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가 포항제철소 앞바다 135만㎡(약 41만평)를 메워 건설할 계획인 수소환원제철소 용지 조성사업이 첫 단계인 주민설명회부터 브레이크가 걸렸다. 2050년 탄소중립 목표달성을 위해 반드시 현재의 포항제철소 고로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해야 하는 포스코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지난 1일 포항근로자종합복지관에서 국토부 주관으로 열릴 예정이었던 주민설명회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시작도 못하고 취소됐다. 주민설명회는 지난달 24일부터 공람이 시작된 ‘포항국가산업단지(수소환원제철 용지조성사업)변경안’의 환경영향평가서 초안, 교통영향평가서, 재해영향평가서에 대한 주민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포항환경운동연합 등 8개 단체로 구성된 포항제철소 5투기장반대대책위는 이미 설명회 하루전 포항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바다를 메워 부지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에는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주민설명회가 시작단계에서 무산된 것은 포스코와 포항시의 준비미흡도 한몫했다. 포스코 측이 수소환원제철소 건설과 관련된 자료를 인터넷에 올려놓긴 했지만, 설명회 자리에서는 관련자료를 배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포항제철소 소재지가 지역구인 조영원 포항시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설명회 장소에 포항시와 사업 승인권을 가진 국토부 담당자들이 참석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포스코측이 설명회 일정을 다시 잡기로 한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서 이해관계 주민 모두가 사업내용을 숙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포스코가 포항제철소를 수소환원제철 방식으로 전환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사실상 새로운 제철소를 건설하는 작업이어서 수십조원의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철강기업의 탄소중립은 생존의 문제가 되고 있어, 유럽연합 등은 천문학적인 지원을 통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고 있다. 포항시민들이 끝까지 수소환원제철소를 건설하려는 포스코의 계획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포스코로서는 여유부지가 있는 광양제철소 쪽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포항시민들의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