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신록이 싱그럽기만 하다. 몇 차례의 꽃이 피고 지더니 산과 들로는 온통 초록으로 가득하다. 푸르디푸른 초목의 향연에 희끗희끗 꽃들이 꿈결처럼 피어나 푸른달의 정취를 더하고 있다. 입하목(立夏木)이라고도 불리우는 이팝나무 잎새 위로 흰눈이 내려앉듯 이밥같은 꽃이 피고, 군데군데 아카시아 흰꽃이 바람에 날리며 상큼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그렇게 차창 밖으로 어리는 초여름의 풍경을 접하며 길을 나선 곳은 서울이었다.
일전에 어떤 문인과 나눈 대화 마냥 새삼 ‘촌스럽게(?) 무슨 서울 구경’하러 애써 상경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냥 발길 닿는 대로 주마간산격으로 단순하게 훑어보고자 함은 결코 아니었으리라. 우리의 뿌리 깊은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알고, 애환과 부침의 현장을 답사하며 격변의 시대상을 가늠해 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더욱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역사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여 국민 품으로 돌아온지 1년을 맞은 청와대를 탐방하는 것도 내심 기대되기도 했었다.
조선왕조 500여 년의 역사가 점철된 경복궁(景福宮)은 ‘하늘이 내린 큰 복’이라는 뜻으로 개국 4년째인 태조 4년(1395년)에 세운 으뜸 궁궐이다. 임진왜란으로 폐허가 된 경복궁을 1867년(고종 4년)에 중건하면서 조선왕실의 전통과 현실을 조화시켜 부분적인 변화를 가미했고,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조선총독부를 철거 후 흥례문과 궁궐의 정문인 광화문도 다시 복원하여 원래의 모습을 회복 중에 있다. 또한 광화문 남쪽으로 나랏일을 맡아서 처리하던 중앙관청인 육조거리의 윤곽이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공사과정에서 드러남에 따라 발굴된 관청 터 일부를 그대로 노출시켜 전시하고, 해치마당 조성과 미디어월을 설치하는 등 광화문 일대의 역사성과 광장 연계 활성화 측면에서의 의미있는 개선사업을 대대적으로 마치기도 했었다.
그리고 74년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와 온전히 국민의 공간이 된 청와대는, 광화문에서부터 북악산까지 이어지는 길에서 때로는 느긋하게 산책하거나 휴식하고 때로는 역사와 문화를 탐방하는 새로운 명소로 자리매김할 것 같다. 역사적인 청와대 개방을 기념하고 새시대를 여는 희망과 기쁨을 함께할 다양한 공연과 다채로운 문화행사가 테마별로 곁들여져 한결 흥미와 관심을 더해 준다. 역사 속에서 문화를 살리고 볼거리와 느낄 거리로 감흥을 줄 수 있다면 지속가능한 문화역사관광의 인프라로 삼기에 충분할 것이다.
한옥과 골목길, 문화와 예술이 만나고 삶이 어우러지는 세종마을과 북촌한옥마을은 경복궁을 사이에 두고 조선시대 중인과 일반 서민의 삶의 터전이었으며, 근현대에는 문화예술의 혼이 이어진 곳이기도 하다. 도심 속에서 고즈넉한 한옥체험을 할 수 있고 전통시장, 소규모 갤러리, 공방 등이 자리잡은 곳에서의 하룻밤은 그야말로 꿈결 같은 시간이리라.
‘자세히 보아야 예쁘고 사랑스럽’듯이 우리나라 곳곳에는 이색적인 명소가 많다.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모처럼만의 서울 톺아보기는 부담없이 유쾌한 행복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