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모임에서 반려동물이 화두가 됐다. 한 친구가 애견 세 마리와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개를 돌보느라 꼼짝 못하고 있다고 근황을 전했다. 한 마리는 열 여덟살이다. 인간 나이로 백 살이 넘는다. 요즘 다리가 아파 잘 걷지도 못해, 똥오줌을 받아내고 식사 때마다 챙겨줘야 한다. 치매나 거동이 불편한 어른 돌보듯 한다. 은퇴 후 집에서 소일하는 친구지만, 집에 아무도 없을 때는 하루 종일 반려견 뒷바라지에 매달린다.
애견을 챙기는 일이 힘들면서도 18년 동안 가족같이 함께 생활해 온 터다. 정리를 생각하면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가족들만 바라보며 외출하고 돌아오면 반기는 강아지를 보면 재롱부리는 손주들 못잖다.
그동안 반려견 두 마리를 저 세상으로 보냈다. 애견장례식장을 이용해 장례비용만 한 번에 50만 원이 들었다. 병 들어 동물병원에라도 가면 20~30만 원 씩은 보통이다. 요즘엔 반려동물 보험 상품도 나오고 있지만 적잖은 금액이 부담이다. 반려견을 떼어놓고 멀리 휴가나 며칠씩 묵는 나들이는 생각지도 못한다. 반려견 동반이 가능한 숙박지나 숙소를 찾아야하고 호텔을 이용하면 그만큼 경비가 많이 든다. 한 친구는 반려동물 때문에 최근 20년 동안 해외여행은 단 한 번도 가보지 못했다고 푸념했다. 휴일 날 동네 공원에는 반려동물과 산책을 나선 이들이 많다. 곳곳에 영역 표시를 하는 모습에 낯이 찌푸려지기도 하지만 이젠 일상이 됐다. 애호가들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재미가 쏠쏠하지만 반려동물 시집살이가 녹록치 않다.
반려견이 죽으면 애견동호회에서 부고도 돌리고 부조도 하며 이별을 함께 슬퍼해 준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천국인 세상이 됐다.
펫코노미 시장도 덩달아 진화하고 있다. 그 끝을 모를 정도다. 반려동물이 거의 인간과 동등한 수준의 대우를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 1천400만 명 시대다. 항공업계는 멍멍이 기내식을 검토하고 있다. 가구와 치킨업계 등 펫 산업 진출이 잇따른다. 전용 소파에 펫 마루까지 등장했다. 보험사들은 보장을 강화한 반려동물 보험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뒤 주인이 정신과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정신질환진단비까지 준다. 털날림 등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까지 챙긴다. 반려견의 사고까지 보장해 준다. 반려인 사망 때 반려동물을 돌볼 수 있는 보험도 있다. 경북 봉화엔 펫고교까지 생겼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어린아이 키우는 것과 같다. 각종 예방접종은 필수다. 배변, 산책 훈련도 시켜야 한다. 훈련이 안 된 반려동물은 주변에 민폐를 끼친다. 자칫 반려동물 혐오와 분쟁 소지가 없잖다. 소음은 가장 고민거리다. 반려동물 유기와 학대행위도 늘어난다. 인명을 해치는 사고도 적지 않다.
반려동물은 인간에게 위로와 즐거움을 주지만 불편과 예기치 않은 사고는 감수해야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책임과 의무가 필수적이다. 단단히 시집살이할 각오를 하지 않고는 반려동물을 키울 생각은 아예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