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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과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등록일 2023-05-21 18:14 게재일 2023-05-22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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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박성률트레이닝과학연구소장동국대 의과대학 연구초빙교수

대한민국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은 1976년 8월 1일 몬트리올에서 나왔다. 그 당시 한국 스포츠는 인간의 한계만을 시험대에 올려 지켜보던 시대였다 해도 과장이 아니다. 몬트리올 올림픽 금메달 1개에서 시작해 88서울올림픽과 92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를 획득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0년 남짓이다. 이렇게 단기간에 세계 최상의 경기력을 갖추게 된 우리나라 엘리트스포츠의 힘은 어디에 있을까?

특히나 아시아인은 인종학적으로 불리하다고 여겨졌던 올림픽 수영에서 금빛 물살을 가른 박태환과 스피드 스케이팅의 모태범, 이상화, 그리고 고난이도 기술 개발로 자신의 이름을 딴 체조의 양학선까지도 스포츠과학의 지원으로 철저히 분석되고 연구된 결과물이 적용된 성과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이렇듯 엘리트스포츠의 세계적인 도약을 위해서 스포츠과학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인 시대가 됐다. 그렇다면 과학은 엘리트선수의 경기력에 어떻게 기여하는가? 경기력은 체력뿐만 아니라 기술, 심리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은 이러한 경기력 결정요인을 실험 도구와 첨단장비를 이용해 측정, 분석하고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훈련 방법과 훈련 환경을 개선하는 데 기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엘리트스포츠에서 체력은 경기력을 결정하는 가장 기초적인 요인인데, 무엇보다 측정과 평가 방법이 중요하다. 과거 체력 측정은 100m 달리기나 오래달리기 또는 윗몸일으키기와 같은 단순한 방법으로 실시되면서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현재는 다양한 측정 도구와 방법이 이용되는데, 근관절기능검사는 선수의 관절 가동 범위 및 근력, 그리고 운동부하검사는 산소 운반체계 능력으로 나타내는 최대산소섭취량과 운동 수행을 예측하거나 훈련 강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젖산역치를 측정한다.

이에 더해 스포츠과학은 운동 지속 시간과 에너지 소비 형태를 측정해서 각 종목별로 요구되는 에너지 시스템을 분석하여 효율적인 훈련 프로그램을 구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일반적으로 100m 달리기의 경우 약 98%의 인원질 시스템(ATP-PC)과 약 2%의 무산소성 해당과정과 젖산 시스템으로 에너지 대사가 이루어지고, 마라톤의 경우 약 95%의 유산소 시스템과 5%의 젖산 시스템으로 에너지가 생성된다. 이같이 종목에 따라 쓰이는 에너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은 개별 선수의 체력 상태에 맞는 훈련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현장에 적용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스포츠과학은 선수의 역학적 기술과 지각-동작 기술을 측정, 분석해 경기력 향상에 기여한다. 영상 장비를 이용한 빠른 신체 움직임의 순간 위치 변화와 힘의 작용에 대한 분석은 잘못된 동작을 교정하고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도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게다가 선수의 연속 동작과 움직임 분석을 위해 비디오 영상분석 장비도 활용되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역도의 장미란 선수가 자세 교정 등으로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신기록을 경신하며 금메달을 따는 데에 기여도는 상당했다.

엘리트선수의 경우 경기 상황에서 필요한 정보를 찾아내고 상대방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는 능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 안구추적기는 안구 움직임을 촬영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장치를 머리에 착용하여 선수가 보는 장면과 눈동자 초점이 한 화면에 나타난다. 이러한 장비를 이용한 측정과 분석은 패널티킥 상황에서 골키퍼가 키커의 어깨와 공을 차는 다리에 시선을 고정하거나 배드민턴에서 상대방의 라켓을 든 팔과 머리 사이의 공간에 시선을 집중하여 공이나 셔틀콕의 방향을 예측하는 훈련에 적용된다. 그뿐만 아니라 스포츠과학은 심리검사를 통해 엘리트선수의 심리적 특성을 파악하고 심리기술훈련을 통해 심리적 변화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한다, 다시 말해 스포츠현장에서 경기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심리의 역할은 시합이나 훈련 상황에서 선수 스스로 심리상태를 조절할 수 있도록 심리기술을 훈련하는 데 있다. 선수들이 훈련하는 환경과 실제 경기하는 환경과의 차이에서 비롯된 여러 요소들은 선수들의 불안, 각성 혹은 집중력 등을 변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전통적인 심상 훈련에다 과학을 접목해 실제 상황과 유사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가상현실을 적용한 심리기술훈련이 적용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로 2020도쿄올림픽에서 올림픽 양궁 역사상 최초 금메달 3관왕인 안산 선수를 배출한 양궁 국가대표팀을 들 수 있다. 이처럼 과학은 엘리트스포츠 영역에서 체력과 기술, 심리까지 폭넓게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과학은 엘리트스포츠뿐 아니라 건강을 증진하고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생활 스포츠에도 응용되고 있다. 생활 스포츠 참가자의 건강 및 체력 상태를 측정, 분석해 다이어트, 부상 및 운동 상해 예방, 재활 등 운동치료에 맞는 운동 유형을 찾고 빈도, 시간, 강도를 정해 운동 효과를 드높이는 데도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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