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간, 전공·학과 간 경계를 허무는 ‘글로컬 대학’이 곧 탄생한다. 현재 대구·경북을 비롯해 비수도권 대학은 글로컬 대학 신청마감(31일)을 1주일 앞두고 응모준비에 한창 바쁘다.
‘글로컬 대학’은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을 합친 용어다. 말 그대로 로컬대학을 국제적인 일류대학으로 육성해보겠다는 취지에서 나온 정책이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다음달 중 15곳 안팎의 예비 지정 대학을 발표한다. 그 후 세부적인 심사를 다시 거쳐 오는 9월까지 10곳을 글로컬 대학으로 최종 선정한다. 선정되는 대학은 앞으로 5년간 1천억씩 지원받는다. 돈 가뭄에 시달리는 지방대학으로선 적지 않은 금액이다. 정부는 오는 2026년까지 모두 30곳의 글로컬 대학을 선정한다. 지방대가 글로컬 대학이 되면 국립대 교수들에게도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줄 수 있고 대기업 인력을 겸임교수로도 활용할 수 있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경산에 있는 경일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가 공동응모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재단인 영남대와 영남이공대, 계명대와 계명문화대, 그리고 안동대(국립)와 경북도립대도 응모를 논의중이다. 국립대인 안동대와 금오공대의 통합논의는 무산됐다. 경북대와 대구교대의 통합에 대한 관심은 컸지만, 학교구성원들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됐다. 반면 부산대와 부산교대는 통합에 합의해 글로컬대학으로 선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부가 글로컬 대학이라는 아이디어를 낸 이유는 지방대학을 국제적인 대학 흐름에 합류시켜 생존력을 높여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글로컬대학 선정과 관련해 제시한 주요 가이드라인도 응모대학들이 국제적인 추세에 맞춰 지역·산업 간, 그리고 학문 간 경계를 허물어서 새로운 차원의 대학모습을 제시해 보라는 것이다.
응모대학들이 일단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다양한 방법의 통합을 통해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여러 영역의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고, 학생들의 연구분야와 역량을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다. 다양한 학문 간 협업도 가능해진다. 지금도 국내외 일류대학들은 학생들이 대학에 들어와서 한 전공에 갇히지 않고 여러 분야를 탐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주고 있다.
글로컬 대학 출범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방대가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긍정론이 있는가 하면, 일부 지방대만 살리고 나머지 대학들은 고사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국가든 개인이든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과거와는 다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지금의 대학생들은 기성세대와는 완전히 다른 ‘IT 세상’을 살아가야 한다. 대학의 교육 방법과 내용을 당연히 새롭게 짜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현재 모든 지방대학이 체감하고 있겠지만, 머뭇거리다간 바로 도태된다. 학생 개개인도 하루하루 자기혁신을 하면서 대학생활을 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글로컬 대학 정책이 취지대로 이행되면, 현재 심각한 소멸위기를 겪는 많은 지방대학의 생존모델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