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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패소 앙심 방화, 법치주의 지킬 대책 마련을

지난 9일 대구에서 발생한 변호사 사무실 방화참사로 법조계가 큰 충격에 빠졌다. 대한변협은 성명을 내고 “변호사 개인을 향한 범죄를 넘어 사법체계와 법치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전이자 야만 행위”라 규탄했다. 방화참사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한동훈 법무부장관도 “법질서를 훼손한 반문명적 테러”라고 말했다.이번 사건은 재개발 사업에 투자한 50대 남성이 투자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으나 패소하자 상대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가 방화를 저지르면서 발생했다. 이 사건으로 당사자를 포함 7명이 숨지고 50명이 다치는 끔찍한 일이 벌어졌다. 참으로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일이다. 사건을 담당한 상대 변호사는 출장 중이어서 화를 피했지만 함께 사무실을 쓰던 동료 변호사와 직원들이 참사를 입었다. 사건에 대한 수사가 진행돼야 명확히 알겠지만 사건 발생의 앞뒤로 보아 소송에 불만을 품은 용의자의 분노가 발단인 것으로 보인다. 소송은 사회 구성원간의 갈등을 조정하는 법적 장치이자 우리사회가 가지고 있는 분쟁조정의 최후 보루다. 이런 재판 결과에 대해 불만을 품고 극단적 수단을 동원한다는 것은 국가 사법체계를 부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우리의 사법체계는 1심 재판에서 패소하면 항소심이나 상고심을 허용하고 있다. 정당한 법 절차에 따라 본인의 뜻을 밝힐 기회는 언제든 있다. 또 이를 잘 활용하는 것도 우리사회의 몫이다.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은 의뢰인이 담당 변호사를 찾아가 폭언이나 협박을 하는 사례는 과거에도 종종 있었다. 2014년에는 재판에 불만을 품은 50대가 서울의 한 변호사 사무실에 불을 질러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판사나 검사와는 달리 일반인의 사무실 출입이 지유로운 변호사들은 평소에도 이런 것에 대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사건이 변호사업계에 특별히 충격적인 것은 평소 느꼈던 위험을 목격했기 때문이다.변호사 협회가 말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 동시에 갈수록 늘고 있는 우리사회의 심각한 갈등 구조를 혁파할 수 있는 국가적 차원의 시스템 구축도 절실하다.

2022-06-12

당내 권력투쟁으로 경제위기는 뒷전인가

2024년 총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여야 모두 당내 권력 다툼이 치열하다. 말로는 서로 ‘혁신’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본질은 총선 공천권을 행사하기 위한 싸움이다. 국민의힘은 오는 24일 이준석 대표 ‘성상납 의혹’과 관련한 윤리위의 징계 논의를 앞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윤리위 결정에 따라 이 대표의 거취가 결정된다. 이 대표와 당내 최다선 정진석 의원 간 감정싸움도 당사자들의 부인에도 차기 공천권을 둘러싼 권력다툼의 서막이라는 시각이 강하다. 민주당도 22대 총선 공천권을 쥔 당 대표 자리를 두고 ‘친명(이재명)계’와 ‘친문(문재인)계’가 이전투구를 벌이고 있다. 오는 8월로 예정된 전당대회 룰을 둘러싸고 두 계파 간의 갈등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그동안 민주당 주류세력이었던 친문계가 이재명 의원의 당 대표 출마 불가 분위기 조성에 나서자 신주류로 떠오는 친명계가 전당대회 룰을 바꾸자며 맞서고 있다. 여야가 그들만의 싸움으로 시간을 보낼 동안 국회공백사태는 계속되고 있다. 지금은 대통령이 ‘경제 태풍’을 경고할 만큼 위기상황이다. 물가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치솟고 있는데, 원자재 가격은 무서울 속도로 올라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위협하고 있다.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경유 평균 판매 가격이 지난 10일 L(리터)당 2천50원 선을 넘어섰다. 경유 가격은 한 달 가까이 날마다 최고가 기록을 새로 쓰고 있으며, 휘발유 가격도 조만간 역대 최고가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중산층도 이제 차 운행하기를 꺼릴 정도다. 더욱 걱정되는 것은 향후 경제 관련 전망이 계속 어둡고, 뾰족한 해법을 찾기도 어렵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기상황에서 국회가 당내 권력다툼으로 문을 닫고 있는 것은 직무유기다. 지난달 30일 0시를 기해 21대 전반기 국회가 종료됐지만, 후반기 원구성마저 내팽개친 채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이래놓고 국회가 국민 대의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가. 여야는 하루빨리 국회를 가동시켜 국민안위가 달린 경제위기 극복에 당력을 쏟아야 한다.

2022-06-12

이명박 前대통령 사면을 염원한다

이성환 포항뿌리회 초대회장 이명박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 문제가 정치권의 이슈로 부각되었다. 지난 2020년 10월 재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만 81세의 고령이며, 형 집행정지를 신청할 만큼 건강상태가 좋지 못하다. 특히 수감 후에 당뇨 등 기저 질환으로 세 차례나 입원 치료를 받을 만큼 각종 지병에 시달리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물론, 이 전 대통령에 대한 공과가 존재하고, 사면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도 없지 않지만 국민통합의 필요성을 고려할 때 사면이 필요한 시점이 됐다.이 전 대통령은 성실함과 더불어 경제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 임기 중에는 경제 대통령으로 불릴 만큼 뚜렷한 성과를 남겼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고환율정책을 통해 상당히 안정적으로 극복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에 재진입했으며, 2012년 6월 23일 인구 5천만명을 돌파, 세계에서 7번째로 ‘20-50 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 이상 충족 국가)’에 가입했다. 또한 2010년 세계 7대 수출국으로 도약했으며, 2011년 세계 9번째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했다. 미국, 독일, 일본과 같이 주로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 이상인 선진국들만 달성한 위업을 이룬데 있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은 적지 않다고 할 수 있다.외교 성과도 빛났다. 대한민국이 G20정상회의와 핵안보정상회의 의장국이 되어 성공적으로 개최하고,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으로도 선출됐다. 부동산정책 문제 해결에도 앞장섰다. 수도권의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해서 ‘보금자리 주택’이라는 서민용 주택을 공급했다. 기존 신도시보다 저렴한 가격과 좋은 거주환경 때문에 관심과 호평을 받았다.물론, 4대강 사업, 미국산 소고기 광우병 사태 등 공(功)과 과(過)가 엇갈리는 정책도 있었지만, 경제, 외교 분야에 있어서는 어느 정부보다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말이 있다. 시기가 늦어 기회를 놓쳤음을 안타까워한다는 뜻이다. 고령인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 시기를 놓쳐 건강이 악화된다면 우리 국민들에게 아쉬움으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취임하게 되면 사회적 합의와 국민의 뜻을 고려해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추진하겠다고 거론했다. 국민 통합과 화합을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결단한다면 굳이 시기를 늦출 필요가 없다. 국민 대통합의 차원에서 역대 대통령이 집권 1년차에 대사면을 실시했던 전례를 비춰보았을 때 지금이 바로 적기이다. 2013년 2월 19일 이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자리를 물러나며 마지막으로 남긴 고별사에서 “바닷가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길에서 장사를 하며 고학하던 소년이 대통령이 될 수 있는 나라, 그런 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입니다. 그 나라를 만들어온 우리 국민 또한 참으로 위대한 국민입니다”라며 국민들에게 감사함을 전했다.이제는 우리가, 정부가, 응답할 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길지 않은 남은 인생을 다시 국민들 곁에서 지낼 수 있도록 마지막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

2022-06-12

예의와 배려

유영희 작가 올해 2월부터 먹고 움직인 것을 매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체중도 조금씩 빠지는 중이다. 이 사실을 아는 친구들은 의지가 대단하다고 야단들이다. 그러던 중 ‘대화의 희열’에서 발레리나 강수진이 나온 영상을 보게 되었다.발레리나 강수진은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아시아인 중 최초로 입단하였고, 2016년에는 원할 때까지 수석 무용수 자격으로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종신 단원 자격을 아시아 최초로 얻은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마디마디가 모두 툭툭 튀어나온 그의 발가락은 그런 성취를 위해 그가 얼마나 혹독하게 노력했는지 말해준다. 그러나 발가락 부상으로 1년간 쉬었다고도 하니 영상을 보기 전에는 자신에게 너무 가혹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었다.그런데 이 방송에서 강수진은 그렇게 노력한 것은 관객에 대한 예의이면서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한다. 관객에 대한 예의는 금방 이해가 되지만, 자신에 대한 예의라는 말이 무척이나 인상 깊어서 곱씹게 되었다.우리는 예의를 사람이 지켜야 할 예절과 의리 또는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라는 뜻으로 많이 사용한다. 그런데 ‘마땅히’라는 말 때문인지 그렇게 해석하면 강박적인 사람처럼 보인다.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예의의 의미를 찾아보니 ‘존경의 뜻을 표하기 위해 예로써 나타내는 말투나 몸가짐’이라는 뜻도 있다. 이 뜻으로 강수진의 말을 해석해보면 ‘나에게 존경의 뜻을 표하는 행동’이 되어 이해가 잘 된다. 관객에 대한 예의라는 말도 더 설명이 잘 된다. 이렇게 강수진이 자신에 대한 예의로 그렇게 노력했다고 이해하니, 그는 자신의 방식대로 육체를 돌보았다는 생각이 든다.그러나 육체를 돌보는 방법에 극기의 노력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부 모임에 참여하는 한 학인은 내 몸과 대화하는 글쓰기에서 이렇게 썼다. “발등에 금이 갔는데도 쉬지 않고 일했지. 한 달 동안 깁스를 하고 있느라 말도 못 하게 힘들었는데 열심히 끌고 다녔어. 정말 내가 왜 그랬을까? 내 몸에 붙어 있는 것이니까 머리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면 되는 줄 알았나 봐. 그때 너무 무모했던 것 같아. 소중한 걸 몰랐어. 이제는 소중히 여기며 살게.” 얼핏 보면 강수진은 자기 몸을 혹독하게 다루었고, 학인은 자기 몸을 소중히 여기겠다고 말하고 있어서 정반대인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다.미셸 푸코는 ‘성의 역사’ 2권에서 그리스의 양생법을 설명하면서 그리스인들의 도덕적 성찰에서 주요한 관심은 육체를 돌보기 위해 쾌락의 감소를 고려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그들의 목표는 자신의 육체에 대해 적절하고 필요 충분한 배려를 하는 주체로 자신을 세우는 것이었다고 한다.푸코의 설명을 들으니, 예의를 위해 고통을 감수하거나 아픈 몸을 배려하려는 마음이나 모두 자신을 삶의 주인으로 세워가고 있다는 점에서 통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먹고 움직인 것을 기록하는 것이 예의인지 배려인지 구분하기는 어렵지만, 그 역시 나 자신을 삶의 주체로 세워가는 과정이리라 짐작해본다.

