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앙일보가 흥미로운 여론조사를 보도했다. 정치 성향에 따른 확증편향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론조사기관 STI가 조사했다. 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 지지자가 국민의힘 지지자보다 확증편향이 심하다. 확증편향을 가진 사람은 스스로 편향성이 없다고 생각한다.
조사는 먼저 진보·보수 성향 응답자가 좋아할 만한 진짜 뉴스와 가짜뉴스를 각각 하나씩 주고, 진짜인지 가짜인지를 5점 척도로 판별하도록 했다. 조사 결과 뉴스의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 성향에 유리한 뉴스를 더 믿고, 불리한 뉴스를 덜 믿는 경향을 보였다. 진보 성향 응답자는 진짜·가짜와 상관없이 진보에 유리한 설문을 ‘사실’이라고 보았고, 보수 성향 응답자는 보수에 유리한 설문을 ‘사실’이라고 답했다.
이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 중 진보 성향 가짜뉴스는 ‘사실’, 보수 성향 진짜뉴스는 ‘거짓’이라고 응답한 사람을 ‘확증 편향층’으로 분류했다. 거꾸로 국민의힘 지지자는 보수 성향 가짜뉴스를 ‘사실’, 진보 성향 진짜 뉴스를 ‘거짓’이라고 응답한 사람도 포함했다. 그러자 민주당 지지층 36.5%, 국민의힘 지지층 18%가 확증편향층이었다.
우리 사회의 진영화가 심각하다. 이 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보수 성향인 사람과 진보 성향인 사람은 상대방에게 감정 온도가 매우 낮다. 쉽게 말해 차갑다, 싫어한다는 말이다. 대화는 물론 밥도 같이 먹지 않고, 심지어 결혼 같은 대사에도 영향을 받는다. 사람마다 정치적 성향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확증편향 탓에 서로 다른 사실들로 구성된 역사와 공간에 산다. 대화도 타협도 어렵고, 그저 다투고, 비난하는 일밖에 하지 못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부에서 ‘자유’와 ‘민주주의’가 제한됐다. 그 가치를 되찾기 위해 민주화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경험하게 된 지금 두 진영은 오히려 더 극단적으로 대치한다. 민주화는 이루었지만 정작 찾으려 한 민주주의의 근본 가치를 잃어버렸다. 상대를 인정하고, 대화하고, 타협하는 관용성이다.
필자도 평생 기자로 글을 쓰면서 항상 스스로 질문을 던진다. 내가 취재한 내용이 사실인가. 나의 판단이 옳은가. 내가 속하지 않은 반대쪽에 서 있는 사람의 생각은 어떻게 생각하나. 나의 존재 자체가 가져다주는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틀릴 수 있다고 전제하지 않으면 토론도, 양보도 없다. 새로운 발견도, 발전도 없다. 그런데 의외로 오만한 사람이 많다. 반대 진영에 유리한 뉴스는 아예 보지 않는다. 그러고도 다 안다고 생각한다.
이 조사를 보면 확증편향층이 오히려 정치·사회 현안에 관심이 많다고 응답했다. ‘매우 관심 있다’라고 응답한 사람이 37%다. 비확증편향층(24.9%)보다 많다. 또 이들이 정치·사회 현안을 접하는 주요 매체로 ‘유튜브’(21.8%)를 꼽았다. 비확증편향층(8.1%)보다 월등히 많다. 유튜브는 특정 진영의 입맛에 맞는 뉴스와 해설을 제공한다. 편향적인 시각을 더욱 강화한다.
그런데도 확증편향층 응답자는 자신이 확증편향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확증편향층(3.06)은 비확증편향층(3.22)보다 5점 척도의 가운데인 3에 더 가깝게 스스로를 평가했다. 확증편향이 심할수록 자신이 얼마나 편향적인지모른다는 말이다. 그러니 고치지 않는다. 역지사지(易地思之)하자. 나의 존재, 지연·혈연·학연 등이 편향성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반대 의견에도 귀를 기울이자. 그래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선다.
참고로 독자들도 STI가 여론조사에서 사용한 설문으로 자신의 편향성을 한 번 시험해보시라. 이 뉴스가 진짜인가, 가짜인가.
① 2022년 대한민국 민주주의 지수가 작년에 비해 여덟 단계 하락했다. (진보 성향 진짜 뉴스)
② 윤석열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을 하지 않은 유일한 대통령이다. (진보성향 가짜뉴스)
③ 더불어민주당이 이사 추천에 응하지 않아, 북한 인권재단은 7년째 출범을 못하고 있다. (보수 성향 진짜 뉴스)
④ 문재인 정부는 비밀리에 6억 달러 규모의 대북 송금을 하였다. (보수 성향 가짜뉴스)
김진국 △1959년 11월 30일 경남 밀양 출생 △서울대학교 정치학 학사 △현)경북매일신문 고문 △중앙일보 대기자, 중앙일보 논설주간, 제15대 관훈클럽정신영기금 이사장,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