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터널을 벗어나선지 최근들어 축제나 공연, 전시 등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화창해진 날씨에 싱그러운 신록의 물결 따라 사람들의 발걸음도 가볍고 표정도 밝아 보인다. 인근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를 찾는 발길도 많아져서 그동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참고 미뤄왔었던 전시회나 문화강좌, 학습모임 등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부담 없이 누리고 즐기는 모습들이 넉넉하기만 하다.
요즘은 굳이 미술관을 찾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공원이나 편의, 위락시설 등지에 설치된 조형물이나 조각상 등의 예술작품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예컨대 길거리 간판이나 가로등, 공원 벤치, 운동시설, 시설 구조물 등에 예술성을 가미해 이색적인 새로움을 주거나 낯선 반가움을 느끼게 하는 이른바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미술이나 예술작품은 이렇듯 일상에서의 향유와 실생활에 접목될 수 있을 때 보다 능동적이며 그 의의와 가치가 커지지 않을까 싶다.
대부분의 예술작품이나 미술품 등은 원작의 보존성을 위해 취급이나 감상에 엄밀한 주의가 요구된다. 작품과의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손으로 만지거나 접촉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기에 ‘눈으로만’ 감상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그런데 갤러리 내의 전시품을 실외의 공공미술품 마냥 직접 만져보며 촉감이나 질감을 느껴볼 수 있다면 그 작품에 대한 감상의 폭과 깊이가 한결 커질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장벽 없는 전시개념인 ‘배리어 프리(Barrier Free)’ 프로그램은 손끝으로 미술작품을 보고 상상하며 해석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며, 시각장애인도 얼마든지 촉감으로 작품을 인지, 감상하며 즐길 수 있는 사려깊은 ‘촉각전시’인 셈이다.
최근 지방에서는 보기 드물게 ‘배리어 프리 전시회’가 포스코갤러리에서 열리고 있어서 일반인은 물론 특히, 시각예술에서 소외된 시각장애인들에게 큰 호응을 받고 있다. 포스코의 고해상도 프린팅 원천기술인 ‘포스아트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철강재 위에 ‘풍속도’‘세한도’ 등 조선시대의 명화를 적층인쇄기법으로 재현한 작품 83점을 6월 중순까지 선보이고 있다. 그와 연계해 지난 주에는 ‘포스아트’의 기술로 평면이지만 입체적으로 구현된 옛 그림의 원본 이미지를 유홍준 전문화재청장의 ‘옛 그림을 보는 눈’ 주제의 초청특강이 성황리에 열렸고, 생소한 전시회 관람을 희망하는 도내 22개 지역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전문 도슨트의 그림 설명과 함께 손길을 통한 관람의 편의와 안전하고 유익한 작품감상이 되도록 세심히 배려, 지원하고 있다. 기업시민 포스코의 두드러진 기업메세나 활동이 아닐 수 없다.
아직은 전시분야에서 배리어 프리의 장벽이 높다 하지만, 작은 생각과 배려들이 일상 속에서 조금씩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를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이 예술가의 몫이라면, 예술작품을 누구나 모두가 똑같이 감상하고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안배하는 것은 사회적인 역할과 혜안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