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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민선8기 출범 앞두고… “군민이 행복한 영양 만들 것”

오도창 영양군수 민선8기 출범을 앞두고 영양군민들께 고합니다!!~먼저 민선 7기 4년의 시간동안 한결같은 믿음과 신뢰, 그리고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준 군민들께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지난 시간들은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군민들의 간절한 소망을 이루기 위해 소통하고 현장을 누비며 열심히 달려 온 시간이었다. 그리고 군민들과의 약속과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한 노력이 눈에 보이는 성과로 나타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온 시간이기도 하다.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영양군수에 다시 한 번 도전해 선거 개표결과 81.5%라는 영양군수 선거 역사상 가장 높은 득표율이며, 경북 전체 최다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했다. 이렇게 군민들이 전폭적으로 지지를 해준 것은 영양의 발전을 위한 비전을 반드시 실천하라는 군민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민선 8기에서는 행정의 폭은 한층 더 넓히고 깊이도 내실있게 다지면서 새로운 목표를 삼고 나아갈 것이다. 민선 7기 4년 동안 쌓아온 토대 위에 행복 영양을 만들기 위한 시책들을 하나하나 완성해 나가 군민을 더 편하게, 더 잘 살게, 더 행복하게 만들 것을 약속한다.민선 8기에는 영양발전 프로젝트 5·1·6 비전과 10대 분야 85개 공약을 반드시 지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먼저 영양발전 프로젝트 5·1·6 비전은 예산 5천억원, 전국 고추생산 1위, 농가소득 6천만원을 달성하는 프로젝트이다. 지난해 10월 전국 89곳의 인구감소지역 발표로 10년간 매년 1조원을 지원하는 인구소멸대응기금이 신설됐다. 이에 우리 영양군은 차별화된 시책과 맞춤형 현안을 발굴하고 국·도비 확보를 통해 예산 5천억원 시대를 여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또 홍고추 출하장려금을 기존 200원에서 300원으로 인상해 전국 최고가격 수매를 통한 안정적인 농가소득 보장으로 전국 고추생산 1위를 달성하겠다. 특히 국내 최초로 엽채류 특구 지정과 단지를 조성하고 간이집하장 설치와 노지 배추 재해보험 대상 추가, 토마토 스마트 재배단지 조성, 산나물 재배포지 지원, 발효식품 공장건립 등 새롭고 다양한 농업정책 육성으로 농가소득 6천만원을 달성해 경쟁력 있는 부자농촌 영양을 만들 것을 약속한다.그리고 농업, 교통, 지역경제, 정주여건, 공공기관 유치, 주민복지 등 10대 분야 85개의 공약으로 영양의 미래를 확 바꿀 계획을 세웠다. 홍고추 생산장려금 인상, 우량농지 보전, 남부권 일자리지원센터 건립 등 농업분야 지원으로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남북 9축 고속도로 제3차 도로관리계획 반영, 31번 국도 영양진입구간 터널화 추진 등의 교통 인프라 구축으로 편리한 교통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소상공인 재난지원금 지급, 전통시장 현대화 사업 추진 및 공영주차장 건설과 국개뜰 주거단지 기반 조성, 새뜰마을사업 확대 추진으로 골목상권을 살리며, 군민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더욱 가꿀 수 있도록 하며, 또한 국립 영양자작나무 숲체원과 국유림관리사무소 유치, 농산물품질관리원 영양사무소 승격, 격리전전용 교정시설 유치, 국립멸종위기종복원센터 교육관 건립까지 공공기관 유치로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겠다.거기에다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전 군민 건강검진비 30만원 지원, 태양광발전, LPG 배관망 확충, 영양공공도서관 건립 등 에너지, 의료, 교육분야의 혜택을 더욱 늘려 살기 좋은 도시 영양의 모습으로 탈바꿈 시키도록 하겠다.민선 7기의 성과들이 부족한 점은 없었는지 되돌아보게 되는 시기이다.만약 부족한 점이 있었더라도 그 점을 토대로 정책들을 더욱 발전시키고 부족한 점들은 앞으로 4년의 시간동안 채워 보완하여 군민들에게 행복을 주도록 끊임없이 노력하겠다.85개의 공약들이 반드시 지켜질 수 있도록 용기 있게 도전하고 끈기 있게 실천할 것임을 약속한다.

2022-06-26

신비한 우주 속으로

우주(宇宙)는, 중국 송나라 육상산(1139~1192)이란 사람이 공간을 ‘宇’라 하고 시간을 ‘宙’라 하면서, 이 두 글자를 합쳐 ‘우주(universe, space, cosmos)’라고 했다.백과사전 역시 우주를 ‘모든 물질과 복사(輻射)를 포함하는 공간과 시간의 전체’라고 이르면서 ‘우주라는 말은 시공(時空)을 뜻할 때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질·공간·시간을 포괄하고, 지구 밖의 공간을 지구를 둘러싼 원우주(遠宇宙)라고 한다’고 부연하고 있다.이를 보면 우리 동양인들은 우주를 공간만이 아니라 시간도 포함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눈에 반짝이는 저 별빛은 수만 년, 아니 수십만 년을 달려온 과거의 것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사랑이나 종교를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분석적으로 표현하면 그 의미가 변색되듯이 어느덧 동심은 사라져버리고 가슴도 삭막해지게 마련이다.시인 윤동주님은 물론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나오는 소행성 B612도 빛이 바래지고 말 것이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 ‘별’ 역시 글맛을 잃어버릴 지도 모른다.그리스 천문학자 프톨레마이오스(Ptolemaeus·85?~165?)는 처음으로 하늘의 별을 세어본 후 모두 6천개에 이른다고 했다. 그러나 망원경이 발명되면서 웃기는 주장이 되고 말았다.천문학자들에 따르면 우리 은하에만 약 2천억~4천억여 개, 우주 총 1천375억여 개의 은하가 존재한다. 지구의 모래알 보다 4~5배 많은, 어쩌면 인간의 상상으로는 가늠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스스로 계산해보길 권한다.옛날 사람들은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면서 국가와 개인의 운명을 점치기도 했다. 태양이 달에 가려서 나타나는 일식이나, 지구가 달과 태양 사이에 위치하면서 나타나는 월식, 낮에 보이는 금성 등 일상에서 벗어난 천문현상이 나타나면 왕은 자신의 부덕함을 반성했고, 백성 역시 재난이나 우환에 대비하는 지혜를 발휘했다.조선을 건국한 이성계는 하늘의 뜻을 받아 나라를 세웠다는 당위성을 강조하기 위해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라고 하는 밤하늘의 별자리를 돌에 새겨 놓았다. 유학자 양촌 권근(1352~1409)은 ‘달걀의 흰자가 노른자를 둘러싸고 있는 것처럼 우주 역시 하늘이 땅을 둘러싸고 있으며, 하늘은 둥글고 끝없이 돈다’고 간략하게 기록하고 있다. 혼천설(渾天), 즉 하늘은 둥글며 끝없는 일주운동(日周運動)을 이해했다.별도 하늘에 영원히 떠있지 않는다. 사람처럼 언젠가는 죽을 운명이란 뜻이다. 우리 태양의 수명은 대략 100억년 정도라고 한다. 현재 태양이 약 50억년 정도 되었으니 앞으로 50억년 정도가 지나면 태양은 이 우주에서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른 모든 별도 태양처럼 태어나서 진화하다가 결국 소멸을 맞는다. 별이 만들어지는 과정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질량이다. 질량에 따라 별의 크기와 밝기, 얼마나 오래 사는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별의 일생을 간략하게 정리해보면 구름이 모여 탄생되고 진화를 거듭하다가 대량의 기체를 우주 공간에 방출하면서 죽어간다. 그리고 그렇게 방출된 기체는 다시 모여 다음 세대의 별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설처럼 별은 지난 과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우리네 동경과 꿈을 밝혔던 밤하늘에 별은 여전히 무수히 많은 비밀을 품고 있다. 이 모두를 알려고 하기보다, 별을 보며 희망을 꿈꾸던 어린 시절의 용기와 사랑을 잃지 않으려는 지혜가 필요한지도 모른다. 별은 태양이 빛나는 낮에도 반짝이니까 말이다./박필우(스토리텔러)

2022-06-26

‘주택거래절벽’ 대구·포항, 조정지역 해제를

정부가 조만간 부동산 규제지역 해제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대구와 포항지역 정치권이 국토교통부에 연일 대구·경북의 조정대상지역 지정해제를 촉구하고 나섰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을 해제하면 심각한 부동산 거래절벽 현상이 다소나마 해소돼 얼어붙은 주택시장에 반전이 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국민의힘 소속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원희룡 국토부장관을 만나 대구의 조정대상지역 해제 건의문을 전달했다. 포항출신 김병욱 의원도 이날 원 장관을 별도로 만나 포항 남구를 조정대상지역에서 해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원 장관은 이에 대해 적극 검토하겠다면서도 “일률적인 조정대상지역 해제는 여파를 고려할 때 실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와 포항 남구는 지난 2020년 말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부동산 경기가 급격하게 위축되면서 지역경제가 동반침체되는 사태를 겪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6월 둘째 주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대구지역 아파트 매매가격은 0.16% 하락해 지난주와 동일한 낙폭을 기록했다. 이 기간 대구의 아파트 매매가 하락폭은 세종에 이어 전국 두 번째로 높다. 대구에서는 미분양도 속출하고 있다. 지난 4월 대구시 미분양 물량은 6천827가구로 광역시 전체의 72%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4월(897가구)과 비교할 경우 미분양이 7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대구에 공급될 아파트가 2만 5천여 가구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분양 사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포항 남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금리 인상이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 주요 지표들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국토부는 지난 23일 이달 말 쯤 주거정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규제지역의 단계적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구와 포항 남구는 조정대상지역 해제 요건인 ‘3개월 연속 주택매매거래량이 전년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지역’에 해당되는 만큼 규제지역 해제에 꼭 포함시키길 바란다.

2022-06-26

대구치맥페스티벌

우정구 논설위원 코로나19 사태로 중단됐던 대구치맥페스티벌이 다음달 6일부터 10일까지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린다. 치킨과 맥주관련 100여개 업체가 200여개의 부스를 차려놓고 치맥의 즐거움을 선사하게 되는 이 행사가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이다.2013년 시작한 이 행사는 첫해에 27만명의 사람이 다녀갈 정도로 폭발적 인기를 얻었다. 행사 개최 4년만에 축제를 찾은 인파가 100만명을 돌파했고. 해마다 100만명이 찾는 축제로 자리를 잡으면서 대구치맥페스티벌은 명실공히 대한민국 대표축제가 됐다.올해도 추억의 치맥포차, 치맥 댄스파티, 아이스볼링, 치맥클럽 등 다양하고 이색적인 프로그램으로 고객을 맞을 준비에 나서고 있다고 한다.맥주와 치킨은 하늘이 내린 최고의 조합이라 부른다. 특히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화끈한 푸드 아이템으로 인기가 높다. 치맥과 대구의 유별난 더위가 왜 조합이 잘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무덥기로 소문난 대구에서 열리는 치맥페스티벌이 벌써부터 대한민국 젊은이의 호기심과 관심을 자극하고 있다.대구의 치킨산업은 역사와 정통성이 있다. 대구경북은 한국전쟁 후 피폐해진 국민에게 다양한 육류 제공을 위해 계육산업이 발전했다. 1970∼80년대는 전국 규모의 부화장과 도계장이 5군데나 있을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기도 한 곳이다.이를 기반으로 대구에서는 한 마리 닭을 조각 튀김한 후 마늘간장 소스를 발라 내놓는 제품이 개발되고 이후 한국 최초의 양념치킨도 개발된다. 전국적 명성의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도 대구가 가장 많이 배출하게 된다.대프리카에서 3년만에 개최되는 대구치킨페스티벌이 또한번 전국을 들끓게 할지 궁금하다. 축제의 성공을 기원한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26

