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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대구 수성유원지

우정구 논설위원 대구 수성유원지는 대구 12경의 하나로 소개되는 곳이다. 대구시민이 가족과 함께 즐겨찾는 장소이자 대구시민의 정서가 담겨 있는 유서 깊은 장소다.일제 강점기인 1924년 수성못 일대 농민들은 신천을 농업용수로 사용했으나 신천이 상수도로 사용되면서 농업용수 부족을 겪게 되자 일본인 미즈사키 린타로와 함께 저수량 70만t의 수성못을 축조하기에 이른다. 당시 축조에 공로가 컸던 미즈사키 린타로는 그의 유언에 따라 그의 묘가 수성못 부근에 조성돼 있다.수성유원지보다 수성못으로 더 알려진 이곳의 명물로 수성관광호텔(현재 호텔수성)을 꼽지 않을 수 없다. 대구 최초의 관광호텔로 고 박정희 대통령과의 인연으로 유명하다. 박 대통령이 대구에 오면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곳에 머물러 박정희 별장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지금도 그가 머물던 방이 남아 있어 관광용 객실로 팔려나간다 한다.1980년대까지만 해도 수성못 둘레에는 100개가 넘는 포장마차가 성행, 불야성을 이뤘으나 1991년 수성못 일대 정비가 시작되면서 모두 사라졌다.수성못 한쪽 편에는 대구에서 태어난 독립운동가이자 문학 시인인 이상화를 기념하기 위한 상화동산이 조성돼 있고 그의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비도 세워져 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곳에서 시장 출마를 선언해 당선이 됐다.대구 대표 명소인 수성못의 소유권을 한국농어촌공사에서 대구시나 수성구청으로 무상 이양하자는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다고 한다. 농업용수 기능이 사실상 폐지된 저수지를 지방자치단체로 넘겨 효용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수성못이 명소에 걸맞는 변신을 거듭할지도 주목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7

DIFA 2022, 모빌리티 중심도시 대구 알린다

2022 대구 국제 미래모빌리티엑스포(DIFA 2022)가 27일 대구시 북구 산격동 엑스코에서 개막식을 가졌다. 대구시는 6년째 맞는 이 행사의 명칭을 올해부터는 대구 미래자동차엑스포에서 대구 미래모빌리티엑스포로 바꿨다. 지난해까지 전기·자율자동차 등 미래자동차 산업에 국한했던 전시회를 올해부터는 도심항공교통(UAM), 모터, 배터리 부품, 충전기 등 모빌리티 산업 전반으로 확대한 것이다.최근 대구시가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거는 도심항공교통까지 포함한 국제행사를 준비한 것은 대구시가 미래산업으로 손꼽고 있는 미래자동차산업을 UAM을 포함한 모빌리티 전반으로 확대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급변하는 자동차산업 환경에 발맞추려는 대구시 전략의 발빠른 대응이다.대구시는 지난 9월 대구 미래 모빌리티산업 육성전략을 발표하면서 이미 도심항공교통산업을 본격 육성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기본설계 단계에서부터 UAM 계획을 반영하고, UAM과 항공기가 조화롭게 비행하는 국내 최고 중추공항을 만들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대구시 관계자가 “통합 신공항 건설과 K-2 후적지 개발 등 미래도시 계획을 준비 중인 대구가 미래 모빌리티산업 육성에 유리하다”고 밝힌 것처럼 대구시가 모빌리티산업 전반을 대구 미래산업 영역으로 삼은 것은 매우 잘한 일이다.이번 전시회에는 현대기아차, 테슬라 외에 제너럴모터스(GM)와 지엠테크니컬센터 코리아, 아우디 등이 첫선을 보였고, 영국의 스카이포츠와 미국의 항공우주 선도기업인 벨텍스트론도 참여했다. 대구시가 전략적으로 추진하는 미래 모빌리티 중심도시의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고무적이기도 하다. 대구는 신공항 건설을 계기로 낙후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비약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있다. 여기에 대구시가 구상하는 미래 모빌리티산업이 접목이 된다면 금상첨화다.이번 DIFA 국제행사가 대구의 미래산업을 육성하는 시발점인 동시에 대구가 희망하는 모빌리티산업 중심도시로 변신하는 획기적 전기가 되기를 바란다.

2022-10-27

매천시장 화재, 피해상인 구제가 급선무

지난 25일 발생한 대구 북구 매천동 농수산물 도매시장(매천시장) 화재와 관련해 합동감식반이 정확한 피해 규모와 원인 규명에 나섰다. 경찰과 소방, 국과수, 한국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등 5개 기관으로 구성된 합동감식반은 자연발화와 실화, 방화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현재로선 화재 원인과 인화성 물질, 스프링클러 작동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매천시장은 지난 2013년 8월 29일에도 대형화재가 발생했지만 아직 그 원인을 모르고 있다. 이번 화재규모가 커진 것은 여러 악조건이 겹쳤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특히 해당 건물이 화재에 취약한 샌드위치 패널로 구성됐기 때문에 피해를 키웠다는 말이 나온다. 한 소방대원은 “샌드위치 패널 내에는 스티로폼이 있는데 불이 금방 붙는다. 현장을 보면 콘크리트 부분은 그을린 정도지만 패널이 있는 부분은 훼손이 심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화재 때 스프링클러가 제대로 작동했는지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으며, 화재 당시 강풍이 분 것도 불길이 번진 이유 중의 하나로 지목된다.지난 1988년 개장한 매천시장은 공간이 좁은데다 비효율적인 건물 배치, 건물 안전성 등으로 그동안 이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하게 나왔다. 대구시는 2013년 ‘농수산물도매시장 시설 현대화 방안 계획수립’ 용역을 토대로, 적합한 장소를 물색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후 2018년 시설현대화사업을 확정했지만, 홍준표 대구시장이 매천시장 외곽 이전을 공약하면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대구시가 화재 다음날인 지난 26일부터 임시경매장을 설치하는 등 매천시장 정상화를 위해 애쓰고 있지만, 경매물량은 평소대비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재해발생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갑작스럽게 재난을 당한 피해자들에 대한 빠른 지원이다. 매천시장은 상인 개인별 피해보상도 어렵다고 하니 피해자들의 고통이 엄청날 것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상인들이 빨리 일상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구제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

2022-10-27

‘아줌마’와 ‘여사님’

홍석봉정치에디터 한 상가(喪家)에서 있었던 일이다. 60대 상주가 문상객들을 맞으면서 상가 일을 돕던 여성에게 “아줌마”라고 부르며 음식을 요청했다. 그 순간 뒤돌아본 50대 여성은 표정이 굳어진 채 레이저 눈총을 쏘았다. ‘아줌마’라는 말에 감정을 상한 듯 했다.옆에 있던 상주의 지인이 ‘아차’ 싶어, “여사님!, 상주가 잘 몰라서 그런 모양인데 이해해주세요”라며 상주를 옆으로 밀어내 겨우 어색한 국면을 모면했다.요즘 상가의 여성 도우미를 ‘여사’로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동석했던 문상객 다수가 그 상황이 이해되지 않은 듯 했다. 그 자리를 벗어나자마자 일행들은 ‘아줌마’라는 말이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인지 여부를 두고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아줌마’라는 말은 ‘아주머니’라는 말의 낮춤말이다. 사전적 의미로 ‘아주머니’는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나 결혼한 여자를 예사롭게 이르거나 부르는 말이다. 아줌마는 그만큼 우리에게 스스럼없고 친근한 말이었다. 오랜 세월을 무탈하게 사용해 왔다. 하지만 아줌마가 어느 순간 비하의 표현이 됐고 금기어가 됐다. 잃어버린 ‘동무’처럼,‘ 여사님’이 대신했다.한때 방송인 김어준의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호칭이 논란이 됐다. 한 민간단체 대표가 ‘김건희 씨’ 호칭 사용을 두고 국가인권위에 진정한 것이다. 문재인·노무현 전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여사’라는 존칭을 쓰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에게는 ‘씨’를 사용한 것이 인격권 침해라는 것이다.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 호칭을 안 쓰겠다고 밝히면서 일단락됐다. 이후 각종 언론 등에 ‘여사’가 통용됐다.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같은 논란에 휩싸였던 적이 있다. 결국 지지자들의 요구에 따라 ‘여사’ 호칭이 굳어졌다. 대중의 언어 습관 변화 등을 고민한 결과였다. ‘00씨’라는 표현이 높임말임에도 불구, 이를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던 것이다.북한에서는 ‘여사’가 김일성의 부인 김정숙이나 김정은의 부인 리설주에게만 사용하는 호칭이다. 감히 다른 사람은 사용하지 못한다. ‘존엄’을 해칠 수 있어서다.여사(女史)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한 여자 또는 사회적으로 이름 있는 여자를 높여 이르는 말이다. 현재는 다른 사람의 부인을 높여 부르거나 호칭이 마땅치 않은 나이 많은 여성을 ‘아줌마’ 대신 부를 때 사용한다.그런데 요즘 다수의 여성들이 근무하는 곳에는 ‘여사’가 일반적인 호칭으로 사용되는 추세다. 우편물 분류작업을 하는 우정실무원들도 현장에서 ‘여사님’으로 불린다. 할인점에서도 도급 여성 사원들에 대해 ‘여사님’이라고 부른다. 한때 ‘사장’호칭이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구멍가게 주인도 사장이고 너도나도 사장이라고 불렀고, 행세를 했다. 이젠 기업체의 ‘대표’와는 엄연히 구분돼 사용된다. 시류 변화에 따른 것이다.바야흐로 ‘여사 전성시대’다. 대통령 부인도 여사고, 노가다 현장의 여성도 ‘여사’다. ‘사장’ 호칭이 일반화된 것처럼 여사도 상하귀천이 없이 사용하는 호칭이 됐다. 그래도 정겨운 ‘아줌마’가 그립다.