2022-06-12

‘관광자원의 寶庫’ 경북… 세계로 도약하길

경북도문화관광공사가 지난 7일 창립 10주년을 맞아 경주 육부촌 대회의장에서 창립10주년 기념식을 가지고 세계적인 도약을 선포했다. 공사는 2012년 출범 이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9년 연속 흑자경영을 하면서 자립경영체계를 구축하는 성과를 거뒀다. 3선 국회의원 출신인 김성조 공사 사장은 “7월 출범하는 민선8기 도정목표에 맞춰 경북형 관광상품 개발, 낙후된 관광 인프라 재건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공사는 그동안 동남아 신흥관광시장 개척, 소울·템플스테이, 경북일주일살기를 비롯한 경북형 관광상품 개발로 관광 인프라 조성에 총력을 쏟았으며, 최근 코로나 팬데믹 사태 속에서는 새로운 관광패러다임 정립, 비대면 온라인마케팅을 통해 모범적인 지방공기업으로 자리잡았다. 공사가 도 산하 공기업이 된 지는 10년 됐지만, 전신(前身)인 경주관광개발공사는 1975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한국관광공사 자회사로 설립됐다. 박 전 대통령은 경주관광개발공사 설립 당시 “민족유산이 풍부한 신라고도 경주의 자연경관을 가꾸어 국제적 문화관광도시의 면모를 갖추도록하라”고 지시했다. 박 전 대통령 재임 때는 신라천년의 역사를 지닌 경주가 우리나라 문화관광개발의 중심에 있었다. 그 후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9년 11월에는 모든 정부 공기업이 민영화 또는 통폐합 조치를 당했으나, 경주관광개발공사는 오히려 경북관광개발공사로 확대개편됐다. 이 과정에는 당시 김중권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은희 청와대 문화관광비서관(현 국회의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다. 경북관광개발공사는 경주 보문단지와 감포관광단지 뿐만 아니라, 경북북부지역 유교문화권 개발사업도 함께 진행했다. 경북도 뿐만 아니라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관광산업 콘텐츠 발굴과 마케팅에 집중하는 것은 관광산업의 경제적 효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경북도는 전국 문화재의 15%를 보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10주년을 맞은 경북도문화관광공사를 중심으로 급변하는 문화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는 차별화된 콘텐츠를 많이 발굴해서 경북이 서울, 부산, 제주에 뒤지지 않는 인기 관광지로 부상하길 기대한다.

2022-06-09

단비와 같은 LG이노텍 1조원대 구미 투자

LG이노텍이 이달 중 경북 구미에 1조5천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대기업의 이전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구미 경제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지난 1월 구미형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착공식을 가진 LG BCM 양극재 공장의 구미 투자에 이은 또 하나의 쾌거라 하겠다. LG이노텍은 광학 솔루션, 기판소재, 전장부품 등을 총괄하는 LG그룹 내 종합전자부품 업체다. 광학 부문에 있어 세계 탑급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애플 카메라 모듈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국내 최고 유망기업이다.LG이노텍의 구미 투자는 LG전자 A3공장 인수와 카메라 모듈 및 반도체 기판 생산라인 증설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조만간 이사회 승인을 거치고 구미시와도 투자협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LG이노텍의 투자로 공장 증설과 함께 관련기업 임직원의 이동과 신규인력 채용이 예상되고, 협력업체의 투자도 늘어날 것이 예상된다. 침체 일로에 있던 구미공단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획기적 전기가 될 수 있다는 면에서 지역사회도 상당한 관심과 기대감을 갖고 있다.특히 윤석열 정부 들면서 1천조 규모의 대기업 투자 움직임이 일고 있는 시점에서 LG이노텍의 구미지역 대규모 투자는 대구·경북 전체 산업에 긍정적 파급 효과도 줄 것으로 보인다.민선 8기 출범에 맞춰 대기업의 지방유치가 지자체의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대기업의 투자 유치를 소멸 위기에 빠진 지역사회의 소생과 연결 짓기 위해 지자체간 대기업 유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지금 지방자치단체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 도시의 존립과 연관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경제 회생 없이는 지방의 미래는 없는 것이다. 대기업의 지역투자를 지속적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정책적 배려가 특별해야 한다. 1천조 규모 대기업의 투자가 본격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의 유치를 위해 단체장은 물론 정치권 등 너나없이 지역사회가 똘똘 뭉쳐야 한다. LG이노텍 투자가 이래서 더 반갑다.

2022-06-09

북핵과 스텔스 전투기

스텔스 전투기는 상대의 레이더, 적외선탐지기, 음향탐지기 등 모든 탐지 시스템에 포착되지 않는 은폐기술을 갖춘 최첨단 전투기를 말한다.세계 최초의 스텔스기는 1974년 미국이 개발한 F-117기다. 나이트호크라 불리는 이 전투기는 1989년 미군의 파나마 침공 당시 처음 실전에 투입됐다. 이후 1991년 걸프전에 모두 44대가 참전하여 단 한 대의 손실도 없이 혁혁한 전과를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B-2는 스텔스폭격기고 F-22와 F-35는 스텔스전투기다. 우리는 2018년 3월 세계 최강 성능의 스텔스기인 F-35를 처음 도입했다. F-35는 최대 속도 마하 1.8로 전투반경만 1천93km 거리다. 공대공 미사일 등 엄청난 파괴력도 보유하고 있다.유사시 북한의 방공망을 피해 내륙 깊숙한 지역까지 은밀히 침투해 핵과 미사일을 정밀 타격할 수 있어 북한의 김정은이 가장 두려워하는 전투기로 알려져 있다.지난 7일 한미공군은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도발에 대응해 F-35 스텔스 전투기 등 20대를 동원해 서해 상공에서 대북 연합무력공중 시위를 벌였다. 합동참모본부는 “한미연합 방위능력과 태세를 보여줌으로써 북한의 어떠한 도발도 신속하고 정확한 타격을 할 수 있는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 했다.북한의 7차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한반도에서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스텔스기로 무장한 한미연합 무력시위가 북한의 무모한 도발 행위를 얼마나 억제할지 알 수 없다. 다만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북한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강력한 수단이 된다면 다행이다. 새 정부는 스텔스기로 무장한 훈련을 통해 강력한 대북 정책의 일단면만 선보인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9

확증편향의 위험성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인사권은 검찰공무원이, 정부 운영은 기재부 퇴직 공무원이, 자잘한 정무는 여의도 아웃사이더들이 맡는 방식으로 과연 향후 5년을 제대로 버텨낼 수 있을까.”윤석열 정부의 인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에 회자되는 한 줄 평가다. 시니컬하긴 하지만 현 정부 인사문제의 핵심을 꿰뚫고 있다. 대통령실이나 정부 라인업을 보면 정부 경제정책 등 운영은 기재부가, 인사통제권은 검찰이 장악했다는 평가가 나올만 하다. 국무총리, 대통령 비서실장, 국무조정실장, 경제수석에 모두 기재부 출신이 임명됐다.특히 법무부 장·차관은 말할 것도 없고 법제처장, 국가보훈처장,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국무총리 비서실장에 이어 금융감독원장에 검찰출신이 임명됐다. 인사추천권을 가진 인사기획관 및 인사 비서관, 검증역할을 하는 공직기강비서관과 법무부 산하에 설치될 인사정보 관리부서까지 검찰출신이 떠안았다.이러니 야당이 검찰공화국 운운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중에서도 1999년 출범 이후‘금융계의 검찰’로 불리는 금감원의 수장에 검찰 출신이 자리잡은 게 압권이다. 그만큼 자본시장의 불공정 거래를 척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강하다는 얘기다. ‘경제 검찰’이라는 공정거래위원회 수장에 검찰 출신 인사가 한때 거론되다가 제외된 데는 이같은 세간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윤 대통령이 새 정부에 대한 여론에 그만큼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방증이다. 사법고시를 거친 검찰 출신 인사들의 능력과 추진력은 대체로 뛰어나다. 국가관이나 정의감 역시 투철하다는 평가를 부인할 사람이 별로 없다. 그러니 평생 검찰에 몸담았던 윤 대통령이 직접 경험한 인물을 데려와 자신의 국정철학을 구현하는 데 쓰겠다는 건 인지상정이다. 그렇다해도 윤 대통령이‘적재적소’인사원칙으로 마냥 밀어붙이는 건 재고해야 한다.최근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이준석 대표와 소위‘윤핵관’간의 파워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어떻든 정권을 창출하는 데 공을 세운 이들의 충성심을 권력을 떠받치는 기둥으로 활용하는 것은 고래로부터의 통치술이다. 다만 최근의 ‘검찰 편중 인사’논란은 윤 대통령에게 적지않은 부담이다. 좀 더 시야를 넓혀 널리 인재를 찾아야 한다. 무엇보다 인사, 정보, 사정 등의 업무를 특정 분야 출신들이 맡을 경우 사고의 틀이 좁아져 잘못된 결정이 내려질 위험이 커진다.이른바 ‘확증편향’이다. 윤석열 정부의 성공은 확증 편향의 위험성을 얼마나 피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형사재판에서 무죄추정의 원칙이 도입된 이유 역시 확증편향으로 인한 오판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듣고싶은 것만 듣고, 보고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의 위험성을 피하려면 두 가지 방안이 유력하다.집단 내에서 일부러 반대 의견을 내도록 조직된 레드팀의 운용이 하나이고, 적절한 비판과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데 특화된 언론출신들을 자문단으로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다.정권의 성공과 실패는 인사(人事)에 달려있다.

2022-06-09

독재와 항쟁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대한민국 현대사는 산업화와 민주화가 두 축을 이룬다. 국민소득이 100불도 안 되는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을 했고, 외신기자가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보다 어려울 거라던 민주주의도 보란 듯이 성취를 했다. 일견해서 이 두 축은 상조관계이기보다는 서로 대립하고 길항하는 관계를 지속해온 것처럼 보인다. 산업화의 성공신화를 이루기까지 적지 않은 독재와 인권침해가 있었고, 그것에 저항하면서 민주주의도 발전을 해온 터였다. 그러나 산업화와 민주화를 상당한 수준으로 달성한 지금에 와서는 그 대립과 갈등이 상쇄작용만 해온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떤 분야에서 개인이나 단체가 권력을 차지해 모든 일을 상의 없이 독단으로 처리하는 것’을 독재(獨裁)라 한다. 독재에는 개인이 행하는 일인독재, 군인들이 행하는 군사독재, 민간인이 행하는 문민독재, 그리고 민중 등 계급이 행하는 계급독재(프롤레타리아독재), 다수가 행하는 대중독재가 있다. 또한 국민의 지지를 얻지 못하는 독재와 국민 다수에 의한 독재, 그리고 국민 대중의 지지를 받는 독재로 나누기도 한다. 이른바 민주화운동권 사람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독재에 항거한 투쟁의 역사로 규정하고 있다.민주화운동이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헌법에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권위주의적 통치에 항거하여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회복·신장시킨 활동’이라는 게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제2조에 명시된 정의다. 한편 그 법의 시행령에는 민주화운동을 대통령령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해당하는 운동 목록은 3·15의거, 4·19혁명, 6·3한일회담 반대운동, 3선개헌 반대운동, 유신헌법 반대운동, 부·마항쟁, 광주민주화운동, 6·10항쟁에다 행정안전부장관이 관계기관 및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 고시하는 운동을 포함한다.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동력이었던 민주화운동정신을 국가적으로 계승·발전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에 따라 2001년 7월 24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을 제정하고, 행정자치부 산하에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도 설립했다. 민주주의 발전과정을 기념하고 나아가 이러한 역사적 성취 위에서 올바른 역사를 정립하고,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분들의 정신을 기리며, 민주화운동의 소중한 경험과 자산을 후대에 물려주자는 취지로 6·10민주항쟁일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였다. 그동안 정치권은 산업화를 앞세우는 보수 세력과 민주화를 주창하는 진보 세력으로 양분이 되어 보수 쪽은 반공우익을 고수하는 반면 진보 쪽은 점차 용공좌익으로 변모해갔다. 우파와 좌파가 엎치락뒤치락 정권을 바꿔가며 편 가르기를 하는 바람에 두 세력 사이의 반목과 질시의 골이 깊어져서 지금은 극단적인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대다수 국민들까지 정치인들이 갈라놓은 진영논리에 함몰되어 좌파와 우파가 원수라도 되는 양 적개심을 가지게 된 것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민주화가 산업화와 적대관계일 수 없으며, 사회주의나 전체주의가 민주화의 지향점이 될 수는 없다는 인식의 전제가 통합의 공통분모가 되어야 할 것이다.

