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남편 은퇴하는 날이 마누라가 이혼을 생각하는 날”이라 했다. 일본법에는 이혼하면 재산의 절반을 배우자가 갖게 돼 있기 때문에 “퇴직금 반으로 나눠 독립하자”는 것.
일본에서는 졸혼(卒婚·소츠콘)이란 풍속이 새로 생겼다. 은퇴한 남편은 귀농하겠다 하고 아내는 도시에 직업을 갖고 있으니 “그렇다면 결혼생활을 졸업하고 각자 헤어져 살다가 한달에 한번꼴로 만나자”는 것이다. 그것은 이혼도 아니고 별거와도 다르다. 정(情)을 두고 몸만 가니 잠시 눈물이 날 수도 있지만 결혼생활이라는 `제도`에 묶이지 않아서 홀가분하다. 2004년 스기야마 유미코씨가 `소츠콘을 권함`이란 책을 냈고, 2013년 한 유명 개그맨이 “노년에 마음 편히 살고 싶다” 졸혼선언을 한 후 확산됐다.
과거 한때는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백년해로”란 말이 주례사의 단골메뉴였지만 지금 그런 소리하는 주례는 없다. 자유롭게 바람 피우고 싶어서 `성격상의 이유`로 이혼하는 연예인·재벌들은 옛날부터 많았고, `행복추구권`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면서 법원도 어지간하면 이혼을 허락했다. “결혼을 해보라, 후회할 것이다. 결혼을 하지 말아보라, 그래도 후회할 것이다”란 말도 있지만 이혼을 후회하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천생연분론`과 결혼을 결합시킨 동양의 지혜는 참 대단하다.
한 여론조사 기관이 3년간의 자료를 모아 내놓은 결론이 “가장 믿지 못할 사람이 남편”이었다. 의처증·의부증에 걸리면 도리 없지만 `불신 가정`에 갇혀 사는 것보다는 졸혼이 낫겠다.
/서동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