한 장의 사진

김규종 경북대 교수 세상에 우연히 일어나는 일은 없다. 모든 일은 예정된 궤도와 시간 순차성에 따라 수미일관하게 진행된다. 이를테면 이렇다. 언젠가 잠시 살았던 곳 인근에 있는 자동차 정비공장에서 차를 수리하거나 엔진오일을 교체한다. 저녁마다 방문하는 방송국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4년 넘게 산 적이 있다. 열일곱 살 때 처음으로 와보았던 대구에서 30년 넘도록 인연과 관계를 맺고서 살아간다. 우연처럼 보이는 이런 인과율은 곳곳에서 작동한다.개체에서 발생하는 우연이 유기체에서 필연으로 작동한다는 명제가 있다. 소규모로 일어나는 우연이 필연으로 기능한다는 말이다. 작은 우연들의 누적이나 축적이 마침내 거대한 필연을 가져온다고 이해해도 무방하다. 눈이 아주 밝은 사람은 작은 우연을 포착하는 데 어려움이 없지만, 대개는 건성으로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문득 아, 하는 깨달음의 탄식이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서두가 길었던 데에는 사연이 있다. 얼마 전에 ‘우연히’ 20년 전 사진과 만나게 되었다. 2002년 7월 12일 날짜가 사진 오른쪽 아래에 선명했다. 나를 포함한 열 사람이 사진에서 여러 가지 표정으로 사진 찍는 이를 응시하고 있다. 반 팔과 청바지 차림의 편안한 복장과 막걸리와 맥주가 놓인 식탁, 그 위에 자리한 마른안주 몇 가지가 눈에 들어온다. 열린 창 너머로 전등의 밝은 빛이 유리창에 선명하게 비친다.세 사람의 교수와 일곱 사람의 대학원생이 한 장의 사진에 빼곡히 담겨 있다. 20년 전에 우리는 저런 얼굴과 옷차림과 마음가짐으로 여름밤을 보내고 있었구나, 생각하니 여러 감정이 찾아오는 것이다. 사진의 인물 가운데 몇몇은 소식 두절(杜絶)된 상태고, 몇몇은 여전히 추억을 곱씹는 관계 안에서 살아간다. 어떻게 그런 차이가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것이 우연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인생 행로의 시작과 과정 그리고 종착지점은 누구에게나 다른 의미와 색깔과 무게를 가진다. 각각의 지점에서 우리는 죽어도 잊을 수 없는 사람들과 인연을 맺기도 하고, 끊기도 한다. 누군가와 맺은 깊고 질긴 인연은 애별리고(愛別離苦)를 잉태하기도 하고, 원증회고(怨憎會苦)를 결과하기도 한다. 그것을 결정하는 최종적인 주관자는 나나 그 혹은 그 여자나 그들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의 결정권 바깥에 있다고 나는 믿는다.끝까지 머물 사람과 함께할 관계와 인연은 어떤 일이 있어도 최후까지 이어진다. 아무리 좋았던 인연과 관계를 맺은 사람과도 어느 날 홀연히 단절되는 경우가 생겨난다. 나의 의지도 그들의 결단도 아닌, 순전히 우연처럼 보이는 사사로운 사건과 갈등이 원인일 수 있다. 그러하되 우리는 그런 상황과 인과율의 변화양상에서 구경꾼이나 방관자 이상의 자리를 요구할 수 없다. 그러니 수수방관이야말로 최상의 선택일 수 있겠다.한 장의 사진에 들어있는 사람들과 맺은 인연과 여러 가지 사연을 떠올리면서 나의 지나간 20년을 반추한다. 삶은 언제든 어디서든 환하고 아름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

2022-06-26

50만 붕괴 일보직전 포항시, 위기의식 가져야

포항시의 인구 50만명이 붕괴되기 일보직전이다. 5월말 현재 인구수는 50만324명이다. 1995년 영일군과 통합이후 역대 가장 적다. 외국인 등록인구를 합쳐도 50만6천216명이다. 지금 상태로 가면 6월말에는 포항시의 내국인 인구는 50만명선 붕괴가 확실하다.포항시가 인구 50만명선 유지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이유는 차고도 넘친다. 한 도시의 인구는 도시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중요한 지표이자 도시의 지속발전 가능성을 가늠케 하는 자료다. 포항은 인구가 50만명 넘는 경북 유일의 제1 도시다. 50만명선 붕괴는 도시의 이미지를 추락시키고 이곳에 사는 도시민의 자부심에도 상처를 주게 된다.행정적으로 누리던 혜택도 줄어든다. 도시의 자치권과 자율권이 대폭 준다. 남구와 북구로 나뉘어 있는 구청이 없어지고 주택건설, 도시계획 등의 일부 권한이 경북도로 넘어간다.두 개이던 경찰서와 소방서가 하나로 통합되고 구청의 과장자리 14개도 없어진다. 포항시의 부단체장 직급도 2급에서 3급으로 낮아진다.50만명이 무너지면 2년간 유예기간을 주지만 한번 무너진 인구는 특별한 이유없이 회복되기 힘들다.포항시의 인구 문제는 더 이상 물러설 틈이 없다. 지역사회가 위기의식을 갖고 인구 증가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켜 나가면서 해결점을 모색해야 한다. 포항시는 작년 포항사랑 주소갖기운동을 펼쳤지만 47억이란 막대한 예산을 쓰면서도 인구는 고작 443명이 증가하는 데 그쳤다. 시의회로부터 “그 돈으로 정주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더 나았다”는 비판도 받았다. 이전비용을 지원하는 단기적 처방으로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포항도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은 데드크로스 상태다. 인구늘리기 정책에 대한 획기적 대책이 나와야 한다. 대기업 유치와 같은 일자리 창출 노력과 더불어 정주여건을 개선시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전국에서 육아키우기가 가장 좋은 도시로 탈바꿈하는 방법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초비상 상태의 포항시 인구 문제는 지역사회의 관심과 위기의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가야 할 때가 온 것이다.

2022-06-26

어떤 고기를 먹어야 할까

유영희 작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은 인간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3대 영양소이다. 그중 단백질과 지방은 콩이나 옥수수, 올리브, 브로콜리 같은 식물성 식품에도 있지만, 특히 고기에 많다. 육식은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기 때문에 전 인류가 고기의 맛을 버리기도 쉽지 않고, 비타민 B1은 고기에만 있는 영양소라서 채식으로 보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내가 채식을 2년간 하다가 중도 포기한 것도 영양 불균형 때문이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축산 고기에 거부감이 있어도, 고기를 안 먹기는 참 힘들다. 그러다 보니 축산 고기 말고 다른 방식으로 단백질을 섭취할 수는 없을까 궁리하게 된다.그러다 2020년 12월 어느 신문기사에 눈이 번쩍 뜨였다. 싱가포르에서 세포증식 닭고기를 시중에 판매해도 된다는 승인이 났다는 것이다. 세포증식 고기는 실험실에서 세포를 배양해서 만든 고기를 말한다. 그래서 세포증식 고기는 실험실 고기라고도 하고 배양육이라고도 한다. 이후 기사를 보니, 21년 4월에는 배달 앱으로 주문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세포증식 고기를 처음 개발한 사람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교수 빌렘 반 엘런이다. 그는 1999년에 배양육에 관한 이론적 연구로 국제 특허를 획득하고 2002년에는 금붕어에서 유래한 근육 조직을 실험실의 페트리 접시에서 배양시키는 데 성공했다. 2017년에 빌 게이츠가 미국의 인공고기 스타트업인 ‘멤피스 미트’에 거액을 투자했다는 소식도 들린다.빌렘 반 엘런이 세포증식 고기를 개발한 이유는 동물 학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고기 소비량이 1980년 1인당 1년에 11.3kg이던 것이 2017년에는 55.89kg으로 늘었고, 2020년 유럽 사람들은 81kg, 북미 사람들은 123kg을 먹었다. 이렇게 우리가 고기를 많이 먹게 된 것은 공장식 대량 축산 시스템 덕분이다. 돼지들이 우리에 빽빽하게 갇혀 옴짝달싹 못 하는 사진을 보면 고개를 돌리게 된다. 도축 과정도 모른 척하고 싶다.그런 데다 2006년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가축의 긴 그림자’라는 보고서에서 축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8%를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이 수치가 과장되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고기 소비율이 빠르게 높아지면 축산업이 환경을 오염시킬 것은 확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세포증식 고기는 동물 윤리도 지킬 수 있고 온실가스 배출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항생제 오남용이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도 없다.그러나 세포증식 고기를 선택하는 데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 세포를 증식하려면 동물의 혈청이 필요해서 동물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값도 비싸며, 맛도 축산 고기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다.축산 고기는 맛도 좋고 값은 싼데, 동물 윤리 문제가 심각하고, 세포증식 고기는 동물 윤리는 해결되는데, 맛도 없고 비싸니, 윤리적 소비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다. 어쩌면 ‘어떤 고기를 먹을까’ 대신 ‘얼마나 먹으면 될까’로 질문을 바꿔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2-06-26

염치 아는 사람

강길수 수필가 바뀐 녹색 신호등에 따라 횡단보도를 중간쯤 걸어갈 때다. 느닷없이 좌회전 소형 승용차가 스르르 앞을 가로막았다, 승용차 앞바퀴가 횡단보도의 흰 선을 한 걸음쯤 차지하며 멈췄다. 속도가 느려 놀라지는 않았지만, 황당했다.‘무슨 이런 차가 다 있어?’하고 속에서 부아가 나려는 순간, “죄송합니다!”라는 음성이 반쯤 열린 운전석 창을 달려 나와 마음을 감쌌다. 목소리는 염치를 아는 운전자의 진심을 실어와 정전기처럼 찌릿하게 가슴을 찔렀다. 마음에 일던 반감이 사르르 녹았다.조건반사같이 운전자에게 접은 우산 쥔 손을 흔들며, ‘괜찮아요!’하고 속말을 얹어 보냈다. 쳐다보니 운전자는 동년배 정도로 나이 들어 보이는 분이었다. 동병상련 같은 감정도 윤슬처럼 일었다.저분은 얼마나 당황했을까. 무슨 연유로 신호등 바뀌는 시간을 잘못 헤아리고 교차로에 진입했을 터. 앞 차로에는 직진 차량이 달려오고, 돌아 지나가야 할 왼쪽 횡단보도 신호등엔 초록색 불이 켜져 사람이 걷고 있으니 말이다. 진퇴양난의 급박한 상황에서도 자기 잘못을 깨닫고 즉시, 보행자에게 진정을 담은 사과를 한 침착한 분이다. 염치를 아는 멋진 분을 출근길에 보다니, 기쁜 날이다.즐겁게 사무실로 향하는데 생각의 나래가 저절로 펴졌다. 내게 같은 상황이 생겼다면 어찌하였을까. 아마도 멈추어 서서 당황하여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못 했을 터다. 정신 차린 후에는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차도 피했고 횡단보도 보행자와도 아무 일 없었으니, 천만다행이란 생각만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을 거다.이어 마음의 소리가 너울져 왔다. ‘그래. 우리 서민들은 살아있는 거야. 아니, 제대로 살아내고 있는 거야! 오며 만난 운전자 같은 분, 곧 염치를 알아 잘못을 바로 사과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반면, ‘민주’라는 탈을 쓴 지도층이란 이리떼들이 염치도 모르고 설쳐 나라를 흔드는 꼴을 그간 민초들은 많이도 보아왔다. 두고 볼 수 없는 서민들이 에스엔에스 등을 통해 시대의 선지자처럼 울부짖었다. 하지만 정치인도, 지식인도, 주류언론도, 관료도 침묵만 해온 우리 사회다.거짓이 진실로 둔갑하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무너트릴 부정선거 의혹이 선거 결과 통계치와 물증으로 드러나도 정치권과 언론계, 학계는 애써 외면만 한다, 사회정의가 사라져가고, 나라의 빚이 산더미로 늘어나도, 국민은 참된 소리를 들을 수가 없어 수년간 답답한 세월만 보냈다. 민초들의 눈에 비친 정치판과 관료집단은 말로만 ‘국민’을 팔뿐, 자기나 제 편의 이익과 유, 불리만 따지는 소인배들로 득실거렸다. 국가와 민족을 위한 대인 정치인과 관료는 없는 것인가.천우신조로, 지난달 정권이 바뀌었다. 새 정권은 오로지 나라와 국민만을 위해, 무너져가는 사회정의부터 바로 세우는 데 매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사회 저변의 정직성을 회복하는 일이다. 의심받는 선거 정의부터 바로 세우는 일이 최우선과제라고 믿는다. 염치 있는 사회를 향한, ‘새 도덕재무장 운동’이라도 벌이면 어떨까.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그립다.