2022-10-27

바닷가 소나무 숲속의 축제

윤영대수필가 올해의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이 15일간의 야외전시로 송도 바닷가에서 열리고 있다. 예년보다 조금은 소규모인 듯하고 다양한 볼거리가 없지만, 송림 솔밭 도시 숲에서 포항거리예술축제가 같이 열려서 푸근하게 바다와 숲을 보면서 우리 생활에서 희미해져 가는 듯한 삶의 맥을 짚어볼 수 있어 좋았다.스틸아트페스티벌은 ‘동행-공존하는 다양성’을 주제로 철강기업 작품 14개와 작가 작품 21개, 시민참여 작품 1개 등 총 36개 스틸아트가 맑은 가을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송도에서 푸른 바다, 하얀 모래밭을 배경으로 포항이 문화예술 도시로의 발전을 기원하듯이 ‘해보는 대로’에 줄지어 서 있다.먼저 입구 쪽 안내 부스로 가서 안내 책자와 문화 여권을 받고 천천히 투어를 시작했다. 하나하나 사진도 찍으며 살펴보니 부엉이, 오리 새들과 돌고래, 개복치 물고기도 있고 사슴, 고양이뿐만 아니라 예쁜 나비와 달팽이 등 곤충과 벌레도 철강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모두 인간과 공존하는 생명체들이다. 그 사이 서 있는 천사는 두 손 모아 무엇을 기도하고 있을까? 평화의 여신상이 50년 전 포항 시정목표인 ‘명랑한 문화도시’가 이루어진듯 힘차게 하늘로 두 손을 펼치고 있다.백사장에 늘어서 있는 체험 부스로 돌아오니 어린이와 손잡고 가족이 흥미롭게 기웃거린다. 캐리커처도 그려주고 한지·칠보 공예 체험을 통해 시민들의 참여를 이끌고 기념품도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도 문화 여권에 ‘제목 맞추기’를 써넣어 스탬프도 찍고 체험 티켓을 사서 캐리커처도 그려 받고 종이꽃 액자도 만지작거려 보았다. 또 다음 날 밤에 다시 와 보니 찬란한 포스코 불빛과 검은 바다의 파도 소리에 스틸아트는 더욱 빛나고 있었다.‘포항거리예술축제’가 열리고 있는 길 건너 소나무 숲으로 가봤다. 금·토·일요일 사흘간 송도 솔밭 도시 숲에서 ‘우리, 좀 더 가까이’라는 주제로 숲속에 있는 구령대, 족구장, 정자뿐만 아니라 숲속 쉼터와 놀이터 데크 등에서 스무 개의 다양한 볼거리가 공연되고 있었다. 예술가와 시민을 잇고 다양성, 포용 그리고 연결이라는 시민참여 예술제에 포항의 16개 동호회가 참여하고 있었다. 주로 젊은이들이 몸짓으로 율동으로 또 연극으로, 관람하는 시민과 가까이서 또는 같이 움직이며 평범한 하루가 특별한 시간으로 느껴지는 경험을 하게 한다. 다 둘러보기는 어렵겠지만 숲길마다 흥겨운 가족 나들이 모습이 바로 축제다.‘요람’ 공연장 데크에서 체험으로 요람에 누워 어린이처럼 웃었지만 곧이어 시작된 1인극은 홀로 공간에서 맴도는 한 여배우의 모습이 각자의 생활 속 시공을 되새겨 보게 한다. 무대 옆을 흰 삿갓을 쓴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가기에 뭔가 했더니 ‘숲을 거니는 싯구들’이라는 참여형 거리극이었다. 움직이는 거울에 나를 비춰보기도 했다.저녁나절, 송도 카페 문화거리에 불이 켜지기 시작하니 그것은 밤의 축제다. 카페와 치킨집, 그야말로 ‘까치집’에는 젊은이들의 웃음이 가득하다. 국제불빛축제가 취소된 포항의 바닷가에는 또 다른 축제가 시민들의 마음속에 불꽃을 터뜨리고 있었다.

2022-10-27

색깔론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문재인 전 대통령은 ‘통혁당사건’으로 복역한 신영복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했다. 사석에서 한 얘기가 아니라, 각국 정상급 인사들과 북한의 김여정 일행이 참석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에서 한 말이다. 자신의 사상적 일단을 세계만방에 천명한 셈이었다. 통혁당(통일혁명당)의 지도이념은 주체사상이며, 사회주의·공산주의 건설이 목적이었다. ‘반정부 및 반미 데모를 전개하는 등 대정부 공격과 반정부적 소요를 유발시키려는 데 주력했다’는 이유로 검거된 당원들 중 북한에 가서 로동당에 가입한 김종태, 김질락, 이문규는 사형에 처하고 신영복 등은 무기징역형을 받았다.위의 사건이 다시 소환된 것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장에서였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에게 “문재인 대통령이 종북주사파라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김일성주의자”라고 대답한 데서 비롯되었다. 김문수 위원장은 과거 노동운동을 한 경력이 있어서 신영복의 사상에 대해서는 잘 안다고 했다.‘우리 당이 민족의 태양, 김일성 장군의 혁명사상을 구현하기 위한 한국혁명의 전위당인 만큼 당원과 각계의 애국민중을 하나의 혁명전선으로 결속해야 할 것이라는 정치활동의 목표로부터 출발해 (중략) 우리들은 이 힘 있는 정치선전수단으로 보다 많은 김일성주의자를 육성하고 각계각층 애국민중을 하나의 혁명전선, 통일혁명의 깃발 아래 강고하게 결집시키도록 합시다.’ 통일혁명당 기관지 ‘혁명전선’에 실린 이 글을 보면 김 위원장이 왜 문 전 대통령을 김일성주의자라고 했는지 이해하게 된다.좌파들은 자신들을 향한 비판을 곧잘 색깔론이라고 매도한다. 요즘 세상에 빨갱이가 어디 있다고 ‘종북몰이’를 하느냐는 것이다. 좌파가 아닌 사람들 중에도 그들의 말에 동조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엄연히 종북 주사파들이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주사파 조직에서 활동하다 전향한 홍진표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은 2004년 10월 ‘월간조선’ 기고문에서 이렇게 말했다.“주사파는 1980년대 중반 이후 전대협, 한총련 등을 조직해 학생운동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들은 소위 ‘金日成 原典(김일성 경전)’을 읽으며 북한 주도 통일 실현을 목표로 활동했다. 그들은 ‘위수김동(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친지김동(친애하는 지도자 김정일 동지)’이라는 호칭을 써가며 김일성과 김정일을 진심으로 추앙했다.”그 때의 주사파들이 문재인 정권과 더불어민주당의 핵심 인물들이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그들의 행보를 보면 지금도 사상적으로 완전히 전향을 한 것 같지는 않다. 겉으로는 내세우지 않는다고 해도 그들의 궁극적 지향점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체제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소위 ‘운동권’시절에 불태웠던 체제전복의 꿈이 얼마나 시대착오적인 망상인지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의 철저한 활동으로 좌경화된 사회일반의 의식전환을 위한 범국가적 혁신이 이 시대의 주요 당면과제이다.

2022-10-27

쌀쌀한 날씨, 뇌졸중은 언제나 조심

포항성모병원 신경과 차민주 진료과장 점점 쌀쌀해지 것이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을 느끼게 하는 요즘 날씨이다.날씨가 추워질수록 혈관이 수축될 가능성이 크고 그로 말미암아 혈압이 높아지며 뇌졸중이 생길 확률이 높아진다. 겨울로 가는 길목의 10월이 뇌졸중의 날로 지정된 이유도 그것이라 생각된다.뇌졸중은 2018년도 기준 40명 중에 1명이 생길 수 있을 정도로 유병률이 높은 질환이다.뇌졸중은 시간다툼의 질환이다. 의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뇌졸중이 생기더라도 특별한 치료 없이 지켜본다는 말 그대로일 정도로 비응급 질환이었다면, 최근에는 비약적인 의학발전으로 치료를 통해 획기적인 증상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질환이 됐다.증상이 있을 때 뇌출혈이든 뇌경색이든 빠른 치료가 예후에 굉장한 영향을 많이 미치므로 증상이 있을 경우 빠른 내원이 필요하다.보통 뇌졸중의 증상으로는 구음장애부터, 팔다리 근력저하, 실어증, 시야 장애, 어지러움, 팔다리 감각이상, 심하게는 의식소실 등 다양한 양상을 보인다. 지금 나타나는 증상이 뇌졸중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이상 증상이 있을 때는 즉시 응급실로 내원해 빠른 조치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증상이 생겼을 때 빠른 치료가 좋은 예후를 보인다면 미리 예방하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보통 뇌졸중의 원인 요소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담배, 그리고 노화이다.노화가 원인요소 중 하나이나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다른 원인들은 얼마든지 열심히 조절할 만한 질환이다. 고혈압이 있는 분들은 수시로 혈압을 측정해 약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고 당뇨도 혈당 체크, 식이 조절, 운동을 통해 조절이 필요하다. 또한 고지혈증도 약물치료 및 식이습관 관리, 운동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는 질환이다.마지막으로 마음먹고 금연하는 것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요소라고 볼 수 있다.뇌졸중이 생기면 나로 인해 혹은 가족으로 인해 한 집안의 안녕이 달라진다. 화목한 가정도 사회도 건강으로부터 시작된다. 추워지는 날씨에도 건강한 식습관과 운동, 또한 빠른 대처로 모두 건강한 가을, 그리고 겨울을 보냈으면 좋겠다.

2022-10-27

노을풍경

양태순수필가 지난해부터 노을이 보고 싶어 올여름 꽃지해수욕장을 찾았다. 노을 명소로 가는 내내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도착했을 때는 이미 노을이 지고 있어 숨조차 참아가며 지켜보았다. 노을꽃이 막 만개하려는데 갑자기 구름이 몰려와 회색으로 덮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다시 수평선을 물들이는 장관을 볼 수 있겠지,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동행한 이들은 이미 해가 꼴깍 넘어갔다고 돌아서자는데 먼 길 달려온 아쉬움에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노을맞이는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짧은 시간에 찬란함이 스러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기온과 바람, 대기의 맑은 정도에 따라 천차만별의 색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너무 아름다워서 오만가지 생각이 일어섰다 사라지게 하는 노을, 그런 노을이 보고 싶었다. 사는 동안 겪은 숱한 감정을 색으로 보여주는 이력서 위의 잔잔한 위로가 느껴지는 노을 말이다. 짬을 내어 노을맞이를 나섰다. 도심의 가로수에는 가을이 도착하고 있었다. 지난달 시퍼렇던 잎들이 쏟아지는 햇살에 붉은빛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나무 그늘이 적시는 보도블록도 흰색에서 좀 깊어진 회백색이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시골길로 방향을 잡았다.창문을 내리고 달렸다. 간들바람이 지나며 머리카락을 사라락 흔들자 달큼한 향기가 달려들었다, 곧 들이 다양한 노랑으로 펼쳐졌다. 벼가 노랗고, 누렇고, 황금빛으로 익어서 바람을 따라 물결쳤다. 어쩔 수 없는 농부의 딸인지 보는 것만으로 배가 불렀다. 오래된 기억들이 먼지 속에서 기지개를 켜고 일어났다.가을 들녘은 언제나 흥겨웠다. 주고받는 막걸리 사발이 넘치고 자식들에게 약속을 남발하는 부모님의 어깨가 펴지는 때였다. 그에 비해 일거리는 곳곳에 넘쳐났다. 새벽부터 부지런히 움직여 어둠이 처마를 지나 마당에 내려앉을 때쯤 손을 털고 저녁상에 앉았다. 저 들 어딘가에 있을 보고픈 이들을 쫓느라 눈길을 멀리까지 보냈다. 경적에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볕내를 맡으며 넓은 들을 지나 한적한 카페에 들렀다. 유자를 머금은 향긋한 차를 마시며 카페를 기웃거리는 가을 풍경을 즐겼다. 카페 주변은 밭과 논이 었다. 창밖으로 계절을 건너가고 있는 억새의 흰 미소와 붉은 감이 만들어내는 등롱이 햇살 아래 느긋하다. 일바지를 입고 막바지 고추를 따는 아주머니의 굽어진 허리, 가을걷이하는 농부의 어깨에도 가을이 또랑또랑 익어가고 있었다. 참 푼푼한 가을이다.오후의 해는 짧았다. 카페를 나설 때 유리문에 빛이 고이고 있었다. 저무는 기운이 스멀스멀 들을 가로질러 오고, 계단을 내려오듯 태양이 성큼성큼 서산을 향했다. 해가 가는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 천천히 속도를 맞추며 따라갔다. 산그림자 길어지는 산굽이를 지나고 물그림자 어룽지는 저수지를 지나 사과밭을 지났다. 옅은 그늘이 점점 진해지며 길게 내 뒤를 따라왔다. 어느 순간 파랗던 하늘에 색이 섞이고 있었다. 마음이 급했다. 여유를 버리고 달려 산마루에 차를 세웠다.능선 너머가 물들기 시작했다. 붉은 해가 산마루 위에서 호흡을 가다듬는 듯 하늘 자락이 붉으스름해지면서 하늘과 땅의 색이 시시각각 변했다. 땅의 색이 조금씩 짙어지다 경계를 지우듯 한가지 색으로 넓이를 키운다. 산들이 검푸르게 변하는 동안 하늘 모퉁이는 파랑에 은색, 금색, 주황, 빨강이 겹쳐졌다 갈라지기를 반복했다. 다른 색깔의 고무찰흙을 주물러 섞었을 때처럼 오묘한 색으로 물들고 있다. 거기에 지나가는 흰구름이 포개지니 남보라색이 스며들듯 피어났다. 마치 작은 산들 허리를 감싸 안고 계곡물이 찰랑거리는 듯하다. 황홀한 빛깔, 사람의 마음을 벅찬 감동으로 가득 채운다.노을맞이가 끝나고 머릿속 파노라마가 이어졌다. 마음만 부자였던 시절, 단골가게에서 주전자에 보글보글 물 끓는 소리를 베이스로 두런두런 일과를 풀어놓았던 무싯날의 말랑했던 시간들에 풍덩 빠졌다. 마음을 나누고 마음을 받았던 따뜻한 기억들이 가득했다. 지나간 날의 어느 페이지든 색색의 감정이 흘렀겠지만 훈훈한 정은 노을빛이었다. 어느덧 인생시계가 가을에 접어들었다. 생각의 갈래를 정리하여 단순화 시키는 작업이 아직은 길을 헤매는 중이다. 그러나 오늘의 노을맞이에 덧그리는 붓질이 살아갈 가을에 고운 노을풍경으로 피어날 수 있기를.

