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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울릉도의 미래를 위한 선택의 기로에서

울릉도는 지금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2025년을 맞아 울릉군은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 중이며, 이는 단순한 행정 변화가 아니라 ’생존과 번영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다.    울릉도는 오랫동안 ’대한민국의 외딴 섬’으로 불려왔다. 기상 악화로 인한 여객선 결항은 일상적이었고, 서울에서 울릉도까지 최소 7시간 이상 걸리는 물리적 거리감은 관광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의료·교육·경제 활동 전반을 제약했다.   울릉공항 개항은 이 구조적 한계를 뒤흔드는 ’상징적 변화’다. 서울~울릉 간 1시간 내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울릉도는 ’접근 불가능한 섬’에서 ’연결된 섬’으로 거듭난다. 관광객 유입은 급증할 것이며, 울릉군은 연간 100만 명 관광객 유치를 목표로 세웠다. 서울관광재단과의 협약 체결로 수도권 중심의 마케팅도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접근성 개선만으로는 관광 산업의 지속성은 보장되지 않는다. 공항과 주요 관광지를 잇는 교통망, 다양하고 질 높은 숙박, 지역 식문화 콘텐츠 개발, 응급 상황 대응 체계 구축 등 인프라 정비가 필수다.   더 나아가 공항 개항은 지역민에게도 ’삶의 질 향상’이라는 실질적 혜택을 제공한다. 의료 긴급 이송, 교육기회 확대, 물류 개선, 청년 창업 기회 등 다방면의 효과가 예상된다. 중요한 것은 ’관광객을 위한 변화’에 그치지 않고, ’지역민과 함께 성장하는 변화’가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지방소멸, 청년 유입은 이벤트가 아니다. 울릉도의 인구는 약 9000 명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고령화율은 30%를 넘어섰다. 이는 의료·복지·교육·노동력 등 사회 기능을 위축시키는 심각한 문제다.   울릉군은 ’청년마을 만들기 사업’을 중심으로 외부 청년 유입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북면 현포리에 청년 거점 공간을 조성하고 50명 이상의 청년을 유치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청년 정책은 단순한 유입 이벤트가 아니라 ’머무르고 정착할 수 있는 구조적 기반 마련’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청년 창업 지원, 원격 근무 인프라 확충, 임대주택 공급, 빈집 리모델링, 주거비 지원, 청년 커뮤니티 공간 조성, 로컬 콘텐츠 제작 지원 등 종합적 지원책이 필요하다. ’청년이 만든 콘텐츠가 관광객을 유치하고, 관광 수익이 청년의 삶을 지탱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때 울릉도의 미래는 열린다.    울릉도는 청정 자연환경을 갖춘 섬으로 ’지속가능성’이라는 시대적 가치와 가장 잘 맞닿아 있다. 동시에 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구조적 위기를 안고 있다.   울릉군은 전기자동차 보급률이 전국 평균을 상회하며 ’친환경 교통 정책 선도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최근 캠코와 협약해 공공 유휴부지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하며 관광객과 주민 모두를 위한 에너지 인프라를 확충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기 위해 ’이동형 검진차량 운영’, ’원격진료 확대’, ’세대 통합형 복지 콘텐츠 개발’ 등 맞춤형 복지망 강화에 나서고 있다. 울릉도는 ’친환경 섬이자 고령사회 지역’이라는 이중적 정체성을 안고 있으며, 탄소중립과 복지망 확대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    최근 울릉도는 ’관광 신뢰 위기’에 직면했다. 일부 유튜브 영상과 언론 보도가 불친절·바가지 논란을 부각시키며 지역 이미지가 흔들렸다. 관광은 단순한 자연 감상이 아닌 ’경험 소비’다. 따라서 울릉도는 불신의 이미지를 ’환대의 이미지’로 바꾸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울릉군은 관광업 종사자 대상 교육을 확대하고, ’불편 신고 실시간 대응 체계’, ’관광업소 평가제’, ’SNS 기반 홍보 영상 제작’, ’고령 업주 대상 디지털 교육’ 등을 통해 체계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관광객 방문 전 울릉도의 현실적 한계를 투명하게 안내함으로써 ’양두구육 비판’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울릉도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공항 개항, 청년 정책, 친환경 전략, 관광 신뢰 회복은 모두 단일 과제가 아니라 ’울릉도의 생존 전략’이다. 변화가 관광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지역민과 함께하는 것이 될 때, 울릉도는 진정한 ’연결된 섬’, ’지속 가능한 섬’으로 거듭날 것이다. / 남한권 울릉군수

2025-10-12

농촌발전을 위한 구미의 농업혁신

최근 기후위기와 국제분쟁, 보호무역의 확산 속에서 농산물은 국가와 인류의 생존을 위한 핵심자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콩과 옥수수는 미-중 무역분쟁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되고, 유럽은 탄소중립 농업에 사활을 거는 등 세계 각국이 농업의 가치에 주목한다. 하지만 우리 농업은 매우 심각한 위기다. 2023년 기준 곡물자급률은 22.2%, 식량자급률은 49%에 머무르는 수준이고, 1%에 그치는 밀자급률 때문에 전 국민이 즐기는 라면과 빵의 주재료는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한다. 국제시장의 곡물시세 급등은 전국적으로 대혼란을 초래하고 식량주권을 위협할 수 있다. 농촌의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농가 및 농업인구 감소와 농민 고령화는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고, 2024년 농가경제조사에 따르면 농업소득이 967만 6천 원에 불과한데 청년들이 과연 농촌을 선택할 수 있을까. 감불생심(敢不生心)이다. 백척간두에 놓인 농업위기를 타개하고 식량안보를 확립코자 구미시는 농업혁신을 통한 새로운 돌파구 모색에 전념하고 있다. 그동안 뚜렷한 산업도시 이미지 탓에 중앙부처와 경북도의 농업 분야 공모에서 후순위로 밀리기 일쑤였지만, 사실 구미는 농업에 깊은 저력을 지니고 있다. 세종의 권농교서(勸農敎書) 초안을 작성한 하위지(河緯地)와 ‘농사직설’ 편찬에 참여한 정초(鄭招)는 구미에서 태어났고, 세종에게 수차와 물레방아 도입을 건의한 박서생(朴瑞生)은 도량동 밤실마을에서 생을 마감했다. 이처럼 구미는 조선 초 농업혁신을 주도한 선각자들의 산실이었다. 또한 낙동강을 따라 형성된 선산들, 해평들, 고아들, 지산들 등 넓은 평야를 품고 있는 구미는 예로부터 이름난 곡창지대였다. 최근 구미시는 지역의 농업 DNA를 계승해 농업혁신 분야에서 매우 뛰어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첫째, 디지털화, 스마트화, 규모화를 통해 최첨단 농업 인프라를 구축했다. 도개면의 밀밸리특구에서는 밀·콩 이모작으로 농가소득을 높였고, 도내 최초 밀제분공장을 건립해 ‘구미밀가리’라는 브랜드의 우리밀을 생산한다. 선산읍의 농산물가공기술지원센터는 농산물 가공기술 보급과 창업지원의 거점으로 발돋움했고, 구미통합RPC(미곡종합처리장) 가동으로 고품질 쌀 생산체계를 확립했다. 무을면의 디지털혁신농업타운은 드론과 대형 농기계를 투입한 공동영농 모델을 정착시켰다. 한편, 미래 농식품산업의 구심점으로 거듭나고자 국가푸드테크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한다. 둘째, 유통망 확장과 해외시장 개척에 집중했다. 구미로컬푸드직매장은 개장 2년 만에 누적 매출 100억 원을 달성하며 지역 농가들의 판로에 숨통을 틔웠다. 지난해 서울광장에서 판매한 ‘구미한우’와 지역 농산물은 올해 국회에서 열린 판촉전에서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더욱 큰 인기를 끌었다. 덕분에 내달 서울에서 열리는 ‘제2회 구미 로컬푸드페스타’를 앞두고 사전 예약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 또한, 안전한 지역 농산물 공급을 위한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 며칠 전에는 괌 정부와 농식품교류협력MOU를 체결해 구미 농산물의 해외시장 진출에 교두보를 마련했다. 이런 노력의 결과, 2024년 구미 농식품 수출액은 9,4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7% 증가하며 경북 도내 최고의 성과를 달성했다. 셋째, 청년농을 육성하고 농촌 정주여건을 개선했다. 구미시는 농식품부와 농촌협약을 체결해 농촌지역 생활여건 개선과 도농격차 해소를 통한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에 집중하고 있다. 또한 청년농업인에게는 자금과 장비 지원 및 교육을 통해 농업 관련 창업기회를 제공하고,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아열대작물 재배기술 보급 등 청년들이 농업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구미는 그동안 전자산업과 휴대폰,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300억 달러 수출을 기록하며 국가 발전을 견인했다. 이제 구미시는 농업혁신과 K-농산물 수출을 바탕으로 농업의 르네상스를 주도하면서 국가 경제에 더 크게 기여하는 재도약을 꿈꾼다. 구미시의 농업혁신을 발판으로 대한민국이 농업 강국으로 우뚝 서고 전국 농촌들의 고른 발전으로 청년들이 농부를 꿈꾸며 농촌으로 몰려오는 시대의 도래를 기원한다. /김장호 구미시장

