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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3차산업혁명 문턱서 좌절위기

등록일 2023-06-04 19:19 게재일 2023-06-05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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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위현복 (사)한국혁신연구원 이사장

1차 산업혁명은 1760년대 영국에서 일어났다. 이에 비해 미국은 1800년대 후반에 1차 산업혁명이, 1900년대 전반기에 2차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탄소중립의 세계적 구루 제레미 리프킨에 의하면, 경제적 변혁이 발생하려면 기본적으로 3가지 요소에 전반적인 변화가 상호작용해서 일어난다고 한다. 첫째 동력원으로써 에너지, 둘째는 커뮤니케이션 매개체, 셋째는 운송·이동 수단의 변화다. 이들이 상호작용해서 경제적 변화와 혁명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19세기 후반에 1차 산업혁명이 일어난 미국은 유럽보다 100년 늦게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20세기에는 저렴한 석유를 바탕으로 한 중앙제어식 전력과 전화, 라디오, TV, 그리고 전국 도로망을 달리는 내연기관 자동차가 상호작용하며 2차 산업혁명을 이끌었다.

현재는 3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다. 3차 산업혁명의 동력원인 에너지는 재생에너지 바탕의 에너지원으로 바뀌고 있으며, 디지털화한 재생에너지 기반의 거대한 컴퓨터 통신망과 재생에너지로 구동되는 전기 및 연료전지, 그리고 디지털화한 운송·물류망이 상호작용해 3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가고 있다. 미국의 1차 산업혁명 때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말기로 산업혁명이 뭔지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갔다. 2차 산업혁명 시기에는 일제 식민지 치하에 있었다. 해방 후에는 6·25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보다 100년 늦은 1960년대에 이르러서야 군사정부에 의해 1차 산업혁명, 70년대와 80년대에 2차 산업혁명이 뒤늦게 일어났다. 그후 21세기 3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산업의 쌀로 불리는 반도체와 각종 디지털 산업, 제조업이 가장 발전된 나라가 된 상태에서 선진국과 동시에 맞았다.

그러나 지금 3차 산업혁명 와중에도 대한민국은 없는 것 같다. 아직 전반적인 국민 의식은 1차 산업혁명 시대에 머물러 있고, 정치인과 관료들도 2차 산업혁명 시대에 안주하고 있다. 최첨단 기업들 또한 2차 산업혁명기 ‘제조업 시대’의 유혹에 빠져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지 외면하고 있다.

3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각종 디지털 기기, 반도체, 전기 배터리, 전기자동차 등을 가장 잘 만드는 나라인데도 의식과 가치관은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 어떤 나라보다도 앞서갈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는데도 아직도 개발도상국 코스프레를 하는 것 같다. 전 세계는 유럽 선진국을 필두로 해서 탄소중립과 에너지 전환을 위해 전력 질주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뒤처지고 있다.

지난해 독일은 재생에너지 비중이 49%를 넘어섰고, 미국도 30%를 향해가고 있다. 심지어 중국조차 28~29%에 달하고 일본도 25%를 넘어섰다. 반면 우리나라는 7.2%다. 재생에너지 시범지구인 제주도가 재생에너지 18%를 달성했지만, 송배전 선로 부족으로 지난해 103차례 셧다운 사고가 났다.

왜 이러한 어처구니없는 현상이 발생할까. 탄소중립 실천에 국가들이 미적거리자 글로벌기업들이 나서서 RE100(제품생산에 재생에너지 100% 사용) 달성을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부까지 나서서 CF100(원자력까지 포함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면 안 되느냐며 글로벌 조류에 어깃장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의 모든 공산품은 수출과 무역에 연관되어 있는데도 산업현장에서는 공장 지붕에 만이라도 태양광을 설치하자고 해도 “나라가 알아서 해주겠지”라며 딴전을 피운다.

쌀이 남아돌자 ‘콩 심으라, 팥 심으라’하면서도 농지 태양광 설비는 법으로 규제해 놓고 ‘땅이 좁아 탄소중립이 불가능하다’는 타령만 하고 있다. 재생에너지는 분산에너지여서 수많은 마이크로 송배전망이 필요한데도 그간 이를 대비하지 못해 제주도는 재생에너지 18%에 셧다운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총체적인 부실 상황인데 우리나라는 탈원전을 폐기하며 재생에너지 확대정책도 함께 폐기해버린 듯하다. 선진국 문턱에서 맥을 놓아버린 모양새다. 탄소중립 정책은 에너지 자립, 에너지 안보를 위해서 반드시 필요하다. 충분히 이 땅에 내리쬐는 햇볕과 바람을 이용해서 에너지 자립을 할 수 있는데도 딴전을 피우고 있다.

송배전망을 촘촘하게 하기 위해서는 민간 참여 등 한전 단일 판매망 변화가 필요한데 오히려 한전 국유화를 외치는 이들도 있다. 수백·수천 년간 관리되어온 농촌의 전답을 이용하여 태양광과 풍력 발전을 하면 농촌도 회생하고 국토 균형 발전도 이루고 에너지 자립도 가능한데 땅 없다는 타령만 하고 있다. 더욱 한심한 행위는 마을에서, 도로에서 500m 이격거리를 두어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데 시·군 당국과 시·군 의회가 경쟁적으로 앞장서고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3차 산업혁명 요소들이 가장 잘 갖춰져 있는 국가다. 세계에서 휴대폰과 TV, 자동차 배터리를 가장 잘 만드는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것을 세계 각국이 잘 알고 있다. 이러한 조건을 가지고 있음에도 정치인과 관료, 기업인들의 의식 부족으로 3차 산업혁명 문턱에서 무너질 위험에 처해있다. 지금 우리는 글로벌 선도국으로 가느냐, 후진국으로 퇴보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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