2022-10-26

계미(癸未)

육십갑자 중 20번째에 해당하는 계미(癸未)다. 천간(天干)은 계수(癸水)고, 지지(地支)는 미토(未土)다. 천간 계수(癸水)는 음수(陰水)로서 생물이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물이다. 만물을 자양하는 근본이라 할 수 있다. 미토(未土)는 음토(陰土)이며, 동물은 양(羊)이다.계미일주는 음(陰)의 기운이다. 첫 인상이 조용하고 차분하다. 산길 옆 오솔길에 조용히 흘러내리는 시냇물 또는 옹달샘을 연상하게 한다. 자칫 소극적인 사람이 될 우려가 있고, 지혜롭지만 남자다움이 부족한 것이 흠이 될 수가 있다. 수동적이고 조용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평소에 자기표현을 많이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기본적으로는 좋은 성품을 가지고 있다. 현실적인 면에서 타고난 능력도 남들보다는 훨씬 크다. 자기영역, 자기 울타리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사주에 양, 미(未)가 있으면 부모님께서 어디에 기도해서 낳은 사람들이 많다고도 한다. 뱀, 사(巳) 기운 못지않게 4차원 세계와 아주 인연이 깊다. 그러므로 영적인 아이디어가 속출하고 예술적이기도 하고 재능이 많은 편이다.계미일주는 겉은 부들부들하고 유연하지만, 내면은 기운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 많아서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그 힘을 자기를 위해 쓰지 않고 널리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기 때문에 선망의 대상이 된다. 희생정신은 숭고한 것이다. 희생이란 타고난 재능이며 능력이다. 그 능력이 있는 사람이 마음이든, 물질이든 베푼다면 무슨 원망이나 갈등이 있을 수 없다.계수(癸水)는 깊은 산속 계곡물이나 옹달샘처럼 차고 깨끗하다. 오염이 되지 않기 때문에 순수한 성분의 물이다. 물에도 급수에 따라 사는 물고기가 있다. 1급수에는 버들치, 열목어. 2급수에는 쉬리, 피라미, 은어. 3급수에는 붕어, 잉어, 메기. 4급수에는 거머리가 산다. 2급수까지는 식수로도 사용할 수 있다.옛날 어떤 나라가 있었다. 그 나라 안에는 ‘미치는 샘’이라는 곳이 있었다. 나라 안의 사람들은 모두 그 샘물을 마셨기 때문에 미치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러나 오직 임금만은 따로 샘을 파서 물을 마셨으므로 제 정신이었다. 미친 사람들이 볼 때 제 정신인 임금만 이상해 보였다. 그래서 여러 사람이 함께 임금을 붙잡아 앉히고는 진찰을 하고, 쑥으로 뜸을 뜨고, 은침으로 침을 놓고, 억지로 약을 마시게 하였지만 어느 한 가지도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임금은 끊임없이 괴로움을 당하다가 마침 그 샘에 이르게 되어서 그 물을 마셨다. 마침내 임금도 미치게 되었다.그 나라의 임금과 신하와 백성들이 모두 똑같이 미쳐 버렸다. 그제야 모든 사람이 함께 즐거워했다. 공동체를 위해 맹목적으로 모두 같아야 한다는 논리는 자칫 전체주의로 갈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사회는 자유가 보장된 행복으로 가는 첫걸음이다.계미일주는 한여름의 뜨겁고 마른 땅에 단비가 내리는 물상이다. 미(未)는 아닐 미(未), 아직은 아니다라는 뜻이다. 미토(未土)는 느리고, 막중한 임무 때문에 모든 일에 신중함을 가지고 있다. 자의든 타의든 느리다. 미토는 여름을 마무리해서 가을의 결실로 넘겨주는 역할 때문에 신중하고 느린 것이다. 그것이 흙토(土)의 역할이다. 진토(辰土), 축토(丑土). 술토(戌土)도 동일하다.체코의 작가 밀란 쿤테라는 1994년에 발표한 소설 ‘느림’에서 “느림과 기억,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은밀한 관계가 있다. 한 남자가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해보라. 문득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하지만,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기계적으로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방금 어떤 괴로운 경험을 한 자는 이를 잊기 위해 자신도 모르게 발걸음을 재촉한다.”고 말했다.서두르지 않는 용기, 바쁘지 않은 아량을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는 주장이다.또한 이런 문장도 있다. “어찌하여 느림의 즐거움은 사라져버렸는가? 아, 어디에 있는가, 옛날의 그 한량들은? 민요들 속에 그 게으른 주인공들, 이 방앗간 저 방앗간을 어슬렁거리며 총총한 별 아래 잠자던 그 방랑객들은? 시골길, 초원, 숲속의 빈터, 자연과 더불어 사라져버렸는가?” 이 대목은 소설 속 주인공이 시골 성(城)으로 가는 도중에 그의 차를 추월하려고 조바심을 부리며 뒤따라오는 자동차 모습을 생각하는 부분이다.“속도는 기술혁명이 인간에게 선사한 엑스터시의 형태이다. 오토바이 운전자와는 달리, 뛰어가는 사람은 언제나 자신의 육체 속에 있으며, 뛰면서 생기는 미묘한 신체적 변화와 가쁜 호흡을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인간이 기계에 속도의 능력을 위임하고 나자 모든 게 변한다. 이때부터 그의 고유한 육체는 관심 밖에 있게 되고, 그는 속도 엑스터시에 몰입한다.” 류대창명리연구자 여기에서는 질주하는 오토바이 운전자와 뛰어가는 사람이 대조를 이루며 속도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것은 인간의 속도와 기계의 속도의 차이점이며, 기술혁명이 변화시키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다.작가가 따뜻한 시선을 보이는 쪽은 인간의 속도다. 자신과 자기 인생의 시간을 의식하는 속도, 그래서 그 신체적 한계를 알고 있으면서 그 한계를 즐길 줄 아는 인간의 속도다.밀란 쿤테라는 1968년 소비에트 침공으로 체코의 ‘프라하의 봄’에 참여하였다. 1975년에 자유로운 창작활동을 위해 프랑스로 망명했다. 지금 우리는 우크라이나의 전쟁 소식을 접하면서 핵을 머리에 인 채 살아가고 있다. 자유와 행복한 삶을 지키지 못한다면 그 대가는 함께 치르게 될 것이다.우리나라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못살던 나라에서 명실공히 열강의 반열에 들어간 세계 유일한 나라이다. 그런 빠른 성장이 유독 한국에만 가능케 된 이유는 한국인의 빨리빨리 때문이다. 빠름에 따른 풍요로움과 부작용은 분명히 있다. 이제는 빠른 걸음을 멈추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면서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를 찾을 때이다.

2022-10-26

나라의 백년

장규열 한동대 교수 나라에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재정과 경제, 외교와 안보, 사회와 산업, 국방과 치안, 정치와 안정. 수다한 과제들 가운데 우리가 쉽게 놓치는 명제가 있다. 교육. ‘백년대계(百年大計)’는 먼 앞날을 내다보며 세우는 크나큰 계획이어야 하는데, 오늘 우리는 어떤가.대한민국 공동체는 지금 교육으로 다져야 할 내일을 고심하는가. 아이들에게 넘겨줄 세상에서 ‘다음세대’가 자신있게 살아가도록 가르치는가. 내일을 생각하는 교육이 오늘 우리에게 있는가. 무엇을 어떻게 다르게 가르쳐야 세상이 밝아질 수 있을까.경쟁. 무한경쟁.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으로 세상을 배웠다. 남을 누르고 이겨야만 성공하는 세상. 다툼과 반목이 일상이 되고 끝없는 비교만 넘치는 세상. 그런 끝에 만난 세상은 아름다웠을까. 싸움에서 이긴 자들이 좋은 세상을 만들었을까.펼쳐진 주변의 모습에는 상처만 가득할 뿐,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경쟁’의 의미를 바꾸어야 한다. 경쟁의 진정한 뜻은 남과 다투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이기는 게 아닐까. 남을 이겨 상처를 남기는 영광이 아니라 나를 이겨 건져 올리는 보람이 아닐까.궁극의 성공은 나 자신을 이겨내는 데 있음을 가르쳐야 한다. 게으름과 부족함을 스스로 이겨내는 나를 이기는 경쟁이야말로 거친 세상을 이기고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태도가 아닐까.선생님은 학생에게 어떤 사람일까. 끊임없이 격려하고 응원하며 더 나은 무엇을 향하여 나아가도록 날마다 부추기는 이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반대로 실수를 지적하고 점수와 등수를 매기며 부족함을 드러내고 부끄럽게 만들고 있지나 않은지.학생이 오늘 무엇을 해도 ‘최선’을 던졌음을 인정해 주고 그보다 더 잘하도록 이끌어주는 선생님이 그리워진다. 학생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 주며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당겨다 주는 스승을 만나고 싶다. 배우려고 다가온 아이에게 잘못한 부분만 들추어내며 핀잔으로 가득한 하루를 만나게 한다면, 아이는 그 날 무엇을 배울까. 비난과 부정으로 가득한 인성이 되어 자신과 주변이 어두워지지 않을까.교육이 공동체를 키워야 한다. 일등만 대접받는 세상은 공평할 수가 없다. 잘난 사람만 득을 보는 사회는 공정하지 못하다.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쳐야 하고 서로를 보듬는 공동체정신을 길러야 한다. 세상은 거칠고 힘든 다툼의 장소가 아니라 따뜻하고 친절하여 함께 하는 마음이 그득한 곳임을 일깨워야 한다. 한 사람도 놓고 가지 않는 교육을 실천해야 하며 모두 함께 즐거운 교육을 구현해야 한다.남들보다 자신을 이겨 성공에 이르도록 이끌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당겨내도록 쉬지않고 격려하며, 누구도 포기하지 않아 모두 즐거운 보람으로 가득한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어찌 보면 당연했을 교육의 본질을 회복하여 따뜻한 공동체를 새롭게 세우는 기회를 교육계가 앞당겨야 한다. 나라의 백년을 준비하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교육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2022-10-26

