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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의 위기

등록일 2023-06-08 20:21 게재일 2023-06-09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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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복 포항사회네트워크 대표

세월이 참 빠르다. 봄꽃 향기가 가시지도 않은 것 같은데 벌써 6월이다. 세계적 기후변화로 한여름 같은 더위가 일찍 찾아오고 지난해 태풍으로 파괴된 피해복구가 아직도 절반을 넘지 못했다는데 올해는 폭우가 더 극성을 부릴 예상이라니 큰 걱정이 아닐 수 없다. 연초 필자는 ‘위기를 기회로 삼자’라는 글로, 지난해 ‘힌남노 태풍’으로 엄청난 재난을 겪은 우리지역의 위기를 관(官)과 민(民) 그리고 기업(企業)이 총망라한 지역 공동체가 하나 되는 ‘원팀’으로 뭉쳐서 극복 해 나가자고 주장한 바가 있다.

당시, 남구 곳곳이 폐허가 되다시피 했고, 포스코만 하더라도 1조3천여억 원이란 천문학적 손실을 입어 지역민들의 간담을 쓸어내렸었다. 포스코는 그러나 특유의 내재된 정신력과 지역 민·관·군의 적극 지원에 힘입어 135일 만에 복구를 완료해 냈다. 포스코의 복구 과정들은 지역민들과 하나 되는 계기가 되었고 이후 시민 응원 속에 ‘제2의 영일만 기적’을 현실화 할 이차전지 소재부분 육성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지역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앵커기업인 포스코퓨처엠(전 포스코케미칼)이 삼성SDI와 역대 최대 규모인 총액 40조 원에 달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이차전지) 소재(양극재)를 10년간 공급하기로 한 계약을 맺은 것부터 이차전지 양극재 생산 세계 1위를 다투는 에코프로그룹의 6개사가 영일만산단에 ‘포항캠퍼스’를 조성하고 대규모 투자를 통한 본격적인 생산 활동에 들어가면서 국내외의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이런 동력들은 포항이 또 한 번 도약 할 수 있는 희망과 함께 6월중 결정 될 국가첨단산업법 시행에 따른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포항시가 가장 유력하게 부각하게 만든 한 요인이 되기도 했다. 실제 이차전지 업계에선 이차전지 특화단지 유치에서 포항이 타 도시를 월등히 앞서고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해 오고 있다. 지난 2월말부터 지금까지 4개월 가까이 이강덕 시장이 와병으로 부재(不在)하면서 컨트롤 타워 공백으로 인한 시정 난맥상 등 후유증이 들려오고 있다. 에코프로그룹을 진두지휘하던 총수도 최근 사법처리 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이런 가운데 오는 15일 ‘포스코홀딩스 본사이전 포항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는 포스코회장 퇴진 범시민궐기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이차전지특화단지 선정 평가에서 지역 주요 산업과의 연계 발전 가능성과 특화단지를 대상으로 수요·공급기업 간 협력 생태계 구축이란 항목이 있다. 포항은 누가 뭐래도 기업도시다. 50만 도시의 위상을 위태롭게 하는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서라도 기업유치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현 상황에서 포항은 우선 이차전지 특화단지 지정에 사활을 걸어 반드시 결실을 거두어야 한다. 당연히 시민 마음을 한 곳으로 모아 총력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포스코홀딩스대책위의 포스코 회장 퇴진 궐기대회 소식을 듣고 이차전지특화단지 선정 평가단은 과연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또 포항시는 과연 포항이 기업하기 좋은 도시라고 홍보해도 될까, 앞으로 관과 시민이 기업 운영에 관여하는 포항에 대기업들이 내려올까 등 여럿 상념들이 스쳐갔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집회는 법으로 보장받는다. 그러니 포스코 회장 퇴진 집회는 추진하는 이들의 자유다. 다만, 포스코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는 범대위가 포항시민 전체를 대표하는 것인지는 묻고 싶고, 꼭 집회를 해야 한다면 이차전지특화단지 선정 이후에 할 것을 권하고 싶다.

포항은 현재 50만 도시가 붕괴됐다. 수도권 경제 집중으로 미래도 불투명하다. 기로(岐路)에 서 있다 할 수 있다. 총체적 위기라고 표현하는 이들도 많다. 평생 포항서 살아왔고, 앞으로 뼈를 묻을 필자도 기우는 고향을 바라보는 마음이 편치는 않다. 이차전지특화단지 선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 적어도 포항사회는 자그마한 지혜가 필요하다. 기회는 우리를 기다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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