하였다.필자가 톈진 공장을 방문하여 문제를 진단하였더니 도장 실시 전 휠의 진원도 검사공정의 문제가 심각하였다.진단 결과를 경영층에 설명하고 생산성 향상과 기술력 향상 과제를 고객과 공동으로 수행하는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여 Lock-in에 성공하였던 사례이다. 고객이 없으면 기업도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객에게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이며, 사양 산업은 없어도 사양 기업은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2022-06-27

시간의 마디와 매듭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어느새 미끈유월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 벌써 반년이라는 시간이 미끄러지듯이 흘러 곧 하반기로 접어든다. 한해가 시작된지 엊그제 같은데 대선과 지선의 큰 너울을 지나고 나니 벌써 여름이고, 태양도 북회귀선을 지나 남으로 돌아가게 되면서 낮의 길이도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 시간은 영속적으로 흐르는 나그네(百代之過客)라 하지만, 천체의 운행과 자연만물의 현상에 근거해 연월일시와 춘하추동 따위의 구분과 마디를 정해 놓고 있다.시간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공평하고 균등한 것인데, 그것을 받아들이고 느끼는 정도에 따라 확연하게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컨대 똑같은 시간이라도 어린아이에게는 더디게만 느껴지고 노인에게는 너무 빠르게만 여겨진다거나, 힘겨운 시간은 지루하고 느리게 가는 것만 같고 기쁘고 좋은 때는 금세 지나가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적지 않다. 이른바 ‘시간의 상대성’같은 거창한 이론을 들춰내지 않더라도 우리는 제각기 시간을 짧은 듯한데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반면, 많은 시간임에도 하릴없이 허비해버리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이렇듯이 시간은 절대적으로 흐르는 것 같지만, 활용의 방법이나 가꾸는 정도에 따른 산물은 다분히 상대적인 것이 사실이다.시간이나 어떤 일에 마디나 매듭은 상당히 중요하다고 본다. 식물의 줄기에서 가지나 잎이 나는 부분을 일컫는 마디는, 생장이나 분화가 진행되는 중요한 변곡점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대나무가 휘어지지 않고 똑바로 자랄 수 있는 것은 줄기의 중간중간마다 생겨난 단단한 마디가 있어서 아무리 태풍이 불어도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와 매듭이 있는 삶 또한 쉽게 부러지지 않는다. 마디는 시간을 지탱해주고 삶을 확장시켜주는 시련이자 지혜의 응축이고, 매듭은 진일보를 위한 정리와 각오인 셈이다. 즉, 식물이나 사람은 마디와 매듭을 통해 튼실하게 진화하고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짧게는 하루, 한달의 계획이나 마감이 중요하고 길게는 분기나 반기, 일년의 목표나 실적을 산출하고 집계하는 것도 일상이나 사회생활에도 마디와 매듭이 두루 적용되기 때문이다. 심지어 5년이나 10, 30년의 중장기적인 청사진이나 자취를 반추하고 정리하는 것은 미래의 포석을 위한 세월의 마디가 그만큼 중차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의 마디가 약해지면 늘어지거나 부러지기 쉽고, 하는 일들에 마무리가 없다면 성패와 득실을 알 수 없거나 곤고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는 주관과 중심을 잡고 끊고 맺음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하거나 듣곤 한다.마디와 매듭은 멈춤이 아니라 더욱 강건해지고 유연해지기 위해 안으로 집중하여 자신의 밀도를 높여 나가는 힘이다. 학업이나 취업, 결혼 등 우리는 삶의 수많은 마디를 거치면서 매듭을 짓고 또 새로운 마디로 나아가게 된다. 제대로 마디가 갖춰지고 매듭 또한 잘돼야 삶과 일도 온전해지고 가치로워 질 것이다.