유승민 지지율 1위, 여당대표 도전할까

경북매일신문이 지난 주말(21∼22일) (주)에브리씨앤알에 의뢰해 대구 유권자 1천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유승민 전 의원이 오차범위 밖에서 선두를 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 주자 중 ‘당대표로 어느 인물이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들은 유 전 의원 25.5%, 안철수 의원 16.6%, 김기현 의원 9.9%, 권영세 통일부 장관 5.6%, 윤상현 의원 2.3%, 조경태 의원 1.4% 순으로 답했다. 그러나 지지하는 후보가 ‘없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부동층이 31%로 나와 아직까지 후보별 지지율에는 많은 변수가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평가에서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49.4%,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43.8%로 나타났다. 정당 지지율은 국민의힘 58.3%, 더불어민주당 19.8%로 국민의힘이 압도적이었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시정 운영에 대해서는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가 53%,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32%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대구시민들에게 배신자 이미지가 강한 유승민 전 의원에 대한 민심의 변화다. 그는 이번 조사에서 2위인 안철수 의원을 10% 가까이 추월했다. 지난 대선과 경기도지사 선거 경선에서 연이어 탈락하며 타격을 입은 유 전 의원이 이번 조사에서도 당권주자 중 최고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어떤 정치적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최근 공직을 맡아 이번 조사에서 빠진 나경원 전 의원은 유 전 의원의 지지율 추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도 많이 하니까 그렇지 않을까”라며 평가절하했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도 민주당 지지층에서 유 전 의원에 대한 지지율(50%)이 높았다. 당대표 선거는 무엇보다 당원의 뜻이 중요한 만큼, 유 전 의원이 만약 당권에 도전할 의사가 있다면 ‘반 윤석열’ 이미지에서 벗어나 ‘윤핵관’의 대안리더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2022-10-26

신공항 특별법, 11월 국회 통과에 사활 걸어라

11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특별법’과 ‘군위군 대구 편입 법률안’의 국회 통과에 초미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홍준표 대구시장과 김용판 국민의힘 대구시당 위원장을 비롯한 지역국회의원 등은 26일 예산정책협의회를 갖고 지역현안과 관련한 국회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특히 홍 시장은 대구 미래발전의 토대가 될 통합신공항 특별법과 군위군 편입 법률안의 연내 통과에 사활을 걸 것을 다짐했다고 한다. 신공항 특별법 국회 통과는 군위·의성으로 이전할 통합신공항 사업의 마지막 퍼즐에 해당한다. 이번 국회에서 특별법이 통과되면 미래 50년 동안 지역민이 먹고살 토대가 마련된다. 반면에 국회 통과가 순조롭지 않으면 통합신공항 건설이 언제 착공될지 모르는 미궁에 빠질 수도 있다.신공항 특별법은 민간공항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고 군공항은 기부대 양여방식으로 하되 국비를 합쳐 예산을 충원하는 것으로 돼 있다. 그밖에 중남부권 중추공항으로 건설해 수도권과 지방이 상생 발전하며 지역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등을 담고 있다.부산 가덕도신공항이 국비로 건설되는 것과 비교하면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의 국비지원은 당연하나 법률안의 국회 통과에는 숨은 난관이 많다. 민주당 의원을 포함 83명의 국회의원 발의가 있었지만 극한대립으로 치닫는 지금의 정국이 부담스럽다. 대통령 공약사업이라도 여야를 아우르는 정치력이 필요하다. 아직도 신공항을 바라보는 수도권 등의 곱지 않은 시선도 또한 부담이다, 군위군의 대구편입안도 신공항 건설의 필수조건이라 지역 정치권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신공항 사업은 지금 일정으로 추진해도 2025년 착공 정도로 보고 있다. 빨라야 2030년 개항이다. 국회 문턱을 넘지못하고 삐꺽거리면 신공항 사업이 표류하지 않을 거라는 법이 없다.지역정치권은 신공항 특별법의 11월 정기국회 통과에 총력을 쏟아야 한다. 홍 시장의 말대로 “올해 남은 국회일정이 대구 미래 50년 토대 마련의 큰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데 공감하고 모든 자원을 동원해 특별법의 국회 통과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2022-10-26

추억의 우체통

홍석봉정치에디터 포항 송도해수욕장 산책길 위에 위치한 ‘추억의 소식통’이 이용객이 없어 흉물로 전락했다는 소식이다. 이 우체통은 지난 2016년 10월 송도동 새마을지도자협의회가 500만원을 들여 설치했다.과거 해맞이 관광명소로서 이름 높았던 해수욕장의 풍경을 되새기고 이곳을 방문한 시민과 관광객들이 추억을 간직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편지지와 필기구를 갖춰 누구나 이용토록 했다. 우편물은 무료 발송해주었다. 카드나 편지를 부치면 작성일 기준 6개월 후 포항우체국을 통해 받아볼 수 있었다.이 우체통도 세월의 무게는 이기지 못했다. 해풍에 녹슬고 관리부실이 겹쳐 이용객이 뚝 끊겼다. 붉은색 페인트는 벗겨지고 녹슬어 상처 투성이가 됐다. 부스 안은 편지 대신 뿌연 먼지만 쌓였다. 누군가에게는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우체통이 관리부실로 흉물이 되고 말았다.김천의 소리길에는 지역출신 트로트 가수 김호중에게 마음을 전할 수 있는 ‘트바로티 우체통’이 설치돼 있다. 서울 용산공원에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 의견을 듣기 위해 마련한 ‘경청 우체통’도 있다. 구미의 ‘희망우체통’, 울산 간절곶의 ‘소망우체통’, 광주의 ‘듣는다우체통’, 현충원의 ‘하늘나라우체통’, 한때 관광지마다 설치돼 사연을 전달하던 ‘느린 우체통’ 등등….이색적인 이름의 ‘우체통’이 우리 주변에 하나 둘 등장해 관심을 끈다. 이용만큼 관리가 중요하다. 1년에 편지 한 통 쓰지 않는 요즘 세태다. 편지는 어느새 우리에게 추억의 하나로만 남아 있다. 편지를 대신하던 카카오톡의 먹통 사태가 편지에 대한 추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게 한다. 이색 우체통들이 편지로 사연을 전하던 설레임의 감성을 채워주고 있다./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26

기술과 인간의 공존에 대한 물음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지난 15일 경기도 성남시 판교의 카카오 데이터 센터 화재로 관련 업무가 갑작스럽게 중지된 시간, 나는 줌(ZOOM)으로 열린 회의와 학술대회에 참석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었다. 간사와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학술대회를 진행하던 중 갑자기 메시지 전송이 되지 않았다. 최근 스마트 폰의 이상 징후가 자주 느껴지던 상황이라 급하게 데스크톱으로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을 낑낑대는 동안 화재로 인한 업무 마비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이전에도 데이터 센터 화재로 일상이 정지되는 순간이 있었다. 대표적인 사건이 2018년 11월, 서울 서대문구 KT 아현지사 화재로 일대의 망을 사용하는 기기들이 장애를 일으켰던 경우이다. 당시에도 보상 문제가 대두되고 데이터 센터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우리는 당시의 기억을 잊고 공기처럼 데이터가 존재할 것이라 믿으며 살아왔다.이번 사태는 이전에는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그쳤던 불편함이 오래 지속되었다는 점, 카카오라는 플랫폼이 문제의 중심에 서 있다는 점에서 다르다. 카카오의 은행과 모빌리티 등은 대부분 24시간 안에 복구되었지만, 메일은 사태가 나고 4일이 지나서야 복구되었다. 다음 메일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다른 메일로 우회하거나 중요한 메일을 수신하지 못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껴야 했다.정부가 이번 사태를 국가 기반 통신망의 위기로 규정하며 카카오의 독점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어딘가 어색하다. 카카오라는 사기업과 국가 통신망이라는 공공성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IT 기술의 진보가 더욱 가속화될 미래에 국가의 역할은 거대 기업의 독점을 방지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이번 일을 겪으며 첨단 기술의 이면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언제든 이번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예민하게 들여다볼 문제이다.거의 모든 사람이 갑작스런 불편함을 겪으며 시스템의 문제를 떠올리지는 못했을 것이다. 첨단 기술의 등장은 언제나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한다. 카카오가 상징하는 IT 기술의 진보는 일상의 근본을 바꿔놓았다. 터치 몇 번으로 은행 업무를 마치고 쇼핑을 하거나 택시를 호출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이 모든 과정은 언제나 매끄럽고 흔들림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보여주는 바, 그 믿음은 사실상 허구에 가깝다. 단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뿐이다.기술의 진보를 만들고 기계가 매끄럽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기술의 미래에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카카오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산업의 특징도 바로 ‘인간’의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혁신으로 생각했다. 기술의 미래에 인간이 개입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 생각한 까닭이다.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는 어떻게 가능할지,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다시 설정해야 하는 시점이다.

2022-10-26

숲속에 들어

오낙률 시인·국악인 숲이라는 단어는 수풀의 준말이다. 수풀이란 나무들이 무성하게 우거지거나 꽉 들어찬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숲이라는 단어를 인간의 도시에 비유하면, 나무의 사회 혹은 나무들의 도시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 같다.나무는 크고 작은 숲 하나를 이루기 위해 어떤 협력의 노고를 지출했을까? 아마도 큰 숲 하나를 이루기 위해 소나무는 소나무끼리 참나무는 참나무끼리 서로의 바람막이가 되어주며 서로 의지하며 자랐을 것은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렇게 수풀을 이루며 사는 나무에까지 ‘숲’이라는 그들만의 사회가 분명히 요구되듯, 이 지상에서 사회의 울타리를 벗어나거나 소외되어 살아간다는 것은 그 어떤 생명이건 간에 지극히 어려운 삶이 되지 않을까 싶다.흔히 울창한 산림을 두고 자연의 보전상태가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숲이라 부른다. 그리고 날로 번잡해지고 규모화되며 빽빽하게 빌딩이 들어선 모습에서 우리는 또 그것을 ‘도시’라 이름 지었다. 그곳은, 깃들어 사는 종속만 다를 뿐 모두 자연 상관물들의 군락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인간의 도시는 치열하리만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그 도시가 우리의 삶에 최적화된 도시일까? 하는 물음에는 선뜻 예스라고 대답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반대로 인간의 눈에 비치는 나무들의 도시는 언제나 조용하고 아름답고 평화롭기 그지없어 보인다, 나뭇가지를 비집고 내리쬐는 햇살을 받으며 동박새 한 쌍이 열심히 자연의 언어를 학습하고, 어느새 단풍이 들어버렸다며 낙엽 한 쌍이 쪼르르 소나무 발치 아래로 몸을 숨기며 산다.숲의 생태를 가만히 보면 산림이 오래되고 울창해질수록 그 산림에 자라는 수목의 개체 수는 반대로 줄어드는 특징이 있다. 숲을 이루는 나무들이 자라면서 점차 숲의 밀도가 올라가게 되고 그 때문에 주변의 나약한 나무가 자연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러한 현상은 나무들의 밀도를 적정하게 조정하기 위한 자연현상에 해당한다. 그러한 자연의 평범한 원리를 생각하면 인간의 삶 또한 자연의 섭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형편인데 점차 문명이 발달하면서 인류의 숲이 너무 과밀해져 가고 있어 걱정이다. 인류의 숲이 울창할수록 상대적 빈곤감에 허덕이는 극 빈곤층이 더 많이 생기게 되고, 그것은 머지않아 우리 사회가 영원히 안고 가야만 할 가장 큰 딜레마로 다가오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극 빈곤에 허덕이다가 가족을 동반하고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의 뉴스를 근래에 들어 자주 접한다. 이러한 현상은 앞서 말한 나무숲의 이야기에서처럼 문명이 발달할수록 점점 더 심해지게 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인간은 저 숲속의 나무와는 달리 왕성한 의식 활동을 하는 만물의 영장에 해당하는 존재이다. 오랜 가뭄 끝에 내리는 단비일지라도 나누어 마실 줄 아는 지혜를 가진 자연물이다. 이제 그 극 빈곤에 허덕이는 이들을 구출하는 일이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과제임을 모든 국민이 분명하게 인지해야 한다. 그리고 확실하고도 안정적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만 이 사회가 더욱 아름답고 무성한 숲이 되어 자손만대 번영을 누리지 않을까 싶다.

