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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양에게 안녕이라고 말하기까지

‘애프터 양’은 근원적인 슬픔을 내포한 영화다. 이 슬픔은 두 가지의 차이에서 기인한다. 하나는 삶의 주기가 다름에서 오는 것이다. 인간과 안드로이드가 함께 살고 있는 시기를 알 수 없는 미래,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 일정한 성장과 성숙의 속도를 가진 인간에 비해 안드로이드의 탄생(생산)과 죽음(폐기)은 필요성에 의해 그 시기가 결정되며 인간과의 그것과는 다른 양태를 띤다.세월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과 생산되어 폐기되기까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가는 안드로이드. 서로의 시간은 상대적이다. 일정한 삶의 주기를 살다가는 인간의 변화하는 모습과 대조적으로 안드로이드는 성능에 따른 삶의 주기를 변화되지 않는 모습으로 살아간다. 아니 작동한다고 해야할까.시간의 상대성은 ‘필요에 의해 설정된 관계’에 균열을 일으킨다. 차이는 점점 벌어지고 관계는 역전된다. 인간의 가족관계는 세월이라는 서열의 관계지만 인간과 안드로이드의 관계는 그것이 성립되지 않는다. 성장과 쇠퇴의 주기를 가진 인간과 지속적인 성장의 능력을 가진 안드로이드와의 차이 속에서 내재된 불균형의 슬픔이 담겨 있다.제이크와 카이라 부부는 중국인 아이 미카를 입양한다. 미카를 위해 중국인이라는 뿌리를 잊지 않게 하기 위해 중국에서 생산된, 중국인의 정체성을 이식한 안드로이드 ‘양’을 집안에 들인다. 그리고 ‘양’이 어느 날 작동을 멈추면서 문제가 발생한다.바로, 대체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문제다. 집안의 가전제품이 작동을 멈출 때 그것을 수리하거나 새로운 제품으로 대체한다. 안도로이드 ‘양’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구매한 제품으로 시작해 대체될 수 없는 그 무엇인가의 영역으로 들어선다.가전제품을 대체할 때 기준은 기능과 성능이다. 안드로이드의 경우 기능과 성능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이 존재한다. 이 지점에서 난감함과 함께 결이 다른 슬픔이 다가온다. 양이 작동을 멈췄을 때 불편함과 함께 당혹스러웠던 감정(소멸된 기능)이 다른 방향으로 번져간다.넉넉하지 못한 형편 때문에 정식 경로로 구매하지 않았던 양의 수리를 위해 여러 업체를 전전하면서 제이크는 양의 중심에 감춰진 기억 장치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우주에 떠있는 수많은 별들처럼 시각화된 양의 기억 장치 속에 기록된 시간은 제이크의 가족뿐만 아니라 그 이전까지 양이 거쳐왔던 관계들의 사소하면서 파편화된 순간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저장된 기억의 기준은 무엇인가. 인간의 고유한 속성이라고 인식되었던 ‘기억을 통한 사유’의 과정이 안드로이드 양의 메모리에 자리잡고 있다. 제이크와 양의 대화 중에서 양은 “장소에 관해, 시간에 관해 진짜 기억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두서없이 기록된 것과 같은 양의 기억은 ‘진짜 기억”에 대한 자유의지의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다. 추억에 대한 자유의지와 중국인의 정체성이 이식된 프로그램의 발현일지도 모르지만 나비를 수집하는 취미를 가진 안드로이드. 모두 주체성을 가진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그 의지는 인간이 그렇듯이 기억 속에 자리잡은 타인과의 관계, 인연이라는 끈으로 연결되어져 있다. 양은 이식된 프로그램 속에서 나름의 방식으로 인간의 사고와 감정을 갖는 존재로 진화하며 인간다움의 질문을 던진다.인간인 제이크의 기억과 안드로이드 양의 기억이 함께 놓인다. 제이크도 몰랐던 양의 기억 속에서 대체할 수 없는,제품이 아닌 이제는 떠나보내야하는 존재라는 깨달음에 도달한다. 인간의 관계처럼 이제 추억을 떠올리며 슬픔을 비로소 슬픔을 감내해야하는 시간이 다가왔음을. 온전히 슬픔이 남은 자의 몫일 때, 안드로이드 양도 “그래서 슬픈가”라는 질문을 남긴다. /(주)Engine42 대표

2022-10-24

군 생활 내내 힘이 돼준 지침서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계절이다. 등화가친은 등잔불을 가까이하고 책을 읽는다는 의미다. 디지털 시대 속에 안타깝게도 독서 인구는 점점 줄고 있지만 한 나라의 경쟁력과 문화수준은 독서에서 나온다. 이 가을 시장군수를 비롯한 지역 리더들이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 한다. 과연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책은 어떤 책일까? 문학책일까, 아니면 철학책일까, 아님, 사회과학서적 일까? 어떤 책이든 그들이 느낀 소감과 감명을 통해 그들의 내면에 담긴 진정성을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 코너를 통해 마음의 양식을 살찌우는 독서문화도 함께 확산되길 기대해본다. 편집자주나는 20세 때 고향 울릉도를 떠나 3군사관학교를 다녔다.이 시절 학교 내무반 관물대에 숨겨가며 읽은 책 ‘지와 사랑’(저자 헤르만헤세)이 가장 감명을 줬다.책속의 주인공이라고 볼 수 있는 골드문트와 그의 벗 나르치스는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고, 그로 인해 지와 사랑을 각각 추구하는 다른 삶을 살아가지만 평생에 걸쳐 우정을 지속하는 관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이성간의 사랑이 아닌 숭고한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혹서의 유격훈련 기간 동안 전우애에 불타올랐던 시절이 떠오른다.‘지와 사랑’은 3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장군이 되기까지 군 생활을 하면서 많은 교훈이 됐다.울릉도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3군사관학교로 진학했다. 내가 3군 사관학교를 다닐 당시 3군 사관학교 출신이 장군이 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길이었다.하지만 나는 어려운 길을 뚫고 꿈을 이루었다.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울릉군 개척 이래 최초의 장군이 됐다. 3군 사관학교를 졸업하고는 되기 어렵다는 장군이 된 것이다. 남한권 울릉군수 이는 오로지 장군의 되겠다는 나의 신념이 큰 역할을 했지만 ‘지와 사랑’의 책을 통한 삶의 의미와 인간의 진정한 가치, 존중을 깨닫게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이 책은 이성의 사랑에서 볼 수 없는 숭고하고 아름다운 우정을 표현한 책이다. 1930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삶의 의미와 인간의 진정한 가치와 존중을 깨닫게 하는 작품이다.‘나르치스’가 인간의 금욕을 절제하며 인간의 완성으로 다가간다면 반대로 ‘골드문트’는 인간의 근본적 욕구 즉 자신의 욕구를 순수하게 인정하면서 완성으로 다가간다.두 사람의 우정이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완성되어 가는 것이 마치 아름다운 인간의 내면 예술 작품을 완성해 가는 것을 느끼게 하는 아름다운 책이다.나의 어린 시절 울릉도에는 도서관과 서점이 없었고, 책을 읽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젊은 시절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것이 많은 후회로 남는다. 가을은 책읽기 참 좋은 계절이다, 책은 마음의 양식을 쌓는 길이다. 특히 학생들은 젊은 시절 책을 많이 읽기를 간곡히 바란다.‘지와 사랑’의 저자 헤르만 헤세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할 만큼 훌륭한 작가다. 1877년 7월 2일, 개신교 선교사인 부친 요하네스 헤세와 모친 마리 군데르트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출생지는 독일 제국 뷔르템베르크에 소재한 소도시 칼브(Calw). 부친이 선교사여서 그런지 엄격한 환경에서 자랐다. 어머니 또한 독실한 신자였다. 그의 이런 성장과정이 나를 감동시킨 ‘지와 사랑’을 탄생시켰다고 본다.

2022-10-23

경제·문화 강국 한국의 저급한 정치 위상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한국의 ‘오징어 게임’은 미국 넷플릭스 드라마부분에서 남우주연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송강호의 ‘기생충’ 아카데미상 수상에 이어 이번 수상은 한국 드라마가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기생충, 미나리, 오징어 등 지극히 한국적인 소재가 이제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고 그 우수성을 세계가 인정받은 결과이다.작품 ‘기생충’은 한국 사회의 빈부의 갈등구조, ‘오징어 게임’은 적자생존의 치열한 자본주의적 경쟁구도를 리얼하게 묘사하였다. 한국인 특유의 성취 욕구와 경쟁의식, 조급한 성공 스토리가 후기 자본주의 사회의 모순 구조를 잘 반영해준 결과이다.과거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업신여기고 비하하는 열등의식을 가진 적도 있다.이제 우리는 한국적인 정서와 끈기가 선진국에서도 먹혀든다는 확신마저 갖게 되었다. 한국의 영화, 음악, 음식, 언어까지 세계인들의 흥미와 관심을 끌고 있기 때문이다. 무척 다행한 일이며 한류(韓流)라는 이름의 우리의 문화가 한국의 국격을 높이고 있다.30년 전만 해도 우리가 해외여행을 나서면 일본인이냐고 자주 물어 곤혹스런 적이 많았다. 당시 일부 여행객 중에는 일일이 대답하기 귀찮아 ‘예스’라고 해버린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근년 세계 속의 한국 위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세계 어딜 가나 한국을 알아주고 ‘코리아’하면 엄지를 치켜세운다. 올림픽과 월드컵 4강 신화 시절 필리핀 어느 섬으로 봉사 활동을 떠난 적이 있다. 필리핀 오지의 초등학생들까지 우리 일행을 보고 붉은 악마의 구호 ‘대-한-민-국’을 외쳐 깜짝 놀랐다. 당시 베트남 등 동남아에서는 한국 드라마 ‘대장금’이 방영될 때 거리가 조용했다고 한다.우리는 이제 경제 규모면에서도 세계 10위권의 경제 강국이 되었다. 우리 경제가 2020년 기준 1인당 GDP가 일본을 앞서고, 최근 미국 와튼 스쿨에서는 한국의 국력이 세계 8위 일본을 앞질러 6위가 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하고 있다.우리 정치의 위상은 어떠한가. 1970년대 미국인들은 한국 정치를 미국에 수출하려는 현대 포니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비아냥댔다. 이제 우리의 반도체와 스마트폰, 전기 자동차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한데도 유독 우리 정치는 아직도 저질의 3류 정치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그간 군부 쿠데타와 권위주의 독재를 청산하고 민주정부를 수립하였다. 우리 정치는 형식적인 제도적 측면의 민주정치의 틀을 갖추었으나 아직도 선진 민주 정치와는 거리가 멀다.두 번이나 정당 간 평화적 정권 교체를 이룩하였다. 그러나 우리 정치는 아직도 정쟁으로 치닫는 여야가 격렬하게 맞붙어 싸우는 네거티브 정치가 일상화 되었다. 정치의 본질이 ‘권위의 합리적 배분’ ‘갈등의 완화’ 과정인데 우리 정치는 너무 비합리적인 낭비의 정치가 계속되고 있다. 너도 살고 나도 사는 플러스의 정치가 아닌 너 죽고 나 살겠다는 마이너스 정치가 자행되고 있다. 우리 정치는 조선왕조의 노론백파와 남인의 당파 정치에 머물러 있다.이러한 혼탁한 정치판에서 언론마저 책임을 방기하고 정쟁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우리 정치 현실은 공정한 심판도 선수도 없는 진흙탕 싸움판이 계속되고 있다. 어쩌다 이런 질 낮은 정치의 악순환만 반복되고 있는가. 치열했던 지난 대선이 끝나고 여야의 입지가 바뀐 지 오래지만 여야는 선거 시의 마타도어 정치가 반복되고 있다. 까마귀 싸우는 골에 소수의 백로마저 찾을 수 없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국회에서 여야는 정책 대결이 아닌 사사건건 대립되고 고소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 시민 사회도 진영으로 갈리고 합리적인 무당층이나 중도층은 회색분자로 치부되어 침묵하는 실정이다. 이럴수록 진영에 착 달라붙은 ‘디지털 극단주의자’들이 정치의 갈등을 더욱 확대 재생산하고 있다. 여기에 양심적인 시민들의 정치인들에 대한 냉소와 불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우리 정치를 이 나라의 경제나 문화 수준만큼이라도 끌어올릴 수는 없을까. 어디에서부터 매듭을 풀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하다.여야 정치인들부터 각성이 우선되어야 한다. 저질 정치의 일차적 책임은 정치인들에게 있기 때문이다. 여야 정치인들은 겉으로 민생과 공생을 외치지만 그 내면세계는 완전히 다르다. 여야의원들은 적대적 공생을 통해 권력과 특권을 향유하면서 차기 공천을 위한 충성 경쟁, 줄서기 정치에 몰입되어 있다.우선 여야는 우리 정치의 후진적이고 비생산적인 갈등 구도를 풀기 위한 특단의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 여당은 조건 없이 지난 정권을 향한 ‘보복 정치’를 중단하고, 야당은 집권 세력을 향한 ‘발목잡기 정치’부터 중단해야 한다. 그러한 ‘역사적 대타협’이 상생의 출발점이기 되기 때문이다.