2022-06-09

잊혀져가는 길, 형산목

윤영대 수필가 그저께 경주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 강동 지나며 유강터널을 앞에 두고 갑자기 생각난 듯 좁은 옆길로 내려오니 조용한 정원이 있었다. ‘형산강 역사문화 관광공원’이라 적당한 장소에 주차하였다. 나무와 꽃, 벤치가 있는 풍경에 마음이 끌려 잔디밭 길과 나무다리 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이곳을 지나던 옛 기억이 어렴풋하다.천년고도 경주를 지나며 160리길 흘러온 형산강물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중심지 포항으로 얼굴을 내미는 이곳을 경주시 강동면의 ‘형산목(項)’ 또는 ‘형산미기’로 불렀다. 둘러보니 소나무 느티나무 주목이 서있고 개나리 영산홍 백철쭉은 봄엔 활짝 피었을 테고 구절초 금계국 등 많은 풀꽃도 있다.팔각정이 아담한 ‘관이금이 마당’에는 할머니 등에 업힌 아기가 잠자고 있는데 바로 유금(有琴)이다. 신라 때, 김부대왕이 죽어 큰 구렁이가 되어 들에 엎드려 있는데 아무도 모르고 지나칠 때 유금이라는 영리한 아이가 “아! 용님 나오신다”라고 외치자 그 용은 형제산을 형산(兄山)과 제산(弟山)으로 갈라 물꼬를 트고 승천하였고 이를 기려 이 들판을 ‘유금이들’이라 했다는 전설을 되새기며 데크를 걸어가서 ‘이문대’에 오르니 황금빛 보부상 동상이 부조장터의 얘기를 들려준다.공원을 나와 기억 속의 길을 가려는데 안내판에 동강서원(東江書院)이 있다고 해서 방향을 틀어 마을로 갔다. 형산강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숲속에 서원이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경북기념물 제114호인 동강서원은 숙종21년 우재 손중돈을 향사(享祀)하기 위해 세웠고 23년 전 복원된 탁청루가 시원스럽다. 사원 왼쪽에는 특이한 3층 구조의 오백나한전이 있는 마룡사(麻龍寺)가 있어 잘 꾸며진 뜰을 둘러보고 나오며 앞 벌판을 건너다보니 30년 전 태풍 글래디스가 퍼부은 폭우로 물에 잠겼던 도로를 자동차로 건너려다 포기하고 되돌아 왔던 기억도 있다.제산의 발밑을 돌아 옛 7번 국도를 돌아드니 이 좁은 2차선 도로를 철강제품을 엄청나게 실은 대형 트럭들이 어떻게 달렸을까 신기하다. 이제는 넓게 뚫린 유강 터널길에게 그 역할을 넘기고 한적한 강변도로가 되어 차들도 이따금 지나고, 나란히 가는 자전거길 16km는 ‘꼭 가봐야 할 아름다운 자전거길 100선’에 뽑혔다.포항 입구 거대한 육교와 대교가 엇갈리는 곳에 유강 건널목이 있고 흰 돛배 형상의 쉼터가 있는 길가에 차를 세웠다. ‘자명 열차사고’ 추모비가 있어서이다. 1973년 5월 16일 대구발 직행버스를 타고 오던 나는 봄비가 내리는 아침, 그 사고현장을 지났다. 학교 가는 학생들로 만원이었던 버스가 동대구행 비둘기호에 부딪혀 하천으로 추락하여 85명이 참변을 당했던 엄청난 교통사고…. 그 날 시내 병원으로 실려가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른거린다.이제는 이 형산강변에 철 따라 예쁜 꽃들이 피고 철새들의 날갯짓도 힘차다. 잊혀져가는 ‘형산미기’길을 참 오랜만에 지나보며 희미한 옛 기억을 되살려본 하루였다.

2022-06-09

울릉도 주민의 국힘에 대한 ’반란’

김두한 기자경북부 울릉도주민들은 섬이라는 지역의 특수성 때문에 집권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그러나 집권당이라고 무조건 애착이 있는 것이 아니다. 보수라야 한다.이 같은 뿌리 깊은 애착은 울릉도가 육지로부터 소외되지 않고 발전하기 위해선 많은 예산을 유치해야 한다는 점과 관련있다. 울릉도는 독도와 광활한 동해 요충지고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과 해안을 같이하는 군사적, 안보적 대한민국의 요충지이기도 하다.그러기 때문에 보수 집권당에 묻지 마 투표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울릉도는 워낙 좁은 지역이라 지역 인물에 대해 서로 잘 안다. 지금까지 묻지 마 투표를 했다 해도 어느 정도 인정할 인물들이 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번 6ㆍ1지방선거 결과를 보면 울릉도주민들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알 수 있다. 이번 울릉군수선거에서 무소속 남한권 후보가 69.71%를 자치, 30.29%를 얻은 국민의 힘 정성환 후보를 39.42% 격차로 제치고 당선됐다.울릉도에서도 무소속 군수가 당선된 적이 있다. 지난 2006년 민선 4기 때 무소속 정윤열 후보가 한나라당 최수일 후보를 이긴 적이 있다. 이때는 고 노무현 정부 시절로 한나라당이 야당 때다. 당시 정윤열후보가 승리했지만 12%차이였다. 이번처럼 30% 넘게 이기지는 못했다. 당시 만약 최수일 후보가 집권당 후보였으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이번 6·1 지방선거에서 울릉 군수선거뿐 아니라 도의원 선거도 사실상 국힘이 참패했다.이번 도의원 선거에는 5명이 출마했다. 집권당 후보가 당연히 유리한 구도다. 그런데 결과는 무소속 남진복 후보가 31.16%를 얻어 당선됐다.2위도 무소속으로 26.95%를 얻었고 국민의 후보는 20.98%에 그쳤다. 5명의 후보가 출마했다고는 하지만 울릉군수 후보 보다 얻은 득표율이 더 참패다.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군의원은 무소속이 없어서 못 뽑을 정도로 참패했다. 울릉군 가 선거구에는 6명의 후보가 출마 4명을 선출한다. 국민의 힘은 4명을 공천했다. 그런데 1~2위가 모두 무소속 후보다.국민의 힘 후보보다 많은 표 차이로 당선됐다. 무소속 후보는 1~2위 2명이 전부다. 그뿐만 아니다. 울릉군 나 선거구는 2명을 선출하는데 3명이 출마했다. 이 중 1명은 무소속이고 2명은 국민의 힘에서 공천했다. 결과는 무소속후보가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울릉군 가, 나 선거구에 무소속이 3명만 출마했을 망정이지 6명이 출마했으면 결과가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울릉군민들은 여당인 국민의 힘을 싫어한 것은 아니다. 이번 선거에서 이철우 경북지사 후보를 81.24%(더불어민주당 후보 18.76%)로 압도적으로 지지했고 광역비례대표도 74.22% 지지했다.이번 선거 결과는 경북도당 공심위가 울릉군민의 여론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점이 크다. 섬사람은 대륙 사람들보다 특히 무시당하는 것을 싫어한다.이번 선거를 계기로 국민의 힘 경북도당과 김병욱 지역구 국회의원은 이런 점을 각골명심(刻骨銘心), 무소속 울릉군수 당선인과 협력을 통해 울릉주민 숙원 사업 해결 등 울릉군 발전에 큰 역할을 해주기 바란다./kimdh@kbmaeil.com

2022-06-08

콩주머니에 담긴 추억

정미영 수필가 양말을 꺼내 신으려니 구멍이 나 있었다. 아끼던 양말인데 엄지발가락이 쏙 얼굴을 내밀었다. 부끄럽기보다는 재미가 있어서 발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실과 바늘을 찾았지만 구멍이 커서 꿰매 신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버리기가 아까워 오자미라고 불렀던 콩주머니를 만들기로 했다. 구멍난 곳을 촘촘하게 박음질한 뒤에, 콩을 넣고 양말목 부분에 땀의 크기가 고르도록 바느질에 신경을 썼다. 예전에 할머니가 그랬던 것처럼….내가 어렸을 때에는 놀잇감이 흔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가끔 구멍 난 양말을 박음질해, 그 속에 솜을 넣고 인형을 만들어 주셨다. 신기한 듯 쳐다보고 있는 나에게 인형을 움직이며, ‘옛날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에….’로 시작하는 옛이야기를 들려주셨다. 할머니의 손놀림에 따라 그럴싸하게 움직이는 인형을 보면 이야기가 더욱 실감났다.할머니는 콩주머니도 만들어 주셨다. 콩주머니를 만드는 할머니의 모습은 여유로웠다. 춘향가의 한 대목을 흥얼거리기도 하고, 가끔 꽃이 핀 마당을 내다보기도 하셨다. 고개를 들지 않고 바느질에 집중하면서도 꽃밭에 나비가 나는지 벌이 날아드는지, 알아맞히는 모습이 어린 내 눈에는 멋있어 보였다.나는 친구들이랑 공터에서 콩주머니를 가지고 놀았다. 콩주머니 놀이는 먼저 가위바위보를 해서 편을 가르고 땅에 선을 그어 영역을 나누었다. 그런 다음, 콩주머니를 힘껏 던져 상대편을 더 많이 맞혀야 이길 수 있는 놀이였다. 이리저리 뛰다 보면 이내 땀범벅이 되고, 손으로 땀을 훔치면 얼굴까지 시꺼메졌다. 꾀죄죄하고 지저분한 얼굴이어도 창피한 줄 몰랐다. 서로 마주 보며 키득거렸다.할머니는 우리가 노는 것을 한 번씩 구경하셨다. 상대편 아이가 던진 걸 손녀가 잘 받아 내면 손뼉을 치며 주름살이 펴질 듯 환하게 웃으셨다.내가 콩주머니를 받지 못하고 몸 어딘가에 맞으면 무릎을 치며 안타까워하셨다.콩주머니를 바구니에 던져 넣는 놀이도 했다. 한 친구에게 바구니를 지게하고 차례대로 던져서 누가 더 많이 넣는지 내기했다.그러면 술래가 된 친구는 큰 바구니를 등에 메고, 펄쩍펄쩍 메뚜기처럼 뛰어다녔다.그 놀이는 콩주머니가 수십 개 필요했다.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저마다 콩주머니를 가져와야만 했다. 나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가져가고 싶었다. 구멍 난 양말이 없을 때에는 멀쩡한 양말을 들고 가서 만들어 달라고 떼를 썼다. 그러다가 어머니에게 꿀밤을 맞고 울음을 터트렸다.그러면 할머니는 손녀에게 콩주머니를 한 아름 안겨 주셨다. 구멍 난 속옷이나 양말을 이용해 미리 만들어 놓은 것들이었다. 보물이 따로 없었다. 나는 보물 상자라도 안은 듯 친구들이 기다리는 골목길을 향해 의기양양 달려 나갔다.콩주머니만 있으면 혼자서도 잘 놀았다. 비가 오거나 혼자 집을 봐야 할 때 갖고 놀기 좋았다. 빈 요구르트 병을 세워 놓고 콩주머니를 던져 쓰러뜨리기도 하고, 공기놀이 하듯 손등에 받았다가 다시 움켜잡기를 되풀이했다. 천장까지 높이 던졌다가 잘못 받아 얼굴에 떨어지기도 했다.그러다 싫증나면 내가 직접 만들어 보기도 했다. 천 조각을 부여잡고 씨름한 끝에 겨우 하나 만들기만 하면 야호 소리를 질렀다. 그만큼 뿌듯했다. 하지만 바늘땀이 엉성한 그것이 튼튼할 리 없었다. 한두 번만 던져도 툭 터져버렸다.오랜만에 바느질을 했더니 가슴 가득 설렜다. 콩주머니를 만드는 재미도 소소했지만, 할머니와의 추억 조각들을 떠올려 보는 것도 감회가 새로웠다. 어린이들의 장난감이 다양한 재질과 성능으로 넘쳐나는 요즘이다.하지만 사랑스러운 내 아이를 위해 정성껏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이용한 인형이나 소품을 만들어 선물해 보는 것은 어떨는지.오늘따라 할머니가 그립다. 손녀에 대한 사랑과 따뜻한 손길이 담겼던 그 많던 콩주머니들은 어디로 갔을까?