2022-10-26

당신은 정말 입을 가졌는가

10월 15일 경기도 평택시 소재의 제빵공장에서 직원 A씨가 기계에 몸이 끼여 사망했다. 위생을 위해 착용하고 있던 앞치마가 샌드위치 소스 배합기에 빨려 들어갔던 탓이었다. 기계에는 사고를 막기 위한 인터록과 같은 어떠한 장치나 설비도 되어 있지 않았고, 심지어 이와 같은 사고가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 위한 매뉴얼조차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았다. 결국 A씨는 사망했고, 그의 시신은 함께 일하던 노동자들의 손에 수습되었다. 사망 사고 이후에도 공장은 정상 가동되었다. 노동부에서 9대의 소스 배합기 가운데 자동 정지 장치가 없는 7대에 대해서만 작업 중지 명령을 했기에, SPL은 나머지 2개의 배합기 기계를 가동하여 공장을 가동시켰다. 사고가 난 배합기에 흰 천을 둘러둔 채. 그날 오후에서야 노동부는 사고가 발생한 3층 전체의 공정 중지를 명령했고, 해당 층의 작업은 정지되었다.해당 공장에서는 일주일 전에도 한 직원의 손이 기계에 끼이는 사고가 벌어졌었다고 한다. 공장 측에서는 그가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기간제는 알아서 병원에 가라”고 말하곤 제대로 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그 직원은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 자비로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그 사고 이후에도 마치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공장은 샌드위치를 만들었고, A씨가 사망한 날에도 작업장은 아무런 일 없던 것처럼 가동되었다. 희고 깔끔한 공장에는 어떠한 핏자국도 없었고, 아무런 잡음도 없는 것처럼 보였다. 사고가 있던 다음날, SPC그룹은 자사의 파리바게트가 영국 런던에 1호점을 열게 되었다는 사실을 홍보하는 보도 자료를 대대적으로 배포하였다. SPC그룹의 회장이 공식적인 입장을 표한 것은 그로부터 이틀이 지나서였다.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공장에서는 2017년부터 2022년 9월까지 37명의 사람이 사망했다. 그 가운데 끼임 사고로 인해 사망한 사람의 숫자는 15명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제33조 제1항에서는 “유해 또는 위험한 작업을 하거나 동력에 의하여 작동하는 기계·기구의 경우 유해·위험방지를 위한 방호조치를 하지 아니하고는 이를 양도·대여·설치 또는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이는 “인터록 장치를 비롯한 방호 조치”를 해야 할 책임을 밝히는 것에 불과할 뿐, 인터록을 의무화하는 법안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SPC 허영인 회장은 총 1000억원을 투자해 그룹 전반의 안전경영 시스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했으며, 특히 사고가 일어난 SPC은 영업이익의 50% 가량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투자하겠다고 대국민 사과 회견을 통해 밝혔다. 하지만 그 회견마저도 불과 두 시간여 전에 급하게 공지된 것이었고, 정작 SPC의 노동자들과 시민단체의 회원들은 출입을 가로막힌, 오직 기자들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에서마저도, 허영인 회장은 질의응답조차 하지 않은 채 고작 15분 만에 자신들의 입장만을 표명하곤 사라졌다.이것이 우리가 지금 먹고 있는, 희고 보드랍고 깨끗한 샌드위치에 담긴 시간이다. 우리가 먹는 이 작고 흰 빵에 담긴 이야기를 나는 과연 얼마만큼이나 알아왔던가. 앎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그토록 편한 마음으로 먹을 수 있었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것이 꼭 샌드위치에만 국한된 일일까.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상품의 뒤에는 이처럼 무수히 많은 사건과 사고들이 점철되어 있을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또한 어떤 상품에 가리워진 사건과 사고의 당사자 혹은 목격자이다. 다만, 당신이 말하지 않아왔기에 아무도 알지 못하는 것일 뿐.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에게는 입이 없다. SNS를 비롯한 뉴미디어 채널이 늘어나고, 누구나 자신의 채널을 만들어 콘텐츠를 제작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여전히 입이 없다. 그러니 ‘입’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를 신경 쓰지 않는 것이다. 당신이 입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건 당신의 착각일 뿐이다. 그렇기에 저들은 여전히 똑같은 태도로 일관하는 것이다.할란 엘리슨의 소설 ‘나는 입이 없다 그러나 나는 비명을 질러야 한다’에서는 시스템 컴퓨터에 의해 모든 기능을 빼앗긴 채 액체 장난감으로 전락한 인간이 등장한다.당신을 그것을 단지 SF적인 상상력일 따름이라 치부할지도 모르겠다.하지만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얼마나 다를까. 우리는 정말 입을 가졌는가? 자본주의라는 시스템 컴퓨터 속에서 우리가 가진 손, 발, 입, 눈, 귀와 같은 것들은 정말로 존재하는 것이라 할 수 있을까? 과연 그럴까? 그럼에도 세상은 왜 여전히 같은 사고를 반복하는 것일까.당신은 정말로, 자신이 입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22-10-25

빛 좋은 개살구 먹는 법

‘빛 좋은 개살구’를 현명하게 먹는 방법은 뭘까? /언스플래쉬 바야흐로 ‘보여주기’의 시대다. 자신의 일상을 전시하는 일은 어렵지 않고 그만큼이나 쉽게 타인의 삶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나의 옛 친구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리워지면 스마트폰을 들어 SNS를 켜면 된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누군가의 하루가 궁금하면 유튜브에 접속해 영상을 시청하면 된다.현대사회에서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소셜 네트워크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구시대적이라는 감각을 넘어 타인과의 소통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으로까지 치닫게 된다.이런 구조 속에서 자기를 보여주는 방식 또한 중요해졌다. 소위 MZ세대로 통칭되는 청년들은 스스로의 가치를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과제 앞에 놓였다. 그 어디보다 경쟁구조가 선명한 한국 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이러한 증명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처럼 보인다. 가진 것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 하면 자신의 것이 너무나 조그맣다고 느끼기 쉽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몸집을 부풀리기 마련이다.‘빛 좋은 개살구’라는 속담이 있다. SNS에서 인기라는 식당에 가면 앉을 자리가 없다. 문 앞에는 웨이팅하는 손님으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랜 시간을 기다려 받은 음식은 번지르르한 모양과는 달리 별로 특별한 것 없는 맛이다. 인기 연예인이 극찬했다는 화장품은 고급스러운 패키지에 비해 효과가 미미하고 백만 독자를 사로잡았다는 책에는 원론적인 이야기만 가득하다. 이처럼 겉으로 보기엔 좋아 보이는 것들도 깊게 들여다보면 실속이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실제보다 더욱 멋들어지게 포장하는 것은 자의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타의로 작동되는 일이기도 하다. 인기라는 거품이 꺼지고 자신의 실체가 드러날까 두려웠다는 유명 가수의 이야기처럼 자신을 세상에 내보이는 사람들은 어떠한 포장지에 싸이기 마련이다.우리는 모두 다른 조건을 가지고 삶을 시작한다. 누군가에게 당연하게 있는 것들을 만져 보지조차 못하고 자신에게 허용된 세계라는 느낌을 받기가 어렵다. 내가 가진 것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타인의 시선이 필요하고 거기에서 ‘보여주기’의 굴레는 더욱 공고해진다.SNS의 주요한 기능 중 하나는 나와 타인이 연결되어 있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다. 나는 9개월 동안 외국에 거주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의 외로움은 상상 이상이었다. 나만 빼고 세계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기분이었다. 나는 친구들과 SNS로 소통하면서 나 역시 이 세계에 공고하게 존재하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 때문에 현재의 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게 되었고 나의 하루가 얼마나 더 아름답고 빛나게 기록될 것인지에 대한 탐구에 돌입하게 되었다. 내가 누구와 만나는지, 무엇을 먹고, 어디에 가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나의 가치가 정해진다고 생각했다.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인스타그램 계정을 삭제하는 것이었다.그때의 나는 나를 얼마나 훼손하면서 살고 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타인이 생각하는 나의 모습에 연연하며 최대한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했다. 그것은 당연히 어리석고 피곤한 일일 수밖에 없다.우리는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완벽하게 벗어날 순 없다. 망망한 무인도에 완벽하게 고립되지 않는 한, 우리는 어딘가에 계속해서 노출될 것이다. 아날로그적 시대를 그리워하며 지금의 상황을 부정할 필요는 없다. 그저 현실에서 도피하는 일로 끝나버릴지도 모른다.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빛 좋은 개살구’를 현명하게 먹는 방법 중 하나는 개살구가 그저 ‘빛이 좋을 뿐’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다. 이거 생각보다 맛이 없잖아, 하고 실망하는 대신 허황된 빛을 가진 열매를 그 자체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누군가에겐 본질보다 보이는 모양 자체가 중요하게 여겨질지도 모르고 그것을 굳이 비난할 필요는 없다. 밍밍하고 맛이 떫은 것을 먹더라도 괜찮다. 우선은 이것이 무엇인지 ‘알고’ 먹자는 것이다.그러니 정말 싱싱하고 달콤한 과육을 원하는 이들은 응당 이러한 빛에 현혹되어서는 안 되겠다. 보여주는 것에만 매혹되는 것이 아니라 본질을 볼 수 있는 눈을 기르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 자신이 ‘빛 좋은 개살구’가 아닌지 끊임없이 되돌아보려는 시선 또한 중요하다.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 내 안에 있는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계속해서 생각해야 한다. 그러한 고민은 정보가 홍수처럼 범람하는 현대 사회에서 이리저리 휩쓸리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갈 수 있는 단단한 힘이 될 것이다.

