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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바다와 교감하기

5월부터 내리쬐던 볕의 강렬함이 남달랐다. 덩달아 한낮의 더위를 피해 산과 바다로 향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여기에 더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막바지에 이르자 야외는 다시 인파로 북적였다. 사실, 날씨의 변화에 따라 자유로이 거닐 수 있는 환경을 되찾았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다.최근 밤바다를 찾은 이유도 이와 비슷하다.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배경으로 깊은 상념에 젖었다. 폭죽놀이를 하는 사람들과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의 가벼운 실랑이로 일상회복 현장을 만나기도 했다.파도소리가 심리적 안정을 준다는 상식을 뒷받침하듯이 곧 평온과 여유가 찾아왔다. 바닷물의 음이온 입자들이 해변가를 맴돌고, 해풍이 귓가를 스치는 환경에서 사람들은 곧잘 이완된다고 한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데이터다. 흔히 말하는 해양치유 효과의 일부이기도 하다.바다를 찾는 이들은 쉽게 바다에 마음을 내준다. 잔잔히 일렁이는 수평선 너머의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혼란이 가라앉는 경험을 하곤 한다. 온 몸의 힘을 빼고 물위에 둥둥 떠 있을 때의 이완과 비슷하다. 불안 강도가 높고, 만성질병으로 인한 통증이 잦은 경우 심신안정 등 치유효과가 뛰어나다고 한다. 일종의 바다와의 교감이다.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밟으며 걷는 동안 뺨에 전해지는 해풍의 시원함을 만끽하는 것. 바다와의 대화가 아닐까 싶다.바다 생물과 사람 간 교감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에서 자세히 그려내고 있다. 문어의 지능이 반려견과 비슷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었지만, 실제 사람과 깊은 교감을 나누는 모습은 화제가 됐다. 친근해진 사람과 손가락 놀이를 하고, 포식자에게 공격당해 상실감에 젖어있는 모습 등이 대표적이다. 다큐는 문어를 통해 교감 뿐만 아니라 새끼를 낳고 죽어가는 모습을 통해 생애의 애틋함까지 담아냈다.돌고래 체험도 대표적인 사례다. 상업적인 체험으로 질타를 받았지만, 여전히 성행하는 이유는 사람과 돌고래 간 교감 때문일 것이다. 특히 임신부들이 돌고래를 만난 기억은 특별하게 회자된다. 뱃속 아이 태동이 심해졌다거나, 돌고래들이 임신부를 둘러싸고 빙빙 도는 행동을 보였다는 등 다양한 체험담이 들린다. 돌고래의 초음파에 반응하는 뱃속 태아의 행동이 늘상 이슈의 중심이다. 태아가 돌고래와 어떻게 교감을 나누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들 사이에 뭔가 있다는 것이다.바다생물로 한정 짓지 않으면 동물 간 교감의 대표격은 ‘동물매개치료’다. 치료사와 내담자 간의 신뢰를 쌓는 데에 동물을 매개, 심리적인 치료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반려견 등 동물이 갖고 있는 정서적 교감능력을 활용해 내담자의 긴장도를 낮추고 통증을 줄이는 등 다양한 심리 치료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담자는 동물을 통해 낯선 상황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치료사를 신뢰하며 편안한 마음 상태에서 상담에 응하게 된다고 한다.사람은 기본적으로 관계를 통해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는다. 부모관계든 연인관계 등 다양한 관계를 통해 존재를 확인받고 유대를 맺고 앞으로 나아간다. 관계는 교감의 전제이자 존재의 이유인 셈이다. 문어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신을 찾아오는 다큐멘터리 감독에게 마음을 연 것처럼, 해양생물도 비슷한 패턴을 가진다. 돌고래가 태아에게 보낸 초음파도 관계 맺기의 일종일 것이다. 정현미작가 우리는 코로나 팬데믹을 통해 ‘교감’과 ‘관계’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뼈저리게 알게 됐다. 관계를 맺지 않았을 뿐인데, 코로나 블루와 각종 정서적 불안증상이 사회 전반을 드리웠다. 결국 사람은 홀로 설 수 없다는 반증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극단적인 단절의 상황에 놓였을 때, 관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일종의 사회적인 실험이기도 했다. 홀로 바다와 산, 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진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는 삼삼오오 모여 바다에서 모래와 해풍, 파도소리에 치유 받지만 누구나 단절의 기억과 낯섦이 어떤 것인지 인식하게 됐다.관계를 통해 교감을 맺는 것은 모든 생명체의 동일한 행동 패턴이다. 그 속에서 따뜻한 위안과 위로, 삶의 동력을 얻는다. 문어 이야기를 촬영한 감독 역시 심한 번아웃을 경험한 후 어린 시절의 바다를 찾았고, 그곳에서 문어의 생태를 관찰하게 됐다.삶의 난간에 부딪혔을 때 고향을 찾아 추억을 회상하고 관계를 반추하는 것 역시 좋은 과거와 교감하는 행위일 것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의 물놀이 기억에는 즐거움이 가득하다. 물이 주는 물질의 특성뿐만 아니라 함께 놀이를 했던 관계의 추억 때문이기도 하다.이제 본격적으로 물놀이 시즌이 찾아올 것이다. 연중 개장하는 해수욕장까지 생긴다고 한다. 단절의 기억을 치유하는 방법은 결국 다시 함께하는 행위이지 않을까. 올해 여름은 작정하고 바다와 친해볼 예정이다. 무의식 속에 갇힌 기억을 딛고 다시 관계 속에서 교감하는 것, 많은 이들이 바다에서 위로받기를 희망해본다.

2022-06-15

나를 식혀 주세요

김규인수필가 6월까지 산불이 꺼질 줄 모른다. 1986년 이후 산림청이 산불통계를 집계한 이후 6월에도 대형으로 산불이 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건조한 봄에 집중적으로 산불이 났다. 최근에는 산불 발생이 길어져 6월에도 예년에 비해 산불 발생 위험이 30∼50% 높아졌고, 가뭄으로 전국에 산불 경보가 발령됐다.6월의 산불은 생나뭇잎을 태우며 나는 짙은 연기로 소방관의 시야를 가린다. 그렇지 않아도 무덥고 건조한 기후에 방화복까지 입은 소방관의 산불 진화를 어렵게 한다. 산불을 끄는 소방 헬기가 고압선을 피해 곡예 운전을 한다. 헬기가 장애물에 부딪히는 사고가 날까 봐 지켜보는 사람은 안절부절못한다. 이래저래 진화작업은 더디다. 강한 바람은 이 봉우리에서 저 봉우리로 불씨를 옮기며 빠르게 산불을 퍼뜨린다. 초속 11m 이상의 강풍은 부지런히 물을 나르며 불을 끄는 산불 진화대원의 노력도 보람 없이 죽어가는 불씨를 보란 듯이 살려낸다. 불은 소방 헬기의 바람을 일으키는 동분서주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빠른 속도로 방향을 바꾸며 번진다. 매스컴에서는 산불의 원인을 분석한다. 비가 오지 않아 건조해진 날씨를 탓한다. 6월은 예년이면 장마로 물난리를 걱정하는 시기이니 그럴 만도 하다. 산림 당국의 50년 만의 가뭄이라는 발표는 어쩌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제는 산불이 발생하고 오래 지속되는 것은 기후변화 때문인 것을 직접 몸으로 느낀다. 나무가 우거진 산은 홍수를 막고 물을 가두었다가 천천히 내보내며,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보듬어 살아간다. 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중요한 일은 이산화탄소를 잡아먹고 산소를 생산하는 것이다. 산이 있어 지구온난화를 막고 산소를 마시고 사람이 살아갈 수 있다. 산불은 모든 것을 먹어 치운다. 파괴된 자연으로 생물다양성은 줄어들고 비가 오면 감당할 수 없을 만큼의 홍수 피해를 일으킨다. 산성비와 대기오염을 심화시키고 산불로 인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으로 지구온난화는 빠른 속도로 일어난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국가 정책도 탄소 저감을 실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말로만 친환경을 외치면서 화력발전을 늘린다. 먹다가 남거나 과잉으로 생산한 음식은 비닐봉지도 뜯지 않은 채로 쓰레기통에 버려진다. 사람들이 신선도를 따지는 사이에 음식물이 썩으면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지구가 견딜 수 없는 상태로 만든다. 온난화로 인한 피해가 지구 곳곳에서 일어난다. 먹이를 구하지 못한 북극곰은 고사 위기에 처해 있고 빙하는 쉬지 않고 녹는다. 높아진 해수면에 나라를 잃고, 수년간 계속된 가뭄으로 먹을 물을 구하지 못한 동식물과 사람들이 말라간다.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바로 앞에 닥친 우리들의 문제이다. 오늘도 손쉬운 일회용품의 사용은 코로나에 편승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잘 썩지 않는 쓰레기는 쌓여만 간다. 사람들의 편의만을 내세운 이기주의로 지구가 중병에 시달린다. 더워진 몸을 식히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서도 외면한다. 지구가 자신을 태우면서 전하는 말을 지금이라도 새겨들어야 한다.“나를 식혀 주세요”

2022-06-15

소울리스좌를 따라 하는 이유

노승욱포스텍 교수·인문사회학부 “옷 머리 신발 양말 다~다 젖습니다. 물에 젖고 물만 맞는 여기는 아마존 아! 마! 존조로존조로존~!”최근 게시된 지 2개월여 만에 유튜브 조회 수 1천922만 회를 기록한 동영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인기몰이의 주인공은 유명 놀이공원의 전직 캐스트(기간제 노동자)인 김한나 씨다. 그녀는 본명보다 ‘소울리스좌(soulless座)’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하다.해당 동영상은 ‘아마존 익스프레스’라는 놀이기구 체험에 대한 안내 멘트를 랩으로 표현한 것이다. 흥겨운 랩이 전달하는 유일한 주제는 ‘이 보트를 타면 젖는다’이다. 무심한 눈길과 기계적인 몸짓의 래퍼는 또렷한 발음으로 ‘주의 사항(물에 젖음)’을 2분 30초 동안 재미있는 가사로 전달한다.소울리스좌는 ‘영혼 없이(soulless) 일하면서 최고의 경지(본좌·本座)에 오른 직장인’을 뜻한다. 얼핏 들으면 부정적이면서 속되게 느껴지는 이 말이 2030세대 직장인들에게는 큰 공감을 얻으면서 긍정의 프레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감정노동자에게 ‘소울리스’는 마음의 에너지를 균형 있게 조절하는 방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필자는 주변의 2030세대에게 소울리스좌 현상에 대해 물어보았다. 청년 직장인들은 주어진 업무는 능숙하게 수행하지만, 감정과 에너지는 절제하는 캐릭터로 소울리스좌를 인식하고 있었다. 평생직장을 바라기 힘든 사회 여건과 인생의 큰 그림을 그리기 어려운 비정규직 일자리가 많은 상황도 젊은 세대가 소울리스좌에 공감하는 원인 같았다.그렇다면 김한나 씨 본인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BBC 뉴스 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김 씨는 “영혼이 없다는 것이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닌 것 같다. 최적의 효율을 찾아서 일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선을 다해서 일했고, 현재는 그 결과물이라고 답하는 그녀의 얼굴은 밝고 환했다.소울리스좌 현상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프로페셔널’의 의미를 재정의해 주고 있다. 출중한 능력과 무한한 열정이 조화를 이룬 사람을 프로라고 한다면, 소울리스좌는 무언가 부족해 보일 수 있다. 그렇지만 어느 네티즌이 “목소리는 힘차지만 눈에 영혼이 없는 그녀는 프로다”라고 쓴 댓글처럼 청년 세대의 가치관은 바뀌고 있다.소울리즈좌는 사람들에게 ‘따라 하기’의 욕망을 부추긴다. 처음에는 재미있는 가사와 흥겨운 리듬을 따라 하지만, 점차 자신의 영혼은 안녕한지 돌아보게 된다. 영혼이 없어 보이는 표정에서 ‘내 영혼은 소중히 지킨다’는 무언의 다짐을 읽어 내기도 한다. 23세의 소울리스좌가 젊은 직장인들에게 일종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김한나 씨는 현재 같은 직장의 홍보팀으로 자리를 옮겨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동안 ‘소울리스좌 열풍’은 계속될 듯하다. 어쩌면 2030세대의 인식은 이미 변화하고 있었고, 소울리스좌 현상은 때마침 나타난 것일 수도 있다. ‘소울리스’가 ‘번아웃’의 대안으로 우리 사회에 자리잡을 수 있을까. 청년 세대의 영혼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2022-06-15

