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시가 올해 역점을 둔 단 하나의 화두를 꼽으라면 단연 ‘2025 APEC 정상회의’유치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를 뜻하는 APEC은 전 세계 인구의 약 40%, 교역량은 50%, GDP는 62%에 달한다.
사실상 이 경제협력체가 세계 경제를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미·중·일·러 4강을 비롯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21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개최 도시가 얻게 될 유무형의 사회경제적 유발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각국 정상을 비롯해 6천여 명이 넘는 정부각료, 기업인, 언론인이 참가하는 정상회의 기간 중에는 전 세계의 매스컴을 통해 개최도시가 집중 조명된다. 반드시 경주가 유치해야하는 이유다. 여러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역사문화관광도시 경주를 세계에 알리는 획기적인 전기가 될 것이다.
정부에서 유치도시 선정을 위한 공식 일정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상황임에도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겁다. 지금 경주와 경쟁하고 있는 도시는 부산, 제주, 인천이다.
우리 경주만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이고 다른 경쟁도시는 모두 광역지자체다. 표면상 불리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APEC 정상회의는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에서 개최하는 것이 포용적 성장을 지향하는 APEC의 관례이기도 하다.
정부의 국정목표인 ‘대한민국 어디서나 잘사는 지방시대 실현’을 위해서라도 지방도시인 경주에서 유치해야할 충분한 명분과 당위성이 있다.
정상회의가 단순히 회의만 한다면 수도권이나 대도시가 편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의를 통해 대한민국을 전 세계에 제대로 알리고 싶다면 그 도시는 반드시 경주가 되어야 한다.
APEC 정상회의가 경주에서 열린다고 상상해 보자. 행사가 열리는 11월은 형형색색의 단풍이 최절정에 달하는 시기다. 세계 정상들이 한복을 입고 불국사, 동궁과 월지, 첨성대, 월정교 등에서 찍은 사진과 영상이 전 세계로 퍼진다면 그야말로 감동 그 자체가 아닐까.
이외에도 경주 유치의 당위는 차고 넘친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의 보고이자,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도시로 한국의 찬란한 문화를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경주다. 한마디로 가장 한국다운 도시인 것이다. 지난 수년간 APEC 교육장관회의, 세계물포럼, UN NGO컨퍼런스, 세계원자력국제대회 등 대형 국제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경험과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
각국 정상과 배우자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은 물론 경호와 안전면에서도 어느 곳보다 최적이다. 정상회의가 열릴 화백컨벤션센터와 경주보문관광단지는 회의장과 숙박시설이 밀접해 이동 동선이 매우 짧을 뿐 아니라 다른 경쟁도시와 달리 바다에 접해있지 않고 호리병처럼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여 정상 경호와 안전에 완벽한 통제가 가능하다. 2005년 APEC이 부산에서 개최됐을 때도 한미정상회담은 경주서 열렸는데 회담장소인 보문단지 일대가 경호에 최적지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발전상을 선보이기 위한 적지 또한 경주다. 경주엔 한국수력원자력 본사와 월성원자력발전소, SMR 연구개발의 전초기지가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양성자가속기센터, 경주 e-모빌리티 연구단지가 있다. 특히, 최근 SMR 국가산업단지 선정은 세계에 우리 원전산업을 세일즈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또한 포항, 울산, 구미 등 산업도시와 인접한 경주는 다양한 산업시찰을 통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최적지이기도 하다.
혹자는 유치 경쟁에 있어 정치 논리나 힘의 논리를 이야기한다. 우리 경주는 20년 전에 태권도공원을 유치하고자 도전했다가 실패한 뼈아픈 경험이 있다. 태권도의 발상지이자 역사문화도시인 경주에 오는 것이 당연함에도 실패하고 말았다.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이제 다시 실패의 전철을 밟아서는 안된다. 그 어느 때보다 더 시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힘을 모아줄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경주사람을 만나면 누구라도 APEC 이야기만 하더라는 이야기가 들려야 한다.
절박한 시민들의 뜻과 의지와 열정이 모인다면 그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고 반드시 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경주시도 천재일우의 기회를 맞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는 사즉생의 각오로 모든 역량을 모아 유치 활동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