2022-10-23

교육부 존재의 의미

서의호 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교육부가 고위 공무원이 파견되던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했다.교육부가 임명하던 자리를 개방하고 총장이 사무국장 임용에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인사 개편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공무원 임용은 원칙적으로 배제된다고 한다.대학 사무국장은 예산 편성, 인사 업무 등을 총괄하는 주요 보직이다. 그동안, 대학에선 교육부의 사무국장 임용권이 대학 관리·통제 수단으로 변질했다며 총장에게 임용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고 이에 이번 정부가 대학의 자율성·독립성 차원에서 화답을 한 것이다.지금까지 교육부의 대학 간섭은 늘 대학 자율성의 화두가 되어 왔다. 대학 교무회의에 참석하면 대학에서 가장 골치 아픈 논의가 어떤 학과의 정원을 줄여서 어떤 학과의 정원을 늘리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논의는 아마도 한국대학에서만 빚어지고 있는 기현상일 것이다. 가끔 대학입학정원 감축을 대학 자율에 맡긴다는 정책이 있긴 해도 기본적으로 한국에서는 대학정원 결정을 교육부가 갖고 있다. 이는 대학을 규제하는 무기로 종종 쓰인다.그동안 교육계에서는 “교육부가 없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다”라는 자조적인 말이 있어왔다. 교육부가 대학지원을 무기로 입학정원에서부터 대학 구조조정까지 여러 가지로 대학을 규제하여 왔기 때문이다.한국은 고교 졸업자의 대부분이 대학에 가는 국가이며 이 비율은 OECD 국가 중 1위이다. 대학은 국가 경쟁력의 지표라는 점에서 교육부의 정책은 그만큼 중요하다.대학 진학률이 최상위인 반면 대학의 자율성은 최하위일지도 모른다. 자율화가 혼란을 초래한다는 이유와 교육부가 재정을 무기로 대학을 컨트롤 하겠다는 발상은 오랫동안 문제가 되어 왔다.교육부는 대학의 창의와 혁신을 지원하는 것이 가장 큰 바탕이 되어야 한다.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만 허용하는 ‘포지티브 규제’보다는 최소한의 사항만 금지하는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교육부가 정한 것 이외에는 대학이 무엇이든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혼동하고 있다. 상황이 좋을 때는 대학을 규제하지 않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고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대학을 도와주는 것이 교육부가 할 일이다.교육부 폐지가 최선이다라는 말이 안 나오려면 교육부가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좀 더 잘 구분해야 하고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전면 개편해야 한다.입학정원 감소와 관련해서도 상황은 거꾸로 가고 있다. 대학을 규제하는 힘을 과시하기 위해 교육부가 평시에도 대학지원을 무기로 대학을 규제하고 있다가 위기 상황에서 대학의 고통은 대학자율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고통을 받게 될 지역 군소 대학이나 전문대 같은 취약 대학에 좀 더 많은 지원책을 입안하여 그러한 대학들이 입학정원 감소에도 불구하고 생존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평가는 필요하고 평가를 징계의 수단으로 사용하기보다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의 잣대로 삼아야 한다. 평소에 규제의 칼을 사용하던 교육부는 이제 대학 생존을 위한 적극적인 정책을 펼 필요가 있다.교육부가 국립대 사무국장 자리를 다른 부처 공무원과 민간에 개방한다고 발표하면서 인사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바꿔 창조적·발전적인 조직으로 나아가기 위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매우 바람직한 발상으로 보인다.그런데 교육부가 국립대학 사무국장을 대기발령 낸 것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 대학본부와 교육부공무원노동조합, 국가공무원노동조합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다. 특히 교육부 공무원의 반발이 심해 보인다.결국 자기들의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발상으로 보인다. 전문성을 표면에 내세웠지만 타 부처나 민간인에게도 이러한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한 인재들은 많을 것이다. 다만, 공개 모집에 교육부 공무원도 응모 자격을 주는 것은 고려해 볼만하다. 아마도 그러한 자격을 주면 또다시 정실이 작용될 우려가 있기에 교육부 공무원은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다만, 이번 정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교육정책 전문가의 의견과 대학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의 토론회, 공청회 등을 거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간다.공무원 노조는 현재의 개방형 직위의 문제점과 기존 사무국장의 출신별 호응적합도 내지 만족도 등의 조사·분석도 병행해 제대로 된 인사개편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점은 보완되어야 할 사항이다. 사실상 국립대학의 지속적 발전을 위해서는 이번 조치이외에도 장기적·체계적 방안이 필요하고 사무국장 공개모집안은 그런 장기 전략의 맥락 안에서 처리될 수 있을 것이다.교육부의 존재 유무를 떠나서 대부분의 국가가 교육부가 있다는 관점에서 교육부 폐지는 지나친 주장이지만,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을 최대한 보장하는 교육정책을 펴는 것은 OECD 국가의 멤버로서 가장 기본적인 자격을 확보하는 것이다.이번 사무국장 개방안이 슬기롭게 해결되어 잘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2022-10-23

또 조국의 늪에 빠질 건가

김진국 고문 지난 주말 서울 중심가. 광화문에서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까지 중심 도로가 인파로 꽉 막혔다. 윤석열 대통령 퇴진과 특검을 요구하는 촛불집회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 구속을 요구하는 맞불집회가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내 교통은 마비됐다. 필자의 시내 중심가 사무실 창문 너머로 함성이 탱크 소리처럼 몰려온다.한국 정치에서 지역갈등이 망국병이라고 했다. 옳고 그른 합리적인 판단보다 우리 지역 출신이냐 아니냐로 편을 갈랐다. 지역감정만 극복하면 국민 통합이 될 거라고 믿었다. 김 전 대통령은 “춘향이의 한(恨)은 이 도령을 만나면 풀어진다”라고 말했다. 호남 출신 대통령을 만들었으니 해결됐다고 생각했다. 여야의 국정 경험으로 책임정치를 하리라 기대했다.기대는 기대에 그쳤다. 집권의 단맛을 본 뒤 선거 불복을 반복했다. 대선이 끝난 지 5개월 반.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고성능 스피커 소리가 서울 하늘을 찢어놓았다. 수만 명이 촛불을 흔들었다. 국회 절대다수를 차지한 제1야당 소속 국회의원 일부도 참석했다. 반대쪽 집회에는 더 많이 모였다. 나라가 완전히 두 쪽이다. 합리적인 이성은 사라졌다.불과 3년 전, 비슷한 풍경이 있었다. 조국 사태 때다.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을 내건 집권당 지지 세력은 서초동에, 그 반대 세력은 광화문에 모여 세 대결을 벌였다. 옳은 것도 없고, 틀린 것도 없다. 진실은 진흙탕 속에 내팽개쳐지고, 진영의 구호를 복창하는 깃발과 완장만 가득하다. 객관성이 생명인 언론사 사장마저 “딱 보니 100만 명”이라고 흥분했다.진실은 무시되고, 공정은 무너졌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화려한 수사는 공허했다. 그 대가는 분명했다. 배신감을 느낀 젊은이들이 돌아섰다. 20년 집권론이 무너지고, 10년 주기 정권 교체의 흐름도 끊어졌다. 조국의 짐을 민주당이 대신 짊어지고 자멸했다.이제 다시 민주당이 이재명 수호대가 됐다. 당 대표이기 때문이다. 대표 경선 때부터 이런 우려가 제기됐다. 민주당 안에는 불만이 있다. 조국 사태의 전철을 밟는다는 것이다. 김해영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님, 그만하면 되었다. 이제 역사의 무대에서 내려와 주시라”라고 직설적으로 요구했다. 이런 의견이 소수가 아니다.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가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압수 수색하도록) 민주당을 풀어줘야 한다”라며 “이런 생각이 민주당 의원의 절반을 넘을 것”이라고 자신했다.2016년 10월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이후 주말마다 서울 시내에서는 태극기 집회가 열렸다. 2020년 총선까지 매주 계속했다. 그렇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을 보호하지도 못했고, 민심으로부터 멀어져갔다. 소수 시위 세력끼리만 동질감을 느끼고, 위로했다. 선거 결과는 허망했다. 태극기 세력이 참패했다. 집권당에 5분의 3 의석을 허용했다. 국민의힘이 무너지는 데도 일조했다.박 전 대통령이 받은 22년 형 가운데 15년은 뇌물죄다. 대기업이 공익스포츠 재단 출연하고, 최순실 씨의 딸이 대기업 소유로 등기된 말을 탄 것을 뇌물이라고 인정했다. 국민 다수가 그것까지 권력형 범죄라고 생각했다. 태극기 집회가 고립된 이유다.이재명 대표는 그보다 나은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김용 부원장 혐의는 최순실 씨의 혐의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사업권과 허가라는 명확한 이권 관계가 있다. 금전 거래가 있었다면 범죄 혐의가 더 분명하다. 박 전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이면서 탄핵당하고, 수사받았다. 없는 죄로 야당 정치인을 탄압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야당 대표라는 것이 무조건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닉슨 미국 대통령이나 다나카 일본 총리의 사례를 거론할 필요도 없다.민주당은 이번에도 대신 싸울 건가. 정치 탄압이라고 주장하려면 결백을 밝혀야 한다. 진실을 가지고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수긍하기 어렵다. 조국 사태 때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도 강경파의 선동에 휘말려 늪에 빠졌다. 선거를 치른 뒤에야 후회했다. 이제 대선에 이어 총선마저 망칠 수 있는 기로에 섰다. /본사고문

2022-10-23

꼬마들의 재잘거림 속에서

김규종 경북대 교수 오전 10시 반에 강의가 있는 아침은 여유롭다. 이번 학기 수업 가운데 사흘이 9시에 시작한다. 그런 아침나절에는 7시에 운전대를 잡아야 한다. 강의 내용을 미리 살피고, 이것저것 보충하려면 조금 서둘러야 한다.하지만 2교시 수업이 있는 이틀은 상대적으로 넉넉하다. 그런 날 아침 대학원동 앞 너른 인도에 꼬맹이들이 풍선을 하나씩 들고 저쪽에서 걸어온다. 재잘재잘 조잘조잘 웅얼웅얼하면서 손에 손 맞잡고 걸어오는 것이다.숫자 헤아리는 버릇이 있는 나는 아이들이 11명, 인솔 교사가 3인임을 확인한다. 네다섯 살 먹은 녀석들이 앙증맞게 내 옆을 지나간다. 가던 길 멈추고 돌아보던 나는 휴대전화를 꺼내 아이들 모습을 사진기에 담는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혼잣말한다. ‘세 명의 선생에 아이들이 열하나. 좋아졌네. 그래, 사람 대접받는 세상이 오긴 왔구나.’생각은 어린 시절로 치달린다. 내가 다닌 국민학교는 전국에서 학생수 3위를 자랑했다. 학년별로 18반에서 20반까지 있었고, 학급당 학생은 예사로 90명이 넘었다. 그 많은 학생을 담임 교사 한 사람이 책임져야 했다.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우리는 뛰고 달리고 장난치고 도시락 먹고 공부하고 벌을 서가며 성장했다. 아이들이야 그렇다 쳐도 선생님들의 노고가 이만저만이 아니었음은 불문가지의 일이다.경제성장 한다고 교육 관련 비용을 국민 개개인에게 넘겨버린 정부 때문에 가난한 부모들은 육성회비 때문에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었다. 한 집에 너덧 명의 자녀가 기본이었던 시절이었으니, 도시락 싸는 것도 대단한 일이었던 엄혹한 시기를 살아남아 머리에 서리가 내렸다. 그런 초로의 인생에 스치듯 다가온 유치원생들을 보니 감회가 남다르게 찾아왔던 게다.때마침 아침 바람이 차갑지 않고 햇살이 따사롭게 내리고 있어서 아이들의 가을 나들이를 축복해주고 있었다. ‘저 꼬맹이들이 내 나이가 되어도 우리 푸른별 지구가 건강해야 할 텐데’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든다. 근대 성립 이후, 특히 산업혁명 이후 인간이 불러온 지구 온난화는 분명히 재앙 수준이다. 1만2천년 전에 시작된 간빙기 홀로세의 기후 조건에 힘입은 인류문명이 지나치게 지구를 옥죄는 바람에 지구의 회복탄력성이 악화일로(惡化一路)를 걷고 있다.2020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지구 온난화를 최대한 저지하지 않는다면, 저 어린것들의 앞날은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가뜩이나 탐욕스럽게 젊은 세대의 등골을 빼먹은 한반도의 기성세대 아닌가?! 희대의 4대강 사업으로 사기 처먹고, 아파트와 원룸 가격 폭등시켜 젊은이들 피를 흡혈귀처럼 빨아 먹은 타락하고 노회한 세대 아닌가. 거기에 지구 온난화가 불러일으키는 최악의 환경파괴까지 덤터기 씌운다면 이건 정말 인간이라 불릴 자격조차 없는 파렴치다.평등이니 공정이니 하는 미사여구로 대중을 속여먹고 우려먹는 짓은 당장 그만두어야 한다.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저 어린것들의 눈동자 앞에서 새빨간 거짓말은 집어치워야 마땅하다. 저 아이들의 환한 미래를 위해서 이제라도 발 벗고 나설 일이다.

