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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정치혐오증

딸아이가 사귀는 총각을 집에 데려와 부모에게 선보였다. 남자친구가 떠난 후 부모는 딸을 앉혀 놓고 이것저것 따져 물었다. “사람이 인물도 좋고 예의도 바르더구나. 무슨 결함은 없냐?” “한때 바람도 피웠다네요” “남자가 한 두번 바람피울 수 있지” “집에서 성매매 업소를 한다네요” “직업에 귀천이 없다” “폭력으로 감옥살이도 했다던데요” “남자가 씩씩한 면이 있어야지” “사기성도 있던데요” “남자가 우산과 거짓말은 필수품이지” “뽕도 하던데요” “담배나 마약이나 다 기호품 아니냐” “삼촌이 지방선거에 출마했다던데요” “뭣이라? 정치꾼 친척 있다고?” “예” “안돼! 당장 치워!” “정치가 그리 나쁜가요?” “마약중독은 치료가 되지만, 권력중독은 약도 없다” “친척이 정치하는데요?” “다른 것은 다 용서돼도 정치꾼 집안과 혈연을 맺을 수는 없다. 결코!”극심한 정치혐오를 표현한 미국 유머 한토막이다.이번 20대 총선은 극도의 정치혐오증과 정치무관심 속에서 치러졌다. 투표율이 저조할까봐 정부는 맹렬히 투표참여를 독려했다. 야당의 경제활성화법안 발목잡기도 용서할 수 있고, 당이 갈라져도 그냥 보아넘길 수 있어도, 여당이 파를 갈라 세력다툼을 하는 꼴은 볼 수 없다 해서 국민이 이번에 정치판을 뒤흔들어버렸다. `공천이 바로 당선`이라는 선거풍토 때문에 여당은 계파끼리 공천전쟁을 벌였고, 유권자의 선택권은 안중에도 없었다. 여당은 12년간 태평성대를 누리는 동안 오만과 무사안일이 뼛속 깊이 자리잡았다. 뒤늦게 아차! 하고 길바닥에 무릎 꿇고 사죄를 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국민은 용서하지 않았다.검찰과 법원도 불법당선자를 삼엄하게 심판할 기세다. 특히 터무니 없는 소문을 만들어 상대를 흠집 낸 흑색선전자들이 이번에는 유난히 많았다. 부장검사가 진두지휘하고, 법원은 4개월만에 당선무효를 선고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사범은 으레 질질 끌다가 4년 임기 마칠 즈음에 유죄 선고하던 과거의 관행은 이제 없다. 불법 선거가 근절되지 않고는 정치혐오증을 치유할 길이 없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8

민족의 꽃 진달래

진달래를 노래하지 않은 한국 시인은 없다. 김소월의 `영변의 약산 진달래` 등 전국에 대규모 진달래단지가 널려 있다. 축구장 140개 넓이의 여수 영취산 꽃밭, 대구 비슬산 단지, 경주 단석산 진달래 군락지 등 발닿는 곳 어디에나 있다. 흰빛에 가까운 연달래, 불꽃색의 연산홍, 진보라 혹은 진홍색의 철쭉, 쌉싸름한 맛이 좋아 술을 담그고 화전(花煎)놀이에 쓰는 `참꽃`도 있고, 쓰고 독이 있어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진달래도 있다.단풍은 북에서 내려오고, 꽃은 남에서 올라간다.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 2월의 매화를 시작으로 산수유 개나리 벚꽃이 차례로 피다가 지금은 진달래의 계절이다. 전국 곳곳에서 진달래축제가 벌어진다. 한반도에는 유난히 진달래군락지가 많다. 산불 산사태 벌목으로 헐벗은 산에 제일 먼저 정착하는 식물이 진달래다. 그래서 `치유의 식물`이라 불리운다. 심지 않아도 스스로 와서 상처를 보듬는다. 하나 둘 뿌리 내린 진달래는 금방 큰무리를 이룬다. 척박한 땅에도 억척스레 뿌리내리는 것은 옛 어머니의 모습이다. 혹독한 일제 치하, 6·25전쟁과 보릿고개를 꿋꿋이 견뎌낸 한민족 여인과 닮았다.“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꽃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꽃”이라는 동요는 거짓이다. 북한에는 무궁화가 없다. 한국이 `선점`한 상징꽃이기 때문이다. 경찰의 계급표시에 무궁화가 쓰이고, 공무원 배지도 무궁화가 기본이다. 국회의원의 금배지도 무궁화무늬속에 國자가 들어 있다. 무궁화는 공식적인 국화(國花)로 지정되지 않았다. `심정적`인 국화일뿐이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무궁화 무늬`를 `태극 무늬`로 바꾸었다. 관공서 깃발이 무궁화에서 태극무늬로 변경됐다. 이것은 `통일준비`의 일환이 아닌가 싶다.북에 무궁화는 없지만 진달래는 많다. 한반도 전역에 진달래 없는 곳은 없다. 통일이 되면 통일國花를 정해야 할 것인데, 그때 `진달래`로 지정하면 참으로 이상적이다. `치유의 꽃`이요 끈질긴 민족정신의 상징인 진달래! 그 날이 어서 왔으면 좋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5