2022-06-08

계유(癸酉)

육십갑자 중 열 번째 계유(癸酉)이다. 천간(天干)은 계수(癸水), 지지(地支)는 유금(酉金)이다.계유일주(癸酉日柱) 금수(金水)의 기운으로 맑은 물의 형상을 하고 있으며, 너무 깨끗하다보니 사소한 것에 신경을 쓰며 결벽증이 있다. 닭의 형상이라, 항상 분주하고 모이를 쪼듯이 말이 많고 매서운 면이 있다. 닭 벼슬 있어 겉모습이 화려하며 잘 꾸미는 편이다. 깔끔한 미모를 갖고 있기에 미남 미녀가 많다. 계수(癸水)는 연약한 음수(陰水)다. 하늘에서는 비와 이슬(雨露)이고, 땅으로 내려오면 계곡물이 된다. 품성이 온화하고 냉정함을 유지하며, 사려 깊은 지혜의 인물로 타인의 마음을 헤아려 가뭄의 단비와 같이 도와주는 지혜로움이 있다. 계수(癸水)는 부드러운 모습이지만 유금(酉金)은 가슴에 날카로운 칼을 품고 있는 형상이다.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이중적이다. 기존 질서를 바꾸려는 혁명적인 기질을 늘 간직하고 있다.계유년(癸酉年) 1393년은 조선 태조 이성계가 국호를 조선(朝鮮)이라고 정한 해이다. 조선 건국 이후 최대의 과제는 조선왕조의 기틀을 잡는 사업, 즉 각종 문물제도의 정비였다. 세종의 재위기간은 조선시대 전체를 통틀어서도 가장 훌륭했던 태평성대로 손꼽힌다. 문종은 재위 2년 4개월 만에 서른아홉의 한창 나이로 병사하였다. 그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른 단종의 나이는 겨우 열두 살에 불과했다.계유년(癸酉年) 1453년, 단종 1년에 일어난 계유정난(癸酉靖亂)은 세종(世宗)의 둘째 아들 세조(世祖)가 조카 단종(端宗)에게서 왕위를 찬탈하고자 일으킨 사건이다. 계유정난을 통해 수양대군은 문종(文宗)의 유지를 받들어 단종을 보필하던 김종서(金宗瑞), 황보인(皇甫仁) 등을 살해하고 조선의 실권을 손아귀에 넣었다. ‘난(亂)을 다스렸다’는 뜻인 ‘정란(靖亂)’이라는 명칭이 붙은 것은 수양대군이 김종서 등이 역모를 꾸몄다는 것을 핑계로 그들을 제거하였기 때문이다. 계유정난, 이징옥의 난(李澄玉-亂) 등을 통해 기반을 다진 수양대군은 결국 정란 2년 뒤에 단종으로부터 선위 받아 왕위에 올랐다. 조선의 제7대왕 세조(世祖)다.세조는 즉위한 이후 나라를 바로 세우고 민생을 살피는 데 힘을 기울였다. 그러나 백성들의 삶이 나아졌을까? 세조가 실행한 개혁정책들은 불행하게도 크게 실효를 보지 못했다. 공신들이 많았으니 당연한 결과다. 세조에게 야망과 냉철한 결단력이 있기도 했지만, 그 혼자만의 힘으로는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 기존의 판을 엎고 새로운 판을 짜려고 할 때는 반드시 조력자와 공신이 필요했다. 멸사봉공(滅私奉公) 즉 개인의 이익을 버리고 백성의 행복을 위해 일하겠다는 각오는 없어 보였다. 자기 가문과 신분 유지를 위해서 절대로 자기의 기득권을 내려놓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만의 싸움이지 백성의 삶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먼 나라 이야기다. 그러나 민초는 그들에 대한 믿음을 저버린 적이 없었다. 끝까지 신의를 지켜주기를 바랐을 뿐이다. 훗날 사대사화의 단초가 되기고 했다.닭은 옛날부터 무엇보다 신의를 중히 여기는 새다. 그리고 다섯 가지 덕을 지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머리에 붉은 벼슬로 관(冠)을 쓰고 다니니 문(文)이요, 발에 삼지창이 달렸으니 무(武)요, 싸울 때는 분전하여 감투정신을 보여주니 용(勇)이요, 먹이를 보면 서로 불러 함께 먹으니 인(仁)이요, 밤을 새워 때를 놓치지 않고 새벽을 알리니 신(信)이다.계유일주(癸酉日柱)의 계수(癸水)는 비와 이슬같이 가냘프지만 끝까지 흘러가는 끈기와 집념이 있는 물이다. 물상으로는 가을철에 산사에 내리는 비의 모습이다. 고적하고 쓸쓸함이 묻어 있어 차갑고 냉정함을 느낀다. 하지만 외향적으로는 가장 화려하다. 계유(癸酉)는 검은 닭으로 오골계인 만큼 귀한 대접을 받는 군계일학의 자질이 있어 자신을 드러내 세상에 알리려는 본능적인 감각이 있고, 미래를 예측하는 신통력을 가지고 있다. 닭은 예로부터 어둠을 물리치고 밝음을 부르는 서조(瑞鳥)로 알려져 왔다. 빛의 도래를 예고하며 새벽을 알리는 닭은 민간에서 잡귀를 쫓는 주술적 영험을 가진 것으로 믿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초에 벽이나 대문에 닭 그림을 붙여두면 잡귀가 달아난다고 여겼으며, 설날 떡국에도 주로 닭고기를 넣었다. 혼례 초례상엔 청보와 홍보에 닭을 싸서 놓았으며, 폐백에도 닭을 사용했다.닭은 오덕(五德) 가운데서도 새벽을 알리는 정확한 울음소리(鷄嗚聲)를 으뜸으로 꼽았다. 새벽은 빛의 도래 즉 광명의 때를 의미한다. 이는 혼돈과 상극에서 조화와 상생으로 가는 천지개벽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깊은 의미를 가지고 있다. 윤동주 시인의 산문 ‘별똥 떨어진 데’에서 “이제 닭이 홰를 치면서 맵짠 울음을 뽑아 밤을 쫓고 어둠을 짓내몰아 동켠으로 훠히 새벽이란 새로운 손님을 불러온다고 하자”고 표현했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닭은 오래 전부터 우리 겨레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신라 김알지(金閼智)의 탄생설화를 보면 신라 탈해왕 9년(서기 65년)에 왕이 금성(金城) 서쪽 시림(始林) 숲속에서 닭이 우는 소리를 듣고 날이 밝자 신하를 보내 이를 살펴보게 하였다. 신하가 시림에 이르러 보니 금빛으로 된 조그만 궤짝 하나가 나뭇가지에 달려 있고, 흰 닭이 그 밑에서 울고 있다. 신하가 돌아와 그 사실을 아뢰니 왕은 사자를 시켜 그 궤짝을 가져오게 한 다음 그 궤를 열어 보니 그 속에는 얼굴이 총명하게 생긴 어린 사내아이가 들어 있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여 아이를 거두어 길렀다. 아이가 자람에 따라 아주 총명하고 지력이 많았는데 이름을 ‘알지’라 하고 금궤 속에서 나왔으므로 성을 김 씨로 하였으며, 금궤가 있었던 시림을 고쳐 계림(鷄林)으로 바꾸고 이를 나라 이름으로 삼았다고 한다.우물 안의 개구리는 밤새도록 울어도 아무도 듣는 사람이 없다. 그저 소음으로 들릴 뿐이다. 닭이 한 번 홰를 치면 천지만물을 깨운다. 천지는 만물이 생존하는 집이요, 어김없이 새벽마다 닭이 알려주는 시간은 집을 찾아오는 나그네다.

2022-06-08

홍준표 인수위의 제1현안은 기업유치다

홍준표 시장 체제의 밑그림을 그릴 대구시장직 인수위원회가 그저께(7일) 출범했다. 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출범식에서 “담대한 변화를 이루지 못하는 대구는 계속 쇠락과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는 것을 모두 명심해야 한다”고 말했다.당선인의 공약을 시정에 반영시킬 이상길 인수위원장은 “시민의 입장에서 기존 정책들의 효용성을 점검해서 지속해야 할 과제, 수정·보완해야 할 과제, 폐기해야 할 과제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인수위원회는 시정 기획 분과와 경제 산업, 교육 문화, 안전 복지, 도시 환경 분과로 이뤄졌으며, 인수위원장을 비롯해 20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와함께 대구 지역 국회의원 12명이 상임고문단을 구성해 조언하기로 했고, 11명의 대학교수가 교수 자문위원단을 꾸려 자문을 맡고 있다. 인수위는 오는 17일까지 대구시 각 실·국별 업무 보고와 공약 이행 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는다. 그후 분과별로 회의를 거쳐 민선 8기가 추진할 정책을 정해 오는 27일 정책 제안서를 작성한 뒤 29일 활동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인수위가 다양한 사정을 고려해 시정과제를 정하겠지만, 우선 최대 현안은 기업 유치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기업을 유치해서 떠나가는 청년들을 붙잡는 것은 대구의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청년이 떠나가는 도시는 홍 당선인도 말했다시피, 쇠락과 몰락의 길을 걷게 돼 있다.최근 삼성과 SK, 포스코 등 주요 대기업들이 1천6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밝힌 직후,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기업유치를 위한 전쟁이 이미 시작됐다. 강원도에서는 도지사 당선인의 공약인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원주에 유치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 4석을 석권한 충청권에서도 SK 반도체공장 유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시장직 인수위는 너무 많은 일을 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이 타이밍이 중요한 만큼 인수위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투자’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정부여당의 지원을 비롯한 다양한 대기업유치전략을 마련하길 바란다.

2022-06-08

경제난 속 화물연대 파업, 대화로 풀어야

민주노총 화물연대가 7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가면서 산업계 곳곳이 물류 비상이다. 산업계의 동맥인 물류 기능이 파업으로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면 가뜩이나 힘든 우리 경제가 얼마나 더 큰 타격을 받을지 걱정이다.3천700여명의 조합원이 파업에 동참한 대구와 경북에서도 첫날부터 포항공단과 구미공단을 중심으로 물류 차질이 시작됐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이날 하루 2만t의 물량출하가 지연됐으며,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이날 9천t 가량의 물량이 출하되지 못했다.화물연대의 총파업 예고로 관련업계가 긴급한 물량은 서둘러 조기 출하했지만 사태가 길어지면 생산을 중단해야 할 최악의 상황이 올지 알 수 없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하루 출하량의 10%가량이 출하하지 못하면 창고 확보와 생산량 축소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가 시간을 끌면 노사양측이 막심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시멘트 출하중단은 건설업계에 직격탄을 날려 사태 파장이 벌써부터 심상찮다.지금 우리경제는 생산과 소비, 투자가 동시에 감소하는 전례없는 위기 상황이다. 국가와 기업이 경제난 극복에 온힘을 모아야 할 마당에 물류대란이 빚어진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화물연대가 주장하는 안전운임제 연장 및 품목 확대, 물류비 인상 등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요구다. 2020년부터 한시적으로 도입했던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과적·과로 등을 방지하는 효과를 보았다는 점에서 제도의 유용성이 인정된다. 또 기름값 폭등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진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이 모든 것은 상대가 있는 만큼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화물연대가 파업에 나서면서 불탈법적인 이탈행위로 국민의 눈총을 받는다면 정당한 요구도 설득력을 잃을 수 있다. 사태 해결의 최선책은 어디까지나 대화와 협상이다.무엇보다 정부가 적극 개입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정부는 파업에 대한 강경 입장보다는 유연한 방법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화물연대도 공장 점거나 운행 방해와 같은 불법보다는 정당한 요구로 실리를 찾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의 지지도 얻을 수 있다.