2022-06-27

정부가 외면해도 되는 국민은 없다

김진국 고문 지난 주말 6·25전쟁 제72주년이었다. 국가의 역할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바쳐 이 나라를 지켰다. 이 나라가 자랑스러운 건 눈부신 경제 발전 때문만이 아니다. 우리를 끝까지 지켜줄 것이란 믿음 때문이다.최근에는 우리와 싸우거나, 싸운 것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의 억울한 죽음까지 추적해 진실을 밝히고 있다. 피아가 뒤섞인 전쟁 통에 비무장 민간인으로 이리저리 동원돼 희생된 사람들의 사연을 밝혀주려 노력들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외면해도 될 만큼 하찮은 생명은 없다.전쟁의 폐허에서, 보릿고개를 넘어 경제 개발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민주화를 위해 싸워왔다. 어떤 이념이나 국가주의도 국민 개개인의 생명과 인권을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에 대한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발언은 매우 실망스럽다. 민주화운동의 상징 같은 정치인이기에 더욱 그렇다.사건의 진실은 조사해 밝히면 된다. 그렇지만 생각의 기본 틀은 바뀔 수 있는 게 아니다. “(공무원) 피살 사건이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모르겠다. 먹고 사는 문제가 얼마나 급한데 이게 왜 현안이냐.” 우 위원장의 발언은 개발독재 시절 민주화운동을 폄훼하던 논리와 너무 닮았다.왜 민주화를 했나. 개개인의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려는 게 아닌가. 문재인 전 대통령도 ‘사람이 먼저다’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민생을 내세워 입을 막을 게 아니라 당시 상황을 설명해줘야 한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민주화 동지들을 위해서라도 해명해야 한다.우 위원장은 또 “해당 공무원의 월북 의사가 있었는지 아닌지가 뭐가 중요하냐”라고 말했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은 ‘월북(越北)’을 ‘삼팔선 또는 휴전선의 북쪽으로 넘어감’이라고 풀이해놨다. 말 그대로 이대준 씨가 북측 수역에서 발견됐으니 ‘월북’은 틀림없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월북’보다 본인의 ‘의지’다. 그게 중요하지 않은 일인가.우리 사회에서 ‘월북’은 북한으로의 귀순을 의미한다. 전쟁 상태인 적국에 투항한 것이고, 대한민국을 적으로 돌린다는 의미다. 6·25전쟁 시절 월북자 가족은 연좌제를 통해 엄청난 고통을 겪어야 했다. 연좌제가 공식적으로 없어졌다고 해도 유형무형의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민주화운동을 한 사람의 가족들이 고통을 겪는 것을 눈으로 본 우 위원장이 할 말은 아니다.월북이 첩보 판단의 문제라고도 한다. 그렇다면 더구나 단정해서는 안 된다. 자발적인 월북은 유죄 판결보다 더한 ‘낙인’이기 때문이다. 과거 간첩 사건을 재심하면서 고문이나 불법적으로 수집된 증거를 배제하면서 뒤집었다. 적어도 두 가지 가능성이 모두 있는 문제라면 피해자에게 유리하게 정리하는 게 옳다. 편의에 따라, 정치적 이익을 위해 희생돼도 좋을 만큼 하찮은 인권은 없다.문재인 전 대통령은 당시 유족에게 편지를 보내 “진실이 밝혀져서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은 묻고, 억울한 일이 있었다면 당연히 명예를 회복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직접 챙기겠다, 항상 함께하겠다’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임기가 끝나도록 방치했다. 행정법원은 관련 서류를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관련 서류를 모두 대통령 기록물로 분류해 15년간 열어보지 못하도록 봉인해버렸다.고 이대준 씨는 도박 빚이 부풀려지고, 공황 상태에서 월북한 인격파탄자로 낙인이 찍혔다. 그 가족은 월북자의 가족이라는 굴레를 써야 했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런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설명이 없고, 문서도 감췄다. 북한은 범죄자가 탈북해도 송환을 요구한다. 우리 정부는 이대준 씨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무엇을 했는가. 북한 측이 이 씨를 발견한 것은 2020년 9월 22일 오후 3시 30분. 6시간여 뒤 총격하고, 소각했다. 그 사이에 정부의 조치는 알려진 게 없다. 국민이 위험한 처지인데 정부가 수수방관하고, 피해자만 비난한다면 그건 나라도 아니다. 적어도 잘못이 있다면 사후에라도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 /본사고문김진국△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중앙SUNDAY 고문,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