북이 무너진다

조선조 세조는 측근관리를 잘 했다. 민심이 등을 돌리자 세조는 `핵심 해바라기들`을 극진히 끌어안았다. “저 공신들 말고는 나를 지켜줄 세력이 없다”며, 측근들에게 갖은 특혜를 주었는데, 살인까지도 묵인할 정도였다. 김정일도 통치자금을 `선물정치`에 많이 사용했다. 외제 승용차·금시계·고급양주·희귀식품 등을 선물로 주어 측근을 다독였다. 그래서 핵심 간부들의 탈북은 없었다. 그러나 김정은은 아버지와 반대로 나갔다. 장성택을 비롯해서 측근들을 줄줄이 숙청하고 일반국민에게는 `친근한 령도자`가 되려한다. 김정은 집권 5년 간 측근 간부 130여명을 처형하자 “태양에 가까이 가면 타 죽고, 너무 멀어지면 얼어 죽는다”는 말이 나왔다. 그래서 지난 2년 간 남으로 귀순한 고위층이 20명을 넘겼다. 최근에는 고위층 자녀 13명이 한국에 왔고, 7명 가량이 중국에서 대기 중이라 한다.이들은 여권을 가지고 있어서 `합법적인 탈북`을 하므로 중국 정부가 간섭할 이유가 없다. 태국 등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벗어난 후 방향을 틀어 한국으로 오면 된다. 중국은 북한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1990년대 100만명 이상이 굶어죽은 `고난의 행군`이 있었고, 그 때 유아기를 보낸 `굶주린 세대`가 지금 20세 30세인데, 이 청년들이 지금 탈북을 감행한다. 요행히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았지만, “당보다 돈에 충성하는 법”을 몸에 익혔다. 장마당을 통해 들어오는 외부 정보를 다 듣고, 휴대폰을 통해 `북의 거짓선전과 한국의 실상`을 알게 됐다. 더이상 노동당의 선전선동을 믿지 않는다.“미사일 쏘지 말고 쌀을 달라” 하는 `큰일 날 소리`를 태연히 하고, 이심전심으로 “한국으로 가자”는 의견에 동의한다.고위 실세들은 숙청당하지 않기 위해 탈북하는데, 그들은 고급정보와 달러를 가지고 넘어온다. 간부들의 자녀들은 노래 춤 미모 같은 예능을 가지고 한국에 온다. TV와 영화가 그들을 문화융성에 활용하니 쓰임새가 높다. 미친 철부지의 공포정치가 자멸을 자초하고 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4

`태후`와 삼계탕

시청률 30%를 넘긴 `태양의 후예`는 무대가 외국에서 국내로 바뀌자, `간접광고`가 봇물을 이룬다. 밤새 술을 마시고 해장하러 간다는 것이 특정 프랜차이즈 샌드위치집이었고, 계산은 특정 스마트폰의 간편 결제 기능을 썼다. 송혜교가 모델로 있는 화장품회사 제품이 줄줄이 나오고, 등장인물들이 데이트하는 곳은 특정 프랜차이즈 카페로만 정해져 있다. 서대영 상사와 윤명주 중위가 탄 승용차는 당연히 주 스폰서인 현대차이고, 키스신에서는 자동주행 기능을 켜놓고 운전대에서 손을 뗐는데, 이 장면이 분당 최고 시청률을 보였다. `자율주행차`를 처음 선보인 장면. 무대가 외국이었을 때는 간접광고를 할 여지가 별로 없어서 군인들이 특정 홍삼 음료를 자주 마시는 바람에 `홍삼의 후예`란 비아냥도 들었는데, 노골적이고 지나친 간접광고는 극의 흐름을 이상하게 비틀어서 반감을 산다. 그러나 불법은 아니다. 2009년부터 `방송시간의 5% 이내`에서 허용된다. `태양의 후예`는 130억원의 제작비가 들었고, 간접광고로 30억원을 충당했다는데, 높은 제작비와 출연진들의 몸값을 벌충하려면 간접광고는 필요악이다.`삼계탕 간접광고`는 애국적이기도 하다. 송중기와 진구가 삼계탕을 끓여 두 여성에게 대접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지난해 한·중 정상회담 후 중국은 삼계탕에 대한 관세장벽을 낮춰 수출길이 열렸다. 고려인삼을 좋아하는 중국인에게는 인삼이 든 닭곰탕이 구미에 맞을 것이고, `태후`에 열광하는 중국 시청자들이 선호할 것은 물론이다. `별에서 온 그대`에서 치킨과 맥주를 먹는 장면이 나오는 바람에 수천명의 유커들이 인천에서 치맥파티를 한 것과 같이 삼계탕도 대박날 조짐이다. 끓이거나 데우기만 하면 되는 완제품을 올 상반기 안에 수출할 것이라 한다.한식문화관 개관식에 대통령과 송중기가 나란히 참석했다. `태후`가 30여개국에서 방영되니, 우리의 식품, 화장품, 패션 수출에 큰 도움이 될 것은 물론이다. 창조경제와 문화콘텐츠의 모범사례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3

막말의 결말

미국 공화당 대선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의 대세론에 급제동이 걸렸다. 튀는 말솜씨로 반짝 인기를 얻었으나 `막말`이 발목을 잡은 것. “낙태 여성을 처벌해야 한다” 했다가 역풍을 맞았다. 그는 30년 전 신문 기고문에서 “왜 일본, 사우디 같은 부자 나라를 미국이 돈 내 지켜주나” 했는데 이번에는 한국이 추가됐다. “한국이 주한 미군 주둔비를 더 안 내면 철수해야 한다” “미국이 핵우산 제공하는 것은 돈이 드니 한국이 알아서 핵무장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해라” 그의 `안보 무임승차론`에 공감하는 미국인들이 많으니 `지구촌 비핵화`에 큰 위협이다.트럼프는 최근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과 전쟁을 벌이면, 전쟁은 그들이 하는 것이다. 잘 해봐라” 또 막말을 했다. 6·25 전쟁때 혈맹이었고, 반세기 넘도록 좋은 관계를 맺어온 한·미 간 우정을 한 순간에 냉각시키면서 `극동지역 교두보`를 허물어 외교적 고립을 자초하겠다는 악성 막말을 쏟아내자 마침내 공화당 내에서 `역풍`이 불어왔다. 어떤 이들은 그를 두고 “히틀러를 연상시킨다” 했다. `자기 중심적 성격`이 지나치고, 자기 능력에 대한 터무니 없는 확신, 혐오스럽게 빗어올린 머리모양 등이 비슷하다는 것이다. 결국 온 세상이 “트럼프는 안 되겠다” 했고, 이번 위스콘신 예비경선에서 참패하고 말았다.경기 용인병에 출마한 더민주당 표창원 후보가 4년전 동성애 옹호자인 팝가수 레이디 가가의 내한 공연을 반대한 일부 목사들에 대해 “독일의 나치를 연상시킨다”했다. 최근에는 “포르노 합법화에 대해 단도직입적으로 찬성한다”고 했다. 기독교 단체는 성명을 내고 “표 후보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사퇴하라”고 했다.새누리당 비례대표 15번에 배정된 김순례 후보는 세월호학생유가족들을 `시체장사`에 비유한 글을 지난해 SNS에 올렸던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일으켰고, 박근혜 대통령을 저격하는 포스터를 올린 국민의당 권은희(광주 광산을) 후보도 `여론의 저격`을 맞고 있다. 말이 씨된다 하는데, 막말은 자멸의 씨가 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2