문화가 살아야 지역이 산다

장규열 한동대 교수 포항은 어떤 도시일까.포스코가 등장하여 국가산업화의 중심지역이었다.반세기가 지난 오늘, 지역이 포스코만으로 버틸 수가 없다. 상상과 창의를 발휘하여 새로운 포항을 만들어야 한다.디지털이 초래한 초연결사회(Superconnected Society)를 맞아 국내뿐 아니라 세계와도 함께 호흡하는 지역이 되어야 한다. 최근 보이는 포항의 변화를 반기면서도, 보다 역동적인 탈바꿈을 이끌어 세상이 주목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지역의 자연조건과 문화토양은 더할 나위없이 탁월하다. 천혜의 바다와 수평선은 낭만과 향수를 부르기에 충분하고 풍성한 문화적 자산은 오늘의 콘텐츠로 다시 태어나기를 기다린다. 문화와 관광에 차별화와 탁월함을 보태면 포항은 세계 굴지의 중심도시로 도약하기에 손색이 없다.첫째, 전통문화에 기반을 둔 콘텐츠가 좋은 내용을 담고 있어도 ‘다음세대’와 ‘글로벌관객’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지역이 초연결사회에 적극적으로 응답하는 콘텐츠적 솔루션을 찾아야 한다. 전통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이 소중한 만큼, 오늘 관객들이 환호하려면 새롭게 각색하고 연출하여 다양한 플랫폼으로 승화시켜야 한다. 우리가 가진 문화원형이 가장 뿌리깊은 가능성을 가졌음은 분명하다. 문화원형을 내일의 콘텐츠로 재탄생시켜야 할 책임이 오늘 우리에게 있다. 포항과 지역이 가진 문화적 토양은 그럴 가능성으로 가득하다. 우리의 옛것을 미래자산으로 변화시킬 상상력이 필요하다.둘째, 문화도 개발해야 한다. 전통문화만 문화일까. 오늘 이 자리에서도 문화는 숨쉬듯 움직이며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난다. 완전한 새것을 기대하기 보다 이미 있었던 것들을 새롭게 해석하고 신박하게 연결하여 이전에는 없었던 신선한 무엇을 탄생시켜야 한다. 아이폰이 그랬고 BTS가 보여주고 있다. 모방과 추격의 전성기는 막을 내렸다. 창의와 상상력으로 ‘다음문화’의 문을 열어야 한다. 신선한 충격은 문화와 트렌드가 불러와야 한다. 청년들이 지역에서 미래를 찾도록 유도하려면 그들의 싱싱한 생각과 느낌에 공감하고 격려해 주어야 한다. 문화도 적극적으로 개발해야 한다.셋째, 글로벌환경에 주목해야 한다. 나라 안 경쟁의 틀을 넘어야 한다. 세계적 트렌드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읽어야 한다. 세상의 시선을 의식하면서 우리 문화의 디테일을 다듬어야 한다. 세계적 콘텐츠를 겨냥하는 포항의 문화를 탄생시켜야 한다. 세상의 벽은 의외로 낮았다. 한국문화는 이미 세계적 수준에 올라서 있다. 지역의 콘텐츠가 글로벌 맥락에 통하지 말라는 법이 있는가. 국내 다른 도시들과 협력과 협업도 진행하면서 적극적인 문화적 세계화에 시동을 걸어야 한다. 도시와 지역들 뿐 아니라 세계시장의 브랜드들과도 연계와 협력의 가능성을 열어가야 한다.‘다음포항’의 열쇠는 ‘포항문화’가 열어갔으면 한다. 포항이 만들어 보여주는 문화콘텐츠가 도시브랜딩의 새 길을 제시했으면 한다. 상상과 창의로 승부해야 한다. 문화가 살아야 지역이 살고,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06-15

화물연대 파업 타결… 이젠 경제회복에 총력을

뮬류난으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걸쳐 큰 피해를 냈던 화물연대 총파업이 14일 밤 철회됐다. 국토부와 화물연대는 실무대화를 열고 핵심 쟁점이던 안전운임제의 연장 추진에 합의하는 한편 안전운임제 적용종목 대상확대도 논의를 이어가기로 했다. 또 경유값이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화물차 운전자에 대해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정부 추정 약 1조6천억원의 피해를 낸 화물연대 파업이 가까스로 타결점을 찾아 그 피해가 더이상 확산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생산중단 위기에 몰렸던 포항철강공단 및 구미공단 업체 등도 이제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안전운임제 연장의 또다른 주체인 화주단체가 빠지면서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 또 국회의 동의 과정과 수출입 컨테이너와 시멘트 운송차량에만 적용하던 안전운임제를 어디까지 확대할지 향후 논의도 또다른 불씨가 될 수 있다.국내적으로 엄청난 피해를 낸 화물연대 파업에 대비해 정부가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이나 화물연대가 국내경제를 볼모로 삼은 것 등은 자성할 대목이다. 또 우리경제의 물류 취약성이 노출된 점도 반성할 대목이라 하겠다.지금 우리경제는 경고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의 3고 현상에 저성장이 겹치는 복합위기를 맞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겸 기획재정부장관은 “복합위기가 시작됐고 이 싸움은 1∼2개월안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 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경제위기 상황과 관련 “물가 안정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을 다하려 한다”고 말했다.미국발 인플레이션으로 금리인상 압박이 이어지고 국내 코스피 시장은 1년 7개월만에 2천500선이 붕괴됐다. 코로나19 사태에도 흑자 기조를 이어가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서는 등 경제위기가 마치 쓰나미처럼 밀려오고 있는 것이다.지금은 국가나 기업 등 모든 경제 주체가 고통을 감수하고 분투할 때다. 어느 누구의 이익이 앞설 수 없는 엄중한 시기다. 화물연대 파업 철회를 계기로 위기의 국가경제 회복에 모두가 혼연일체 나서야 한다. 특히 새 정부의 각오와 역량 발휘가 매우 중요하다.

2022-06-15

택시합승제

15일부터 택시합승제가 시행돼 40년 만에 택시 합승이 가능하게 됐다. 국토교통부는 플랫폼택시 합승 허용기준을 마련하는 ‘택시운송사업의 발전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이 이날부터 시행된다고 발표했다.현재 서울에서는 지난 2019년부터 규제샌드박스 제도를 활용해 코나투스가 심야시간대에 ‘반반택시’를 운영하고 있어 앞으로 ‘반반택시’는 정식 서비스가 가능하게 됐다. 우선 합승 중개는 승객 모두가 플랫폼을 통해 신청한 경우에 한해서만 이뤄질 수 있다.신청한 승객의 본인 확인을 거친 후 합승을 중개해야 한다. 즉 길거리에서 임의로 합승 승객을 태울 수 없다는 의미다. 또 합승하는 모든 승객이 합승 상대방의 탑승 시점과 위치를 알 수 있도록 해야 하며, 앉을 수 있는 좌석 정보도 탑승 전에 승객에게 알려야 한다.동성(同性) 간의 합승도 시행된다. 경형·소형·중형택시 차량을 통한 합승은 같은 성별끼리만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단 대형택시의 경우 성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차량 안에서 위험 상황 발생 시 경찰 또는 고객센터에 긴급신고 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춰야 하며, 신고방법을 탑승 전에 승객에게 알려야 한다.만일 기존의 플랫폼가맹 또는 플랫폼중개사업자가 합승 서비스를 운영하려는 경우에는 승객 안전·보호 기준을 갖춰 관할 관청에 사업계획변경을 신청해야 한다. 플랫폼가맹 사업자의 경우 합승 서비스를 1개 시·도에서만 하려는 경우에는 해당 시·도, 2개 이상 시·도인 경우에는 국토교통부에 신청하면 된다.단 플랫폼중개사업자는 합승 서비스 운영지역과 상관없이 국토교통부에 신청해야 한다. 플랫폼 택시 서비스에 합승이 허용되면 심야택시 승차난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가 기대된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15

APEC 정상회의 장소 경주만한 곳이 없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오는 2025년 예정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를 위해 총력을 쏟고 있어 성과가 기대된다. 조만간 문화·체육·산업 등 분야별 위원을 선정해 ‘유치 위원회’를 발족하고 300만 도민 서명운동을 시작으로 민간부문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APEC는 한국과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세계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매년 11월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태평양의 비전과 실현 방안을 논의하는 회의체다. 부산시가 2005년 13차 회의를 개최했다. 현재 경주를 비롯해 제주, 부산, 인천이 유치경쟁에 나섰다. 유치위 신설때는 부산시가 ‘2030세계박람회’를 유치하기 위해 민간위원회를 조직한 것을 벤치마킹하길 바란다. 부산시는 민간위원회 위원장을 최태원 SK그룹 회장(대한상의회장)으로 임명했으며, SK그룹은 그룹내 최고의사협의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 산하에 세계박람회 유치지원 TF(태스크포스)를 신설했다. TF 총괄은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TF 산하 5개 팀의 팀장은 부회장들이 맡았다. 경북도와 경주시도 부산시 세계박람회 민간유치위 같은 조직을 구성할 여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국제회의는 대부분 대도시 중심으로 열렸다. 경북도가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회의 개최 건수를 분석해 봤더니, 서울 122건, 제주 40건, 부산 35건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주요 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균형발전 취지에 비추어 봐도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유치 신청 도시 가운데 유일한 기초자치단체인 경주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타당하다. 역사문화의 보고(寶庫)인 경주는 APEC 정상들이 한국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최적의 도시다. 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이라고 불릴 정도로 고대의 역사가 집적돼 있는데다, 한국 근대화의 산실인 포항, 구미, 울산 등과도 연계해서 회의를 열 수 있다. APEC 정상회의 유치는 경주의 가치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니만큼, 경북도와 경주시는 경쟁도시들과는 차별화된 전략을 수립해 목표를 반드시 실현시키기를 기대한다.

2022-06-15

송해 할아버지 안녕히 가세요

송해 할아버지 이제 편히 쉬세요. 덕분에 행복했어요. /연합뉴스 송해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선생님이나 어르신 등 여러 호칭이 있지만 이 글에서는 할아버지라고 부르고 싶다.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 누구에게 “할아버지!” 부른 일이 없었다. 슬픔과 애틋함, 그리고 사랑을 담아, 할아버지! 참 오랜만에 불러본다. 송해 할아버지… 할아버지!실시간 인기 검색어에 송해 할아버지가 오르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혹시 무슨 일이 생겼을까 봐. 주무시는 할아버지의 코에 손을 갖다대보는 어린 손자처럼, 조마조마했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온 국민이 다 그랬다.여섯 해 전 죽도시장 ‘울릉도 돼지집’에서 머릿고기에 탁주 마시는데, 주인 할머니가 울상이었다.송해 할배 돌아가셨대서 시장 사람들 다 종일 일이 손에 안 잡힌다고. “헛소문이래요. 멀쩡하시대요” 말씀드리자 옆집 아주머니에게 “만우절도 아닌데 왜 거짓말해! 악썽루머 싸이버 수사대에 의뢰한단다!” 역정을 냈다.그 모습이 재밌어 큭큭 웃었다. “건강하단다! 어이고 오래 살겠다!”라던 돼지집 할머니 예언대로라면 백 살은 넘기셨어야 하건만, 너무 일찍 가셨다. 코로나로 야외 공개방송이 중단되면서 에너지를 잃어버리신 게 아닌가 싶다. 계속 팔도를 돌아다니며 무대에 올랐다면 10년은 더 사셨을 것이다.장수의 아이콘이셨다. 제임스 딘, 엘비스 프레슬리, 체 게바라, 레이 찰스보다 형님이고, 그레이스 켈리에게는 오빠이자 마릴린 먼로에게는 한 해 아래 동생이셨다. 백 년 가까운 세월을 살았으니 천수를 누리셨다. 말년에 무의미한 연명치료 받으며 고생하다 가신 것도 아니니 어찌 보면 호상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황망하고 먹먹한 것은, 그분은 정말 천 년 만 년 사실 줄 알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우리 곁에 계실 줄로만 알았다.어린 시절, 일요일 정오가 되면 늘 “전구우욱~! 노래자랑!” 외치는 소리와 함께 “딴따단 딴따단딴” 흥겨운 오프닝 음악이 집안을 가득 채웠다. 아버지와 함께 목욕탕에 가도 “전구우욱~!”, 엄마랑 동네 국수집에 잔치국수 먹으러 가도 “노래자랑!”, 친구네 집에 놀러가도 “딴따단 딴따단딴”, 쌀집에 떡 찾으러 심부름 가도 “딩동댕동” 어느 곳에서나 ‘노래자랑’이었다. 괜히 ‘전국’이라는 총체성의 명사가 붙은 게 아니다. 앞집, 옆집, 뒷집, 너 나 아무개 할 것 없이 누구나 틀어놓는 프로그램, 안 봐도 틀어놓는 프로그램이 ‘전국 노래자랑’이었고, ‘일요일의 남자’ 송해 할아버지의 익살맞고 다정한 음성은 공기처럼, 물처럼 늘 있는 것이었다.온몸에 꿀벌을 두르고 무대에 오른 양봉업자 아저씨 때문에 벌에 쏘이기도 하고, 짜디짠 어리굴젓을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어주는 아주머니 손길을 거절 못해 우물우물 잡수기도 하고, 김인협 악단장(2012년 별세)에게 용돈을 갈취(?)해 어린아이들 나눠주기도 하고, 때로는 꼬마아이와, 때로는 백 세 어르신과 함께 덩실덩실 춤추기도 하셨다.‘전국 노래자랑’에는 각 지역의 고유한 특색이 늘 살아 숨 쉬고, 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따뜻한 온정이 있고, 서민의 웃음과 눈물, 삶의 애환과 고락이 흥건했다. 전국 노래자랑이 방영되는 일요일 점심이면 온 나라가 다 시장터고, 약수터고, 광장이고, 가설무대였다. 이병철 문학평론가이자 시인. 낚시와 야구 등 활동적인 스포츠도 좋아하며,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요양병원에 오래 누워 계셔서 이제는 보지도, 거의 듣지도 못하는 나의 할머니께서 ‘테레비’에 나오는 사람 중 가장 좋아하는 분이 송해 할아버지셨다.문맹인데다 눈과 귀가 어두운 할머니는 당신이 아는 기초적이고 직관적인 언어를 조합해 의미를 만들곤 하셨는데, 매주 일요일 정오가 되면 전국 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 이름 대신 늘 ‘산에서 노래하는 거’ 틀어달라고 내게 부탁하시곤 했다.“그 할아버지 웃겨 죽겠어”라며 박장대소하던 할머니와 함께 계란을 삶아 까먹던 그 일요일, 내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그 모든 일요일들에 언제나 송해 할아버지가 계셨다. 이제 요양병원 면회가 허용되지만, 할머니 귀에 보청기를 껴 드리고 “할머니!”하고 불러볼 수 있지만, 송해 할아버지 소식은 차마 전하지 못할 것 같다.모두의 할아버지에게 작별 인사를 드려야겠다. 송해 할아버지 편히 쉬세요. 덕분에 행복했어요. 이제는 하늘나라에서 “천구우욱~! 노래자랑!” 신나게 외쳐주세요. 이땅의 우리는 아무리 힘들고 괴로워도 할아버지를 기억하며 웃을게요.