2022-06-26

시의회 의장 선출, 순리대로 이뤄져야

김락현경북부 제9대 구미시의회가 시작도 하기전에 의장단 선거로 시끌시끌하다.지난 6.1지방선거 당시 ‘오직 시민들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고 다짐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이번 9대부터 의장에게 부여된 절대 권한에만 눈이 멀어 시민들의 시선은 안중에도 없는 것 같다.지난 18일 국민의힘 구미을 당원협의회는 제9대 전반기 의장후보로 4선의 강승수 당선자를 단수추천했다. 그러자 경쟁자였던 3선의 안주찬 당선자는 “당협위원장인 김영식 국회의원이 의장 후보 선출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안 당선인은 의장후보 선출을 위한 당협회의 도중 회의장을 이탈한 것으로 알려졌다.상황이 이렇게 되자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 당선인 5명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의장 선출은 구미시의원 본연의 책무임에도 이를 저버리고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줄서기를 하며 하수인 역할을 하고 있다”며 김영식 의원 규탄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그렇다면 왜 국민의힘에서는 의장후보를 단수추천할까.구미시의회는 대부분의 다른 지역 의회와 마찬가지로 ‘교황 선출 방식’으로 의장단을 뽑는다. 교황을 선출하듯 이전투구나 과열 경쟁 없이 정파를 초월해 신망받는 인물을 선출하자는 의도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별도의 후보 등록 없이 전체 의원이 후보가 되기 때문에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실제 지난 2012년 한 광역 의회 의장선거에서는 다수의 의원이 1표씩을 받는 촌극이 발생하기도 했다.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대다수의 의회에서 의장단 선거 전 의장단 후보를 단수추천하고 있다. 물론 이 방식이 옳다고 할 순 없다. 문제점이 있긴 하지만 시의원들 스스로가 만들어 지켜온 방식이라면 그에 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매번 비슷한 방식으로 의장단을 선출해 왔던 구미시의회는 경쟁자들 중 ‘양보’를 하는 사람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소란은 없었다.지난 8대 후반기 의장단 선거 역시 ‘양보’의 미덕으로 별탈없이 마무리 된 점을 기억해야 한다.지금 시민들은 경기침체와 치솟는 물가 등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부디 자기 욕심은 내려놓고 ‘시민들만 바라보고 일하겠다’던 그 약속이나마 잘 지키길 바란다./kimrh@kbmaeil.com

2022-06-23

부총리급 지역균형발전부 신설, 검토해야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2일 여수에서 열린 민선 8기 시도지사 당선인 ‘라운드 테이블’에 참석해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정부가 지방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부총리급의 지역균형발전부를 신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이 지사가 주장한 지역균형발전부는 정부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균형발전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이다. 지역발전을 선도하고 자치분권을 책임감 있게 실현시키기 위한 부총리급 자리를 말한다. 지난 1월 시민사회단체인 지방분권 전국회의가 대선후보들에게 촉구한 정부 조직에 분권균형발전부 설치를 촉구했던 것과 맥락이 같다. 그동안 지방자치와 균형발전과 관련해 대통령 자문기구인 지방분권위원회와 대통령 직속의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운영됐으나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권 아래서는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국정과제로 채택했음에도 공공기관의 2차 지방이전을 포함 모든 분야에서 지지부진했다.수도권 인구는 문 정부 들어 되레 늘었다. 역사상 최초로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렸다(50.2%). 정치와 경제, 문화 등 어느 하나도 수도권에 집중되지 않은 것이 없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청년층의 유출로 인구는 줄고 노령화되면서 소멸위기론이 압박하고 있다.이날 이 지사는 “대한민국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만들려면 서울에 사나 안동에 사나 동일한 교통과 문화를 누려야 한다”며 “지방 낙후의 악순환을 끊어야 진정한 공간적 정의가 실현된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지방시대를 맞아 지역이 스스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있어야겠지만 중앙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지원하지 않으면 제도적으로 힘을 쓰기가 어렵다. 지역균형발전부 신설은 정부가 지방 살리기에 적극 나선다는 의지의 상징일 뿐 아니라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검토돼야 한다. 제2국무회의 성격으로 출범한 중앙지방협력회의와 연계가 된다면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윤 대통령은 선거 때부터 국토균형발전 등 지방시대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여왔다. 지방민의 기대감도 그만큼 크다. 지역균형발전부 설치에 대한 윤 정부의 적극 검토가 있길 바란다.

2022-06-23

대구와 광주의 ‘공항·반도체 동맹’ 성과 내길

영호남을 대표하는 홍준표 대구시장·강기정 광주시장 당선인이 지난 21일 MBC 100분 토론에 출연해 ‘지방소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를 놓고 대화를 나눴다. 토론회에서 두 당선인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수도권 집중을 막아내야 한다는데 깊이 공감했다. 이날 집중 논의된 내용은 영호남의 공항 기능확대와 반도체 산업 유치 문제였다. 홍 당선인이 먼저 “항공 화물의 98%가 인천공항에서 독점해 첨단산업이 물류비용 때문에 수도권에서 내려오지 않는다”며 인천공항의 물류기능 편중을 언급했다. 홍 당선인은 “인천공항의 화물·여객 수송 기능을 무안 공항, 대구 공항, 부산 가덕도 신공항으로 20%씩 옮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당선인도 이에대해 “무안 공항을 관문 공항으로 육성하는 프로젝트는 저의 공약이기도 했다. 절박한 광주와 대구가 연대를 통해 위기를 기회 삼아 협력으로 극복해 나가자”고 화답했다.윤석열 정부 들어 국가현안이 되고 있는 반도체 산업 유치와 관련해서는 강 당선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 강 당선인은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서는 ‘영호남 반도체 동맹’을 맺어 산업과 교육에 투자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강 당선인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반도체산업 육성 정책은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인재를 키우겠다는 것인데 그러면 지방대는 망한다고 주장했다. 이에대해 홍 당선인은 “대구는 경북대 중심으로 반도체 인재 양성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강 당선인의 제안에 공감한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달빛동맹’으로 협력관계를 잇고 있는 대구시와 광주시의 차기 단체장들이 공개적으로 토론회를 한 것은 처음일 것이다. 새로운 단체장들이 비수도권 대도시들이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현안에 대해 토론회를 갖는 것은 바람직하다. 대구와 광주는 여야 정치권의 본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두 도시 모두 인구감소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다. 기업을 비롯한 국가 모든 자산이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는 현실을 타파하려면 비수도권 주요 공직자들이 힘을 합쳐 돌파구를 찾아내야 한다.

2022-06-23

개똥 장마

6월 하순부터 7월 하순까지 지속적으로 내리는 비를 장마라 부른다. 평균적으로 30∼35일 정도를 장마기간으로 보고 있으나 이 기간동안 계속해서 비가 내리는 것은 아니다.장마 시작일도 매년 불규칙하다. 일찍 시작된 해는 6월 8일(1971녀)도 있었지만 늦게 시작한 경우는 7월 5일(1982년)도 있다. 마른장마라 하여 장마철인데도 비가 없거나 훨씬 적은 비가 올 때도 있다.늦봄에서 초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에 한냉습윤한 오츠크해 기단과 고온다습한 북태평양 기단에서 생기는 전선이 장마전선이다. 두 기단의 세력이 비슷하여 우리나라에 비교적 오래 정체하게 되는데 이 기간동안 내리는 비가 장맛비다.장마는 영농을 시작하는 봄의 뒤 끝에 따라오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속담도 영농과 연관된 것이 많다. “오뉴월 장마는 개똥 장마다.” 이 말은 개똥은 더럽고 하찮다는 뜻이 있지만 과거 우리 조상이 농사를 지을 때 거름으로 유용하게 사용했던 것처럼 필요할 때도 있다는 것이다. 긴 장마로 피해를 보지만 농사에 필요한 비를 내려주니 꼭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는 뜻이다.“가뭄 끝은 있어도 장마 끝은 없다.” 이는 가뭄 피해보다 장마 피해가 더 크다는 뜻이다. 조상들의 농사 경험에서 나온 말로 보여진다.23일부터 전국이 장마철에 접어들었다. 이번 장맛비는 지역에 따라 최다 120mm 이상 많은 비를 내린다고 했다. 우선 오랜 가뭄으로 생육에 지장을 받던 농작물의 해갈에 도움이 될 것 같아 반갑다. 또 가뭄과 폭염 등으로 이어진 짓궂은 날씨 때문에 고생한 모든 이들이 한숨을 돌릴 수 있어 반가운 장맛비다.“개똥같은 장마”가 지금부터 시작이다. /우정구(논설위원)

2022-06-23

마침내 도마 오른 경찰권력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정부 여당과 야당이 경찰권력의 통제를 둘러싸고 한바탕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행정안전부가 부처내에 경찰관련 조직을 신설, 고위직 경찰공무원에 대한 인사권 행사를 위한 후보추천위원회를 두는 등 경찰을 직접 통제하는 내용의‘경찰제도개선 자문위원회 권고안’을 시행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야당은 23일 성명서를 통해 “경찰이 권력의 시녀가 되면, 얼마나 무서운 일이 벌어지는지 지난 역사를 통해 모든 국민이 목도해 왔다”고 경고했다.‘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던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까지 소환했다.경찰 내부에서도 경찰역사를 32년 전으로 되돌려‘치안본부’를 부활시키겠다는 것이며, 군사독재정권 시절로 회귀하려는 의도라고 외쳤다.이들은 경찰 통제를 위해 필요한 것은 권력자의 입김이나 힘으로 찍어누르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 의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가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인권위원회 등 시민의 통제를 확대·강화해서 실질화하는 것이 그 방책이라는 것이다.실제로 경찰은 일반적인 부처와는 기능과 역할이 다르다. 국민의 민생과 직결된 풀뿌리 민생조직이자, 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살아있는 권력도 수사해야 하는 수사조직으로 기능한다. 경찰이 권력의 시녀로 전락하는 순간 경찰이 정권을 위한 경찰로 타락하게 된다. 야권의 우려도 일리 있다.그러나 정부 여당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경찰조직은 치안을 담당하는 내각의 행정안전부 직제하에 있으므로 행안부의 통제 아래 넣겠다는 뜻이다.윤석열 대통령 역시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과 관련, “경찰보다 더 중립성과 독립성이 강하게 요구되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면서 찬성의 뜻을 밝혔다. 이어 “과거 경찰은 굉장히 많은 인력의 경찰을 청와대가 들여다놓고 직접 통제를 했다”면서 “만약에 저처럼 그것을 놓는다고 하면 당연히 치안이나 경찰사무를 맡고 있는 내각의 행안부가 거기에 대해서 필요한 지휘 통제를 하고, 독립성이나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무에 대해서는 당연히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원칙에 따라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예전 청와대에서는 민정수석비서관 아래 치안비서관실에서 경찰조직을 통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민정수석실이 폐지됐으니 행정안전부가 경찰조직을 통제하는 것이 맞고, 이를 위해 필요한 조직을 헌법이나 법률에 따라 대통령령 등을 통해 설치해 운용하겠다는 취지다.유사 이래 어느 정치권력이 검찰과 경찰의 권력을 자신의 통제 바깥에 놓아둔 채 방치한 적이 있었던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었다. 야당도 그런 속사정을 잘 알면서도 무차별 견제구를 날려댄다.경찰의 민주적 통제를 바란다면 문재인 정부 당시에 논의했던대로 경찰위원회, 자치경찰위원회, 경찰수사심의위원회, 경찰인권위원회 등 경찰의 독립성·중립성·공정성 제고를 위한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면 될 일이다. 반대를 위한 반대는 정치권의 말장난에 불과하다는 걸 모르는 국민이 없다.