2022-06-08

스키터 증후군

여름철 모기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괴로워지는 사람들이 바로 스키터 증후군 환자들이다. 스키터 증후군은 모기에 물렸을 때 남들보다 훨씬 심하게 피부가 부풀어 오르고 화끈거려 고생하는 증상을 가리킨다.모기는 흡혈하면서 자신의 타액을 우리 몸에 남기는데, 우리 몸속 면역세포는 모기의 타액을 위험한 외부 물질로 인식하면서 가려움을 유발하는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스키터 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은 이 알레르기 반응이 매우 심하게 나타난다. 모기 물린 자국을 보고 스키터 증후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부기, 지속 기간, 물집 발생 여부 등을 비교해보면 된다. 살짝 붓고, 가려움이 1~2일 사이에 가라앉는다면 스키터 증후군이 아니다.그러나 스키터 증후군이라면 물린 자리가 심하게 부풀어 오른다. 손등에 물리면 손 전체가 새빨개지고, 발목에 물리면 부종이 있는 사람처럼 다리가 붓는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10일 이상 증상이 이어진다. 성인보다 면역체계가 미숙한 어린이에게 더 빈번하게 나타난다.특히 모기에 물렸을 때는 가렵더라도 긁으면 안 된다. 내부 조직이 손상돼 염증 반응물질이 분비되면서 가려움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다. 냉찜질하면 가려움증을 완화할 수 있다. 모기에 물렸다면 낫기를 기다리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것이 안전하다. 숨이 차거나 어지러우면 바로 병원에 가야 한다.아나필락시스 쇼크로 목숨이 위험할 수 있다. 병원에서는 증상에 따라 항생제 연고, 스테로이드제 등을 사용해 증상을 완화한다.모기를 피하려면 밝은색이나 긴 옷을 입고, 선풍기를 틀어서 모기를 쫓는 게 좋다. 허브오일이나 모기 기피 스프레이를 뿌리거나 외부 활동 후에 땀을 바로 씻는 것도 도움이 된다. 건강은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8

교육이 정치인가

장규열 한동대 교수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사방이 고요해진 느낌. 돌아보는 이야기가 적지 않은 가운데, ‘교육감’도 그 한 자락이다.지역의 일꾼을 뽑는 정치적 이벤트에 교육을 따로 떼어 헤아리며 선택하는 일이 그리 자연스럽지 않았다. 정당 공천을 기반으로 부여되는 후보 번호도 제시되지 않아 이름을 기억해야 하는 불편도 감수했다. 특정후보의 이념성향과 정치적 연대를 가늠하며 표를 던지는 정치적 결정도 한몫을 했다. 후보 자신들도 그런 경향성을 드러내며 선거에 임하였다. 선거법을 범하지 않는 수준이었다지만, 정치적 색깔을 사뭇 과시하였다. 수다한 다른 정치적 선택과 함께 버무려진 선거판에서 다음세대를 기르는 교육의 진정성은 묻혀버리지 않았을까.교육이 정치인가. 교육감은 정치인일까. 결과 분석에 따르며, 보수와 진보 진영에서 교육감 자리를 거의 양분하였다고 한다. 어린이와 학생들이 사는 지역에 따라 받는 교육에 정치적 기운이 다르게 실리고 이념적 덧칠이 가해진다는 말인가.우리는 언제부터 교육을 정치의 눈으로 바라보게 되었을까. 보수의 든든함과 진보의 역동성을 함께 가르치는 교육은 불가능한 것인가. 전통과 가치는 지키면서 상상력과 창의를 기르는 교육은 있을 수 없는가. 교육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오른쪽과 왼쪽에 갇힌 편협한 품성을 기르겠다는 것인가. 그마저도 정치적 바람에 따라 때마다 다른 교육을 하겠다는 것일까. 의문과 질문이 꼬리를 문다. 국민의 직접 선택이 필요하다 해도, 정치권의 선거 이벤트와는 떼어내 선출했으면 어땠을까. 정치이벤트가 아닌 교육이벤트는 불가능했을까.교육은 무엇인가. 여러 과목도 가르치고 다양한 활동도 함께 하지만,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 아닐까.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듯 선생님과 어른들이 다음세대의 마음밭에 하나씩 하나씩 채워넣는 게 아닐까. 그런 결과로 수북하게 채워진 모양새를 우리는 품성과 재능이라 부르는 게 아닐까. 사회적이며 정치적인 소양도 물론 가르친다.하지만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폭넓은 가르침을 경험하게 하여, 생각의 틀이 넓어지고 상상의 창문에는 제한이 없어야 한다. 세상의 모든 지식과 이념의 가르침을 다양하게 접하게 하고, 향후 정치적 결정은 개인의 선택에 맡겨야 한다. 물이 오르듯 자라야 할 아이들에게 오른쪽 왼쪽을 강요하는 가르침은 부적절하다. 보수와 진보를 표방하는 교육은 어른들 욕심에 포위된 속좁은 처사일 뿐이다.교육은 정치가 아니다. 정치를 가르친다 해도 정치적일 수는 없다. 진영보다 훨씬 넓은 세상을 가르쳐야 한다. 보수와 진보의 의미와 가르침을 모두 담아야 한다.교육은 폭넓게 담는 너른 그릇이어야 한다. 어느 쪽을 물어도 막힘이 없도록 넉넉하게 일러줘야 한다. 자신있게 선택하는 당당한 인성을 길러야 한다. 세상의 누구와도 서슴없이 어울리고 늠름하게 겨루도록 폭넓은 품성을 길러내야 한다.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은데, 이념에 갇힌 사람을 기른다는 건 말도 되지 않는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06-08

지금 당장, 하고 싶은 것을 하자!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글쓰기 수업의 학기 말은 고되다. 35명 수강생이 쓴 글을 읽고 대면 피드백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 1명에 30분. 단순계산으로 17.5시간, 2학점 수업의 8주 분량이다. 서면 피드백으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학생과 직접 만나서야 가능한 질문을 포기할 수 없어서 대면 피드백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학기에는 에세이와 칼럼이 첨삭 대상이다.문제는 에세이였다. 예상대로 대학 신입생이 쓴 에세이의 상당수는 대학 입시 과정에서 느낀 고민과 단상으로 가득했다. 부모님과의 갈등, 국문과에 대한 주변의 조소 등 20년 전 내가 대학 입시를 할 때와 특별히 달라진 것이 없었다. 30분 단위의 상담에 피로감이 몰려오던 늦은 오후. 어느 여학생 순서가 되었다. 여학생의 글은 에세이와 일기의 경계에서 자신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고 있었다. 한 문장에 눈이 갔다. ‘고등학교 때까진 성적이 제일 우선이다. 일단 공부부터 하고 대학교에 들어가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이 문장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딸에게 건넨 부모의 말이었다. 학생은 자신의 꿈을 포기해야 했고, 꿈을 포기시키고 진로를 정하라는 부모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대학에 들어가서…’, 이 문장은 나도 고등학교 시절 숱하게 들은 말이다. 여학생의 부모님도 고등학교 시절 적지 않게 들었을 것이다. 나는 이른바 ‘개천에서 용 난다’는 속담이 통하던 마지막 세대이다. 고등학교 시절 막노동꾼 서울대 수석합격자의 수기 ‘공부가 가장 쉬웠어요’(1996)를 읽으며 공부에 대한 열의(?)를 되살리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러니까 그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에 입학하면 성공신화를 쓸 가능성이 있었다. 2022년 현재는 어떤가? 등록금을 걱정해야 하는 학생과 부모의 스펙으로 상당한 이력을 채운 학생의 미래가 갖는 거리감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우리 모두 아는 바와 같이 개천에서 더이상 용은 나오지 않는다.그럼에도 많은 부모가 고등학교에서는 공부만 하고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명백한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현실적인 이유로 공부해서 대학에 가는 것이 아이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 것일 테다. 꼭 명문대가 아니라도 ‘그래도 대학은 가야지….’라는 의식이 여전히 작동하는 까닭이다. 어째서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우리 사회는 엄청난 변화를 겪었지만, 유독 대학 진학과 관련한 사고는 조금도 바뀌지 못한 것일까?그 여학생은 자신의 고민과 분노에 공감하는 나의 말을 듣자마자 눈물을 쏟았다. 휴지를 건네는 것 말고는 별로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고등학교에서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없다면 대학에 와서도 하기 어렵다. 그러니 제발, 공부부터 하고 대학에 가서 하고 싶은 것을 하라는 말은 하지 말자. 의도야 그렇지 않겠지만, 이제 그 말은 언어폭력에 불과하다. 우리는 의도하지 않은 언어폭력을 행사하며 20년 동안 변하지 않은 이 사태의 공범자로 살아왔는지 모른다. 이제는 그 사슬을 끊어버릴 때가 되었다.

2022-06-08

牛生馬死

조현태 수필가 ‘우생마사(牛生馬死)’,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사자성어다. 유비가 산적을 진압하고 두목이 타던 적로마(的盧馬)를 얻었다. 특별히 그 말이 헤엄을 잘 치는 까닭에 유표의 추적을 벗어날 수 있었다는데 전쟁에도 이용된 가축은 말이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육축(소, 말, 양, 돼지, 개, 닭) 중에 으뜸인 소와 말이 물에서 헤엄으로 경기를 한다면 말이 월등하다. 소는 웬만큼 헤엄은 치지만 말보다는 훨씬 뒤진다. 말은 소의 두 배에 가까운 속도로 물을 헤쳐 나가지만 유속이 심하게 흘러가는 물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말은 자신이 헤엄 잘 치는 것을 믿고 강한 물살을 이기려고 물을 거슬러 올라가려 한다. 그렇게 무리하게 전진과 후퇴를 줄기차게 반복하다가 지쳐 끝내는 기진맥진해 죽어 버린다.물살이란 그저 물이 가야 할 방향으로 흐를 뿐이다. 마소가 빠졌든지 역방향으로 있는 힘을 다 하든지는 전혀 상관하지 않고 흐른다. 소는 절대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가려 하지 않는다. 세찬 물살을 이길 능력이 없을 바에야 그냥 물살에 몸을 맡기고 물살을 따라 떠내려가야 한다. 그러면서 조금씩 아주 조금씩 강가로 접근하는 방법을 택한다. 적당한 시기와 장소를 봐가며 물에서 나갈 기회를 찾는다고도 하겠다. 그러니까 수천 미터 가량을 떠내려가야 겨우 몇 미터 강가로 다가간다.실제로 몇 년 전, 태풍이 지나간 후에 밀양 낙동강 강변에서 소 한마리가 발견되었단다. 귀표를 확인해본 결과 경남 합천에서 떠내려 온 암소였단다. 합천 축사에서 밀양까지 80km나 되는 물길에 며칠 동안 떠내려갔다는 말이 된다. 그 소의 주인은 기적같이 살아 돌아온 소가 대단히 반갑고 고마우면서 미안하기도 했으리라.우리가 세상을 살다 보면 일이 순조롭게 잘 풀릴 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노력을 많이 해도 점점 더 힘들어지기도 하고, 방해꾼이 자꾸 일을 꼬이게 할 때도 있다. 그 방해꾼이 거센 물살이라면 말이 헤엄치는 방법보다 소가 취하는 순리를 따라야 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해치워야 한다는 속도전에 너무 집착하게 된다. 아무리 초고속 시대라 하더라도 방향을 무시하고 속도만으로 답을 찾기는 어렵지 않은가. 바로 옆에 강변 제방이 빤히 보이는데 거슬러 올라가서는 강을 건널 수 없듯이 말이다. 물살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의미는 아무런 방해요소가 없다는 착각에 다름이 아니다.물은 항상 낮은 곳으로 이동해가되 더이상 내려갈 수 없어야 멈추는 법이다. 강제로 퍼 올려도 마찬가지다. 인류의 역사와 문명도 이러한 물의 속성처럼 오직 가야 할 방향으로 끊임없이 흘러갈 것이다. 더러 왜곡하거나 조작하여 속성을 혼돈하게 만드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때가 되면 반드시 본래 자세로 되돌아갈 것이다.코로나19라는 대단한 방해꾼이 나타나도, 전쟁이라는 세찬 물살을 만나도, 에너지와 식량이 등짐으로 무겁게 눌러도 우리 다함께 유유한 역사를 만들어가야 한다. 선거에 당선된 모든 이들은 굽이치는 강물에 뛰어들었다. 밀양까지 떠내려가도 합천 본고장으로 돌아간 소처럼 크게 환영받아야 하지 않겠는가.