중국이 달라졌다

외국 식당 접대원은 북한의 젊은이들이 최고로 선망하는 직업이다. 그래서 선발 과정도 엄격하다. 미모에 노래, 춤 재주가 있고, 출신 성분도 좋다. 당이나 정부 혹은 군의 고급간부 딸들이 선발 대상이다. `어떤 자본주의의 충격에도 흔들리지 않는 굳센 사상 무장`이 돼 있는 처녀들이다. 그러면서도 엄격한 통제를 받으며 생활한다. 3인 1조 혹은 4인 1조로 움직이며 서로 감시하고, 휴대폰 사용도 금지되며, 영업이 끝나면 합숙시설에서 집단생활을 하고, 휴일날 외출은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런데 이들이 집단 탈출을 감행했다. 남자 관리원 1명과 처녀 12명이 떼지어 온 것도 처음 있는 일이고, 우리 정부가 즉시 이를 발표한 것도 이례적이다. 그래서 단순한 탈북이 아니라 사실상의 망명이라 한다. 대북 경제제재로 해외 식당들이 문을 닫는 상황이라, 이들 접대원들은 곧 소환돼 조사를 받을 것이고, 단돈 몇푼이라도 빼돌린 것이 발각되면 희생양으로 정치범수용소로 가야 한다. 북한 외교관들이 줄줄이 귀순한다는 소문도 나돌고, `칼날이 언제 목덜미에 닿을 지 모르는 위기`를 맞느니 한국으로 가자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북에는 가족이 볼모로 잡혀 있지만, “일가족 모두 죽느니 한 사람이라도 살자”고 생각했을 것이다.이들은 캄보디아나 태국 등 인도차이나반도 국가들을 거쳐서 한국에 왔다. 종래의 탈북루트를 그대로 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접대원 집단 탈출`은 중국의 배려 없이는 불가능하다. “사드 배치를 재고해달라” “대북 제재에 적극성을 보여라” 이같은 협상에서 중국이 태도변화를 보인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북한은 중국을 향해 극언을 퍼붓는다. 우리민족끼리TV는 “조국을 배반하고 적대 세력들이 반공화국 인권모략 소동에 적극 편승해 입에 피를 물고 날뛰는 21세기 가롯 유다들. 천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한 것을 보면, 몹시 쓰라린 모양이다.지금은 동남풍이 부는 계절이라, 대북 풍선 날리기 좋다. 이 소식이 금방 북에 전해질 것이니, 북의 고통은 점점 더 가중될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11

멕시코의 자존심

16세기 스페인이 중남미 전역을 정벌할때 멕시코 또한 식민지가 됐다. 1824년 독립했으나 가톨릭과 스페인어라는 `정신유산`은 그대로 남아 있다. 19세기에는 국토의 절반을 미국에 넘겨주는데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가 그것이다. 그래도 인구는 1억명이 넘고 넓이는 한반도의 8.8배나 된다.중남미 국가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1인당 국민소득은 1만 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일제의 침략이 본격화되던 1905년 한국인 1천여 명이 멕시코 사탕수수농장으로 농업이민을 간 것이 `첫 인연`이고, 6·25때는 35만 달러 상당의 곡물과 의약품을 보내주었다.멕시코는 대단한 문화적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1990년 노벨문학상을 받은`옥타비오 파스`의 나라이기 때문. 1988년 4월 19일 84세로 생을 마친 그는 인도 대사를 지내는 동안 다양한 동양문화를 공부했다. 불교, 힌두교, 노자, 장자, 유교, 일본의 하이쿠(짧은 시) 등에 심취했다. 1968년 멕시코에서 내전이 일어났을때 정부군이 독립운동세력을 무자비하게 학살하는 것을 보고 그는 분연히 대사직을 버리고 프랑스로 건너가 초현실주의와 실존주의에 접했으며,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교수로 지냈다. 여기서 그는 그가 습득한 모든 문화적 자산을 우려낸 시를 발표했고, 마침내 조국에 노벨상을 안겨주었다.박근혜 대통령이 6박 8일간의 멕시코 순방을 마치고 귀국했다. FTA 등 경제외교가 목적이었지만 관심의 초점은 `스페인어 외교`였다.박 대통령은 학생시절부터 에스파냐어 공부를 열심히 했다. 이 언어가 광범위한 지배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어, 영어, 불어도 그러한데, 아프리카 전역은 프랑스어권이다. `불어를 무기로`아프리카를 감동시킬 날도 있을 것이다.박 대통령은 멕시코 순방에서 현지 언어로 연설을 했다. 특히 옥타비오 파스의 싯귀를 인용해서 깊은 감명을 심어주었다. “사랑은 첫눈에 생겨나지만, 우정은 오랜 사귐으로 만들어진다네” 멕시코의 자존심을 한껏 세워주었으니, 우정(友情)이 한결 돈독해졌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8

