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실망이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투자가 논란이다. 그동안 김 의원의 언행과 보도 내용은 너무 딴판이다. 내 돈으로 내가 투자하는 것을 비난할 사람은 없다. 그렇지만 김의원은 그게 아니다. 김 의원은 “엄청난 손해를 봤다”라고 주장한다. 의혹을 제기한 언론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아직도 모르는 것 같다.
연일 돈 문제가 터지고 있다. 수천억 원을 만든 ‘대장동 게이트’부터 입에 오르내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연루돼, 주변 사람들이 줄줄이 구속되고, 여러 사람이 목숨을 잃었다. 송영길 전 대표는 전당대회 때 돈 봉투를 뿌린 혐의로 수사받고 있다. 이제 대표적 소장파인 김의원의 코인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민나 도로보데스”(みんな泥棒です; 모두 도둑놈이다)란 말이 생각난다.
‘공직자가 돈을 밝히면 안 된다’라고 하면 ‘어느 시대 사람이냐?’고 비웃을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공직자에게는 금도(襟度)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은 국민의 주권을 위임받아 행사한다. 그걸 자기 치부(致富)에 이용하면 나라 꼴이 어떻게 되겠나. 김 의원은 그런 의심을 받고 있다. 그런데도 핵심 의문에는 답하지 않은 채 보도한 언론 탓만 한다. 민주당 소속 청년 정치인들은 기자회견을 열어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민주당에서도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이와 별도로 윤리감찰도 시작했다.
김 의원은 상임위에 참석하면서 코인 투자를 한 것만으로도 의원 자격이 없다. 그는 지난해 5월 9일과 10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 청문회를 하면서 9차례나 코인 거래를 했다. 청문회 전과 점심시간까지 합치면 31번이다. 그러니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 교수’라고 착각했을 것이다. 핼러윈 참사를 논의한 상임위에서도 코인을 거래했다. 그래 놓고 변명이라는 게 “화장실·휴게실에서 한 것”이라고 한다.
이해 충돌 가능성도 있다. 김 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코인에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해 통과시켰다. 게임머니를 가상화폐로 규정하는 법안을 공동발의, 처리했고, 민주당의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는데도 역할을 한 의혹도 있다.
‘도둑맞은 가난’(박완서)이란 소설이 있다. 가난한 경험까지 탐내는 부자의 염치없는 허영을 신랄하게 꼬집는 내용이다. 김 의원은 ‘모텔 한 방에서 보좌진과 셋이 잤다.’, ‘매일 라면만 먹었다.’, ‘3만7천원 주고 산 운동화에 구멍이 났다’라며 가난을 호소해 지난해 의원 중 후원금을 가장 많이 모았다. 그를 믿고 응원한 사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가난 코스프레’라는 말이 안 나올 수 없다.
더구나 코인에는 청년세대의 한이 맺혀 있다. 부동산값이 폭등해 손댈 엄두를 못 내고, 코인에 투자해 그나마 모은 돈을 털린 청년이 많다. 그런데 돈과 정보와 인맥으로 무장한 국회의원이 수십억 원을 쓸어갔다니, 가장 청년을 위하는 척하면서 그들의 눈물을 훔쳐 간 꼴이다. 김 의원은 무슨 돈으로 투자했는지, 어떻게 사고팔았는지 감추고 있다. 주식을 판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해명할 때마다 뒤집힌다. 양파처럼 새 의혹이 불거진다. 김 의원은 “하늘에서 떨어진 돈은 없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민주당 조사팀도 종잣돈이 불법 로비 받은 게 아닌지 의심한다. 아무리 ‘공정’을 떠들어도 정책을 만드는 사람이 특권을 누리려 하면 그 정책은 실패한다. 공직을 맡은 사람이 자신에게 더욱 엄격해야 하는 이유다.
공정이 시대적 화두다. 지난 대선의 최대 공신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라고도 한다. 그런데도 다시 내년 총선에서 조 전 장관이나 그의 딸 출마설이 나온다. 비위 사건이 터지면 잠시 무마하고, 곧바로 뒤집는 행태가 반복된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영웅으로 묘사한 영화가 나온다. 위장 탈당했던 민형배 의원을 복당시키고, 위안부 후원금을 유용한 윤미향 의원, 부동산투기 의혹으로 제명된 김홍걸 의원은 민주당 소속처럼 움직인다. 국민이 그렇게 우습게 보이나. 민주당이 우물쭈물하면 개인 비리가 아니라 당의 비리가 된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