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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란의 굿판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11 02:01 게재일 2016-05-1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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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란 미국 영화가 있다. 겉으로는 매우 평온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정신질환자들을 수용한 병원인데 환자들이 조금만 말썽을 부려도 곧바로 전기찜질을 한다. 환자들은 점점 더 멍청한 바보가 돼간다. 어거지로 끌려온 가짜 환자도 있는데 반항하다가 진짜 환자로 변한다. 조선노동당대회를 두고 LA타임스는 “뻐꾸기둥지 위로 날아간 새의 현실버전을 경험하고 있는 기분”이라고 썼다. 12개국 외신 기자들은 대회장 구경도 못하고 철저한 통제속에서 엉뚱한 곳만 둘러봤다.

평양방송이 내보내는 영상을 보면 그것은 완전 쇼였다. 사전에 짜여진 각본과 신호에 따라 기립박수가 이어졌고 `만세소리`가 진동했다. `목숨이 걸린 일`이어서 건성건성 박수를 치거나 만세를 소극적으로 외치는 참석자는 없었다. 김정은의 연설이 끝나고 `토론`하러 연단에 올라간 간부들은 충성맹세만 했다.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의 계획을 전폭적으로 지지 찬동한다” “김정일 동지께 가장 숭고한 경의를 드리며 우리 당과 인민의 최고영도자이신 경애하는 김정은 동지께 최대의 영광을 드린다” “모든 문제들에 완벽한 해답을 준 백과사전적 정치대강”.

특히 리명수 북한군 총참모장은 “최고사령관 동지가 명령만 내리면 인민군대는 원수들의 정수리에 선군조선의 핵뇌성을 터칠 것이며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작전을 단숨에 결속하고, 미국 땅덩어리 자체를 지구상에서 완전히 없애버릴 것”이라 했다. 김정은 우상화 신격화와 함께 싸움꾼 본성을 여지없이 드러낸 대회장이었으니 `뻐꾸기둥지`나 다름 없었고 `광란의 굿판`이란 표현 말고는 달리 할 말이 없다. 이미 예상됐던 바 그대로였다. 백성들은 굶주리다 못해 국경을 넘는데 `최고존엄`은 신이 되는 쇼를 벌였다.

북한에는 8명의 불사신이 있다. 징벌이나 숙청을 36년간 당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들의 공통점은 `예스맨`으로 일관하는 것이다. `영혼`을 아예 빼버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정치집단. 종말이 저만큼 다가온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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