2022-06-23

누리호, 우주의 길을 열다

윤영대 수필가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 6월 21일 오후 4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우리나라 순수국내기술로 설계·개발된 최초의 우주발사체가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자랑스러운 누리호(KSLV-Ⅱ)이다. 카운트다운이 시작되고 ‘3-2-1-엔진점화-이륙’…. 하얀 연기와 황금빛 불꽃을 내뿜으며 남해의 푸른 바다를 힘차게 솟아오르는 누리호를 바라보는 국민들은 마음 가득 환호를 외쳤고 12년간 쌓은 노력으로 난관을 뚫고 개발해온 항공우주연구소 관계자들의 가슴에는 벅찬 기쁨을 안겨주었으리라.약 2분 후 60km 상공에서 1단 엔진을 분리한 후 하얀 점을 남기며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매분 수십km씩 솟아오르며 단계적으로 추진체와 덮개를 벗어버리고 15분 후 드디어 700km 상공에 도달했다. 이어 성능검증위성을 분리하고 마지막으로 위성모사체를 초속 7.5km로 궤도에 안착시켰다는 발표를 듣고 모두 안도했다.이제 우리 대한민국은 세계 7번째 우주 강국이 된 역사적 꿈을 이루었다. 참으로 뿌듯하다. 30여 년간 쌓은 한국우주항공기술의 결정체가 천공(天空)을 뚫고 우주탐사전을 펼친 것이다. 지금 누리호는 지구궤도를 하루 14.6바퀴씩 돌면서 남은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누리호에는 카이스트 등 국내 4개 대학이 제작한 4개의 큐브위성이 실려있다. 1주일 후부터 하나씩 우주 궤도에 내려놓으며 우리의 꿈을 위한 새싹을 심겠지. 아무쪼록 각각의 임무가 잘 수행되기를 바란다.누리호는 연소 불안정과 추진탱크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작년 10월 1차 발사를 했으나 마지막 궤도 진입에 실패하였고 이번에도 기상문제와 기체이상 발견으로 두 차례 연기 끝에 드디어 발사에 성공한 것이다. 앞으로 2027년까지 약 6천9백억을 들여 4차례 더 발사할 계획이 있다 하니 항공우주청의 설립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본다. 총 중량 2백 톤, 성인 약 3천 명의 무게에 총알의 10배 속도로 우주공간을 날기 위해서 37만 개 부품으로 제작되었는데 300여 민간업체의 기술이 합쳐진 것이다. 미래 우주산업은 4차를 넘어 5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주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며 선진 각국도 민간참여를 유도하고 있는바 우리도 그 꿈을 넓혀야겠다.90년대 초 우리별 1, 2호가 영국 기술을 보태고 프랑스제 아리안 로켓을 빌려 타고 먼 중남미 기아나 우주발사장에서 발사된 지 30년, 우리는 드디어 우리기술로 우리 발사체로 우리 땅에서 누리호를 우주로 쏘아 올렸다. 남해 고흥반도의 끝 외나로도에서 우주로의 길을 연 것이다. ‘고흥 나로도’라는 지명과의 인연도 기묘하다. 높을 고(高), 일어날 흥(興)에 ‘날다’의 발음과 비슷한 섬 이름…. 우주센터 후보지 11개 중에서 발사 각도와 입지조건 등을 고려하여 선택되었는데 포항과 울산도 후보 지역으로 나섰다고 한다.높이 일어설 나로우주센터에서 우주 강국 대한민국의 꿈과 희망을 싣고 우주의 길을 연 누리호의 성공을 빌며 외쳐본다. 누리호 만세!

2022-06-23

복잡과 단순

김병래 수필가·시조시인 세상이 갈수록 복잡다단해진다. 자연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니라 인간사회가 그렇다는 얘기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바뀌어 급격히 발전하는 기계문명에 따라 삶의 양식도 하루가 다르게 변해왔다. 모든 것이 풍족하고 편리해졌다고 하지만 그만큼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것도 사실이다. 특히나 정보화시대에 들어선 지금, 노년층 서민들은 각종 생활의 정보나 기기들을 따라잡기에도 벅찬 형편이다. 그런 생활양식의 변화는 그대로 사람들의 심리나 사고에도 반영이 되어서 정신적 엔트로피를 증가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복잡계(複雜系) 이론이 자연과학 및 사회과학 분야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산타페연구소의 브라이언 아서 교수는 “복잡계란 무수한 요소가 상호간섭해서 어떤 패턴을 형성하거나, 예상외의 성질을 나타내거나, 각 패턴이 각 요소 자체에 되먹임(Feedback) 되는 시스템이다”라고 정의했다. 예일대학의 제롬 L. 싱어 교수도 “복잡계란 상호 작용하는 수많은 행위자를 가지고 있어 그들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이해해야만 하는 시스템이다. 이러한 종합적인 행동은 비선형(Nonlinear)적이어서 개별요소들의 행동을 단순히 합해서는 유도해낼 수 없다”고 했다. 한 마디로 세상은 물리적 현상이나 사회적 현상이나 너무 복잡해서 방정식이나 간단한 논리체계로 환원시킬 수 없다는 얘기다.요즘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온갖 현상들은 그야말로 복잡계로 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특히나 지난 수 년 동안 우리나라에 있었던 정치적 난맥상과 그에 따른 민심의 동요는 어떤 논리나 이론으로도 명쾌한 해석이 될 것 같지 않다. 하나의 사건이나 사안을 두고도 편을 갈라 정반대 논리와 주장으로 극렬하게 대립하는 것은 합리적 판단을 불가능하게 하는 혼란일 수밖에 없다. 특히 그릇된 이념이나 진영논리에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무리들은 난동이랄 수밖에 없는 집단행동으로 나라 기강을 위태롭게 하기도 한다.세상이 어떻게 변하든 인간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복잡성은 결국 인간들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그리고 인류도 본질적으로는 단순소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의 한 종이라는 사실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보듯이 복잡한 사회를 떠나서 지극히 단순하고 소박한 생활을 하면서도 오히려 행복감을 느낄 수 있는 게 사람이라는 것이다. 인간사회의 복잡성은 인위의 산물이며, 그것이 필연적이거나 최선의 선택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이킬 수야 없지만 반성과 활로의 모색까지 포기할 수는 없는 일이다.세상이 아무리 복잡해도 성인들이 제시하는 삶의 진리는 간단명료하다. ‘네 이웃을 사랑하기를 네 몸같이 하라’는 예수의 말씀이 그렇고, ‘네가 바라지 않는 것을 남에게 하지 말라’는 공자의 말씀도 다르지 않다. 불교의 팔정도나 유교의 인의예지가 다 단순하고 명쾌하다. 세상이 아무리 변할지라도 이것이 인간사 모든 문제의 열쇠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는 것이다. 온갖 혹세무민하는 요설과 선동에 미혹하지 않을 분별도 거기서 나온다.

2022-06-23

산책길 소묘(素描)

배문경 수필가 이른 새벽 산책하기에 좋은 계절이 있다. 지루한 겨울을 지난 뒤, 연초록 봄이 그렇고 녹음 짙은 여름이 그렇다.오뉴월은 뜨거움을 숨긴 채 맑고 그윽한 꽃향기를 가득 품었다. 밤을 희롱하듯이 깊게 들어온 여명을 열어젖히고 밖으로 나섰다. 여섯 시를 막 넘긴 시간은 한겨울엔 엄두도 못 낼 밝음으로 온 세상이 환하다.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 타박타박 밖으로 나섰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올 거라며 까치가 꺅 깍 깍깍 나뭇가지에서 꽁지를 든 채 반긴다. 저도 누가 나오면 함께 길을 나서고 싶었던 모양이다. 까치 소리와 함께 내딛는 걸음이 한결 가볍다.푸른 잎이 투명한 햇살을 튕겨낸다. 나무 두엇을 지나자 차도가 나오고 초등학교의 계단을 내려가면 붉은 양귀비며 노란 금계국이 화단 가득하다. 오밀조밀한 보도블록을 지나는 길가에 맥문동이 이파리를 단단히 세웠다. 주어진 한 시절을 구가하는 생명의 잔치가 햇살을 받아 더욱 눈부시다.교문을 나서서 맞은편 길을 바라보며 걷는다. 이곳은 차들의 길이다. 사고로 가로등이 부서지거나 보도블록이 깨진 흔적이 낭자했던 곳이다. 인간을 위한 문명의 이기인 차가 인간을 해치는 이 아이러니는 언제쯤 사라질까. 문명은 세상을 밝히지만, 그만큼의 그림자도 생긴다는 사실을 실감한다.길을 건너 강으로 가는 오솔길을 따라 걷는다. 낮은 담장과 낡은 건물들이 적당히 눈높이에 맞게 들어오다가 비닐하우스에 이르면 갑자기 눈이 뜨인다. 비닐하우스 안을 슬쩍 들여다보니 푸른 부추가 자라고 있다. 자르고 잘라도 다시 자라나는 저 부추의 매운 생명력이 새삼 부럽다.좀 더 걷다 보니 물을 관리하는 수문이 있다. 주의하라는 관리자의 공고문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아마 태풍이나 홍수가 나면 이곳을 여닫아 물 높이를 조절하는 모양이다. 그러고 보니 가뭄에 강물이 많이 줄어들었다. 유속은 급하지 않고 넓은 강 중간쯤에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배처럼 생긴 섬이 하나 있다.지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갈 때 나는 이곳에 서 있었다. 콸콸 소리를 내는 물은 강둑의 목까지 들어차 모든 것을 삼키며 아래로 흐르고 있었다. 저 나지막한 섬은 물속으로 사라진 뒤였다. 장마와 홍수로 인해 강둑조차 파괴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강물은 위세가 대단했다.문득 유년의 기억이 되살아난다.어린아이의 눈에 보이던 뒤꼍의 도랑이 장맛비에 살아 꿈틀거렸다. 세찬 물살에 떠내려가던 소와 솥과 나뭇가지와 잡동사니들이 흙탕물에 뒤섞였다. 소는 발버둥 치며 떠내려갔고 나뭇가지는 서로 얼기설기 엉키며 부피를 키웠다. 우르릉 천둥소리 쩌적 번개소리, 나는 엄마 옆에 붙어서 꼼짝할 수가 없었다. 도랑물이 생전 처음으로 집을 삼킬 듯이 불어나자 동네는 소란스러웠다. 아득한 기억 속의 도랑물 소리가 지금의 강물 소리와 오버랩되어 두렵기까지 하다.오십 년이 지나고서야 태풍의 이름을 찾아보니 ‘올가’라는 이름의 태풍이었다.다행이다. 지금은 태풍에 잠겼던 섬은 푸른 나무와 잡초들이 무성하다. 군데군데 꽃들이 싱겁지 않게 장식한다. 섬 주위로 물고기들이 퍼덕거린다. 은빛 꼬리를 세차게 흔들자 중심에서 번져나가는 물결무늬가 종소리를 연상시킨다. 작은 숲이 살아있어 걷는 길이 충만해진다. 살아있다는 것, 얼마나 큰 기쁨인가.나는 무엇을 잊고 살았는지 무엇을 놓쳤는지 산책은 놓친 것을 되새김질시켜주는 힘이 있다. 때론 일상에 지쳐 머릿속이 잘 감긴 테이프처럼 끊임없이 반복될 때 잠시 멍 때리는 휴식을 위해 걷고 또 걷는다.저 눈 부신 태양의 선물과 자연의 이름으로 부여된 각각 다른 모양의 꽃과 나무와 풀들이 기운을 내뿜는다. 나는 연초록 향연에 아득히 취한다. 가슴 가득 바람을 안고 총총히 강둑을 뒤로하며 집을 향해 돌아서자, 방전되었던 심신이 새로운 에너지로 충전된 느낌이다. 일상이 천천히 다가온다. 산책하기 참 좋은 계절이다.