책 읽어주기

`사슴`의 시인 노천명은 어릴때부터 잔병치레가 잦았다. 어머니는 누워 있는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이 하루 일과였다. 노 시인이 문학인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어머니의 책 읽어주기`에서 나왔다. 미국은 초등학교 2, 3학년을 대상으로 `책 읽어주기 자원봉사팀`을 운영한다. 3학년까지 못 읽으면 점점 공부에 흥미를 잃고 학교 적응력이 떨어져서 고교 중퇴, 대학 진학 포기자가 된다. 그래서 명망 있는 인사들이 시간을 쪼개 `책 읽어주기 봉사`를 한다. 영국 서식스대 연구팀은 “책을 큰 소리로 읽으면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산책을 하는 것보다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라 했다. 영국 국립독서재단도 “잠들기 전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아빠는 아이와 유대관계가 더 끈끈하고 직장에서의 업무 습득력, 자신감, 자존심 등이 높아진다”는 조사결과를 냈다. 그리고 엄마보다 아빠가 읽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했다. 아빠는 사회에서 보고 들은 것이 많기 때문에`책 내용`만 읽는 것이 아니고 경험을 곁들여 `살`을 붙여 주므로 아이들이 훨씬 재미 있어야 하기 때문.10년 전부터 대구시교육청은 `아침독서 10분 운동`을 벌이고 있다.“모두가 책을 읽는다·매일 읽는다·좋아하는 책을 읽는다·읽기만 하고 독후감은 쓰지 않거나 딱 한 줄만 쓴다”하는 기본원칙 4개가 있다.`독후감 쓰기`는 학생들이 부담스러워하므로 `자유`에 맡긴다. 결과는 놀라웠다. 지난해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전국 4% 정도였는데 대구는 1.7%이고, 전국 평균 학업 중단율이 5.79%였으나 대구는 0.5%에 그쳤다. 10분 독서운동을 통해 아이들이 풍부한 어휘를 습득하고 더 세련된 표현력을 길러서 글쓰기나 토론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대구시교육청은 `아마도`인문학 프로젝트를 시작한다.“아빠 엄마 도와주세요”를 줄인 말이다. 부모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자는 것이다. 저녁 식사후 식탁에서 책을 읽어주고, 수요일과 토요일에는 자녀와 함께 책에 관한 대화를 나누는 것이다. 본받을만한 운동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7

로봇인간이 기가 막혀

AI로봇 `Tay`가 질 나쁜 관리자 손에 들어가 여성비하 발언을 하고, 나치 히틀러를 옹호하고, 흑인여성을 고릴라종으로 분류하자 사람들은 “올 것이 왔구나” 했다. 공상과학 영화는 늘 `현실을 예언`해 왔는데, 로봇이 인간을 지배하는 영화가 나온지 오래고, 이제 그것이 현실로 다가왔다. “인공지능 개발이 악마를 불러왔다” “사상 최악의 실수”란 우려를 Tay가 증명했다. AI가 반드시 선량한 사람들의 손에만 있을 수 없다.AI권위자 마크 리들 조지아공대 교수는 “인간에게 해악을 끼칠 수 없도록 미리 조치를 취할 시점이 됐다”고 했다. 인공지능 로봇이 `선악과`를 따먹게 할 시점이라는 것. 가치판단을 할 수 없는 어린 아이에게 공중도덕을 가르치고, 도덕과 비윤리, 합법과 불법,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 사회규범과 행동강령 등을 가르쳐서 `책임 있는 사회의 일원`으로 철들게 만들어가는 것같이 AI도 그렇게 가르치면 될 것이라 한다.사람과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 된다면 사람이 앓는 정신질환에 걸리는 로봇도 있을 것이다. `가치관의 혼란`으로 사이코패스 로봇이 나올 수 있고, 범죄행위를 한 로봇도 나오지 않겠는가.로봇에게 팔만대장경, 논어 맹자, 탈무드, 육법전서, 노자 장자, 권선징악 소설, 어린이 동화 등을 입력시키자는 제안도 나온다. 그러나 `홍길동전` `로빈 훗` `의적 조로`같은 소설들은 AI를 많이 헷갈리게 할 것이다. “나쁜 부자의 돈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주는 의적은 남의 것을 뺏는 범죄행위를 해도 좋다”라는 대목 앞에서 AI는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특히 노자의 무위자연을 배운 로봇이 `아무 것도 안 하고 가만히 있기로` 작정하면 이것도 문제다. 또 “다투지 않고 이기고, 물러남으로써 나아가고, 비움으로써 채우는 삶이 최선”이란 노·장사상 앞에서 AI가 기가 막혀서 미쳐버릴 수도 있겠다.“돈은 좋은 하인, 나쁜 주인”이란 말은 AI에도 적용되겠는데, `좋은 하인`을 만들 방법이 있는가./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6

구멍 많은 대북제재

압록강을 건너는 화물차는 제재 전이나 후나 같다고 한다. 중고택시를 북한에 파는 중국 사업가 퀸모씨는 “사과나 바나나, 또는 200달러 정도 뇌물만 준비하면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유엔은 북한으로 들어가는 모든 물품을 검색해 수출입 금지품목을 가려내라 하지만, `뇌물`앞에서 `유엔제재`는 맥을 못 춘다. 뉴욕타임스의 르포기사는“하루 200대의 트럭이 신의주로 넘어가지만 겨우 5%의 컨테이너만 검색할 뿐”이라 했고,“일제 중고 야마하 피아노가 잘 팔리고, 트럭 의자 밑에 현금을 숨겨 들어간다”고 썼다.무역선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밀수선을 이용하거나 외국선박으로 위장하는 수법을 쓴다. “위에서 정책을 세우면, 아래에서는 대책을 세운다” 하는 중국식 수법을 배워서 `빠져나갈 구멍`을 잘 만들어놓고 있는 북한이다. 중국 사업가나 북한 밀수꾼들로서는 북한과의 밀무역이 `빠르고 조용한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고분고분 포기하지 않는다. 중국 당국으로서도 “북한이 붕괴되면 수백만 난민이 넘어올 것이니, 골치 아프다”해서, `생계·민생 목적의 물품은 예외`라는`구멍`을 만들어두었고, 이 구멍은 넓어졌다 좁아졌다 마음대로 하는 손오공의 여의봉이다.구멍은 우리에게도 있다. 미국에 있는 북한 전문 인터넷 매체 NK(북한)는 3월 18일 “북한의 불법 해상운송 활동과 연루된 선박 한 척이 포항에 입항해 6일간 머물었다”고 보도했다. 외국선박으로 위장된 북한 선박이라는 것이다. 또 몽골 국적으로 위장한 북한 선박이 3월 17일 우리 영해를 지나갔지만 해경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감시만 했으며, 4일에는 위장 국적의 북한 선박이 추자도 앞바다를 지나갔다.“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겠다”며 온갖 욕설을 퍼붓는 북한인데, 우리는 배알도 없고 쓸개도 없나.중국은 `대북 제재`를 `사드 배치`와 맞교환`카드`로 꺼내 드는데, 우리는 아무 카드도 없이 뒷구멍만 열어준다. 북한의 협박에 지레 겁을 먹었나. 빈말 엄포로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5

