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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운 권력의 세계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31 02:01 게재일 2016-05-31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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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 막말을 쏟아내고 고립주의로 나갈때 공화당원들은 “저것 틀렸다”했고, 우방들도 “저 사람 대통령 됐다가는 큰일”이라 했다. 그러나 그의 막말이 이상하게 먹혀들어갔다. 미국 국민들의 귀에는 그의 말이 복음처럼 들렸고, 그가 공화당 후보로 낙점될 기미를 보이자, 비로소 민심을 바로 읽기 시작했다. 트럼프를 비난하던 공화당의 중요 인사들이 속속 말을 바꾸기 시작하더니, 그가 후보자로 굳어지자 비난의 소리는 `주례사`나 `찬송가`로 바뀌었다.

지난해 7월 트럼프는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을 향해 “바보같은 그레이엄!”이라 비난하며 그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버렸다. 그레이엄은 이에 맞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제일 안 된 인간!”이라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최근 “트럼프는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하고 “분명 한 방을 날릴 인물”이라 했다. “트럼프는 반드시 저지해야 할 미친 사람”이라 비난했던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주 지사는 “힐러리와 트럼프라는 두 가지 나쁜 선택 중 트럼프가 좀 덜 나쁜 쪽임은 분명하다” 했다. “트럼프는 보수진영의 암적 존재”라 했던 릭 페리 전 택사스주 지사는 “나는 그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메시아 같은 존재였다. 여당과 야당 모두 “그는 우리편이다. 우리 당에 올 것이다”며 두 팔을 벌려 그를 맞이하려 했다. “그는 대선후보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하자” 열렬한 구애를 했다.

그러나 반총장이 새누리당으로 갈 조짐이 보이자 말은 뒤집어졌다. 짝사랑이 원망으로 바뀐 것이다. “외교 관료인 그는 정치경험이 없다” “반짝 스타일 뿐이다” “검증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솝우화 `썩은 포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잘 익은 포도가 주룽주룽 달려 있는데, 너무 높아서 따먹을 수가 없자, 여우는 “저 포도는 썩었어”하고 돌아섰다. 권력의 세계는 멀쩡한 사람을 추물로 만든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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