2022-06-22

갑술(甲戌)

육십갑자 중 열한 번째에 해당하는 갑술(甲戌)이다. 천간(天干)은 갑목(甲木), 지지(地支)는 술토(戌土)다. 12지지를 10천간과 개수로 비교하면 둘이 남는다. 바로 술(戌)과 해(亥)이다. 어찌 보면 ‘윤달’과 같다. 하늘에는 없는데 땅에 있는 기운. 그래서 갑술(甲戌)에서 주인공은 술(戌)이다.술(戌)은 동물로는 개다. 개는 참으로 영리하며, 우리가 누구라는 것을 잘 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의 정체를 알고,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귀신을 보기도 하고, 후각이 좋아 항상 주위를 잘 경계한다.사주팔자 중에 개 술(戌)의 기운을 가진 사람들은 뭔가 배우고, 갖추고, 공부하고, 만나고, 듣고, 말하고 하는 것을 참 좋아한다. 아마도 천기(天氣)가 없어 지기(地氣)만으로 살아야 하기에 그런지도 모른다. 그래서 지혜는 없어도 경험을 통한 지식은 엄청나게 많다. 특히 재복도 많고, 바쁘고 친하면서도 제멋대로고, 여자건 남자건 이성을 좋아하고, 종교가 있어도 하느님이나 부처님이나 다 자기와 동급이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대장도 아닌 게 대장이라고 하니 밉지는 않다.갑술생(甲戌生), 개띠들은 ‘진짜 눈먼 개띠’라고 한다. 결혼운도 좋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서 인생 초창기는 고생을 많이 하지만 나중에는 부자가 되는 사람들이 많다고도 한다.갑술 일주는 매우 활달하고, 성공이나 출세나 여하간 남들보다 잘 되기 위해서 몹시 분주한 사람들이다. 몸이 바쁘고 고단할 정도로 나름 열심이며, 의타심이 강해 누군가 자기를 도와줄 사람을 항상 찾는다. 나쁘게는 상대방을 항상 의지하고 이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위급상황에서 자기를 희생하는, 주인에 대한 충성심 하나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임진왜란(1598년) 때 왜장을 안고 남강에 투신한 논개의 일주(日柱)가 갑술(甲戌)이다. 조선 중기 유몽인(1559∼1623)이 엮은 설화집 ‘어우야담(於于野譚)’ 권1 효열(孝烈)편에 논개에 대한 글이 있다.논개(論介)는 진주 관기(官妓)였다. 계사년(1599년)에 김천일이 의병을 일으켜 진주를 근거지로 왜병과 싸우다가 마침내 성이 함락되어 군사는 패하고 백성은 모두 죽었다. 이때 논개는 분단장을 곱게 하고 촉석루 아래 가파른 바위 꼭대기에 서 있었으니 아래는 만길 낭떠러지였다. 사람의 혼이라도 삼킬 듯이 물결이 넘실거렸다. 왜병들은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지만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그런데 왜장 하나가 당당한 풍채를 자랑하며 곧장 앞으로 나아갔다. 논개는 요염한 웃음을 흘리면서 왜장을 맞았다. 왜장의 손이 그녀의 몸을 잡자 논개는 힘껏 왜장을 끌어안는가 싶더니 마침내 몸을 만길 낭떠러지 아래로 던졌다. 그 둘은 모두 죽고 말았다.임진왜란을 당하여 관기의 경우 왜놈에게 욕을 당하지 않고 죽은 이가 어찌 논개 한 사람에 그치겠는가? 이름도 없이 죽어 간 여인들을 일일이 다 기록할 수 없는 것이 한이다. 관기라 하여 왜적에게 욕을 당하지 않고 목숨을 끊었다고 할지라도 정렬(貞烈)이라 칭할 수 없으니 어찌하랴. 그러나 그런 도랑물 같은 신세로서도 또한 성화(聖化)할 수 있는 정신이 있었으니 나라를 등지고 왜적에게 몸을 바치는 것을 차마 하지 못했다면 그것을 충(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참으로 아까운 일이다.나라에 충(忠)하는 것이 오직 사대부만의 전유물이 아닌 것이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을 지키기 위해서 이름 없이 사라져 간 약자들을 기억하고, 그들에게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현재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이유가 된다.갑목(甲木)은 솟구치려는 경향이 있고, 술토(戌土)는 홀로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개의 모습이다. 쓸쓸함이 묻어난다. 그래서 갑술 일주는 활동적이며, 허허벌판에서 홀로 솟은 나무답게 독립심도 강하다. 인간 친화적인 개와 비슷하게 갑술 일주는 대체적으로 대인관계가 좋은 편이다. 사람은 홀로 살아갈 수 없기 때문에 같이 갈 도반을 소망하는 것이다. 자기의 외로움을 채우기 위해 끊임없이 갈망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인관계가 좋다는 것은 본인의 내면이 공허한 것과는 다르다. 갑술 일주의 내면은 고독할 수 있으나 겉으로 볼 때는 남들과 조화롭게 잘 어우러진다.영국의 여류작가 매리 루이스 드 라 라메의 동화 ‘플랜더스의 개’가 있다.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할아버지와 같이 사는 가난하고 어린 넬로와 늙은 개 파트라슈의 이야기다. 화가를 꿈꾸며 평소에는 볼 수 없는 성당 안에 있는 루벤스의 그림을 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크리스마스 전날 자정미사가 끝난 뒤 성당 문은 잠기지 않은 채 그냥 열려 있어서 넬로와 파트라슈는 성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에서 내려지는 그리스도’ 그림이 한 순간 찬란하게 눈에 들어왔다. 넬로는 그림을 향해 두 팔을 뻗었고, 뜨거운 환희의 눈물이 창백한 넬로의 얼굴에서 반짝였다. “마침내 그림을 봤어! 오 하나님! 이제 됐습니다.”라고 외쳤다. 그렇게 소원하던 그림을 보고, 굶주림과 추위에 떨면서 넬로는 충실한 개 파트라슈와 함께 죽어갔다. 류대창 명리연구자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에 따르면, 개는 사람이 길들인 최초의 동물이다. 정확한 시기에 대한 주장은 엇갈리지만 약 1만5천년 전에 이미 가축화된 개가 존재했다는 증거도 있다. 개는 사냥과 싸움에 이용되었으며 집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도 했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사람과 개는 서로 의사소통이 잘 되도록 진화했다. 사람과 개는 사람과 다른 동물의 관계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서로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다.북부 이스라엘에서 발견된 1만2천년 전의 무덤에는 50세 정도의 여자와 강아지 뼈가 들어 있었다. 강아지는 여자의 머리 가까이에 묻혔다. 그녀의 왼손은 개 위에 놓여 있었는데, 이는 감정적 유대관계를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죽음의 동반자로서 애완견이 장례의식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광활한 우주에 푸른 작은 별, 지구에는 인간만이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동물이 서로 공존하며 풍요로운 관계로 살아가길 바랄 뿐이다. 한 해에 버려지는 개가 10만 마리나 된다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2022-06-22

예천군 인사, 화합과 포용 실천하길

정안진 경북부 민선 8기 김학동 예천군수가 무투표 당선으로 재선에 성공했지만 국민의힘 예천 후보 경선과정에 치열한 경쟁을 거쳐야했다.당시 경선과정에 김 군수 측근의 활동이 상당했다는 것은 아는 사람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어제의 적이 오늘의 친구가 되는게 정치라지만 정쟁의 상대측을 끌어안는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그러나 선거로 인한 갈등과 대립의 상처를 씻어내고 훌륭한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모두를 따뜻하게 안을 수 있는 넓은 가슴을 지녀야 한다.그래서 그런지 오는 7월 예천군 인사를 앞두고 뒷말이 무성하다.5급, 6급 승진 대상자와 보직 이동을 앞둔 공무원들은 후보 경선 때 김학동 현 군수를 위해 도움을 준 척도에 따라 요직으로 발탁될 것으로 공직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는 실정이다.공무원 A씨는 “승진을 위해 업무는 뒷전이고 군수 측근들의 줄서기와 후보자 주변을 배회하는 등으로 이번 인사에서 승진과 보직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니 착잡한 심정이라고 소회를 털어놨다.또 군수 측근들로부터 소외된 공무원은 한직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측근들은 호언장담을 하고 있다 보니 김학동 군수의 재선 이후 첫 인사를 앞두고 공무원들 사이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그러나 인맥이 없더라도 군민을 위하여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인정받고 출세하는 공직풍토가 조성되어야 한다는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안된다.공무원 조직내에서는 투명한 인사시스템 가동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공직자가 인정받는다는 믿음을 심어주는게 필요하다.K 전 군수는 ‘관직이란 내가 마음에 드는 사람을 데려다 앉히는 게 아니라, 설령 정적이고 나에게 불경한 공무원이라도 그 임무를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라고 했다.지역 발전을 위한 화합의 정치는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료하고 갈라진 틈새에 다리를 놓아가면서 ‘화해와 포용’으로 대통합 예천군을 만들어가기를 김학동 군수에게 기대해 본다./ajjung@kbmaeil.com

2022-06-22

원죄(原罪)의 경계에서 사는 삶

오낙률시인·국악인 원죄라는 말은 5세기 아우구스티누스가 확립한 기독교의 대표적 교리로 알려져 있다. 원죄라는 말의 의미는 인간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죄를 짓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아마도 오늘날 현대인이 받아들이기 편한 참 의미가 아닐까 싶다.필자는 농촌 생활을 하며 가끔 이 원죄라는 단어에 대해 농민의 삶을 연관 지어서 사색하곤 한다. 농민의 삶이라는 것이, 끝없이 생명을 빚어내고 또다시 그 생명을 거둬들이는 일이고 보면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러한 사색 행위가 어쩌면 나 자신을 향한 연민 또는 번민의 발로라 해도 틀린 생각은 아닐 것 같다.살면서 원죄라는 단어를 생각하다 보면 ‘죄(罪)’라는 단어의 참 의미에 대하여 생각을 하게 된다. 일반적 개념의 ‘죄’라는 단어는 ‘나를 위해 타자를 해치는 행위’로 정의하는 게 보편적 상식이다. 약육강식이라는 생태 질서의 순리로 놓고 볼 때, 여타 생명의 무리에게는 ‘나를 위해 타자를 해치는 행위’ 그 자체가 자연적 삶의 모습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사회공동체를 이루며 문명 생활을 하는 우리 인간에게는 ‘죄’라는 개념의 철저한 의식화만이 원만한 공동체 생활을 가능케 하는 근본적 힘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 ‘죄’라는 단어는 우리 인간의 사회생활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교육적 개념을 내포하는 중요한 단어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사회생활 근본은, 죄가 되는 행위와 죄가 되지 않는 행위로 대별 되는 이분법 그 속에서만이 존재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는 것이다.가끔, 대다수 농민이 도시 사람보다 못 사는 이유에 대하여 사색할 때가 있다. 농민이 도시인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못 사는 이유를 앞에서 언급한 원죄라는 단어와 관련지어 생각해보면, 대다수 농민의 농사행위 자체가 원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는 행위라는 생각에 이르게 된다. 자연이라고 함은 물의 원활한 순환 활동을 위해 꾸려진 하나의 조직 이름쯤이라 해도 결코 틀린 말은 아닐 것인데, 나는 그 조직원이면서도 늘 농사를 짓는답시고 끊임없이 물의 순환 활동을 방해하고 있었다. 물이 없는 곳에서는 잡초마저 필요 없다는 간단한 원리를 모르고 끝없이 밭고랑이나 논밭 둑 또는 생활 주변의 공터에 자란 잡초들을 못살게 굴고 있었다. 농촌 생활이란 겨울을 빼고는 늘 잡초와의 전쟁에 놓인 셈이니 농민의 삶이란 대자연의 순환 활동에 정면으로 위배 되는 원죄의 대표적 행위가 아닐까 싶다.일찍이 인간 사회에서 죄라는 단어가 없었다면 종교 또한 인류의 삶에서 자취를 감추었을 것이다. 죄라는 단어는 종교라는 사회적 집단을 생겨나게 한 배경이 되기도 하고, 유지 발전케 하는 에너지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핏 생각하면 혐오의 대상이 될법한 단 한 글자 ‘죄’라는 단어 하나가 이렇게 인간 사회를 유지 발전시키는 일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고 생각할 때 우리는 지상에서 가장 길고도 짧은 글자 ‘죄’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마다 옷깃이라도 여미며 예를 취함이 어떠할까 싶다.