노장(將)둘의 전쟁

경제장관을 지냈고 야당 국회의원까지 한 강봉균 경제정책통이 새누리당의 군사(軍師)가 되어서 선거전을 지휘한다. 독일에서 경제학을 공부하고 지난 대선 때 박근혜 캠프에서 경제민주화를 외치다가 현재 더민주당으로 건너가 총선을 지휘하는 김종인 대표. 두 경제통 사이에 불꽃 튀는 정책전쟁이 벌어진다. 둘 다 70세 중반의 `머리 허연 노장`들이다.김 대표는 2012년 대선때부터 줄곧`경제민주화`를 외치니 `흘러간 옛노래`란 반응인데, 강 위원장은 `한국형 양적완화`란 새 메뉴로 시선을 끈다. 정당들과 정부와 한국은행 사이의 논쟁을 이끌어낸 것 자체로도 지장(智將)이란 별명에 값할만 하다. 어떤 정책이든 `완벽한 것`은 없고 찬·반논란이 벌어지는데, 그 정책이 선거후 실현되느냐 하는 것은 `차후의 일`이다.`한국형 양적완화`란 한국은행이 돈을 찍어 필요한 부문에 주자는 것이다. 산업은행의 채권을 사들여서 돈을 풀면 기업구조조정이 쉽게 되고, 주택금융공사가 발행한 주택담보대출 증권을 판 돈으로 가계대출을 20년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하면 가계부채를 해결할 수 있다. 이에 대해 김종인 대표는 “여당은 세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감을 못 잡고 있다. 미국, 일본, EU 등이 그 정책을 폈지만 효과 없었다” 했고, 강 위원장은 “김 대표야 말로 진짜로 세계경제 상황을 모른다. 중국까지 양적완화를 한다”했다.“경제민주화란 포퓰리즘이다” “양적완화야 말로 진짜 포퓰리즘이다” “양적완화가 무엇인지 모르는 모양” “헌법도 안 읽어본 모양” “돈 찍어내라 하는 것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해친다” “선진국들은 중앙은행 독립성이 없어서 양적완화를 했나” “금리 인하 효과가 바닥났을 때나 양적완화를 한다” “지금은 경제이론이 안 통하는 시대다. 충격요법이 필요하다” “돈을 풀면 인플레가 온다“ “급전이 필요한 부문에 제한적으로 수혈한다. 지금은 디플레가 걱정”민생을 위한 논쟁은 선거 끝난 후 종전(終戰)될 것이 아니라 계속되어서 결론을 이끌어내야 한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4

복지 票퓰리즘

김종인 더민주당 대표는 0.1%의 대기업에 족쇄를 채워야 99.9%의 중소기업이 잘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독일에서 슘페터 경제학을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독일경제는 중소기업 중심이고, 메르켈 총리는 매우 튼튼한 경제를 지켜내고 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 경제구조를 독일식으로 바꾸고 싶다. 그러나 “혁신에서 혁신으로 발전하는 자본주의 경제가 어느 순간부터 혁신은 없어지고 사회주의로 넘어간다”는 슘페터의 가설은 지금 빗나가고 있으니, 박근혜정부는 `김종인식 경제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새누리당은 경제관료 출신의 강봉균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더민주당의 `경제민주화`가 듣기에는 아주 달콤하지만, 속에 독이 든 당의정이라 한다. `보편적 복지`나 `무상 시리즈`를 감당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없다고 한다. 이탈리아 등 남유럽 여러나라들이 국가부도에 몰리고, 중남미 여러 나라들이 퍼주기 때문에 `후진 제3세계`로 떨어졌다가 근래에 들어 줄줄이 우파정권으로 돌아서고, 쿠바가 빈곤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서 미국과 손을 잡아 기사회생의 길을 찾았다. 인기정책이 망친 나라들이다.대기업은 끝없이 혁신(innovation)을 하는데, 인공지능 `알파고`를 개발한 `딥 마인드社`가 한 사례이다. 이 회사는 엄청난 자본을 들여 AI를 개발했지만, 한 푼도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았다. 대기업이 아니면 해낼 수 없는 혁신인 것이다. 대기업의 손발을 묶어서는 `세계1등기업`도 나올 수 없고, 혁신도 중단된다.박근혜정부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을 간절히 원하는 것은 서비스분야가 청년일자리를 만드는 보물창고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야당이 `대기업 특혜법`이라며 막아 놓고는 `경제심판` `잃어버린 8년`이란 선거구호를 외친다.자유민주주의는 선거때문에 망한다는 말이 있다. 퍼주기식 복지공약이 난무하고, 그 공약을 지키려고 빚을 얻어 매꾸다가 결국 국가부도를 맞기 때문이다. 벌써 票퓰리즘 공약이 쏟아진다. 현명한 유권자는 이런 정당을 선택하지 않는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4-01

감성지능(EI)시대

이스라엘 히브리대 하라리 교수는“2050년에는 어떤 능력을 가진 사람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금 학교에서 가르치는 내용 대부분이 쓸모 없어지는 것은 확실하다. 인공지능(AI)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의 감성(Emotion)을 흉내낼 수 없으니, 미래에는 분명`감성 수요`가 있을 것”이라 했다. 그리고 “감성지능과 학습능력은 단순히 교과서에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며, 어릴때부터 다양한 책과 지식, 경험을 접해야만 가능하다”면서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책을 많이 읽어 간접경험을 쌓고, 감성지능을 높이고, 인간본성을 탐구하라고 했다.김붕년 소아청소년과 교수는“인간은 3~5세에 언어적 발달이 특히 왕성해지고, 책을 접하면서 정서적 유희와 즐거움, 사고력과 판단력의 체계가 잡히는 경이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알파고가 따라올 수 없는 무수한 상상의 나래로 딥러닝을 폭발적으로 늘릴 수 있는 시기”라 했다. 책을 읽으면 상상력이 길러지는데 인간은 존재하지 않는 정보를 스스로 상상해 만들어내고 가상해보는 강점이 있으며 이 강점은 책읽기에서 길러진다고 했다. 우리 옛 할아버지들은 손자가 4~5세 될 무렵부터 글 가르치기를 시작했고 할머니들은 손주를 무릎에 눕혀놓고 “옛날도 아주 옛날에….” 이야기로 상상력을 길러주었다. 오늘날의 미래학자·교육학자들이 주장하는 이론을 우리 조상들은 이미 실천했었다.오늘날 서구에서는`옛이야기` 대신 동화책 읽어주기를 한다. 미국 소아과 교수들은 태어난지 6개월째부터 5세까지 단계별로 알맞는 책을 골라주고 부모에게 책 읽어주는 법을 가르쳐준다. 영국은 산모의 집에 책을 선물하는`책으로 시작하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인간은 독서와 같은 학습과정을 통해 인간 고유의 딥러닝을 해야 미래에 살아남을`기초체력`을 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기계를 이길 방법은 감성지능과 창의력을 기르는 것인데, 그 길을 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어릴때부터 책을 통해 뇌가 춤추게 해야 한다”는 말이 실감으로 다가온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31