2022-10-23

주민 94% “대구공항 후적지 대구발전 큰 기여”

대구공항 후적지(K-2) 개발에 대한 지역민의 기대감이 매우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동구청이 지역주민 1천명을 대상으로 대구공항 후적지 개발사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인 결과, 주민의 87.2%가 사업을 잘 인식하고 있으며 차질없는 사업 추진에 대해서도 59.2%가 긍정적으로 보았다. 특히 주민의 93.6%는 공항 후적지 개발이 지역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었으며, 사업의 방향은 미래형 첨단산업 유치에 가장 많은 주문을 했다.K-2 군공항 이전 사업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과 함께 대구를 획기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천재일우의 기회다. 군 공항 이전지의 규모가 크고 알짜배기여서 이 지역에 미래첨단 산업을 담을 수 있으면 GRDP 전국 꼴찌라는 대구의 불명예를 벗어날 좋은 기회가 된다는 것이다.대구 동구청의 주민 여론조사도 군공항 이전사업의 중요성이나 대구발전의 희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결과다. 홍준표 대구시장 취임 100일을 맞아 조사한 시정평가에서도 군공항 이전사업은 대구경북 신공항 건설사업과 함께 60.8%의 높은 긍정 평가를 받았다.홍 시장은 군공항 후적지 개발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24시간 잠들지 않는 두바이 방식의 개발을 주장한 바 있다. 공항이 떠난 자리에 첨단유망기업을 유치하고 각종 규제를 철폐하는 동시에 파격적인 세제 감면을 통해 글로벌 관광·상업·첨단산업 도시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8월 이에 따른 후적지 마스터플랜 고도화 용역을 공고한 바 있다.공항 후적지 개발사업의 기본원칙과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용역이라는 면에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대구의 미래 먹거리를 생산할 금싸라기 땅을 어떻게 개발하느냐는 하는 것은 대구시의 명운이 걸린 사업이라 할만하다. 전국 3대 도시에서 밀려난 대구는 획기적 변화없이는 또다시 추락의 길로 빠져들지 모른다. 천재일우의 기회가 될 공항 후적지 개발에 지역사회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야 한다.공항 후적지 개발에 대한 대구시민의 끊임없는 관심과 건전한 비판도 사업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2-10-23

마약과의 전쟁

우정구 논설위원 아편전쟁은 1840년과 1856년 두 차례 걸쳐 영국과 중국 사이 무역분쟁으로 인해 일어난 전쟁이다.청나라로 유출되는 은화(銀貨)를 회수하기 위해 영국이 청에 아편을 살포한 것이 원인이 됐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중국은 그 대가로 홍콩을 내주게 된다. 1841년부터 156년동안 홍콩은 영국의 지배를 받는다.중국 역사에 가장 치욕스런 전쟁으로 남아 있기에 지금도 중국은 마약과 관련한 범죄에 대해선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강경 일변도다. 2014년 마약과 관련한 한국인이 체포되자 한국의 신변양도 요청에도 사형을 집행한 적도 있다.미국의 닉슨 대통령이 마약을 공공의 적으로 선포하면서 마약과의 전쟁이란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이후 미국의 모든 대통령이 마약에 관한한 강경책을 폈으나 결과적으로 마약 이용자를 줄이는 데는 실패했다. 단순히 금지된 마약을 사용했을 뿐인데 많은 사람이 마약 전과자로 낙인되면서 오히려 직장을 구하지 못해 빈곤층이 더 늘어나는 역효과가 생긴 것이다.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진 우리나라도 마약관련 사범이 급증하고 있다. 경찰 발표에 의하면 2017년 이후 5년동안 마약밀수단속량이 무려 18.4배가 늘었다. 특히 연예인 등 일부 계층 중심으로 사용되던 것이 이젠 젊은층까지 광범위하게 번져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윤석열 대통령이 경찰의 날 행사에 참석해 마약과의 전쟁에서 반드시 승리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마약의 우리 사회침투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뜻이다. 마약은 중독성이 강해 한번 중독되면 빠져나오기 힘들어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 한다. 마약에 대한 우리 사회의 경각심부터 높아져야겠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3

포스텍의 의사과학자 양성, 국가현안이다

지난 2018년부터 추진된 포스텍(포항공대) 연구중심 의과대학 신설이 가시화되고 있다. 경북도, 포항시, 포스텍과 포항지역 6개 병원은 지난 20일 포항 포스텍 국제관에서 ‘대한민국 의사과학자 양성 및 바이오헬스산업 육성’이라는 타이틀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경북도와 포항시는 의대 부속병원 설립을 위한 행정 지원을, 포스텍은 바이오헬스산업 원천기술 개발과 제품 상용화를 책임지기로 했다. 그리고 포항지역 6개 병원(포항의료원, 포항세명기독병원, 포항성모병원, 에스포항병원, 좋은선린병원, 경희요양병원)은 의료 인력 교류와 의학 공동 연구, 임상 데이터 공유 플랫폼 구축에 협력하기로 했다.포항지역 병원들이 업무협약에 이례적으로 참여한 것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의사과학자 양성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천여명의 의사가 배출되는데, 의사과학자 분야의 전공자는 50명 안팎에 불과하다. 국내 의사중 의사과학자 비중은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포스텍은 오는 2026년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2년 후인 2028년에 500병상 규모의 스마트 병원을 개원한다는 구상이다. 신설될 포스텍 의대는 의학과 공학을 융합한 미국 일리노이대 의대 커리큘럼을 도입할 예정이다. 의과학전문대학원 형태로 2년간 기초의학 과정, 4년간 박사 연구과정을 거친 뒤 다시 2년간 의학 임상교육을 받는 시스템이다.경북도와 포항시는 최근 포스텍에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포스텍 의대 신설에 총력을 쏟고 있다. 그 이유는 경북도내에 아직 고난도 중증질환에 대한 치료역량을 갖춘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3월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했을 당시 이 지역 위중증 환자들은 입원할 병실을 구하지 못해 119구급차를 탄 채 전국을 헤매야 했다. 포항은 현재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인프라(포스텍 방사광가속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등)를 잘 갖추고 있는 만큼, 정부는 포스텍 의대 신설이 로드맵대로 진행되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2022-10-23

청년의 꿈과 도전이 실현되는 성장도시 만들겠다

권기창 안동시장 민선 8기 임기 시작 넉달이 되어간다. ‘위대한 시민, 새로운 안동’을 기치로 오직 시민들만 바라보며 시정혁신에 집중해왔다. 시민 중심으로 탈바꿈한 행정서비스에 시민이 크게 호응해 주면서 시정혁신에도 탄력이 붙었다.민선 8기 안동은 ‘활력 넘치는 성장 도시, 함께 만드는 희망 안동’을 시정목표로 전통과 현대, 미래가 공존하는 역동적인 도시, 인구 30만, 경제인구 50만, 관광객 1천만의 활력 넘치는 성장도시로 도약할 계획이다.안동·예천 행정구역 통합을 추진하고, 바이오·백신ㆍ대마ㆍ물산업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해 활력 넘치는 성장도시 안동을 만들어 가겠다.4차 산업 기반의 안동형 CT·IT·AI·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고, 문화콘텐츠 창작·창업 지원으로 아이디어만 있으면 기회가 주어지고 청년의 꿈과 도전이 실현되는 안동을 만들어나갈 것이다.또한, 안동댐·안동역사·천리천을 관광 자원화하고, 중앙선 폐선구간 마라톤 코스를 개발하는 등 경유형 관광에서 체류형 관광으로 전환해 관광객 1천만 시대를 열어나가겠다.농촌 일손부족 문제를 해결해 희망 있는 농업, 살맛 나는 농촌으로 만들고, 농업 경쟁력을 확보해 살기 좋은 농촌을 조성하겠다.어린이와 다문화가족뿐만 아니라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교육과 복지의 공공성을 강화해 시민이 체감하고 함께 누리는 건강하고 따뜻한 도시를 실현하겠다.우선, 민선 8기 안동 시정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와 현장 중심의 민원 해결이라는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한다.안동의 100년 미래를 책임지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17개 분야, 110개 과제를 시민과 약속했다. 특히, 8대 핵심 공약에 지역의 숙원을 해결할 해법을 담았다.우선, 미래 신성장산업 육성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해 바이오·백신·대마·물산업을 육성하고 기업 유치, 투자를 활성화해 글로벌 5대 백신 생산 중심지로 거듭날 계획이다.경북도청 이전 등으로 인한 원도심 공동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구 안동역을 활용한 버스터미널을 신설해 원도심 접근성을 강화하고, 올해 열리는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을 비롯한 지역 행사는 원도심에서 개최해 지역 상권 활성화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지역발전에 제한을 가져온 용도지역(자연환경보전지역) 변경에도 노력한다. 안동댐 주변 자연환경보전지역 일원에 과도한 이·삼중의 규제를 취락지구 중심으로 우선 용도지역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공공의료 취약지로 꼽히는 안동을 포함한 경북북부권의 의료 불평등 해소를 위해 공공의과대학을 유치하고 대학병원 설립을 추진한다. 이를 통해 공공보건 의료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추진할 것이다.광역상수원 공급 체계를 구축해 수돗물을 반값으로 공급할 계획이다. 낙동강 하류 지역과 상생 협력하는 차원에서 깨끗한 물을 하류에 공급하고 이에 상응하는 상생 지원을 받아 안동·임하댐이 안동시민의 애물단지가 아닌 보물단지가 되도록 만들 것이다.이 밖에도 지역대학 대학생에게 무상등록금 지급으로 우수 인재의 유출을 막는다. 농번기 만성적인 일손 부족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고자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한다.이와 함께, 시민들의 고충을 듣고 불편한 점은 즉시 고쳐 나가는 현장실천형 민원처리에 시정혁신의 큰 방점을 두고 있다. 24개 읍면동장과 SNS핫라인을 개설해 시민들의 삶 구석구석의 불편사항을 즉각 해소하고 관광거점도시에 걸맞은 깨끗한 도시 미관을 조성해 ‘클린 시티’를 실현할 것이다.한편으로, 시민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는 열린 시정을 만들고자 취임식을 시작으로 기관·단체장 중심의 ‘의전’문화를 시민 중심으로 개선했다. 각종 행사 시 내빈 소개를 없애고 권위적인 의전을 최소화할 뿐만 아니라 복장·보고체계 간소화를 실행하고 있다. 특히, 시청 조직도에 결재권자인 시장을 제일 아래로 내리고 시민들과 소통을 강화하고자 시장실뿐만 아니라 24개 읍·면·동장실은 1층으로 이전했다.과감한 혁신과 변화로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모델이 되는 시장이 되고 싶다. 1천400여 공직자와 함께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와 결단력,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청년의 꿈과 도전이 실현되고 활력 넘치는 성장도시를 만들어 희망으로 두근두근하고, 청년들로 들썩들썩하는 안동을 반드시 만들겠다.