2022-06-22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

최병구 경상국립대 교수 2022년 현재.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로 한국 대학은 존폐의 갈림길에 서 있다. 수도권에 있는 ‘SKY’ 중심의 소수 대학과는 무관한 일이지만, 지방에서는 그 위기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비유가 점점 현실이 되고 있다. 국립대학은 그나마 상황이 조금 나은 편이지만, 지방 사립대와 전문대를 중심으로 학과 통폐합 혹은 폐과가 빠른 속도로 진행 중이다. 물론 지방 대학 위기의 원인이 학령인구 감소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수도권에 집중된 양질의 일자리와 젊은 세대를 만족시키기 어려운 지역의 인프라 등은 지방 대학 신입생 충원율이 떨어지는 중요한 이유이다. 지자체, 대학, 기업이 연대한 ‘공유 대학’이 출범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위기는 기회다. 지방 대학이 처한 지금의 상황은 변화를 위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년 지역의 국립대학이 젊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사립대가 퇴직 교수의 후임을 안 뽑거나 비전임으로 채용하는 동안 국립대학은 빈자리를 빠르게 채웠다. 필자가 속한 학과의 최선임 교수는 50대 초반이며, 최선임 교수가 40대 후반인 학과가 주위에 다수 존재한다. 앞으로 베이비붐 세대의 정년퇴직이 마무리되면 지방 국립대학 교수들은 50세 전후가 중심이 될 것이다.필자는 최근에 오는 8월 정년을 맞이하는 교수의 고별 강연에 참석했다. 그분은 1981년에 진주로 내려오셔서 독보적인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자신의 연구를 기반 삼아 지역 사회와 끊임없이 소통하셨다. 필자가 알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 교수들의 서사도 이와 유사하다. 한 마디로 지역에서 동학들과 학문 정진에 힘쓰고 그 능력을 바탕으로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교육에 매진하는 삶의 이정표가 살아 있는 세대였다.이제 신임 교수들이 학교와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해 일해야지만 현실은 막막하다. 과거와 다르게 학계·사회의 경계가 명확해진 점, 신임 교수들의 개인주의적 성향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지역과 연고가 없는 신임 교수들이 지역과 연계되어 활동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이 사실상 없다는 점이다. 해당 지역 혹은 특정 대학 출신 교수들이 장악한 기득권을 넘어서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나는 우리 대학에 부임하며 지역과 학교 발전에 대한 나름의 계획과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입사 1년 차에 치러진 총장 선거에서 ‘조교수 협의회’를 만들겠다는 후보자에게 투표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어느 것 하나 시작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필자의 무능력이 가장 큰 탓이겠지만,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려는 카르텔의 벽은 생각보다 높았다.특별한 반전이 없는 이상 학령인구는 계속 줄어들 것이고 지방 대학의 위기감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이제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는 이 문제를 결코 해결할 수 없다. 정해진 미래임에도 중앙과 현장, 모두 우왕좌왕하고 있다. 젊어진 대학의 주체들을 제도 혁신의 일꾼으로 이끌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시간이 별로 없다.

2022-06-22

‘원숭이 두창’ 경계령

김진호 서울취재본부장 원숭이 두창은 1950년대 아프리카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된 인수 공통감염병을 말한다. 1958년 연구를 위해 사육된 원숭이들에서 수두와 비슷한 질병이 발생했을 때 처음 발견돼 ‘원숭이두창’이란 이름이 붙여졌다.증상은 두창과 유사한데, 감염되면 수두와 같은 발진이 손과 얼굴에 나타나며 발열, 근육통, 임파선염, 오한, 피로감 등의 증상을 동반한다. 치사율은 변종에 따라 1~10% 수준이다. 원숭이두창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천연두 원인인 두창바이러스(variola virus)와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초기 증상도 기존처럼 열부터 나는 게 아니라 입과 항문 등에서 발진이 시작돼 다른 부위로 번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감염은 주로 성관계 등 밀접한 신체 접촉을 통해 이뤄지며, 감염자가 이용한 옷이나 침구·수건을 만지거나 감염자의 기침 등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1970년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됐으며, 이후 가봉, 나이지리아,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코트디브아르, 콩고공화국, 카메룬 등 중·서부 아프리카 국가에서 풍토병화됐다.그러나 2022년 5월 이후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을 중심으로 발생하기 시작, 미국 등 풍토병이 아닌 국가에서 이례적으로 발생함에 따라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원숭이두창을 2급감염병으로 지정하고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지난 22일 방역당국은 원숭이두창 의사환자(의심자)인 외국인 1명과 내국인 1명에 대해 검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혀 ‘원숭이 두창’ 경계령이 내려졌다. 특히 신생아, 어린이, 면역저하자 등에서는 심각한 증상으로 진행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김진호(서울취재본부장)

2022-06-22

창간 32주년…“公共材 역할 충실하겠다”

경북매일신문이 오늘 창간 32주년을 맞았다. 본지는 1990년 6월 23일 ‘맑고 정직한 신문’을 사시(社是)로 창간했다. 그동안 본지는 사시 정신을 묵묵히 실천하며 대구·경북지역 지방자치 구현에 일익을 담당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다. 오늘 창간기념일을 맞아 시·도민들의 깊은 사랑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독자 여러분도 느끼고 있겠지만, 지금은 지방언론 대부분이 위기를 맞고 있다. 서점에 가보면 종이신문이 미디어 업계에서 퇴장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단 책들도 연이어 출간되고 있다. 사실 미디어 다변화로 신문의 영향력은 줄어들고 있고, 네이버를 비롯한 포털에서는 지방언론 기사가 찬밥 대접을 받고 있다.지방자치제가 실시된지 30여 년이 됐지만 수도권과 비교해 비수도권은 그야말로 온갖 부정적 요소의 결집체다. 수도권 시민 입장에서도 비수도권의 소멸은 국가운영의 효율성 측면에서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중앙지와 지방지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지방지들이 해당 지역 현안을 공론화시켜 해법을 모색하는 공적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에도, 중앙지와 같이 적자생존의 정글에 내던져 있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광고를 예로 들면, 예산이 수도권에 집중돼 지방지들은 지원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2021년 기준 신문광고비 3천억원 중 35% 이상이 서울에 본사를 둔 소수 신문사에 분배됐다. 이로인해 극소수 중앙지에 의한 여론과점의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고,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가 위기를 맞는 것이다.지방자치단체는 특히 지방지의 뉴스제공·여론형성 기능을 공적인 개념으로 인식해야 한다. 광고를 독점하며 수도권 이익을 대변하는 중앙지에 맞서 지방지가 존속하려면 지자체가 지원을 아껴선 안 된다. 지역간의 이익이 상충될 때, 대구·경북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는 이 지역에 뿌리를 둔 언론사뿐이다.오늘 창간호를 발행하면서 본지 임직원들은 신발 끈을 다시 한 번 조이고, 시·도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며 언론의 공적역할을 충실히 실천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독자 여러분의 아낌없는 지도편달(指導鞭撻)을 바란다.

2022-06-22

교육에 관한 한, 대통령은 다시 생각하시오

장규열 한동대 교수 대통령이 선언하였다. 그는 “교육부가 과학기술 인재를 공급하는 역할을 할 때만 의미가 있다”면서 혁신을 수행하지 않으면 교육부가 개혁 대상이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현대문명에 과학기술이 차지하는 자리를 생각하면 틀린 말은 아니다. 국가경쟁력을 유지하기에 필요한 부분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이해할 만도 하다. 한발 더 나아가 “교육부도 경제부처”라는 대통령의 표현이나 “교육이 곧 안보”라는 총리의 인식에는 걱정이 앞선다. 사람을 무엇을 성취하기 위한 ‘도구’로 보는 게 아닌가 하는 점.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나라를 운영하기 위해 쓸 연장쯤으로 보는 게 아닌가. 사람에게 일을 시켜 나라가 돈을 벌거나 사람을 앞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발상은 해도 되는 것일까.교육부는 그 명칭조차 부침을 겪었다. 한때 ‘교육인적자원부’였으며 ‘교육과학기술부’가 되어 거의 사라질 뻔도 하였다. 오늘 대통령과 총리의 주문에 따르면, 다시 벼랑 위에 섰는가 싶다. 호연지기(浩然之氣)로 가득한 ‘사람’을 기르기보다 쓸 만한 연장을 만들어 나라를 도와야 하는 처지에 몰린 게 아닌가.반도체가 긴요한 산업임을 누가 모를까. 그렇다고 교육부가 하루 아침에 온통 과학기술과 반도체에 매몰되는 저 모습은 처연하기만 하다. 교육을 그저 행정행위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철학과 소신도 없이 교육을 관리만 해 온 끝자락인 셈이다. 이제 어찌할 터인가. 교육을 모르는 대통령에게 필요해 보이는 연장만 찍어낼 것인가, 아니면 이제라도 교육을 교육답게 다시 세울 것인가.세상은 끊임없이 흐르고 바뀐다. 공학만 해도 토목공학과 전기공학은 정말로 원자력공학과 반도체공학에 밀려났을까. 방금 성공궤도에 들어선 우주공학은 아직도 뒷자리일까. 생명공학과 의학은 벌써 쓸모가 시들었을까. 과학기술의 지평은 ‘반도체’밖에도 너무나 넓다.대통령과 총리는 조급한 심사를 벗어야 한다. 반도체와 과학기술이 물론 긴요하지만, 나라를 세울 덕목의 리스트는 그 외에도 차고도 넘친다. 나라를 이끌면서 좁은 한 우물에만 빠져서야 되겠는가. 방금 성공의 깃발을 올린 우주공학은 어찌 되는가. 레드카펫에 우뚝 선 대한민국의 영화와 세상 젊은이들의 트렌드를 이끄는 BTS. 손흥민은 유럽의 축구를 흔들고 임윤찬의 피아노는 세상도 놀랐다는데. 나라의 다음세대에게 반도체만 가르칠 것도 아니면서 교육부의 생명이 반도체와 인재육성에 달렸다니!교육은 할 일을 해야 한다. 누가 뭐래도, 교육은 사람을 길러야 한다. 파도치는 세상에 그 파도가 멎기를 기다리기보다, 폭풍우 속에라도 당당히 헤쳐갈 슬기와 용기를 길러줘야 한다.나 혼자 성공하여 외롭게 서기보다, 벗과 함께 이웃과 함께 따뜻하고 멋진 세상을 열어갈 측은지심도 길러줘야 한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이병주의 ‘행복어사전’은 이렇게 적는다. “파사데나의 젊은이들은 우주정복을 꿈꾸는데, 꽃은 한 번 밖에 피지 않는다.”우리 교육은, 어떤 사람을 기를 터인가.