2022-06-08

세상의 모든 둘째에게

나는 삼 남매 중 둘째다. 나와 가장 친한 친구들 역시 그렇다. 둘째끼리는 통하는 어떤 지점이 있는 것이 아닌지 쓸데없이 헤아려보곤 한다. 우리 모임은 ‘둘째들’이라는 촌스러운 이름을 갖고 있는데 나는 이 명명이 썩 마음에 든다.우리 ‘둘째들’은 말이 얼마나 잘 통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하면 밤을 새우기 일쑤다. 언니나 오빠에게 당했던 에피소드, 동생에게 화났던 일을 늘어놓으려면 2박 3일도 모자라다. 부모님, 조부모님 관련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끝도 없다. 우리는 둘째라는 것에 대한 묘한 억울함과 설움을 가지고 있다. “언니(혹은 오빠)의 말을 잘 들어야지”라는 말과 “동생에게 양보해야지”하는 말이 뒤섞여서 나는 늘 참아야만 하는 사람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고 그렇다면 나는 사랑받지 못하는 자식이 아닌가 하는 결론에 다다르게 되는 것이다.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주인공 덕선은 이러한 둘째의 전형이다. 집안의 자랑이자 학창 시절 1등을 도맡아 하던 잘난 언니와 하나뿐인 아들이라는 이유로 특별대우를 받는 동생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인 덕선은 유쾌하고 발랄한 성격의 소유자면서 철없는 면모도 다분하지만 주변 사람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아는 세심함을 갖추고 있다.덕선은 받는 것보다 양보하고 참는 것을 먼저 배웠다. 엄마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은 계란프라이보다 콩자반이 좋다고 말하고 치킨에서 가장 맛있는 부위인 닭다리를 언니와 동생에게 양보하면서도 괜찮다고 고개를 끄덕인다.쌓여가던 서러움이 폭발하는 사건이 벌어진 어느 날, 덕선은 아이처럼 앙앙 운다. “왜 나만 계란 후라이 안 해줘? 나도 콩자반 싫어하거든? 나도 닭다리 먹을 줄 알거든. 언니는 보라고 동생은 노을인데 왜 나만 덕선이냐고!”덕선의 외침에 내 눈에서도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둘째가 공유하는 지점일 것이다.언제였던가. 친구 중 한 명이 어릴 때 겪은 일화를 내어놓았다. 자신이 가진 무언가를 언니에게 양보했을 때, 할머니는 “아이고 참 착하다”라며 자신을 칭찬했지만 동생이 자신에게 뭔가를 양보하자 “그럴 필요 없다”고 말했던 일. 그 단호한 어투가 여전히 귓가에 생생하다고 했다. 그럴 때마다 양보할 필요가 없다고 교육받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의문했더랬다.캐나다로 어학연수 가고 싶다는 남동생에게 부모님이 너희 누나들은 그러고 싶어도 그러지 못했다고 다독이자 그는 “어차피 작은 누나는 그런 것들 필요 없잖아!”라고 소리쳤고 결국 친구는 폭발하고 말았다. 야, 나도 인간이거든. 그저 항상 너한테 양보했을 뿐이었거든. 고성이 오가던 가운데 부모님은 친구의 어깨를 붙잡았다. “둘째야, 그래도 네가 누난데 참아야지.”이야기를 듣고 나는 배를 잡고 웃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히 ‘둘째들’다운 에피소드였다. 그래, 우리가 참아야지. 항상 그랬듯이.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야, 둘째라고 가오가 없냐. 쟁취해야 하는 것이 있음에도 욕심내지 않는 건 바보 같은 일이야. 그렇게 서로를 토닥이며 코끝이 찡해오던 밤, 우리는 다짐했다. 가족의 평화를 위해 희생하는 착한 아이로 사는 일은 이제 그만두자고.그래서였을까. 김소영의 ‘어린이라는 세계’를 읽으면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었다. “정중한 대접을 받는 어린이는 점잖게 행동한다. 또 그런 어린이라면 더욱 정중한 대접을 받게 된다. 어린이가 이런데 익숙해진다면 점잖음과 정중함을 관계의 기본적인 태도와 양식으로 여길 것이다. 점잖게 행동하고, 남에게 정중하게 대하는 것. 그래서 부당한 대접을 받았을 때는 ‘이상하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어쩌면 우리는 정중하게 대접받지 못한 상황에 자주 노출되었을 수도 있겠구나. 그런 깨달음이 오자 우리가 외치던 부당함이 단순한 투정이 아니었다는 사실이 실감되었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첫째만큼의 든든함도, 막내만큼의 깜찍함도 없는 애매한 위치의 둘째들에게 고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이상 그 누가 서러움이 없겠느냐만, 둘째의 설움은 둘째만이 아는 법. 뭐 그런 사소한 것을 마음에 담아 두냐고 혀를 차지만 우리만큼은 서로의 마음을 다독여주자.나 역시 그랬다. 그렇지. 맞아. 서운하지.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둘째들’이 있었기에 그 시절을 무사히 보내올 수 있었다. 미세한 차이를 경험해본 자들. 이상하고 부당하다고 차마 말하기 어려웠던 상황들을 잘 알고 있기에 서로가 다정하고 애틋해지는 것이다.그리하여 만국의 둘째들이여, 행복하자. 지구의 실세가 언젠가는 둘째들로 거듭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그날까지 모두 평온하고 건강하도록.

2022-06-07

가장 느린 해방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소설이나 평론을 인용하시던 교수님께서 드라마의 대사를 인용하시다니. 나는 순간 얼어붙었고, 교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드라마 내용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었다.교수님께서 하신 얘긴 대충 그런 거였다. 아무렇지 않게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훨씬 더 정직할 수밖에 없다고. ‘나의 해방일지’에서도 그러지 않느냐고. 항상 소설이나 평론가의 말을 인용하시던 선생님께서 드라마의 제목까지 거론하시며 이야기를 하시다니. 나는 이걸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면 웃음을 터뜨려야 하나 꽤나 고민을 했더랬다.드라마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최근에 재밌게 본 드라마라고 해도 ‘바이킹스’ 뿐이고, 남들 다 좋다던 ‘이태원 클라쓰’도 세 번을 도전했다가 중도 하차했다.드라마 특유의 느린 템포가 내 성미에는 맞질 않았던 거다. (‘바이킹스’를 끝까지 봤던 것도, 아마 한 화마다 한두 번씩은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이 나와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다.) 교수님께서 드라마를 재밌게 보신다니, 말동무라도 해드리려면 나도 봐야할 것만 같았지만, 영화나 소설이나 평론이라면 모를까, 드라마라니. 교수님과 대화를 하기 위해 드라마까지 보는 건 좀 아니다 싶어 몇 주를 미루고 있었다.그런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선생님은 그 말을 했던 거였더라. 왜 잘 사는 사람들보다 망가진 사람들이 정직하다고 하셨던 거였더라. 웃자고 하셨던 건 아니었던 것 같고, 뭔가 다른 이야기를 하시던 와중에 하셨던 것 같은데. 아. 안되겠다. 한 번 그 대사 나오는 대목만 봐야겠다. 그런 마음으로 드라마를 틀어놓았다. 도저히 그 긴 시간을 버틸 수가 없어서 빨래나 개고 바닥이나 닦으면서 볼 요량으로 말이다.사실 첫 화는 그냥 그랬다. 서울에 태어났으면 뭔가 달랐을 거라 말하는 정서를 이해하기 힘들기도 했거니와(나는 서울 토박이라 그 정서를 온전히 이해하긴 힘들었다. 죄송합니다.) 다들 자신이 힘들다고는 하는데, 그들의 삶의 적어도 ‘나’보다는 나아보여서 그렇게 공감이 가지는 않았다. 헌데 2화쯤부터는 내 귀가 점점 드라마에 쏠려가더니, 3화 중반쯤부터는 개던 빨래를 손에 쥔 채 멍하니 열중하고 있었다. 세상에. 내가, 드라마에, 열중을 하다니. 그것도 나보다는 나은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은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에 말이다.나는 자신의 힘듦을 토로하는 서사에 좀처럼 공감하지 못한다. 그들의 힘듦 그 자체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그 힘듦이라는 것이 ‘나’의 힘듦보다 객관적으로 힘든 것인지 자꾸만 비교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그래도 쟤들은 나보다 이런 점에선 낫네, 그래도 쟤들은 집이라도 있네, 그래도 쟤들은 밥걱정은 없네 등등. 그런 푸념을 하며 이야기는 나에게서 멀어지고 마는 것이다.그런데도 내가 ‘나의 해방일지’에 집중하게 되는 건, 그들이 경험하는 사소하고 일상적인 트러블에 공감이 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는 이 모든 인물들이 이 일상을 행복도 불행도 아닌 어딘가 쯤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그렇지 않은가. 보통의 사람들에게 일생이란 그다지 불행한 것도, 그다지 행복한 것도 아니다. 크나큰 슬픔이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고 말도 못할 희열의 순간이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다.적당한 슬픔과 적당한 기쁨. 그마저도 적당한 기쁨은 자주 찾아오지도 않으면서 적당한 고달픔만 반복되기에, ‘나’의 삶은 괴롭고 힘들게만 느껴진다.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보란 듯이 잘 사는 사람들은 그런 정도의 괴로움을 적당히 숨기거나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어딘가 망가진 사람들은 작은 자극에도 그 적당히 반복된 고달픔을 우수수 쏟아내고야 만다. 어딘가 마땅한 방향성을 지니지 못한 채 쏟아지는 적당한 고달픔의 말들은 그래서 대단하지도, 거창하지도 못하다. 단지 진심어릴 뿐이고, 그래서 처연하고 사랑스러울 따름이다.‘나의 해방일지’라는 거창한 제목과 달리, 이 드라마는 그렇게 거대한 악과 싸우지도 않으며 거대한 성공을 거머쥐지도 않는다.단지 조용히, 자신을 옭아매오던 작은 고통들과 맞서는 법을 하나씩 배워볼 따름이다. 그래서 이 작은 해방의 과정은 결코 성공을 향해 있지 않다. 다만 조용히 자신의 발밑을 바라보며, 자신이 선 자리를 바라볼 뿐이다. 조금의 해방을 위해서. 잘해야 한다고, 성공해야 한다고. 누구에게도 지적받지 않아야 한다고. 누군가에게든 사랑받아야만 한다는, 누구나 갖고 있는 강박으로부터 아주 조금씩 천천히 말이다.