2022-10-23

독도야 잘 있느냐

독도, 홀로 있어 외로운 섬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 보고 싶고 가고 싶고 쓰다듬고 싶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에서 자꾸 멀어졌다. 이번에는 큰마음 내서 나서기로 했다. 검푸른 망망대해에 외롭게 떠 있는 바위섬, 그곳에 있는 내 나라의 땅을 밟고 물비린내를 온몸으로 마셔보리라. 거기에는 질기게 뻗고 있을 풀뿌리, 갖가지 날짐승이 날아들고 있겠지. 달뿌리풀, 날개하늘나리, 섬괴불나무, 보리밥나무, 뿔쇠오리, 노랑지빠귀, 물수리, 괭이갈매기 등 이름도 예쁜 생명이 어우렁더우렁 군락을 이루고 있겠지.포항에서 나고 자라 지금은 지천명을 훌쩍 넘겼다. 호미곶에서 일출을 맞고 수평선 너머에는 독도가 있고, 이제는 독도를 만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세종실록지리지 강원도 울진현, 이사부, 안용복…, 동남쪽으로 난 뱃길을 따라가 보자. 지금껏 책으로만 익혔든 지식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나선 길이다. 머리로만 사랑한다고 외친 곳, 독도의 등을 한 번쯤 쓰다듬어 주련다.아름다우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게 되면 속속들이 알고 싶어진다. 독도가 그렇다. 심해 2천m에서 우뚝 솟아오른 동도, 서도는 동해 위에 핀 돌꽃이었다. 바닷속에는 해조류가 너울거리고 이를 터전으로 고기들이 별천지를 이룬다. 아름다움 아래 감춰진 보물은 그뿐만 아니었다. 망간단괴, 해양 심층수, 천연가스 등 돈으로 가치를 환산할 수 없는 자원이 많이 매장되어 있다. 바다는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는 자원의 보고였다.우리 땅의 동쪽 끝을 보고 싶어 배에 올랐다.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고 느끼는 게 낫지 않으랴. 이제는 손으로 바위를 만지고 괭이갈매기는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직접 듣고 싶었다. 무엇보다도 항상 그곳에 있을 독도 경비대 아저씨들에게 인사 한마디 나누고 싶었다.독도를 알아가는 거리만큼 바닷길은 험난했다. 파도가 점점 높아져 배가 울렁거렸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궐기문장이 두 주먹에 아로새겨질 때쯤 뱃머리가 도동항에 닿았다. 파도가 방파제를 때리고 요란한 울릉도 바람이 나를 맞았다. 독도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는 기대에 바람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도동항에 내렸다. 한나절이 지나자 거칠었던 울릉도의 바람은 온순했다. 이순혜 수필가 다음 날, 바다는 길을 열어주었다. 어떤 이는 삼 대가 공덕을 쌓아야 길을 열어준다고 했다. 삼 대가 공을 쌓지는 못해도 독도에 가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을 들어주었나 보다. ‘어여 오라’고 독도는 두 팔 벌려 우리를 맞이했다. 독도에서 꼭 하고 싶었던 게 있다. 마음껏 발로 쿵쿵거리며 뛰어다녔다. 사람 반 괭이갈매기 반 그리고 비릿한 냄새하고 눅눅한 바람이 하나가 되었다.동행한 벗들과 플래카드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한참을 정신없이 사진을 찍고 괭이갈매기를 찍고 서도와 동도를 카메라 셔터에 부지런히 담았다. 하나라도 빠짐없이 모두 담고 싶었다. 두고두고 꺼내 보려면 더 많은 것을 담아야 하겠다.웅성대는 사람과 조금 떨어진 곳에 갔다. 동해의 맑은 물이 독도의 끝자락에 닿은 곳에서 한참을 생각했다. 이 물이 흘러 더 동쪽으로 가겠구나. 거기에는 이곳을 노리는 무리가 있겠지. 오래전부터 있는 아름다운 이곳을 그들의 방법으로 흩트려 놓는구나. 내 마음을 알았는지 파도가 철썩거리며 바위에 와 부딪힌다. 가장 동쪽에 있는 우리 바닷물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비록 독도에 머무는 시간은 짧았지만, 그 여운은 오래갈 듯하다. 독도야 잘 있거라.

2022-10-23

신(信)

박상영 ​​​​​​​대구가톨릭대 교수 옛말에 ‘갖바치 내일 모레’라는 말이 있다. 갖바치들이 흔히 물건은 제 날짜에 만들지 않으면서, 약속한 날에 찾으러 가면 내일 오라 모레 오라 한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이다. 오래전 친척 어른 한 분이 하는 말이 고향 친구 하나가 사업을 했는데, 돈을 크게 빌려주었단다. 근데 이제 갚겠다며 전화 와서는 계좌번호를 불러달라 해서 기꺼이 계좌를 알려주고 반갑게 전화를 끊었는데 이제나저제나 소식이 없더니 얼마 지나 또 전화 와서는 계좌번호가 맞냐며 다시 불러달라더란다. 그제야 아, 이 사기꾼! 애초부터 갚을 생각 없으면서 괜히 주려는 척하는, 또 ‘척’하는 인생 하나 여기 있구나 했단다.인도의 정신적, 정치적 지도자인 마하트마 간디는 ‘사람의 동기를 의심하는 순간, 그의 모든 행동이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라고 한 적이 있다. 물론 타인의 순수한 동기를 괜히 의심부터 하고 보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왠지 대화하면서 찝찝한 느낌이 들면 십중팔구 그 동기가 의심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마음의 불편함은 바로 상대방을 이용해 자신의 이익을 계산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나오는 행동이나 말투 때문에 발생한다.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속는 자나 속이는 자나 모두 부정적인 심리 현상이 동시에 일어난다고 한다. 즉, 사람의 뇌는 상대를 속일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감정 담당 부위가 반사적으로 활성화되면서 상대에 대한 죄책감과 더불어 정서적 인지적 갈등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많은 이들이 상대를 속이려는 것은 이러한 내적 갈등보다도 속임으로 인해 얻는 이득이 더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곧 부정적인 정서를 담당하는 뇌와 보상 중추 뇌가 함께 활성화될 때, 후자가 더 크게 작동되면 그러한 행동이 자행된다는 것이다.이렇게 다른 두 영역을 관장하는 뇌가 동시에 활성화될 때 보상 중추 뇌의 유혹을 물리치기 위해서는, 바로 철저한 자기 인식과 관리가 필요하다. 즉 타인에게 해로운 불의는 절대 행하지 않고 내가 한 말은 꼭 지키려는 강한 의지 말이다. 철학자 에리히 프롬은 그래서, “자신을 신뢰할 수 있는 사람만이 타인을 신뢰할 수 있다”고 했고, 공자도 논어에서 “오랜 약속을 평생 잊지 않고 지킨다면 완성된 사람”이라 했던 것이다. 그만큼 자기 확신에 바탕을 두고 타자와의 신의를 지켜나가는 사람이라야 믿음직스럽고 달콤한 유혹도 단호히 거절할 수 있다.한곳에 오래 터 닦아 장사하려면 한순간 눈속임이 과연 통할까. 하물며 평생을 같이할 사람에게라면 그것이 비록 작은 거짓이라도 한번 잃은 신뢰를 어찌 회복할 수 있을까. 어느덧 가을도 중순을 넘어서고 있다. 울긋불긋 단풍들로 온 천지가 절경인 요즘, 멋지게 차려입고 단풍놀이 가는 것도 좋지만 국화차 한 잔에 가을 독서하며 그동안 곁에 있던 소중한 이들에게 과연 내가 얼마나 신의 있었던가를 한번 곱씹어보면 어떨까. 가을이 한층 더 풍성하게 다가올 테니 말이다. 물론 그렇다고 다리 밑에서 만나기로 한 여자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홍수도 안 피하고 기다리다 마침내 익사한, 춘추 시대 미생처럼 되어선 안 될 일이지만.

2022-10-23

쳐다본다는 것

유영희 작가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사람에게 죽음이 가깝다는 것을 말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논쟁은 말해야 한다는 쪽으로 정리된 것 같다. 죽음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 좋다는 이유에서다. 오늘 있었던 모임의 한 참가자는, 의사가 자신의 암 재발 소식을 알리면서 최대 5년 살 수 있을 거라고 무덤덤하게 말하더라며 웃었다. 그녀가 웃을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준비를 했다는 의미일 것이다.그러나 준비도 못 했는데 갑자기 죽음이 닥치기도 한다. 그럴 때는 죽은 이에게도 많은 회한이 남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죽은 사람이 등장하는 문학 작품을 종종 볼 수 있다. 극작가 손톤 와일더의 ‘우리 읍내’에도 그런 사람들이 나온다. 이 작품은 1938년 퓰리처 상 희곡 분야 수상작으로, 무대 감독이 해설자 역할을 하면서 극을 이끌어가는 독특한 형식을 가지고 있는데, 삶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잔잔하게 보여준다.극의 여자 주인공 에밀리는 출산하다 갑자기 죽게 된다. 공동묘지에는 죽은 이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이제 묘지에 막 들어선 에밀리는, 먼저 죽은 이들의 만류를 무시하고 해설자에게 전생으로 가고 싶다고 졸라 자신의 열두 번째 생일로 돌아가서 가족을 바라본다. 그리고 이내 금세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깨닫는다. 엄마는 에밀리 생일이라고 구하기 어려운 선물도 준비해주었고, 아빠도 강연 여행을 끝내고 돌아와서 에밀리의 생일을 축하했지만, 에밀리는 그들이 서로 쳐다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에밀리가 이 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데 왜 서로 쳐다보지 않느냐고 외치지만 소용이 없다.가족뿐 아니라 자신이 누리는 물건들이나 커피 한잔 하는 자신의 일상조차 제대로 느끼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결국 너무나 아름다워 진가를 몰랐던 모든 사물에게 작별하며 에밀리는 이승을 완전히 떠난다.쳐다보기를 제대로 못 하는 가족이 에밀리 네만은 아닐 것이다. 서로 생일도 챙기고 여행도 하는 화목해 보이는 가족이라도 속을 들여다보면 그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일 뿐 정작 중요한 서로 쳐다보기는 못하는 가정이 많다. 작은 충격이라도 들어오면 깨지기 쉬운 유리처럼 아슬아슬한 가정도 많다.행복해지고 싶다는 이유로 맹목의 열정에 사로잡혀 언제나 분주하게 친구를 만나거나 재물을 모으거나 권력을 추구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 과정에서 쳐다보기를 못해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자신을 돌아보지 못한다면 그런 성취 역시 허울만 좋은 가족처럼 덧없다.무대 감독은, 산다는 것은 무지의 구름 속을 헤매면서 괜히 주위 사람들 감정이나 짓밟고, 마치 백만 년이나 살 듯 시간을 낭비하고, 늘 이기적인 정열에 사로잡혀 있다고 하면서, 인간과 항상 함께 하는 데도 인류가 까맣게 잊고 있는 영원한 무엇이 있다고 한다.“살면서 자기 삶을 제대로 깨닫는 사람이 있을까요? 매 순간마다요?” 에밀리의 이 물음은 우리가 죽음을 대비하는 가장 좋은 질문이다. 그리고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것이 무대 감독이 말한 영원한 그 무엇과 함께 하는 것이다.