2022-06-22

대구·경북 산하 공공기관 통합, 지금이 적기다

정부가 방만·부실경영이 드러난 공공기관에 개혁적 조치를 취하기로 한 것과 관련, 대구시와 경북도도 산하 공공기관 통폐합에 적극적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난 21일 실국장 및 출자·출연기관장 등이 참석한 확대간부회의에서 산하기관 운영실태를 지적하며 통폐합 등 대대적 개편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경북도는 산하 공공기관의 업무분석을 통해 기능을 다시 조정하고, 산하 기관수도 줄인다는 방침을 밝혔다.홍준표 대구시장 당선인은 정부 조치 발표 이전인 지난 15일 언론간담회를 통해 “시민의 혈세 낭비를 줄이려면 공공기관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중앙정부 산하든 지방정부 산하든 공공기관 운영이 방만하거나 부실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비판적 여론에도 제대로 된 구조조정이 단행되지 못한 것은 정부 감시와 추진기관의 의지가 부족했기 때문이다.최근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밝혀진 자료에 의하면 정부산하 공공기관의 부채는 지난해말 기준 583조원으로 4년 전보다 90조원 가까이 늘었다. 그럼에도 공공기관의 임직원 수는 10만명이 증가했다. 지난해 평균 연봉이 1억원 되는 공공기관만 20곳이나 됐다. 신의 직장, 철밥통이라 불릴만하다.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공기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으며 공기업 경영개선으로 절약된 돈은 어려운 이들에 돌아가야 한다”고 밝혀 대대적 공공기관 개혁이 단행될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 산하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맞춰 대구시와 경북도의 움직임은 바람직하다.구조조정의 명분이나 시기적으로도 적합하다. 경북도는 민선 7기에서도 산하기관 통폐합을 시도했으나 성과를 못냈다. 과거를 반면교사 삼아 성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특히 대구시는 새로운 시장의 당선으로 공공기관 구조조정에 대한 부담이 없어 이 또한 적기라 할 수 있다.공공기관이 공익실현이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도록 관리하면 지금처럼 비대해질 이유가 없다. 선거에서 도움을 준 사람을 내려보내는 단체장의 낙하산 인사도 이번에는 근절돼야 함은 물론이다.

2022-06-22

이것은 나의 몫, 나의 책임

사람들은 모두 꿈을 꾼다. 불완전한 자신을 벗어나 완전하고 충만한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더 나은 삶, 더 즐거운 인생, 더 나은 ‘나’의 모습을 꿈꾸며 저마다의 미래를 꿈꾼다. 그래서 꿈은 모두 제 갈래의 길로 갈라져 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더 나은 삶’이라는 공통된 목적이라 할지라도, 거기에 가닿는 방법은 모두가 다르다. 같은 방식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설혹 비슷한 미래를 꿈꾼다 할지라도.이렇게 말하자면 모두가 다른 꿈의 조각을 앓으며 살아가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는 모두 같은 꿈의 조각을 앓고 있다. 지금의 나에 대한 불만족으로부터 비롯되는, 더 나은 내가 되는 꿈 말이다. 어느 누구도 지금의 자신을 완전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제 각각의 불완전함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다. 꿈이 모두 나름의 색으로 칠해져 있어 제각각의 색으로 빛나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가 원하는 건 사실 꽤나 단순할지도 모르겠다. 그건, 자신의 결핍을 채워줄 무언가, 자신의 삶을 충만하다 느낄 수 있게 해 줄 무언가다.어렸을 때, 나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줄 알았다. 내가 원하는 걸 마음껏 꿈 꿀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상적인 가난과 화목하지 않은 가족 속에서, ‘나’의 꿈은 실현 불가능한 미래로 빠르게 자리 잡았다. 그 무렵 나는 음악이 하고 싶었다.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고 싶었다. 나는 내가 재능이 있다고 믿었고, 얼마든 열심히 할 수 있고 또 잘 해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문제는 돈과 시간이었는데, 가난했던 우리 가족은 아무런 도움도 줄 수 없었다. 그게 밉고 싫어서, 나는 학교도 가지 않은 채 매일을 떠돌아다녔다.나는 진심을 다해 나를 둘러싼 환경을 마음껏 원망했다. 세상에는 자신이 무얼 원하는 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이토록 허다하게 많은데,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음에도 그걸 할 수 없게 만드는 무능한 가족들이 미웠다. 나의 삶이 비극으로 끝난다면, 그건 나의 환경 탓이리라고 진심으로 믿었다.어느새 20년 가까이 지난 청소년 시절의 이야기지만, 나는 아직도 가끔씩 그 무렵의 감정을 생각한다. 그때 나는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던 걸까. 만약 내가 정말로 음악이 하고 싶었다면,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주말이면 레슨을 받고 했다면 됐지 않았을까? 정작 학교를 관뒀을 때 지독한 무기력감에 시달렸던 건 왜였을까? 왜 나는 내가 스스로 해내지 않고, 부모님에게 내가 원하는 걸 할 수 있도록 ‘전부’를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던 걸까. 그들이 결코 내어줄 수 없으리라는 걸 그보다 더 어렸을 때에도 잘 알고 있었으면서.그렇게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문득 그런 생각에 가닿게 된다. 나는 정말 음악이 하고 싶었던 걸까. 나는 정말로 음악이 하고 싶었던 걸까. ‘나’라는 인간이 사실은 그저 평범하고 아무런 재능도 없으며, 죽기 살기로 노력해야 겨우 평범한 수준에야 이를 뿐인 지극히 보통의 인간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싫었던 건 아닐까. 그렇기에 ‘음악’이라는 닿을 수 없는 꿈을 목표로 설정하고 스스로의 결핍을 감당하지 못하는 자신의 무능을 타인의 탓으로 돌렸던 건 아니었을까. 임지훈 2020년 문화일보, 서울신문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당선된 문학평론가. 한양대 국문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아마 답은 없을 것이다. 그건 이미 20년이나 지나버린 과거이고, 그때의 열정은 그때의 나만이 알고 있을 것이므로. 어쩌면 그건 오로지 ‘나’만의 탓도 아닐 것이고, 오로지 ‘부모’의 탓도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는 공평하게 무능했고, 공평하게 비겁했던 것 같다. 할 수 없는 것과 해줄 수 없는 것이 공평하게 뒤섞여,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확실한 건, 내가 만약 그때 정말로 음악을 시작했더라면, 부모님께서 나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었었다면, 나는 그만큼 음악을 열망하진 않았으리라는 거다. 적어도, 나의 음악에 대한 열망은 그만큼 순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 다만, 여전히 나는 방법을 모른다. 단 하나 아는 것이 있다면,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한 방법이 실현될 수 없을 때, 그걸 남의 탓으로 돌리지는 않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건 나의 삶이 타인에 의해 규정되도록 만드는 생각이니까. 환경이 나의 삶을 규정하도록 내버려두는 짓이니까. 오히려 반대로 생각했어야만 했다. 내가 나의 욕망을 실현시키지 못한다 할지라도, 그건 타인의 탓이 아니라 나의 무능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이다. 오직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만이, 나의 삶을 스스로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렇게 점점 나의 삶을 살아가고 싶다.

2022-06-21

이야기의 힘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우리 가족은 고향을 떠나 다른 도시로 이사를 해야 했다. 익숙한 환경을 뒤로한 채 낯선 세계에서 존재를 증명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전학생을 향한 조건 없는 환대를 기대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나는 자주 교실에 홀로 놓였다. 같은 반 친구들과 나누는 시답지 않은 대화. 짝을 지어야만 하는 체육 시간. 삼삼오오 모여 급식소로 향하는 경쾌한 발걸음. 그러한 일상은 내게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대로인데 나를 둘러싼 세상은 완전히 변해있었고 그 간극을 메우는 방법을 도무지 알 수 없었다.혼자 있는 시간이 길어진 나는 책을 읽기 시작했다. 소설책은 내게 도피처가 되어주었다. 만화나 게임기는 가차 없이 압수하던 선생님이 소설만큼은 허용해주었기 때문이었다. 도스토예프스키나 발자크 같은 작가의 이름을 확인하곤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두드려주기까지 했다. 그 격려가 나의 유일한 자부심이었다. 학교가 끝나면 도서관에 들러 어려워 보이는 책을 찾았고 모든 문장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끝끝내 읽어내기 위해 노력했다.그러니까 소설을 읽는 행위는 중학생이었던 내가 행할 수 있는 유일한 탈출의 방식이었다. 육체는 교실에 있지만 정신은 머나먼 곳을 유영하면서 일종의 자유로움을 느낀 것이다. 언어로 이루어진 세계는 생생한 체험으로 다가왔으며 강렬한 방식으로 나를 매료시켰다. 어느 순간부터 소설은 단순한 도피처가 아닌 나 자신을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것이 되어버렸다.인간은 상상하는 동물이다. 이 괴상한 능력 덕분에 인류는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작가들은 상상의 영역으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세계를 그린다. 그것은 희망적인 모양으로 나타날 수 있고 섬뜩하고 두려운 형태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을 보여줄 것인지는 작가의 결심에 달려 있다. 놀라우리만치 디테일한 세상을 그려낸 올더스 헉슬리, 조지 오웰, 그리고 마거릿 애트우드처럼.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는 전체주의 국가를 상상한다. 소설의 배경은 21세기 중반이다. 전 지구적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출생률이 급격히 감소하게 되고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되면서 ‘길리아드’라는 국가가 탄생하게 된다. 남성 권력자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가부장제 사회로 구성원들의 활동이 철저하게 통제되는 모습을 보여준다.이토록 끔찍한 국가에서 가장 희생당하는 건 여성이다. 그들은 기능대로 옷의 색이 정해져 있으며 여성의 역할은 가임과 출산에 국한된다. 이러한 체제를 옹호하는 자는 말한다. 과거의 사회는 선택권이 주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차고 넘치는 선택의 여지에 죽어가는 사회’였다고. 그러니 지금의 상황이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고. ‘세상에는 자유가 한 가지밖에 없는 게 아니야. 목표를 향한 자유가 있는가 하면 무언가로부터의 자유가 있지. 무정부 시대의 자유는 무엇을 행할 자유였어. 하지만 지금 여러분들에게는 무언가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자유를 얻은 거야.’ 문은강 ‘춤추는 고복희와 원더랜드’로 주목받은 소설가. 201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가로 등단했다. 그러나 주인공은 자유를 박탈당하기 이전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하며 다음과 같이 생각한다. ‘이것을 내가 꾸며내는 이야기로 믿고 싶다. 만일 내가 꾸며낸 이야기라면, 결말은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언젠가 끝이 나고, 진짜 삶은 그 후에 이어질 것이다. 끝낸 자리에서 다시 시작하면 된다.’ 허구의 인물은 허구의 이야기 속에서도 그것이 허구이기를 바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여기서 우리는 너무나 명징한 현실을 발견하게 된다.그런 면에서 이야기는 신비하고 이상하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일수록 그렇다. 선명하게 흘러가는 서사를 따라가다 보면 완전히 빠져들게 되고 그러다가도 순식간에 모든 것이 휘발되며 백지상태가 되기도 한다. 지어낸 이야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와르르 무너지고 한 시대를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가치를 마주하다가도 하등 쓸모없는 허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애트우드는 이야기를 쓰는 행위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어둠, 그리고 욕망이나 충동과 관련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 들어가서 운이 좋으면 어둠을 밝히고 빛 속으로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오리라는 욕망 또는 충동 말이다.’막막한 외로움에 어쩔 줄 모르던 과거의 내게 세상의 모든 낙관적인 단어를 모아 건넸다 한들 어떤 위로도 되지 못했을 것이다. 도서관에 꽂혀 있는 무수한 소설책 또한 완전한 위로의 방식이 될 순 없었다. 늘 그렇듯 소설은 해답을 주지 않으니까. 하나의 이야기를 그저 보여줄 뿐이니까. 거기에서 빛나는 무엇인가를 가지고 나올 수 있을지 없을지는 누구도 모른다. 그것은 결국 스스로가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서라는 전언이며 그 무심하면서 다정한 언어야말로 내가 경험했던 이야기의 놀라운 힘이다.