2025-09-28

숲이 숨 쉬는 봉화, 치유산업으로 미래를 열다

봉화는 현재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치유산업 육성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예로부터 봉화는 산림과 농업, 관광 자원이 풍부한 청정지역으로, 이러한 자원을 바탕으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하는 치유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을 꾸준히 모색해왔다. 날로 감소하는 인구와 고령화,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지방소멸 위기 앞에서 이제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 지속가능한 지역 성장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단기적 대응에 머무른다면 미래 세대에게는 쇠퇴한 고향만 남길 수 있다. 이에 봉화군은 지역 자원의 특성과 정체성을 최대한 살린 ‘봉화형 치유산업’을 발굴해 나가며, 새로운 도전 속에서 지역의 활로를 찾아가고 있다. 치유산업은 단순한 서비스 산업이 아니다. 몸과 마음을 돌보고 삶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본질적인 가치를 지닌 산업이다. 경제적 효과를 넘어 사회적 안정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까지 기여할 수 있는 다층적 산업으로, 일자리 창출·청년 인구 유입·지역경제 활성화 등 종합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특히 숲이 가진 치유의 힘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 산림의 다양한 자연환경 요소를 활용한 치유 활동은 면역력 강화, 스트레스 완화, 정신 건강 개선 등 긍정적 효과를 가져다주며, 치유산업의 핵심 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다. 봉화는 백두대간의 정기를 품은 천혜의 자연을 바탕으로 산림치유 산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최적지다. 최근 봉화군은 이러한 가능성을 실현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사람과 자연이 함께 숨 쉬는 치유 공간, 문수산산림복지단지를 개장하고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문수산 자락에 조성된 이 단지는 산림휴양·교육·치유 기능이 융합된 종합 산림복지 거점으로, 단순한 휴식 공간을 넘어 봉화형 치유산업의 상징적 모델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문수산산림복지단지는 중심지구, 체험·교육지구, 산림치유지구, 자연휴양림지구 등 4개 권역으로 나뉜다. 중심지구에는 산림치유센터가 있어 건강측정실, 족욕체험실, 명상치유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적이고 과학적인 치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체험·교육지구는 유아와 아동을 위한 자연친화적 학습 공간으로, 아이들이 오감을 통해 자연을 느끼며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다. 산림치유지구는 명상숲, 힐링치유길, 요가숲 등 테마별 체험공간이 마련되어 방문객이 일상에서 벗어나 심신의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자연휴양림지구는 숙박과 야영시설을 포함해 가족 단위 관광객이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정식 개장한 지 석 달여 만에 단지는 이미 방문객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다양한 연령층이 치유와 휴양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만족도를 표현하고, 이 경험이 입소문을 타면서 봉화의 새로운 관광 브랜드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봉화가 지향하는 ‘치유산업 선도도시’ 비전을 구체화하는 첫 성과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봉화군은 문수산산림복지단지를 단순한 휴양공간을 넘어 산림치유산업의 새로운 모델을 구현하는 핵심 거점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전문 인력 양성과 프로그램 고도화, 디지털 치유 콘텐츠 확산을 통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하고, 청년층이 찾아오는 활력 있는 지역사회를 만들어갈 것이다. 또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봉화정자문화생활관, 봉화목재문화체험장 등과 연계한 산림관광 네트워크를 구축해 봉화만의 독창적인 장기체류형 관광 모델을 개발하고자 한다.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머물고 싶은 도시 봉화’로 나아가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다. /박현국 봉화군수 더 나아가 봉화군은 치유산업을 국가 정책과도 연계해 전국적 모범사례로 확산시킬 것이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안정적인 소득 기반을 제공하고, 외부인에게는 봉화만의 치유 문화를 체험할 기회를 선사함으로써, 지역 정주 여건 개선과 인구 유입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치유는 단순한 유행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몸과 마음이 지친 현대인에게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가치이며, 동시에 지방이 살아남기 위해 찾을 수 있는 새로운 길이다. 봉화군은 산림치유라는 미래 산업을 통해 소멸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자 한다. 문수산산림복지단지가 봉화형 치유산업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지역의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더 나아가 봉화군이 ‘치유산업 선도도시’라는 당찬 비전을 실현하며, 사람과 자연이 함께 웃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기를 소망한다.

2025-09-21

세계가 주목한 안동의 맛, K-미식의 중심도시

최근 열린 한일정상회담 만찬에 안동의 대표 음식인 안동찜닭과 안동소주가 올랐다. 외교의 자리에서 안동의 밥상이 소개됐다는 사실은 단순한 화젯거리가 아니다. 안동의 맛과 문화가 한국을 대표하고 세계와 소통하는 힘을 가졌다는 증거다. 나는 이 소식을 안동시민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함께 나눴다. 이번 기회를 안동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는 출발점으로 삼고자 한다. 안동의 음식은 오랜 생활의 지혜에서 태어났다. 찜닭골목에 가면 커다란 철판에서 간장과 마늘 향이 피어오르고 닭과 채소, 당면이 어우러져 푸짐한 한 상이 완성된다. 서민적이면서도 균형 잡힌 단짠의 맛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근하다. 헛제사밥은 제사상을 재현해 여러 찬을 한데 비벼 먹는 독특한 방식이 핵심이다. 의례와 일상의 경계를 넘어 음식을 함께 나누는 공동체의 미덕을 전한다. 안동간고등어는 먼 내륙까지 생선을 신선하게 들여오기 위해 소금으로 단단히 절이던 선조들의 지혜가 남아 오늘의 별미가 됐다. 안동한우는 담백한 육향과 고른 마블링으로 고기의 본맛을 살린다. 종가음식은 손맛과 격식을 함께 지켜온 집안의 역사 그 자체이며, 집안마다 내려온 전통주는 온주법과 같은 기록을 통해 술 빚기의 정밀함을 지금에도 전하고 있다. 수운잡방과 음식디미방이 남긴 기록은 안동이 품은 미식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를 말해 준다. 나는 이 전통들이 오늘날에도 살아 움직이기를 바란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이 새벽부터 손질한 재료로 국을 끓이고, 골목의 주방에서 나는 소리와 냄새가 관광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월영교의 야경을 본 이들이 강바람을 맞으며 찜닭과 간고등어 한 그릇으로 하루를 마무리하고, 소주 한잔에 안동의 이야기를 곁들일 때 비로소 여행은 완성된다. 맛은 언어를 초월하는 가장 직관적인 문화교류다. 한 숟가락의 경험이 도시의 첫인상을 바꾸고, 재방문을 부른다. 이제 안동시는 향토 음식의 인지도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자 한다. 핵심은 음식과 공간, 공연, 축제, 관광을 유기적으로 묶어내는 일이다. 먼저 특화공간에서는 전시와 체험을 확대하고, 전통주와 종가음식의 이야기를 아카이브로 정리해 누구나 보고 배우는 장으로 만들겠다. 여기에 월영교 등 대표 관광지와 연계한 시음 프로그램, 휴식공간을 더해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을 조성할 것이다. 다음으로 음식과 공연을 결합한 새로운 형식인 이머시브 다이닝을 본격적으로 도입한다. 관객이 직접 음식을 맛보고 배우들과 교감하며 이야기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전통적인 접빈문화와 함께 안동의 향토 음식을 체험하게 될 것이다. 전통음식을 오감을 자극하는 복합 콘텐츠로 발전시켜, 안동의 미식이 가진 매력을 한층 넓히겠다. 또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과 같은 대규모 축제에 미식 콘텐츠를 적극 결합해, 축제장에서 맛본 경험이 지역 재방문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만들겠다. 대규모 푸드존운영뿐 아니라 전통 레시피 체험, 종가음식 강좌 등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해 지역 음식의 전승과 대중화에 힘쓸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관광 인프라와의 결합이다. 음식과 철도여행을 연계한 팝업열차, 전통가옥 숙박, 전통놀이 체험을 결합해 ‘먹고, 놀고, 자는’ 완결형 여정을 제공하겠다. 코레일관광개발과 협력으로 곧 진행될 ‘K-미식 전통주 벨트 팝업열차–안동 더 다이닝’와 같은 상품을 개발하고, 현장의 반응을 반영해 지속 가능한 미식관광 모델로 다듬어 나가겠다. 안동의 맛은 단순한 한 끼 식사가 아니다. 땅과 물, 시간과 정성이 쌓여 만들어 낸 문화의 총합이다. 이번 정상 만찬이 보여 준 것은 ‘안동의 맛’이 곧 ‘대한민국의 품격’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나는 그 가능성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안동을 세계 속의 미식도시로 키워 시민의 자부심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지역 경제의 활력을 만들겠다. 다음 세대가 이 도시의 맛을 배우고 이어갈 수 있도록, 안동의 어제와 오늘을 넘어 내일을 담아내는 미식도시 안동, 그 길을 책임 있게 열어갈 것이다. /권기창 안동시장

2025-09-14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 철강이 다시 뜨겁게 뛸 수 있도록

철강 도시 포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이끌며 국가 경제 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왔다. 세계적인 기업 포스코, 철강공단 협력기업들과 함께 성장한 포항의 철강산업은 자동차, 조선, 건설, 방산 등 ‘K-제조업’을 든든히 받치며 국가 경제를 견인했다. 하지만, 포항은 지금 생존이 달린 고립무원의 벼랑 끝에 서 있다. 글로벌 철강 공급 과잉과 보호무역주의 심화, 탄소중립 강화 등 악재가 겹친 전례 없는 위기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으로 철강 수요가 줄고, 과잉 생산된 저가의 중국산 제품과 엔저 현상으로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일본산 제품들이 몰려들며 국내외 철강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50% 고율 관세 부과는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 철강 산업의 생존을 직접 위협한다. 내년 시행 예정인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탄소 감축 없이는 철강의 생산과 수출이 어려운 새 도전도 앞두고 있다. 산업용 전기료도 2022년 대비 지난해 75.8%나 급등해 전력 다소비 산업인 철강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지역 경제 충격도 심각하다. ‘포항 빅4’ 철강사의 법인 지방소득세는 2022년 967억 원에서 지난해 154억 원으로 급감해 현저하게 악화한 상황을 반영했다. 철강 기업의 생산 축소와 투자 위축, 고용 불안은 소상공인 매출 감소 등 민생 경제 전반의 불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철강이 무너지면 국가 산업 전반과 관련 일자리까지 위협할 수 있다. 대한민국 생존이 달린 철강 위기 극복은 기업이나 지자체만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 간 유기적인 협력이 필요하고, 무엇보다 중앙정부의 강력하고 전방위적인 지원 정책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우리시는 정부 지원의 두 축으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과 ‘철강산업 지원 특별법(K-스틸법)’ 제정을 계속 호소해 왔다. 다행히 경북도, 정치권, 정부와 긴밀하게 협의한 끝에 8월 말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돼 기업 경영과 고용 안정,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 사업이 2년간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기반으로 철강 재도약의 계기를 확실히 마련할 실효성 있는 정책 추진을 위해 총 5734억 원 규모의 23개 세부 사업을 정부에 건의했다. 이걸로는 충분하지 않다. 철강 산업의 친환경 대전환과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철강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녹색철강기술로 전환하기 위한 ‘K-스틸법’ 제정이 시급한 이유다. 이 법은 철강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재정립하고, 수소환원제철 등 탈탄소 기술 개발을 지원하는 내용과 더불어 불공정 무역에 대응하는 방안 등을 담았다. 1970년에 제정된 ‘철강공업육성법’이 우리나라 산업화의 길을 열었다면, ‘K-스틸법’은 위기에 빠진 철강 산업을 살리는 대전환점이 될 것이다. 철강 산업용 전기료 인하 등 에너지 비용 절감 대책을 비롯해 전력망 확충과 수소환원제철 인프라 확보를 위한 울진~포항 에너지고속도로, 수소 배관망 구축 등 산업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국가 차원의 추가적인 지원 정책도 지속 건의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포스코와 지역 주민, 지역 국회의원 등 정치권과의 소통을 통해 포스코 직원 기숙사를 시내 지역으로 이전할 부지를 확정했다. 800명의 청년이 거주하며 소비와 문화생활을 통해 지역의 경제 활성화와 도심 회복에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철강 관세로 더는 물러설 곳 없는 포항의 절박한 현실을 미국 사회에 알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한다는 각오로 9월초 워싱턴 D.C.를 찾았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 앞에서 한국 철강 제품에 부과된 관세의 재검토를 호소하는 캠페인을 현지 한인회와 함께 진행한 데 이어 관세 인하를 호소하는 공식 건의서를 전달했다. 이를 통해 동맹국에 부과된 50%에 이르는 과도한 관세를 영국과 같은 수준인 25%로 조정하거나 제한적 쿼터 예외 적용을 건의하며, 동맹국에 대한 상생과 공존의 지혜를 간절한 마음으로 호소했다. 포항의 용광로에서 타오르는 불꽃은 단순히 철을 녹이는 불이 아니다. 대한민국 산업의 심장을 뛰게 하는 원동력이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열어갈 희망의 불씨다. 시민, 기업, 정부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산업의 심장인 철강 산업이 다시 뜨겁게 뛰어 대한민국 경제 재도약을 이끌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계속하겠다. /이강덕 포항시장