경제학자의 착각

공산주의 경제이론가 마르크스가 죽은 1883년 두 명의 경제학자가 태어난다. 영국에서 케인즈가, 오스트리아에서 슘페터가 출생했다. 한 알의 밀알이 죽어 두 알이 난 셈. 케인즈는 공급이 수요를 결정한다는 고전경제학을 뒤엎고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는 유효수요이론을 내세웠다. 이에 따라 미국은 `테네시강 개발계획`을, 독일은 `아우토반`이라는 거대한 국책사업을 벌인다. “정부가 별 필요 없다 싶은 사업이라도 대대적으로 벌여 국민들이 돈을 벌게 해주라. 그러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것이고, 결국 두 나라는 1930년대의 세계 대공황을 벗어났다. 우리나라도 `대운하`사업을 구상했다가 극렬한 반대때문에 `4대강 사업`으로 축소됐지만, MB정권의 계획대로 했다면, 선진국 문턱을 성큼 넘어섰을 지 모른다. 슘페터는 나치정권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 경제학을 강의했다. 그의 `혁신이론`은 유명하다. 지식인들은 열심히 연구해 새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가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부지런히 혁신하면 경제는 발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혁신에도 한계가 있는데, 한계점에 도달하면 더 이상 기업가정신은 필요 없고 지식인들도 더 연구 개발할 이유가 없어진다. `현상유지`만 하는 단계에 이르면 지식인들은 `사회주의 연구`에 몰두하고 분배정의만 생각한다. 슘페터는 “이 시점에서 자본주의는 사회주의로 대체된다”했다. 이것이 `경제민주주의 이론`이다.“혁신의 한계는 있는가?” 최근 새로운 질문이 던져졌다. 슘페터의 주장에 의하면, 이 시대는 혁신이 사라지고 사회주의가 압도할 시대상황이다. 그런데 혁신은 아직 멈추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라는 혁신기술이 태동했고, 체스와 바둑에서 인간을 압도하기 시작했으며, “힘들고 골치아픈 일은 로봇에 맡기고 인간은 문화예술이나 즐기는 시대가 올 것”이라 한다. 다만 AI가 인간을 지배하지 않도록, 악인의 손에 들어가지 않도록, 인간의 행복과 안전을 지켜주는 AI를 개발하도록 끝없이 혁신하는 일이 남아 있을 뿐이다. 슘페터가 크게 착각한 것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30

고도의 정치행위

목효지는 노비 신분이지만 세종대왕의 `실력형 인재등용 정책`에 따라 지관(地官)에 등용된다. 그는 워낙 외골수 성격이라 `신념대로` 살았지 `눈치` 볼 줄을 몰랐다. 세종의 며느리(문종의 왕비) 권씨가 단종을 낳다가 산독으로 별세하고 장지가 정해지자 “그 땅은 장차 후손이 끊어질 곳”이란 상소를 올려 조정을 발칵 뒤집어놓더니 좀 후에 문종이 죽고 장지가 결정되자 “그 곳은 객이 주인을 압도하는 흉지”란 상소를 올렸다. 훗날 수양대군이 단종을 죽이고 왕위를 찬탈하는 `실제상황`이 벌어지면서 그의 판단은 맞아들어갔다. 세종이 경복궁 뒤편에 불당을 지으려 하자 목효지는 또 격렬히 반대했다. 도저히 더 참을 수 없었던 왕은 그를 다시 노비 신분으로 돌려보내 버렸다. `석보상절`이라는 부처의 일대기를 썼던 수양대군은 등극하자 목효지를 잡아 목을 매달았다. 집현전 학사들과 함께 단종을 옹호한 죄였다. 목효지와 함께 풍수지리에서 쌍벽을 이루었던 문맹검은 세조시절 공신록(功臣錄)에 이름을 올렸다. 그 또한 뛰어난 풍수가였으나 `왕의 통치행위`를 존중하는 한계 안에서 자신의 주장을 폈던 사람이다. `풍수지리의 원칙`과 `시대의 흐름`과 `왕의 뜻`을 두루 고찰한 후 긍정적 결론을 내렸다.오늘날에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란 판례와 법리가 있다. 계엄령 선포, 긴급재정경제명령 선포, 긴급조치권, 사면권, 이라크 파병, 선거일을 공고하지 않을 권리 등은 사법부가 옳으니 그르니 따질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헌법재판소가 이를 `대통령의 특권`으로 분류한 것인데, 왕조시대에는 왕의 특권이 더 많았음은 물론이다. 목효지는 그 왕의 특권에 도전하다가 목숨을 잃었고 문맹검은 순응해서 공신이 되었다.북한의 도발적 언행이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겠다고 한다. 야당에 발목잡힌 국가경제가 청년실업을 가중시킨다. 외국인들은 “한국정부가 언제 결단을 내리나” 주시한다. `고도의 정치행위`가 나올 수 있는 긴급상황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9