2022-06-21

이젠 영주시 발전 힘 모아야

김세동 경북부·영주 공명지조(共命之鳥)는 불교경전에 나오는 상상의 새로 몸 하나에 두 개의 머리를 가진 새로 하나가 죽으면 또 하나가 따라 죽는다.공명지조 한 머리가 낮에 좋은 열매를 찾아 먹자 이를 질투한 또 다른 머리는 독이 든 열매를 먹어 두 머리는 결국 죽었다고 한다.서로 생각과 행동이 달랐기 때문이다.공명지조는 분열된 사회를 상징하는 의미로도 해석 된다.영주시도 마찬가지다.지난 1일 지방선거가 끝나자 지역의 발전을 위해 주민 화합이 우선 돼야 한다는 시민들의 바람을 뒤로한 채 일부에서는 근거도 없는 공과를 평하는 모습이다.‘저사람은 누구를 도왔다’, ‘또 이사람은 우리 편이다’, ‘저기 누구는 양다리를 걸쳤다’는 이야기가 나돈다.이런 평가를 받는 이들 중 다수는 현직 공무원들이다.지방선거에 당선자는 누구나 할 것 없이 지역 발전을 위해 이들 공무원들과 함께 일을 해 나가야 하는데 취임도 하기 전 공무원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정치나 사회, 문화 등 각자의 이야기와 생각을 추구하는 것은 서로의 관념과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이다.영주시는 공동운명체다.그러기에 각자 다른 생각들을 모아 하나로 만들고 좋은 것을 택하며 이를 시행하는 과정이 우리가 발전하는 토대가 될 것이다.선거는 끝났다. 승자는 각자의 자리에서 충실히 임무를 완수하고 주변에서는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격려해줘야 한다.내가 승자의 최고 핵관이라는 허울을 앞세워 남의 인생을 관여하는 것은 절대 안된다.특히 공직자들을 대상으로, 이들은 영주발전을 위해 최전선에 서 있기 때문이다.지역 발전을 위한 진정한 마음은 상호간의 질투는 없애고 서로 배려하고 양보하며 서로가 이해하는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핵관, 핵관, 핵관이 아닌 시민, 시민, 시민, 하나의 시민이 되길 바란다.시작하는 이에게 주변인들이 부담이 되어서는 안된다.공명지조처럼 생각이 다르다고 서로 공멸하는 사회는 만들지 말자./kimsdyj@kbmaeil.com

2022-06-21

가까이 있지만 가깝지 않은

이재현동덕여대 교수·교양대학 “담쟁이가 싫었다 / 무엇이든 엉망으로 휘감는 넝쿨식물이 싫었다 // 곁을 둔다는 말 / 곁은 조금 떨어진다는 말 / 시든 풀포기를 심어도 되살아 오를 것 같고 / 차 한 잔 놓아두고 싶은 곳 / 반쯤이나 손을 내밀면 닿을 거리”배냇정서는 농촌이고 감각은 도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전영관 시인의 시집 ‘바람의 전입신고’(세계사, 2012)에 수록된 시 ‘곁’의 1연과 2연이다. 쌉사래하면서 달짝지근한 칡물처럼 그의 시구를 몇 번 곱씹으니 처음에는 갸우뚱하던 의미가 은근히 머릿속으로 흘러들어와 박힌다. 담쟁이는 곁을 두지 않는다. 무엇이든 그냥 휘감거나 붙어서 자라고 살아간다. 차 한 잔 놓아두고 싶은 정도로, 손 내밀면 닿을 정도로 조금은 떨어져 있는 것이 마음 편한데, 담쟁이는 그렇지 못하다. 시인은 여유 없이 휘감고 들러붙는 담쟁이 같은 존재들이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른다.‘곁’은 ‘어떤 대상의 옆 또는 공간적·심리적으로 가까운 데’를 뜻하기도 하고 ‘가까이에서 보살펴 주거나 도와줄 만한 사람’을 뜻하기도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로 중국과 일본이 있다. 이 두 나라가 진정한 의미에서 우리의 ‘곁’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혹시나 우리에게 이들 나라는 시인이 부담스러워하고 싫어했던 담쟁이와 같은 존재는 아닐까?1965년 6월 22일에 한일협정이라고도 불리는 한일기본조약이 조인되었다. 조약의 조인과 함께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 ‘재일교포의 법적 지위와 대우에 관한 협정’, ‘어업에 관한 협정’, ‘문화재·문화협력에 관한 협정’ 등 네 개의 부속 협정이 함께 체결되었다. 이로써 광복과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 이후 20년 동안 단절된 상태에 있었던 일본과의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졌다. 이 조약에서 가장 중요한 사항은 일본이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 정부임을 인정하게 함으로써 일본의 북한 접근을 견제한 것이다. 한일기본조약은 5·16 쿠데타로 집권한 정권의 정당성 확보와 안정적 정착에 기여하였다고 평가되고 있다.조약이 체결된 지 57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와 일본의 관계는 어떠한지 다시금 생각해 볼 일이다. “양국의 공통의 복지 및 공동의 이익을 증진하고 국제평화 및 안전을 유지하는 데 양국이 국제연합헌장의 원칙에 합당하게 긴밀히 협력함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라는 조약의 문구가 과연 잘 이행 되고 있는가? 추상적 선언의 문구니 왈가왈부해서는 안되는 것인가?독일과 프랑스의 관계나 미국과 멕시코의 관계도 그렇듯이 국경을 맞대고 있는 나라들 사이에는 정치 경제와 사회 문화적인 갈등과 긴장이 상존한다지만 한국과 일본의 관계는 여느 나라들보다 더욱 복잡미묘하다. 부속협정인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에 따라 1966년부터 10년에 걸쳐 도입된 5억 달러의 대일청구권자금으로 한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도 있지만, 강제 징용 피해자의 배상 등 전후 배상의 문제는 완결되지 못한 채 갈등 속에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가까이 있지만 결코 가깝지 않은 일본. 새 정부는 어떻게 한일 관계를 풀어갈지 궁금하다.

2022-06-21

원래의 모습

조현태수필가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지독하게 가난했다. 한 때 기름때 찌든 작업복을 입고 기계를 고치러 다니는 일도 했고,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사과를 팔기도 했으며, 산동네 판자촌을 돌아다니며 양말을 팔기도 했다.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화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림을 사주는 사람이 없었다. 마로니에 공원과 도서관 앞에 그림을 펼쳐 놓았지만 누구도 관심을 가져 주는 이가 없었다. 그러나 낙심하지 않았다.그는 그림 다음으로 글쓰기를 좋아했다. 야간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7년에 걸쳐 글을 썼다. 나중에 책이 출간되면 절반은 가정을 돕고 절반은 가난한 이웃에게 선한 도움을 주고 싶다고 기도하면서 썼다.원고 뭉치를 들고 출판사를 돌아다녔지만 그의 글을 사 주는 곳이 없었다. 다섯 번이나 거절을 당했지만 주저앉지 않았다. 그가 낙심하지 않은 이유는 어딘가 자신의 글을 알아 줄 출판사가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여섯 번째 찾아간 출판사에서 그의 글을 출판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해서 수많은 독자들을 울린 베스트셀러 ‘연탄길’이 출간되었다. 마음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이지만 ‘아픔’이 스며있는 책. 그 ‘연탄길’에 그가 그린 그림이 실려 있다. 이철환 작가의 이야기다.그는 ‘곰보빵’에서 낙심하지 않은 이유를 고백한다. “기름때 찌든 작업복을 입고 있을 때도 나는 프란츠 카프카를 읽었고 아무도 사지 않는 그림 옆에서 고개를 들 수 없을 때도 나는 알프레드 까뮈를 읽었다. 도스토엡스키와 말라르메, 스타니슬라프스키와 헤르만 헤세가 있어 나는 절망하지 않았다. 사람을 꿈꾸게 하는 것은 기쁨이 아니었다. 아픔이었다. 나는 지금 글을 쓰며 살아가고 있다. 평화롭고 행복하다. 아름다움의 원래 모습은 아픔이었다.”그는 이런 일도 고백하고 있다. 어느 지하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화장실 풍경이 몹시 낯설었다. 남자들만 사용하는 소변기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잠시 어리둥절 하는 순간 여자 화장실로 잘못 들어간 것을 깨달았다. 깜짝 놀라 화장실을 급히 빠져나가려는데 공교롭게도 한 여성과 입구에서 마주쳤다. 그 여자 분도 깜짝 놀라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죄송하다’는 말을 강조하며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버렸다. 남자화장실로 잘못 들어간 그 여자를 향해 ‘죄송합니다. 거긴 남자 화장실입니다’ 라고 소리치고는 도망쳤다고 한다.그의 실수 때문에 그 여자 분만 애꿎게 봉변을 당하게 되었으니 몹시 죄송했으리라. 물론 앞 사람의 잘못된 선택이 뒷사람의 잘못된 선택으로 이어질 수 있다.아픔이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있어도 실수는 이미 엎질러진 물과 같아서 되돌리지는 못한다. 다만 실수로 인한 아픔이 클수록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다.누구인들 낙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실수가 없을 수야 있겠냐만 절망하지 않는 아픔과 도망치지 않는 아픔이 있어야 한다. 사람에게는 이런 원래의 모습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2022-06-21

R의 공포

우정구 논설위원 우리나라 경제가 I의 공포에서 R의 공포로 넘어간다는 경고가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물가는 오르고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인플레이션(Inflation) 단계를 넘어 우리 경제가 경기침체(Recession) 국면으로 접어든다는 뜻이다. 특별하게 인플레이션의 I와 경기침체의 R 뒤에 공포를 붙인 것은 그 정도가 심각함을 강조한 것이다.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로 나라마다 경제상황이 악화일로다. 한국도 예외 없이 어렵다. 오일쇼크 후 50년만에 스태그플레이션을 겪는다는 분석도 나왔다. 경제부총리가 “경제전쟁의 대장정을 시작하자”고 언급할 정도니 경제 사정이 긴박한 건 분명하다.윤석열 대통령도 “세계 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며 민생 안정을 주문하고, 여론조사에서도 국민의 상당수가 우리 경제를 비관적으로 본다는 결과가 나와 모두가 걱정이다.지난달 19일 스리랑카가 국가부도를 선언했다. 국가부도의 직접적 원인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와 식량 가격이 급등하면서 국가와 기업, 가계가 이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우리 경제는 기초체력이 괜찮아 스리랑카처럼 갈 일이 없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국가채무가 1천조를 넘고 가계부채가 국가 총생산보다 많아 금리가 인상되면 취약층을 중심으로 빚을 갚지 못할 사태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전망이 있다. 간과할 일은 아닌 것 같다.정부의 물가 잡기 노력에도 빠르면 이달 물가상승률이 6%를 넘을지도 모른다고 한다. 경기침체에 대한 두려움 이른바 R의 공포가 서서히 엄습하는 분위기다.서민가계가 걱정이다. 경제 불황의 시작은 본래부터 없는 집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우정구(논설위원)

2022-06-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