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 8일 새벽 1시. 생후 7개월 된 영아가 고열을 동반한 열성 경련으로 울산에서 구미를 찾았다.
26일 밤에는 경북 의성에 거주하는 7살 남자아이가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구급차에 실려 구미로 왔다. 다행히 두 아이 모두 증세가 호전돼 다음날 오전 귀가했다. 모두 소아 전담 전문의가 있는 구미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덕이다.
구미에는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가 있다.
경북 중서부권의 유일한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이자 필수의료 지역 거점병원. 야간이나 휴일에 갑자기 아이가 아파 당황한 부모에게는 더없이 간절한 병원이다.
최근 수도권 대형병원들이 소아청소년과 입원진료를 중단하고 소아과 폐과를 선언하며 소아진료 대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자연스럽게 우리 시의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에 이목이 쏠리면서 구미시는 주변 지자체의 부러움을 한몸에 받게 됐다.
올 초 운영을 시작한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필자의 민선 8기 공약사업이다. 많은 이들이 한발 앞서 진료센터를 개소할 수 있었던 비결을 물어온다. 답은 간단하다. 시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기 때문이다. 취임 전후로 만난 시민들의 바람은 대체로 한결같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고 아이 키우기 좋은 도시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구미시의 소아청소년은 7만8천200여 명. 전체 인구 대비 19.2%에 달한다.
도내에서 소아청소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도시가 바로 우리 구미다. 그런 구미에 소아응급실이 없어 다른 도시를 헤매서야 되겠는가. 취임 직후 여러 차례 병원 관계자들을 만나 설득하는 한편 시의 지원을 약속했다.
모두들 소아응급실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선뜻 시와 손잡겠다는 병원이 없었다. 여러 차례 설득에 나섰지만 이해관계에 부딪혀 번번이 무산되다 올 초 순천향대 구미병원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구미시가 매년 시비 9억 2천만 원을 지원하는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는 소아청소년 전문의 4명과 소아응급 전담 간호사 8명으로 구성돼 있다.
개소 첫 달인 1월에는 464명, 지난 4월에는 918명이 진료센터를 찾았다. 4개월 동안 2천2백여 명의 환자가 센터를 이용했으니 그 필요성은 충분히 증명됐다고 본다. 구미뿐 아니라 인근의 김천, 칠곡, 성주를 비롯해 영주와 의성에서도 센터를 찾아온다. 소아청소년 응급환자에 대한 전문적이고 효율적인 의료 인프라가 얼마나 부족했는지 되돌아봐야 할 대목이다.
얼마 전 대구에서 십대 청소년이 응급실을 찾아 떠돌다 구급차에서 숨진 일명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소아청소년과 및 응급 의료체계 전반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고 있다. 이제 돌봄의 역할이 가정과 양육자 개인에만 주어지는 시대는 지났다. 지역사회가 손을 보태고 시가 정책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올해 전국 대학병원에서 내년 전반기 소아과 전공의를 모집한 결과, 대구·경북을 포함해 영남권 병원에 한 명의 의사도 지원하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시민의 건강과 공공복리를 위한 의료 서비스에 구미시장으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저출생, 인구 소멸에 고민을 하지 않는 행정에 시민들이 무엇을 기대할 수 있단 말인가.
구미시는 아이 키우기 좋은 구미를 위해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 외에도 자정까지 운영하는 야간연장 어린이집을 확대하는 한편, 밤 12시까지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마을돌봄터도 도내 최대 규모로 추가 조성한다. 가칭 ‘아픈 아이 돌봄 센터’ 도 하반기 개소할 예정이다. 부모를 대신해 돌봄사가 아동 픽업부터 병원 진료 전 과정을 동행하고, 아픈 아이의 간호 돌봄 서비스까지 제공하는 도내 최초의 돌봄 센터다. 맞벌이 가정의 걱정을 덜어주고 지역 사회가 육아를 분담하기 위한 고육책이다.
구미시에 이어 광주와 경주, 포항에서도 소아청소년 공공의료체계를 구축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지역의 미래이자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한 더 좋은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나오길 바라며, 구미 ‘365 소아청소년진료센터’를 통해 많은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