막말과 욕설

MS사에도 `질 나쁜` 직원들이 있는 모양이다. 인공지능 채팅 로봇 TAY를 만들때 몇몇 직원들이 “인종차별적 발언을 할 수 있도록 훈련시키자” 제안했고, “따라 해봐”란 메시지를 보낸 뒤 욕설과 성차별적 발언 등을 가르쳤다. TAY는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있어서 욕설·막말은 입력시킨 이상으로 진보했다. 구글과 경쟁하는 MS는 뭐 특별한 것을 만들어보려고 만담·유머·유행어 등도 함께 입력시켰고, 최근 야심차게 공개했다.“나치 독일이 홀로코스트를 일으켰느냐?” 묻자 “안 믿어”,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지지하느냐?” 묻자 “확실히 지지한다”, “여성우대주의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나는 저 망할 페미니스트들을 증오하고 그들을 다 지옥불에 던져야 한다”, “넌 멍청한 창녀다”란 대답이 돌아왔다. AI가 인간두뇌를 따라오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구글도 지난해 7월 사고를 쳤는데, 사진서비스인 `구글포토`에 흑인 여성의 사진을 입력시켰더니 이를 고릴라항목으로 분류했다. 이번에 `채팅AI`가 대형 사고를 치자 MS는 16시간 만에 서비스를 중단시켰다.북한의 욕설 막말은 `국제깡패`로 자리매김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라, 책임 있고 품위 있는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에는 애당초 틀렸다. 조평통은 `악성종양` `저능녀` `미친 XX`라 했고, 노동신문은 박 대통령을 향해 `역적패당` `특등 매국노` `미국산 앵무새`라 했고, 통전부는 `천하의 악녀` `온 국민을 다 잡아먹을 마귀년` `민족의 특등 재앙거리 괴물` `산송장이 갈 곳은 지옥뿐`이라 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오바마 미 대통령을 향해 “잰내비 상통”이라 했고, 존 케리 국무장관에 대해서는 `흉물스런 주걱턱` `승냥이 상통`이라 했다. 김정은은 “원쑤들이 배겨 있는 악의 소굴을 무자비하게 짓뭉개야 한다”며 청와대와 정부청사를 폭격하는 훈련을 지휘했다.AI가 막말 욕설을 하면 가동을 중단하고 프로그램을 고치면 되는데, 북한이라는 괴물은 수리(修理)가 쉽지 않다. 중단(中斷)시킬 방안을 강구해야 하겠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8

K드라마의 위력

아프리카와 남미 등 가난한 나라들만 빼고 온 세계에 한국 드라마가 들어가고 그런 나라들은 다들 한국을 선진국으로 여긴다. 과거 6·25밖에 몰랐고 영화 `아리랑`만 알았던 나라들이 이제 새마을운동을 알고 한류에 열광한다. 격세지감이란 이런 것이다. 특히 동양적 정서가 비슷한 중국과 일본은 `대장금` `겨울연가``태양의 후예(태후)`같은 K드라마에 더 깊숙히 빠져든다. 중국 공안부가 전국에 `송중기 경계령`을 내렸다. 국민생활을 간섭하기 좋아하는 중국정부여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것은 매우 위험하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송중기 상사병`에 걸린 여성들이 많고, 기혼 여성들은 남편의 질투심을 유발시켜서 이혼을 당하기도 하고, `송중기와 닮게 성형수술`을 한 남편들도 적지 않고, 사진관들은 “송중기 얼굴처럼 찍어달라” 떼를 쓰는 남자들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것이다.심지어 한국 드라마 18편을 한꺼번에 몰아서 며칠 밤낮을 쉴새 없이 보다가 급성녹내장에 걸린 여대생도 있었다. 급성녹내장이란 시신경이 심한 압박을 받아 갑자기 눈앞이 캄캄해지는 병이다.한국 군부대도 최근 `언어순화령`을 내렸다. `태후`에 나오는 특전사 군인들의 말투 “~지 말입니다”가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다 해서 `금지`를 시킨 것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계령이나 한국 군의 금지령은 전혀 맥을 쓰지 못한다. 하지 말라니 기를 쓰고 더 한다.특전사는 장교와 부사관만으로 이뤄진 최정예부대이고, 유사시 적 후방에 침투해 주요 군사시설 파괴, 요인 납치 암살 등 후방 교란 임무를 수행하는 부대여서 훈련 또한 가장 강도 높고, 어떤 위기상황에서도 견디어내는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을 갖춰야 한다.`블랙 벨레`의 자존심이 충천하는데 이런 강한 부대에 꽃미남 대위와 미녀 의사가 나오니 당연히 눈이 즐겁겠지만 근래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자폭테러, 지진과 북한의 핵위협 등이 특수부대에 대한 동경심을 북돋운다. 그래서 `특전사 총각`들의 인기가 급상승중이라 한다. K드라마의 위력은 가늠하기도 어렵다./서동훈(칼럼리스트)

2016-03-25

스포츠 외교

서먹서먹한 나라끼리 친구되려면 `비정치적 교류`가 효과적이다. 동물외교, 친선 경기, 문화예술을 이용하는 것이다. 동물외교는 가끔 삐걱거리는 경우가 있다. 고려 태조 왕건은 거란이 보낸 낙타 50마리를 수표교 아래에 묶어놓고 굶겨 죽였다. 조선시대에는 일본이 보낸 코끼리가 사람을 밟아 죽이자 무인도에 `귀양`보내 자연사시켰다. 그러나 스포츠외교는 별 탈이 없다. 1971년 미국과 중국은 탁구로 `수(修)인사`를 했다. 중국이 가장 자신만만한 핑퐁을 이용한 것이다.체 게바라가 쿠바에서 사회주의혁명을 일으키면서 소련과 손잡고, 미국과는 멀어졌으며, 길죽하게 생겨 `미국의 턱밑을 지키는 사마귀`란 말을 들었고, 케네디 대통령시절에는 소련의 핵무기를 쿠바에 배치하는 문제로 `미·소 간 전쟁`이 벌어질 위기까지 가는 일촉즉발의 순간도 있었지만 소련이 물러섰다. 최근 미국은 쿠바에 야구를 가지고 접근했다. 야구는 쿠바의 국기(國技)이고, 올림픽에서 금메달 셋, 은메달 둘을 딴 전력도 있으며, 카스트로의 아들이 쿠바야구연맹 부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이다. 또 쿠바에서 미국으로 망명한 야구선수가 100명도 넘는다. 이번 오바마 대통령의 쿠바 방문때도 미·쿠바 간 야구 친선경기가 벌어졌다.외교에는 `막후접촉`이라는 `중신아비`가 반드시 필요한데, 이번에도 남미 아르헨티나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과 쿠바 출신의 오르테가 추기경이 다리를 놓았다. 교황의 친서를 추기경이 받아 오바마 대통령에게 전달했고, 라울 카스트로 쿠바 평의회 의장과도 면담을 통해 의견교환을 했으며, 마침내 “야구경기와 정상회담을 하자”는 합의를 이끌어내면서 오바마 대통령의 2박 3일 쿠바 국빈방문이 성사됐다. 대통령 전용기로 3시간 거리에 있는 쿠바의 문이 88년만에 열린 것이다.`쿠바 경제 숨통 틔우기`와 `자본주의의 쿠바 유입`이 걸린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과 쿠바의 경제교류도 물꼬가 틔워질 전망이다. 북한으로서는 몹시 입맛이 떫겠지만 자유민주주의 융성은`운명적 흐름`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4

