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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많이 쓰는 기업 경북도로 오세요”

등록일 2023-06-06 18:10 게재일 2023-06-0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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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충택 논설위원
심충택 논설위원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지난해 재선 직후, 민선8기 경북도 준비위원회와 국민의힘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임기 중에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도입을 하겠다고 강조했을 때 대부분 반신반의했다. 이 지사는 당시 페이스북 등을 통해서도 “KTX 요금을 거리에 따라 부과하듯이 전기요금도 발전소 거리에 따라 차등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발전소와의 거리를 기준으로 요금을 책정하면 원자력발전소와 거리가 가장 먼 수도권이 전기요금 폭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선진국인 미국, 영국, 호주 등은 이미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를 시행하고 있긴 하지만, 전체 지역구 의석의 절반을 장악하고 있는 수도권 국회의원들이 이를 수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다들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지난달 25일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의 근거를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분산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 지사의 요구가 현실화됐다. 특별법 제45조에는 ‘전기 판매사업자는 국가균형발전 등을 위하여 기본 공급약관을 작성할 때에 송전·배전 비용 등을 고려하여 전기요금을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법안 공동 발의자는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구갑), 민주당 김성환(서울 노원구병)·양이원영(비례대표) 의원이다. 경기도 행정부지사를 역임하며, 수도권 소재 전력소비가 많은 기업을 꿰뚫고 있는 박 의원은 이미 대규모 데이터센터들을 PK(부산경남) 쪽으로 유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현재 전력효율화와 지역균형 발전차원에서 데이터센터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고 있다. 수도권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경우 그만큼 전력 공급을 위한 고압송배전 설비가 필요한 것도 정부로선 부담이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현재 분산법 국회통과의 후속조치로 시행령 및 시행규칙, 고시안 마련에 착수했다. 경북도가 최근 전기료 할인 폭이나 감면 방안 등이 담길 후속조치 마련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은 바람직하다. 경북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원자력 산업의 중심지다. 현재 국내에서 운영 중인 25기의 원자력발전소 가운데 12기(경주 5기·울진 7기)가 경북에 있다. 12기 원전 설비용량은 총 11.4GW에 이른다. 원전부담을 안고 사는 경북 동해안 지역 주민과 기업들에게 저렴한 전기요금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우동기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도 밝혔듯이, ‘분산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지역 균형 발전이다. 현재는 원전이 집중된 영남권 지자체나 원전이 하나도 없는 수도권 지자체의 전기요금이 똑같다. 이로인해 전력소비가 엄청난 분야(데이터센터나 반도체, 2차전지 등)의 기업들도 원가부담 없이 수도권에 공장입지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분산법에 의해 전력생산지역과 소비지역의 요금 차이가 많이 날 경우 관련 기업들은 우선적으로 원전주변 산업단지를 물색할 수밖에 없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는 국가 전체로는 송전비용 절감을, 발전지역에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업에는 생산비용 절감을 이끌어내는 일석삼조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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