2022-10-25

락다운 세대

우정구 논설위원 한때 ‘이태백’이란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의 줄인 것으로 우리사회 청년의 취업난을 빗댄 표현이다.비슷한 뜻의 N포세대가 있다.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뜻이다. 원래는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여기에 취업과 내집 마련이 추가되면서 ‘오포세대’로 변했고, 지금은 꿈과 희망까지 모든 것을 포기한 N포세대로 바뀐 것이다.중국도 젊은층 사이에 이와 비슷한 탕핑주의라는 말이 유행했다. “일할 것 없이 그냥 누워있는 게 낫다”는 젊은이의 자포자기식 사고를 꼬집은 표현이다. 이 말이 유행하자 급기야 중국 정부는 이를 금기어로 지정했다.일본에서 유행했던 ‘사토리세대’도 유사하다. 돈 버는 일은 물론 출세에도 관심이 없는 일본 젊은이의 사고를 빗댄 표현이다. 나라마다 젊은이의 생활 태도와 생각의 단면을 콕 찍어 만든 유행어가 생산되고 있으나 공교롭게도 모두가 비슷하다. 첨단과학이 발달하고 생활이 풍요로워져도 세상살기가 만만치 않다는 현실 세태를 반영한 결과다.2020년 국제노동기구는 코로나19로 ‘락다운(봉쇄)세대’의 출현을 예고했다. 코로나가 청년의 고용과 교육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면서 한창 미래를 준비해야 할 젊은이의 모든 것을 앗아갈 거란 예고다.한 경제단체가 대학졸업예정자 등을 대상으로 취업인식 조사를 해봤더니 응답자의 66%가 “구직을 단념했다”고 답했다.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로 취업의 문이 좁아진 탓도 있으나 코로나 파고를 넘지 못한 젊은이의 상실감이 쌓여 나타난 결과일까 걱정이 된다.청년 위기의 시대다. 확실한 청년실업 대책부터 세워 청년이 사회로부터 봉쇄당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급하다./우정구(논설위원)

2022-10-25

포항산업 재해복구, 골든타임 놓쳐선 안돼

이강덕 포항시장과 포항출신 김정재·김병욱 국회의원이 지역 산업계의 태풍 피해복구를 지원하기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이 시장은 그제(24일) 국회를 방문해 김정재·김병욱 의원과 함께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추경호 경제부총리, 이종섭 국방부장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나 조속한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 포항지역 현안을 논의하고 해결책을 건의했다. 정부는 지난달 28일 “국가 기반산업의 위기를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포항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검토하기 위해 현장실사까지 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산업부와 산업연구원, 관계부처 관계자들로 구성된 합동실사단은 포항시 손정호 일자리경제국장으로부터 피해현황을 들은 뒤, 포항제철소 압연공장과 철강산업단지 피해기업을 둘러보며 피해 상황과 복구 현황을 조사했었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은 서면검토와 현장실사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주재하는 산업위기 대응심의위원회에서 지정 여부를 의결한다. 포항시는 지난 9월 23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신청서를 산업부에 제출하면서 국비 1조2천828억원 지원을 요청했지만, 일단 정부는 6천396억 원을 잠정 책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필요금액은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증액돼야 한다.현재 포항제철소 공급망(공급사·협력사·운송사)에 포함된 업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전무후무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달 중순부터 포스코그룹이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포스코는 공급사 매출 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법인 납품을 추진하고 있으며, 포항제철소 스테인리스 제강·압연 설비가 가동을 멈추면서 납품을 하지 못한 스테인리스 스크랩(고철) 수거업체를 위해서도 서둘러 발주물량을 입고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강덕 시장도 누차 강조했듯이, 포항철강산업은 자동차·조선·건설 등 국가기간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만큼 하루빨리 포항시를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해 국가차원 지원을 해야 한다. 응급환자를 치료할 때처럼 골든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2022-10-25

지역기업 고환율 피해, 장기대책 모색해야

대구상공회의소가 대구지역 수출입 제조업 120개사를 대상으로 최근 급등하는 원·달러 환율상승에 대한 영향을 물어보았더니 응답기업의 41.7%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대답을 했다. 환차익 등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기업은 22.5%에 그쳤다. 부정적 요소로는 원자재 단가 인상, 대금 결제시 환차손 발생 등을 대표적으로 손꼽았고, 급격한 환율상승으로 인해 연간 사업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는 응답도 많았다.연초 1천180원대의 원·달러 환율이 최근 1천440원대까지 치솟아 국내적으로 고환율이 비상이다. 급격한 원·달러 상승으로 수출단가가 오르고 상대적으로 수출경쟁력이 떨어져 많은 기업이 애로를 겪는다는 것이다. 국내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섰고 금융위기까지 거론되자 대통령이 나서 고환율 비상대책회의를 주재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지역기업도 예외는 아니지만 고환율에 따른 피해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해 중앙정부 지원은 물론이거니와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세심한 관리와 대응이 필요하다.특히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고, 에너지 가격상승과 국내 물가까지 가파르게 오르는 등 대내외적 수출환경이 어느 때보다 나쁘다. 더 큰 문제는 기업들이 마땅한 고환율 대비책이 없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기업의 44.2%가 대응책이 없다는 대답을 했다.또 지금의 고환율 상황이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대한상의 전망도 있어 보다 적극적이고 세밀한 대응책이 나와야 한다. 환율상승은 개별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부분이다. 정부가 나서 수출입 관련 금융보증 지원, 기업투자세액 공제, 법인세 및 소득세 인하 등 적극적인 지원책 마련을 검토해야 한다.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경제가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있다는 진단을 하고 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 등 3고의 복합적 위기를 속에 지역기업들이 어떻게 난국을 돌파할 수 있을지 지역 상공단체 및 경제계가 함께 지혜를 짜내는 노력을 기울어야 할 것이다.

2022-10-25

陣地戰이 사회적 상식을 무너뜨린다

심충택 논설위원 한국사회는 지금 전형적인 ‘진지전’이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 진지전은 무솔리니 정권에 대항했던 좌파지식인 안토니오 그람시가 이탈리아 국민의 일상을 통제한 파쇼집단의 지배 메커니즘을 분석하면서 내놓은 헤게모니이론에서 나온 단어다. 그는 공산주의 혁명은 대중 영향력이 큰 유기적지식인(주로 언론·교육계 종사자)이 진지를 구축해 헤게모니를 장악하면 물리적 혁명 없이도 가능하다고 생각했다.그람시의 이 이론은 요즘 우리 사회에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지난 주말 서울에서는 보수·진보 양대 진영이 대규모 집회를 했다. 자유통일당, 신자유연대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자유통일 주사파 척결 국민대회’라는 타이틀로, 촛불승리전환행동 등 진보성향 단체들은 ‘윤석열 정부 규탄’이라는 이름으로 진지전을 전개했다. 이들은 서울 세종대로를 좌우 양쪽으로 갈라 “이재명·문재인을 구속하라”, “정치보복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다. 마치 나라를 양분(兩分)한 모습이었다.진보진영에는 민주당 초선 강경파 모임인 ‘처럼회’ 소속 김용민·황운하·민형배(무소속)·양이원영 의원과 안민석 의원 등도 참가했다. 학생단체인 전국학생수호연합은 지난 2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주의 한 중학교 교사가 좌파집회에 학생들이 참가할 것을 종용했다며 그 교사를 선거법 위반혐의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그 교사는 학생과의 통화에서 “석열이 때려잡고 김건희는 감옥으로 보내자고 (집회)하는 거지”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교사가 직접 나서 진지전에 어린학생까지 동원하는 사태가 지금 우리사회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진보진영의 ‘진지’가 우리 사회 곳곳에 이미 견고한 요새를 만들고 있는 섬뜩한 느낌이 든다. 지난 2019년 고교생들이 교사의 정치편향 교육을 폭로하는 과정에서 “정치 교사들이 학생들의 영혼과 정신을 지배하려 한다”고 한 말이 떠오른다.보수와 진보진영의 진지전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더욱 격렬해지는 것 같다. 민주당 지도부는 현재 이 수사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을 향한 논두렁시계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지금은 모두가 일치단결하고 함께 싸워서 이겨내야 될 때”라며 검찰수사에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불법대선자금 수사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의 검찰진술에 의해 하나하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 유씨는 언론 인터뷰에서 “내가 지은 죗값은 내가 받고 이재명 민주당 대표 명령으로 한 것은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고 했다. 유씨는 이 대표의 성남시장 시절 측근으로, 대장동 특혜사건의 핵심인물이다.우려되는 것은 그동안 우리 국민이 공기처럼 익숙하게 받아들였던 자유민주주의 가치(법과 제도, 질서, 윤리, 관행)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람시는 이를두고 ‘권력이 상식적인 것을 비상식적인 것으로 만들고, 비상식인 것을 상식적인 것으로 만들어 국민을 통제한다’고 했다. 지금 우리사회가 불행하게도 이 과정을 거치는 것 같다.

2022-10-25

올바른 관계로 안동의 미래 꿈꾸자

신영복의 ‘담론’ 나를 곤혹스럽게 하는 질문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소개해 달라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바쁘게 살아간다는 핑계를 대며 책을 잘 읽지 못한다고, 후회스럽다는 말로 에둘러 답을 하며, 카프카의 말을 떠올릴 때가 있다. “책이란 우리 내부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기 위한 도끼가 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나의 믿음이다.” 신영복 선생도 “독서는 우리를 가두고 있는 견고한 인식을 망치로 깨트리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의미에서 신영복 선생님의 ‘담론’을 소개하려고 한다.‘담론’은 우리가 살아가는 작은 공간부터 다양한 사람들의 삶까지 아우르는 깊이와 동양고전을 통한 깨달음을 주는 고찰까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을 뿐 아니라,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며 깨달음을 터득하는 과정의 중요함을 새겨준다.특히, ‘담론’을 읽으면 관계의 중요성에 눈이 오래 머물고 밑줄을 긋게 된다. “모든 존재는 고립된 불변의 존재가 아니라 수많은 관계 속에 놓여있으며, 우리는 관계 속에서 정체성을 확립한다”고 하였으며 “정체성은 객관적 존재가 아니라 생성이며, 관계의 조직은 생성으로 탄생시키는 창조적 실천이다. 변화는 결코 개인을 단위로 완성된 형태로 나타나는 게 아니다.모든 변화는 가능성으로 잠재되어 있다가 당면의 상황 속에서, 영위하는 일 속에서, 그리고 함께하는 일 속에서 발현”되는 것이라고 한다. 레미제라블에서의 “땅을 갈고 파헤치면 모든 땅들은 상처받고 아파한다. 권기창 안동시장 그 씨앗이 싹을 틔우고 꽃피우는 것은 훨씬 뒤의 일이다”는 대사를 인용하고 고전의 아득한 미래가 바로 지금의 우리들일지 모른다 하셨다. 민선 8기를 맞은 안동시에도 많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안동의 100년 미래를 책임지는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부서 간 협업이 요구되는 업무가 많아졌다. 벽 속에 갇힌 생각의 틀을 깨부수고, 누군가의 말을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태도, 올바른 관계 맺기를 통해 안동의 미래를 꿈꾸어야 한다.과감한 혁신과 변화, 유연하고 창조적인 사고와 결단력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로 시민과 소통하며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한 때이다.민선 8기가 출범되면서 우리 안동시 직원에게 약속한 것이 있다. “공무원이 행복해야 안동시민이 행복하다. 일 잘하는 공무원이 대우받는 인사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익숙하던 것과 결별을 통해 새로운 안동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안동시 1천500여 직원에게 ‘담론’의 글귀를 새기며, 다시 한 번 약속한다.“언약은 강물처럼 흐르고 만남은 꽃처럼 피어나리”

