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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들의 탈선과 비리 이미 도를 넘었다

등록일 2023-06-04 19:19 게재일 2023-06-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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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배한동 경북대 명예교수·정치학

여야 의원들의 탈선(deviant behavior)이 심상치 않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의원들의 비리가 드러나고 탈당, 사퇴, 구속되는 사태까지 전개되고 있다.

이러한 비리와 비행이 터질 때마다 여야는 상대만을 극렬하게 비판 비난한다. 이들에 대한 국민들의 실망은 엄청나지만 의원들의 진정한 반성이나 자각은 찾아 볼 수 없다. 흔히 ‘보수는 부패로 망하고 진보는 분열로 망한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진보를 자처한 민주당의 탈선은 보수정당에 못지않게 빈발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념이나 무늬만 진보이지 비리와 탈선은 보수 정당에 못지않다. 정치권은 비리가 노출될 때마다 부패 척결이나 정치 개혁을 외치지만 의원들의 탈선은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 와중에서도 양대 정당 지지율이 30%대를 유지하니 지극히 한심한 작태이다.

최근 민주당의 돈 봉투 관련 스캔들이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다. 과거 배고픈 야당 시절에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부패스캔들이 연이어 터지고 있다. 그들이 과거 야당일 때는 진보와 개혁을 외치면서 도덕성면에서는 집권 보수당보다 우월하다는 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들은 당시 부패 척결, 약자와의 동행, 사회정의 실현을 당의 슬로건으로 내걸었고 그것이 당시에는 상당히 먹혀 들었다.

김대중 대통령 이후 세 번이나 집권한 민주당은 보수 기득권 정당이 될 정도로 변질되었다. 지난 집권당 시절 서울, 부산, 충남지사의 성 스캔들은 성추문 정당으로 낙인 찍혀 지방 선거의 패배로 이어졌다. 지난 송영길 당대표 선출과정의 돈 봉투 배포 의혹은 당의 이미지를 또 다시 추락시켰다. 현금을 돌렸다고 의심받던 두 의원은 탈당하였다. 연이은 김남국 의원의 코인 투자는 그 개인뿐 아니라 당의 위상을 흔들고 있다. 가뜩이나 당대표 사법 리스크로 휘청거리던 판에 의원들의 비리는 당을 더욱 위기로 몰고 있다.

집권 정당 국민의 힘에도 탈선과 비행의 전통은 민주당에 못지않다.

해방 후 장기 집권 보수당은 부패의 상징으로 낙인찍혀 버렸다.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 전두환과 노태우의 국고 환수액은 각기 2천억 원을 훨씬 넘었다. 전두환은 추징금 922여억 원이 아직 미납 상태다.

이회창 당 대표 시절의 차떼기 정당이라는 오명은 아직도 남아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변호사비 대납 등 금전 문제로 구속되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측근비리와 부정으로 탄핵까지 선고받았다. 최근 곽상도 의원은 50억 뇌물 수뢰 혐의는 재판에 계류 중이다. 보훈부 장관 후보자는 겸직 금지된 12건의 변론을 재임 중 수임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최근 경실련조사에서 임대업을 겸직한 국회의원이 수두룩하고 재산증식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전체 의원들의 주식이나 가상자산을 정밀 조사한다면 여당의원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이 같은 정치인들의 탈선과 비행은 국민들의 정치 불신의 근원이 된다. 의원들의 이러한 탈선이 정치에 대한 무관심뿐 아니라 정치적 냉소주의로 이어질 수도 있다. 여야 모두 정치인들의 탈선이나 비행을 질타하지만 소나기만 지나면 모두 잠잠해진다.

정치인들의 비행과 탈선 바탕에는 거대한 여야의 공존구도가 버티고 있다. 양대 정당은 상호 묵인과 야합이 언제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실 국회의원들은 특권부여 등 기득권 보장에는 여야가 구분 없이 잘 협조하였다. 국회의원의 세비인상과 연금, 겸직, 특권 부여에는 여야가 협력해 왔기 때문이다.

지방의회에도 의원 세비 심의위원회가 조직되어 그들의 세비 인상을 통제하는데 국회에는 그런 장치마저 없는 것이 사실이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의원 정수 조정이나 의원 선출 방식마저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솔직히 공천이나 기득권 포기하는 의원은 없기 때문이다. 견제받지 않는 권력은 항상 부패의 온상이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이다.

여야 정치인들의 탈선과 비리는 더욱 지능화되고 증가된다. 이러한 정치인들의 탈선과 비리를 근원적으로 막을 장치는 마련할 수 없을까.

우선 국회에 대한 시민들의 견제 장치부터 마련할 필요가 있다. 국회 자율적 정화 장치인 윤리위원회만으로 의원들의 탈선까지 막을 수 없다. 언론의 국회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이 보다 강화되어야 한다. 문제는 언론, 시민 단체, 유권자 단체마저 진영정치로 인해 양쪽으로 갈라져 있다. 공정한 감시나 비판을 원천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양극화된 한국 정치 구도 하에서 여야 정치인들의 탈선과 비리는 더욱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다.

내년 총선은 또 다시 다가오고 있다. 이런 정치 문화에서 깨끗한 후보를 선택할 수 있을지 여전히 의문이다. 이런 구도에서는 양식 있는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더욱 증대될 것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그레셤의 법칙이 정치판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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