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만 되면 우리 사회는 심한 가슴앓이를 한다. 43년이 지났지만 우리 가슴 한켠엔 5·18광주 민주화운동의 쓰라린 상처가 남아있다. 쉬이 아물지 못하는 생채기다.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가 지난 9일 광주 금남로에서 ‘호남총궐기대회’를 가졌다.
지역 시민단체 등 참가자들은 민주당을 호남의 적폐이자 특권세력으로 규정하고 권력을 독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586을 학생운동 경력과 5·18팔이로 정치하는 세력이라고 질타했다. 5·18을 사유화하고 독점하려는 세력이라고 못박았다. 호남 시민의 뜻을 모아 이들을 척결하겠다고도 했다.
이 단체는 당초 국회의원과 고위공직자 등의 특권과 특혜 폐지를 목적으로 결성됐다.
강기정 광주시장은 같은 날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할 것을 국회와 정부에 요청하면서 의미있는 언급을 했다. 5·18이 특정 단체, 특정인들의 전유물이 됐다고 비판했다. 5·18의 숭고한 뜻이 왜곡되고 있다고 통렬하게 일갈했다.
‘5·18 비판’의 금기(禁忌)가 깨지고 있다. 성역이 허물어졌다. 5·18의 고장에서 5·18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성숙하고 이성적으로 단단해졌다는 반증이다. 그동안 호남과 손 잡은 좌파 인사들이 조자룡 헌 칼 쓰듯 5·18을 전가의 보도로 활용해왔다. 좌파와 호남의 결합은 좌파 집권을 보장했다.
호남의 심장인 광주가 과거의 덫에 빠져 있는 사이 5·18과 민주를 앞세운 운동권의 목소리가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이익은 덤이었다. 광주와 호남에는 경제성 검토도 필요 없었다. 정치적 명분만 그럴듯하면 됐다. 국책사업을 추진하고 기업을 끌어왔다. 43년을 그렇게 흘러왔다.
5·18 국가유공자 선정도 인우보증(이웃과 친구가 보증)이라는 이름으로 허술하게 진행됐다. 보훈처 심사도 필요 없었다.
43년이 지났는데도 5·18 유공자는 계속 늘었다. 5·18 국가유공자 명단을 전면 공개하라는 주장은 소리없는 외침이다. 5·18과 상관 없는 인사도 버젓이 이름을 올렸다.
이제사 일각에서 바로잡자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호남 지식인층 중에는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광주가 추구하는 가치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반한다는 이유에서다.
5·18과 관련된 국민적 의혹과 마음 한켠 찝찝함을 호남인 스스로 털어내야 한다.
보수의 무턱댄 ‘호남 혐오’도 그쳐야 한다. 혐오가 아닌 ‘비판’을 해야 한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리고 건전한 비판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5·18을 대한민국 자산으로 인정해야 한다. 5·18민주화운동특별법도 폐지해야 한다. 사람 입에 자물쇠를 채운, 왕조시대에나 있을 법한 법을 만든 대단한 국회는 반성과 함께 제자리로 돌려놓아야 한다.
5·18 정신에 대한 신성모독이기 때문이다. 호남인들은 호남의 위대한 정신이자 자산인 5·18을 스스로 훼손시키는 일은 더이상 않아야 할 것이다.
일제침략, 4·3사건, 5·18 등 현대사의 비극이 된 과거사의 강을 건너야 한다. 그래야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