2022-06-26

갈 길 먼 대한민국 ESG

위현복(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지난해 말 역사상 가장 중요한 회의라는 수식어가 붙은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회의) 총회가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렸다. 이후 2022년을 기점으로 기업들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도입 트렌드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ESG 이해 당사자들이 한 차원 높아진 눈높이로 기업들에 ESG 경영을 요구할 전망이고, 기업들의 대응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기업들은 이제 기존 ESG 1.0 환경에서 진화된 ESG 2.0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ESG 2.0 시대의 주요 변화를 ESG 1.0과 비교해 보면 다음과 같다.첫째, ESG 1.0은 투자 자본이 주도한다. 그러나 ESG 2.0 시대는 기업(경영)이 주도권을 갖는다. 기업은 방어와 리스크 대응 차원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선제적이고 전방위적 리스크 관리에 나서야 한다.둘째, ESG 1.0 시대에는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위기라고 인식했으나, ESG 2.0에서는 기회라고 인식해야 한다.셋째, ESG 1.0 시대에는 E(환경)에 제한적으로 편중하지만, ESG 2.0 시대에는 ESG 중 S(사회), G(지배구조)의 중요성도 커지고 E는 대폭 확대된다.넷째, ESG 1.0 시대에는 탄소배출권 Scope 1·2 단계로 관리하면 되지만, ESG 2.0 시대에는 Scope 1·2·3단계 모두를 관리해야 한다.다섯째. ESG 1.0 시대에는 소극적 공시를 해도 됐으나, ESG 2.0 시대에는 체계적 공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여섯째, ESG 1.0 시대에는 형식적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했으나, ESG 2.0 시대에는 실질적인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발간해야 한다.일곱째, ESG 1.0 시대에는 ESG 예산을 비용으로 인식했으나, ESG 2.0 시대에는 ESG 예산을 투자로 인식한다.여덟째, ESG 1.0 시대에는 경영진의 ESG 이해도가 낮았지만, ESG 2.0 시대에는 경영진이 ESG를 비즈니스 모델로 인식해야 한다.아홉째, ESG 1.0 시대에는 CSR 부서가 ESG 부서로 전환하는 등 부서 신설을 했지만, ESG 2.0 시대에는 전사적 ESG 체제로 나아간다.열째, ESG 1.0 시대에는 ESG 워싱, ESG 쇼잉이 발생하지만, ESG 2.0시대에는 가짜 ESG인 ESG 워싱, ESG 쇼잉을 지양하고 근절해야 한다.기업은 왜 ESG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까? 세계 10대 연기금의 투자 방향에서 ESG는 필수가 되었다. ESG를 잘하는 기업은 투자금 유치에 유리하고 ESG를 이행하지 않는 기업은 투자를 받더라도 회사채 금리가 높아진다. 기업의 생존과 ESG 경영이 직결되어 있다. 기업들이 착해서 ESG 경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돈이 되고 기업의 비즈니스 방향에서 지속가능성이 필수가 되었기 때문이다.현재 ESG 경영 90% 이상이 E(환경)에 쏠려있다. E는 돈(탄소국경세)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재 탄소국경세는 t당 30유로(약 36달러)다. 그만큼 물건 팔기가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탄소중립은 이제 비즈니스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었다. 환경 즉 탄소중립은 지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기업 자신을 위해 해야 한다.현대차는 RE100을 2050년에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애플, 구글 등 대표적인 글로벌기업 30곳은 벌써 RE100을 달성했으며 95% 달성한 기업이 45곳이다. RE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들의 평균 목표는 2028년으로 현대차에 23년 앞선다.최근 삼성전자 주가가 6만원 이하로 떨어져 투자자들이 충격에 휩싸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E100 선언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국제적인 투자자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세계 제조공장에서 230만 kWh의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대부분 사업장이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지 못했다.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RE100을 달성했거나 2028년까지 달성할 계획인데도 불구하고 삼성전자는 2050년에 100%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선언조차 하지 못하고 있으니 아무리 기업 실적이 좋고 전망이 밝아도 주가는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RE100을 선언한 SK이노베이션은 호주 바로사 가스전에 투자를 함으로써 국제 사회로부터 ‘ESG 워싱’을 의심받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하겠다고 선언해 국제사회로부터 ‘게으른 기업’으로 눈총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 SK, 현대차의 부끄러운 ESG 경영 성적표다.ESG 이행여부가 기업의 미래이고 기업의 가치로 전환된 것을 눈앞에 보고 있으면서도,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은 아직 ESG 경영 1.0 문턱에도 다가가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ESG 경영에 대한 기업들의 대대적인 사고전환과 혁신이 요구된다.

