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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과 감동

등록일 2025-07-27 19:19 게재일 2025-07-28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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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국  문경시장

30년 전 이야기다. 점촌에서 가은 집에 가려고 타던 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가야 했다. 사람도 많았고, 교통수단도 적어 버스는 늘 그랬다. 당시 버스는 이동생활의 구세주였고,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동반자였다. 

 

그 시절 버스는 모두의 발이자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버스는 점차 잊혔지만, 그 시절이 주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때는 버스사업이 호황기였다. 우리가 내는 차비로 회사를 운영하고, 기사들을 고용하고, 유류비나 제반 소요경비를 제하고도 이윤이 있었다. 

 

30년 전 점촌에서 가은으로 가던 시내버스는 늘 만원이었다. 어르신께 자리를 양보하고 나면 언제나 서서 가야 했다. 마이카 시대가 오기 전, 버스는 가장 소중한 이동수단이었다. 그 시절 버스는 모두의 발이자 삶의 일부였다. 시간이 흘러 버스는 점차 잊혔지만, 그 시절이 주는 따뜻한 기억은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다.

그런 젊은 날을 보내고 마이카시대를 맞이했다. 그리고 자동차를 가지게 되면서 버스는, 특히 시내버스는 잊어진 존재였다. 고향 길에 비포장도로를 타고 덜컹덜컹 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던 일들은 새까만 먼 옛날의 추억이 되었다.

그러나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게 잊힌 시내버스가 자동차 없는 사람들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는 것을. 하지만 시내버스가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멀어지는 세상이 되었다. 하루 여러 번 드나들던 시내버스의 운행 횟수가 줄었고, 그만큼 더 불편을 초래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정부와 지자체가 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오지 노선을 시작으로 시내버스에 보조금을 지원하기 시작했고, 그 규모와 범위는 점점 크고 넓어졌다. 문제는 시내버스를 이용하는 사람이 점점 줄고 있었다. 지원하는 보조금 대비 효율이 낮아지고 있었다. 황금노선이라고 하는 점촌-문경 간 시내버스는 물론, 오지를 오가는 시내버스는 언제나 빈자리만 왔다 갔다 하는 형편이었다.

문경시 시내버스 전면 무료화 정책은 이런 현실 속에서 나왔다. 시의회에서 한 의원이 ‘시내버스무료화’를 제안했고, 곧 이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민들에게 카드를 제공하는 방법, 쿠폰을 제공하는 방법 등등 여러 가지 방안을 놓고 최적의 방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카드나 쿠폰 지급 등의 방법은 또 다른 비용과 인력이 필요했다. 보조금 15억만 더 들이고 부대비용이 없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것이 바로 문경 시내를 오가는 모든 시내버스를 누구나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었다. 타는 사람이 시민이든 아니든 구분하지 않았다.

이 정책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시민들의 반응도 좋았고, 오지서 오는 사람들도 반겼다. 그러자 시내버스가 대도시에서 보는 것처럼 복잡하기 시작했다. 시내 노선에 아침저녁으로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자 생기도 돌았다. 텅 빈 채 운전기사 혼자 무료하게 달리던 시내버스에 사람들이 점점 많이 타기 시작했다. 점촌장날에는 혼잡하기까지 하다.

국가나 지자체의 정책이 모두 이렇게 시민들로부터 호응을 얻는 것은 아니다. 심혈을 기울여 시민과 국가에 좋은 것이라고 시도하는 일들이 곧잘 질타받기 일쑤다. 그런 중에 시내버스 무료화의 시민 감동은 너무 이례적이다.

많은 정책들은 ‘소금장수와 우산장수’에 비교되곤 한다. ‘양지가 있으면 음지가 있다’는 말도 늘 따라다닌다. 이처럼 시내버스 무료화도 양비론을 피해갈 수 없다. 소금장수와 우산장수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비오는 날에는 소금장수 아들을 걱정하고, 갠 날에는 우산장수 아들을 걱정해, 언제나 근심걱정 속에 살아야 했다. 이 어머니는 늘 부정적이고 비관적인데 초점을 두고 있었다. 똑같은 날이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긍정적이고 낙관적인데 초점을 두면 어떨까? 비오는 날은 우산장수 아들이 잘 돼 기쁘고, 갠 날은 소금장수 아들이 잘 돼 기쁘면 그 어머니는 언제나 기쁜 날이 될 것이다.

‘yes문경’은 매일 걱정하는 어머니가 아니라, 매일 기뻐하는 어머니가 되어 긍정의 힘을 갖자는 슬로건이다. 특히 행정은 안 되는 방법보다 되는 방법을 찾는, no보다 yes를 지향한다. 안 되는 방법을 먼저 찾기보다 되는 방법을 먼저 찾아보는 자세가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시내버스 무료화로부터 빚어진 그늘이 있다면 지금부터 그 그늘을 걷어내면 된다. 그 그늘을 침소봉대해 긍정적인 면이 묻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현국 문경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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