2022-06-14

오늘도 나마스떼

요가에서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언스플래쉬 일상이 고되게 느껴질 땐 매트 위로 오른다. 유튜브 즐겨 찾기에 저장해둔 요가 영상을 틀면 잔잔하고도 낮은 선생님의 음성이 수련의 시작을 알린다.요가는 몸의 상하좌우를 균일하게 늘리는 스트레칭으로 시작한다. 어느 한쪽의 방향에 치우치지 않게 몸의 오른쪽을 늘리면 그 다음은 왼쪽을 늘린다. 일직선으로 서 있는 ‘타다이사’나 자세는 머리부터 시작해서 어깨, 골반, 무릎, 발끝까지 일자로 곧게 버티고 서 있는다. 어느 부위 하나 불룩 나오거나 들어가지 않게 힘을 주어 반듯함을 유지한다.소 자세인 ‘비틸라아사나’와 고양이 자세인 ‘마리쟈아사나’, 테이블 자세 등 순서에 맞춰 자세를 취한다. 상체를 길게 늘어뜨려 근육에 자극을 주거나 느슨하게 푸는 이완을 반복하며 몸의 신경이 구석구석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정강이와 종아리 순으로 자극을 옮기고, 오른쪽 손바닥에만 무게를 집중하는 등 의도한 대로 힘을 분산시켜 내 몸에 크고 작은 부위가 자리하고 있음을 느껴본다. 신경이 세밀하게 자리하고 있음이 느껴질 때면 살아있다는 감각이 생생히 전해져서 만족스럽다.요가는 겉으로 매우 정적인 듯 보이면서도 굉장히 동적이다. ‘8개의 가지’란 뜻을 지닌 ‘아쉬탕가’는 60가지 이상의 시퀀스를 쉬지 않고 빠르게 이어서 동작한다. 아직 수련이 부족한 난 뻣뻣한 몸으로 겨우 몇 가지 동작만 해내고, 이마저도 얼마 지나지 않아 흠뻑 땀으로 젖어 기진맥진해버릴 정도다.주로 즐겨하는 ‘빈야사’는 산스크리트어로 연결하다란 뜻을 가졌다. 다양한 동작을 자유로운 흐름으로 이어가는데 개인적으로 아쉬탕가보다 조금 수월하게 느껴진다. 흐름에 맞추어 동작을 행하다 보면 꼭 안무를 추는 것 같기도 하다. 반복적이지만 리듬이 있고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있듯 순서에 따라 동작에 깊이감이 존재한다.이외에도 정말 많은 요가 종류가 있지만, 유튜브 영상 속 선생님께선 수련을 할 땐 늘 새로운 경험을 마주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매번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지루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데, 그럴 때 일수록 움직임 하나하나를 각기 다르게 바라보고 느끼도록 연습해야 한다고 하셨다.하나의 자세를 새롭게 바라보고 임하는 것. 사실 요즘 나의 근황은 썩 좋지 못했다. 비슷한 나날과 비슷한 감정으로 존재하는 동안 나 스스로를 방치하다시피 살아갔지만, 사실 그 누구보다 절실히 새로운 삶의 의미를 찾고 싶어 힘을 응축시킨 채 웅크려 있었다. 그러던 와중 익숙한 것에서의 낯섦을 찾으며 매번 새로움을 경험하고 수련해야 한다는 영상 속 요가 선생님의 말씀에 얼마나 크게 안도했는지 모른다. 본격적으로 요가를 배우고 싶어 최근 집 근처에 위치한 학원에 등록했다. 총 16명이 모이는 오전반으로 아침부터 부지런히 사람들이 모여든다. 매트를 깔고 일정한 거리에서 각자의 수련을 진행하는 동안 학원 원장님은 옆 사람과 본인의 자세를 비교하면 안 된다는 말을 자주 하신다. 자세를 따라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려운 동작 부분에선 무리하지 않고 가만히 숨을 고르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하셨다. 윤여진 2018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시 부문에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보다 미래가 기대되는 젊은 작가. 신기하게도 매번 매트 위로 오를 때마다 같은 동작임에도 수월히 해낼 때가 있고, 유독 어느 날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날씨도 온도와 습도가 다르게 바뀌듯, 사람의 감정과 체력도 마찬가지라서 해낼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이 매번 다를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새롭게 바라보며 늘 겸손하게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단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요가를 통해 배웠다.수업을 가는 오전 열시와 끝나고 집으로 향하는 열한시 반은 같은 길을 걸을지라도 많은 부분이 다르게 보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나 미세하게 다르게 변한 나무의 그림자, 바람의 세기까지 계속해서 변화하는 시공간의 흐름에 따라 새로움을 찾을 수 있도록 유연한 생각을 지녀보려 한다. 그것이 실패와 좌절뿐일지라도 말이다.정상에 오르지 않아도 산행을 만끽할 수 있고, 높이 오르지 않아도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음을 알려준 요가 선생님의 말씀을 되짚어보면서 요가의 끝은 합장으로 마무리 한다. 합장 자세는 평온함이자 자기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몸짓이라 한다. 손바닥을 맞대어 우뚝하고도 도저한 산을 흉내내며 오늘도 작게 말해본다. 나마스떼.

2022-06-14

정치가 부추기는 심각한 ‘보복사회’

심충택 논설위원 주로 마피아 영화의 단골메뉴인 보복범죄가 우리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으로 부상하고 있다. 사회구성원을 극도의 증오심으로 편 갈라온 진영·팬덤정치의 영향이 크다. 지난 9일 방화 용의자를 포함해 7명의 사망자를 낸 대구 범어동 변호사 사무실 방화사건도 이러한 병든 사회분위기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다.타지역에 거주했던 용의자 천 씨는 부동산 신탁 주식회사에 투자한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해 7년전인 지난 2015년부터 소송에 쫓기며 살았던 것으로 보인다.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월세를 얻은 집도 법원에 가까운 범어동 작은 아파트였다고 한다. 천씨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는 “재판결과(5억9천만원 추심금청구소송 패소)가 나오자 천씨는 침울한 표정만 지었고 아무말이 없었다. 해당 재판 외에도 많은 소송에서 패소하며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했다”고 했다. 안타까운 요소도 있지만, 소송결과에 앙심을 품고 저지른 ‘보복테러’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반인륜적 행위다.이번 참사(慘事)를 계기로 우리사회는 각 분야에 만연하고 있는 ‘보복행위’ 근절에 대해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특히 각급학교에서 발생하고 있는 학부모와 교사, 또는 학생과 교사간의 폭행행위는 심각한 실정이다. 몇 년 전 대구에서 학생체벌에 불만을 품은 학부모가 수업 중인 30대 여교사의 머리채를 붙잡고 벽에 머리를 내리치는 등 폭력을 휘두른 사건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여성 자영업자들이 불친절하다는 등의 단순한 이유로 범죄의 표적이 되는 가 하면, 도로위의 보복운전은 일상화되다시피 하고 있다. 최근 한 통계에 따르면, 자동차 운전자 2천명 가운데 ‘보복운전 경험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문재인 정부들어 심화된 진영싸움과 팬덤정치는 보복사회의 위기를 한층 더 고조시키고 있다. 특정 정치인에 무조건적 충성심을 가진 팬덤은 온라인 좌표 찍기, 게시판 댓글 도배, 특정인을 겨냥한 문자 폭탄 등을 도구로 사용하면서 사회를 극도로 오염시키고 있다.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후 살고 있는 경남 양산 평산마을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수시위단체들의 시위도 진영정치가 낳은 보복성 일탈행위로 볼 수 있다. 시위대는 엄청난 소음을 내는 방식으로 집회를 해 인근주민들까지 환청이나 식용부진, 불면증에 시달릴 만큼 고통이 크다고 한다.문 전 대통령은 ‘문빠’로 불리는 팬덤의 문자폭탄이 당 안팎의 건전한 비판 기능을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있었지만, 이를 ‘양념’이라며 묵인했었다.한국헌법학회장을 지낸 신평 변호사는 이와관련,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문 전 대통령 집 주위에서 떠드는 이들도 잘못이지만, 이 모든 일의 시초에는 문 전 대통령의 팬덤정치 편승과 방치, 조장이 있다”고 말했다.보수단체의 양산시위에 맞서 진보성향단체인 ‘서울의 소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파트에서 앞으로 규탄시위를 이어나갈 모양이다.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한 치의 양보 없는 진영싸움이 계속돼 우리사회의 병리현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2022-06-14

“지방근무가 싫다”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 속담에 “등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다. 곧고 잘자란 나무는 쉽게 목수 눈에 띄어 통째로 베어져 건물의 기둥으로 사용되는 데 반해 등굽은 나무는 쓸모가 없어 누구도 거덜떠보지 않아 고향산천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다. 잘난 자식은 출세를 위해 도시로 떠나고 못난 자식만이 고향에 남아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세태를 풍자한 표현이다.언제부턴가 “말은 나면 제주도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는 말이 생겨났다. 사람은 서울로 가야 제대로 된 출세를 할 수 있다. 서울은 사람과 돈과 권력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곳에서의 출세야 말로 진정한 출세라는 뜻이다.국토 면적의 12%에 불과한 수도권에 인구의 절반 이상이 몰려 살고 있다. 한 나라 수도에 인구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추세지만 우리처럼 인구 집중도가 지나치게 높은 곳은 세계적으로 드물다.1970년대만 해도 나라 인구의 28% 정도가 수도권에 살고 나머지 72%는 지방에 분산해 살았다. 그러나 도시화 과정을 거치면서 지난 50년 내내 지방의 인구는 수도권으로 몰려와 지금과 같은 언밸런스가 생겼다. 지금도 매년 수만명의 젊은이가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상경한다.수도권은 더이상 발디딜 틈이 없을만큼 복잡하다. 주거공간이 부족하고 교통 혼잡은 물론 비싼 물가로 생활하기도 버겁다.대한상의가 수도권 청년 구직자(24∼34세)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했더니 응답자의 73%가 “지방근무는 싫다”고 대답했다. 회사 선택의 기준도 연봉과 근무지역을 가장 중시했다. 청년들의 마음을 붙잡을 묘책이 나오지 않는 한 지방도시 소멸 문제는 요원한 숙제일 것 같다. 안타깝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14

무분별하게 운영되는 ‘30㎞ 속도 단속’

‘민식이 법(도로교통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나면서 차량 속도를 30㎞로 제한하는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이 무분별하게 설정돼 운전자들의 불만이 높다. 포항IC~연화재~시내를 잇는 포항시 용흥동 왕복 4차선 도로의 경우, 주변에 초등학교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30㎞ 속도제한 단속카메라가 설치돼 민원이 제기되고 있다. 이곳은 6천여세대가 거주하는 아파트 밀집지역인데다, 통행차량들이 단속 카메라를 의식해 급제동하는 바람에 교통체증과 사고위험이 상존하고 있다.이곳 외에도 포항시내에는 최근 ‘안전속도 5030정책’에 따라 100여대의 단속카메라가 도로 곳곳에 촘촘하게 신규 설치돼 운전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안전속도 5030’은 도심지역 간선도로는 시속 50km, 주택가 등 이면도로는 30km 이내로 통행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이며, 지난해 4월부터 전면 도입됐다. 5030정책에 대해서는 포항 용흥동의 경우처럼 운전자들은 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지만, 학부모들은 아이들 사고 위험이 줄어들었다며 반기고 있는 상태다.경찰청은 운전자들의 불만을 감안해 올 하반기부터 대구(북구 대현동 신암초등 인근 공고 네거리~대현로 방면 400m 도로)를 비롯한 전국 대도시 간선도로 내 스쿨존 8곳을 대상으로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제한속도를 40∼50km로 완화해 시범적으로 운영해볼 예정이다. 시범 운영 후 결과에 따라 시간대별로 스쿨존의 속도제한을 다르게 규정하는 ‘가변형 속도제한 시스템’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도 오는 9월까지 민식이법에 대한 입법영향평가를 실시할 계획이다.스쿨존은 사실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회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획일적으로 운영돼온 측면이 있다. 아이들의 안전을 최우선시하는 것은 맞지만, 원활한 교통흐름을 위해 5030정책을 시간·장소에 따라 가변적으로 시행해볼 필요도 있다. 교통선진국으로 불리는 해외에서도 가변형 속도제한을 하는 곳이 많다.