2025-09-07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과 함께 여는 미래 농업의 길

상주시는 예로부터 ‘삼백(三白)의 고장’으로 불리며, 쌀·누에·곶감을 비롯한 다양한 농산물 생산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해 왔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농업과 농촌은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농촌 인구 감소와 고령화는 노동력 부족으로 이어지고, 기후변화는 농작물 생산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여기에 농산물 시장 개방과 농자재 가격 상승은 농업인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이제 농업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만으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 새로운 기술을 접목하고, 미래 세대를 준비하는 혁신 없이는 농업의 내일을 담보할 수 없다. 이러한 배경에서 주목받는 것이 바로 ‘스마트농업’이다.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ICT),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농업에 접목하여 농작물의 생육 환경을 원격·자동으로 제어하는 첨단 농업 시스템이다. 상주시는 농식품부가 지정한 전국 4곳의 스마트팜 혁신밸리 중 하나로 선정돼 대한민국 농업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다. 2021년 12월 준공된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부지 42.7ha, 첨단온실 17ha 규모로 국내 최대를 자랑한다. 단순한 농업시설이 아닌, 교육·실습·창업·연구가 융합된 종합 농업혁신 플랫폼이다. 핵심 시설인 청년창업보육센터는 매년 전국에서 선발된 18~39세 청년 52명을 대상으로 20개월간 체계적인 교육을 하고 있다. 입문교육(2개월)에서 기초를 다지고, 교육실습(6개월)을 거쳐, 경영실습(12개월)을 통해 실제 영농과 경영을 체득한다. 교육 작목은 오이, 토마토, 딸기, 메론 등 수익성과 시장성이 높은 품목이다. 특히, 수료생 가운데 우수팀은 팀별 0.5ha 규모의 임대형 스마트팜에 3년간 입주할 기회를 얻는다. 초기 창업자금과 운영 경험을 함께 지원받음으로써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농업에 정착할 수 있도록 든든한 발판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6기 과정을 통해 212명의 청년이 배출됐고, 상당수가 스마트팜 창업가로 활약하며 농촌 현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청년 교육에 그치지 않고, 미래 농업 기술의 실험장으로도 그 기능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실증단지에서는 유리온실, 비닐온실, 노지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자율주행 로봇, 자동화 관수 시스템, 환경 제어 장치 등 최첨단 장비가 시험·검증된다. 이를 통해 기업은 기술의 효과를 확인하고, 농업인은 현장 적용 가능성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빅데이터센터에서는 온도, 습도, CO₂ 농도, 일사량, 병해충 발생 등 농업 관련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분석하고 있다. 축적된 데이터는 인공지능 기반의 농업 경영 솔루션 개발에 활용되어, 생육 최적화, 병해충 예측, 에너지 효율 개선으로 이어진다. 이는 상주가 단순한 농산물 생산지를 넘어, ‘데이터 농업’의 중심지로 발전하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징표다. 청년농업인이 안정적으로 농촌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생활·문화 인프라 확충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청년농촌보금자리 28호에 65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 중 영유아와 초등학생 17명도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청년 개인의 정착을 넘어 가족 단위 유입으로 이어져, 농촌 마을의 활력을 되살리는 긍정적 효과를 내고 있다. 아울러 청년과 지역 주민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도 조성 중이다. 북카페, 도서관, 체력증진시설 등을 갖춘 이 공간은 2025년 12월 준공 예정이다. 농촌에서도 도시 못지않은 생활문화를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농업인을 위한 임대형 스마트팜도 운영되고 있다. 1단지에는 19명이 이미 입주했으며, 2025년 8월 준공 예정인 2단지에는 새로운 입주자가 합류할 예정이다. 세대와 세대, 청년과 기존 농업인이 협력하며 함께 성장하는 모델이 될 것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는 국내를 넘어 국제적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총 6기 과정을 통해 212명의 청년농업인이 배출되었으며, 교육생 모집 경쟁률은 최근에도 4.1 대 1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24년 한 해 동안만 약 4000여 명이 혁신밸리를 방문했으며, 그중 600여 명은 네덜란드, 호주, 필리핀, 베트남 등 해외 관계자들이다. 상주시장으로서, 스마트팜 혁신밸리가 단순한 농업시설을 넘어 청년의 꿈을 키우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넣으며, 대한민국 농업의 미래를 준비하는 거점이 되도록 최선을 다할 각오다. 앞으로도 상주시는 청년농업인들에게 최신 시설과 최적의 교육환경을 제공하고, 안정적인 정착을 위한 생활·문화 기반을 확충하며, 글로벌 농업 교류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아낌없이 지원할 방침이다. 상주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통해 청년이 돌아오고, 농촌이 살아나며, 대한민국 농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미래를 함께 열어나갈 것이다.

2025-08-31

김천, 혁신도시 시즌2 - 균형발전과 경제도약 거점으로

경북 김천혁신도시가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거점으로 출범한 지 올해로 10년을 맞았다. 김천시는 인프라 확충과 지역 특화 전략을 통해 정주여건을 크게 개선했으며, 이제 ‘선택과 집중’ 전략 아래 단순한 공공기관 이전지를 넘어 지속 가능한 신성장 거점으로 도약하고 있다. 김천혁신도시는 2007년 착공, 2016년 ‘경북드림밸리’라는 이름으로 공식 출범했다. 총 381만㎡ 부지에 12개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했고, 현재 9,605세대, 23,407명이 거주한다. 초기에는 공기업 3곳, 확장성이 제한된 정부기관 7곳, 공익 기능 중심 기타 공공기관 2곳으로 구성돼 산업 유치와 경제 파급효과에 제약이 있었으나, 김천시는 이를 기회로 삼아 정주환경 개선과 미래 산업 육성을 병행하며 교육 중심형 특화도시로 발전시켜 왔다. 정주여건 개선, 문화 인프라 확충 김천시는 ‘소통하는 김천, 함께 여는 미래’를 비전으로 김천혁신도시에 생활밀착형 사업과 성장동력 연계형 정주 기반 확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육아종합지원센터는 연간 3만 명 이상이 이용하며 양육 가정의 필수 거점이 됐고, 율곡시립도서관은 독서·학습 공간을 넘어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지역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녹색미래과학관은 상반기 교육프로그램 참여자가 16만 명을 돌파하며 전국 과학문화 허브로 부상했고, 청소년테마파크는 놀이·문화·체험 공간을 통해 지역 청소년과 관광객 모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127억 원을 투입한 율곡동 국민체육센터는 2026년 완공을 목표로 건립 중이며, 반려동물 가구 비중이 높은 지역 특성을 살린 반려동물 놀이터도 조성해 반려동물 친화도시 기반을 마련한다. 미래 모빌리티 튜닝산업 육성 김천시는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협력해 자율주행, 전기차 전환, 드론·UAM 등 미래 모빌리티 산업 육성에 힘쓰고 있다. 튜닝안전기술원는 2023년 12월, 드론자격센터는 2024년 9월에 준공했으며, 전기차 튜닝·안전기술 실증, 미래차 애프터마켓 부품산업 기반 구축, K-드론지원센터 조성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현재 조성 중인 모빌리티 튜닝산업 지원센터, 자동차 주행시험장, 미래차 부품 친환경 소재 전환지원센터는 연구개발·실증·상용화를 한 곳에서 수행할 수 있는 산업 환경을 마련하고 있다. 김천시는 이를 기반으로 첨단 튜닝산업 클러스터의 중심지로 도약할 계획이다. 스마트도시 ‘MObility DO Everything!’ 올해 6월 김천시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5년 강소형 스마트도시 조성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총 160억 원을 투입해 ▲모빌리티 서비스 ▲도시케어 ▲산업지역 ▲데이터 등 4대 핵심 분야를 추진한다. 특히 혁신도시와 원도심을 연결하는 DRT(수요응답형 교통) 서비스와 친환경 자율주행차 도입으로 교통 편의성을 높이고, 교통·물류·안전·복지 서비스가 통합된 스마트도시 모델을 구현한다. 교육·연구·산업 연계 복합지식도시 김천혁신도시는 교육·연구·산업이 결합된 복합지식도시를 목표로 한다. 조달교육원(연 1만 명), 국제종자생명교육원(연 2,400명), 첨단자동차검사연구센터(연 1만 명 이상 교육) 등 전문 교육기관이 집적돼 있으며, 경북ICT이노베이션스퀘어는 2024년 이용자가 4,000명에 달했다. 2025년 7월 개소한 K-하이테크 플랫폼 공동훈련센터는 제조업 중심의 디지털트윈 교육을 진행 중이며, 올해 하반기 완공될 국토안전교육원은 연 6,000명의 교육생을 유치할 전망이다. 동물보건 교육·실습센터도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다. 지속 가능한 발전 ‘혁신도시 시즌2’ 김천시는 공공기관이 지역에 안정적으로 뿌리내리도록 정주여건 개선과 상생 기반 구축에 힘써왔다. 공공기관은 이제 지역과 함께 호흡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상생 파트너이며 공공기관 2차 이전의 조속한 추진과 전략 마련에 힘을 모아야 한다 2016년 준공 이후 ‘선택과 집중’ 전략 속에서 성장한 김천혁신도시는, 이전 공공기관과 함께 ‘혁신도시 시즌2’라는 새로운 도약기에 들어섰다. 김천시는 앞으로도 국가균형발전과 지역경제 도약을 동시에 실현해 나갈 계획이다. /배낙호 김천시장

