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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농촌발전을 위한 구미의 농업혁신

류승완 기자
등록일 2025-09-28 10:29 게재일 2025-09-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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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구미시장.

최근 기후위기와 국제분쟁, 보호무역의 확산 속에서 농산물은 국가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핵심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콩과 옥수수는 미-중 무역분쟁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유럽은 탄소중립 농업에 사활을 거는 등 세계 각국이 농업의 가치에 주목한다.

하지만 우리 농업은 매우 심각한 위기다. 2023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2.2%, 식량자급률은 49%에 머무르는 수준이고, 1%에 그치는 밀자급률 때문에 전 국민이 즐기는 라면과 빵의 주재료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국제시장의 곡물시세 급등은 전국적으로 대혼란을 초래하고 식량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농촌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농가 및 농업인구 감소와 농민 고령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2024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업소득이 967만 6천 원에 불과한데 청년들이 과연 농촌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감불생심(敢不生心)이다.

백척간두에 놓인 농업위기를 타개하고 식량안보를 확립코자 구미시는 농업혁신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뚜렷한 산업도시 이미지 탓에 중앙부처와 경북도의 농업 분야 공모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였지만, 사실 구미는 농업에 깊은 저력을 지니고 있다.

세종의 권농교서(勸農敎書) 초안을 작성한 하위지(河緯地)와 ‘농사직설’ 편찬에 참여한 정초(鄭招)는 구미에서 태어났고, 세종에게 수차와 물레방아 도입을 건의한 박서생(朴瑞生)은 도량동 밤실마을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구미는 조선 초 농업혁신을 주도한 선각자들의 산실이었다.

또한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선산들, 해평들, 고아들, 지산들 등 넓은 평야를 품고 있는 구미는 예로부터 이름난 곡창지대였다.

최근 구미시는 지역의 농업 DNA를 계승해 농업혁신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첫째, 디지털화, 스마트화, 규모화를 통해 최첨단 농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도개면의 밀밸리특구에서는 밀·콩 이모작으로 농가소득을 높였고, 도내 최초 밀제분공장을 건립해 ‘구미밀가리’라는 브랜드의 우리밀을 생산한다. 선산읍의 농산물가공기술지원센터는 농산물 가공기술 보급과 창업지원의 거점으로 발돋움했고, 구미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 가동으로 고품질 쌀 생산체계를 확립했다. 무을면의 디지털혁신농업타운은 드론과 대형 농기계를 투입한 공동영농 모델을 정착시켰다. 한편, 미래 농식품산업의 구심점으로 거듭나고자 국가푸드테크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한다.

둘째, 유통망 확장과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했다. 구미로컬푸드직매장은 개장 2년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며 지역 농가들의 판로에 숨통을 틔웠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판매한 ‘구미한우’와 지역 농산물은 올해 국회에서 열린 판촉전에서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구미 로컬푸드페스타’를 앞두고 사전 예약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안전한 지역 농산물 공급을 위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괌 정부와 농식품교류협력MOU를 체결해 구미 농산물의 해외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4년 구미 농식품 수출액은 9,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7% 증가하며 경북 도내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

셋째, 청년농을 육성하고 농촌 정주여건을 개선했다. 구미시는 농식품부와 농촌협약을 체결해 농촌지역 생활여건 개선과 도농격차 해소를 통한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청년농업인에게는 자금과 장비 지원 및 교육을 통해 농업 관련 창업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아열대작물 재배기술 보급 등 청년들이 농업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미는 그동안 전자산업과 휴대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300억 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국가 발전을 견인했다. 이제 구미시는 농업혁신과 K-농산물 수출을 바탕으로 농업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면서 국가 경제에 더 크게 기여하는 재도약을 꿈꾼다.

구미시의 농업혁신을 발판으로 대한민국이 농업 강국으로 우뚝 서고 전국 농촌들의 고른 발전으로 청년들이 농부를 꿈꾸며 농촌으로 몰려오는 시대의 도래를 기원한다.

김장호 구미시장

 

/류승완기자 ryusw@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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