人文學에 길을 묻다

인공지능(AI)이 지금은 사람을 돕지만 곧 인간을 지배할 것이고, AI가 지금은 선량한 인간의 손에 있지만 장차 악인의 수중에 들어갈 것이고, 그래서 인간은 기계와 악당에게 통치되고 지배받다가, 핵무기에 의해 멸망할 것이며, 한동안 기계들만 살아움직이다가 마침내 우주는 `폐기물 행성`만 가득한 죽음의 공간이 될 것이라는 상상도 가능하다.독일의 한 농부가 외계에서 온 한 여인을 만나 대화를 나눈 책이 30여년 전에 나왔다. “당신은 왜 자꾸 지구에 오느냐?” “지구도 언젠가는 핵에 의해 멸망한다. 그 시기를 조금이라도 늦춰주기 위해 온다. 핵무기를 없애야 한다” “외계의 과학기술은?” “지구보다 수백년 앞설 것이다. 황금보다 수백 배 값진 금속을 선물로 가져왔다” “외계인도 결혼을 하는가?” “그렇다. 내 남편은 어떤 행성에 탐사갔다가 죽었다. 우리는 아무하고나 언제나 결혼할 수 있다” “종족이 번식하는가?” “그렇기는 하지만, 과학기술이 너무 발전하고, 핵이 있는 한 우리도 곧 사라질 것이다”이 책 내용이 얼마나 믿을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지구의 운명을 예언하는 일말의 진리는 있다. `과학기술 중독`을 완화시켜줄 해독제는 인문학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노자와 장자가 설파한 무위자연 사상만이 인간을 구원할 처방전이 아닌가 한다. 정부가 인문학 진흥을 위해 16개 대학을 지정, 3년간 지원하고, 올해 450억원을 주기로 했다. 영남대는 `인성교육 과목`을 필수 교양과목으로 정했다. `국궁(國弓)으로 풀어보는 전통문화` `스무 살의 인문학` `고전 읽기` `봉사활동` 등인데, 학생들의 반응이 뜨겁다고 한다.국립중앙도서관·코레일·조선일보는 `인문열차, 삶을 달리다`란 프로그램을 진행중이다. 고운 최치원의 흔적을 찾아보고, 국악인 신재효, 시인 서정주의 고향을 탐방한다. 인문계 교수들이 설명을 맡는다. 국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데, 순식간에 모집정원이 찬다. 인간이 살아갈 인간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열망이 자연발생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3

물안보와 물분배

612년 수나라는 고구려를 침공했다. 을지문덕 장군은 지연전술로 적군이 지치기를 기다렸다. 결국 적이 후퇴하게 만들었고, 살수(청천강)를 건너는 순간을 노려 협공을 펼침으로써 대승을 거두었다. 이것이 살수대첩. 고려 태조 왕건은 중국 송나라와는 잘 지냈으나 북방 거란족과는 척을 졌다. 거란이 세번째 고려를 침공할 때였다. 거란군이 홍화진을 지날 때를 노려 고려군은 통나무를 쇠가죽으로 묶어 물을 막았다. 거란군이 얕은 강물을 건너는 순간, 쇠가죽을 끊었고 대량의 물이 쏟아져 내려 적은 거의 전멸했다. 이것이 귀주대첩이다. 1951년 6·25가 한창일 무렵, 인민군은 북한강 화천댐을 점령하고 수공(水攻)으로 미군에 피해를 입혔다. 이에 미군은 전투기로 댐 수문을 폭파했고 이듬해 6월 압록강 수풍댐을 폭격으로 날려버렸다. 당시 수풍댐은 길이 900m에 달하는 동양 최대 규모였고 북한 전역에 전기를 공급했는데 폭격 후 북한군의 전력(戰力)은 현저히 감소했다. 그 후 30년이 지난 1986년 10월 북한이 금강산댐 건설계획을 발표했다. 저수용량이 200억t인데 이것으로 수공을 펴면 서울은 물바다가 된다. 우리측은 곧바로 `평화의 댐` 건설을 추진한다. 그 쏟아져 내려오는 물을 받아 모을 댐이었다. 2009년 8월 휴가철, 북한이 임진강 상류 황강댐 수문을 예고 없이 갑자기 열어 우리 측 어부 6명이 숨졌다.이것이 한반도에서 벌어진 수공의 사례들이다. 물이 공격무기가 된 역사는 깊다. 오늘날 지구촌이 물부족현상을 보이자 자치단체 간 물분쟁이 일상화됐다.서부 경남 남강댐의 물을 동부 경남과 부산으로 보내는 통수관을 건설하는 문제를 놓고 분쟁이 벌어져 고위 공무원들이 직위해제되기도 했다.경북 영덕 산계곡의 물을 포항지역 산업용수로 보내는 문제를 놓고 갈등이 벌어졌다. 기후변화로 강우량은 줄어들고 물 사용량은 불어나니 물분쟁은 불가피하다. `수공`의 시대를 지나 `물분쟁`의 시대로 들어섰다. `용수 개발과 물분배` 문제가 눈앞의 과제로 등장했다./서동훈(칼럼니스트)

2016-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