2025-08-24

한 톨의 쌀에서 미래를 보다-농업대전환의 길

지난 4월 일본 니가타현을 찾았다. 세계적인 브랜드 쌀 ‘고시히카리’를 직접 마주한 순간, 나는 농업이 단순한 재배를 넘어 철학과 문화가 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쌀 한 톨이 시장에 나오기까지 네 차례의 검사를 거친다. 정성 어린 포장을 통해 소비자를 만나는 과정에서 농부는 장인으로 존중받는다. 그 현장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칠곡의 농업도 이제 그 길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선명해졌다. 현실은 냉혹하다. 기후는 달라지고, 농촌은 늙어가며, 젊은이들은 떠난다. “이대로는 버티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멈출 수는 없다. 희망은 방향에서 온다. 그래서 우리는 농업대전환의 길을 차근차근 열어가려 한다. 먼저 쌀부터 바꾸려 한다. 왜관·북삼·동명에 프리미엄 쌀 단지를 조성하고, 생산에서 포장까지 전 과정을 새롭게 설계할 계획이다. 1인 가구 시대에 맞춘 소포장과 진공포장을 도입해 신선도를 오래 지켜낼 것이다. 직거래 접점도 넓혀 농산물에 ‘칠곡’이라는 이름값을 더해 갈 것이다. 목표는 쌀을 단순한 먹거리에서 신뢰할 수 있는 지역 브랜드로 키우는 일이다. 대전환은 쌀에만 머물지 않는다. 참외·고추·딸기 등 주요 품목 전반을 함께 끌어올릴 계획이다. 값싼 물량 경쟁의 시대에서 벗어나, 고품질과 특화로 승부해야 한다. 많이가 아니라 잘하는 농업, 흔한 것이 아니라 특별한 농업, 값싼 것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농업이 우리가 지향할 길이다. 생산방식도 달라져야 한다. 고령화된 현장에서 노동력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 수경재배와 수직재배를 도입해 서서 일하는 환경을 만들겠다. 같은 면적에서 더 많은 수확을 기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 드론 방제를 확대해 작업의 정확도를 높이고 농약 사용량을 줄이겠다. 땀과 근력만이 아니라 기술과 데이터가 함께하는 농업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것이 농민의 삶을 지키는 길이고, 미래 세대에게 희망을 전하는 길이다. 가공과 유통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고 있다. 저급과 참외를 활용한 비건가죽은 ‘버리는 것을 벌이가 되게 하자’는 생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공유주방을 통해 농민의 소규모 식품 창업을 돕고, ‘퍼뜩시장’ 같은 판로를 넓혀 소비자와 더 가깝게 만나겠다. 아파트 단지, 고속도로 휴게소, 도심 광장에서 만나는 직판장은 신선함과 신뢰를 동시에 전하는 창구가 될 것이다. 농업은 이제 재배를 넘어 체험과 문화가 결합한 6차 산업으로 확장될 것이다. 안전은 농업의 뿌리다. 농업인이 직접 참여한 안전교육 뮤지컬 ‘농터맨’ 같은 시도를 더 발전시켜, 교육이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보완해 나가겠다. 안전이 확보될 때 지속 가능성도 단단해진다. 환경 역시 미래를 가르는 과제다. 유용미생물배양센터를 통해 친환경 농법 보급을 넓히겠다. 영농부산물은 파쇄·재활용해 미세먼지와 산불 위험을 낮추겠다. 농약과 소각에 의존해 온 관행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가는 농업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것이 곧 우리 아이들에게 깨끗한 미래를 물려주는 길이다. 농업대전환은 곧 농민의 삶의 대전환이기도 하다. 기술이 들어오면 허리는 덜 굽히고도 더 많은 수확을 올릴 수 있다. 판로가 넓어지면 농민의 소득이 안정되고, 자부심도 커진다. 변화는 결국 사람에게서 완성된다. 농민이 존중받을 때 농업도 지속된다. 앞으로는 청년들이 다시 농촌으로 들어올 수 있는 기반도 만들어야 한다. 스마트팜과 데이터 농업은 젊은 세대가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농업이 힘들고 낡은 산업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때, 농촌은 다시 활력을 찾게 될 것이다. 이 모든 변화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요구다. 농업이 흔들리면 농촌이 무너지고, 농촌이 사라지면 우리의 삶터도 함께 위태로워진다. 지금이 변화의 적기다. 앞으로의 농업은 데이터와 기술로 정밀하게 관리되고, 가공과 유통으로 가치가 확장되며, 문화와 체험이 더해지는 산업으로 거듭나야 한다. 우리는 그 방향을 분명히 바라보고, 현실적인 걸음으로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다. 그 길을 군민과 함께 열어가겠다. /김재욱 칠곡군수

2025-08-17

경주, APEC 2025로 평화·문화·경제의 중심에 서다

오는 10월 말, 2025년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 21개국 정상과 주요 부처 장관, 글로벌 기업인, 언론인 등 약 2만 명이 한자리에 모이는 이번 회의는 단순한 국제행사를 넘어, 경주와 대한민국의 위상을 새롭게 쓰는 전환점이 될 것이다. 세계가 지금 경주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도시가 지닌 복합적인 역량—‘평화의 기억, 문화의 정체성, 경제의 가능성’—때문이다. 경주는 단지 시간이 흐른 도시가 아니라, 그 시간 속에서 세계와 소통해 온 도시이다. 단순한 과거의 흔적이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도시의 품격과 비전이 공존한다. 천년 왕국 신라의 수도였던 이곳은 일찍이 바다를 건너 아시아 각국과 교류하며 국제적 감각과 포용의 가치를 키워왔다. 폐쇄가 아닌 개방, 갈등이 아닌 융합의 전통이 이 도시에 스며 있다. 석굴암, 불국사, 첨성대 등으로 대표되는 유산은 단지 아름다운 문화재를 넘어, 수천 년 전부터 세계와 연결되어 온 우리 민족의 소중한 자산이다. 그 정신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경주는 그 역사적 깊이를 바탕으로 세계와 다시 대화하려 한다. 또한, APEC과 같은 회담이 열리기에 경주만큼 잘 어울리는 도시도 흔치 않다. 경주는 전쟁이 아닌 문화로 경쟁하고, 무력이 아닌 예술과 기술로 국가를 성장시켜 온 전통을 간직한 도시이다. 과거를 기억하며 미래를 준비하는 도시는 세계가 찾는 진정한 회의의 장이 될 수 있다. 이번 APEC의 핵심 가치인 ‘지속 가능한 한 번영 역시, 그 뿌리를 경주의 역사 속에서 찾을 수 있다. 자연과 공존하며, 사람 중심의 철학을 실현해온 이 도시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는 모범이 된다. 문화의 정체성 역시 경주만의 뚜렷한 경쟁력이다. 경주는 도시 전체가 하나의 박물관이자, 살아 있는 예술의 공간이다. 과거의 유산이 지금도 시민들의 삶 속에서 호흡하며, 도시의 곳곳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다. 세계유산은 일상이 되었고, 시민의 삶 속에는 전통이 자연스럽게 스며 있다. 거리와 골목, 축제와 공연까지—도시의 모든 요소가 세계인이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생생한 문화 콘텐츠가 된다. 이번 회의를 통해 우리는 단순히 최신 시설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도시 전체를 무대로 삼아 경주의 정체성과 일상을 세계와 나누고자 한다. 경제적 잠재력 역시 주목받고 있다. 경주는 미래산업 도시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SMR(소형모듈원자로) 산업단지, 수소·에너지 클러스터, 디지털 의료관광 기반 조성 등 차세대 산업기반을 중심으로, 미래 대한민국 산업을 선도할 핵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인 성과가 아닌, 장기적 전략 아래 추진되고 있다. APEC 회의는 이 비전을 세계에 선보이는 중요한 무대가 될 것이다.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이러한 경주의 잠재력과 비전을 전 세계에 알릴 절호의 기회이다. 포항·울산과 함께하는 ‘해오름동맹’을 통해 산업·관광·문화가 어우러지는 광역 협력 모델도 가시화되고 있다. 이 지역 연합은 단순한 지역 발전을 넘어, 대한민국의 균형 발전을 이끄는 새로운 플랫폼이 되고 있다. ‘지나온 천 년’과 ‘다가올 백 년’이 공존하는 도시—그 중심에 바로 경주가 있다. 회의 준비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안에서는 치밀하게 이뤄지고 있다. 경주시와 경상북도, 외교부 등 관계 부처 실무진은 매일 여러 차례 회의를 거듭하며, 표지판 하나, 의자 하나까지 세심하게 점검하고 있다. 리모델링을 마친 호텔 객실에는 조명과 동선을 확인하는 전문가들이 상주하고, 각국 의전을 위한 리허설도 실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도시는 말이 없지만, 곳곳에서 수천 개의 손이 움직이고 있다. 무엇보다 소중한 변화는 시민들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자원봉사 교육장에는 매일 시민들이 찾아오고, 손님맞이 친절 캠페인도 자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이 행사를 ‘우리 모두의 일’로 여기는 시민들의 참여야말로, 경주 APEC의 가장 큰 자산이다. 경주의 APEC은 보여주기식 행사가 아니다. 단 한 명의 실무자도, 단 한 사람의 자원봉사자도 무대 뒤에 숨지 않도록 하겠다. 모두가 하나 되어 만든 결과는 어떤 외교적 성과보다도 값질 것이다. 모든 준비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바로, 평화를 기억하는 도시, 문화를 품은 일상, 미래산업이 살아 숨 쉬는 경주를 세계에 진정성 있게 보여주는 것. 그 진심이 닿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APEC은 단지 ‘경주에서 열린 회의’가 아니라, ‘경주가 세계로 도약한 순간’이었다는 사실을. /주낙영 경주시장

2025-08-10

생활인구에서 찾은 내일의 희망

지금 대한민국은 낮은 출생률로 심각한 인구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국민의 수는 국가경쟁력과 연결되는 것으로 인구감소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한 사회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다. 지방자치단체의 주민등록 인구는 지역 민심을 대변하는 선거구와 정부가 지원하는 보통교부세, 광역지자체 조정교부금의 기준이 되는 등 지역발전의 원동력이라 볼 수 있어 청도군도 인구 유입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출생 장려금 지급, 신혼부부 지원 등 적극적으로 청년층에 구애를 펼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와 함께 주목받고 있는 것이 생활인구다. 생활인구는 특정 지역에서 거주·체류·활동하는 인구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주민등록 인구 외에 통근·통학·관광·업무 등 목적으로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과 외국인을 포함한다.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에 근거해 2023년 1월 시행된 법정 개념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인구 유출 대응을 위해 도입되었고 생활인구는 지역의 발전 가능성을 예측할 좋은 자료로 청도군에는 귀중한 힘이 되고 있다. 청도는 인구로 인해 ‘낙담과 희망’이라는 두 단어가 동시에 존재하는 곳이다. 청도군은 인구소멸지수 전국 8위에 고령화율 40%를 초과하는 초고령사회 구조로 행정안전부가 지난 2021년 지정한 인구감소지역에 포함돼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받고 있다. 청도군의 지방소멸 위기는 단순한 인구감소 문제가 아니라 지역 생존의 문제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해 정주 여건 개선과 생활인구 유입, 청년 정착, 출산 장려 등을 키워드로 수립한 대응 전략으로 2022년 10월부터 자연적 감소의 악재에도 전입자가 전출자 수를 웃도는 순수 유입인구의 영향으로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군은 2022년 70억 8300만 원의 지방소멸 대응 기금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확보한 대응 기금 472억 3800만 원은 지역 변화를 이끄는 귀중한 자원이 되었다. 청도군의 지방소멸 대응 투자는 체류형 관광 활성화로 관계 인구 극대화와 지역 공간 상품화로 생활인구 활성화, 도시공간 개선과 귀농 귀촌을 통한 정주 인구 증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주민등록 인구 증가와 청도의 생활인구는 지역에 내일을 기대하게 하는 청신호를 보내고 있다. 지난해 7월 행정안전부와 통계청이 전국 89개 인구감소지역을 대상으로 조사한 생활인구에서 3월 체류 인구가 32만 8000명으로 주민등록 인구 4만 1000명의 7.8배에 달해 전국에서 7위, 경북도 내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등 평균 30만 명의 생활인구가 지속으로 청도를 방문하고 있다. 이러한 생활인구의 청도 방문은 인접 도시 430만 명의 생활인구가 청도를 찾을 환경을 조성하고 고부가가치화 관광산업을 육성하는 청도의 3대 비전 중 하나인 ‘문화·예술·관광 허브 도시’ 조성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지방소멸 위기 극복을 위한 노력의 결과다. 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특히 신혼부터 임신·출산, 영아, 학생, 청년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1인당 최대 2억 5000만 원 상당을 지원하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지원정책은 군민의 삶을 높이는 동시에 인구 유입과 정착을 유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고 있다. 또 생활인구의 지역 정착을 위해 인구소멸 대응 기금의 최대 확보와 함께 각종 공모사업으로 지역의 모습을 변화시키며 청년의 정착과 출산을 장려하는 등 최대의 노력을 하고 있다. 청도군이 지난해 37건 1566억 원을 확보한 공모사업은 국·도비의 비율이 73%에 이르는 우량 공모사업으로 군의 재정압박을 줄여주었고 올해도 23건 147억 원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군의 끊임없는 노력이 빛을 발하고 있다. 청도군은 이러한 노력과 함께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주거 문제 해결과 문화생활 영유에도 적극적이다. 정기적으로 청도를 방문하는 생활인구 유입을 위해 월 10만 원대 임대주택 136호와 빈집을 활용한 월 1만 원 주택 10호 등과 자연 드림파크와 산림치유 힐링센터 내 숙박시설 조성, 700석 규모의 아트홀과 전시 공간을 갖춘 생활문화복합센터, 예술인을 위한 창작공간도 조성 중으로 생활인구의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 청도는 이러한 노력에 안주하지 않고 지역민 모두가 경쟁력을 갖춘 지역으로 자리매김해 인구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2025-08-03

