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트럼프는 린지 그레이엄 연방 상원의원을 향해 “바보같은 그레이엄!”이라 비난하며 그의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버렸다. 그레이엄은 이에 맞서 “트럼프는 대통령이 될 준비가 제일 안 된 인간!”이라면서, 자신의 휴대폰을 야구방망이로 때려 부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최근 “트럼프는 뛰어난 유머감각을 갖고 있다”하고 “분명 한 방을 날릴 인물”이라 했다. “트럼프는 반드시 저지해야 할 미친 사람”이라 비난했던 보비 진달 전 루이지애나주 지사는 “힐러리와 트럼프라는 두 가지 나쁜 선택 중 트럼프가 좀 덜 나쁜 쪽임은 분명하다” 했다. “트럼프는 보수진영의 암적 존재”라 했던 릭 페리 전 택사스주 지사는 “나는 그의 러닝메이트가 될 수도 있다”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은 메시아 같은 존재였다. 여당과 야당 모두 “그는 우리편이다. 우리 당에 올 것이다”며 두 팔을 벌려 그를 맞이하려 했다. “그는 대선후보로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정치를 한다면 우리와 하자” 열렬한 구애를 했다.
그러나 반총장이 새누리당으로 갈 조짐이 보이자 말은 뒤집어졌다. 짝사랑이 원망으로 바뀐 것이다. “외교 관료인 그는 정치경험이 없다” “반짝 스타일 뿐이다” “검증을 견디기 힘들 것이다” 이솝우화 `썩은 포도`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잘 익은 포도가 주룽주룽 달려 있는데, 너무 높아서 따먹을 수가 없자, 여우는 “저 포도는 썩었어”하고 돌아섰다. 권력의 세계는 멀쩡한 사람을 추물로 만든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