2022-10-23

홍준표의 리더십과 상생

홍석봉 정치에디터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은 지난 1992년 이후 31년째 전국 꼴찌다. 가구 소득과 1인당 개인 소득은 8개 대도시 중 가장 낮다. 고령인구 비율은 8개 대도시 중 두 번째로 높다. 과학기술 혁신역량 전국 15위다.경북도 상황은 좋지 않다. 경북은 가구소득 17개 시도 중 꼴찌, 1인당 개인 소득 16위, 고령인구 비율 2위 등 각종 지표가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이게 대구·경북의 경제 현실이다. 처참하기 짝이 없다.홍준표 대구시장은 취임사에서 대한민국 3대 도시 영광을 되찾고 대구 중흥을 위해 혼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밝혔었다. 그는 비상한 상황에서는 비상한 수단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구의 대전환과 부흥을 위해 우리 모두의 변화와 혁신을 요구했다. 각종 개혁방안을 내놓고 행정을 채찍질하며 일사천리로 달려나갔다.채무제로 선언과 조직 통폐합 등 홍준표식 일처리에 시민들은 환호했다. 그러다가 삐끗했다. 대구시의회가 제동을 걸고 시민단체와 언론도 불도저식 행정을 경계했다. 경북도와의 행정 협조도 어긋나기 시작했다. 홍준표 시장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이철우 경북도지사와 홍준표 대구시장의 ‘불협화음’이 국정감사에서 거론됐다. 홍 시장은 취임 후 경북도와 공동으로 추진하던 여러 대형 사업에 브레이크를 걸었다. 양 단체장이 삐걱대는 모습이 노정됐다. 국감 도마에 올랐다.대구 출신의 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경북도 국정감사에서 양 단체장이 현안마다 의견차를 보여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양 단체장 간의 엇박자를 내는 모습이 불안했던 모양이다.군위군 편입, 통합신공항 건설 등 대구와 협력해 풀어야 할 문제가 많은데 홍 시장과 협력과 소통을 의심했다. 권영진 전 시장 때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행정통합과 취수원 이전 문제 등 처리 방식이 마치 트럼프를 보는 것 같다고도 했다. 대구경북연구원 분리도 불협화음이 원인이 아닌지 캐물었다. 조 의원이 우려할 정도로 대구시장과 경북지사의 관계가 위태해 보였나 보다.이 지사는 불협화음을 일축하고 대구시와 협치 문제는 시간을 갖고 대화하겠다고 응수했다. 하지만 답변에는 홍 시장에 대한 불편한 심기가 묻어나왔다.홍 시장은 지금 안팎으로 불만 세력과 마주하고 있다. 그의 업무 추진 방식에 대한 반발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정면돌파를 택했다. 지역 사회에 대한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기득권 카르텔’로 규정, 자신이 추진하는 사업들에 딴지만 거는 불순한 세력으로 평가했다.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오불관언이다.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통합신공항 등 지역 대형 사업의 시너지 효과를 보기 위해선 대구시와 경북도의 협력은 불가피하다. 상생이 필요하다.대구·경북은 한뿌리다. 한뿌리상생위원회까지 두고 지역 현안에 공동대처하기도 했다. 양 단체장의 손잡는 모습이 아쉽다. 찰떡 궁합은 아니더라도 호흡은 맞아야 하지 않나.

2022-10-20

서울대 지방이전,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그제(19일)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지방시대 대전환’을 주제로 특강을 하면서 서울대 지방이전 문제를 거론했다. 이 지사는 강의도중 “국가균형발전은 기회의 균등과 공정성의 문제이고 국가적으로도 성장엔진을 마련하는 시대적 과제”라고 전제하면서 “서울대가 현 캠퍼스를 매각하고 최첨단 캠퍼스와 혁신적 교육 시스템을 갖춘 지방으로 이전하면 세계적 석학을 영입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공감이 가는 말이다. 이 지사가 특강에서 강조했다시피, 지금 우리나라가 성장한계에 봉착한 최대 원인은 ‘수도권 병(病)’ 때문이다. 수도권 집중이 저출산, 부동산 문제, 청년실업, 사회갈등, 지방소멸 등의 근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서울대 지방이전 문제는 이 지사가 처음 언급한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서울대를 비롯해 전국 국립대를 통합해서 대입시 판도를 바꿔보자는 구상이 나왔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과 함께 나온 발상의 전환이었다. 지난 2020년 7월 민주당 당 대표 경선 때도 프랑스가 파리대를 1~13대학으로 해체했듯, 서울대를 단과대 단위로 나눠서 지방에 보내자는 말이 나왔었다.윤석열 정부도 ‘지방자치분권 및 지역균형발전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수도권 주요대학과 대기업 본사 지방이전의 물길을 틀 생각을 하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젊은이들이 지방으로 가려면 20대 대기업 본사나 공장, 서울대·연세대·고려대 등 주요 대학, 특목고를 함께 내려 보내야 효과가 있다”고 언급한 것은 이 특별법 제정을 염두에 두고 한 발언이다.윤석열 정부가 인식하고 있는 것처럼 국가균형발전의 핵심은 일자리와 교육이다. 대기업과 수도권 명문대의 지역분산 없이는 사실상 국가균형발전은 요원하다. 이 지사가 특강에서 강조했듯이 지방에도 서울에 버금가는 교통, 일자리, 교육, 의료, 문화와 주거환경을 갖춘 ‘작은 서울들’을 만들어야 비수도권 지방정부의 균형발전이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는 수도권과 비수도권 정치권 간의 대타협이 필요하다.

2022-10-20

예천서 AI 첫 발생, 선제방역으로 피해 막아야

겨울철 불청객으로 불리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가 올해 처음으로 예천의 한 종오리 농장에서 발생해 가금류 농가와 당국이 비상이다.AI 중앙사고수습본부와 경북도 등 당국은 긴급행동지침에 따라 AI가 발생한 해당 농장의 종오리 9천500여 마리를 살처분하고, 반경 500m 이내 토종닭 3호 300수에 대해서도 예방적 차원에서 긴급 살처분을 실시했다. 또 3천수 이상 사육하는 도내 전업농 19곳을 정밀검사하고 위험도가 높은 도내 산란계 밀집단지 영주, 봉화, 칠곡 등 4곳에 대해서는 방역이행 긴급 점검에 들어간다고 밝혔다.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닭, 오리, 칠면조 등 야생조류에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주로 철새들에 의해 전염된다. 이 병에 걸리면 100% 가까운 폐사율을 보이기 때문에 세계동물보건기구도 관리대상 질병으로 지정해 놓고 있다. 우리나라도 가축전염병 예방법상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관리한다.한덕수 국무총리가 직접 나서 살처분을 긴급 지시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은 AI는 한번 피해가 발생하면 사회적 파장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 살처분 등 강력한 예방적 조치가 유일하다. 특히 해당 지방자치단체들이 긴장감을 갖고 사전 차단을 위한 예방 활동에 적극 나서야 효과를 얻을 수 있다.2016년 12월, 전남 해남 농가에서 최초 의심신고가 접수된 AI는 이후 한달여 만에 가금류 2천만 마리를 살처분하는 사태로 번졌다. 당시 산란계의 40% 가까이가 살처분되면서 시중에는 달걀값이 폭등하고 공급부족 사태가 벌어졌다.정부는 사상 처음으로 항공편을 통해 생달걀을 수입하는 일이 있었고 뿐만 아니라 AI로 인해 살처분했던 농가에 대한 보상금도 수천억원에 이르는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는 철저한 사전 예방활동으로 피해를 줄여야 한다. 가금류 사육농장과 도축장 등에 대한 사전점검과 축산차량 엄격한 통제와 더불어 AI기 창궐하는 겨울철에는 가금류 사육을 일시적으로 줄이는 방법까지 검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2022-10-20

부동산시장 10년 주기설

우정구 논설위원 수년간 급등세를 보이던 집값이 정부의 규제와 미국발 금리 인상이 시작되면서 속수무책으로 떨어지고 있다.이사철임에도 집을 사고자 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매수심리가 얼어붙어 일부 신축 아파트는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피가 형성되고 있다. 또 살던 집이 안 팔려 새로 구입한 아파트에 입주를 못해 전전긍긍하는 이도 많다.이같이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업계서는 “부동산시장 10년 주기설이 재현되는 것 같다”는 견해도 나온다. 10년 주기설은 부동산 가격이 10년 단위로 오르고 내리고를 반복하는 현상이다.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가 주기를 갖고 상승 하락하지만 주기를 특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그러나 올 들어 7월까지 주택 거래량을 살펴보면 10년 전인 2012년과는 비슷한 양상이다. 아파트 누적 거래량을 보면 올해와 10년 전이 연간 최저 거래량에서 나란히 1,2위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다. 시기를 특정하지 않는다지만 공교롭게도 10년전과 지금의 침체 상황이 거의 닮은 꼴이다.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놓였을 때는 경기진작 효과가 큰 부동산 경기부터 먼저 살린다. 부동산 경기는 주택·건설 등 경제후방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대구와 경북에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아파트가 쌓여 있다. 전국 미분양 물량의 40%가 이곳에 있다. 게다가 신축을 준비 중인 아파트도 많아 부동산 경기가 장기 침체할까 걱정하는 사람도 많다.특히 중개업소, 인테리어업체, 이사짐센터 등 관련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경제적 어려움이 겹쳐 경기진작을 호소하고 있다. 부동산이 급등하는 것도 좋지 않지만 급락도 좋지 않다. 당국의 적절한 대책이 나와야 할 때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0

음미(吟味)하는 삶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상과 인생에는 음미해볼 만한 것들이 얼마든지 있다. 애호가들은 한 잔의 차나 와인을 두고도 많은 것을 음미해낸다. 그것을 대하는 태도부터가 다르다. 눈으로는 빛깔을 보고 코로 향기를 맡으며 한 모금씩 머금어 천천히 삼키면서 맛을 음미한다. 그래서 보통사람들은 느끼지 못하는 깊고 미세한 맛과 향까지를 감지해 낸다고 한다.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 위해서는 오감만을 사용하는데 그치지 않고 인문학적인 식견이나 미학적 감성까지 더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이고 볼 줄 알아야 느낄 수도 있다는 이치다.음미할 거리로 가장 좋은 것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이다. 자연은 우리 생명의 원천이고 무궁무진한 신비가 아닌가. 풀꽃 한 송이 벌레 한 마리에서부터 바람과 구름과 해, 달, 별 어느 것에도 무한한 경이와 감동을 음미할 수가 있다.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인 자연을 음미하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충분히 살만한 것이 된다. 특히나 이렇게 눈부신 가을날에는 삼라만상이 찬란한 광휘에 휩싸여 있다. 이럴 때는 무얼 음미하고 말 것도 없이 그냥 감격의 도가니에 빠져 있으면 된다. 어떤 미망의 그늘도 없는 환희의 생명이면 되는 것이다.아무리 맛나고 질 좋은 음식이라도 허겁지겁 먹어서는 그 진미를 충분히 느낄 수가 없다. 반대로 거칠고 맛없는 음식도 천천히 씹으면서 음미해보면 나름의 맛이 나기도 한다. 부질없는 욕심에 쫓겨 허둥지둥 살다보면 무엇 하나 제대로 음미할 겨를이 없게 된다. 혹자는 욕망의 성취로 얻은 부와 권력과 명예를 만끽하는 거야말로 제대로 음미하는 게 아니냐고 하겠지만, 그것은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에 불과하다. 더구나 그런 욕망을 쫓는 사람들에게 안주(安住)가 있겠는가. 더 높고 더 큰 것을 쫓아가기 바빠서 차분히 음미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가장 흔한 것이 가장 소중한 것이란 사실을 곧잘 잊고 산다. 세상에 공기처럼 흔한 게 없지만 우리 목숨을 부지하는데 공기보다 소중한 것도 없지 않은가. 값나가는 귀중품일수록 없어도 사는데 별 지장이 없지만, 공기나 물처럼 흔한 것일수록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라는 걸 잊곤 하는 것이다. 들판에 지천으로 자라는 잡초들이 생태계를 유지하는 주역이라는 것, 우리 생명이 필요로 하는 건 한 수레의 보화가 아니라 한잔의 물이라는 걸 알면서도 한사코 한눈을 파는 게 인심이다.영적 스승으로 일컬어지는 베트남의 틱낫한 스님은, 오직 들숨과 날숨의 호흡을 관찰하거나 걷는 것만으로도 종교적 깨달음에 이른다고 했다. 이미 지나간 일이나 아직 오지 않은 것에 붙잡혀 현재를 놓치지 말고, 지금 여기에 집중하는 것만으로 기쁨과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음미하는 삶으로 바꾸고 싶다. 관찰이나 집중보다는 음미라는 말이 더 구체적이고 직접적이지 않는가. 우리가 몸담고 있는 현실은 객관이나 추상일 수가 없으므로. 음미든 집중이든 서둘러서는 안 된다. 몸과 마음을 열어 놓고 천천히 걸어가야 한다. 많이 가질수록 그 무게에 눌리고 높이 올라갈수록 위태로운 게 세상의 이치다. 이미 주어진 것만으로도 벅차고 넘칠 수 있는 것이 음미하는 삶이다.