2022-10-25

바이오가스 수소화

남광현 ​​​​​​​대구경북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하수찌꺼기, 분뇨, 가축분뇨, 음식물폐기물, 동·식물성 잔재물 등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즉각적인 반응은 머리에 떠오르기도 불편한 혐오스러운 쓰레기들로 우리 일상생활에서 즉시 사라져야 할 것들이라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환경부는 이들을 에너지 잠재력이 큰 유기성 폐자원으로 새롭게 보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목표를 2030년에 21.5%로 설정한 우리나라 보다 2배나 높은 40%대를 웃도는 독일은 이런 유기성 폐자원을 이용해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을 80%나 상향했다. 그야말로 독일은 버린 똥도 다시 보고 버리면 똥이지만 사용하면 돈이 된다는 개념이 확고하다.우리나라 유기성 폐자원 발생량은 생활수준의 향상과 함께 2010년 이후 10년간 15%정도 증가하였으며, 이중에서 가축분뇨가 차지하는 비율이 85%이상으로 가장 높고, 음식물폐기물이 8%이고 하수찌꺼기가 6.5%정도이다. 그런데 이것들은 지금까지 사료로 이용되거나 퇴·액비화되는게 대부분이고, 겨우 5.7% 정도만 바이오가스로 에너지화되어 왔다. 그런데 음식물폐기물은 가축전염병 예방 등을 위해 사료화가 점차 제한되고 있고, 하수처리장에 연계 처리도 시설용량 한계 등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축분뇨는 퇴액비화 방식으로 농경지에 과다 살포하여 작물로 미쳐 흡수되지 못하고 하천으로 유입되어 녹조 등 하천오염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다.이러한 유기성 폐자원으로 인한 환경적 부담은 줄이고 사회적 효용성을 높이는 방식으로 유기성 폐자원을 재활용할 필요가 있는데, 그 대표적 방식이 바이오가스로 재활용하는 것이다. 바이오가스 생산과 이용은 에너지 잠재력이 큰 유기성 폐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도모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분야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최적의 방식이다. 그래서 지난 2021년 6월 30일 송옥주 국회의원 대표발의로, 2021년 9월 1일 임이자 국회의원 대표발의로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안’이 발의 되었는데 바이오가스의 생산과 소비 의무화 등이 규정되어 있다.바이오가스는 유기물이 공기가 없는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혐기성소화)되어 생성되는 가스로 주요성분으로는 메탄이 50~60%, 이산화탄소가 25~50%로 구성된다. 우리 몸이 음식을 섭취하면 위와 대장을 거치면서 유기성분이 분해되고 몸에서 가스(방귀)가 생겨서 배출되는 것과 같은 원리이다. 이러한 원리로 생성되는 바이오가스는 앞서 언급된 유기성폐자원 2종이상을 혼합처리할 경우 상호보완작용을 하게 되어 소화효율 향상으로 가스생산량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환경부는 유기성폐자원 개별시설을 하나의 시설로 통합하는 시범사업을 전개하고 국고보조율도 높였다.최근 탄소중립 수단으로 바이오가스에서 그린수소를 추출하여 연료로 활용하는 기술이 상용화되고 있다. 대구는 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바이오가스 자원이 광역도시 중 최대 규모이고, 경북은 풍부한 수소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서 수소의 생산과 공급 관점에서 서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2022-10-24

지방에도 깡통전세 위험… 세입자 보호책 절실

부동산 경기침체가 본격화하고 매매가격이 급락하면서 전셋값이 매매가격에 육박하는 이른바 ‘깡통전세’ 위험성에 노출되는 가구가 대구와 경북지역에서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깡통전세란 집주인이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못 돌려받는 경우를 말한다. 통상 전셋값이 매매가의 80%를 넘어서면 경매를 진행하더라도 보증금을 되돌려 받기 힘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 정보’에 의하면 9월 중 전국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셋값 비율)은 75.2%로 전월보다 0.5%포인트가 높아졌다. 특히 포항시 북구(91.7%)와 포항시 남구(90.6%), 구미시(90.8%)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서 전국적으로 가장 높은 전세가율을 기록했다.서민들이 주로 사는 빌라의 경우 구미지역에서는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웃도는 기현상도 등장했다고 한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시장 왜곡으로 이어지고 있는데 반해 이에 대응할 별다른 대책이 없어서다. 자칫하면 전셋값을 돌려받지 못하는 가구가 대량 발생해 사회문제 될 우려도 높다. 서울에서는 세 모녀가 전세금으로 갭투자를 하고 세입자로부터 받은 수백억원의 전세금을 갖고 달아난 사기 사건도 발생했다. 세입자 보호를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전문가들은 전세 보증금 일부를 월세로 돌려 깡통전세 위험을 낮추는 것이 바람직하나 집주인의 가용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세입자는 전세 계약단계부터 깡통전세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는지 여부를 꼼꼼히 살피고 중개사도 이를 사전에 충분히 고지해 위험성을 낮출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국면에 들어가고 집값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많아 깡통전세 문제는 당분간 논란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서민층에게는 전세금이 전 재산이나 다름없다. 전세금을 날리면 그동안 착실히 살아왔던 삶이 통째로 날아가 버린다. 정부 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세밀히 살펴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서민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

2022-10-24

울릉 도동항 향나무

여객선을 타고 울릉도 관문인 도동항에 도착하면 산 중턱에 위풍당당한 향나무가 주민과 관광객을 반긴다. 도동항 동편 기암괴석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이 향나무는 울릉도의 상징이자 문지기였다. 척박한 암벽에 뿌리내린 채 2천년 이상 세월 동안 울릉도를 묵묵히 지켜왔다. 뿌리 부분의 둘레가 4.3m, 높이 9.5m로 웅자가 남다른 향나무다.  그런데 울릉도의 상징인 이 향나무가 지난달 6일 울릉도를 덮친 태풍 힌남노에 의해 뿌리째 뽑혔다. 볼성 사납게 된 이 향나무는 그 고귀함은 뒤로한 채 자칫 낙석 등 또 다른 위험을 안게 됐다. 이에 울릉군국유림관리소와 울릉산악구조대가 지난 20일 밧줄과 앵커 등을 이용해 뽑힌 향나무를 바위에 결박하는 조치를 했다. 구조대는 이와 함께 향나무 위 부위를 잘라 남부산림청에 제공했다. 산림청은 이를 후계목 조성 및 생태 연구 등에 사용키로 했다. 울릉도 대표 향나무의 수난은 이뿐만 아니다. 수령 2천300년으로 조사된 우리나라 최고령 향나무가 또 있다. 도동 마을에서 바라보이는 이 향나무도 지난 1985년 10월 태풍 브랜다로 한쪽 가지가 꺾여나갔다. 울릉군이 긴급 보수해 현재 두 가닥 쇠줄에 의지한 채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고 있다. 울릉도 대표 향나무의 잇단 수난이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에 뿌리가 뽑힌 향나무는 일제강점기 시절 도동항 사진에도 나온다. 울릉도 주민들은 섬사람들의 개척정신을 대변해 주는 향나무라며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이제 이 향나무의 기품 높은 풍광은 다시 보기 어려워졌다. 울릉도의 상징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재생이 어렵다면 고목이라도 원형 복원해 재현할 수 있으면 좋겠다. 울릉도 향나무는 상징 이상의 가치가 있다. 또 피해목 주위에 비슷한 수령의 향나무가 여럿 남아 있다고 한다. 남은 향나무의 보존과 관리에도 더욱 신경써야 할 터이다. /홍석봉(정치에디터)

2022-10-24

이제 可視圈 들어온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환경부가 어제(24일)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및 공원 계획’의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를 구성함으로써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절차가 이제 가시권으로 들어왔다. 전략환경영향평가협의회는 환경영향평가를 위한 사전절차로 평가 대상과 토지 이용 구상 등을 담은 평가준비서를 심의하고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작업을 한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대구시와 경북도의 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건의를 받고 자연생태계, 자연·문화 경관 등 국립공원지정 타당성을 조사하고 있다.팔공산 국립공원 지정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지역사회에서 찬반양론이 제기되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우수한 생태환경과 불교유산을 가진 팔공산이 미래세대에 물려줄 소중한 곳인 만큼 국립공원 승격을 통해 체계적인 관리를 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지난 8월 국회에서 열린 팔공산 국립공원 승격과 관련한 정책 토론회에서 문정문 국립공원공단 탄소중립전략실장은 “국립공원 지정시 5년간 예산을 집중투자할 예정이고 태백산은 도립공원 당시 연 24억 원의 예산이 배정되던 것이 국립공원 지정 후 연 113억 원의 예산이 배정됐다”고 밝혔다.반대하는 측은 주로 팔공산 인근 주민들과 토지소유주들이다. 이들은 “팔공산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하루아침에 생존권과 재산권을 박탈당하는 신세로 전락했다. 주민 동의 없이 국립공원을 지정하려는 행위는 묵과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팔공산 도립공원 면적 약 127㎢ 중 70% 정도는 사유지다.팔공산은 지난 1980년 5월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후 대구시와 경북도가 나눠 관리하고 있어 예산과 인력 부족문제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팔공산은 조계종 9교구 본사인 동화사와 10교구 본사 은해사, 전국 최대의 기도처 갓바위를 품은 불교의 성지다. 수많은 문화유산과 우수한 생태자원, 고려 건국 과정의 다양한 스토리를 보유한 팔공산 도립공원을 국립공원으로 승격시켜 국가가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맞다. 광주 무등산의 경우 국립공원 승격 이후 경제적 가치가 2배 정도 올라갔으며, 지역 일자리 창출에도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한다.

2022-10-24

방문객을 생각하는 축제·행사만이 성공할 수 있다

심한식 경북부 축제나 행사에서 꼭 필요한 것은 행사장을 찾는 방문객을 위한 배려다.얼마나 많은 사람이 행사장을 찾았는지보다 행사를 통해 어떤 배려를 받았는지가 또 행사장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사)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산시연합회가 주최하고 주관한 제11회 경산대추축제농산물 한마당 행사가 22~23일 생활체육공원 어귀 마당에서 3년 만에 열렸다.코로나19의 여파로 3년 만에 열린 1억 7천만원의 시비로 열린 경산대추축제는 축제 즉 큰 잔치가 아닌 하나의 행사였다.현장을 찾는 방문객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사로 보였다. 축제장에서 빠지지 않고 제공되는 시식용 대추를 찾을 수 없었고 방문객에게 제공되어야 할 주차장도 일부는 야시장으로 둔갑하고 나머지 주차공간도 야시장 상인들의 차량으로 채워져 주차공간을 찾아 헤매거나 위험한 도로변에 주차해야 했다.이달 중순에 청도반시축제를 열었던 청도군이 주차장을 확대하고 군민운동장도 주차장으로 개방해 방문객의 주차 편의를 제공한 사례와는 대비됐다.또 대추축제의 대표주자인 보은대추축제가 지난해보다 40%나 감소한 작황을 이유로 온라인축제로 전환한 것과 비교하면 제대로 된 물량도 확보하지 못하면서도 대면 축제로 강행한 이유가 궁금하다.일부에서는 행사장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자랑한다.하지만, 22일 행사장 무대 앞에 마련된 좌석을 채운 이들은 개막식 초대 가수로 초청된 미스트롯(2) 眞 출신 양지은의 팬클럽회원들이었다.설치된 부스 중 사람이 모이는 곳은 대추 막걸리 등 무료 시식이 가능한 곳이었다.23일도 강진과 신승태, 김범룡 등 경산대추축제 기념 스타쇼에 출연하는 가수들을 보고자 행사장을 찾은 이들을 제외하면 지역특산물이라고 자랑하는 경산대추를 즐기고자 찾은 이들이 많지 않았다는 것이다.행사장을 둘러본 일부가 경산대추축제라는 이름보다는 농산물 한마당에 대추가 한 품목으로 판매되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고 지적하는 의미를 경산시와 한국후계농업경영인 경산시연합회는 깊게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shs1127@kbmaeil.com