정책과 감동

30년 전 이야기다. 점촌에서 가은 집에 가려고 타던 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가야 했다. 사람도 많았고, 교통수단도 적어 버스는 늘 그랬다. 당시 버스는 이동생활의 구세주였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반자였다. 그 시절 버스는 모두의 발이자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버스는 점차 잊혔지만, 그 시절이 주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때는 버스사업이 호황기였다. 우리가 내는 차비로 회사를 운영하고, 기사들을 고용하고, 유류비나 제반 소요경비를 제하고도 이윤이 있었다. 30년 전 점촌에서 가은으로 가던 시내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가야 했다. 마이카 시대가 오기 전, 버스는 가장 소중한 이동수단이었다. 그 시절 버스는 모두의 발이자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버스는 점차 잊혔지만, 그 시절이 주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런 젊은 날을 보내고 마이카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자동차를 가지게 되면서 버스는, 특히 시내버스는 잊어진 존재였다. 고향 길에 비포장도로를 타고 덜컹덜컹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던 일들은 새까만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게 잊힌 시내버스가 자동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는 것을. 하지만 시내버스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멀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 여러 번 드나들던 시내버스의 운행 횟수가 줄었고, 그만큼 더 불편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와 지자체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지 노선을 시작으로 시내버스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와 범위는 점점 크고 넓어졌다. 문제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었다. 지원하는 보조금 대비 효율이 낮아지고 있었다. 황금노선이라고 하는 점촌-문경 간 시내버스는 물론, 오지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언제나 빈자리만 왔다 갔다 하는 형편이었다. 문경시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정책은 이런 현실 속에서 나왔다. 시의회에서 한 의원이 ‘시내버스무료화’를 제안했고, 곧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카드를 제공하는 방법, 쿠폰을 제공하는 방법 등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최적의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드나 쿠폰 지급 등의 방법은 또 다른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다. 보조금 15억만 더 들이고 부대비용이 없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문경 시내를 오가는 모든 시내버스를 누구나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타는 사람이 시민이든 아니든 구분하지 않았다. 이 정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고, 오지서 오는 사람들도 반겼다. 그러자 시내버스가 대도시에서 보는 것처럼 복잡하기 시작했다. 시내 노선에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자 생기도 돌았다. 텅 빈 채 운전기사 혼자 무료하게 달리던 시내버스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타기 시작했다. 점촌장날에는 혼잡하기까지 하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이 모두 이렇게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시민과 국가에 좋은 것이라고 시도하는 일들이 곧잘 질타받기 일쑤다. 그런 중에 시내버스 무료화의 시민 감동은 너무 이례적이다. 많은 정책들은 ‘소금장수와 우산장수’에 비교되곤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말도 늘 따라다닌다. 이처럼 시내버스 무료화도 양비론을 피해갈 수 없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오는 날에는 소금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갠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해, 언제나 근심걱정 속에 살아야 했다. 이 어머니는 늘 부정적이고 비관적인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데 초점을 두면 어떨까? 비오는 날은 우산장수 아들이 잘 돼 기쁘고, 갠 날은 소금장수 아들이 잘 돼 기쁘면 그 어머니는 언제나 기쁜 날이 될 것이다. ‘yes문경’은 매일 걱정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매일 기뻐하는 어머니가 되어 긍정의 힘을 갖자는 슬로건이다. 특히 행정은 안 되는 방법보다 되는 방법을 찾는, no보다 yes를 지향한다. 안 되는 방법을 먼저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는 자세가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시내버스 무료화로부터 빚어진 그늘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그늘을 걷어내면 된다. 그 그늘을 침소봉대해 긍정적인 면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현국 문경시장

2025-07-27

다시 오고, 머물고 싶은 ‘희망찬 영양’을 위하여

‘지방소멸’이라는 단어가 낯설지 않은 시대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고향을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 문제를 마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민선 8기를 시작하며 스스로 다짐했다. 영양을 지키자. 그리고 누군가 다시 돌아오고, 오래 머물 수 있는 곳으로 만들자고. 지방소멸은 더는 막연한 걱정이 아니다. 이미 현실이고, 피해갈 수 없는 흐름이다. 그래서 사람이 떠나는 곳이 아니라, 살아갈 이유가 있는 곳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했다. 풍력발전 기금을 통해 복지 재원을 확보하고, 공공임대주택과 LPG 배관망, 전원마을 조성 등을 통해 사람이 살아갈 수 있는 조건부터 하나씩 마련해가고 있다. 행정의 기초는 예산이다. 민선 8기 초반, 영양의 연간 예산은 2800억 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국도비 공모사업에 매달리고, 조직을 다시 정비하고, 낭비를 줄이며 버틸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었다. 올해 예산은 5167억 원이다. 두 배 가까운 확충이다. 예산이 늘었다는 건 단순한 숫자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 복지, 산업, 도로, 환경 등 군민의 삶과 연결된 모든 곳에 숨을 불어넣을 수 있는 동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재정의 체력을 갖췄고, 이제는 더 먼 곳까지 달릴 수 있게 됐다. 영양은 오랫동안 교통 3무 지역이라 불려왔다. 고속도로도 없고, 철도도 없고, 4차선 도로도 없는 땅. 때로는 스스로도 낙담했을 정도로, 단절과 고립을 상징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총 5309억 원 규모, 37개에 이르는 도로·방재·하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국도 31호선 선형 개량, 지방도 정비, 자라목재 터널과 답곡 터널 개통 등 끊겼던 길을 잇고, 위험했던 구간을 안전하게 바꾸고 있다. 길이 연결돼야 사람도, 물자도, 기회도 들어온다. 교통은 단지 이동수단이 아니라 지역의 생명줄이다. 이제는 누구나 더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영양을 만들고 있다. 영양은 농촌이다. 그리고 나는 늘 말해왔다. 농업 없이 영양을 말할 수는 없다고. 그래서 농민이 편하게 농사짓는 환경부터 만들고자 했다. 농작업 대행반 운영, 계절근로자 도입 확대, 농업인 보험료 지원, 과수산업 육성, 유통망 정비. 겉으로 드러나진 않아도, 뿌리처럼 현장을 지탱해주는 정책들이다. 특히 홍고추 전국 최고가 수매, 농산물품질관리원 영양분소 승격 건의 같은 일들은 한 해 농사를 마친 농민들의 손끝이 헛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노력이다. 농업은 여전히 이 지역의 생명줄이고, 그 가치는 지켜야 한다. ‘숲, 물, 공기’. 영양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이다. 이 자연은 그대로 두어도 훌륭하지만, 지역 발전과 연결된다면 더 의미가 있다. 자작나무 숲 에코촌 조성, 자작누리 산촌명품화, 삼지수변공원 정비, 바들양지 경관림 조성… 생태 기반을 활용한 관광 인프라가 하나둘 자리를 잡고 있다.자연을 지키며 관광을 키우고, 관광을 통해 사람이 들어오고, 그 사람들이 다시 머무를 수 있는 곳. 그게 바로 영양이 가야 할 길이다. 정책이 아무리 정교해도, 행정의 마지막 목적지는 사람이다. 그래서 더 작고 구체적인 일들에 집중해왔다. 기초연금 확대, 65세 이상 대상포진 무료 예방접종, 건강검진비 지원, 바로민원처리반 운영, 소방서 신설, 정주여건 개선, 온단채 조성, 신재생에너지 보급 등. 이 모든 일들은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데 목표가 있다. 사는 데 불편하지 않고, 위험하지 않고, 필요한 걸 제때 받을 수 있는 고장. 그게 내가 만들고 싶은 영양의 모습이다. 민선 8기 4년 차. 이제 남은 1년은 마무리가 아니라 도약의 시간이다. 그동안 다져온 기반 위에서 더 높이, 더 멀리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산불 피해 복구부터 시작해 농업 혁신, 관광 개발, 정주환경 개선, 복지 확대, 교통망 확충까지 우리가 만들어낸 변화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군민 모두의 인내와 참여, 함께 버틴 시간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제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영양에 살고 있는 사람들,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영양에 오고 싶은 사람들, 이곳은 희망의 땅이다. 떠나는 곳이 아니라 돌아오는 곳, 잠시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오래 머무는 곳. 그런 영양을 만들기 위해 남은 시간, 흔들림 없이 달릴 것이다. 나는 행정가 이전에 이 땅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다. 그래서 더 잘 알고, 더 책임감을 느낀다. 이 고장을 지키는 일, 끝까지 책임지겠다. /오도창 영양군수

