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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생존 무기, 행동규범

등록일 2023-05-21 18:23 게재일 2023-05-22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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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일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장광일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종류의 일이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기업은 치열한 생존경쟁 속에서 돌아가고 있다. 생존경쟁의 세상에서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일의 경쟁력이고, 결국 사람의 경쟁력으로 집중된다.

필자는 사람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을 강조하고 있다. 그 구성원의 가지고 있는 올바른 철학과 가치관은 기업을 바람직한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 준다.

데니 밀러가 연구한 세계적인 장수기업들의 공통점은 그들만의 독특한 철학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가치관이 있다는 것이다. 잘되는 기업들은 위기를 겪을수록 더 강해진다는 것이다. 위기 때 경영진과 종업원이 혼연일체가 되어 냉정하게 대처하고, 지혜를 발휘해 그 문제를 해결해 나아간다는 것이다. 이후에는 공동체 의식이 형성되어 더욱 결집한다는 것이다.

이 철학과 가치관을 기반으로 그들만의 행동규범(行動規範)을 만들고, 30년을 넘게 몸소 실천해 온 곳이 있다. 이 행동규범은 위기가 발생할수록 빛을 발휘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할 자연재해의 혼란 속에서 공통의 목표를 가지고 재기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포항제철소 제강부 피해복구 사례이다.

제강부에는 독특한 행동규범이 있다. “근무와 휴식을 명확히 구분하고 규율 있는 동작과 선명한 자세를 갖는다. 유능한 기술자가 되기 이전에 성실한 공민으로서의 인격도야에 힘쓴다. 문제는 거론에 그치지 말고 실행 가능한 대안의 모색으로 해결한다.” 등이다. 이 행동규범은 직원들의 마음에 자리 잡았고 제강인으로써 자부심을 가지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제강부는 힌남노 태풍으로 냉천 범람 피해가 발생하여 공장 전체가 물에 잠겼을 때 주변에서는 3개월 이내에 공장 가동은 어렵겠다는 판단을 하였다. 그러나 전 직원이 추석 연휴를 반납하고 모두가 복구 작업에 참여한 결과 5일 만에 공장을 정상 가동 시켰다. 이 시간은 고로를 살리기 위한 골든 타임을 넘지 않아 고로를 정상가동 시켰고, 제철소 전체를 정상화하는 기적을 만들어 냈다.

또한 제강부 행동규범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실행 가능한 대안이 쏟아져 나왔다. 조명도 없고, 물도 없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지혜를 발휘하였다.

수중 펌프를 가동하지 못한 상황에서 전기차 EV6에 들어간 V2L 기능을 활용하여 낮에는 배수펌프를 가동하고 밤에는 사무실 불을 밝히는 데 전지를 활용한 사례, 가정용 헤어드라이어와 농기계인 고추 건조기를 집에서 회사로 가지고 와서 전자기판, 전기 기기를 건조하여 50시간 이내에 복전한 사례, 제강에서 사용하는 90t 중량의 커다란 빈(空) 슬래그 포트(Slag Pot)를 활용해 한 번에 많은 양의 빗물을 담아 반나절 만에 지하 침수 부위 내 우수를 제거한 사례이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은 ‘역사는 굴러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자의 몫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라.’라고 했다. 우리는 삶의 목적이 무엇인지, 무엇을 위해 사는 것인지 등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을 가지고, 우리 자신의 역사를 스스로 만들어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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