2022-10-24

철강업과 자동차조립 산업 현장의 개선활동

엄주선 포스코 인재창조원 교수·컨설턴트 철강과 자동차 조립 산업은 우리가 일상에서 필요로 하는 소비재를 생산한다는 측면은 동일하지만 제품을 만드는 과정은 매우 다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철강은 중후 장대한 설비를 한 번 설치하면 한 자리에 고정된 상태에서 생산하며 사람은 설비를 운영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그러나 자동차조립 산업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 이동이 가능한 중·소형 설비가 많고 사람은 자동차의 여러 부품에 대한 숙련된 조립 능력이 중요하다. 이렇듯 설비의 형태와 사람의 필요 능력이 다르다 보니 개선 활동도 다른 구조를 하고 있다.두 산업의 대표격인 포스코와 도요타의 현장 개선활동 차이점을 보면 도요타는 개선의 방법론 자체가 생산방식으로 생산에 소요되는 시간(Lead Time)을 줄이고 공정내 불량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이다. 이에 비해 포스코는 직접적인 생산 시간을 줄이기 보다는 사람이 설비를 학습하여 운용능력을 키우고 일상에서 유지관리 되도록 하여 고장과 같은 생산 장애를 줄이고 안전, 환경, 품질, 생산 상의 문제점을 찾아 과제로 해결하는 체계이다.좀 더 자세히 말하면 도요타생산방식은 생산시간 단축을 위해 ‘고객이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때 필요한 양만큼 생산한다’는 JIT(Just In Time)를 지향하며 목표는 Lead Time 단축이다. 이를 위해 자동차 1대를 생산하는 작업 시간인 Tact Time을 설정하여 표준작업으로 하고 생산공정에서 가공품 멈춤이 없도록 흐름을 만들고, 많은 부품을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제품의 준비교체시간을 단축하여 생산단위를 줄여간다.공정내 품질개선을 위해서 생산과정에 불량이 생기면 설비가 스스로 정지하도록 사람의 지혜를 활용한 자동화라 하여, 사람과 기계의 일을 분리하고 사람은 실수를 예방하는 개선을 하고 기계는 이상이 감지되면 자동 정지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도요타생산방식의 내용은 초, 중, 고급 과정이 있어 직급별로 깊이가 다른 교육과 함께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을 한다.장치산업인 포스코는 직접적인 생산방식보다는 ‘안전하고 일하기 좋은 작업환경 구축과 낭비제거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의 도구로 현장 개선활동을 QSS(Quick six Sigma)로 명명하여 일상활동, 과제활동, 솔선격려, 인재육성 4축으로 되어있다. 일상활동은 5S(정리, 정돈, 청소, 청결, 습관화)로 작업 환경을 개선하고, 위드마이머신으로 설비를 도입,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성능개선과 유지관리를 한다. 과제활동은 재해, 불량, 고장, 원가 지표를 직접 줄이기 위한 테마로 개선을 실시하며 직책자는 솔선으로 참여하고 격려 멘토링을 통해 지원하며 개선을 통해 직원역량이 향상되는 구조다.이 두 기업의 현장 혁신활동 공통점은 산업 특성에 맞는 나름의 개선 체계를 구축하고 지속한다는 점이다. 그 속에서 직원들의 역량이 향상되고 경영진과 직책자는 솔선으로 참여하고 지원하며 리더십을 발휘하고 현장경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산업을 대표하는 이 두 기업의 현장 개선활동이 국내 기업들의 현장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2022-10-24

마음의 습기 말리는 가을날

강성태 시조시인·서예가 높푸르러 가는 하늘에 떠도는 구름이 한가롭다. 누렇게 물결치며 여물어가던 들판에 수확의 손길이 더해지고, 언덕배기의 주홍빛 감들은 속소그레 대롱거리며 정겹게 익어가고 있다. 구절초, 쑥부쟁이가 반기는 들길을 거닐거나 산국(山菊), 감국(甘菊)이 손짓하는 산길을 오르다 보면, 문득 어디선가 피어나는 가을의 향기를 듣게 된다. 딱히 그 냄새가 보이거나 풍기지는 않지만, 지나가는 바람의 결이나 형형색색 물들어가는 잎새들의 몸짓에서 계절의 향긋함과 스산함이 잔잔한 울림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우수(憂愁) 배인 향수(鄕愁)같고, 여수(旅愁)가 묻어나는 애수(哀愁)같은 아련하고도 애잔한 가을의 갈피에는 왠지 모를 시름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래서 가을을 우수의 계절이라고 했던가?인간의 생애주기를 놓고 볼 때 가을은, 혈기왕성한 여름날에 비견되는 청장년(靑壯年)을 지나 결실과 숙성의 내공으로 직장이나 사회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나가는 장년(長年)층에 해당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장성한 자녀들이 출가를 하게 되고 삶의 척추 같은 일터에서는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돼 중책이 주어지기도 하는가 하면, 때에 따라서는 사회적인 역할과 기여가 커지는 오피니언 리더로서의 길잡이를 해야 하기도 한다. 앞만 보고 달려왔던 인생행로에 막간의 여유와 안도의 가슴으로 주변을 살피며, 내실과 농밀함으로 새로운 도전과 비전을 지향해야하는 때이기도 하다.그러한 차제에 삶의 전반적인 요소마다 이것저것 헤아리고 가늠하며 꼼꼼히 챙기고 보살피다 보니 어쩌면 근심 걱정이 떠날 수 없게 되는지도 모른다. 근심을 뜻하는 수(愁)는 가을철에 거둬들이는 벼(禾) 옆에 불(火)이 있는 걸 밑에서 받쳐주는 마음(心)이 조합된 한자이니, 잠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불안하고 거북스러운 상태를 일컫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풍요로운 결실을 수확하는 중에도 짐짓 걱정이 도사릴 수 있듯이, 가을걷이 같은 풍성한 삶의 숙성기에도 모종의 우려가 스며들고 파고들 수 있음을 암시하기에 가슴 한구석이 허허롭고 알 수 없는 수심(愁心)에 잠기게 되는지도 모른다.“서느런 바람 결에/구름밭 쟁기질로//번뇌도 빛이 되어/감감히 아려 오며//내 혼의 습기 말리는/서럽도록 부신 날!” -拙시조 ‘청추(淸秋)’전문사람은 어찌 보면 한평생을 외롭거나 시름 속에 살아가야 하기에 끝없는 나그네길이라 하는 걸까? 정처없이 떠도는 구름도 흩어졌다 모이면서 수시로 하늘의 눈물 같은 비를 내리는데, 하물며 인간세상에는 생로병사와 희로애락의 상념이 끊이질 않아 함께 있어도 쓸쓸하고 기쁨 속에서도 슬픔을 지워버릴 수 없는지도 모른다. 소리 없는 싸움터 같은 세파에 시달리는 자체가 고역일 수도 있을 터, 지치고 멍들게 하는 상흔이나 묵은 때를 지워버리는 것이 근심을 줄이는 것이리라. 눈물도 투명한 빛이 되어 흐를 것 같은 서럽도록 부신 날, 마음의 습기를 말리는 밝은 가을날을 엮어가자.

2022-10-24

바닥에는 검은 진흙이

필립의 잔에 붓고 남은 양주를 자기 잔에 부으며 인호가 말했다.-널 못 믿는 거지.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 이런 일이 한두 번이었냐. 조그마한 시에 틀어박혀 행사나 치르고 노인들 밥이나 챙겨주고 있으니 다른 일을 맡기기에는 네가 부족하다 생각하는 거지.-기회를 줘야 할 수 있지. 기회조차 주지 않는데 뭘 할 수 있겠어.인호가 필립의 말에 발끈하며 대답을 했다.-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게 아니잖아. 어쨌든 생각보다 일이 쉬워질 것 같아. 억지로 기회를 만들지 않아도 될 것 같고. 이쪽에서 준비되면 다시 연락하겠다고 했어. 일단 약속을 잡고 만나는 것까지는 내가 할 거야. 이후에는 다른 사람이 해야지. 이번에도 노마가 하는 것이 맞을 것 같아. 이번 기회에 정리할 것도 정리하고. 아직 날짜를 잡지는 않았어. 아무래도 인호, 네가 우리나라에 없을 때가 좋을 것 같은데. 너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말해줘, 지금. 장소는 좀 더 생각해볼게. 이번에는 물건을 꺼내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괜히 이상한 방향으로 주목을 받을 것 같아서. 이리저리 번거롭기도 하고.인호는 고개를 숙여 핸드폰을 보았다.-다음 달 십오 일부터 일주일간 러시아 출장이 있어. 영산시 시의원들 데리고 한 바퀴 도는 출장.인호가 스케줄 표를 보며 말했다.-그러면 그렇게 날짜를 잡는다. 십육 일 정도에 만나자고 할 테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정해지면 다시 연락 줄게-그런데 노마는? 괜찮겠어?인호는 문득 노마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달아오른 노을을 보며 노마가 말했었다. 언젠가 우리 인간이 화성에 가는 날이 오겠죠? 화성은 노을이 파란색이라던데. 화성에서 제일 높은 산 이름이 뭔 줄 아세요? 올림퍼스래요, 올림퍼스. 그러면 화성에도 신들이 살고 있는 걸까요? 지긋지긋한 지구를 떠나 화성으로 가도 소용없는 건가요?-노마는 왜?-갑자기 노마가 했던 화성 이야기가 생각이 나서.-생각 많이 하지 마. 이번 기회에 보내주면 돼. 화성에 먼저 가 기다리고 있어라, 하지 뭐. 궁금증도 풀고. 좋겠네.-꼭 그래야 하나? 노마까지?인호는 맥주잔을 비웠다.-그래야지. 녀석이 그러더라고. 따지고 보면 호해도 나쁜 놈이라고. 아니 따질 필요도 없다고.-호해?-응, 호해. 그 말을 들으니 정신이 번쩍 들더군. 기분도 살짝 상하고. 굳이 핑계를 대자면 그런 이유야.나는 호해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늙고 병들어 죽음에 든 진시황을 보며 웃었겠지. 겉으로는 아니더라도 말이야. 진시황 이야기 알지? 들어 본 적은 있겠지. 신하들이 불로초를 찾아 진시황에게 바쳤다면, 불로초를 먹은 진시황이 불사의 몸이 되었다면 호해의 마음은 어땠을까? 언젠가 필립이 노마에게 말했다. 그럼요. 저도 읽을 만한 것, 들을 만한 이야기는 다 듣고 자랐습니다. 노마는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아니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말입니다. 호해도 나쁜 놈이잖아요. 그렇지 않아요?-알았어. 형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형이 하겠다는데 반대할 생각은 없어. 그저 물어본 거야. 궁금해서. 그러면 노마한테 약속한 것도?-그게 애초에 가능한 일이었겠어?-그렇지? 그래. 그런데 형.-말 해.인호가 필립에게 물었다.-직접 만나서 약속 잡을 거야?-아니, 만날 필요까지는 없지. 전화로도 충분할 것 같은데. 왜?인호는 필립의 아랫배를 가리키며 말했다.-형은 마음에 없는 말을 하거나 불안할 때 아랫배를 쓰다듬는 습관이 있어. 기억해. 조심하라고.필립이 영권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가 몇 번 가지 않아 영권이 전화를 받았다.-작은아버님. 잘 지내셨습니까. 저 필립입니다.-아이고. 잘 지낼 이유가 있나. 형님이 안 계시니 마음도 몸도 편하지가 않네. 조카님은 어떤가? 아버지 빈자리가 생각보다 크지?큰 몸통에서 울려 나오는 목소리가 컸다. 원래 크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유난히 힘을 주어 크게 말하는 것 같았다. 필립은 귀에서 전화기를 떼어 스피커폰 모드로 바꿨다.-아. 네. 그렇지 않아도 하루 네 번 꼬박꼬박 뵙고 있습니다.집을 나설 때 귀가할 때, 그리고 회사에 출근할 때 퇴근할 때. 필립은 그렇게 하루 네 번 만식을 보았다. 만식이 살아 있을 때보다 더 자주 마주했다. 두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당당한 걸음걸이를 보여주려 애썼다./김강 소설가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