2025-07-20

멈춤 없는 청송의 걸음

지난 3월, 청송은 거대한 산불을 겪었다. 푸르던 산과 마을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고 수많은 군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었다. 불길은 단지 산을 태운 것이 아니었다. 울부짖는 사람들, 타들어간 과수원, 무너져 내린 생계의 끈들… 그 현장은 단순한 자연재해를 넘어 군민 모두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 비극이었다. 그러나 청송은 멈추지 않았다. 고통을 외면하지도 절망에 주저앉지도 않았다. 상처를 껴안은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조립주택 설치와 생계비 지원 같은 긴급한 대응은 물론, 산림 복구를 포함한 장기 재건 계획까지 행정과 민간이 함께하며 하나하나 다시 쌓아 올리고 있다. 그 걸음은 단순히 원상 복구에 그치지 않는다. 청송은 더 나은 미래를 위한 기반을 다시 다지고 있으며, 공동체가 다시 살아 숨 쉬는 공간을 꿈꾸고 있다. 이 산불은 청송에 닥친 재난이었지만 동시에 우리 시대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과 폭염, 초대형 산불, 집중호우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으며 이는 이제 더 이상 일시적 자연현상이나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청송 역시 최근에는 대형 산불에 이어 예기치 못한 우박 피해까지 더해 농업 현장의 불안이 현실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지금 우리 곁에서 벌어지고 있는 긴박한 현실이다. 청송은 이러한 기후 위기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이며, 선제적이고 근본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그 중심에는 청송의 자부심인 ‘청송사과’가 있다. 13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 브랜드로 선정된 청송사과는 이제 품질 경쟁을 넘어 기후 변화에 강한 지속 가능한 미래형 스마트 농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황금사과연구단지 조성이 그 출발점이다. ‘우량 사과묘 보급’과 ‘농업용 유용 미생물 생산 및 공급’을 추진하고, 실증시험포장 운영을 통해 ‘5연동 사과재배 하우스’, ‘황금사과 수형별 비교시험포’ 등 다양한 실험과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또한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한 무적엽 사과, 꼭지 무절단 사과 도입 등으로 청송사과의 가치를 한층 높이고 있다. 냉해, 병해충, 이상기온에 대응한 첨단 재배기술도 현장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품목으로 농가의 소득원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농업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청송의 미래를 지탱할 새로운 경제 생태계를 구축하는 중대한 변화다. 청송은 농업뿐 아니라 사람과 공간에서도 새로운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청년과 가족이 돌아오고 싶은 고장, 어르신도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는 고장을 만들기 위한 공간 재설계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정부와 체결한 농촌협약을 통해 총 346억 원 규모의 생활권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며 진보면을 비롯한 부남·현동·안덕면 등 각 지역에 복합커뮤니티 공간, 문화·복지시설, 주거 인프라가 조성되고 있다. 농촌에도 도시의 품격을 더한 삶터가 조성되면서 인구 유출과 고령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청송읍에 올해 말 준공 예정인 공공임대주택은 원룸 44세대로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마중물이 될 전망이다. 이어 2027년 준공 예정인 진보면 공공임대주택(110세대)은 대규모 청년 주거단지로 청년층의 유입과 정착을 견인할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청송군 K-U시티 역노화 사업’을 통해 지역특산물 기반의 상품 개발, 공동연구와 창업지원, 역노화 산업 연계 인재양성 등 청년층에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러한 변화는 산불 피해가 없었던 산남 지역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해 6월 개장한 산남 파크골프장은 최신 시설을 갖추어 주민과 방문객 모두에게 쾌적한 여가 공간을 제공하고 있으며, 전선 지중화 사업도 지역 경관 개선과 안전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기반시설과 생활환경에 대한 지속적 투자는 지역민의 삶의 질 향상은 물론 청송 전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뒷받침하는 힘이 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시대, 지역의 지속가능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청송은 산불이라는 아픔을 겪었지만 그 시련 속에서도 멈추지 않고 회복의 길을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그 길 위에 쌓여가는 노력 하나하나가 바로 청송의 미래를 지탱하는 단단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농업을 넘어 삶터 전반에 걸친 변화, 위기 속에서 피어난 연대와 혁신이야말로 청송의 다음 100년을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산불이 청송의 시간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청송은 오늘도 꿋꿋하게 걷고 있다. 아픔을 딛고, 변화를 품고, 미래를 그리며. 그 걸음은 앞으로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5-07-13

성주의 변화는 현장에서 완성된다

행정을 맡아온 지난 시간 동안 늘 스스로에게 되묻곤 했다. 지금 이 변화가 군민의 삶을 바꾸고 있는가. 겉으로 보이는 사업보다 더 중요한 건, 군민이 체감하는 변화다. 민선8기 3년, 성주는 말이 아닌 ‘모습’으로 그 물음에 답하고 있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변화는 분명히 진행형이다. 도시의 골격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했다. 성주읍 터미널 자리에 조성한 ‘창의문화센터’는 버스를 기다리는 대합실이면서 동시에 어린이집, 체육관, 영화관, 돌봄센터, 지하주차장이 함께 있는 복합생활공간이다. 성주의 중심이 다시 사람들로 채워지고 있다. 단순히 건물이 새로 지어진 게 아니라, 공간을 쓰는 방식이 바뀌었다. 구 읍사무소와 농협 주차장, 체육관 같은 낡은 시설들도 어울림복합타운, 별의별 문화마당, 건강문화캠퍼스로 다시 태어났다. 면 단위 지역에도 복지회관 신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체력단련실, 동아리실, 여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공간을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이란 말보다 ‘다시 찾고 싶은 동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사람이 머무는 공간이 생기면 자연스레 삶의 흐름도 달라진다. 어르신은 운동하러 나오고, 아이들은 영화 보러 들르고, 마을은 공동체의 온기를 되찾는다. 정비된 공간이 단지 시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민 일상을 지탱하는 배경이 되어가고 있다. 도시재생이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서 공동체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 지금도 현장을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농업의 구조도 함께 바꿔나가고 있다. 성주의 상징인 참외는 이제 연간 조수입 6000억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숫자보다 중요한 건 기반이다. 농업예산을 900억 원 이상으로 확대했고, 참외 관련 지원도 3배 넘게 늘렸다. 그 과정에서 전국 최초로 비상품 참외를 수매해 액비로 전환하는 ‘자원화센터’를 만들었다. 농가의 부담은 줄이고, 고품질 유통의 기반을 다졌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AI 스마트 선별 시스템을 도입하고, 수출 판로를 넓히기 위한 전략도 진행 중이다. 단순히 많이 생산하는 것을 넘어, 더 잘 팔고, 더 멀리 나가는 구조로 전환 중이다.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민감도와 준비 속도는 이제 행정의 경쟁력이기도 하다. 교통은 오랫동안 성주의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남부내륙고속철도 성주역 유치는 그래서 더욱 상징적이다. 초기 계획에는 역 없이 단순 신호장만 설치 될 예정이었지만 , 군민들과 함께 지속적인 대응에 나섰고 결국 2022년 성주역 신설이 확정됐다. 또한 국도30호선 6차로 확장, 성주~김천 연결도로 추진 등 사통팔달 광역교통망 구축을 위한 사업들이 하나씩 현실화되고 있다. 지역발전의 가장 기본은 연결이다. 산업도, 사람도, 정보도 길을 따라 움직인다. 고립된 지역은 결국 경쟁력을 잃는다. 성주는 지금, ‘연결의 출발점’으로 바뀌고 있다. 교통이 바뀌면 투자와 인구 유입, 산업 확장까지도 차례로 따라온다.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붙잡는 것이 지금 시점의 중요한 과제다. 관광 분야는 처음부터 속도를 내기보다 방향을 잡는 데 집중했다. 성주호는 그동안 산림보호구역으로 개발조차 쉽지 않았지만, 2023년 보호구역 해제를 이끌어 내며 본격적인 개발이 가능해졌다. 동시에 52년 만에 가야산 국립공원 종주코스를 성주 구간에서 열었고, 심산 김창숙 선생을 기리는 테마파크 조성도 속도를 내고 있다. 관광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긴 호흡으로 봐야 하는 분야다. 기반이 없다면 방문객은 흘러가고, 기억에 남지 않는다. 숙박·체험·스토리까지 하나로 묶는 입체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성주가 지닌 자연과 역사, 인물이라는 자산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붙여 체류형 콘텐츠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 모든 변화는 민선8기 3년 동안 집중해온 결과다. 그 이전 시기부터 행정의 뿌리를 다지고, 방향을 조율해온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보여주기식 변화가 아니라, 군민의 삶에 실제로 파고드는 변화여야 한다는 원칙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남은 1년은 변화의 마무리가 아니라, 생활 속에 더 깊이 들어가는 시간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눈에 잘 띄는 사업보다, 그늘진 불편을 덜어주는 일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정말 달라졌다’는 말이 정책이 아니라 일상에서 나올 수 있도록, 작지만 꼭 필요한 일들을 더 많이 챙겨나가겠다. 행정은 결국 현장에 답이 있다.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성주의 변화는 현장에서 완성된다.

2025-07-06

‘상상 더 이상의 경산’을 꿈꾸며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묻어나는 고향은 누구에게나 매우 특별하다. 남천에서 멱감고 금호강 변 과수원에서 뛰놀던 어린 시절 추억이 하나하나 묻어나는 내 고향 경산의 현재와 미래를 책임지는 시장이 된 지금 날마다 ‘상상 더 이상의 경산’을 꿈꾼다. 경산은 자타가 공인하는 살기 좋은 도시로 지하철과 광역철도가 연결된 사통팔달의 도시, 300만 평의 산업단지에 입주한 4천여 기업체가 일자리를 제공하고 명문고와 10개의 대학이 자리해 자녀 교육 걱정이 없고 도심은 공원녹지와 조화로 정주 환경이 쾌적하다. 편의성·심미성·문화성이라는 도시 발전 단계로 보더라도 경산은 기반 시설과 생활의 편리함을 잘 갖추어 이제 아름다운 도시, 문화·예술로 시민이 행복한 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지만, 위기 요인도 공존하고 있다. 노령인구의 급격한 증가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대학의 소멸, 청년들이 머물 일자리 부족 등은 비록 우리 경산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반드시 대비해야 할 위기 요인이 분명하다. 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아름답고 행복한 경산을 만드는 것이 ‘상상 더 이상의 경산’으로 △ICT 남방한계선 돌파로 청년 일자리 창출 △인재들이 모이는 정주 환경 구축 △시민의 일상이 즐거운 문화도시 경산 만들기 등 세 가지 전략으로 이 원대한 꿈을 하나하나 성취하고 있다. 판교가 ICT 남방한계선으로 경제적 집적 효과와 강남문화가 결합하며 청년들은 원하는 고임금 일자리를 만들 수 없는 현실에 일자리를 찾아 서울로 떠나고 첨단기술 기업은 인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전하고 있어 경산은 역발상으로 ICT 남방한계선을 타계하고 있다. “차라리 창업의 씨앗을 뿌리자”는 생각으로 에콜42 이노베이션 아카데미를 서울이 아닌 지방 유일의 유치에 성공해 ‘경산42’로 AI·빅데이터 인재 양성을 시작했다. 또 AI와 ICT 산업을 일으킬 초거대 AI 클라우드 팜(인공지능 서비스 플랫폼)과 ICT 융복합 어린이 재활 기기 실증센터, 자동차 전자제어 장치(ECU) 실험실 등을 유치해 영남 최대의 창업 플랫폼이 될 디지털 기술 스타트업 벤처클러스터인 ‘임당 유니콘파크’를 조성 중이다. AI와 ICT 남방한계선을 뛰어넘은 경산은 머지않아 청년들이 선호하는 고임금의 ICT, AI 업종 창업 봇물이 터지고 세계에서 손꼽히는 AI 혁신지, ICT 허브로 성장할 것이다. 우수한 기업을 유치하려면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등 전통적 지원보다 인재를 유치하는 전략이 효과적으로 이들은 쾌적한 정주환경과 문화 핫플레이스를 선호해 인재가 모이고 첨단기업이 오도록 쾌적한 정주 환경을 만들고 있다. 지역의 풍부한 녹지와 많은 호수를 아름다운 경관자원으로 디자인해 도심 어디서나 걸어서 10분 안에 걷기 좋은 숲길을 만나는 주거환경 등 도시미관을 꾸준하게 개선하고 있다. 아울러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도시’를 목표로 어린이 병원, 보듬 병원을 위시한 소아병원, 지역아동센터, 장난감도서관 등 육아 지원시설도 하나하나 설립하고 있다. 떠나가는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청년 행복주택과 안심주택 보급, 청년 지식 놀이터와 웹툰 창작소 건립, 글로컬 대학 지정 등 청년들이 공부하고 놀며 꿈을 키우기 좋은 환경도 적극적으로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이제는 문화가 있는 삶으로 개개인의 행복 수준을 높이고 건강한 사회를 완성해야 한다. 문화예술로 시민 삶의 질을 높이고 경산 관광을 진흥하기 위해 지난해 말 설립한 ‘경산문화관광재단’으로 생활 문화와 예술생태계를 확대하고, 시민 생활에 문화예술이 스며들도록 하겠다. 특히 유치에 성공한 현대 프리미엄 아울렛의 연인원 600만 명 쇼핑객이 경산 관광을 즐기도록 로컬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기반 시설도 확충해 무엇보다 시민들이 ‘K-컬쳐 발상지 경산’에 대한 긍지를 가질 수 있도록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향유 할 기회를 많이 만들겠다. 주말마다 다양한 공연·전시가 있고 시민들은 이를 여유롭게 즐기며 즐거운 일상을 누리는 꿈도, ‘My universe Gyeongsan’, ‘상상 더 이상의 경산’도 이뤄질 것이다. 그 꿈을 위해 오늘도 담대하게 희망을 품고 용기를 내 신발 끈을 조여 맨다.