2022-06-14

물가高에 공공료 인상… 팍팍해진 서민 삶

물가가 고공행진이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가 5.4%로 올라 13년9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으나 물가 오름세는 멈출 줄 모른다.내달 가스요금이 오르고 10월에는 전기료도 오른다. 가스요금은 LNG 수입단가가 급등해 이미 가격을 올려야 했으나 물가 안정을 위해 인상을 억제해오다 이번에 인상을 결정했다. 지난 4월 인상된 전기요금도 10월에는 추가 인상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은 연료비 급등으로 인한 막대한 적자를 이유로 전기료 인상을 정부 측에 제출키로 했고 정부도 이를 수긍하는 분위기다.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l당 2천70원을 넘어섰다. 연일 치솟고있다. 서민이 많이 사용하는 경유는 l당 2천73.40원(13일 기준)으로 휘발유 가격을 앞질렀다. 유가는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도 않았다고 한다.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외식물가는 24년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물가가 전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국가통계포털에 의하면 39개 외식 품목 가격이 모두 지난해 12월보다 올랐다. 그중 치킨이 6.8%로 가장 크게 올랐고 자장면 6.3%, 떡볶이 6.0%, 칼국수 5.8%, 짬뽕 5.6%, 김밥 5.5% 순으로 올랐다. 주로 서민이 즐겨 찾는 음식이다.물가가 오르면서 식당을 경영하는 자영업주들도 걱정이 많다. 재료비가 올랐으니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 없고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줄어들까 걱정이다. 요즘 서민들은 오른 물가 때문에 “외식하기 겁난다”, “차몰기가 겁난다” 등 하나같이 아우성이다.물가가 오르면 서민의 삶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다. 월급은 그대로인데 생횔비가 다락같이 오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그저께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하락하니 선제적 조치를 강구해 서민의 어려움을 더는 방안을 찾아라” 당부했다.미국발 글로벌 인플레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 물가압박 요인에 외적 이유가 많이 물가 잡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물가를 잡아야 한다. 물가를 잡지 못하면 서민의 생활은 끝없이 추락할 수밖에 없다.

2022-06-14

선거 결과는 국민의힘 지지의 반영일까

이명균 창원대 명예교수 대선과 지방선거 모두 국민의힘이 승리하였다. 대선은 0.73%라는 미소한 차이였으나 지방선거는 압승이었다. 이를 두고 국민들이 민주당이 아닌 국민의힘을 지지했다고 해석하는 것 같다. 그러나 대선에서는 국민들이 윤석열 후보를 선택한 것이지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은 아니며,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한 것 역시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성향이 그대로 나타난 결과가 아니라고 본다. 대선에선 당시 여당과 여당후보가 싫은 많은 국민들로부터 떠밀려 대통령 후보가 되었던 야당 후보를 찍은 것이고, 지방선거에서는 소위 ‘검수완박법’ 처리와 일부 희한한 공천과 황당한 공약 등 야당의 자충수를 보며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심리로 여당에 압승의 결과를 안겨준 것이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 의미로 여당 후보를 많이 찍은 것은 아니라고 생각된다. 이유야 어떻든 국민의힘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함으로써 정부와 여당은 국정운영에 상당한 힘과 자신감을 얻게 되었으니 국민들의 기대에 꼭 부응해주기 바란다. 건전한 비판은 야당의 것이라도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되 비난이나 억지소리에 대해선, 명백한 왜곡이나 허위 내용이 있다면 사실 여부에 대해서만 솔직하고 분명하게 밝히고, 불필요하게 맞붙어 싸우는 일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응할 필요가 없는 사항들에 같이 응수하느라 힘이나 정신을 쏟지 말고 정부의 올바른 정책들의 수행에 대하여 국민들의 이해, 도움 또는 협조를 구할 사항들을 설명하고 설득하느라 열심인 모습들을 보여주면 좋겠다. 정책의 수립과 수행이 법과 원칙, 공정과 상식 위에서 이루어진다면 비록 당장은 힘들더라도 다수의 국민들은 잘 따르고 적극 협조할 것이다.새 대통령은, 외람된 말이지만 보수 성향의 국민들로부터는 은혜를 입었을지언정 정치권의 보수진영에 대해서는 도움을 받았기 보다는 오히려 정권을 되찾는 혜택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새 대통령의 정부는 당의 명분이나 진영의 이해관계에 얽매이지 말고 국민과 민생을 위한 정책수립과 수행에 매진할 것으로 믿는다. 국민들에게 지금 가장 필요하고 어려운 문제는 경제 살리기와 청년일자리 창출, 그리고 장단기의 저출산 대책일 것이다. 인구는 계속 줄어들고 돈을 벌어야 할 사람들이 돈벌 곳이 없는데, 돈 쓸 사람들을 기다리는 자영업자들은 더 늘어나는 상황이니 나라 사정이 이중 삼중으로 어려워지는 느낌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러한 문제들을 풀기 위해 목숨까지는 아니라도 혼신의 힘을 다하길 희망한다.오래전 우스개로 ‘정치인과 정자(精子)의 공통점은 그 수많은 개체들 중 인간될 것이 하나 있을까말까 한 것이고, 차이점은 정자는 인간되려고 난자를 향해 달리며 최대의 노력을 하는데 정치인은 인간되려는 노력조차도 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었다. 권력을 탐하면서 허울 좋은 행위나 열성으로 가장하여 자신만의 욕심을 은밀하게 달성하려는 기성의 교활한 정치인들과는 달리 경험은 없지만 정치 때가 묻지 않은 새 대통령이 이끄는 현 정부는 국민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간절히 기대해본다.

2022-06-14

깔끔하게 물러나자

조현태수필가 며칠 전, 아홉산 숲에 다녀왔다. 규모가 약 오십삼만 평방미터에 달한다고 하니 수목원을 방불케 한다. ‘아홉 봉우리’에서 이름 지어진 이 독특한 숲에는 적송, 편백나무, 삼나무, 서어나무, 맹종죽 등이 무리지어 있다. 개인명의(남평문씨)로 조성되고 가꾸어 왔는데 현재는 ‘아홉산 숲 사랑 시민 모임’을 통해 관리되고 있다.가장 인상적이고 대표되는 수종이 대나무였다. 대나무는 땅속줄기(뿌리 줄기)에 마디마다 뿌리와 싹을 갖추고 있다가 삼사 년이 지나면 싹이 자라나온다. 성장 속도는 점차 가속된다는데 땅 밖으로 나타날 무렵에는 하루에 몇 센티미터 정도이다가 최적의 성장환경이 되면 일 미터를 넘게 자라기도 한다. 예를 들어 죽순에 모자를 걸어놓고 이틀만 지나도 그것을 내릴 수 없는 높이로 올라가 있다고 한다. 대나무는 외떡잎식물로 관다발은 있으나 부름켜가 없어서 몇 년을 자라도 굵기와 높이는 성장하지 않고 단단히 굳어지기만 하기 때문에 나이테가 없다. 보통 나무들과는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다. 또 죽순은 약간의 독성이 있다는데 종족번식을 위한 자신의 방어기전일 수도 있겠다. 죽순과 껍질에는 니아신, 나트륨, 레티놀, 베타카로틴, 단백질, 각종 비타민과 식이섬유 등이 함유되어 있어 훌륭한 식재료 중의 하나다. ‘죽순껍질 차’도 있다는데 구입해 마셔보고 싶다.오늘은 대나무 예찬보다 죽순껍질을 말하려고 한다. 대나무가 두어 달 자라면 성장을 멈추고 껍질을 떨어뜨린다. 죽순에는 줄기 자체에 보다 껍질에 더 많은 생장호르몬이 들어 있다. 생장호르몬이란 세포를 분열시키고 분열 된 세포를 크게 자라도록 하는 물질이므로 죽순에서 껍질을 제거해 버리면 자라지 못하여 난쟁이 대나무가 된다. 또 죽순 겉을 싸고 있는 껍질은 연한 본체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인간에게 ‘부모’란 죽순의 껍질과 같아야 한다. 좋은 가르침과 영양분을 공급하고 자식이 다치거나 어긋나지 않도록 긴밀하게 소통해야 한다. 어릴 때일수록 밀착하여서 보호막 역할을 하다가 어느 시기가 되면 자식에게서 완전히 벗어나야 한다. 부모의 역할은 자식이 성장하여 독립할 때까지면 족하다. 그 시기는 이십대 초반쯤이 아닐까 한다. 어느 부모인들 자식 귀한 줄 모르겠냐만 소중할수록 스스로 터득하고 단단해지도록 그 길을 안내해 주어야 한다.다들 그렇게 알고 있는 듯하다. 과잉보호나 도를 넘는 간섭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사람도 자신의 자식만은 예외인 듯 놓아주지 못하는 전형적 내로남불 형식이다. 왜 그럴까 생각해본다. 부모의 시각에서 보면 모든 자식은 왠지 서툴러 보이고 힘겨워 보인다. 왜냐면 성장기를 거쳐 온 사람과 이제 성장기에 다다른 사람의 차이니까. 결론은 부모와 자식 간에 차이가 나야 당연하지 않은가. 그냥 지켜보지 못하는 애착심이 발동하면 자식이 부모의 궤도에 이르기까지 소요되는 시간과 노력이 희석된다.대나무 껍질이 떨어지지 않고 마디마디 달라붙어서 감싸고 있으면 이미 대나무 모습이 아니다. 매우 볼썽사납고 거추장스럽다. 깔끔하게 물러나자.

2022-06-14

한 여성이 ‘중세’시대에 신청한 결투의 시작

영화 ‘라스트 듀얼 : 최후의 결투’는 중세 유럽, 흑사병이 일어난 지 30년, 영국과 프랑스의 백년전쟁 중간지점 프랑스 북부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다. 백년전쟁은 중세시대 마지막에 걸친 전쟁으로 중세를 지배했던 모든 것들의 기준, 즉 신앙적 기준이 정점에 달했던 시기다. 신앙적 기준이 정점에 달했다는 것은 완성의 의미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더 깊어지거나 강해졌다기보다는 형식적인 표현의 완고함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국가의 개념에 있어서 동양의 그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기사임명식과 충성서약에 함유된 의미는 일종의 ‘계약관계’를 맺었다는 의식의 근엄한 형식이다. 중세유럽의 왕은 많은 귀족 중에 선출된 한 명으로 공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자이기도 했다. 각각의 귀족은 그들의 땅을 차지하고 그들의 이익이 침해될 때 함께 하겠다는 이익을 내포한 ‘계약’이었다. 중세유럽의 충성서약이 이익을 기반으로 할 때, 동양의 충성은 ‘명분의 서약’이 강했다. 동서양이 모두 순혈주의를 중시하였지만 동양의 명분이 ‘우리’를 내세울 때 유럽의 오로지 ‘가문’의 명분, 나의 이익이 중심에 있었다. 서약은 이익의 향방에 따라 번복되었고, 국가라는 대의적 명분보다는 나의 이익이라는 명분 속에서 강하게 작용했다. 중세 유럽의 전쟁 양상은 혈통과 땅의 소유주들간의 전쟁이었다. 동맹은 명분보다는 이익에 민감했고, 국가와 백성보다는 나의 영토, 나의 이익에 따라 대상을 바꾸었다. 이것이 중세에 있어서 동양보다 유럽의 전쟁 양상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이유이기도 하다.동양이 절대왕권이었던데 반해 유럽은 상하관계이기는 하지만 절대적인 권력으로 지배할 수 없는 계약관계일 뿐이었다. 왕이 모든 것을 판단하고 해결하는 최고의 권력이었던 동양에 반해 유럽에서의 왕은 해결사이기보다는 중재자의 위치에 놓인 것이다. 일원화된 권력으로 최종 판단자로서의 위치에 있었던 왕과 중재자로써 종교재판과 세속재판이라는 이원화된 재판이 존재했던 것이 중세 유럽이었다.교회의 법으로 판결을 내렸던 종교재판과 왕의 권력으로 판결을 내렸던 세속재판에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것은 다시 신의 이름으로 운명에 의한 재판을 진행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영화의 핵심사건인 ‘신명재판(결투재판)’이다.재판의 결과에도 억울함을 해결하지 못했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호소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던 것이 중세유럽의 결투재판이었다. 이해가 충돌하는 당사자들이 정의로운 신에게 심판을 맡기자는 의미로 목숨을 건 결투를 통해 ‘신은 공정하다’는 믿음이 낳은 수단이었다.이 시대에 여자는 하나의 온전한 인격체이기 이전에 재산의 일부였다. 당연히 결혼은 정치적이며 경제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지는 계약관계의 일종이었다. 영화 속에서 카루주의 부인이 자크에게 강간을 당했을 때 죄명은 ‘재산권 침해’였다. 종교재판과 세속재판에서도 사실을 밝히지 못하자 카루주는 가문과 자신의 명예를 위해 결투재판을 신청한다. 명분에 여성의 의견과 존재는 무시되고, 그 운명마저 비이성적인 결투에 맡겨진다. 영화는 같은 이야기를 3부로 나눠서 반복한다. 각자의 관점에서 그들이 기억하고 말하고 싶은 것들을 중심으로 하나의 사건을 다르게 서술하고 있다. 카루주와 자크의 관점에 카루주의 부인 마르그리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반복된다. 이는 구로자와 아키라 감독의 영화 ‘라쇼몽’의 형식을 따른다.차이는 끝까지 진실의 모호성을 유지했던 ‘라쇼몽’에 반해 ‘라스트 듀얼’의 마지막 3부인 마르그르티의 시점이 시작되기 전 ‘진실(The Truth)’이라는 부제목으로 시작된다는 점이다.중세시대에서조차 그 잔인함과 비이성적인 제도로써 인식되었던 결투재판은 ‘마지막 결투’를 끝으로 더이상 시행되지 않았다. 네델란드의 미술사가 요한 하위징아는 ‘중세의 가을’에서 “중세 후기의 잔인한 사법 처리가 우리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그 변태적인 메스꺼움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법 집행으로부터 중세인들이 느꼈던 둔감하면서도 동물같은 만족감, 시골 장터 같은 떠들썩한 여흥이 우리에게 충격을 준다”라고 했다.리들리 스콧 감독은 ‘하나의 여흥과 구경거리’로 전락할 수 있었던 역사적 사실 속에서 자신의 영화는 남자들의 명예를 건 결투가 아니라 중세시대라는 세상과 여주인공인 마르그리트의 대결이라는 시대적 결투의 시작이라는 분명한 화두를 던지고 있다. /(주)Engine42 대표 김규형

