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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명령권

서동훈(칼럼니스트)
등록일 2016-05-16 02:01 게재일 2016-05-16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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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프랑스 좌파 노동장관 오브리는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고용이 늘어난다”며 주 39시간 노동을 35시간으로 줄였다. 기업주 3만명이 반대시위를 벌였다. 그 후 실업률은 오히려 늘어났다. 기업이 투자를 줄인 탓이었다. 독일과 영국은 5% 안팎인데 프랑스는 10%를 넘었다. 현 올랑드정부는 “해고가 쉬워야 채용도 쉽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철밥통들이 줄곧 눌러앉아 마르고 닳도록 해먹으니 청년들이 끼어들 자리가 없었다. 그러나 노동개혁법안이 국회에서 야당의 반대를 뚫어낼 가능성은 없었다.

올랑드정부는 헌법에 규정된 `긴급명령권`을 꺼내들었다. 행정부가 국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법을 시행할 수 있는 권한이다. 노조의 총파업이 이어지고, 좌파 시민단체, 학생 등 수십만 명이 거리로 몰려나왔다. 노동법이란 `건드리면 시끄러워지는 법`이지만 건드리지 않을 수도 없는 `딜레마적 법`이다. “주 35시간 근로제에 구애되지 않고, 기업의 사정에 따라 주 60시간까지 늘릴 수 있고, 기업이 경영난에 처했을때 혹은 새로운 경영·기술에 직면할 때 기업은 채용과 해고를 유동적으로 해서 고용을 늘리겠다”는 것이 개정노동법의 골자다.

우리나라는 1993년 김영삼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해서 금융실명제법을 만들어냈다. 극비리에 작업을 했고, 국무회의를 거쳐 바로 깜짝발표를 했다. `검은 돈`의 흐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었다. 정치권은 속이 쓰렸지만 드러내놓고 반대할 명분이 없었고, 기업들은 내심 쾌재를 올렸으나 겉으로는 무덤덤한 척 표정관리를 했다. 국회의원들이 기업에 손 벌리는 일은 없어졌지만, 정부가 국민세금으로 선거자금을 보태주는 `안전장치`는 마련됐다.

우리나라 청년실업이 12%를 육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긴급재정경제명령권을 발동하지 못한다. `명령권 발동 즉시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라는 장애물이 가로놓여 있고, 쟁점 법안의 경우 5분의 3의 찬성이라는 국회선진화법이 막고 있으니 “대통령으로서 할 일이 별로 없는” 나라가 돼버렸다.

/서동훈(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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