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명실상부한 ‘서울 공화국’이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2019년에 이미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절반을 넘겼고, 각종 인프라와 일자리 또한 대부분이 수도권에 몰려 있는 상황.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수도권과 비수도권, 지방의 양극화는 더 심해질 전망이다. 지방소멸이 현실이 되고 있다.
농촌과 중소도시의 인구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으며, 고령화와 저출생, 청년층의 수도권 집중이라는 삼중고가 겹쳐 지역 공동체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고 있다.
상주시도 이러한 인구 구조의 변화와 그에 따른 지역 소멸위기에 봉착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해법은 멀리 있지 않다.
가장 실효성 있는 해결책은 지역을 가장 잘 아는 주민이 마을 문제를 스스로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직접 실행해보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마을리빙랩(Living Lab)’이 주목받고 있다. 리빙랩은 ‘생활 속 실험실’이라는 의미처럼, 마을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주민 스스로 발굴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 마을 자생력을 확보하는 것이다.
상주시는 기존의 행정주도형 개발 사업과는 다른, 주민이 주도하는 리빙랩 방식을 통해 마을의 기능을 회복하고 공동체를 되살리는 실험에 나서고 있다.
상주시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하여 ‘주민주도형 마을리빙랩 사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2024년 4월부터 2025년 3월까지는 마을의 문제를 발굴하고, 해결책을 마련하여 자신만의 리빙랩 운영 매뉴얼을 만들 수 있도록 4단계 집중 교육을 실시했다.
1단계 교육은 인구감소 및 지방소멸문제 대응, 2단계는 주민 및 지역 역량 강화, 3단계는 생활인구 확보 방안 모색, 4단계는 사업 구체화 및 경영 전략 수립 순으로 이루어졌다.
뿐만 아니라 외부 전문가들의 멘토링과 성과관리 기법, 타 지역 우수 사례 견학, 해외 마을재생 사례 탐방 등 현장 밀착형 학습도 병행했다.
올해 4월부터는 수료한 교육내용을 바탕으로 각 마을에서 본격적인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오는 9월에는 ‘ESG 전문가 자격증 취득 과정’과 연계하여 지속 가능한 마을 공동체 운영을 위한 전문성도 확보할 예정이다.
교육을 마친 16팀(32명)의 마을활동가들은 각 마을의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상주시는 이를 면밀히 심사했다. 10개 마을에는 각 2천만 원, 6개 마을에는 각 1천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본격적인 마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사업 내용은 공동체 공간 조성, 마을 경관 개선을 통한 관광상품 개발, 돌봄경제구축 등 다양하며, 모두 마을 주민의 실제 수요와 의견을 반영한 결과이다.
한 사례로 지난 4월 18일 상주시 마을리빙랩 연구진과 마을 주민은 상주시 지천동 일원에서 현장탐방 프로그램을 추진했다.
마을 현장탐방은 본격적인 마을 사업을 추진하면서, 매주 각 마을 탐방을 통해 그 마을의 사업 구상을 공유하고 그 사업의 실현 가능성 여부를 토의하는 것이다.
이날 현장탐방은 상주시 신흥동 2개 팀이 공동으로 진행했으며, 1부는 지천동 마을투어, 2부는 용흥사 역사문화탐방 순으로 이루어졌다.
신흥동 마을 리빙랩 사업의 주제는 ‘주민 참여형 조형물 제작을 통한 공동체 활성화’ 및 ‘휴식과 건강이 살아 숨 쉬는 담쟁이 마을 조성’이다.
갑장산과 용흥사, 질병을 낫게 한다는 계곡 질구내를 연계하여 관광인구를 유입하고 예술마을로의 브랜드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마을 입구 솔밭에 조형물을 설치하고, 기와돌담 포토존을 조성하여 마을 경관 조성에 본격 착수했다.
이렇듯 마을리빙랩은 마을리더 및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마을 공동체 활성화는 물론 농촌 소멸위기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모든 과정은 주민이 직접 기획하고, 실행하며, 스스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행정은 조력자로서 지원에 집중하고, 주민이 변화를 이끄는 주체가 되는 구조이다.
이는 단기 성과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마을의 자생력 확보와 정주 여건 개선, 더 나아가 관계인구 유입의 기반 마련으로 이어질 것이다.
상주시는 앞으로도 ‘상주형 마을리빙랩’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지역 곳곳에 주민참여 기반의 사회문제 해결 생태계를 구축하고, 마을순환 경제체제를 정착시켜 인구 10만 회복이라는 목표에 다가설 것이다.
지역을 바꾸는 힘은 바로 주민에게 있다. 행정이 기획한 정책보다 더 강력한 것은, 마을을 사랑하는 주민의 손으로 시작된 변화이다.
상주시의 마을리빙랩 실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며, 그 성과는 마을마다, 사람마다 다른 방식으로 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