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주인이 노인들로부터 성희롱을 당해 붙였다고는 하지만, 제주도 한 카페에 ‘노 시니어 존’스티커가 등장했다는 뉴스를 듣고 깜짝 놀랐다. ‘60세 이상은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 들어오지 말라’는 스티커라고 한다. 마치 우리사회 전체의 노인을 대상으로 선언하는 ‘주홍글씨’ 같다. 요즘 노인들도 청장년층 못지않게 카페문화를 즐기기 때문에 노시니어존은 다른 ‘노000존’과는 달리 충격적이다.
지난 2004년 17대 총선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미래는 2030세대의 무대다. 60대이상 70대는 투표안해도 괜찮다”고 했다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사건이 떠오른다.
정 의장은 당시 60대 이상 연령층을 향해 “어쩌면 곧 무대에서 퇴장하실 분들이니까 그분들은 집에 쉬셔도 된다”고 말했다.
가끔 대구시 중구 반월당역 지하쇼핑몰을 가보면 노인들이 지하공간 로비를 휴식처로 사용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역 지하공간이 지하철을 이용하기가 편리한데다 냉난방이 잘 되는 탓도 있지만, 무엇보다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노시니어존의 등장은 노는데도 눈치를 봐야 하는 슬픈 노인들의 신세를 단적으로 대변하고 있다.
나는 5월이 되면 옛날 대가족이 살았던 고향집이 그리워진다. 고향집은 ‘전원일기’ 드라마에 나오는 일용이네 집처럼 깊은 산골 초가삼간이었다. 이 작은 집에서 부모님과 우리 형제들은 같이 살았다. 대가족이 한집에서 부대끼며 혈육의 소중함을 알았던 그때가 너무 행복했고,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때는 어른에게 효도하고 가족 간에는 포용하는 것이 우리사회의 보편적인 가치였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노인들의 경제사정은 지극히 좋지 않다. 2021년 통계청 기준 한국의 노인빈곤율(65세 이상 노인 가운데 전 국민 중위소득의 50% 미만 소득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비율)은 37.6%로 OECD 가입국 중 가장 높다. 이 시대를 사는 노년층은 지난 수십 년간 우리나라 경제성장을 주도한 세대지만, 외환위기를 겪은 데다 대부분 재산을 자녀에게 물려준 경우가 많다. 노년의 빈곤도 문제지만 외로움은 더 견디기 어렵다는 사람이 많다.
노시니어존에 대해 찬성하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자영업자가 원하는 소비자를 선택하는 것은 당연한 시장논리라는 것이다. 노시니어존이 많이 생겨날수록 시니어를 타깃으로 하는 카페도 등장할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 요소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부터 본격화된 이념적 편가르기 문화가 더 세분화된 분야로 확산되는 것 같아 걱정이다. 노시니어존 카페의 등장은 SNS나 선거과정을 통해 노인증오를 선동하는 분위기로 확산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우리 국민의 유교정신은 외국학자들도 연구대상으로 삼았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Anold Toynbee)는 한국에서 가져갈 것이 있다면 가족제도뿐이라고 말했을 정도다. 노인증오 풍조는 사회적갈등 심화 때문에 오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우리 공동체가 합심해서 근절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