2022-06-13

올림퍼스의 노예들 <Ⅴ>

/삽화 이건욱 -그래. 이 녀석이 말귀를 못 알아먹는 것 같아. 귀에 대고 소리를 높여야 겨우 움직인다니까. 신제품이라면서 귀는 내 귀하고 비슷해. 들리는 대도 못 들은 척하는 건지. 사람 자식처럼 말이야.가끔 있는 경우였다. 말의 패턴과 음성의 높낮이 등을 인식하고 구별하는 센서나 프로그램의 문제일 가능성이 높았다. 생산 공장에서 처음 설정해놓은 조건을 사용자에 맞게 바꾸지 않아 발생한 일일 수도 있었다. 설정이나 반응조건만 살짝 손을 대면 되겠지만 노마는 먼저 구조적인 이유가 있는지 살펴야 했다.-조금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다른 일, 하실 일 있으시면 일 보십시오.-그래도 집안에 누가 들어와 있는데 신경을 안 쓸 수가 있나. 나는 저 뒤 소파에 앉아 있을 테니 자네야말로 신경 쓰지 말고 일 보게.노마의 곁에 서 있던 노인은 거실 뒤 소파로 가 앉았다. 티브이를 켰다. 시사프로가 방영되고 있었다. 티브이의 음량이 높았다.-우리가 가진 것이라고 해야 건물 하나, 살고 있는 집 한 채 밖에 없는데 재산세를 올리는 것이 말이 돼?노인이 말했다. 노마는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네? 하고 대답을 했다. 곧 노인의 혼잣말임을 알았다.-결국 우리 같은 노인네들 돈 뺏어 가는 것밖에 더 돼? 우리가 젊어서 낸 세금이 얼만데. 차라리 소득세를 조금 더 올려야지. 그게 맞지.세금 관련된 주제의 방송이었다.-기사 양반은 어떻게 생각해?노인이 물었다. 노마는 대답을 하지도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 로봇을 수리하느라 듣지 못한 척 로봇을 살폈다. 로봇은 구조적으로는 이상 없었다. 이상 없습니다, 당장 말하고 일어서도 되는 일이었지만 노마는 서두르지 않았다. 일찍 마친다고 일찍 퇴근하는 것은 아니다.-다음 선거에서는 무조건 노인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겠다는 당을 찍어야 해. 기사 양반도 언젠가는 늙을 것 아니야. 그때를 생각하면서 지금 잘 판단해야지. 길게 보고 표를 줘야 해. 노인들 표에다가 기사 양반 같은 젊은 표까지 합치면 안 될 일이 없지. 그렇지 않아? 하긴 젊은 사람들 표까지 필요하겠어? 노인들 표만 제대로 모여도 충분하지. 아무렴.노마가 자신의 이야기를 듣든 말든 노인은 상관하지 않고 이야기했다. 노마도 노인이 말을 하든 말든 자신의 일을 했다. 노마가 반응을 보이지 않자 노인도 흥이 나지 않는 듯했다. 한동안 티브이의 패널들 목소리만 울렸다. 가만히 있던 노인이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전화기를 찾아 어딘가에 전화를 걸었다. 노마는 노인의 통화가 끝나면 로봇의 현재 상황을 설명하고 방문 관리를 마칠 참이었다.이번 달까지 벌써 세 달째야. 곧 다음 달로 넘어가. 그러면 네 달째고. 이러면 안 되지. 월세를 많이 받는 것도 아니고, 오 년째 그대로인데. 날짜라도 지켜줘야지. 내가 참다 참다 전화하는 거야. 그래그래, 알아. 어렵지. 다 어렵지. 어렵지만 지킬 것은 지켜야지. 젊은 사람이 일 처리를 이렇게 하면 안 돼.노인의 전화가 끝나고 노마는 노인에게 상황을 설명했다. 구조적으로는 이상 없다는 이야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로봇이 노인의 말투와 음성의 크기, 발음의 특성 등을 학습해서 명령을 정확하게 수행하게 된다는 이야기, 그 시간을 기다릴 수 있으면 그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는 설명을 했다. 혹시 기다릴 여유가 없다면 지금 이 자리에서 노인에게 맞게 약간 수정해 드릴 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무슨 말이야? 조금 쉽게 설명을 해 봐.-한 달 정도 이 로봇과 꾸준히 대화를 하시면 로봇이 저절로 어르신 말을 알아듣게 됩니다.-그러면 내가 이 녀석을 가르치는 거잖아. 로봇 회사는 아무것도 안 하는 거네.-잘 배우는 로봇을 만들어 드린 거지요.노마는 신발을 신은 뒤 노인에게 인사를 했다. 노인이 노마에게 물었다.-내가 다음 주부터 한 달간 제주도에 가 있을 건데 저 로봇 그냥 두어도 되는 거지? 지난번 로봇은 그냥 두어도 알아서 잘하던데. 이번 것도 그렇겠지?노마는 차에 올라탔다. 운전석에 앉아 시동을 걸려다 문득 아비가 했던 말들이 떠올랐다. 집에서, 바깥에서 대화의 소재가 떨어지면 아비가 습관처럼 꺼내는 이야기였다. 복지회관에서 만난 노인들과 공원이든 찻집이든 앉아 시간을 보내는 중에도 빠지지 않고 꺼내들었다.지금까지 이런 세상은 없었단 말이지. 다 같이 놀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열심히 일한 자 이제 쉬어도 된다는 거지. 그 녀석들 말대로 전 국민 기본 소득으로 했어 봐.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람이나 놀자 판이 되었을 거잖아. 젊었을 때는 열심히 일해야지. 그래야 노년을 즐길 자격이 생기는 거야. 예전보다 훨씬 좋아졌지. 젊어서 고생했다고 편안한 노후를 보장해준 때가 있었나? 고생한다고 돈이 벌어지나? 지금은 젊었을 때 돈을 벌어 놓지 못해도 누구나 편안한 노후를 보낼 수 있게 해주니 얼마나 좋아. 부모가 돈을 많이 벌어 놓지 않았다고 원망하는 그런 자식들 있지? 웃긴 짬뽕들이지. 요즘 같은 세상에 부모가 돈이 좀 있다 해서 그게 자기들 것이 될 것 같아. 내가, 자네가 언제 죽을 줄 알아서. 다 내 것이지./김강 소설가

2022-06-13

‘더 큰 포항’ 위해서는 민심통합 선행돼야

포항시가 지난 11일 시승격 73주년을 맞아 남구 종합운동장 잔디광장에서 시민 1만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포항시민의 날 기념식을 했다. 기념식은 제26회 포항단오절 민속축제와 병행해 개최됐다. 포항시민의 날은 1962년 6월 12일 포항항이 처음 개항했던 날을 기념해 지정됐다. 올해는 12일이 일요일이라 기념식을 앞당겨 열었다. 29개 읍·면·동 시민들이 모두 참여하는 행사로 진행된 이번 시민의날 기념식은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개최된데다, 민심이 사분오열된 6·1 지방선거 직후 열렸다는 점에서 다양한 의미가 있다. 포항시는 올들어 많은 홍역을 치렀다. 포스코그룹이 지난 1월 주총에서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본사 주소를 포항이 아니라 서울에 둔다고 발표하면서, 포항시민들과 정치권의 강한 반발을 샀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이강덕 포항시장이 국민의힘 공천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되는 사태가 발생해, 경북도 공천심사위 위원장을 맡았던 김정재 국회의원(포항 북구)과의 심각한 갈등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는 포항민심을 분열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포항시는 지금 현안이 산적해 있다. 우선 시와 포스코그룹이 지난 2월말 합의한대로 지주사 본사 주소를 내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하는 로드맵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시민 에너지를 결집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 주소 이전문제는 합의문이 작성된 후 지금까지 별다른 내용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동안 포스코가 포항시와 몇 차례 회의를 가졌지만, 이전계획이나 일정 등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텍 의과대학 설립과 영일만대교 건설 등도 ‘더 큰 포항’을 위해서는 하루빨리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 모두 어려운 숙제들이다. 포항시민들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이강덕 시장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다. 최초의 3선 민선시장으로서 포항을 한 단계 도약시키라는 시민들의 채찍이다. 시민의 날 행사에서 이 시장도 밝혔듯이, 포항이 ‘희망특별시’가 되려면 선거 과정에서 흩어졌던 민심을 한데 모으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

2022-06-13

장수마을의 9가지 생활습관

전 세계에서 가장 건강하게 오래 사는 사람들이 모인 장수마을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갈까.인구 통계학적 연구를 통해 장수의 비결을 밝히고 건강 장수를 추구하는 ‘블루 존’프로젝트 창시자 댄 뷰트너에 따르면 장수하는 사람들은 9가지 특정 생활 습관이 있다. 자연스럽게 움직이기, 목적의식, 단순한 생활, 80%만 먹기, 채식, 하루 와인 한 두잔, 신앙심, 가족 우선, 올바른 관계 맺기 등이다. 특히 블루 존에서 공개한 전 세계 장수마을 가운데 이탈리아 반도 서쪽 바다에 위치한 사르데냐는 면적 2만4천89㎢로 약 164만명이 살고 있다. 2004년 블루 존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장수 비결 연구가 시작된 곳으로, 이 곳 사람들은 매우 활동적이고 낚시와 농사를 직접 지으며 살아간다. 현지에서 수확한 식재료로 건강한 음식을 만들어 먹는다.지역 사회 결속력도 중요하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웃고 떠들며 식사를 하는 풍경을 흔히 볼 수 있다. 사르데냐 사람들의 장수 비결은 ‘가족 우선주의’, ‘산책하기’, ‘노인 공경’, ‘하루 한두잔 레드 와인 마시기’, ‘친구와 함께 웃기’, ‘산양유 마시기’ 등이었다. 95~107세 장수 노인들을 대상으로 성격 검사를 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은 항상 유머 감각을 유지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특징을 보였다. 늘 웃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장수의 지름길이란 얘기다.끝으로 장수에 도움 되는 식사법은 △매일 25g 이상의 섬유질을 섭취하도록 하고 △간식은 호두나 피스타치오 같은 견과류로 하며, △오메가-3가 풍부한 생선을 일주일에 2~3차례 먹고, △저지방 요구르트(요거트)를 매일 먹는 것이다. 장수비결은 세계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대등소이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13

화물연대 파업 장기화하면 모두가 패자된다

화물연대 파업이 오늘로써 8일째다. 국내 철강, 자동차, 시멘트 등 산업계 전반에 물류기능이 마비되면서 산업 현장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쌓이기 시작했다.포스코 포항공장은 13일부터 냉연 및 선재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포스코 포항공장은 하루 2만t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출하하지 못한 제품이 13만t에 이르면서 더이상 제품을 쌓아둘 곳이 없자 일부 품목의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포스코 포항공장은 현재 제품을 보관할 창고가 부족해 일부제품은 도로나 공장주변에 쌓아두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지금의 사태가 장기화하면 제철소 고로마저 멈추는 상황이 올 것”이라 말하고 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매일 9천t의 제품을 출하하지만 이를 공급하지 못해 똑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철강제품이 제때 공급되지 않으면 국내 자동차, 조선, 기계, 건설 등 관련산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완성차 공장에서도 생산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시멘트업계도 시멘트를 임시 저장하는 사일로가 가득 차 공장가동 중단이 우려되고 있다. 부산항과 인천항에서는 화물 반입량이 평소 10∼30% 수준까지 떨어졌다.상황이 이러한 돼도 정부와 화물연대 간의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고,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이해당사자 간의 의견이 다르다며 맞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지금 상태라면 타협점 찾기가 여간 쉽지 않아 보인다. 현재 우리경제는 글로벌 공급망 위기와 원자재가격 상승, 물류비 인상 등 3중고를 겪는 위중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단 운송거부가 장기화되면 우리 경제가 받는 타격은 심각할 수밖에 없다. 경제계는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조기에 차단키 위해 상황에 따라 업무개시 명령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들의 주장을 떠나 협상의 중재자인 정부의 적극적 협상 노력이 먼저 있어야 한다. 노조도 국민경제의 위중함을 인식, 상생의 정신으로 문제 접근에 나서야 한다. 사태를 질질 끌면 노사는 물론 국가경제가 곤경에 처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2022-06-13