2022-10-20

통신 서비스의 먹통 사태

윤영대 수필가 지난 15일 오후 3시경 경기 성남시 판교에 있는 SK CC 센터의 카카오 데이터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카카오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많은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은 사고가 발생했다. 화재는 8시간 만에 진화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일부 장애는 남아있다. 데이터 저장시설의 전기실 내 작은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튀어 번진 후 전체에 옮겨붙어 소실된 것으로 봐서 누전이나 합선 등의 전기화재인 것 같고 화재진압에 물을 사용하지 못하여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그날 나는 보경사 계곡을 탐방하며 보현암을 지나 스카이워크 전망대에서 단풍들기 시작하는 내연산 경치를 둘러보고 연산폭포로 내려와서 잘 찍혀진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렸다. 그런데 계곡을 내려오며 또 한 장을 보내려고 휴대폰을 펼치니 아까 보낸 사진이 가지 않았다고 되어있다. 간단한 문자를 보내봐도 전송되지 않고 ×자 표시가 뜬다. 계곡이라 통신상태가 좋지 않은가 보다 하며 더 내려와서 상생폭포에서 보내 보니 역시 불통이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다가 모임 행사를 끝내고 귀가하였는데 아내도 카톡이 안된다고 한다. 참 이상한 일이다. 어찌 부부가 똑같이 동시에 통신장애를 당하다니…. 가족 해킹을 당했나 의아해하며 다른 SNS를 뒤지다 보니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 소식이 있고, 카톡 서비스는 일시에 ‘먹통’이 되어 정보통신기술 강국인 대한민국이 일상을 멈추었다고 이용자들은 난리가 났다. 만약 그때 나에게 급한 일이 있었다면 어찌할 뻔했을까?카카오는 136개 기업을 가진 공용 플랫폼 기업이라 이번 메신저 정지로 택시 지하철 등 교통서비스와 은행 업무 및 금융서비스, 식당 배달업무에도 상당한 타격을 주었고 카카오 내비 등 PC버전에도 피해를 가져왔다. 근래 합병한 다음(daum)도 마찬가지로 장애가 발생했다. 유·무선 서비스는 국가 기간통신망으로 운영되고 있으나 카카오 같은 부가통신서비스는 제도권 밖이라 사고가 나면 경제와 사회를 마비시킬 우려가 있어 앞으로 법적으로 시스템을 보완하여 데이터의 이중화·이원화를 철저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통신시스템의 전력공급은 리튬배터리로 하며 급증하는 에너지 저장장치 ESS에 대해서도 화학적 방화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하여야 한다. 이번 사태를 보더라도 고전압 시스템도 아니고 또 기계적 설비도 아닌 만큼 전선 회로에 쌓인 먼지에 의한 발화가 아닐까 추측해본다. 이러한 미세한 부분의 스파크 때문에 온 나라가 통신 먹통이 된 사태를 당하고 보니 만약 전쟁이 일어나게 되어 적으로부터 공격을 받게 되면 엄청난 혼란에 빠지게 될 것 같다. 이뿐만 아니다. 앞으로 자율주행차와 드론과 같은 차세대 운송수단이 무선정보에 의해 운용될 경우 위치 정보 공급시스템에 사고가 발생하여 불통 된다면 자동차와 비행체는 방향과 위치를 잃고 말 것이다. 또 인위적 조작에 의해 범죄도 발생할 수도 있겠다.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러더’처럼 개인의 삶을 통제할 수도 있으려니 미래가 심히 우려된다. 이러한 통신 서비스 관리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또한 빈틈이 없어야 할 것이다.

2022-10-20

일상 속 오아시스, 구미를 향해

박은희 구미시 문화체육관광국장 이번 주말 어디로 떠나 볼까. 코로나19 이후 본격적인 일상회복이 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하는 고민이다.럭셔리 호텔에서 느긋한 시간을 갖는 ‘호캉스’도 장시간 비행 후에야 만날 수 있는 ‘해외 여행’의 즐거움도 이젠 흔한 경험이 되었다.새로운 경험이나 체험 등을 찾기 시작하면서 농촌이나 지방 소도시가 여행의 목적지가 되고 있다.트레킹을 비롯해 농촌에서 한달 살기, 시골점방 방문 등 MZ세대들이 보물찾기 하듯 나만의 여행지를 찾아 나서며 관광 트렌드를 바꾸고 있다. 팍팍하고 예측 불가능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오아시스가 되어 줄 숨겨진 어딘가를 원하는 욕구가 늘어난 까닭이다.구미시도 이러한 변화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구미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가장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는 금오산을 단순 등산체험에서 수요자를 위한 맞춤형 여행지로 변모시키는 프로젝트를 현재 중이다. 또 건강한 자연생태체험이 가능한 선산 산림휴양타운과 옥성자연휴양림을 중심으로는 선산권 ‘에코힐링 벨트’를 조성하고 검성지와 학서지 생태공원 활성화, 천생산 일원 힐링레포츠단지 등 특화관광자원화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지역 자원을 활용한 이색 콘텐츠 발굴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 8월 휴가철을 겨냥해 처음으로 개최한 ‘구미 라면캠핑페스티벌’이 대표적이다.낙동강에 조성된 캠핑장과 산업단지 내 라면 생산기업을 연계한 ‘구미 라면캠핑페스티벌’은 산업유산을 관광자원으로 활용하는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라는 호평을 받았다.갓 튀긴 라면과 이색 체험이 함께하는 구미라면축제는 풍성한 볼거리, 먹거리, 놀거리 등 특화된 이색 콘텐츠를 업그레이 할 예정이여서 내년이 더욱 기대된다.매년 100만 명이 방문하는 낙동강 둔치는 앞으로 시민의 일상과 가까운 생활스포츠 관광콘텐츠로 채워질 예정이다. 캠핑 공간, 파크골프장을 비롯해 생활스포츠 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낙동강 수변 트레킹 코스 등 주변 관광지와 연계하는 시민레저공간도 조성된다.구미캠핑장 주차장도 기존 170면에 50면을 추가 조성하고, 한강공원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의점을 구미 낙동강체육공원에 조성해 시민들의 편의성을 높일 계획이다. 산업도시 구미, 자연보호운동의 발상지 구미, 새마을운동의 종주도시 구미만을 기억하고 있다면 다시 한번 구미를 방문해 보길 권한다.꾹꾹 눌러두었던 삶 속 단 한 순간의 일탈이 아닌, 건조하고 불안한 일상 속 나만을 위로해 줄 특별한 경험을 만끽 할 수 있을 것이다. 함께하는 낭만문화도시 구미에서 여러분의 오아시스를 발견할 수 있다.

2022-10-19

글로벌호연지기

장규열 한동대 교수 하루가 멀다하고 큰 뉴스가 터진다. 오늘 뉴스가 어제 뉴스를 덮는다. 내일을 생각하면 어제는 이미 먼 옛날이다. 어제를 돌아보다 오늘을 놓치면 내일 힘들지도 모른다. 전쟁같은 삶 가운데 머뭇거릴 틈이 없다. 쏟아지는 일 가운데 정신없이 살아간다. 디지털과 온라인, 21세기와 4차산업혁명이 내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지칠만도 하겠구만 끝도 없이 펼쳐진다. 그놈의 이념논쟁.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 세상은 빛의 속도로 바뀌어 가는데, 우리에게 말싸움은 끝나지 않는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돌아보면 지난 세기내내 세상이 힘들었지만, 이제는 그 누구도 그런 시비에 붙들리지 않는다.케케묵은 색깔논쟁이 한반도에만 살아있다. 우리는 왜 그러는 것일까. 바뀐 세상에 어울리는 나은 모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열린 세상에 북한이라고 꽁꽁 닫힌 태도를 언제까지 고집하지 못한다. 바뀐 판세에 바뀐 자세로 임해야 한다.이념에 빠진 정치권이 어처구니가 없지만, 변화의 소용돌이 가운데 멈춰 선 가닥도 있다. 내일을 준비한다는 교육이 그렇다. 새로운 세상의 모습을 따라는 간다지만 싱싱한 생각을 기르고 있는지 살펴야 한다. 펼쳐진 세상도 가르쳐야 하지만 다가올 미래를 가르쳐야 한다. 오늘을 고민하며 내일을 향하는 비전을 심어주어야 한다. 우리를 돌아보며 나라 밖을 겨냥하는 인성을 길러야 한다. 한반도는 좁다. 우리 안에도 생각거리가 없지 않지만, 여기만 생각하는 좁은 태도는 벗어던지도록 가르쳐야 한다. 한없이 너른 저 밖을 바라보는 시선을 길러야 한다. 세상과 우주를 견주는 ‘다음세대’를 준비해야 한다.글로벌호연지기(浩然之氣). 작은 마을에서 나라 끝까지 바라보라는 게 호연지기였다면, 한반도 너머 세상을 꿈꾸는 비전이 글로벌호연지기가 아닌가. 21세기에는 이념과 국경을 넘어 세상과 호흡하는 세대를 길러야 한다. 경상북도교육청이 세계교육의 표준이 되겠노라는 깃발을 들어올렸다. 반가운 마음과 함께 구체적인 이정표를 기대한다.경상북도가 세상의 구석일 까닭이 이제는 없다. 넘치는 자연자원, 풍성한 이야깃거리와 압도하는 전통가치는 글로벌교육을 겨냥하고도 남는다. 세상이 주목하고 글로벌로 나아가는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인터넷과 온라인은 초연결세상을 열어 세계는 언제 벌써 글로벌빌리지(Global village)로 변하고 있다. 세상을 터득하여 내일을 앞서가는 사람을 경북에서 길러야 한다.‘구습과 구태를 벗고 새로움과 신선함을 경험하려면 경북으로 오라’는 슬로건을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멋진 전통과 싱싱한 초현대가 함께 숨쉬는 지역에서 미래를 꿈꾸는 내일의 인재를 기르는 비전. 경북교육청이 올린 푯대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실천적인 과제를 쏟아낼 것으로 기대한다.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이념에 묻히고 우물에 갇힌 좁다락한 굴레는 벗어야 한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을 더 빠르게 질러가는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 글로벌호연지기로 빛나는 경북교육을 기다린다.

2022-10-19

과학기술 수도권 편중으로 균형발전 어렵다

지역의 산업경쟁력과 직결되는 과학기술 혁신역량이 지난 5년동안 여전히 수도권에만 집중된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가 균형발전을 외치면서 균형발전의 토대가 될 비수도권의 과학기술 혁신역량을 키우는 데는 여전히 등한시해 정부의 균형발전이 구호에 그쳤다는 비판이다.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홍석준 의원(국민의힘)이 밝힌 지역 과학기술혁신역량 평가보고서에 의하면 지난해 지역별 과학기술 혁신역량 평가는 경기 1위, 서울 2위, 대전 3위 등으로 나타나 문 정부 5년동안 이 지역은 순위 변동없이 상위권을 유지했다.반면에 대구는 2016년 전국 13위에서 지난해는 15위로 되레 나빠졌다. 역량 평가지수를 보면 대구는 7.9점으로 경기 23.3점과 서울 19.2점의 3분의 1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인구 1인당 총부가가치는 전국 꼴찌로 대구지역 과학기술 혁신역량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과학기술혁신역량 지수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이 지역별 과학기술 관련 자료인 인력과 조직, 연구개발 투자, 산학연 협력, 인프라, 경제적 성과 등을 종합 분석해 매년 평가하는 것으로 지역의 과학기술혁신역량의 수준을 말한다. 지역 과학기술 역량이 낮을수록 지역경제를 뒷받침할 여력도 그만큼 낮을 수밖에 없다.홍 의원은 “과학기술 역량의 수도권 편중이 시간이 갈수록 더 심화하고 나머지 지역과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는 평가를 했다. 문 정부가 강력한 국가균형발전을 외치면서도 실상은 과거 정부와 달라진 게 없었던 결과다. 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에 대한 태도가 모두 비슷하다.지방도시는 인재를 뺏겨 지역소멸을 걱정하는데 수도권은 인구 과밀로 골머리를 앓는 불합리를 보면서 국가가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 추진에는 미온적이었던 게 지금까지 흐름이다.윤석열 정부가 반면교사할 부분이다. 윤 정부도 국민이 동등한 삶을 누리도록 하겠다는 국가균형발전 의지를 보이고 있으나 얼마나 잘 실천할 지는 미지수다.과학기술역량은 지역산업을 이끌 핵심적 요소다. 비수도권에 대한 정부의 각별한 정책 지원이 있어야 한다. 지방정부의 노력도 병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2022-10-19