2025-06-29

울릉도의 경제기반은 안전한 공항과 오징어 풍어

울릉도가 안고 있는 당면 현안은 울릉공항 건설과 연근해 오징어 어업 활성화 대책 등으로 요약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대 과제는 지역 관광활성화를 위한 안전한 울릉공항 건설이다. 울릉공항은 2022년 5월 첫 케이슨 함을 거치 후 3년 동안 케이슨 거치 작업이 진행됐고 올해 5월 마지막 30번 함 거치가 완료됐다. 울릉공항은 2028년 상반기 개항을 목표로 현재 전체 공정률이 62.69%이다. 케이슨 거치 완료한 뒤 공항부지 조성을 위해 가두봉 절취 작업 및 해상 매립작업이 이어진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 안타까운 무안공항 참사 이후 울릉의 미래 교통의 핵심이라고 할 울릉공항의 안전성에 대해 재고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앞으로 주력 기종으로 예상되는 80인승 항공기 기종의 안정적인 이착륙을 위해 활주로 길이와 종단안전구역이 현 수준 보다 더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우선 현재 울릉공항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 길이는 각각 1200m와 90m로 공사가 진행 중인데 활주로 시설 등급 중 최저수준이다. 따라서 80인승 항공기 기종이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항공기의 이착륙 중량을 크게 줄여서 운항 할 수밖에 없다. 이는 곧 탑승인원과 적재화물의 감소로 이어져 경제적 측면에서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구조가 된다. 또한, 기상청 자료에 근거하여 최근 5년 동안 최대 순간 풍속이 25노트 이상인 날이 연평균 138일 정도이며 풍속이 25노트 이상이면 80인승 항공기는 결항률과 사고 발생률이 증가할 가능성이 커진다. 더불어 5년간 연평균 강수량은 1538mm, 강수일 수는 144일이다. 이 수준은 우리나라 최대 강수 지역에 준하는 수준이다. 이 또한 결항률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활주로와 종단안전구역 연장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울릉공항 활주로 연장 추진위원회라는 상설 시민단체를 구성해 활주로 연장 필요성에 대해 지역사회의 공감대 확산과 대정부 건의 활동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 울릉도는 관광산업에 버금가는 지역 경제기반으로 오징어 어업을 들 수 있다. 최근 ‘금징어’라 불리며 자취를 감추었던 울릉도 오징어가 올해 다시 울릉도 앞바다에 조금씩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회복의 조짐이 과연 단순한 반짝 현상인지, 아니면 기후환경의 구조적 변화 속에서 얻어낸 값진 전조인지에 대해선 더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2024년 울릉도 해역은 5월 기준 평균 수온이 15.8~17.2° C 수준으로, 오징어가 선호하는 수온범위보다 높았고 특히 6월에는 수온이 상승하며, 어군이 빠르게 북상했거나 수심 깊은 곳으로 이탈해 저동항 기준 조업량은 거의 전무했다.   반면, 2025년 올해는 상대적으로 늦은 수온 상승세를 보였다. 5월 내내 오징어 생육에 이상적인 수온을 유지했고, 이는 올해 5월 후반~6월 초 단기 반짝 풍어로 나타났다.   이 차이는 단순한 계절적 요동일 수도 있지만, 기후 변화 속 ‘예외적 적정 수온 구간의 회귀’로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오징어 회유 경로에 수온이 미치는 영향은 크다는 것을 울릉도에서 오징어 조업을 하는 분들이라면 모두다 알 것이다. 올해 5월 이상적인 수온 안정은 오징어 조업 조건에 분명히 긍정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회복 속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변화도 있다. 바로, 열대·아열대 어종의 북상이다. 6월 들어 울릉도 연안 수온은 18° C에 도달했고, 이는 이미 오징어의 적정 상한선에 가까워진 온도다. 실제로 작년에는 아열대성 플랑크톤이 울릉도·독도 해역에 출현했다는 보고가 있었다.   이는 단순한 ‘수온 상승’ 그 이상의 변화다. 생태계 재편이 시작되었고, 우리가 익숙했던 ‘울릉도의 해산물 풍경’ 자체가 바뀌는 것이다.   올해 오징어가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분명 반갑다. 그러나 문제는 앞으로도 오징어가 이 바다에 머물 수 있을지, 그리고 지속적인 어획이 가능한 구조로 회복될 수 있을지다.   기후변화로 인한 수온 불안정성은 물론이고, 여전히 반복되는 남획, 야간 집어 조업의 집중도 등은 오징어 자원에 악영향을 준다. 울릉도 인근 해역이 더 이상 ‘조업 최적지’로 남지 않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이제는 풍어 소식만 반가워할 것이 아니라, 바다를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전환해야 할 때다. 오징어 한 마리의 귀환을 ‘복귀’라 치부하기보다는, 해양 변화 전환기를 맞이하고자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고 다른 판로를 개척해 나가야 할 시기이다.

2025-06-15

청년이 뿌리 내리는 곳, 스마트농업 도시 봉화

청년이 경쟁력인 시대다. 인구 구조의 변화는 사회와 경제 전반에서 청년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청년층의 역할과 가치가 날로 커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으로의 청년 인구 유출이 가속화되면서 지방은 지속적인 인구 감소와 그에 따른 인구소멸 위험에 처해 있다. 경북도 내 22개 시군 가운데 15곳이 소멸 위기에 놓여 있어 지역 붕괴가 현실로 다가왔다. 봉화군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봉화군의 인구는 약 2만 8천명으로, 출생아 수보다 사망자 수가 10배 이상 많은 등 자연적 인구감소가 가속화되고 있다. 다른 지방도시들과 마찬가지로 봉화군 역시 저출생, 고령화에 따른 인구 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구감소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핵심 문제로 지금의 추세가 계속된다면 봉화의 미래는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봉화군은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청년 유입에 주목하고 있다. 군민 다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지역 특성을 고려해, 청년농업인을 유치하고 농업 기반을 강화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귀농하고 정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미래 농업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스마트팜 역시 주요 전략 중 하나다. 정부와 여러 지자체에서 스마트팜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봉화군도 이에 발맞춰 임대형 스마트팜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은 봉성면 일원에 총공사비 235억원을 들여 총면적 5.3ha, 이 중 스마트팜 조성면적 3.5ha 규모로 조성 중이다. 지난해 11월 착공식을 개최한 이후 현재는 기반조성을 위한 토목공사와 스마트 온실공정 공사를 병행해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에는 공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공사 완료 후에는 A동 딸기 재배동에 4팀 12명, B동 토마토 재배동에는 3팀 9명 등 총 21명의 임대 농업인들이 입주해 본격적인 스마트 농업을 시작하게 된다. 봉화 임대형 스마트팜에는 우박 등 자연재해 예방과 자정 능력이 뛰어난 불소수지 필름이 적용되며, 임대 농업인의 편의를 고려해 팀별 환경제어실, 회의실, 휴게 공간 등도 마련된다. 청년 농업인을 위한 기반시설도 함께 확대하고 있다. 봉화군에서는 영농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을 위한 청년 농업인 경영실습 임대농장을 운영 중이며, 지난 4월에는 봉성면 금봉리 일원에 위치한 스마트 온실에서 유럽계 토마토 품종인 레드칸(RED KHAN)을 식재해 첫 영농을 시작했다. 이 실습농장은 청년들에게 영농 기술과 시설농업 운영 경험을 제공하고, 창업 전 전반적인 기술지도를 통해 실패 가능성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바로 옆에 위치한 스마트농업 테스트베드 온실에서는 커피나무 시험 재배가 진행 중이다. 커피는 일반적으로 남위 25도에서 북위 25도 사이의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기 때문에 국내 재배는 어렵지만, 스마트팜 기술을 활용해 봉화군에서도 시험 재배가 가능해졌다. 이번 커피나무 시험 외에도 새로운 소득 작목 도입을 위해 다양한 실험을 병행 중이다. 지난달에는 여름딸기를 식재했으며, 오는 6월에는 리시안셔스를 추가로 심었다. 커피처럼 기후 변화에 적응 가능한 작물을 지속적으로 시험 재배해 농가에 새로운 재배기술을 보급하고, 이곳을 스마트농업 실습 교육장으로도 활용해 차세대 농업 인재를 양성하며 지역 농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어갈 계획이다. 농업이 봉화지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청년농업인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첨단 농업 기술을 실현하며 자립할 수 있는 든든한 발판을 마련하는 데 힘 쏟을 예정이다. 많은 청년들이 스마트팜을 통해 농업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하고, 봉화에서 꿈을 실현하며 정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2025-06-08