‘극단’의 시대, ‘균형’의 가치

변창구 대구가톨릭대 교수·국제정치학 나라가 거꾸로 가고 있다. 디지털혁명의 시대정신은 균형과 통합인데, 우리사회는 오히려 극단과 분열이 심화되고 있다. 좌우의 극단주의자들이 주도하는 팬덤(fandom)정치 때문에 중도의 합리주의자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흑백의 극단론자들이 판치는 나라에서 회색은 기회주의자로 매도되고 있을 뿐이다.누가 천사이고 누가 악마인가? 붉은색과 푸른색의 안경을 쓴 두 사람이 자신이 본 세상의 색깔이 옳다고 싸우고 있다. 서로 다르게 정의(定義)한 선택적 정의(正義)는 객관성이 없다. 독선에 빠진 보수진영이 대선·지선·총선 등 3연패(連敗) 후에 비로소 혁신을 모색했던 것처럼, 진보진영 역시 대선에 이어서 지선에서도 참패했으니 이제 극단과 오만의 정치를 청산할지 두고 볼 일이다.인간은 신이 아니다. 생명과 능력의 유한성을 특징으로 하는 인간이 전지전능한 ‘신의 흉내’를 내서는 안 된다. 신격화된 인간이 지배하는 독제체제의 문제가 무엇인지는 너무나 자명하다.파스칼(B. Pascal)이 갈파했듯이 “인간은 천사도 아니고 야수도 아닌 중간적 존재”다. ‘인간의 본질이 회색’인데, 나는 백색이고 당신은 흑색이라고 서로를 비판, 공격하고 있으니 참으로 무지하고 오만하다. 확증편향과 선택적 정의, 내로남불과 흑백논리가 지배하는 ‘야만의 시대’는 이성적 시민들이 살아가기 힘든 세상이다.이 극단의 시대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모순이 공존하는 현실을 인정하고 ‘균형의 가치’를 수용하는 것이다. 유교에서의 ‘중용(中庸)’, 불교에서의 ‘중도(中道)’,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에서 말하는 ‘중용’이 모두 균형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중용이란 “지나치거나 모자람이 없으며,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고, 불교의 근본입장인 중도는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바른 도리”를 말한다. 이처럼 동서양에 관계없이 모든 성인들은 하나같이 삶의 중심과 균형의 중요성을 가르치고 있다.‘균형’이란 이성의 힘으로 충동과 감정을 억제함으로써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려는 의지의 결과물이다. ‘균형의 힘’을 역설하는 중용철학은 어느 한쪽을 개조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조화를 모색하는데 무게를 둔다. 중용에서 말하는 ‘중(中)’은 ‘단순한 가운데’가 아니라 ‘균형·중심·불편부당’을 의미한다.정치적 인간의 공동체에서 상이한 입장과 상충하는 이익을 조화시키기 위해서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균형점을 찾아갈 수밖에 없다.정의의 여신, ‘유스티티아(Justitia)’가 들고 있는 저울은 ‘공정성’과 ‘공평성’을 상징한다. 저울이 무게중심을 잃으면 균형을 유지할 수 없다. 기울어진 저울처럼 균형감각을 상실한 극단주의자는 사이비종교의 광신도(狂信徒)처럼 비이성적이고 반사회적이다.흑백·독선·아집의 언어들이 분열·대립·투쟁의 일상화로 이어져 지금 나라는 벼랑 끝에 서 있다. 이 야만적인 극단의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균형의 가치를 제대로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2022-06-13

나누고 베풀고 누리며…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초목이 두터워지며 여름날이 성큼 다가오고 있다. 꽃 피는 봄보다 녹음이 우거진 여름 초입이 더 경치가 좋다(綠陰芳草勝花時)는 걸 보이기라도 하듯이, 잎새는 생기발랄하게 짙어가며 한껏 푸르름을 드러내고 있다. 새들은 숲이나 하늘에서 맘껏 지저귀다가 날아오르고, 작물과 과수는 때맞춰 내리는 비에 싱싱하게 일렁이거나 도톰한 풋열매를 보듬으며 자양분을 채우고 있다. 땅과 하늘 사이에 생장의 기운이 가득하고 마음껏 즐기며 누리는 6월은 누리달이라고도 한다.거침없었던 코로나19의 기세가 서서히 꺾여가자 발목 잡던 제한과 규제도 적잖이 완화조치가 내려져 다행스럽기만 하다. 실로 얼마만에 누려보는 일상의 기쁨이던가. 실외 마스크 의무 착용이 해제되어 새싹들의 운동회가 3년만에 다시 열리고 대학에서는 젊음과 열정의 축제가 부활되는가 하면, 다양한 음악적 장르가 융합된 창작뮤지컬이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는 대면공연으로 열리는 등 지역의 문화와 축제, 체육 등의 행사가 크거나 작게 재개되는 추세다. 밝고 활기차게 문화생활을 즐기고 체육활동에 임하는 모습은 여유롭기만 하다. 당연히 누려야 하고 생각나는 대로 즐겨야 할 일인데도, 느닷없이 가로막히고 애써 참아야 했으니 오죽이나 갑갑하고 애가 탔을까? 이러한 문화, 야외활동 못지않게 지역사회의 어려움과 취약한 계층에 대한 배려와 관심으로 나눔과 베풂의 손길이 더해지고 있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이미 지난 봄부터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여 조금씩 계속적으로 이어왔지만, 6월 들어 봇물 터지듯이 활발하게 움직여지고 있으니 참으로 가상하고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다름아닌 포스코가 지역사회를 위해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는 상생협력과 봉사활동에 대한 얘기다.포스코는 오늘부터 6월 25일까지 12일간 ‘글로벌 모범시민위크’로 정하고, 포스코가 진출한 전 세계 53개국 포스코그룹의 기업시민 구성원인 임직원들이 동시다발로 봉사활동에 두루 참여하는 특별봉사주간을 운영한다. 2010년부터 실시해온 이와 같은 활동은 포스코가 50여년간 지역사회와 함께해 온 인연을 바탕으로 봉사와 나눔을 통해 상생과 화합의 장이 되도록 추진하는 것으로, 올해는 포스코의 발자취 재발견, 지역생태 보전, 지역사회 돌봄과 나눔 등의 테마로 진행된다. 포항의 경우 환호공원 스페이스워크 일대에 나무심기와 자매마을 시설물 보수, 해양 생태계 보전, 취약계층 나눔 등의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지역사회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친환경 포스코의 이미지가 제고될 전망이다.작은 것이라도 함께 나누고 베풀 때 아름답고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코로나로 인한 단절과 소외의 아쉬움이 커진 현실에 포스코의 이 같은 일련의 활동은 가뭄 끝의 단비 마냥 지역사회의 그늘지고 미진한 부분을 다소 촉촉하게 적셔줄 것이다. 마침 내일로 예정된 누리호 2차 발사의 성공적인 궤도진입을 바라는 것처럼 누리달에 펼치는 포스코의 나눔활동도 지속적인 추진동력으로 지역과 사회를 밝히고 돌보는 모범적인 궤도에 진입하여 일상에서 마음껏 봉사활동을 즐기고 누리길 기대해본다.

2022-06-13

가만히 보면 하늘도 순전히 내 편

오낙률 시인·국악인 저 지난주 말, 그러니까 6월 5일엔 그토록 기다리던 단비가 내렸다. 약 40 여일 만의 비 구경이어서 아직도 그 고마움이 여운으로 남는다. 비록 가뭄 해소에 충분하지는 않았지만 오랜 가뭄 끝에 내린 비라서, 우리 농민들에겐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치 엄청난 하늘의 선물이 아니었나 싶다.한창 가뭄이 심하던 무렵, 필자도 약 2천여 평의 밭에 고구마를 심었다. 햇볕이 너무 강하고 땅이 지나치게 건조한 탓에 비가 내리지 않는 상황이 며칠만 더 지속된다면 애써 심은 고구마 싹이 모조리 말라버릴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지만, 계절이 바쁜 탓에 헛수고의 위험을 무릅쓰고 진행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고구마심기 작업이 거의 끝나는 시점에 맞추어 이틀에 걸쳐 단비가 내렸으니 ‘가만히 보면 하늘도 순전히 내 편’이라는 오만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를 일이다. 자연의 측면에서 보면 뭇 생명의 삶이라는 것이 물의 순환로에 서서 쉼 없이 물의 순환 활동을 돕고 있는 행위 그 자체에 지나지 않는다. 수왕지절(水旺之節)이라는 여름철이면 며칠만 비가 내리지 않아도 극심한 가뭄에 허덕이게 되는데. 비가 내리지 않는 곳에서의 생명 활동이란 가뭄을 못 이겨 벌겋게 말라가는 길가의 산야초처럼, 최소한의 생명력조차도 위협받는 그런 불안한 삶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가끔 가뭄에 말라서 죽은 식물을 보며 그 죽음의 원인을 오해한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물이 없어서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물이 없는 곳에서는 그 생명이 필요치 않다는 뜻이다. 그것은 물이 없어서 죽음을 맞이하는 게 아니라 물이 없는 곳에서는 그 어떤 생명도 필요치 않다는 대자연의 절대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 땅에 처음 생명이 살기 시작한 후로 물을 찾아 군집을 이루며 사는 생명 무리는 다분히 그들의 자의가 아니라, 대자연의 힘 즉, 순전히 타의에 의해서 삶의 위치를 부여받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물이 흐른다./낮은 곶으로 무게를 내려놓으며/흐름을 추억하며 흐른다.//때로는 곤두박질치며 흘러야 하는/그런 숙명이 있어,/물망초 꽃잎에 쉬어가는 순간을/삶이라 했다.//미나리꽃 하얀/ 자작나무 응달을 지나/물봉선 군락이/ 연붉은 화원을 이루는 여울목에서/꽃으로 머물던 시절/먼저 자라를 털고 일어나 여정을 재촉하는 물이 있어/그것을 이별이라 했다.//이별이란/ 앞서가는 물의 순탄한 흐름을/손 모아 기도하는 일이다./이별이란/횡(橫)으로 흐르던 물이 비좁은 여울을 지날 때/종(縱)으로 흐르는 일이다.”-오낙률 시집 ‘봄은 안 오고 꽃만 피었네’중에서세상은 오직 물의 순환을 위한 공간일 뿐이다. 인간을 포함한 지상 모든 생명체는 물이 순환하는 물길에 해당한다. 지금 순간에도 내 몸을 통해서, 혹은 저기 산야의 푸르디푸른 나무들의 잎을 통해서 물은 끊임없이 순환의 여정에 드는 것이다. 다만 그 길을 따라 흐르는 물은 오직 티 없이 깨끗하고 맑은 물일 뿐, 아직 정제되지 못한 탁한 물은 지표의 하천을 타고 바다로 흐르거나 어느 시골 마을의 논바닥으로 흘러들어 몇 날의 햇볕을 받으며 정제의 과정에 드는 것이다.

2022-06-13

괴롭히는 시위는 폭력이다

김진국 고문 양산 평산마을이 시위대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딸 다혜 씨는 “증오와 쌍욕만을 배설하듯 외친다”라면서 “이게 과연 집회인가? 총구를 겨누고 쏴대지 않을 뿐 코너에 몰아서 입으로 총질해대는 것과 무슨 차이인가”라고 비난했다. 마을 주민들도 욕설과 소음으로 잠을 못 자고, 스트레스가 심하다고 한다. 문 전 대통령 측은 시위를 이어온 4명을 경찰에 고소했다. 그렇지만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허용 범위 안에서 집회를 진행해 경찰도 단속이 쉽지 않은 듯하다. 민주당 의원들은 정부가 소극적으로 대처한다고 비난하고, 평산마을에서 시위를 못 하도록 막는 집시법 개정안까지 국회에 제출했다.문 전 대통령은 퇴임하면 ‘잊혀진 삶’을 살겠다고 말했었다. “현실정치에 개입하지 않고 보통 시민으로 살겠다는 의미”라며 “통도사에 가고, 영남 알프스 등산을 하며, 텃밭을 가꾸고 개·고양이·닭을 키우며 살 것”이라고 했다. 평산마을 사저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시설들보다 규모가 작다. 그렇지만 생활 공간만 따지면 그리 다르지 않다. 봉하마을이 커진 건 부엉이바위와 묘소 등 추모 시설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 전 대통령에게 노 전 대통령이 이루지 못한 퇴임 생활에 성공해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런데 이런 구상이 처음부터 어긋나고 있다.대도시, 특히 서울에서는 수시로 시위대를 만난다. 청와대 앞쪽 광화문에서 용산에 이르는 거리는 상설시위 장소가 된 지 오래다. 국회와 대기업 본사 앞에도 플래카드와 확성기 소리를 항상 보고 들을 수 있다. 문 전 대통령 이전 퇴임한 대통령들도 시위대를 피하지 못했다. 주변 주민들의 피해도 심각하다. 문 전 대통령 덕분에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이다.민주화 과정에 우리 사회는 시위에 대해 매우 관대했다. 시위는 힘없는 사람이 호소하는 마지막 수단이고, 이것을 막는 것은 독재 정부나 하던 시민 탄압이라고 생각해왔다. 심지어 화염병 같은 위험한 장비를 사용한 과격한 시위마저 정당한 시위로 감쌌다. 민주화 이후에도 달라지지 않았다.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하면 시위대는 의인으로 보호되고, 경찰은 문책당하는 일을 반복해 왔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에는 법을 어기지 않고 자기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웠다. 요구사항을 사회에 널리 알리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시선을 집중시키려 과격한 수단을 쓰기도 했다.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집회와 시위는 법으로 보장되고, 시위가 아니라도 의견을 전달할 수단이 많아졌다. 소셜미디어는 넘쳐난다. 물론 대면 다중 집회로 힘을 얻을 수 있다. 자신들의 힘을 눈으로 보여주는 효과도 있다. 그렇다고 스피커 볼륨이 세력의 크기는 아니다. 법이 무너진 사회에서는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 법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고, 경찰이 불법을 수수방관하기 때문이다. 법으로 해결하는 것보다 집단의 힘으로 억지를 부려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면 법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조용한 다수가 피해를 본다.권위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경찰의 법 집행이 많이 위축됐다. 정당한 법 집행도 과잉 진압 시비를 피하지 못했다. 모르는 척 불법을 눈감아주는 게 습관이 됐다. 적극적으로 나서다 징계받은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집회는 자기 의견을 밝히는 표현의 수단이 아니라, 상대를 괴롭혀 자기 요구를 관철하는 수단으로 변질해왔다.그동안 각종 시위를 무조건 감싸왔던 민주당이 시위를 제한하는 집시법 개정안을 세 건이나 국회에 제출했다. 윤영찬 의원은 1인 방송이 원색적 욕설 방송으로 수익을 올리는 ‘1인 시위’도 금지하는 법안을 내놨다.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을 골프장까지 쫓아가 카메라를 들이댄 방송도 있었다. 문재인 정부에서 적폐 청산 과정에서도 비슷한 방송을 많이 봤다.표현의 자유가 남을 괴롭히는 자유는 아니다. 괴롭히는 시위는 폭력이다. 이 기회에 집시법을 보완 손질할 필요가 있다. 법을 손질도 하지 않고 ‘법대로’만 외칠 일도 아니다. 그렇지만 어느 한 사람을 위한 법 개정이어서는 안 된다.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해야 바로 보인다. /본사고문