2022-06-26

포항 브랜딩하는 포스코 취업 아카데미

정태진포스코 인재창조원 혁신기술교육센터장 요즘 포스코 인재창조원 포항캠퍼스에는 다소 앳된 얼굴,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청년 교육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이들은 포스코 청년 취창업 교육 프로그램인 ‘포유드림(POSCO Youth Dream)’ 교육 수강생들로, 대학을 갓 졸업했거나 6개월 이내 졸업 예정인 취준생들이다.젊은 이방인들한테 포스코 인재창조원의 문호를 개방한 것은 기업시민 포스코의 경영이념을 현실적으로 실천하는데 있어 인재창조원이 보유한 교육·훈련 역량을 십분 활용하기 위함이다. 타깃은 취창업을 준비하는 청년들한테 기업 관점에서 특화된 진로설계와 경쟁력을 키워주는 일!어느덧 4년째 운영해 오고 있는 포유드림 프로그램은 우리 지역사회는 물론 수도권 등 전국적으로도 제법 알려져 있다.대표적인 것이 연간 1천명 이상의 취준생 교육을 목표로 하는 프로그램인 ‘포스코 취업 아카데미’인데, 단순히 진로선택과 취업전략, 자기소개서 작성 및 면접 스킬을 키워주는 것을 넘어 포스코만의 특화된 커리큘럼이 있으니, 2주간 수행하는 ‘기업실무형 디자인씽킹 과제’ 수행이 바로 그것이다.‘디자인 씽킹’은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고객의 관점에서 문제를 정의하고, 이에 대한 근본 해결방안을 찾아가는 문제해결 방법론으로, 국내외 유수 기업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기도 하다.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는 포항시 현안과제를 테마로 디자인 씽킹 과제를 수행토록 하고 있다.예를 들어, 죽도시장 외부 관광객 유입 방안이라든가, 철길숲 스마트화 같은 포항시 뉴딜 과제 등이 대표적인 사례인데, 최근에는 해도동 7080 특화거리 조성 방안, 오천읍 문덕 헬로 부대거리 특화 방안 등 침체된 지역 상권 활성화 방안에 대해서도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이러한 지역사회 현안 과제는 포항시 해당 부서와 사전 협의하여 선정한다.2주간의 과제수행 기간에 포스코 취업 아카데미 교육생들은 직접 현장을 방문하여 문제를 진단한 뒤 아이디어를 도출하며, 무엇보다 젊은이들의 신선한 시각에서 아이디어를 발산하고 구조화하여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진의 문제해결 로드맵 교육과 코칭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이다.과제수행 결과는 포항시 및 해당 지역 상인회 관계자들을 모시고 발표하여 작게나마 정책에 반영토록 하고 있다.지난주 문덕동 헬로 부대거리 특화 방안에 대한 과제수행 결과를 발표했는데, 참석자들이 가슴뿌듯한 격려를 해줬다.“젊은 교육생들의 아이디어가 좋아 바로 실행해 보고 싶을 정도입니다”, “외부의 비싼 전문가한테 받은 컨설팅보다 100% 더 공감되는 아이디어입니다”라는 칭찬을 받았다.그리고 한 상인회 관계자는 “시·도의원을 초청하여 자리를 만들테니, 한 번 더 발표해 달라”는 요청까지 했다.포스코 인재창조원의 대답은 당연히 “예, 그렇게하겠습니다”이다. 한편으로는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지만, 포항 시민들한테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기 위해 우리 스스로 포항시의 현안과제를 다루기로 작정한 것이었으니 말이다.한 가지, 이렇게 포스코 취업 아카데미의 과제수행은 다양한 젊은 감각과 아이디어를 포항시 현안에 투사하여 영감을 주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빼놓을 수 없는 숨은 효과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지역사회 과제를 수행하는 것 자체가 자연스럽게 포항시를 홍보하고, 브랜딩하는 과정이라는 것이다.죽도시장, 철길숲, 영일대 해수욕장, 환호동, 형산강변, 해도동, 문덕동, 구룡포 등 포항시 구석구석을 발로 누빈 우리 교육생들은 교육종료 후에도 이곳을 추억으로 간직할 것이고, 분명 또다시 이곳을 방문할 것이다. 즉, 포스코 인재창조원에서 교육을 받는 취업 아카데미 교육생들은 포항의 홍보대사이자, 또 머지않아 회귀할 포항의 관광자원이 된다는 것을 꼭 말하고 싶다.실제로, 교육을 마치고 취업에 성공한 많은 교육생들이 다시금 포항을 찾아와 여행을 하며 인재창조원 교수진에 연락을 하는 사례가 자주 있다.포스코 취업 아카데미의 시작은 청년들의 실질적인 취업 역량을 키워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주는 게 원래 목적이었으되, 지역사회 과제수행을 결합하여 포항시 현안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보태는 아이디어 뱅크 역할, 나아가 포항시 브랜딩과 미래 관광자원을 육성하는 역할로까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니, 더 알차게 포항시민과 교감하고, 공감하고, 공명하도록 해야지, 하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된다.

2022-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