양곡관리법

홍석봉정치에디터 쌀이 남아돌아 난리다. 쌀 생산량은 매년 조금씩 준다. 반면 소비량은 더 많이 줄어 쌀이 남아돈다. 식습관 변화 탓이다. 정부는 올해 45만t의 쌀을 시장격리 조치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최대 물량이다. 올해 초과 생산량 25만t보다 20만t 더 많다. 공공비축미 45만t을 포함하면 올해 모두 90만t이 시장에서 격리된다. 과잉 생산에 따른 쌀값 하락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다.정부는 2005년 공공비축제를 도입했다. 이후 17차례 쌀을 시장격리해 초과 생산된 쌀 298만t을 매입했다. 5조4천억원을 썼다. 쌀 생산량은 변화가 크지 않지만 수요가 줄면서 쌀값이 지속 하락하고 있다. 여야가 쌀값 보장 방법을 두고 충돌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쌀이 시장격리 요건에 해당할 경우 초과생산량 전량을 격리 의무화하는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농촌경제연구원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되면 2030년까지 생산량이 연평균 46만8천t을 초과, 매년 1조443억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한다.반면 정부여당은 양곡관리법이 시행될 경우 벼 재배 농가가 늘어 쌀 공급 과잉이 심화될 것을 우려한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벼는 손이 적게 가고 편하게 지을 수 있는 작물이다. 기계 영농과 관리가 가능, 선호도가 높다. 값을 보장해주면 벼 재배가 늘고 과잉생산은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쌀의 과잉 생산을 막고 재고를 쌓지 않는 게 최선의 방안이다. 농민들이 다른 농작물을 재배하도록 유도하고 생산량을 조정하는 계획농정이 절실하다. 양곡관리법은 야당이 의석수로 밀어붙이면 ‘대통령 거부권’ 외에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 지금 정치권은 농심과 국익의 선택 기로에 섰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19

‘모빌리티 중심도시’ 꿈꾸는 대구미래 밝아

다음주(27~29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대구 국제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에 세계적인 완성차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면서 ‘모빌리티 중심 도시’를 표방하는 대구시의 미래가 한층 밝아졌다. 이번 엑스포에는 전기차 판매량 세계 1위인 테슬라가 처음으로 전시관을 구성해 참여한다. 그리고 아우디, GM 등도 참여하며, 도심항공교통(UAM)산업을 선도하는 스카이포츠(영국), 벨 텍스트론(미국), SKT, 한화시스템도 합류한다. 아우디는 독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차로 선정된 ‘e-트론’ 시리즈를 선보이며, GM은 아직 국내 출시 전인 픽업트럭 ‘허머 EV’를 공개한다. 모빌리티 산업의 미래동력인 배터리 제조사(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와 테슬라의 협력사인 대구의 간판기업 ‘엘앤에프’도 부스를 마련한다.홍준표 대구시장이 지난달 ‘지상으로부터 하늘까지, 모빌리티로 자유로운 도시 대구’를 슬로건으로 내걸며 종합적인 모빌리티 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한 이후 처음 개최되는 엑스포에 국내외 굴지의 모빌리티 기업들이 대거 참가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 자동차를 포함한 모빌리티는 차세대 기술산업의 총아로 꼽힌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모빌리티 혁신 로드맵’을 보면, 오는 2025년에는 완전자율주행 버스가 도입되고 수도권 지역에서는 도심항공교통 상용서비스가 시작된다. 최근에는 이동수단(자율주행 자동차, 택시, 자전거, 전동 킥보드, 드론)과 정보통신기술(ICT)을 융합한 서비스 모빌리티 시장도 급부상하고 있다. 대구시는 이런 추세에 맞춰 기존의 전기 자율차에서 모터, 배터리부품, 충전기, UAM 등으로 지원분야 영역과 유치기업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홍 시장도 언급했다시피, 대구는 통합신공항 건설과 K2후적지 개발 등으로 미래 도시 모습이 확 바뀐다. 이러한 도시발전계획과 연계할 경우 모빌리티 산업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앞으로 모빌리티 관련 기업들이 대구에 둥지를 틀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대구시가 적극적으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2022-10-19

윤동주의 귀환

노승욱 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윤동주 시인이 호적을 되찾은 후 맞은 첫 가을이다. 온 국민의 애송시인 ‘별 헤는 밤’을 읽는 느낌도 새롭다. 지난 8월 국가보훈처는 직계 후손이 없는 독립유공자 156명에게 대한민국의 호적을 부여했다. 윤동주와 그의 고종사촌 송몽규 지사는 같은 주소의 등록기준지를 갖게 됐다. 독립기념관의 주소인 ‘충남 천안시 동남구 목천읍 독립기념관로 1’이다.올해는 광복 77주년이자 윤동주 서거 77주년이기도 하다. 윤동주가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일제에 의해 생체 실험을 당하다가 옥사한 것은 광복을 6개월 앞둔 시점이었다. 그의 장례식을 치른 다음 날 오랜 친구이자 동지였던 송몽규도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했다. 동갑내기 문사들은 이제 같은 호적을 갖게 됐다. 그토록 그리던 마음의 고향, 조국으로 귀환한 것이다.중국의 동북공정은 민족시인인 윤동주마저 그 대상으로 삼고 있다.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에서는 윤동주의 국적을 중국으로, 민족을 조선족으로 기술하고 있다. 우리 국민이 사랑하는 윤동주의 국적이 중국이라니 기가 찰 일이다. ‘별 헤는 밤’에서 윤동주는 패(佩), 경(鏡), 옥(玉) 등의 중국 이름을 언급하며 “이국 소녀”라고 일컫고 있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는 이국(異國)을 “인정, 풍속 따위가 전혀 다른 남의 나라”로 기술하고 있다.윤동주의 집안은 함경북도 종성(鍾城)에서 북간도로 이주해 ‘명동촌(明東村)’을 만들었다. 신학문과 기독교를 받아들였던 명동촌은 항일 민족교육의 중심지로 성장했다. 명동촌에서 태어난 윤동주에게 중국은 ‘이국’이었고, ‘쉽게 씨워진 시’에 나오는 표현처럼 일본은 ‘남의 나라’였다. 윤동주가 마지막으로 집에 와서 유언처럼 남긴 말은 “우리말 인쇄물이 앞으로 사라질 것이니 무엇이나, 심지어 악보까지도 사서 모으라”는 것이었다.이번 달에 전남 광양시에서는 ‘백영(白影) 정병욱 선생 탄생 100주년 기념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정병욱은 윤동주와 연희전문학교를 함께 다니면서 같은 하숙집에서 지낸 인물이다. 그는 윤동주가 남긴 육필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를 세상에 알린 인물이기도 하다. 윤동주는 자필로 쓴 시집 세 권 중 한 권을 후배인 정병욱에게 맡겼다. 나머지 두 권이 분실되면서 정병욱이 고향집 마룻바닥 밑에 숨겨 놓았던 시집만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윤동주는 원래 자신의 시집 제목을 ‘병원(病院)’으로 지으려고 했다. 일제 치하에서 고통받고 있는 우리 민족에게 위로와 치유를 주고자 했기 때문이다. 그의 유고시집에 실린 ‘병원’과 ‘위로’라는 시는 이러한 주제 의식으로 쓰여졌다. 지금도 겨레의 위안이 되고 있는 윤동주의 시를 지켜냈던 정병욱 선생처럼 이제는 우리가 77년 만에 고국으로 귀환한 윤동주 시인의 정신적 유산을 지켜내야 할 때이다.

2022-10-19

지금은 미래를 설계할 때

김규인 수필가 코로나 감염자와 사망자 수가 줄어든다. 코로나는 사회의 많은 것을 바꾸었다. 마스크는 늘 착용해야 하고 불필요한 행동을 억제한다. 아예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꺼린다. 회사에선 재택근무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많은 것이 바뀐다.출퇴근 교통 대란에서 사람들을 풀어주고 밤늦게까지 흥청거리던 유흥가는 한산해졌다. 만남을 위한 모임은 전화 한 통으로 대체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빨라졌다. 사람들 간의 관계는 조용히 이루어지고 가정적인 사람으로 된다. 가정주부는 이러한 상황을 은근히 반긴다.젊은이들이 결혼을 미루는 것은 무지막지하게 오른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때문이라는 보고가 많다. 한 달간 벌어 생활비를 쓰고 나면 남는 돈이 별로 없어 자녀 키울 엄두를 내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래서인지 결혼하는데도 배우자를 구하는 조건 중 하나가 맞벌이 하는 사람을 찾는다. 젊은 사람들은 맞벌이를 강요하는 사회라고 말한다.재택근무가 확정된 회사에서는 집값이 싼 시외 지역으로 집을 얻는다. 집에 비용이 적게 드니 여유가 생겨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다. 요즈음 나라마다 고민거리인 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해결책이기도 하다. 근무와 육아를 같이 할 수 있는 여건이 되기 때문이다.기술이 무르익은 숙련 기술자의 퇴직 이유를 보면 나이 드신 부모를 모시기 때문이라고 한다. 부모를 보살피는 것도 온종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재택근무를 한다면 병행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재택근무는 출산율의 급격한 감소와 부모의 봉양에 따른 숙련 기술자의 퇴직을 막아 회사로서도 기술 인력 유출을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실제로 재택근무가 활성화한 미국에서는 이러한 효과를 톡톡히 본다. 근무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우수 인력이 들어오고, 도심지의 사무실을 줄여 비용을 줄인다. 퇴직자의 감소로 기술 단절이 줄어들고 안정적인 인력수급이 이뤄져 수익이 늘어난다. 불필요한 전기의 사용이 줄어 운영비까지 줄어들어 수익개선에 크게 기여한다.재택근무는 출산율 감소와 고령 사회에 따른 인구의 급격한 감소 시기에 우수한 기술 인력 유치에 크게 도움이 되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에 따라 대기업 위주로 재택근무를 한다. 재택근무의 장점이 기업체 사이에 퍼져가므로 실시하는 회사도 늘어나는 추세이다. 그러나 회사에 따라 근무조건도 여건도 다르고, 업종에 따라서는 재택근무가 어려운 곳도 있다.이제는 국가에서 나서서 국가의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안을 마련할 때가 왔다. 국가와 회사가 장기간의 프로젝트를 통해 근무 효율을 측정하고 출산과 고령화를 막을 수 있는 장기적인 연구와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는 서울의 인구 과밀화를 막고 지방의 균형발전에도 도움을 준다.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는 시급하다. 시기를 놓치면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기 어려워진다. 대한민국이 새로운 희망의 세계로 나아가는가 그렇지 못한가는 지금의 선택에 달려있다. 코로나를 이겨냈듯이 젊은이들을 결혼하게 하고 출산율을 높이고 나이 든 사람을 활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2022-10-19

‘지란지교를 꿈꾸며’