2022-06-12

상주의 휴양과 힐링 명소

강영석 상주시장 상주시 은척면 남곡리 일원에 위치한 상주한방단지는 성주봉자연휴양림과 함께 등산, 한방사우나, 찜질 등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힐링-웰빙 시설로써, 국내 최고의 건강·휴양 명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상주 한방단지는 2010년도에 준공인가를 받아 한방산업단지 765,915㎡, 성주봉휴양림 200만㎡를 관리하고 있으며, 한방산업단지는 산업시설 382,129㎡, 지원시설 88,961㎡, 주거시설 37,640㎡, 공공시설 257,185㎡로 구성돼 있다.산업시설은 농업시설로 사용 가능한 약초재배지, 연구개발업 및 식료품·음료 제조업 시설로 사용 가능한 한방자원개발센터, 식료품·음료·의약품 제조업 시설로 사용할 수 있는 약초상품화처리장이 있다. 약초상품화처리장은 미분양 상태이며 부지 3천400평, 건물 1천100평으로 공장동과 관리동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전기·수도 및 공조시설, 화물용승강기 등의 시설이 구비돼 있다. 지원시설은 1·2종 근린생활시설, 숙박시설 등의 용도로 사용가능하며, 한방건강센터, 목재문화체험장, 농산물 직판장, 지천옻칠아트센터, 식당 등이 입주 중이고, 호텔, 수련원, 펜션 용도의 부지는 분양 가능한 상태이다. 한방건강센터는 한방사우나 및 찜질방을 시 직영으로 운영중이며 기본 이용료 5천원, 상주시민 및 기타 할인대상자(유공자 등)는 4천원에 이용할 수 있고 찜질방은 기본 이용료에 1천500원의 추가요금을 지불하면 이용 가능하다. 이 외에도 스낵코너, 분식점, 식당, 노래방, 한의원 등의 시설도 입주해 있으며 지역 내 목욕탕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다양한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목재문화체험장은 친환경 소재인 목재를 사용해 어린이들을 위한 나무 장난감부터 생활가구, 도마, 장식용품을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어린이집, 학교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가 체험을 할 수 있다. 한방건강센터 외에도 농특산물직판장은 농민들이 길러낸 좋은 품질의 농산물을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며 김은경 박사가 개관한 지천옻칠아트센터에서는 종이에 옻칠한 지태 옻칠기를 중심으로 한국 옻 문화의 우수성을 경험할 수 있는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공공시설에는 건강공원과 다양한 숲길이 조성되어 있다. 건강공원에는 어린이용 짚라인, 투호, 그네와 다양한 조형물이 설치돼 있어 포토존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가족단위 방문객들에게 안성맞춤인 장소이다. 한방사업소에는 한방둘레길, 솔바람길, 명풍생태숲길 등 여러 개의 걷기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다양한 종류의 꽃과 나무가 있는 숲속의 길과 황령 저수지의 고요함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다.주거시설에는 46필지의 주거용 용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이 중 23필지는 분양이 완료돼 거주 중이며 자연과 어우러진 멋진 한방주택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한방사업소에서는 약 2만㎡ 면적의 약초재배지와 미분양 부지에 백일홍 등 다양한 꽃을 식재하여 방문객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각인되고 있다.상주의 대표적인 휴양명소 성주봉 자연휴양림은 2001년 개장하여 시에서 직영하고 있으며 전국적으로도 유명한 휴양림이다. 6~25인실로 이뤄진 숲속의 집, 산림 휴양관, 수련관 등을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계곡을 따라 야영데크와, 물놀이장 2개소가 있어 여름철 피서지로 제격인 곳이다.올해 하반기에 준공을 앞두고 있는 숲속의 광장은 휴양림을 찾는 방문객들의 쉼터 및 카페로 활용할 계획이다. 계곡 주변의 숙박시설 외에도 해발 606m 높이에 왕복 2시간 코스인 성주봉 정상을 향한 등산길도 잘 정비돼 있다.안전을 위한 미끄럼방지 시설, 목재 계단 등 안전시설도 주기적으로 정비·보수 해 안전사고에 대비하고 있다.성주봉 정상을 향한 코스 외에도 2012년 개장한 힐링센터에서는 숲 체험길과 고공데크, 황톳길 맨발 걷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숲 해설가의 친절한 안내로 힐링센터에 자생하는 다양한 식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고 트리하우스, 어린이 놀이시설도 설치되어 있다.휴양과 힐링의 복합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방산업단지는 최신 관광 트렌드에 부합하도록 경관을 조성했고 다양한 체험프로그램도 마련해 놓고 있다. 공식 SNS,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홍보 전략을 구사하는 등 산업단지 활성화에 최선을 다해 나갈 계획이다.

2022-06-12

별빛, 우리네 소망의 메신저

반짝이는 별을 보며 꿈을 투영했던 때가 있었다. 부족한 것 투성이 삶이었지만, 희망이 있어 행복할 수 있었다. 코로나19로 팍팍해진 요즘 어쩌면 너무나 인간적인 본성을 되돌아볼 기회가 아닐까. 별 시리즈를 시작한다. 어린 시절에 꾸었던 아롱진 꿈을 위해서라고 자위한다. 짧은 글이나마 행복했던 추억을 불러내거나, 우리네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메신저였으면 참 좋겠다.“별들이 아름다운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꽃 한 송이 때문이야. 별들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할 거야”-‘어린 왕자’중어린 시절,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바라보며 가슴에 꿈 한 자락 품어보지 않았던 이가 있을까. 광활한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별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의문의 힘으로 별과 별을 선으로 엮어 그림을 만들고 이야기도 지어가며 상상의 나래를 한없이 펼쳤던 기억들이 있다.어둠이 별을 낳은 저녁이면 밤하늘에 포물선을 그리며 산 너머로 별똥별이 떨어지고, 마당 살평상에 누워 별을 장난감 삼아 놀곤 했다. 하나둘…. 그렇게 별을 세다 점점 눈으로 부서져 내리고 알알이 가슴에 박힐 즈음이면 스르르 잠에 빠지곤 했다. 아마 별꿈을 꾸며 단잠에 들지 않았을까.이렇듯 별은 우리네 정서에 짙게 녹아들어 있다. 누구에겐 슬픔을 달래주는 위안으로, 또 누군가에겐 사랑하는 이와 행복을 꿈꾸게 하는 설렘으로 말이다. 그뿐만 아니라 우주 속으로 달려가는 눈길을 따라 별을 향해 희망을 쏘아 올리기도 했다. 별을 우리네 소망을 하늘에 전하는 불빛으로 여겼던 것이다.“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오, /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오, / 아직 나의 청춘이 다 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 별 하나에 추억과 / 별 하나에 사랑과 / 별 하나에 쓸쓸함과 / 별 하나에 동경과 / 별 하나에 시와 /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봅니다.”(하략)우리 민족시인 윤동주 님의 ‘별 헤는 밤’이다. 별 하나마다 추억을 담아 우리 민족 정서와 함께하고 있다. 사랑과 그리움에 대한 회상, 애환과 미련에 대한 대상, 추억과 생명에 대한 단상 등 삶이 된 별들이 거친 마음을 순하고 부드럽게 만들어 시로 승화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을 벗 삼아 희망으로, 꿈으로 엮었다.이 땅에 사람이 살기 시작한 이래로 하늘에 흩어진 별들을 그냥 바라보지만 않았다. 하늘은 두려움의 대상이자 믿음 자체였던 까닭이다. 밤하늘의 별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홀로 외롭게 떨어진 별은 그리 많지 않다. 무리를 이루거나 나란히 붙어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따라서 옛사람들은 자신만의 꿈을 가지고 별을 이어 별자리로 만들기도 하고, 견우직녀처럼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 참으로 믿었다.얼마 전 고인이 되신 이어령 님 말씀에, 별은 하늘이 만들었지만, 별자리를 만들어낸 것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한다. 같은 별자리를 두고도 민족과 나라에 따라 전설의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와 생활방식, 역사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별자리가 생겨나게 되었다. 동양과 서양의 별자리가 각기 다른 것처럼 말이다.우리는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하늘에 그려놓았다는 점에서 서양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뒤에 다루겠지만 일상에서 비롯된 기억이나 일상을 함께해온 인물은 물론, 일상에서 마주친 동물들에 대해서도 하나하나 별로 떠올렸다. 별과 나를 엮어 내 별을 점찍기도 하고, 별똥별을 보면서 소원을 빌기도 했다. 이는 별 하나에도 자아를 투영해 내적으로 풍부한 삶을 살고자 했던 선조들의 지혜였다. /박필우(스토리텔러)

2022-06-12

울릉의 새로운 길, 군수 당선인에 바란다

김윤배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대장 지방선거가 끝나고 울릉군의 다음 4년을 책임질 군수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신임 군수의 임기 중인 2023년에 울릉군 최초로 정부 주관의 행사인 섬의 날 행사가 개최될 예정이며, 2025년에는 울릉도의 새로운 교통시대를 열 울릉공항이 개항될 예정이다.울른군은 1976년 2만9천199명이던 인구는 2021년 기준 8천867명으로 감소하였으며,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인구의 약 25%로 어느 지역보다 높은 지방소멸 위협지역이다.울릉군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오징어 어획량은 기후변화 및 중국어선 남획 등의 여파로 2000년 기준 1/10 이하로 감소하였다. 비록 외부로부터 임차한 대형크루즈가 취항했지만 여전히 교통불편이 이어지고 있어 여객선의 운항을 열차나 지하철처럼 국가가 운영하는 여객선 공영제 도입이 시급히 필요하다.의료 인프라의 낙후 해결 또한 울릉군의 시급한 현안이다. 잦은 기상악화로 응급환자의 신속한 후송체계의 공백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울릉도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 동해상 조업 어업인의 신속한 응급상황 대응을 위해 닥터헬기의 울릉도 상주가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서는 공중보건의로만 이루어진 울릉의료 인프라의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단순히 울릉지역의 의료원이 아니라 동해 해양영토 관리거점 의료기관으로서 기능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울릉도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울릉고 활성화 전략도 필요하다. 울릉도 출신의 인재들이 울릉도의 열악한 교육 여건으로 울릉도를 빠져나가 울릉도 미래발전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울릉도 출신 인재들이 성장하여 울릉도와 독도의 연구를 장기적으로 지속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연구기관 및 대학에 울릉도와 독도 장기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이 프로젝트에 울릉도 출신 학생들이 참여하면 울릉도의 교육 여건 개선과 함께 지역 맞춤형 현장 연구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기후변화에 대응한 다양한 대응 전략 또한 필요하다. 울릉도(독도) 주변 해역은 우리나라 해역 중 가장 빠르게 표층 수온이 증가하고 있다. 바다의 여름이랄 수 있는 수온 20℃ 이상의 연간 관측일 수로 보면 더욱 분명히 수온 증가가 체감된다.울릉도 연안에서 지난 1966년부터 관측된 표층수온 자료에 따르면 수온 20℃ 이상의 연간 관측일 수는 1960년대 약 70일에서 최근 120여일로 약 50일 증가하였다.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여 해양레저관광 활성화를 위한 대책과 함께 어촌계와 지역의 해양레저업체가 상생하는 어촌체험마을 개발도 요구된다.문화가 흐르는 울릉도를 위한 다양한 시도도 필요하다. 천편일률적인 축제가 아닌 울릉만의 고유 빛깔을 살린 문화축제가 재조명될 필요가 있다. 문화축제의 하나의 사례로 1980년대 시도된바 있던 울릉도 전통 집짓기 문화인 너새 너와 놀이의 현대적 재해석을 제안해본다. 울릉도 개척기 문화를 공유하고, 또한 축제의 과정에서 울릉도 토속 음식과 슬로푸드 맛의 방주로 지정된 울릉도의 지켜야 할 맛을 함께 이어감으로써 문화가 이어가는 울릉도를 상상해본다.주민의 의한 문화가 흐르는 울릉도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주민 자치 모임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현재 울릉도에는 일과 후에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수 있는 공동체 공간이 거의 없는 실정이다. 방과 후에 학생들이 갈 수 있는 공간 또한 마찬가지이다. 지역주민과 학생의 꿈이 자라는 공간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가 울릉 발전의 힘이다.울릉 관광의 현주소에 대한 대책 마련도 절실하다. 관광의 만족도, 관광의 지속가능성, 관광으로 인한 수익 분배 구조와 다양한 주민의 소득 창출을 고려할 때 현재의 울릉 관광은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주민의 일자리 창출과 연계될 수 있는 주민 해설사의 확대, 저동의 오징어 역사문화 홍보관 등 마을별 특색 있는 마을문화홍보관 추진 및 마을별 문화 콘텐츠 발굴 등과 함께 섬 주민의 영토관리 기능 등 공익적 기능을 고려해 섬 관련 지자체와 연계한 섬 지역 면세구역 지정을 정부에 강력히 건의할 필요가 있다.대한민국 최초의 국가지질공원이며, 동해안 최초의 해양보호구역인 울릉도(독도)는 고대 해상왕국 문화와 개척역사라는 역사의 특이성, 척박한 자연환경에 적응하면서 울릉도만의 삶의 문화를 이끌어 온 개척민들의 삶과 함께 전 세계 울릉도(독도)에서만 자생하는 40여 종의 특산식물을 보유한 동해의 보물섬이며, 동해 해양생태계의 오아시스이다.인구위기, 기후위기의 시대에 울릉도의 생존전략은 울릉도만의 독특함의 재조명에 있다. 최근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시킨 전남 신안에는 세계유산과라는 과가 있다.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서,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서 충분한 가치를 품은 울릉도가 공무원과 지역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해서 가고 싶은 울릉, 살고 싶은 울릉, 지속가능한 울릉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2022-06-12