2022-06-07

빛을 뿌리고 꽃으로 흩어진 이들을 기리며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가장 날카로운 칼과 / 가장 날카로운 告白은 / 다르지 않다. // 가장 날카로운 칼은 / 그 칼날에 / 그리하여 저의 낯을 비춰 본다. // 그리하여 / 가장 날카로은 칼은 / 꽃잎 앞에도 무릎을 꿇고, / 그 꽃잎은 / 그 칼을 쥔 손목에 / 입을 맞춘다.”“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라고 노래했던 김현승 시인의 시집 ‘김현승시전집’(관동출판사, 1974)에 수록된 시 ‘무기의 의미 Ⅱ’의 처음 세 연이다. 칼은 전통적으로 무기를 대표하고 시대를 아울러서 전쟁을 상징한다. 시인은 이 칼이 꽃잎 앞에 무릎을 꿇고, 꽃잎은 칼을 쥔 손목에 입을 맞추게 함으로써 평화의 도래를 희구하였다.망종(芒種)이자 현충일인 6월 6일 전후로 우리나라 전역에 비가 제법 내렸다. 한자 ‘망’은 벼나 보리 따위의 깔끄러운 수염인 까끄라기를 뜻한다는데, 비가 수염있는 곡식의 씨앗을 뿌리기에 좋은 때인 망종에 마춤하여 내려주었다. 이 비는 한국전쟁에 참전하고 순국한 이들과 함께 나라 곳곳에서 국가의 안위를 위해, 국민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이들이 잠들어 있는 전국의 현충원과 호국원 땅을 적셔주었고, 우리들 마음도 촉촉하게 해주었다.‘산화’라는 말이 있다. ‘흩어질 散’에 ‘꽃 花’ 자를 쓰기도 하고‘빛날 華’ 자를 쓰기도 하는데 국어사전에서는 ‘어떤 대상이나 목적을 위하여 목숨을 바침’이라고 한 가지로 풀이하고 있다. 호국은 전쟁이 벌어졌을 때만 쓰이는 말이 아니다, 전쟁을 대비하고 막기 위해 존재하는 군대에서 동료와 부하를 구하려 몸을 바친 이들에게도 우리는 호국을 위해 산화했다고 말한다.산화한 군인은 한국전쟁 이후에도 여럿 있다. 강재구 소령은 베트남전 파병을 앞둔 강원도 홍천의 수류탄 투척 훈련장에서 이등병이 실수로 놓친 안전핀을 뽑은 수류탄을 몸으로 덮쳐 막아 훈련 중인 중대원 100여 명의 목숨을 구하고 산화하였다. 고공강하 훈련을 받던 교육생의 낙하산을 펼쳐주고 자신은 그대로 한강 얼음판 위로 떨어진 이원등 상사의 경우도 꽃으로 뿌려진 죽음이다.정갑진 중위를 아는가? 강재구 소령에 버금가는 산화의 주인공이다. 1946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그는 경북사대부고를 거쳐 서울대학교 토목공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2월 학군(ROTC) 제7기 소위로 임관하였다. 연천 20사단의 소대장으로 부임한 지 일년이 안 된 1970년 5월, 정갑진 중위는 전방 초소에서 부하 사병이 잘못 던진 수류탄 위에 몸을 던졌고 소대원들의 인명 피해를 막아낸 그의 온몸은 꽃잎처럼 흩어졌다. 별 탈 없이 복무를 마치고 전역했다면 엘리트로서 나라를 위해 더 크게 공헌할 수 있었을 서울대 출신의 젊은 장교가 그렇게 스러졌다.국립서울현충원에 안장된 그를 기려 1970년 6월에 군에서는 산화한 그의 희생정신을 널리 알리고 후손들에게 조국의 소중함을 일깨워 줄 수 있도록 추모비를 건립했다.우리가 잘 알지 못하지만 나라와 국민과 동료를 위해 꽃으로 뿌려지고 빛으로 흩어져 간 이들이 이 땅 곳곳에 있다. 이 빛을 모아 세상을 밝히고 평화의 꽃을 피우는 일은 이제 우리 몫이다.

2022-06-07

보석들의 희망

강길수 수필가 손을 흔들며 경보선수같이 빠르게 지난다. 스르르 멈춘 택시 앞이다. 평소 내 습관을 여지없이 깨부순 택시 기사다.갑자기 기분이 좋아진다.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이라도 일시에 분비되나 보다. 운전자라면 누구나 상식이나 법상으로 멈춰 서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 마음이 기쁘다. 살면서 저절로 관습법처럼 자리 잡은 게 있다.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의 ‘운전자 통행 우선’이란 잘못된 행동양식이다. 그 관습법이 별안간 타파된 즐거움이리라.오늘 퇴근길이었다. 첫 번째 신호등 없는 건널목에 도착해 좌우를 살폈다. 왼쪽 2개 차로는 멀리까지 차가 없고, 오른쪽 차로에는 저만치 2대의 차가 간격을 두고 오고 있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건널 수 있겠다 싶어 왼쪽 차로의 절반쯤 가다가 섰다. 차량을 보내고 가는 게 안전하겠다 싶어 엉거주춤 서서 기다렸다. 그런데 앞에 오던 택시가 스르르 멈춰 서는 게 아닌가. 물론, 뒤차도 따라 섰다.그 옛날 이립(而立) 초반의 어느 날, 일본의 한 시골에서 만났던 광경과 느낌이 확 되살아났다. 세미나를 마친 가뿐한 주말 아침나절, 기차를 타고 온천 관광지 벳푸로 향했다. 지방도 근처를 지나는데, 저만치 횡단보도 곁에서 일고여덟 살로 보이는 아이들 몇이 서 있다. 멀리서 커다란 트럭이 그곳을 향해 온다. 트럭은 아이들이 몇 번 건너도 될 법한 먼 거리다. 이야기에 빠졌는지 아이들은 건너지 않았다. 육중한 트럭이 횡단보도 앞에 천천히 멈추어 섰다. 그제야 아이들은 즐겁게 그곳을 건너가는 게 아닌가.감탄과 부러움이 가슴에서 솟아났다. 선진국의 본모습이란 생각도 났다. 며칠간 만난 꽁초 하나 없는 거리가 더 이해되었다. ‘우리는 언제 저렇게 할까’하는 마음도 들었다. 선진사회는, 돈으로 저절로 오는 게 아니라는 사실도 인정해야 했다. 일본도 예전에는 교통 등 기초질서가 엉망이었는데, 1964 도쿄 올림픽을 치르며 바로잡았단다. 세미나 간 때가 일본이 올림픽 후 20년이 다 되어갈 무렵이었는데, 88올림픽이 30년도 더 지난 지금의 우리와 대비된다. 일본은 올림픽을 더 잘 활용했다 싶다.조건반사처럼 저절로 택시 기사에게 손 인사를 하며 지날 때의 심사…. 온 세상이 밝게 다가오는 순간이라 할까. 코로나 팬데믹으로 드리워졌던 어두운 장막도 걷히는 것만 같다. 살맛도 난다. 어떤 기업직원들이 한때, ‘기본의 실천’이란 문구를 작업복에 새기고 일했다. 사실 택시 기사는 교통법규의 기본을 지킨 것이다. 그런데 기쁜 걸 보면, 우리 사회는 아직도 기본이 덜된 것은 아닐까.다시 출발하는 택시를 뒤로하고 골목으로 들어선다. 문득, “오늘 보석을 만났어!”하고 마음의 추임새가 사방으로 퍼져가는 듯하다. 당연히 해야 하는 행위가 보석으로 보이는 것은, 내 마음 눈이 잘못된 탓일까. 아니면 일그러진 초상(肖像)의 우리 사회이기 때문일까. 신호등 있는 간선도로 횡단보도다. 한 우회전 차량이 보행자인 내가 다 지나가고, 보행신호등이 꺼질 때까지 기다렸다 간다. 역시 기분이 좋다.기본과 상식이 바로 선 보석들을 만난 기쁨이 희망으로 바뀐다.

2022-06-07

이준석·박지현의 정치적 성과

심충택 논설위원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은 우리 현대 정치사에서 한 획을 긋는 인물들이다. 우리나라 주류 정당에서 2030세대가 사령탑을 맡은 것은 두 사람이 처음이다. ‘26세 당 대표급 여성정치인’ 박지현은 아마 앞으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이준석·박지현의 등장으로 우리나라 정치흐름이 바뀌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당장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층의 정치참여를 불러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수도권 광역의회에선 이번 지방선거에서 20~30대 당선인이 서울시의회 16명(14.2%), 경기도의회 20명(12.8%), 인천시의회 4명(10%) 등으로 모두 10%를 넘어섰다. 전국 광역의원 당선인 872명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이 9.5%에 이른다. 청년정치인 돌풍이 불면서 정치주도권이 새로운 세대로 전환되는 흐름을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진영논리보다는 실용지향적인 청년들의 정치권 진출 붐은 바람직한 현상이다.이준석·박지현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우리 정치계를 ‘열린 광장’으로 이끌려고 애써온, 젊지만 강력한 리더들이다.이 대표가 지난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대표로 당선된 후, 취임 첫날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는 모습을 본 국민들은 ‘낯설고 신선한 정치인’의 등장에 박수를 보냈다. 대표재임 1년여간 그는 당비를 내는 열성당원을 80여만명까지 늘렸고, 당의 외연을 호남까지 확장시키면서 국민의힘 전성시대를 만들어냈다. 지난 대선기간 중에는 윤석열 대통령 후보 캠프의 주류인물로 구성된 ‘윤핵관’을 정면으로 공격하며, 당내 ‘이너서클 타파’를 공론화했다. 이 시간 현재도 여러 가지 이유로 당 중진들의 견제를 받고 있지만, 그는 자력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그는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고, 이번 지방선거 압승에도 1등공신이다.박지현의 성과도 이준석 못지않다. 민주당내 팬덤정치와 86그룹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은 그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박지현은 “일부지만 팬덤정치가 우리당원을 과잉대표하고 있다”며, 당의 극렬 지지층인 팬덤의 역린을 건드렸다. 특정 정치인을 무조건적으로 숭배하며 비판과 반론에 재갈을 물리는 팬덤정치는 민주당내 합리적 비판을 차단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박지현은 86그룹을 겨냥해서는 “아름다운 퇴장준비를 해야한다”고 직격했다. 이 말에 대한 파장은 팬덤공격때보다 더 컸으며, 결국 그를 민주당에서 떠나게 하는 요인이 됐다.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은 “박지현이라는 역대급 진상의 패악질”이라고 비난했고, 민주당 권리당원 게시판에는 박지현 아웃이라는 글이 도배됐다.이준석·박지현은 우리나라 정계의 건강성 회복을 위해 다양한 과제를 던진 청년들이다. 국민의힘이든 민주당이든 이제 권위주의나 진영논리, 포퓰리즘에 빠진 인물들을 과감하게 배제하고,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정치인들이 실질적 개혁의 주체로 나서야 한다.정당이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도록 노력해야지, 특정인맥이나 지역, 특정이념을 대변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존속하기가 불가능하다.

2022-06-07

코로나19 안정세…보건의식 잊지 말아야

코로나19 확산세가 안정세다. 신규 확진자 및 위중증 환자 규모가 오미크론 변이, 델타 변이 확산 이전 수준이다. 방역지표도 꾸준히 개선돼 일상 의료체계로의 전환이 가까워지고 있다.7일 0시 현재 전국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6천172명으로 사흘째 1만명 미만을 기록했다. 위중증 환자수는 117명으로 11일 연속 100명대다. 대구는 339명, 경북은 452명이다.정부는 오늘부터 내외국인에 상관없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 해외입국자에 대한 7일간 격리의무를 해제했다. 국내외 방역상황이 안정됐고 외국서도 해외입국자 격리의무를 해제하는 추이를 보여 뒤따르기로 했다고 한다. 다만 입국 전 검사에서 양성이 확인되면 격리한다는 방침이다.이밖에도 집중관리 재택치료자를 위한 전화 모니터링을 일 2회에서 1회로 줄였다. 또 지난 2일에는 확진자 격리의무 해제 기준을 논의하기 위한 전문가 회의도 열었다. 빠르면 오는 20일부터 확진자의 7일 격리의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코로나19 방역 규제가 실내 마스크 착용을 제외하면 사실상 모두 없어지는 꼴이 된다.정부는 또 8일부터 인천국제공항의 항공편수와 비행시간을 제한했던 규제도 모두 해제했다. 이에 따라 항공수요도 본격 늘어날 전망이다. 현충일 연휴동안 제주도에는 17만여명의 관광객이 방문해 올들어 누적 관광객이 578만명에 달했다. 전년 대비 27%가 증가했다.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의 전면 해제 분위기에 따라 국민들의 사회 활동 빈도가 크게 늘고 있다. 바람직한 일상의 변화이나 코로나19가 아직은 완전한 종식 단계가 아니란 것을 감안하면 국민적 경각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원숭이두창이 우리의 보건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서는 발견되지 않았으나 전세계 31개국에서 400여명의 감염병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마스크 착용, 손씻기 등 개인 보건위생 준수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전문가들은 현대사회에서 감염병 확산은 불가피하나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확산을 조기에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개인의 보건의식이 이래서 중요하다.