정미영 수필가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편지를 자주 썼다. 우리 집이 멀리 이사를 했던 탓에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늘 함께 했던 친구들과 헤어졌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단 1명도 없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니 낯가림이 심했던 나로서는 섬에 고립된 것처럼 막막했다.휴대폰이 없던 시절이었다. 집 전화가 소통의 매개체였지만, 밤 9시까지 야간 학습을 하고 난 뒤에 통화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대부분 아버지들이 퇴근하셨던 저녁 6시를 지나 남의 집에 전화를 건다는 것은 예의범절에 어긋난다고 부모님들에게 가르침을 받던 때였다.소소한 일상을 편지지에 옮겨 쓰고 나면 내 마음에 만족감이 꽃물 스며들 듯 번졌다.그 때 내 정신적으로 버팀목이 되어준 것은 편지였다.편지에는 습관처럼 우정에 관한 글귀를 적어 보냈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이 인용했던 것이 유안진 교수님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였다.참된 우정에 대한 작가 개인의 소망을 진솔하게 나열했는데, 나와 친구들도 그러자고, 무수히 새끼손가락을 걸며 약속했다. 향기로운 지초와 난초의 사귐처럼 맑고 깨끗하고, 변치 않은 우정을 꿈꿨다.그 덕분이었을까?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더니 단짝 4명 중 1명의 친구와 마주보며 살고 있다. 결혼으로 고향을 떠나 타지방에 정착했는데, 친구 또한 같은 이유로 지금은 같은 아파트에 살고 있다. 40년 가깝게 이어지는 인연이 필연처럼 감사하다.시인의 작품에 드러나는 소망을 나는 적잖이 경험하고 있다. 아,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친구는 내가 아무 때나 찾아가 커피 한 잔을 달라고 해도 귀찮아하지 않는다. 끼니를 거르고 찾아가도 싫어하지 않고 집밥을 차려주며 내가 먹는 모습을 지켜봐 준다.나는 취미가 많지 않은 사람이다. 아날로그 유형이라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다루는 것이 능숙하지 않고, 음치라 노래를 못하고 몸치라 댄스를 못해, 문화센터에서 배울 생각은 아예 엄두를 못 낸다. 운동 신경이 둔해 시작하고 싶은 운동 또한 마뜩찮다.그런데 재주 없는 나에게도 관심이 가는 것이 하나 있다. 수필쓰기다. 내 친구는 내가 사유의 문장이나 감동적인 문장, 창의적으로 돋보이는 글을 쓰지 않더라도 타박하지 않는다. 내가 선택한 길에 후회하지 않고 아쉬워하지 않도록 응원한다. 잘하지 못해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다 보면, 훗날 성실성에 따른 예술적 성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살아온 경험으로 터득했으리라.‘우정이라 하면 사람들은 관포지교를 말한다. 그러나 나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지 않듯이 나 또한 끝없는 인내로 베풀기만 할 재간이 없다. 나는 도 닦으며 살기를 바라지 않고, 내 친구도 성현 같아지기를 바라진 않는다.’ 책에서 작가는 성현처럼 생활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나 또한 감정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무조건 인내하는 것을 지향하지 않는다. 내 안의 감성을 친구에게 보여주는 것이 오히려 인간적이라 생각되며, 우리 사이에 더욱 신뢰가 쌓일 것이다.‘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으랴. 서로 돕는 진실한 친구가 필요하다.’ 나는 내 친구가 나 외에 다른 특별한 사람들을 사랑한다고 질투하지 않겠다. 친구가 좋아하는 보랏빛 수국 속에서, 따뜻한 허브 차 속에서, 나를 가끔 떠올려 준다면 기쁘겠다.나는 우리가 수의를 입게 되는 날까지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눈빛이 흐려지고 기운이 쇠약해 져도, 서로를 알아보지 못하는 일은 더더욱 없기를 기도한다. 남편이나 자식보다 더 오랫동안 나를 지켜본 내 친구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그녀 또한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면, 얼마나 가슴 무너지는 일인가. 이것만 약속된다면 나는 세월 가는 것에 결코 초조하지 않는 삶을 살 것이다.‘세월이 흘러 묻힌 자리에 지란(芝蘭)이 돋아 피어, 맑고 높은 향기로 다시 만났으면.’ 나와 친구도 꼭 그랬으면, 참 좋겠다.

2022-10-19

수산물 유통환경의 미래

노르웨이산 고등어가 우리 식탁을 점령한지 꽤 됐다. 음식점 뿐만 아니라 각 가정에서도 손쉽게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구입해서 먹는다. 우리가 알던 그 고등어는 맞는데, 대신 좀 더 크고 통통한 게 특징이다. 수산강국인 노르웨이는 수산물 관리와 유통의 선진화로도 유명하다. 대형 어선에서 잡은 고등어가 선박 위의 컨베이어벨트에서 내려져 위판장의 자동선별기로 이동하는 모습은 노르웨이 수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장면 중 하나다. 크기별로 선별 돼 담긴 박스는 차곡차곡 쌓여 경매 후 바로 냉동 창고로 보내진다. 양륙과 선별, 위판 어느 단계에서도 사람과의 접촉은 없다. 우리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우리에게는 당일 잡힌 각종 수산물이 수협 위판장의 바닥에 깔려 경매하는 모습이 익숙하다. 물론 경매가 끝난 후에도 나무 상자에 실려 바닥에서 선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앉은뱅이 의자에 앉은 7,80대 어르신들은 날렵한 손놀림으로 선별과 손질을 끝낸다, 그렇게 매일 항구 어귀에 마련된 널찍한 공간은 천막을 친 어판장이 되고, 경매가 끝난 휑한 공간은 주차장이나 빈 공간으로 남는다. 수산물 유통단계의 위생안전을 논하기에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국내 수산물의 위생 및 유통관리와 달리, 수입수산물의 유통관리는 당장의 국민 먹거리 안전과 직결된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안전이 비상이다. 이미 해양수산부 등 관계당국은 원전 사고 후 국제적 방법을 동원해 일본 후쿠시마 인근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내년부터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가 방출될 경우다. 일본은 2023년부터 오염수를 방출한다고 발표했다. 해류의 방향 등 조건을 따지면 우리에게 직접적인 영향이 미치는 것은 수년 후라고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후쿠시마 인근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의 수산물을 모두 수입 거절하기에도 한계가 있다.‘수입수산물 유통이력 제도’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정부의 강력한 대응이 필요한 이유다. ‘수입수산물 유통이력제’는 해양수산부 장관이 고시하는 수산물을 수입하거나, 국내에서 거래하는 경우 유통단계별 거래명세를 의무적으로 신고하는 제도다. 식품 위생 및 안전 문제가 발생하면 강제적인 대응이 가능해 수입수산물 관리에 가장 우선시된다.사실 수입 수산물 뿐만 아니라 국내 수산물도 이력제를 시행하고 있다. 생산자와 중도매인 등 수산물을 취급하는 업체에서 ‘수산물 이력정보시스템’을 등록하면, 최종 소비자가 이를 확인할 수 있는 ‘수산물 이력제’가 운영 중이다. 다만, 강제성이 없고 업체에서 생산·유통·가공 과정에서 영업 정보 유출을 우려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해양수산부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산물 이력제의 정보를 ‘생산이력’으로만 단순화시키고, 이력마크가 부착된 수산물은 정부가 인정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적극 홍보하고 있다. 생산이력으로 공개정보를 국한시켜 업체의 수산물 이력제 동참을 이끌어내려는 복안인 셈이다. 물론 소비자들의 알권리를 충족시키고자 하는 의미도 담겼다.실제 많은 소비자들은 수산물을 구입할 때 가격보다는 신선도와 원산지를 중요시한다고 한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조사한 식품소비행태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수산물의 신선도를 가장 중요시하며 그 다음으로 원산지와 수산물 외관을 확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이력으로만 정보를 국한시켜도 일반 소비자들의 알권리는 어느 정도 보장되는 것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산물 위생과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다. 신선도가 가장 중요한데도 직거래 활성화가 더디고, 여전히 복잡한 유통단계를 거치기 때문이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수산물의 직거래가 비약적으로 늘었지만 전체 물량으로 따지면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대표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업체가 한 지자체와 손잡고 수산물 직거래를 시작한다는 소식이 대대적으로 보도되기도 했다. 중간업자가 경매하는 등의 유통과정을 생략하고 산지 위판장에서 이커머스 업체가 주문과 재고관리, 배송을 완전히 맡아 직거래하는 형태다. 당연히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정현미 작가 이와 함께 해양수산부도 ‘청정 위판장 모델 구축사업’과 ‘수산물 유통단계 위생안전 체계 구축’에 나서고 있다. 즉, 위판장을 천막수준의 바닥 선별장이 아닌, 위판장과 하역장을 분리하고 저온경매가 가능한 시설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폐쇄형 구조로 저온 경매장을 만들고 자동선별기와 저온차량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정부는 청정 위판장 모델 한 곳을 구축하는 데에도 수십 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다. 실제 영광군 수협과 서천군 수협 등 4곳이 사업 대상으로 선정, 위판장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위생과 안전, 선진화 등에는 항상 그렇듯이 예산이 수반된다.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건강식으로 알려진 수산물의 섭취가 는다는 것이 정석이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10년 사이 수산물 소비가 크게 늘었다. 국내 수산물 뿐만 아니라 수입 수산물의 소비량도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시장이 커지면 당연히 선진화가 따라야 한다. 먹거리일 경우 더욱 그렇다. 우리나라의 위판장이 북유럽 국가의 모습을 재현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수산물의 위생과 안전이 현장에서부터 확고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22-10-19

마약드라마 ‘수리남’, 남의 일 아니다

심충택 논설위원 지난 2001년 5월, 대구사회에 마약투약자가 엄청난 속도로 확산되면서 빅뱅(Big Bang) 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연예인이나 유흥업소 종사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져온 마약이 농민, 회사원, 주부, 대학생 등 ‘보통사람’에게까지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는 내용이었다.당시 대구경찰에 붙잡힌 마약사범 기사를 찾아보니, 한 30대 주부는 살을 뺀다는 단순한 생각에 중국산 마약을 상습투약했고, 대학에 갓 입학한 한 학생은 히로뽕을 팔다 경찰에 붙잡혔다. 그 당시 경찰에 적발된 마약사범은 한해 전국적으로 1만명을 넘어섰다. 중국과 동남아 등지에서 값싼 마약류 밀수입이 급증하고 경제난으로 생활이 힘들어지면서 마약에 빠져드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빅뱅의 원인은 지금처럼 밀매책을 잡기도 어려웠지만 신종마약이 시장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마약이 살 빼는 약, 술 깨는 약, 정력제로 둔갑해 투약자들이 자신도 모른 채 중독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 유행한 마약은 중국산 펜플루라민과 ‘도리도리’라고 불린 엑스터시(MDMA), 히로뽕에 카페인을 섞은 야바(YABA) 등이다. 가격이 2천~3천원대이고 알약형태로 돼 있어 누구가 쉽게 복용할 수 있었다.대검찰청이 지난 주말(14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년 전에도 우려했던 마약빅뱅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은 서울과 인천, 광주, 부산지검에 마약류 범죄만 담당하는 특별수사팀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수사팀엔 관세청·국정원·식약처 전문인력도 합류한다.검찰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검거된 마약 사범만 모두 1만575명이다. 지난해 검찰이 압수한 마약은 1천296kg 정도인데, 5년전인 2017년(154.6kg)과 비교하면 8배가 늘어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가 늘어난 수치지만, 실제 투약자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보인다. 19세 이하 마약사범도 매년 가파른 증가세를 보인다.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마약 유통경로가 온라인으로 음성화되면서 마약단속과 수사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이원석 검찰총장도 “집 안에서 마약을 SNS로 피자 한 판 값에 ‘직구’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마약범죄를 근절시키기 위해선 검찰과 경찰 수사에 모든 국민이 협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한번 손을 대면 영원한 파멸’이라는 말도 있듯이, 마약은 뇌를 망가뜨리고 투약자를 노예로 만든다.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거나 금단현상으로 온몸을 떨며 고통받는 결말만 기다리고 있다. 마약에 중독됐다고 판단되는 사람들은 혼자서 고민하지 말고 하루라도 빨리 전문진료소를 찾아 치료를 받아야 한다.치료가 어렵지 않고 치료비도 무료라고 한다. 그리고 우리사회도 마약사범을 중범죄로 취급해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는 것조차 꺼리는 풍토를 없애야 한다. 가정과 유흥업소, 캠핑장, 차량 안에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독버섯처럼 퍼지는 마약을 잡지 못하면, 우리사회는 인기드라마였던 ‘수리남’과 같은 마약공화국이 된다.

2022-10-18

국감쟁점 된 대구시장·경북도지사 불화설

그제(17일) 경북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장에서는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간 불화설이 주요 메뉴로 거론됐다. 민주당 조응천 의원은 이날 이철우 지사에게 “홍준표 대구시장과 제대로 소통이 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전제하며 “민선 7기부터 권영진 전 대구시장과 행정통합을 꾸준히 말했는데, 홍 시장은 넌센스라고 답했다. 논의하신 건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행정통합과 관련한 시장·도지사간의 견해차이를 TK광역단체장 간 불화설로 몰아간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홍 시장과 행정통합에 대한 논의를 아직 한 적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불협화음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조 의원은 대구경북연구원 분리에 대해서도 언급하면서, 대구시와의 불협화음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 지사는 다시 한번 홍 시장과의 불화설을 부인하면서 “(대구경북연구원이)연구 중심이 돼야 하는데, 대구에 있으니까 연구원들을 만나기 어려워서 경북도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다”고 했다.일단 조 의원의 이날 질의내용은 집권여당 주요자산인 두 단체장간의 갈등설을 부각시켜 TK 정치지형을 흔들어보려는 의도가 읽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경북 현안과 관련한 홍 시장과 이 지사간 인식 차이에 대해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홍 시장은 평소 대구와 경북 행정통합에 대해 “현실성이 없다”는 말을 자주 해왔다. 반면 이 지사는 이날 국감장에서도 “대구·경북이 통합을 해야 수도권과 대응을 하고, 지방자치를 실현할 수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법안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대구·경북은 최근 시장과 도지사가 조율해야 할 굵직한 현안이 많아 두 사람간의 견해차가 쌓여 갈 경우 지역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현안이라도 시장과 도지사가 서로 피할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들과 같이 모여 깊이 논의하고 조율하는 자리를 자주 가질 필요가 있다.

202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