총기사고가 유행병이 된 나라

서의호포스텍 명예교수·산업경영공학 코로나19 만이 유행병은 아니다. 총기사고가 유행병(Epidemic)이 된 나라가 있다. 최근 한 달간 미국에서는 커다란 총기사고(Mass Shooting) 3건이 연달아 일어났다. 버팔로 마켓에서 10명,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21명, 그리고 오클라호마 털사의 병원에서 4명 등 매주 대량의 총기 희생자가 나오고 있다.특히 텍사스 초등학교에서 학생 교사 등 이 희생된 사건은 1999년 콜롬바인 고교에서 발생하여 13명이 희생된 캠퍼스 내의 집단 살인 이후 최대의 사건 중에 하나로 미국 내의 캠퍼스가 안전하지 않다는 섬뜩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거의 매년 대형 총기사고가 터진다. 1999년 13명의 사망자를 낸 콜로라도 콜럼바인 고교 총기 난사, 2007년 33명이 사망한 버지니아공대 비극에 이어 2012년 12월 코네티컷주 뉴타운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난사로 26명이 사망하고, 2016년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 소재의 나이트클럽에서 50명이 사망한 사건 2018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는 58명의 기록적인 사망자를 기록했다. ‘최악의 총기 난사’라는 기록은 경쟁적으로 깨지고 있다. 미국에서 총기 사건·사고로 시민들이 목숨을 잃는 일은 일상적으로 일어난다. 연간 3만 명 이상이 총기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 이는 인구대비 1만 명 중 1명으로 세계 최고의 총기 사망률이다.CNN의 보도에 의하면 한 연구결과가 1966년~2012년 사이에 일어난 전 세계의 모든 총기 난사 사건 가운데 1/3이 미국에서 일어났다고 한다.매년 4만 명이 총기에 희생되고 1900년대 이후 총기로 희생된 숫자가 수백만명으로 1, 2차 세계 대전에 희생된 미국인 숫자보다 많다고 하니 그 규모를 짐작할 만하다.미국은 대한민국이나 일본, 홍콩,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이나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총기를 엄격히 규제하는 것과 달리 총기에 대한 접근이 매우 쉬운 관계로 총기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피해자도 대량 살상으로 이어진다.미국은 총기규제를 왜 못하는가?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있는 미국은 정녕 부패한 국가인가?텍사스 총기 사건이 있던 날 NRA(미국 총기협회) 대규모 회의가 텍사스에서 열린 아이러니한 현상을 어떻게 볼 것인가?미국에서 총기사고가 많은 까닭은 다른 나라보다 압도적으로 많은 총기 보유량과 깊은 연관이 있다. 미국인이 보유한 총기는 인구보다 더 많다고 하니 3억 정 이상의 총기가 미국의 가정에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총기규제를 못하는 이유는 수정헌법 2조에 근거해 설립된 총기 소유 당위성을 고집하는 미국 총기협회(NRA)의 횡포와 NRA의 정치자금을 받는 공화당 중심의 보수적 국회의원들 때문에 총기규제 법안 자체가 통과되기 힘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한, NRA는 “총은 개인을 방어하기 위해 있는 것이며 어떠한 규제도 하면 안 된다”고 버티고 있다. 총 때문에 수만 명이 죽어갈 때 과연 몇 명이 총기로 스스로 방어해서 살아남았는가?미국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이유로는 NRA의 강력한 로비로 입법을 막고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미국인들의 사고에는 총이 자기방어의 수단이라는 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 의식에는 큰 모순이 있다. Trade-off(TO·이익과 손해의 상호작용)라는 말이 있다. 장단점을 비교해 장점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쪽으로 선택한다는 용어로 필자의 전공인 산업경영학의 운용연구(Operations Research)의 핵심이며 사실상 산업공학의 핵심적 개념이다. 조지 버나드 댄치그가 2차세계대전 이후 고안한 선형계획법(LP)은 산업체의 여러 분양에서 활용되는데 현재의 환경 제약 조건하에서 TO를 통해 최적을 찾는 것이고 의사결정이론의 의사결정트리(Decision Tree)나 손익분석(Cost-benefit Analysis)도 모두 TO를 통해 최적을 찾는 것이다. 미국은 노벨경제학상을 유난히 많이 배출하는 나라이다. 지금까지 수여된 노벨경제학상의 80%는 미국인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세계 경제학 이론의 근간을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인 학자와 교수들이 지금 세계 1위 총기사고의 미국을 보면서 과연 노벨경제학상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 경제학의 근거는 당연히 TO이다. 이익이 손해보다 클 때 경제학은 그런 정책을 추구한다. 총기 소유 자율화로 손해가 훨씬 큰데도 불구하고 NRA의 부당한 압력에 정의가 실천되지 못하며 경제원리를 적용 못하는 미국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의심된다. 호주는 미국의 경우를 반면교사로 삼아 강력한 총기규제로 총기에 의한 살인을 50%나 감소시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로 강제성이 있다고 하여도 호주, 캐나다 같이 국토가 미국처럼 넓은 나라도 효과적인 총기규제를 하고 있고 영국, 프랑스, 독일 등도 총기규제로 자국민의 목숨을 보호해 주고 있다.미국은 현명한 총기규제로 자국민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 그래야만 세계의 경찰국가로서 인권을 외칠 자격이 있다. 또한, 최다 노벨경제학상 국가의 체면을 살릴 수 있다.

2022-06-12

87항쟁을 추억하며!

김규종 경북대 교수 1987년 그해 여름은 습하고 무더웠다. 하지만 군부독재 세력과 건곤일척의 회전(會戰)을 앞둔 청춘들의 결기는 공고했다.종철이를 민주주의 제단에 바친 이 나라 민중의 혈맥은 힘차게 뛰놀았다. 그들에게 지거나 밀릴 수 없다는 의지는 욱일승천하는 기세였다. 6월 10일을 기점으로 우리는 18일과 26일 세 차례에 걸쳐 거리로 춤추듯 나아갔다. 학교 부근 개운사 승려들까지 장삼(長衫)에 유인물을 들고 광화문 가는 버스에 동승했다.거리 곳곳에서 터지는 최루탄과 지랄탄의 굉음과 뽀얀 연기도 전진하는 행렬을 막지 못했다. 일부는 명동성당으로 진입했고, 어떤 이들은 지하철 구간을 점거했다. 거리와 광장과 지하철에서 시위대는 백골단과 전투경찰에 맞서 치열하게 싸웠다. 거리는 시위대를 응원하는 시민들과 구경 나온 인파로 넘쳐났다. 이 나라 미래가 한판의 승부에 달렸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최루탄 자욱한 거리를 뛰어다녔던 나는 대학로 부근에서 ‘민족극연구회’ 친구와 만났다. 그와 대화하다 우리의 발길은 명동성당으로 향했다. 밤 11시가 되어갈 무렵 거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치하던 시위대와 전경 무리의 긴장을 실감하던 그때! 갑자기 들려온 날카롭고 새된 소리 “전투 준비!” 아하, 그들은 그것을 전투라 불렀다. 명동성당 진입을 노리는 경찰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시위대의 공방전이 시작될 찰나!출근해야 하는 친구와 학교에 나가야 하는 나는 퇴각을 결정하고 헤어졌다. 하되 짧은 순간 귓전을 때린 네 음절의 전음(顫音)은 내 귓가에 생생하게 살아남았다. 그는 누구였으며,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그리고 서슬 퍼런 명령에 따라 전투태세에 돌입한 그들은 지금 무엇을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여전하다. 적들의 수괴(首魁) 두 사람은 영원한 불귀의 객이 되고 말았는데….2017년 가을부터 2018년 초봄까지 한반도 남단을 울퉁불퉁 수놓은 촛불에는 87항쟁의 기억이 서려 있다. 터무니없이 모자란 대통령과 그 졸개들의 협화음에 대응하여 방방곡곡에서 울려 퍼진 민주와 인권의 함성 그리고 화사하게 불타오른 촛불들의 춤사위에는 분명 1987년의 장엄한 투쟁과 승리의 기억이 담겨 있었다. 이겨본 사람들이 역사를 만들고, 싸워본 사람들이 투쟁의 선두에 서는 법이다.불완전하게 마무리된 87항쟁과 ‘87체제’지만, 지금 우리가 향수(享受)하는 자유와 민주주의는 그때 산화해간 숱한 열혈 청년들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이다. 눈을 떠보니 박 아무개와 전 아무개가 대통령이었던 사람들과 눈을 떠보니 민주와 자유가 공기처럼 차고 넘친 사람들의 세상은 각별한 것이다. 싸워서 얻어낸 사람들과 공짜로 동승한 사람들의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은 천양지차(天壤之差)다.1987년 6월 위대했던 민주항쟁의 날을 맞으니 그 시절 향수가 걷잡을 수 없이 떠오른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 했지만, 가버린 순백의 시절이 못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아, 자유여, 민주여, 환하게 빛나던 청춘이여!

2022-06-12

안동호의 쇠제비갈매기

우정구 논설위원 멸종 위기등급 관심대상인 쇠제비갈매기는 도요목 갈매기과로 제비를 닮은 조류다. 몸길이는 22∼28㎝ 정도로 작다. 이름에 쇠자가 붙은 것은 갈매기 종류 가운데 크기가 가장 작다는 뜻이다.몸의 윗면은 회색이며 아랫면은 흰색이다. 부리는 노란색이고 끝이 검다. 주로 바다나 강가에 서식하며 물고기를 먹이로 삼는 철새다. 호주와 필리핀 등지에서 겨울을 보내고 1만km가 넘는 거리를 날아 우리나라 낙동강 하구에서 여름 한철을 보낸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가 훼손되면서 10여년 전부터는 이들 개체 수가 크게 줄어들었다. 제대로 된 번식지를 찾지 못한 새들이 뿔뿔이 흩어진 때문으로 짐작이 간다.2013년 5월 이런 쇠제비갈매기가 경북 안동호 쌍둥이 모래섬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본지는 전국 최초로 내륙지방에 정착하기 시작한 쇠제비갈매기의 생태과정을 수년간 추적 보도하면서 학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KBS가 본지의 보도에 이어 ‘안동호 쇠제비갈매기의 비밀’이란 제목으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 내보내기도 했다.안동호에 서식한 쇠제비갈매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안동호를 찾았다. 벌써 10년째다. 안동시는 매년 수위가 높아지면서 사라질 위기에 있는 쌍둥이 모래섬 대신 쇠제비갈매기 보호를 위해 2019년에 인공섬 두 개를 새로 만들었다.안동시의 이런 노력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쇠제비갈매기가 매년 새로운 안식처인 안동호를 찾게 됐고 안동호 쇠제비갈매기는 이젠 안동호의 새 명물로 등장한 것이다. 안동시는 현재 안동호에는 새끼를 포함해 180여 마리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자연생태계 보호를 위한 노력이 안동호의 새로운 볼거리까지 만들었으나 일거양득한 셈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