2022-06-07

정치권 공천갈등 이젠 털어내고 원팀돼야

이번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과 관련해 포항출신 김정재(포항 북)·김병욱(포항 남·울릉) 국회의원이 단체장과의 갈등, 공천실패 등으로 후유증을 앓고 있다.경북도당 공천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김정재 의원은 3선에 도전한 이강덕 포항시장을 예비경선에서 컷오프했다가 지역사회 반발이 심하자, 중앙당 공관위가 제동을 걸어 본경선에 포함했었다. 그 후 이 시장은 당내 경선에서 경쟁자를 크게 앞질렀고, 지방선거에서 77.2%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 시장은 컷오프 결정 당시 “김 의원은 정치적 속셈으로 형평성을 잃었다”며 ‘사천(私薦)의혹’을 제기했었다.김병욱 의원은 지역구인 울릉군 지방선거에서 군수와 경북도의원, 군의원 국민의힘 후보들이 모두 낙선하는 바람에 곤혹스런 상황에 처했다. 울릉군에서는 무소속으로 출마한 남한권 군수 후보와 남진복 경북도의원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이번 지방선거 국민의힘 공천과정에서는 포항 외에도 경북도내 많은 시·군에서 공천파동이 발생했다. 이강덕 포항시장처럼 3선에 도전한 장욱현 전 영주시장과 김영만 전 군위군수도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돼 중앙당 공관위 재심을 거쳤으며, 경산에서는 시장경선에서 배제된 예비후보들이 ‘시민협의체’를 구성해 무소속 단일후보를 내기도 했다. 영천과 의성에서도 무소속으로 출마한 최기문 시장과 김주수 군수가 당선돼 지역구 국회의원과의 마찰이 예상된다.대구·경북지역의 공천후폭풍은 선거철만 되면 재연되는 현상이다. 그때마다 시·도당 공관위와 지역구 국회의원의 ‘밀실·사천공천’ 논란이 불거졌다. 사실 지방선거에서 공천파동은 국회의원의 ‘자기사람심기 욕심’으로 인해 발생한 측면이 크다. 포항 같은 대도시 지역의 공천갈등으로 정치권이 분열되면 그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 지역 비전을 제시하고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 똘똘 뭉쳐도 성과를 내기 힘든데, 서로 반목을 이어가면 타도시와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공천갈등이 아직 남아있는게 사실이라면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풀고 지역발전을 위해 원팀이 돼야 한다.

2022-06-07

국민고기 삼겹살

우정구 논설위원 삼겹살은 돼지의 갈비 부근에 붙은 돼지고기 부위다. 비계가 세겹으로 겹쳐 보여 삼겹살이라 부른다.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즐겨 먹는 대표 고기다.지방의 함량이 높고 단백질은 적지만 지방의 고소한 맛과 육단백질의 구수한 맛이 조화를 이뤄 모든 사람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주로 구이로 많이 먹지만 김치찌개로도 잘 먹는다.고기의 신선도 유지가 어려웠던 과거에는 보통 고기를 삶거나 찌거나 국으로 끓여 먹었다. 삼겹살을 구이로 먹게 된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다. 경제성장과 더불어 외식문화의 등장으로 육류소비가 많이 늘어난 1970년대 중반 이후로 보는 것이 보통이다.삼겹살이 국민고기로 사랑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싼 고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기쁠 때, 슬플 때 혹은 힘들 때도 소주 한잔과 곁들여 언제나 먹을 수 있는 만만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항상 서민 곁에서 위로해 줄 소울푸드인 셈이다.삼겹살이 금겹살로 불린 적도 여러 번 있다. 서민과 친숙한 삼겹살이 가격이 올라 행여 서민 곁을 떠날까 봐 걱정해서 그렇게 불렀다. 최근 삼겹살 가격이 1근에 2만원 육박한다는 소식이다. 생삼겹살을 사먹기가 부담스러워져 냉삼겹살을 사먹는 사람도 늘고 있다고 한다. 삼겹살이 또다시 금겹살로 둔갑할 모양이다.최근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전년에 비해 대폭 올랐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급등한 곡물가격이 가축사료 값을 끌어올린 탓이다.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나돌고 1년 중 돼지고기 가격이 가장 비싼 값을 형성하는 7∼8월을 앞두고 있어 삼겹살 가격이 얼마나 더 뛸지 모두가 걱정이다. 국민고기 삼겹살 가격을 지킬 대책이 필요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07

오만한 정치, 국민의힘도 경계해야

김진국 고문 민주당이 시끄럽다. 대통령 선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뒤끝이다. 4년 전 제7회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대구·경북·제주를 제외한 광역단체장 14곳을 모두 차지했다. 이번에는 경기·제주와 호남, 5곳에 그쳤다. 기초단체장도 145 대 63, 절반도 안 된다. 서울에서만 서초구청장을 제외한 24개 구청장을 싹쓸이했던 민주당이 이번에는 17 대 8로 완패했다.이게 어느 한 사람의 잘못은 아니다. 정당 지지도도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 4월까지만 해도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서로 엎치락뒤치락했다. 그런데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6월 첫째 주 전국지표조사를 보면 48% 대 27%로 벌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선거 패배의 책임을 놓고 서로 손가락질이다. 크게는 친 이재명파와 반 이재명파로 갈라져 비난을 퍼붓고 있다. 선거에서 참혹하게 패배하고도 그 원인을 찾고, 반성하기는커녕 네 탓 공방이다. 당권 욕심이 앞선다. 먹을 것이 거덜 난 집에서 남은 부스러기를 놓고 다투는 꼴이다.대선에서 국민은 분명히 민주당을 심판했다. 그러나 달라지지 않았고, 지방선거에서 다시 심판받았다. 2년 전 총선에서 183석(더불어민주당+더불어시민당+열린민주당)을 얻은 뒤 오만했다. 민주당 강경파는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고 주장했다.국회 원 구성부터 독식하며 압박했다. 여론조사는 반대하는 ‘검수완박’을 밀어붙였다. ‘우리 이니 하고 싶은 대로 해’라고 응원했다. 국정은 동화 속 이념의 포로가 됐다. 민생 현장보다 ‘우리 정책’은 무조건 옳다고 우겼다. 지난 5년만큼 국민이 분열하고, 진영대결이 극심했던 때가 없다. 조국·추미애 전 장관의 오만이 대통령까지 만들었다.21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받은 지지율은 38.77%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얻은 표는 33.35%로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이 얻은 33.84%보다 적다. 여기에 열린민주당(5.42%)을 합쳐야 겨우 조금 더 많다. 그래봐야 40%가 안 된다.그런데도 민주당에 감당 못할 많은 의석을 몰아준 건 엄청난 사표를 만들어내는 선거제도, 위성정당을 이용한 속임수다. 그런 자기 속임수에 스스로 넘어가 오만의 길을 걸었다. 제도의 허점 덕에 다수 의석을 확보해놓고, 적은 대선 표 차이는 인정하지 못하고, 불복하는 듯한 행보를 해왔다. 대선 뒤 하루도 허니문을 허용하지 않았다.정권을 넘기는 순간까지 대못질을 계속했다. 여론은 분명히 반대했다. 그런데도 2차 ‘검수완박’ 법을 밀어붙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를 나오기 직전 못을 박았다. 물러나는 순간까지 임기 2년, 3년의 공직을 ‘내 권리’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대통령의 권한은 국정을 제대로 운영하라고 국민이 위임한 것이지 개인의 권리가 아니다. 퇴직금은 더욱 아니다. 정부를 ‘머리 따로, 손발 따로’로 만드는 건 공직자의 자세가 아니다.박지현 민주당 공동비대위원장이 잘못된 행태를 사과했지만, 비난 폭탄만 맞았다. 강경파 의원들은 조롱을 반복한다. 진실을 인정하지 않고, 그들만의 진실을 만든다. 정치를 게임처럼 한다. 진심은 보이지 않고, ‘작전’만 있다. 국민은 대상이지 상전이 아니다. 이런 식의 정치가 전투력은 강하다. 정치의 팬덤화가 대중화에는 도움이 된다. 그렇지만 약자와 소수자를 인정하고, 정치적 경쟁자를 파트너로 받아들이는 톨레랑스가 사라지면 민주주의는 살아남을 수 없다.이건 민주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민심이 조금만 움직여도 전체 의석수는 크게 차이 난다. 인구와 자리가 몰려 있는 수도권은 아주 적은 표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 미풍만 불어도 선거 결과에는 태풍이 된다. 이번 승리로 오만하면 국민의힘도 회초리를 맞는다. 대선이건, 지선이건, 국민의힘이 잘해서 이긴 게 아니다. 상대가 스스로 무너져 얻은 승리다. ‘하고 싶은 대로’하면 또 뒤집힌다. 역대 선거를 봐도 승부는 지는 쪽이 결정한다. 2년 뒤 총선, 또 그다음 선거는, 바람이 어디로 불지 모른다. 겸손해야 한다. 권력을 쥐었을 때 더 잘해야 한다. /본사 고문

2022-06-06

토론학

홍택정 문명중·고등학교 이사장 민주주의의 근본은 토론이라 생각된다. 토론은 구성원들의 의견을 하나로 모아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으로, 소수 의견에 귀 기울이는 과정이다.토론에 참여한 모든 이들의 의견들을 모아 최종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이견을 배제하게 된다.토론은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 못지않게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진지하게 경청하는 것이 더 중요한 본질이다.정치적,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방송에서 토론회가 중계되는 것을 보면, 상대의 의견을 들어주는 것보다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기에 바쁘다.그러다 보니 활발한 논리적인 의견의 교환은 간곳없고, 상대의 발언을 끊고 자기주장으로 일관하기 일쑤다.자연 토론은 말싸움과 고성으로 결론 없이 끝나는 경우가 허다하다.그래서 초등학교에서부터 토론학을 정규과목으로 채택하여, 토론의 기술과 방법을 익히도록 하고 건전한 토론문화의 정착을 위해 학습을 통해 오랜 기간 훈련해야 한다.이론적인 반론을 주고받는 토론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정착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자 방법이다.특히 정치인들의 토론문화가 척박하기 짝이 없다.국회의 진지한 정책토론이야말로 토론문화의 출발점이다. 논리는 사라지고 집단적 카더라가 사회의 여론을 형성하는 경거망동의 사회적 분위기는 진영 간의 편 가르기로 이용되고 있다.목소리가 크고, 숫자만 많으면 곧잘 진실처럼 알려지고, 믿게 된다.그러다 보니 선동과 비단 같은 말 잔치가 판을 치고 있다. 성숙한 토론 문화의 정착이야말로 전정한 민주주의의 핵심적인 가치다.

2022-06-06

골드번호 받는 법

골드번호는 번호 4자리가 똑같거나(0000), 연속되는 숫자(1234), 또는 특정 지역(4000)이나 단어가 연상되는 2424나 0404 같은 기억하기 쉬운 번호를 가리킨다.특히 전화번호 가운데 우리나라에서는 행운의 번호로 알려진 7이 4번 반복되는 ‘7777’같은 번호를 가진 분들을 보면 이런 번호를 어떻게 받았을까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또 이삿짐 센터의 경우 예외없이 2424번을 사용하는 데, 실제로 번호가 외우기 쉬워서 그런지 문의전화가 더 많이 오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2010년대 중반까지 이런 ‘골드번호’는 개인 간에 사고파는 것도 가능했는데, 특정 번호는 수억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는 정부가 이런 번호를 ‘국가자원’으로 규정하면서 개인 간 거래는 금지됐고, 불법 거래할 경우 최고 수천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이에 따라 이동통신 3사는 매년 이른바 ‘골드번호’ 5천 개를 내놓고 공개 추첨으로 배정하고 있다.공개추첨은 매년 6월과 12월 두 차례 진행되는데,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다. 올해는 KT가 8일까지, LG유플러스는 12일까지 공식 대리점이나 온라인 홈페이지를 통해 1인당 최대 3개의 희망 번호 접수를 받고 있다.골드번호를 영업이나 마케팅에 활용하고 싶은 이들은 이 기간에 신청해 행운을 기다리면 된다. 다만 외우기 쉬운 번호일수록 사업에 도움이 될 수도 있지만, 보이스피싱 등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게 업계관계자의 경고다.세상만사가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이니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랴. 골드번호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은 즉각 신청을 서두르시라./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