녹색도시를 향한 여정의 이정표, 세계녹색성장포럼

전 세계적으로 이상 고온과 극한 호우, 초대형 산불 등이 이어지며 인류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기후위기가 글로벌 이슈가 되고 있다.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정을 체결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의무화하는 등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의 핵심인 산업과 에너지의 대전환을 위해 주요 국가와 기업은 물론 각 지자체들도 차별화된 탄소중립 전략을 추진하며 새로운 패러다임 주도권 확보에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우리시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위해 ‘저탄소 신산업 육성’과 ‘친환경 녹색 인프라 확충’을 준비해 왔다. 제철산업으로 대한민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저력을 토대삼아 10여 년 전부터 이차전지‧수소‧바이오 등 탄소중립 시대를 앞당길 신산업으로 산업구조를 다변화해왔다. 그 결과 이차전지의 경우 또 다른 주력산업으로 성장했고, 3대 신산업에서 모두 특화단지에 선정되며 새로운 생태계를 마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철강의 저탄소 고부가가치 기술 확보 등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아울러 친환경 녹색도시 종합정책인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생태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세먼지 차단숲 등 76만㎡의 녹색 인프라를 늘렸고, 주요 도시숲 5개소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승인받았다. 철길숲으로 대표되는 그린웨이의 결실들은 국내외 녹색도시‧경관조성 평가에서 수상하면서 탄소중립 선도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해온 그동안의 노력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시가 추진해 온 녹색정책의 발자취와 향후 미래 비전을 세계에 알리고 협력과 연대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국제회의인 세계녹색성장포럼(WGGF)를 지난달 처음 개최했다. 특히,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추구하는 녹색성장의 개념을 처음 제시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상협 글로벌녹색성장기구 사무총장, 최재철 기후변화센터 이사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청년과 기업, 국제기구 등 다양한 영역에서 폭넓게 참여해 탄소중립에 관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실천적인 기후행동 방안을 논의하는 등 뜻깊은 시간이었다. WGGF개최를 통해 우리시와 같은 지방도시도 글로벌 아젠다의 로드맵을 제시하고 정책을 발전시켜나가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역량과 잠재력을 확인할 수 있었던 만큼, 향후 문을 열 예정인 포항국제전시컨벤션센터와 연계해 포럼의 위상과 규모를 점차 키워나가고자 한다. 한편, 포럼을 통해 탄소중립을 위한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우리 앞에 놓여있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주력산업을 넘어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철강과 이차전지는 내년 시행을 앞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더욱 현실적인 도전에 직면한 상황이다. 철강의 경우 탄소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등 그린철강으로 나아갈 돌파구가 필요하고, 탄소중립 핵심기술이라 불리는 이차전지 또한 글로벌 캐즘의 파고를 넘을 기술혁신 등 활로를 열어야 할 중차대한 시기이다. 주요국들은 국가 경제 안보와 직결된 이들 사안의 중대성을 인식해 전폭적인 지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도‘철강‧이차전지 지원 특별법’과 같은 국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은 물론 산업계, 학계 등이 모두 힘을 모아야한다는 전문가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탄소집약적 산업인 철강도시에서 친환경 녹색도시로 전환하며 산업과 환경이 공존하는 해법을 찾아가는 포항의 여정이 국내외에 울림으로 전해지길 희망한다. 그 선상에서 세계녹색성장포럼이 스위스의 다보스포럼처럼 포항을 세계적인 녹색 전환의 메카로 각인시킬 포항만의 시그니처 국제회의로 자리매김해 지속가능한 길을 알려 주는 이정표가 되길 또한 소망한다.

2025-06-01

예천군, 맨발걷기 특화도시 조성

땅은 곧 삶을 지탱하는 수단이었다. 주위에 조금만 터가 있어도 콩을 심고, 고춧대를 세우고, 호박과 옥수수를 기르던 풍경은 우리 세대에게 낯설지 않은 기억이다. 먹고사는 일이 최우선 과제였던 시절에는 아주 작은 터조차도 허투루 두지 않았다. 그만큼 한 평의 땅도 소중했고, 농작물은 생계와 직결된 생활의 일부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경제적 안정과 생활 수준의 향상은 생활 양식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제는 단순히 ‘무언가를 길러내는 땅’보다는 ‘머무르고 싶은 공간’, ‘눈길이 머무는 곳’, ‘마음을 쉬게 하는 장소’로서의 공간이 주목받고 있다. 조경이라는 개념은 더 이상 일부 고급 주택이나 특수 시설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전국 각지의 도시들이 생활 환경 개선과 도시 이미지 제고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천군 또한 공원과 경관 조성, 건강 도시 환경 구축을 통해 ‘힐링 도시’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예천군 곳곳에서는 최근 몇 년간 작은 공원 조성과 공공 조경 사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마을 입구, 유휴지, 공공청사 주변, 그리고 개인 주택 앞까지 꽃과 나무로 꾸며진 아름다운 정원은 그 지역의 인상을 한층 부드럽고 따뜻하게 바꾸고 있다. 이러한 공원은 단순한 미관 향상을 넘어서 외부인의 발걸음을 이끄는 명소로 자리 잡고,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공간을 가꾸며, 관광객은 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으며 자연스럽게 주변 식당이나 카페, 전통시장을 찾게 된다. 잘 조성된 공원 하나가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다. 공원은 개인의 여유를 넘어 마을의 품격, 나아가 지역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자산이다. 도시개발에서 ‘경관’이 중요하게 다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공간이 주는 인상은 곧 도시의 정체성과 연결되며, 이는 주민의 자긍심은 물론 방문객의 만족도로 이어진다. 예천군은 최근 ‘맨발 걷기’에 최적화된 도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단순한 산책로 정비를 넘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치유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시도는 지역 정책에서 보기 드문 접근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남산공원 정비사업, 예누리길 조성사업, 개심사지 역사공원 조성사업이다. 이 세 개의 거점 사업은 기존 한천 산책길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예천 전역을 하나의 대형 힐링 산책로로 엮고자 하는 구상이다. 도청신도시에서 예천읍으로 오다 보면 시가지 입구에서 맞이하는 개심사지는 고려 현종 2년(1010년)에 건립된 오층석탑이 남아 있는 유서 깊은 장소이다. 오랜 시간 자리를 지키고 있던 이곳은 최근 역사공원으로 새롭게 조성되어 예천의 문화유산과 자연환경을 결합한 대표 치유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예천이 자랑하는 천년고찰 용문사, 명봉사, 장안사와 연계하여 불교 성지순례 코스로의 확대를 준비 중이며, 단순한 관람이 아닌 명상과 산책이 함께하는 정신적·신체적 치유의 장소로 주목받고 있다. 신도시 진입도로 개설로 기능을 잃은 경북선 폐철도(예천읍 구간) 부지도 새로운 도시재생의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예천군은 이곳에 길이 1.2km, 면적 2만7천㎡ 규모의 ‘옛기찻길’을 조성했다. 이러한 형태의 공간 조성은 행정 주도가 아닌 주민과 행정이 함께 만드는 공동체적 공간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예천군은 이들 핵심 공간을 중심으로 기존의 한천 산책길과 예누리길 등을 연결해 도시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걷기 코스로 재편할 계획이다. 건강, 역사, 자연, 치유가 어우러진 복합적 산책 환경을 통해 군민에게는 삶의 여유를, 외부 방문객에게는 여행 이상의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결국 우리가 지향하는 것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도시의 대답이다. 예천군이 공원을 가꾸고, 산책로를 잇고, 치유 공간을 조성하는 일은 단순한 공간 정비를 넘어서 주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생계를 위한 땅이 전부였다면 이제는 마음을 쉬게 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작물을 심던 공터가 이제는 사람을 불러 모으고, 머물게 하며, 그 안에서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함께 길러내고 있다. 예천의 이러한 변화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 변화가 도시의 방향성을 바꾸고 있으며, ‘살고 싶은 도시’에서 ‘머물고 싶은 도시’로의 진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으로의 예천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2025-05-25

구미아시아 육상사의 새로운 역사 서곡

바야흐로 2025년, 대한민국 구미의 하늘 아래에서 아시아 육상의 새로운 역사가 쓰여진다. 오는 27일부터 닷새간의 장정으로 펼쳐질 ‘2025 구미 아시아육상경기선수권대회’는 48억 아시아인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화합의 서사시이자, 구미가 글로벌 스포츠 도시로 웅비하는 장엄한 전주곡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움직임인 달리고, 뛰고, 던지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육상이라는 드라마는 그 자체로 순수한 열정과 감동의 결정체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육상사의 첫 페이지는 역설적이게도 영광과 비애가 교차하는 양가감정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故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가슴에 품고 월계관을 쓰던 순간은 민족적 비원과 환희가 뒤섞인,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로부터 반세기가 흐른 1992년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 황영조 선수는 마침내 그 아린 역사를 온전한 환희로 승화시키며 대한민국 육상의 자존을 드높였다. 바로 그 ‘몬주익의 영웅’, 황영조 감독이 대회 홍보대사로 동행하며 본 대회의 역사적 의의를 한층 빛내고 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감안할 때, 41만 시민의 불굴의 의지와 열망이 마침내 열매를 맺어, 대한민국에서는 20년 만이자 기초자치단체로서는 최초로 유치하는 이번 대회는, 구미가 지닌 문화적 역량과 국제적 감각을 증명하는 쾌거라 할 수 있으며, 구미의 내재된 저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아시아 전역에 각인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 ‘아시아의 꿈, 구미에서 세계로!’라는 웅대한 슬로건 아래, 북한과 브루나이를 제외한 아시아 43개국 1,200여 명의 정예 선수단이 트랙과 필드, 도로를 아우르는 총 45개 세부 종목에서 210개의 메달을 놓고 불꽃 튀는 각축을 펼칠 것이다. 특히, 높이뛰기의 제왕 우상혁, 100m의 섬광 조엘 진, 3000m 장애물경기 한국 신기록 보유자 조하림을 비롯하여, 우리 고장 출신의 고교생 포환던지기 유망주 박시환 선수와 같은 차세대 주역들의 패기 넘치는 도전은 시민들에게는 자긍심을, 미래 세대에게는 무한한 영감을 부여할 것이다. 대회의 마스코트인 ‘러닝 토미’ 역시 귀여운 모습으로 선수들과 관람객을 맞이하며 축제 분위기를 돋울 예정이다. 구미시는 본 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제반 준비에 만전을 기해왔다. 주경기장인 구미시민운동장은 세계육상연맹(WA)의 ‘클래스-1 등급’ 공인을 획득한 최첨단 트랙으로 탈바꿈했으며, 선수들의 기량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탄성 우레탄 포장으로 세심하게 마감했다. 또한, 양쪽에서 입체적으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대형 전광판을 추가 설치하고 야간 경기를 위한 LED 조명탑 개선 등 국제 기준을 상회하는 경기 환경을 구축했다. 선수단과 관람객의 편의를 극대화하기 위한 숙박시설 리모델링 지원, 음식점의 외국어 메뉴판 보급 및 입식 테이블 전환, 도심 환경 정비 또한 빈틈없이 완료하였고, 아시아육상연맹 실사단으로부터 수차례 “완벽하다”는 호평을 받으며 대회 성공의 청신호를 밝혔다. 본 대회가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촉매제로서의 역할 또한 중대하다. 대회 기간 중 인동 거리에 매일 밤 조성되는 ‘달달한 낭만 야시장’은 선수단 숙소촌과 인접하여 외국 선수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한국의 밤문화를 체험하는 교류의 장이 될 것이다. 구미 라면 축제의 명성을 잇는 특별 시식 부스는 갓 튀긴 면과 이색 라면 요리를 선보이며 K-푸드의 정수를 알리고, 경기장 주변에 마련될 ‘아시안 푸드 페스타’는 방문객들에게 오감 만족의 향연을 선사하며 지역 상권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이다. 나아가, 삼성전자와 SK실트론을 비롯한 구미에 소재한 글로벌 기업들의 제품을 홍보하는 기업홍보관 운영을 통해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포진한 첨단 산업도시 구미의 역동성을 아시아에 널리 알리고, 구미의 국제적 위상을 제고하는 귀중한 전기를 마련할 것이다. 본 대회의 성공은 무엇보다 시민들의 따뜻한 환대와 적극적인 참여에 달려있다.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국내외 손님들을 맞이하고, 경기장마다 뜨거운 응원의 함성으로 가득 채워주길 부탁드린다. 아울러 이번 대회를 발판 삼아, 우리 구미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 무대로 힘차게 비상하길 간절히 염원한다.

2025-05-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