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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처 세대’를 위하여

등록일 2023-05-21 18:23 게재일 2023-05-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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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며칠 전 우연히 SNS 친구의 담벼락에서 노후 빈곤에 대한 고민을 읽었다. 그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월급만으로는 노후대비가 불가능하다. 그러니 투자를 해야 한다.’는 재테크 유튜버의 말을 인용하면서 투자의 위험이 만만치 않으니, 과연 투자가 답일까? 의문을 제기하면서도 딱히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었다. 이미 작년 집값 상승 시기 무리하게 주택을 구입하여 고통 받는 영끌족도 많고, 빚투한 사람들도 주식 하락으로 영혼이 털리고 있다. 게다가 회복 기회가 적은 중장년에게 투자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그러고 보면 SNS를 보며 다른 사람 따라하지 말고, 할인한다고 사지 말고, 주식이나 코인 같은 투자도 하지 말고 오로지 저축으로 1억을 모으라는 돈쭐남 김경필의 조언이 더 실속 있어 보인다.

이렇게 돈 벌기가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현재의 안락한 생활을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노후에 대한 불안 때문이기도 하다. 실제로 2020년 국민연금연구원 조사와 2022년 신한미래설계보고서에서를 보면, 노후 필요자금으로 가장 많은 응답은, 퇴직 후부터 30년 정도 더 살 것을 가정하고 5억에서 10억이었다고 한다. 최소한 5억이 있으면 어느 정도 노후가 안전해질 수 있겠지만, 그것이 최선일까 의문이 든다.

아버지는 물질적으로 넉넉하지 않았지만, 13년간 투병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이웃공동체가 없었던 것을 더 힘들어하셨다. 물질적 궁핍은 절약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이웃공동체는 돈으로 해결되는 것도 아니고 혼자 노력한다고 해결되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돈이 많은 사람이라도 노년이 되면 외로움으로 고통 받는 사례도 많다.

노년 1인 가구의 급증 역시 노년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2021년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전체 가구에서 1인 가구 비율이 33%이고, 그 중 60세 이상의 1인 가구 비율이 35%라고 한다. 그런데 2050년에는 전체 가구의 40%가 1인 가구이고, 그중 60세 이상의 가구가 59%일 것이라고 예측한다. 전 연령대에 걸쳐 1인 가구가 경제적으로든 심리적으로든 취약한 상황이니, 노년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서는 사회 안전망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가는 제도적으로 사회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사회 안전망 못지않게 사회 연결망도 중요하다. 가족을 중심으로 한 공동체는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부모를 봉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자식에게 봉양 받지 못하는 ‘처음’ 세대라고 이름지어진 ‘마처 세대’에게 적절한 크기의 사회 연결망은 노년의 어려움 해결에 도움이 된다. SNS를 잘 활용하면 생활에 활력이 된다. 혼자 있는 법을 익히는 것만큼이나 적절하게 사회관계를 유지할 줄 아는 것도 노년의 지혜이다. 국가는 사회 안전망을 탄탄하게 갖추고, 개인은 자기에게 맞는 사회 연결망을 유지할 수 있다면 노후의 공포는 줄어들 것이다. 이런 일에 기여하고자 지난겨울 동네 통장에 지원했다. 4대1의 경쟁률에 탈락했지만, 그 자체로 사회 연결망이 확장되는 계기가 되어 의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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